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79화 (279/360)

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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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5)

세레티 왕국은 여러 개의 왕국으로 이루어져 있는 동맹 왕국이다. 그리고 그런 여러 개의 왕국 중에 중간 정도의 영토를 가지고 있는 아스필 왕국이 있었다. 또한 아스필 왕국을 이끄는 것이 아스필 국왕으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왕국을 만들었다.

아스필은 70대의 노인으로 라미온이 주체한 동맹 회의에도 참석했었고 그의 말을 흘리지 않고 주의 깊게 귀 기울여서 들었다. 그리고 약 1주일 동안 아스필은 왕국의 정예들을 움직여서 조사에 나섰고 그 조사 끝에 아무런 움직임도 포착할 수 없었다.

"라미온의 괜한 걱정인가? 하지만 라미온의 감은 잘 들어맞던데...지켜봐야겠군."

아스필은 늙은 몸을 일으키며 조사대장에게 더욱 자세하게 조사하라고 지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문을 벌컥 열며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전,전하!"

"무슨 일인가?"

아스필은 찾으려고 했던 조사대장이 매우 긴박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 것을 보고 얘기했다.

"큰,큰일났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저,저를 따라오십쇼!"

조사대장은 가까이에 있는 창문을 열고 베란다를 향해 나갔고 그런 조사대장을 아스필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조사대장이 흥분한 표정으로 빨리 오라고 소리치자 아스필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쯧. 조사대장으로서 어느 순간에도 침착해야 하는 것을. 너에게는 착실히 얘기를 해줘야..."

아스필은 조사대장으로서의 기초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스필은 그 얘기를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베란다를 통해서 멀리까지 보이는 시야에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저건..."

아주 멀리. 그것도 시야의 끝에서 조그마한 검은 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 있었다. 그것도 이상한 점 중에 하나였지만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그게 아니였다.

"마...법진?"

거대한. 그것도 시야에 모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이였다. 수도뿐만 아니라 왕국 전체보다 클 것 같은 압도적인 마법진에 아스필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아스필의 혼잣말은 세레티 왕국에 있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 압도적인 크기의 마법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쿠화아악!!

라자드의 손에서 나오는 검은 기운은 수백 명의 흑마법사들이 합친 검은 기운보다 훨씬 거대했다. 눈앞의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검은 기운은 그대로 마법진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라자드가 뿜어낸 검은 기운이 마법진에 부딪히는 순간 안 그래도 거대했던 마법진이 한순간에 팽창하면서 세레티 왕국을 뒤덮었다.

우우우웅!!

마법진이 팽창하면서 공기를 뒤흔들었고 거대한 마법진은 세레티 왕국은 물론이고 타왕국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이시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엄마. 저게 뭐예요?"

"종말이 다가왔다!"

세레티 왕국에 있는 이들은 모두 하늘을 쳐다보며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라미온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품속에 있는 단검을 꺼내 들고 라자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만둬!!"

쾅!

라미온은 라자드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수많은 흑마법사들에게 제압되어서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런 라미온을 향해 라자드는 고개를 내리며 얘기했다.

"내가 너 같은 개미를 왜 죽이지 않는지 아나?"

"...글쎄?"

"어차피 너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명쯤은 관찰자로 놔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찰자?"

"모든 종족을 죽이면 이 역사를 기록할 녀석이 없어지지. 그러니 관찰자 1명 정도는 놔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딱!

라자드는 오른 손가락을 팅기며 얘기했다.

"모두 언데드로 변할 거지만."

라자드가 손가락을 팅기는 동시에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왕국을 뒤덮고 있던 마법진에서 수많은 검은 연기들이 나오면서 지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검은 연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를 자랑하며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악!!"

"사,사람 살려!"

"이 검은 연기는 뭐야?!"

검은 연기는 각자 한 명의 인간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인간의 눈, 코, 입, 귀 등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을 통해서 내부로 들어가 흡수되었다.

"우웨에엑! 뭐,뭐야?!"

"내,내 몸으로 들어간 거야?"

