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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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3)
나르샤는 자신이 환상을 보는 것처럼 손으로 두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두 명의 모습을 보고 나르샤는 손가락을 떨며 그들을 가리켰다.
"너,너희들...진짜야?"
"클레아. 우리가 가짜인 적이 있었나?"
"글쎄요? 나르샤 언니의 동생인 클레아는 저뿐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나르샤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 그대로 타르시스를 바라보았다. 타르시스는 그런 나르샤의 시선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하하...그게. 중간에 왔는데 네가 눈치채지 못하더구나. 그런데 둘이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해서 나도 모르게 분위기를 타서...미안하다."
"....."
타르시스의 말에 나르샤는 한순간 돌처럼 굳은 후에 뻣뻣한 움직임으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들었어?"
"응?"
"어디서부터 들었냐고?!"
나르샤는 새빨개진 얼굴로 듀로크에게 물어봤고 듀로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 올리며 얘기했다.
"글쎄? 자신에게 망설였다는 이야기? 아니면 우리에게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 혹은 나를 독점해도 되냐고 물어보겠다는 이야기? 어떤 것을 들었다는 거야?"
"다 들었다는 거잖아!!!"
나르샤의 함성에 듀로크는 귀가 아프다는 듯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는 클레아의 어깨를 치며 얘기했다.
"자. 클레아. 대답해줘야지?"
"예."
클레아가 나르샤를 향해 냉큼 앞으로 다가왔고 그런 클레아를 나르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상태로 바라보았다.
"나르샤 언니."
"으,응."
"제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모르겠어."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듣고 싶어서요."
"...당연히 허락해주기를 바라지."
"그럼 허락해드릴게요."
"...뭐?"
나르샤는 너무나 가볍게 대답하는 클레아의 말에 깜짝 놀라워하면서 바라보았다.
"전 나르샤 언니를 친언니처럼 생각하는데 나르샤 언니는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렇죠? 그런데 제가 친언니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심이야?"
"예. 진심이에요. 뭐. 제가 허락해도 듀로크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응? 이제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
듀로크가 농담 식으로 얘기했고 클레아는 듀로크의 농담에 웃음을 지어냈지만 나르샤는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듀로크가 얘기했다.
"있잖아. 역지사지로 생각해봐. 네가 오크인데 엘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해. 그러면 거절할 거야?"
"상대에 따라서 다르겠지."
"...네가 엘프여서 그런가? 여하튼! 자신을 좋아한다는 엘프를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거지."
"그렇다는...말은?"
"뭐...네가 좋다면 나는 환영이야. 단! 난 오크인 것을 명심하고 각오해야 할 거야. 다른 종족과 사귀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알고는 있겠지?"
"물론. 각오는 했어."
"다른 이들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고."
"알고 있어."
"오크와 엘프가 합치면 무슨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것도?"
"알고 있어."
"내가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 것도?"
"응."
"그리고..."
"알고 있다고!!"
나르샤는 사사건건 트집 잡는 듀로크에게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고 듀로크는 자신이 물고 늘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응...알고 있다면 됐어."
"그러면...이제 나와 연인이 되는 거야?"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정말 후회 없어?"
듀로크는 진심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고 나르샤는 그 질문에 한치의 주저도 없이 즉답했다.
"없어."
"...알겠어.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나 좋다는 사람 말리지는 아니니까. 아니, 말릴 처치가 되지 않으니까."
"잘 됐어요! 나르샤 언니!"
클레아가 나르샤를 향해 달려들어서 나르샤의 품에 안겨들었다. 나르샤도 그런 클레아의 행동에 그제서야 현실 파악을 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말 기쁘네."
"예.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해요. 듀로크 오빠를 두고."
"하하. 나도 질 생각은 없으니까 각오하라고."
클레아와 나르샤가 그렇게 기뻐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듀로크의 어깨를 부여잡는 이가 있었다.
"크흠. 듀로크 군?"
"응?"
듀로크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게 타르시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르시스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는 사위라고 불러야 하나?"
"...그런가?"
"크흠. 그럼 나는 장인어른으로 불러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타르시스 장인어른."
듀로크가 갑자기 존댓말을 사용하며 타르시스를 높여주었고 타르시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좋네. 자자. 이제 사위와 장인어른끼리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겠나? 자네의 연인들끼리 얘기를 하도록 하고."
"예?"
"자자. 얼른 가세나."
듀로크는 거의 강제적으로 타르시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타르시스는 마지막에 나르샤에게 윙크를 하였고 나르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듀로크와 타르시스가 멀리 간 것을 확인한 나르샤는 갑자기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나르샤 언니?"
