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77화 (277/360)

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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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3)

라미온과 에밀리도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세레티도 돌아갔다. 그리고 라미온이 세레티에 도착하자마자 진행한 것은 바로 동맹 회의였다. 동맹왕국 세레티는 여러 개의 동맹으로 이루어진 왕국답게 혼자만의 의견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왕국들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서 결정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게 바로 동맹 회의였다. 그리고 라미온이 동맹 회의를 주최한다는 소식을 들은 대표자들은 모두 회의에 참석하였다. 회의는 모두 수정구슬을 통한 영상으로 진행되었고 주체자인 라미온을 제외하고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늘의 주체자는 라미온으로 들었네만?"

"예.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최자인 라미온님이 보이지 않는군요."

"라미온님은 라이언 왕국으로 초청받았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대표자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며 라미온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라미온이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고 대표자들은 모두 라미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급한 일?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글쎄...우리 왕국은 별일 없었네."

"저희 왕국도 똑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미온은 대표자들의 말에 먼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어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라미온은 간단하게 라자드란 인물과 밀런 왕국과 일루드 왕국이 공격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타왕국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했다.

"허어...그런 일이?"

"그렇다면 경계를 강화해야겠군요."

"예. 그래서 현 시간부로 전시태세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 왕국도 제가 따로 지시를 내릴 테니 모든 대표자분들은 모두 각자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라미온은 회의가 끝나면서 책상에 앉아 한숨을 쉬었지만 라미온이 할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이어서 자신을 대신해서 움직여줄 사람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흑마법사들을 데리고 와주게나."

"알겠습니다."

라미온의 명령을 받은 신하가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 명의 인물이 라미온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의 로브를 쓰고 있었고 아직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어둠에 감싸져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리더로 보이는 인물이 대표로 입을 열어 얘기했고 그의 목소리는 마치 쇠를 긁는 것처럼 갈라져서 나왔다. 하지만 라미온은 그런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그를 향해 얘기했다.

"현재 다른 왕국에서 흑마법사가 일으키는 소동이 있다. 그러니 같은 흑마법사인 자네에게 일을 맡기고 싶네."

"어떤 일입니까?"

"현 시간부로 우리 왕국 전체에 흑마법으로 침략하려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면서 동시에 경계를 해주게. 자원과 인원은 필요한대로 보충해주겠네."

"알겠습니다. 제 이름, 아키드의 이름을 걸고 수행해내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예."

라미온은 흑마법사 리더인 아키드에게 일을 맡기면서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비책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며 서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똑똑.

"...응?"

라미온은 누가 노크를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고개를 들며 목소리를 내뱉었다.

"들,들어오게나."

라미온은 잠이 들었다는 것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빠르게 옷을 정돈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에밀리라는 것을 보고 그 행동을 멈추었다.

"에밀리였구나. 무슨 일이냐?"

"라미온님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걱정돼서 찾아왔어요."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쉴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왕국이 그렇게 공격당했다고 하는데 맘 편히 쉴 수는 없지 않으냐?"

"하지만 흑마법사들에게 일을 시키셨잖아요? 그리고 라이언 왕국에서 귀환하신지 별로 안돼서 피곤하시잖아요. 오늘은 이만 쉬세요."

"...알겠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리고 미안하구나."

"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방해한 것 같구나."

"라미온님도 참. 저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이 잘 해결되면 그때 또 만나면 되죠."

"그래...그렇게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네 말대로 빨리 일이 해결돼서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구나."

"예! 그래야죠."

라미온은 에밀리의 말대로 잘 진행되어서 에밀리가 기쁘게 매트 왕자와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었다.

라미온이 라이언 왕국에서 돌아온 지 약 일주일 될 때 드디어 흑마법사 아키드에게서 소식이 들려왔다.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예."

라미온은 아키드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얘기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에밀리도 조금 놀라워하며 쳐다보았다.

"자세히 얘기해라!"

"예. 라미온님이 명령을 내려주시고 6일 동안 전 왕국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약 2시간 전에 흑마법의 마나 유동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착각한 것은 아니겠지?"

"예. 왜냐하면 감지된 장소가 바로 왕성의 지하이기 때문입니다."

"지하?"

"지하라면...지하감옥을 얘기하는게 아닐까요?"

왕성의 지하에는 일급 수배자나 범죄자들을 가두고 있는 지하감옥이 존재하였다. 그런데 그런 지하감옥에서 흑마법의 유동이 느껴진다고 하니 라미온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하감옥이라면 왕성 내부로 들어와야 하는데...설마?"

"예. 아마 내부에 배신자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 누가...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에밀리. 왕국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불러라."

"예!"

에밀리는 라미온의 말을 듣자마자 급하게 나갔고 라미온은 아키드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자네도 흑마법사들과 함께 이 일을 도와주게나. 같은 흑마법사가 한 것이니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네."