검은 연기를 흡수한 이들은 아무런 반응도 생기지 않는 것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의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커억!"

"아,아파!! 너무 아파!"

"우웨엑!"

먼저 복부의 내장이 썩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장을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살갗까지 썩어가기 시작했고 썩은 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살이 썩어서 떨어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런 엄청난 고통에 수많은 이들이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었다.

"끄아아악!"

"살,살려줘!"

"살,살이!"

복부의 내장과 살갗을 시작으로 위아래로 썩는 것이 전염되어갔고 순식간에 발과 가슴까지 녹아서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입까지 썩어서 살이 떨어지면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수리까지 모든 살이 썩어서 떨어지면서 뼈만 남은 이들은 결국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뼈만 남은 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눈알이 존재했던 공간에 빨간 눈동자를 빛내면서 덜그럭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뼈만 남아서 움직이는 몬스터. 그런 그들을 세간에서는 스켈레톤이라고 불린다.

세레티 왕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간들이 스켈레톤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스켈레톤으로 변한 것은 아니였다.

"키에에엑!"

"캬아악!"

스켈레톤과 다르게 일부만 살이 떨어지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자로 변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켈레톤보다 조금 더 강한 구울이었다. 구울로 변한 이들은 일반 시민과 다르게 병사, 용병 등 평범한 인간보다 조금 더 세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강한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커억!"

"몸,몸이..."

"머,머리가 아파!!"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똑같이 검은 연기를 흡수했지만 일반인과 다르게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몸 안에 존재하고 있는 마나가 검은 연기에 조금씩 흡수되는 것을 느끼며 몸을 좀 먹는 고통에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대다수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숨을 거두며 조용해졌다.

그러자 죽은 그들의 몸에서 흡수되었던 검은 연기가 배출되었고 여전히 남아서 고통을 호소하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검은 연기를 더욱 흡수한 이들은 더 큰 고통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또다시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조금씩 숫자가 줄어들어갔고 결국 기사들과 마법사 중에서도 정예 일부분만 남아서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다.

"으윽...언,언제까지...고통이...지속되는 거지..."

"정,정신이...혼미...해진다."

"크윽.."

남은 정예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마나를 끌어올리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정예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정신을 잃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푸화아악!!

기사와 마법사의 몸에 흡수되어 있었던 검은 연기가 한순간에 뿜어져 나왔고 정신을 잃은 이들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검은 연기로 둘러싸인 몸이 수없이 들썩거렸고 수십 초가 지나서야 그 행동이 멈추었다. 이어서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검은 연기가 사라지면서 기사와 마법사들이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기사는 완전한 검은 색을 띠는 갑옷을 온몸에 착용하고 있었고 머리까지 검은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투구 내부에는 붉게 불타오르는 눈이 있었고 그의 몸에서 흡수되었던 검은 연기가 물씬 풍겨나왔다. 검도 문양 한 개조차 박혀있지 않고 그저 완전한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기사들은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마치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동시에 함성을 질렀다.

【@%&!#%!】

알아들을 수 없을뿐더러 귀를 찢어놓을 것 같은 괴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괴성을 지른 검은 기사를 세간에서는 데스나이트라고 불렀다. 데스나이트들은 마치 자신의 새로운 탄생을 기뻐하는 것처럼 괴성을 질렀는데 그 괴성과 함께 데스나이트 옆에 나타나는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만들어졌고 몸체는 뼈로, 겉은 검은 갑옷으로 만들어진 말이었다. 그 말들은 모두 데스나이트에 맞게 하나씩 등장했고 데스나이트들이 앉기 쉽게 다리를 굽어 주었다. 그에 맞혀서 데스나이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 위에 올라탔고 말들이 열을 맞추면서 라자드의 앞으로 다가왔다.

"데스나이트. 나쁘지 않군."

라자드는 수십을 넘어서 수백의 데스나이트가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흐뭇해했다. 그리고 그 데스나이트의 뒤에 와서 자리를 잡는 이들이 있었다.

"후우우..."