"하아...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나르샤는 자신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며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전쟁에서도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는데...참 아이러니하네. 그냥 대화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다니. 클레아. 너는 어떻게 이런 긴장을 이겨낸 거야?"
"별거 아니에요.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거든요. 저는 오히려 전쟁에서 활약하시는 클레아 언니가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데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클레아. 별일 없었던 거 맞지?"
"예. 듀로크 오빠가 구해주셔서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인질이 된 덕분에 좋은 점도 생겼으니 언니는 자신을 책망하지 않아도 돼요."
"...알겠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좋은 점이라는게 무슨 소리야?"
"덕분에 이렇게 듀로크 오빠와 인연이 될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부끄럽지만 일도 치뤘고."
"일을 치른다니?"
"그거...있잖아요. 남녀가 치르는..."
"응?"
나르샤는 진정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클레아는 주위를 한번 훑어본 다음에 나르샤에게 다가가서 귀에 속삭였다. 나르샤는 클레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클레아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놀라움과 함께 붉게 얼굴이 물들여져서 결국 클레아의 말이 끝났을 때는 딸기보다 더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정,정말...그,그런 일이 있었어?"
"예. 보아하니 나르샤 언니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나 보네요."
"눈,눈앞에 있는 일만 생각했지,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클,클레아. 너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행복하죠. 좋아하는 연인과 더 깊은 관계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나르샤 언니도 이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거잖아요? 그 이후까지 생각하셔야죠."
"나,나는 못할 것 같아."
"제가 도와드릴게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도록 하죠. 알겠죠?"
"...너의 열 배 이상을 살았는데 한심하네. 그렇지?"
"연애에 있어서는 제가 선생일 수도 있지만 전투에서는 안 그렇잖아요. 어떤 인물이든 잘하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는 거예요. 못하는 것은 노력해서 고치면 되는 일이죠."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러니 잘 부탁할게."
"예.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아, 그리고 듀로크 오빠와 연인이 되었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제가 오빠를 독점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 명심할게."
그렇게 클레아와 나르샤는 듀로크를 중점으로 보다 더욱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었다.
듀로크와 클레아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맥은 매우 기뻐하며 클레아를 맞이했다. 마치 지금까지의 속풀이를 하는 것처럼 클레아를 향해 걱정했다며 입을 쉼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맥을 향해 클레아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일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듀로크가 있었던 일을 얘기하였고 그 얘기를 들은 이들은 두 가지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반응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놀라워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었다.
대체로 듀로크와 그렇게 인연이 깊지 않은 타르시스와 엘리드가 전자의 반응이었고 나르샤와 쉐이드가 후자의 반응으로 빠르게 수긍했다. 그리고 듀로크로 인해서 다크엘프들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타르시스가 엘프들에게 전하면서 엘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전쟁이 끝났다는 기쁨과 함께 엘프들은 듀로크와 그의 동료들을 마치 영웅처럼 환대하기 시작했고 그런 환대 속에서 전쟁이 끝난 축포를 날렸다. 그렇게 하루를 쉰 듀로크와 그의 동료들은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 준비됐나?"
"암살자들은 모두 준비됐다."
"그...이츠와 위스퍼라는 엘프도?"
"그래. 따라간다고 하더군."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위스퍼는 이츠를 따라간다고 했고 결국 라이언 왕국으로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 이츠를 향해 암살자들이 휘파람을 불며 놀렸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이츠였다. 아니, 오히려 위스퍼와의 관계가 더욱 깊어진 모양인지 둘 사이에는 행복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도 슬슬 짝을 찾아야 하는 거 아냐?"
"훗. 네가 찾았다고 그러는 건가?"
"뭐...그런건 아니고? 그냥 얘기해보는 거야."
"글쎄. 아직 느낌이 오는 짝을 찾지 못했다. 언젠가 인연이 있으면 만날 수 있겠지."
"의외네. 난 찾지 않는다고 할 줄은 알았는데."
"전에는 그랬을 수도. 하지만 나도 변한 것 같군."
"그래?"
듀로크는 쉐이드도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말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쉐이드만이 아니였다. 쉐이드뿐만 아니라 암살자들도 모두 변했다. 감정이 없고 살인에만 목적을 두며 살기를 풀풀 풍기는 것이 그들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인간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인간미가 느껴졌고 실력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물론, 전과 다르게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러고 보니 이번에 암살자들도 꽤 죽었지?"
"그래."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훗.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지금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목적의식?"