"물론입니다."

아키드도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비웠고 라미온은 혼자가 된 사이에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미연에 찾아서 다행인가?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지?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군.'

아키드는 그런 걱정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장비를 갖추고 빠르게 나가면서 그런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에밀리의 급한 호출로 인해서 왕국 기사단과 마법사들은 빠르게 모였다.

갑작스러운 호출로 모두 모이지 못했지만 기사가 약 100여 명, 마법사가 20여 명. 그리고 아키드가 이끌고 온 흑마법사가 10여 명. 도합 150명에 가까운 인원이 라미온의 명령에 모였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이게 한 이유는 왕성의 지하감옥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내용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감옥에 들어가서 확인할 테지만 혹시나 하는 상황을 염려해서 부르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돌입하겠다!"

그 말과 동시에 라미온이 제일 앞장섰고 그 뒤를 에밀리가, 그리고 흑마법사가 뒤따라갔다. 그런 흑마법사와 좀 떨어져서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따라왔는데 흑마법사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왕성의 지하감옥은 약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고 일급 수배자들과 범죄자들이 있는 만큼 경계도 어떤 곳보다 엄중했다. 그래서 지하감옥의 입구에는 항상 경비병들과 마법사와 합쳐서 약 10여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증명하듯이 지금은 지하감옥의 입구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 하나 남아 있지 않았고 입구의 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라미온은 조금 열려있는 문을 통해서 음산한 기운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킨 후에 뒤따라오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온의 고갯짓을 본 나머지 일행들은 그에 맞혀서 고개를 끄떡였고 이내 라미온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서 입구를 열었다. 그와 동시에 에밀리가 라미온의 앞에 서서 바람과 불의 정령을 소환하였고 흑마법사들이 지팡이를 꺼내었다. 하지만 입구를 열고 보이는 광경은 상상과 달랐다.

"없어?"

"어디로 간 거지?"

300여 명을 가두고 있던 수많은 창살 감옥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감옥 안에 있어야할 수배자와 범죄자들이 사라져있었다. 마치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키드. 흑마법은 어디서 느껴지나?"

"저 안쪽에서 느껴집니다."

아키드는 앞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어둠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아서 멀리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라미온은 손을 들어서 얘기했다.

"기사들 앞으로."

라미온의 명령 하에 기사들이 앞으로 걸어갔고 그 뒤를 마법사들이 따라가며 보조를 해주었다.

"어둡군."

"원래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나?"

기사들은 앞으로 갈수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에 긴장했고 그런 긴장을 알아차린 마법사 1명이 라이트 마법으로 앞을 밝혀주었다.

"라이트."

라이트 마법으로 인해서 한순간 시야가 밝아졌고 그러면서 기사들은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존재들을.

"앞에 누군가 있다!"

"모두 전투준비!"

기사들은 모두 방패를 들어 올리며 다가올 공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라이트 마법 1개로는 시야가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기에 뒤이어 마법사 10여 명이 모두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라이트!""

10여 명의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면서 내부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환해졌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볼 수 있었다. 안쪽에 있는 거대한 검은색의 문을.

"저 문은 뭐야?!"

"잠,잠깐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구,구울!"

검은 문의 옆에는 수많은 구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수백 마리. 라미온도 갑자기 나타난 구울의 등장에 놀라워하며 전투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그때 구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라미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수백 마리의 구울은 모두 공통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오른쪽 발목에 쇠공이 차 있고 모두 죄수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라미온은 한 가지의 추측에 도달했다. 바로...

"죄수들이 모두 구울화된 거란 말인가?!"

"크르르륵..."

"캬아아악!"

수백 마리의 구울들은 라이트 마법을 보면서 일시에 눈앞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기사들은 방패를 올리고 방어 준비에 나섰고 마법사들이 소소한 화력을 뿜어내었다.

"파이어볼!"

"아이스 윙!"

마법사들은 모두 기초적인 마법을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마법사들이 저서클이여서가 아니였다. 지하감옥이라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화력이 높은 마법을 사용하면 모두 같이 공멸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저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인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 에밀리 또한 가만히 있는 이유가 그것이었고 더구나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까까까깡!

구울의 공격은 기사들의 방패에 흠집만 낼뿐이었다. 거기다 밀폐되고 좁은 공간이다 보니 수백 마리의 구울이 있어도 실제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제일 전방에 있는 20여 마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좁은 공간에서는 장비가 좋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를 들고 틈 사이로 검을 찌르면서 마법사들이 후방에서 구울들에게 적절한 타격을 했고 수백 마리의 구울은 착실하게 줄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약 5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수백 마리의 구울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후..."

"끝났군."

"아직 긴장을 풀지 마라!"

