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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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표면으로 올라오는 라자드(2)
"상급 마족? 그러면 연기로 사라진 녀석들의 상관이라도 되는 거냐?"
"엄밀히 말하자면 조금 다르지만 그렇게 이해해도 상관없을 것 같네."
"킁. 그래? 그런 상관이 부하가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나?"
"그 녀석들은 자신보다 강한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 쓸모없는 녀석을 살릴 이유를 못 느끼겠는데?"
"오? 부하에 대해서 엄격하구만."
헤츠는 바스타드 소드를 어깨에 걸치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상급 마족이나 되는 귀한 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너도 좋은 의도로 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이 요리스를 멸망시키라는 명령을 받아서 말이지."
헤츠는 자신의 왕국인 요리스를 멸망시킨다는 말에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말이 걸렸다. 눈앞에 있는 울리드란 상급 마족이 상당히 강한 놈이라는 것은 헤츠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 만난 강자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마족이 명령을 받았다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상급 마족보다 더 위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고 이 울리드란 상급 마족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킁! 역시 세상은 넓다는 건가? 하지만 잘도 내 앞에서 말하는군. 내 왕국을 멸망시킨다고?"
"응? 네가 이 왕국의 왕이었나?"
"그렇다."
"그렇다면 네가 이 왕국에서 제일 강한 녀석이야?"
"그렇다면?"
헤츠는 울리드의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울리드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 왕국의 멸망도 별로 어렵지 않겠군."
"...뭐라?"
헤츠가 울리드에게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울리드는 손가락으로 딱 쳤고 그와 동시에 부서진 왕성에서 커다란 검은 문이 열렸다. 검은 문은 폭이 약 2미터, 높이 5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문이였고 열린 검은 문을 통해서 여러 존재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검은 문을 통해서 나온 존재들을 보고 헤츠는 눈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좋은 군대를 가지고 있군."
"훗. 마계에 있는 내 군대를 일부 가지고 온 것뿐이다."
검은 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끝없이 나오는 구울부터 시작해서 마계에서 강한 몬스터에 속하는 켈베로스와 가고일 그리고 키메라들이 수백 마리에 달했다. 더구나 몬스터 중 제일 강력한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이 수십 마리가 넘어가서 그들의 모습만으로 위세를 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국왕. 네 말대로라면 네가 이 왕국에서 제일 강하겠지. 그렇다면 내가 너와 싸우고 있으면 저 군대를 누가 막을 거야? 네가 막을 건가? 나랑 싸우는 도중에?"
"...킁! 그래도 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왜인지 아나?"
"왜지?"
"요리스 왕국은 내가 만든 왕국이지만 나만이 존재하는 왕국이 아니다. 내 밑에는 듬직한 부하들이 가득 있지. 안 그러냐? 모리스?"
"그렇습니다!"
헤츠의 질문에 헤츠의 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츠의 뒤에는 어느새 모리스를 시작으로 가이아 부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이아 부대는 다 최상급의 무기와 방어구를 장착한 채 전투준비를 모두 갖추고 왔고 그들의 숫자만 2백이 넘었다.
"가이아 부대장 카스. 명을 받고 왔습니다."
수많은 몬스터가 눈앞에 있는데도 2백명의 용병은 마치 재밌는 놀이동산을 가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리스가 끌고 온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였다.
"티탄 부대장 그레아. 똑같이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코이오스 부대장 카프라. 한바탕 싸운다는 말에 왔습니다."
"크리오스 부대장 페송. 싸울 준비 완료!"
그 뒤로 수많은 부대의 부대장들이 보고를 올렸다. 그렇게 모인 용병들의 숫자가 수천을 넘어서 만에 육박했다. 그야말로 수도 아인크에 있는 정예 용병들이 모두 모집된 것이었다.
"어때? 듬직해 보이지 않나? 네 군대보다 더 나아 보이는데?"
헤츠는 코웃음을 치며 얘기했고 율리스는 기뻐하는 미소를 지었다.
"재밌군. 재밌겠어. 원래 전쟁이란 이렇게 비등한 조건에서 싸우는게 제맛이지.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실망? 웃기는 개소리를 하는군. 남의 땅에 와서 침략해놓고 실망? 다시는 내 땅에 발을 들일 생각도 못 하게 해주지!"
헤츠는 그 말을 하고 바스타드 소드에 어떤 때보다 오러를 듬뿍 머금고 울리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리스가 소리쳤다.
"돌격!!"
그 말에 만 명이 넘는 용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고 그에 맞혀서 마계의 몬스터들도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요리스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게 되었다.