"과거에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살인을 했지.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왕국. 집. 가족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 전과 다르게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 이것은 암살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지금보다 더한 싸움을 하게 될 거야. 그러면 지금 살아남은 이들 중에서도 죽는 이들이 많이 발생하겠지."
"걱정하지 마라. 내 부하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듀로크는 쉐이드가 부하들을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겠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게. 우리도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이동할 거니까 다시 한번 확인해줘."
"알겠다."
쉐이드는 그 말을 하고 사라졌다. 듀로크는 다른 동료들의 준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걸어갔고 이내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르샤와 클레아, 맥은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듀로크가 오는 것을 눈치챈 클레아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듀로크 오빠!"
"모두 준비는 끝난 거야?"
"예. 끝났어요."
"나르샤 너도?"
"응. 끝났어."
"맥도?"
"물론이죠.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할 준비를 하지. 모두 인사는 끝난 거지?"
"다 했어."
"나르샤. 정말 여기 있지 않아도 돼?"
나르샤는 다시 라이언 왕국으로 오기로 하였다. 듀로크는 그래도 되냐고 되물었지만 나르샤는 물론이고 타르시스까지 허락하면서 듀로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괜찮다니까. 벌써 얘기는 끝났어. 그렇게 걱정되면 아빠랑 마지막으로 얘기하던가."
"...알겠어. 작별 인사를 할 겸 얘기하고 올 테니까 너희는 마법진에 가 있어."
"그래. 클레아, 맥. 우린 먼저 가도록 하자."
"예. 언니."
"알겠어요."
"듀로크 오빠도 빨리 오도록 해요~"
나르샤, 클레아, 맥은 그렇게 마법진이 설치된 곳을 향해 갔고 듀로크는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 타르시스를 찾아갔다. 타르시스는 마법진에서 별반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 덕분에 듀로크는 오래 걸리지 않아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타르..아니, 장인어른."
"오, 듀로크 아닌가? 그래. 무슨 일인가?"
타르시스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듀로크를 반겨주었고 그와 반대로 듀로크는 똥 씹은 것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나르샤가 듀로크의 연인이 되면서 타르시스는 듀로크에게 장인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듀로크라도 장인어른에게까지 존댓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존댓말을 했다면 모를까 갑자기 존댓말을 쓰려고 하니까 어색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듀로크의 반응을 타르시스는 즐기고 있었다.
"왕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말인가?"
"크흠...이번 전쟁은 어떻게 잘 마무리되었지만 경계를 늦추지 마십쇼. 이것으로 끝이 아닐 겁니다."
"라자드라는 녀석 때문인가?"
"예. 카리아스란 하프 뱀파이어까지 모습을 드러낸 이상 얼마 되지 않아서 그는 움직일 겁니다. 그러니 충분한 대비를 미리 하는게 좋을 겁니다."
"알겠네."
"참. 그러고 보니 그 배신자 엘프는 잘 처리했습니까?"
"배신자 엘프? 바르스를 말하는 건가?"
"그런 이름이였습니까?"
"그렇다네. 현재 그는 고문실에 있다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고문을 받고 있지."
"어떤 고문입니까?"
"고문은 별반 다르지 않네. 하지만 어떤 상처를 입어도 완치할 수 있도록 마법진을 설치해놨네. 그래서 성인 엘프 중에 바르스에게 원한이 있는 자는 죽이지 않는 조건 하에서 누구나 고문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네."
"늙어서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겠군요. 엘프들도 생각보다 잔인한 면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허허. 부정하지는 않겠네. 그런데 그에게 갑자기 관심이 생기는 것인가?"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를 구하러 오는 라자드의 수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뭐...제가 라자드였다면 쓸모없는 그를 구하러 오지는 않을 테지만요."
"훗. 자네의 말을 명심하도록 하지."
"공적인 얘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사적인 얘기로는...나르샤를 정말 라이언 왕국으로 보내도 되는 겁니까?"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좀 전에 얘기했다시피 라자드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나르샤가 밀런 왕국에 있는 것이 좋을 텐데요?"
"그걸 생각해보지 않은 것 아니네. 그리고 나르샤도 똑같은 말을 나한테 했지."
"그럼."
"하지만 나는 나르샤의 행복이 우선이네."
타르시스가 듀로크의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나르샤는 그렇게 내게 얘기했지만 실상은 듀로크, 자네를 따라가고 싶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네. 더구나 나르샤가 없어도 밀런 왕국은 지킬 수 있네. 아니, 지킬 것이네. 그러니 걱정 말고 나르샤를 데려가게나."
"...그렇습니까?"