"저 검은 문이 남아있다!"

구울들을 처리하고 한숨을 쉬는 이들을 향해 노장의 기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기사들은 조용히 검은 문을 향해 걸어갔고 라미온도 또한 조금 더 앞으로 가서 검은 문을 지켜봤다.

검은 문은 폭 1미터 높이 4미터에 달하는 타원형의 틈새를 만들고 있었고 틈새 사이에는 암흑으로 가득 차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검은 문의 밑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있었고 흑마법의 문자가 적혀져 있는 것이 흑마법사의 짓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키드! 이리 와서 마법진을 해석해라!"

"예. 알겠습니다."

아키드는 라미온의 말대로 마법진에 다가와서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리는 것을 끝내자 아키드가 입을 열어 얘기했다.

"이건...좋지 않군요. 소환진입니다."

"소환진? 무슨?"

"마계 몬스터의 소환진입니다. 마계와 연결이 되어있군요."

"마계?!"

마계라는 말에 라미온은 깜짝 놀라워했고 아키드를 독촉했다.

"닫을 수 없는 것이냐?!"

"제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젠장!"

아키드의 대답에 라미온이 욕설을 내뱉었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리를 굴릴 여유도 없이 아키드가 이어서 얘기했다.

"옵니다."

"온다고? 뭐가 온다는 것이냐?"

"마계의 몬스터가 옵니다."

아키드가 말하면서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크어어어!!"

"윽!"

"귀,귀가!"

짐승의 울음소리에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그 괴성은 검은 문틈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틈을 통해서 가까이 오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 방어 준비! 몬스터가 온다!!"

쿵! 쿵! 쿵!

커다란 발걸음 소리와 함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그들은 모두 만반의 준비를 가한 채 검은 문을 지켜보고 있었고 기다림 끝에 틈을 통해 나오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크어어어!!"

"오,오우거!"

"그것도 트윈 헤드 오우거야!"

틈을 통해서 나온 오우거는 일반 오우거도 아니고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일반 오우거보다 3배는 강하다고 할 정도로 10명의 기사들이 달라붙어도 버거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트윈 헤드 오우거가 틈을 통해서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오우거가 한 마리가 아니였다.

쿵! 쿵! 쿵!

트윈 헤드 오우거가 1마리로 끝이 아니고 틈을 통해서 끝없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광경에 라미온은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버텨라! 흑마법사들은 저 검은 문을 막을 방법을 대책해라!"

""예!!""

라미온의 명령에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앞으로 전진하며 오우거를 압박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그런 기사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마법사들이 마법까지 걸어주면서 기사들이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사들이 버티고 있는데 흑마법사들이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는 것을 보고 라미온은 호통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하는 건가?! 빨리 방법을 찾아라."

"...예상 외로 재미없군."

"...뭐?"

라미온은 아키드의 말에 되물었다.

"지금...뭐라고 했지?"

"재미없다고 했다."

아키드의 대답에 라미온은 어이가 없는 것처럼 그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지금 미친 거냐?"

"미쳤냐고? 누가 보기에는 내가 미쳤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나는 정상이다."

아키드는 로브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청년. 한번 보면 잊혀질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키드가 눈을 뜨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그리고 그 눈을 바라본 라미드는 마치 심연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괴물의 눈을 보는 것과 같은 압도적인 공포를 느꼈다.

"커헉!"

라미온은 심장이 뜯어지는 것처럼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면서 아키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넌,넌...누구냐?"

라미온의 물음과 동시에 에밀리의 두 정령이 그대로 흑마법사를 향해 공격했다. 오른쪽에서는 칼날과 같은 바람이, 왼쪽에서는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정도의 화염이 그를 뒤덮었다. 그런데 그런 압도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흑마법사는 가만히 서 있었고 에밀리는 자신의 기습이 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화르륵!

"뭐,뭐야?"

에밀리는 정령의 바람과 불이 흑마법사의 몸에 부딪히려고 하는 순간 흑마법사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연기에 닿은 정령의 불과 바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대,대체..."

에밀리는 왜 정령의 공격이 사라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흑마법사가 고개를 조금씩 들기 시작했고 그의 눈과 마주친 에밀리는 한순간 나락에 빠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커억!!"

마치 심장을 손으로 쥐어짜는 듯한 압도적인 공포. 온몸이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에밀리는 초인인 자신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드는 눈앞의 흑마법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당,당신의 정,정체는 뭡니까?!"

"나 말인가?"

에밀리의 질문을 받은 흑마법사는 에밀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300년 전에는 루시폰이라고 불렸다. 200년 전에는 아키드라고 불렸지. 그리고 100년 전부터는..."

그다음 흑마법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라미온과 에밀리를 경악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왜냐하면...

"라자드라고 불리고 있다."

그가 모든 일의 시초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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