입에서 한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이들은 바로 리치들이었다. 얼굴과 몸 전체가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법 로브와 함께 지팡이와 책을 소유한 채 붉은 눈을 띄는 언데드 고위 마법사. 기사들이 데스나이트로 변한 것처럼 마법사들은 리치들로 변한 것이었다.

"라...자드...무슨...짓을...한..거냐."

"호오. 굉장한 정신력이군. 그 고통을 버티고 있다니."

라자드는 뒤에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내뱉고 있는 라미온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라미온은 온몸의 혈관이 검게 변해있었고 극한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온몸을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미온은 입을 열어서 얘기할 정도로 엄청난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것을 알기에 라자드가 감탄을 한 것이었다.

"그 증상은...그렇군. 너는 그것으로 변하는 건가? 참 재밌군."

"크윽...뭐라는...거냐?"

라자드는 고통스러워하는 라미온을 향해 걸어가서 얘기했다.

"이제 이 세레티 왕국은 마계의 땅으로 변했다. 그리고 인간들도 모두 마계의 몬스터로 변했지. 그리고 마계의 땅에서 내 말은 곧 진리다."

"그...그래서..."

"넌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

"개...소리...집어쳐라."

"훗."

라미온의 말에 라자드는 미소를 지은 후에 이어서 얘기했다.

"내 말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네 변화가 끝이 나면 알 것이다. 그리고 오늘부로 세레티 왕국은 대륙 정벌을 위한 마계의 본부로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아쉬워하지 마라. 네 왕국은 내가 잘 사용할 테니."

"....."

라자드의 말에 라미온은 얘기할 여유가 없어서 그저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라자드는 자신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흑마법사들과 데스나이트, 리치들을 향해 얘기했다.

"지금부터 흑마법사들과 리치들은 마계의 문을 열 준비를 한다. 데스나이트들은 다른 도시들의 전력을 이곳으로 집중시켜라."

""마왕님의 뜻대로.""

흑마법사들이 동시 복창했고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레티 왕국은 마계의 땅이 되면서 훗날 일어날 대륙전쟁의 본거지가 된다.

약 열흘 전...듀로크가 밀런 왕국에서 움직이고 카리아스도 움직였지만 아직 만나지 않을 시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향해 들어가는 이가 있었다.

그는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서 한치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거침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동굴의 끝에 도착해서야 인물은 손에 불꽃을 만들어 안을 밝혔다. 하지만 불꽃은 희한하게도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을 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불꽃은 안을 밝혀주었고 밝혀진 동굴 내부에는 여러 가지의 인조물과 마법진이 존재했다. 마법진은 오성 마법진으로 꼭짓점에 크리스탈이 존재했고 중심에는 그것보다 더 커다란 크리스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물은 그런 크리스탈 앞에 걸어간 후에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이제 이것을 쓸 때가 된 건가."

그 물건은 하나의 구슬이었다. 하지만 그 구슬 안에는 순수한 검은 연기가 움직이고 있었고 구슬에서 나오는 기운은 지켜보는 이들을 유혹하는 마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물은 그런 힘을 여유롭게 받으면서 오히려 구슬을 꼼지락거리며 쥐고 있었다.

"시작해볼까."

오랜 기간의 기다림 끝에 시작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은 무덤덤하게 손에 잡고 있던 구슬을 가슴에 박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가슴안에 구슬이 흡수되면서 구슬을 삼키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인물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쿵! 쿵! 쿵!

인물의 심장소리에 공기가 진동할 정도로 인물에게서 검은 기운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변화는 힘만이 아닌 정신 또한 변화가 일어났다. 인물은 갑자기 두통을 느끼는 것처럼 머리를 부여잡았고 그 짧은 시간이 일어난 후에 인물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이렇게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거지?"

그는 자신의 손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하지만 이내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마법진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탈을 향해 걸어가서 손을 크리스탈에 대었다. 이어서 인물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운이 크리스탈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고 그러자 바닥에 있는 마법진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웅! 우웅! 우웅!