듀로크는 타르시스의 각오가 서린 눈을 보고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무슨 말을 하든 그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그래서 듀로크는 더 이상 그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야.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 그리고...나르샤를 잘 부탁하네."
"예. 장인어른도 조심하십쇼. 그리고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메세지 마법을 걸어서 얘기해주십쇼. 곧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겠네. 자. 나르샤가 기다릴 것이네. 빨리 가보게나."
"알겠습니다."
할 말을 다 한 듀로크는 한번 고개를 숙인 다음에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듀로크는 그때 알고 있었을까? 그와의 만남이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라이언 왕국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마법진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밀런 왕국으로 간 원정대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마법진을 만들고 소식을 전한 로그, 그리고 국왕 벨치스와 왕자 매트, 왕국을 지키는 수호자 카르티네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일루드 왕국의 원정을 갔던 원정대들도 자리에 있었다.
나미래, 벨리온, 그란.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및 와이번 라이더들까지. 모두 마법진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오실 겁니다."
"빨리 오라고 해. 우린 1주일이나 먼저 왔다고."
"뭘 하길래 이렇게 늦는 거야?"
로그의 말에 나미래와 벨리온이 벌써부터 불평불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이 끝나기도 전에 마법진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빛이 사라지면서 곧바로 수백 명의 인물이 마법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두 잘 지냈어?"
"이 자식. 왜 이렇게 늦었어?"
"취익~ 듀로크. 오랜만이다."
마법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듀로크를 비롯한 밀런 왕국으로 간 원정대들이었다. 듀로크는 도착하자마자 확인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일루드 왕국으로 원정을 간 이들의 피해를 보는 것이었다.
"역시...피해가 없지는 않았나 보네. 몇 명이 죽었어?"
"5명의 오크와 2마리의 와이번이 죽었다. 미안하다."
벨리온이 듀로크를 향해 사과를 했고 듀로크는 그런 벨리온을 향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얘기했다.
"괜찮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결과이니까. 우리 쪽도 암살자들의 피해가 나왔어. 그러니까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
"...알겠다."
"그래도 이렇게 온 것을 보면 어떻게 잘 됐나 보네. 로그, 그리고 카르티네도 우리가 없을 때 그란 왕국과 라이언 왕국에 별일 없었어?"
"예. 조그마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잘 처리했습니다."
"나도 똑같이 처리했다."
"그래?"
그란 왕국과 라이언 왕국에도 라자드가 심어둔 심복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들은 인적이 드문 새벽에 전이 문을 여는 검은 돌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각 왕국에서 로그와 카르티네에게 곧바로 들켰다. 왜냐하면 로그와 카르티네는 엄청난 마나를 동원하여 패밀리어들로 모든 지역을 관찰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곧바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인간이 아닌 로그와 고룡의 카르티네급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무식한 방법이었고 그 덕분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두 왕국의 위기도 구했고 우리 왕국들도 로그와 카르티네가 잘 막았으니까 모든 게 잘 된 건가?"
"취익~ 모두 잘 되었다."
"한 단락 해결한 거라고 볼 수 있겠지."
"그럼 모두들 수고했다는 기념하에 잔치를 벌이는 것은 어떻겠는가?"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전하."
"그럴까? 클레아와 나르샤는 어떻게 생각해?"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좋지! 서로 간에 나눌 얘기도 많은 것 같고."
듀로크는 잔치라는 말에 벌써부터 흥분하는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좋아. 그러면 하루 정도는 잔치를 벌이자고."
"취이이익!!"
"잔치! 잔치!"
오크들이 함성을 질렀고 다른 이들도 모두 반기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띄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입을 열어 얘기했다.
"주인님.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
입을 연 인물은 바로 로그였다.
"응? 무슨 얘기인데?"
"전에 보고할 얘기가 있다고 했던 거 기억하십니까?"
"음...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런데?"
"예. 지금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듀로크는 잔치라는 말에 신나서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 로그에게 얘기했다.
"뭐. 상관없겠지. 그래. 무슨 보고인데?"
"예. 그럼 얘기하겠습니다."
듀로크는 로그가 말하는 내용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그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인해서 잔치로 올라간 열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렸다.
"5개의 왕국이 공격당했다고 합니다."
"...뭐?"
"그게..무슨 소리야?"
로그의 말에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로그에게 집중되었고 로그는 이어서 입을 열어 얘기했다.
"주인님이 원정을 떠나시고 바로 각 왕국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일루드와 밀런을 제외하고 나이트, 세레티, 요리스, 게덴, 카무란 왕국은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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