똑같이 시점은 과거로 흘러간다.
메스와 아무드 국왕은 로그에게서 소식을 듣자마자 나이트 왕국으로 귀환하는 절차를 거쳤고 곧바로 클리스톰으로 돌아왔다. 로그가 전송을 해준 덕분에 안전하게 텔레포트해서 도착할 수 있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아무드와 메스는 할 말을 잃었다.
"꺄아아악!!"
"모두 피해!"
"도망가!! 뒤에서 쫓아온다!"
"살,살려줘!"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게덴과의 전쟁에서 복구하고 다시금 아름다운 모습을 찾은 것도 엊그제 같은데 클리스톰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수도에 있는 국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에 바빴고 기사들은 그런 국민들을 지키고 유도하느라 바빠 보였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전하. 우선 왕성으로 가보는게 좋을듯 합니다."
"예? 예. 그러도록 하죠."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메스는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왕성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왕성까지 가는 길에는 수많은 국민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은 그런 국민들을 안내하며 빠르게 한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메스는 그런 광경을 보며 한 가지의 사실을 눈치채었고 그 사실을 뒤따라오고 있는 아무드에게 얘기했다.
"전하.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어떤 겁니까?"
"국민들은 도망가고 기사들은 급하게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에 공통적인 점이 있는데 바로 왕성에서부터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왕성에서?"
"예. 지나가면서 지켜보니 대부분의 국민들은 왕성에서 멀어지려고 달려가고 기사들은 왕성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 왕성이 문제의 발생지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됐군요. 두 번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그럼 빠르게 가도록 하죠."
"예."
메스는 그때부터 속도를 더 높였고 아무드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인 덕분에 왕성까지의 거리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는데 그때 메스가 입을 열었다.
"피비린내..."
"예?"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수천의 단위로. 느낌이 좋지 않군요."
아무드는 메스의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메스가 하는 말은 대부분 들어맞았고 지금도 클리스톰이 공격받았다는 것에 열이 오른 상태였는데 피해자 또한 많다는 말을 듣고 표정 변화가 없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불안감을 느끼며 보다 더 빠르게 왕성으로 갔고 이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들은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광경을.
"젠장!!"
왕성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하얀 벽이 붉게 물들어질 정도로 피로 가득했다. 왕성의 주변에는 수천이 넘는 기사들이 쓰러져 있었고 온전한 시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기사가 여전히 왕성 앞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수천이 넘는 기사들이 누구를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느냐? 그에 대한 질문의 답은 바로 마계의 몬스터였다.
숫자로 밀고 있는 수만 마리의 구울부터 시작해서 1대1로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한 켈베로스와 가고일이 수천. 그것만으로도 기사들이 불리할 것이다. 하지만 마계의 몬스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건 데스나이트와 리치?!"
마계의 최상급 몬스터 데스나이트와 리치. 노련한 기사 5명이 붙어도 1명을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합쳐서 도합 천에 육박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일방적인 전력 차이에 기사들이 쭉쭉 밀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휘관은 어디 있는 거냐?!"
메스는 기사들이 밀리는 이유가 전력 차의 차이 때문인 것도 있지만 제일 큰 것은 지휘관의 부재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수천이 넘는 기사들이 연계와 진형을 제대로 짜지 못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메스는 아무드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 튀어나가며 소리쳤다.
"모두 내 뒤로 모여라!!"
메스의 목소리에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도 기사들은 일제히 메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움직이는 기사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마물들이 그들을 뒤쫓았다.
하지만 그때 메스가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밀면서 크게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하압!!"
콰콰콰콰!!
바스타드 소드에서 나온 검압이 기사들을 뒤쫓던 마물들을 향해 날아갔고 마물들은 검압에 버티지 못하고 찢겨 나갔다. 그중에 데스나이트나 리치같이 최상급 몬스터들 일부는 검압에 찢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메스는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타격을 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기사들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기사들이 모두 메스의 뒤로 왔고 메스는 그런 기사들을 향해 얘기했다.
"중갑병들은 앞으로! 마법사들은 맨 뒤에 위치한 채로 사진법(四陣法)을 갖춰라!"
메스의 말에 따라서 기사들이 빠르게 진형을 갖추었다. 그리고 기사들 사이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마법사들이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고 그의 옆에 그레이드 남작, 히드 백작, 휴나 남작, 피스텔 백작 등 귀족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지휘관은 어디 갔느냐?! 크리드와 실로스 후작은?!"
"전하! 그것이..."