마법진이 빛나면서 중심에 있는 크리스탈에서 흡수되었던 검은 기운이 5개의 크리스탈을 향해 뿜어져 나갔고 5개의 크리스탈은 흡수한 기운을 다시 내보내서 공중에 기운을 뭉치기 시작했다. 인물이 크리스탈에 더 많은 힘을 불어넣으면 넣을수록 공중에 모이는 기운은 점차 커져갔고 이내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형상은 하나의 커다란 문이였다. 두 개의 커다란 여닫이문으로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있었고 문 밑부터 구울, 뱀파이어, 고블린 등 하급 마계 생물들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위로 갈수록 중급 마계 생물들. 이어서 데스나이트, 리치 등의 모습이 박혀 있었고 마지막으로 미남, 미녀의 외형을 가진 마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문에는 그런 수많은 종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종족을 모두 감싸며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마왕이었다.

"마왕."

커다란 문 자체가 마왕의 몸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마치 절대자를 바라보는듯한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만들어진 형상이지만 마치 진짜로 마왕을 눈앞에 놔두는 것 같은 압박감을 뿜어내었다. 그런데 그런 문이 지금 인물의 눈앞에서 열리고 있었다.

끼이이익...

오랜 시간동안 열리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문이 열리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보냈다. 그리고 동시에 동굴 내부에 있는 높은 농도의 검은 기운과 비슷할 정도로 순도 높은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범인은 물론이고 초인을 제외한 이들은 그 기운을 마시는 것만으로 즉사할 정도로 막대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인물은 그 기운을 마치 태어날 때부터 마신 공기처럼 친숙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검은 연기가 사라졌을 시점, 문의 내부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이 아닌 검은 색의 땅. 하늘에는 수없이 번개가 치고 있었고 회색 빛깔의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에서는 투명한 물이 아닌 검은 색을 띠는 비가 떨어지고 있었고 그 비는 땅에 닿자마자 치익 소리를 내며 땅을 녹이고 있었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약 1분이 지났을 시점 멀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열린 문을 통해서 인물을 향해 걸어왔고 문을 지나가는 동시에 열린 문이 다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면서 만들어진 문은 다시 검은 연기로 변해버렸다. 이어서 문을 통해서 들어온 4명은 인물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야? 분명히 마왕님의 기운을 느껴서 온 건데."

"나도 마찬가지야. 혹시 저 인간이 문을 연 게 아닐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일반 소환진도 아니고 마왕님만이 열 수 있는 문이잖아."

"그럼 대체 마왕님이 어디 계시다는 거야?"

"글쎄. 이봐, 2위. 넌 어떻게 생각해?"

"리리스. 분명히 나에게는 다리엘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얘기했을 텐데?"

"알겠어.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나도 감이 잡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을 지배하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1위. 너는 어떻게 생각해?"

"....."

"쳇. 여전히 재미없는 녀석."

리리스라고 불린 여성은 불만을 표한 후에 인물을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난 자비로우니까 네게 선택지를 줄게. 그냥 얘기하고 죽을래? 아니면 내게 지배당한 후에 죽을래? 골라봐."

리리스는 어떤 것을 선택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인물의 대답은 리리스의 예상을 빗나갔다.

"너희들이 상급 마족이냐?"

"응. 그런데 말이야. 질문에나 답해. 안 그럼..."

그 순간 리리스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물의 뒤에서 나타나며 손으로 인물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쳤다.

"죽는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상급 마족인 리리스는 일반 신체능력도 월등하여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인간의 목을 손으로 베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리리스의 손은 예상과 다르게 인물의 목덜미를 치지 못했다.

"뭐야?"

"어?"

리리스의 손은 검은 연기의 벽에 막혀서 나아가지 못했다. 리리스는 인간이 자신의 손을 막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워했고 그것은 다른 마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너 재밌는 것을 사용하는구나?"

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리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손으로 막고 있는 벽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녀의 손에는 좀 전과 다르게 검은 마나, 흑마나가 넘실거렸고 모든 것을 찢을 것처럼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리리스 또한 이 손으로 드래곤의 심장까지 뽑아본 적이 있기에 벽을 뚫을 거라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였다.

까앙!!

"뭣?!"

리리스의 손이 검은 연기의 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다른 마족들은 모두 깜짝 놀라워했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1위로 불린 마족조차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날 정도였다.

"너,넌 대체 뭐냐?!"

리리스는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눈앞의 인간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제야 인물은 리리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꿇어라.】

"커억!"

"이,이건!"

인물이 입을 열자 4명의 마족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릎을 꿇었다. 오직 1위라고 불린 마족만이 부들부들 떨며 버티고 있었다.

"영,영혼에 얽매인 명령..."

"우,우리에게 이 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은...마왕님 뿐인 것을!"

"넌,넌 대체 정체가 뭐야?!"

마족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인물을 향해 얘기했고 인물은 그런 마족을 향해 얘기했다.

"내 이름은 라자드. 이제는 마왕이 될 몸이지."

"라자드?"

"너는 인간이지 않나?"

"인간의 몸을 버린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긴 말을 하지 않겠다. 너희는 내게 복종해라."

"웃기는 소리! 어디서 인간 따위가!"

울리드란 상급 마족은 반발감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고 라자드는 그런 울리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라자드의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검은 연기가 울리드를 감싼 채 들어 올렸고 마치 거인의 손에 잡힌 것처럼 울리드는 고통스러워하며 올라갔다.

"커,컥!"

"왜 복종하지 않는다는 거지? 내가 곧 마왕이다."

"인,인간 따위가 어떻게 마,마왕이 된다는 것이냐?!"

울리드는 숨을 쉬지 못하는데도 말을 내뱉었다.

"그래? 복종하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라자드의 옆에 연기로 만들어진 창이 생성되었고 창은 울리드의 머리를 조준한 채 공중으로 올라갔다. 울리드는 그것을 보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고 창이 라자드의 손에 맞혀서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입을 여는 이가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입을 연 마족은 바로 1위라고 불린 마족이었다.

"너는?"

"전 메블리라고 합니다."

"내가 왜 기다려야 하지?"

"다른 마족들이 혼동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마왕님은 모두 마족이셨으니까. 더구나 마족보다 하등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이 마왕이라고 하니 반발감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라자드님이 마왕님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시면 마족들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힘으로 증명하라는 건가?"

"물론 마왕님이 제일 강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힘이 강하다고 해서 모두 마왕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왕님에게는 마왕의 인자가 있고 마계의 모든 생물들을 복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 얘기해라."

라자드는 메블리의 얘기에 창을 없애고 그를 바라보았다.

"예. 좀 전에 라자드님이 꿇으라고 한 것에 저희들이 반항하지 못하고 따른 것도 마왕의 인자 때문입니다. 마계의 모든 생물들은 영혼에 마왕을 따라야 한다는 계약 같은 것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미 증명한 것이 아닌가?"

"예. 하지만 직접 보여주시면 더 확고한 증명이 될 것 같습니다."

"마왕의 인자라...이것이면 되나?"

라자드는 가슴을 가리고 있던 옷을 찢으면서 가슴을 보여주었다. 가슴에는 좀 전에 흡수되어 들어갔던 구슬이 박혀 있었고 구슬을 중심으로 피부가 마치 이식된 것처럼 혈관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마족들은 놀라워했다.

"저,저건...마왕님이 봉인된 구슬!"

"그,그렇다면 진짜로...마왕님이라는 건가?"

"...그렇게 된 거였나."

메블리는 라자드의 가슴에 박혀있는 구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증명이 되었나?"

"예."

메블리는 라자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얘기했다.

"마계순위 1위 메블리. 마왕님을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메블리가 얘기하자 라자드가 남은 3명의 마족을 바라보았고 그들도 똑같이 무릎을 꿇으며 얘기했다.

"마계순위 2위 다리엘. 마왕님을 섬기겠습니다."

"마계순위 3위 리리스. 마왕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마계순위 4위 울리드...마왕님을 따르겠습니다."

라자드는 4명의 상급 마족들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4명의 상급 마족은 라자드의 밑에 들어갔고 이를 시작으로 대륙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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