아무드 국왕의 물음에 기사 중 1명이 대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인물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며 날아왔고 그 인물은 신음소리와 함께 빠르게 일어났다. 그리고 메스는 그 인물이 크리드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크리드!"
"메스님?"
크리드는 메스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사이에 크리드를 향해 다가오는 적이 있었다. 크리드는 아차하며 급하게 방어동작을 취했는데 그의 앞을 막는 이가 있었다.
깡!!
"메스님!"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꺼져라!"
메스는 크리드의 앞에서 바스타드 소드로 적의 공격을 막았고 그와 동시에 크게 검을 휘둘렀다. 적은 그의 공격에 뒤로 빠졌고 그로 인해서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크리드. 괜찮나?"
"예. 덕분에 괜찮습니다."
메스는 크리드가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리드의 온몸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가득했고 왼쪽 어깨에 긴 자상과 양쪽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에 오러가 실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가 나가 있었고 떨리고 있는 그의 팔은 힘이 얼마 남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많은 기사들이 존재하는 나이트에서도 손꼽히는 크리드가 이렇게 고전한다는 것은 상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 녀석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나?"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메스는 크리드가 상대하고 있던 적을 바라보았다. 흑발의 머리에 흑색의 눈. 육덕한 몸매에 엘프를 연상케 할 정도의 절세미녀. 그리고 그녀에게서 나오는 기분 나쁜 기운은 그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특징들이었다.
"너. 마족인가?"
"호오? 한 번에 맞추다니 놀랍네. 그 녀석과는 다르게 좀 강한 것 같고."
여성 마족은 메스가 한 번에 맞춘 것에 조금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네가 이렇게 만든 것이냐?"
"내게는 리리스라는 이름이 있다고. 그리고 그 질문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거야? 왕성을 불태운 것을? 아니면 이 수천 명을 죽인 것을? 아니면 너희 왕국을 공격한 것을?"
"모든 것이다!"
말장난을 하는 마족 때문에 메스는 소리를 질렀고 그런 메스를 리리스는 키득키득거리며 재밌어했다.
"그럼 그 질문에 답해줄게. 왕성을 불태운 것은 내가 맞아. 그리고 이 수천 명을 죽인 것은 내 부하들이 죽인 것이지. 그리고 너희 왕국을 공격한 것은 내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뭔 개소리지?"
"나도 명령을 받아서 너희 왕국을 공격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바로 왕성을 칠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아?"
"설마...크리드?"
"...예. 배신자가 있었습니다."
메스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크리드를 바라봤지만 불안한 예측은 항상 들어맞았다.
"...누구냐?"
"유스트 후작입니다."
"빠득!"
"유스트 후작이?"
크리드의 말에 메스는 이빨을 갈았고 아무드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유스트 후작은 나이트 왕국에서 힘있는 귀족으로 나이트 왕국 병력의 30%에 달하는 군대를 지니고 있었다.
아무드 국왕의 왼팔이 실로스 후작이라면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게 유스트 후작이였다. 그만큼 비중있는 인물이 유스트 후작이였는데 그런 배신자가 유스트 후작이라고 하니 아무드 국왕의 입장에서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하지만 메스는 어느 정도 느낌을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스트 후작에게서만 존재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는 느낌을 한두 번 받은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그게...정말이냐?"
"정말입니다."
아무드 국왕은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크리드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한 것은 크리드가 아니였다. 목소리가 수천이 넘는 마물들 쪽에서 들려왔고 아무드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유스트 후작이라고 하는 인물을.
"유스트 후작!"
"안녕하셨습니까? 전하."
유스트 후작은 귀족의 예법으로 아무드 국왕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네놈이 진정 배신을 한 것이냐?!"
"전하께서는 그렇게 이해도가 낮으셨습니까?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네놈이 감히!"
아무드 국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차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유스트 후작은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 좋군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야기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분노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한 가지 문제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마물들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지 않다!"
"아니요. 궁금할 겁니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물들의 절반은 리리스 양의 부하지만 절반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리리스 양."
"호호호. 맞아. 여기에 있는 마물들의 절반만 나의 부하지."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입니다. 그럼 마물의 절반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첫 번째, 마물들이 알아서 증폭했다. 두 번째, 다른 곳에서 조달해서 왔다. 세 번째."
유스트 후작은 거기서 말을 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이어서 얘기했다.
"부하들이 모두 마물이 됐다."
"뭐?!"
"설,설마?!"
"이 개자식! 그게 사실이냐?!!"
유스트 후작의 말에 수많은 기사들이 욕을 내뱉었고 그건 메스와 크리드도 똑같았다. 메스는 언제든지 유스트 후작을 찢을 것처럼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크리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무드 국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냐?"
"예?"
"네 부하들을 모두 마물로 만든게 사실이란 말이냐?!"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하지만 이것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따악!
유스트 후작이 손가락을 팅기자 천에 가까운 데스나이트와 리치 중 절반 이상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을 감싸고 있던 검은 연기들이 사라지며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말도 안 돼..."
"기,기사들을 전부?!"
"이 미친 놈!"
검은 연기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그들은 모두 나이트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그들이 모두 유스트 후작의 직속부대였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모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를 따르고 있던 부하들을 모두 몬스터화 시킨 것이냐?!!"
"모두는 아닙니다. 정예들만 데스나이트와 리치들로 변했죠. 그리고 나머지는 구울로 변화시키거나 구울조차 될 가치도 없는 녀석들은 먹이로 던져줬습니다."
"유스트 후작!!"
아무드 국왕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모양인지 유스트 후작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를 옆에서 귀족 기사들이 만류했다.
"후훗. 분노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제 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리리스 양? 그를 데려와주십쇼."
"알겠어."
리리스는 유스트 후작의 말에 같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아무드 국왕과 메스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감을 느끼면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리리스의 손짓에 맞혀서 마족으로 보이는 5명의 인물이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를 들고 왔는데 놀랍게도 십자가에는 한 명의 인물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을 본 아무드 국왕은 말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실로스...후작."
"뿌득!"
실로스 후작은 만신창이가 된 채 십자가에 묶여있었다. 항상 말끔히 다듬어져 있는 옷은 피떡으로 변해서 찢어져 있었고 늙어도 생기가 있어 보이던 얼굴은 죽은 것처럼 퍼렇게 질려있었다. 그는 의식이 없는 것처럼 십자가가 움직이는 대로 같이 몸을 움직였고 죽은 시체로 오해받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메스는 그런 실로스 후작의 모습에 바스타드 소드를 부서질 듯이 꽉 부여잡고 언제든지 휘두를 것 같았다.
"뭐하는 짓이지?"
"메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네. 그는 아주 좋은 재료이니 온전한 상태로 있게 하고 싶었네. 하지만 실로스 후작이 계속 대항하는 것을 어쩌겠나?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목적이 뭐냐?"
"목적?"
"그래! 이 짓거리를 하는 이유! 나이트를 배신하고 너를 믿고 있던 기사들을 몬스터로 변하게 하고 수많은 국민들을 학살한 이유 말이다! 또한 실로스 후작까지!"
"이유가 딱히 있겠나? 원래부터 이럴 예정이였다. 그것뿐."
"...뭐라고?"
"자네도 알고 있겠지. 라자드님을. 그 얘기면 되지 않겠나?"
"...그렇군."
메스는 그 한 단어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게 뭐지? 실로스 후작을 그렇게 죽이지 않고 놔두는 이유가 있을 텐데?"
"아. 그 이유 말인가? 간단하네.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지."
"한 가지 이유?"
"그냥 너희들이 분노하는게 재밌어서."
"뭐?"
메스는 유스트 후작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곳에 있는 나이트 기사들 모두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유스트 후작은 리리스에게 얘기했다.
"리리스 양. 부탁하네."
"알겠어."
리리스는 유스트 후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마족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마족 중 한 명이 실로스 후작을 향해 검은 연기를 뿜어내었고 동시에 의식을 잃고 있던 실로스 후작이 고개를 들며 앞을 바라보았다.
"전하..."
"실로스 후작! 괜찮은가?!"
"죄송합니다...이렇게...잡혀서...전하께...민폐를...끼쳐서."
"그만 얘기해라! 상태가 위중해지기 전에..."
푹!!
아무드 국왕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스 후작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을.
"죄송...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실로스 후작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숨을 멈췄다. 그리고 실로스 후작의 가슴을 향해 검을 던진 유스트 후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예전부터 이러고 싶었지. 쓸모없이 감만 좋은 늙은이 같으니라고."
"유스트 후작!! 죽인다!!"
분노에 휩싸인 아무드 국왕은 그대로 유스트 후작을 향해 달려갔고 그 뒤를 메스가 뒤따라갔다. 메스는 지금 돌격하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전 군 돌격해라!!"
"우와아아아!!"
메스의 외침과 동시에 수천의 기사들이 돌격했고 그 광경을 보는 유스트 후작과 리리스는 기분 좋게 그들을 맞이하면서 그렇게 나이트 왕국에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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