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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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2)
잠을 청하고 있던 듀로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눈을 뜬 듀로크는 인기척을 통해서 클레아라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고 동시에 지금이 새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새벽에 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새벽에 찾아오는 것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일 때문이라고 듀로크는 추측했다. 그래서 듀로크는 방 안에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클레아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똑똑.
"클레아냐?"
"예."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그게...얘기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래."
듀로크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직접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듀로크가 테이블 위에 있는 물잔에 물을 채우는 사이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무슨 일로..."
듀로크는 물잔을 클레아에게 넘겨주며 얘기했다. 아니, 넘겨주려고 했다. 눈앞에 있는 클레아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땡그랑!
"클,클레아...너...차림이?"
듀로크는 눈앞에 보이는 클레아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물잔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클레아는 거의 속옷 차림과 다를 바 없는 얇은 천으로 되어있는 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속옷보다 더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어때요?"
"...뭐?"
"듀로크 오빠를 위해서 준비한 자신작인데. 어때요?"
클레아의 물음에 듀로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됐다. 잘 어울린다고 하면 자신을 변태로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준비했다고 말했으니까 맞는 대답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뭐하는 거냐고 성질을 부리는 것은 어떨까 고민했지만 클레아의 행동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되는 것이지?'
듀로크는 수만 명을 상대로 싸울지 말지 고민할 때보다 더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고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듀로크는 고민을 끝내고 대답하기로 했다.
"그...어울...리네."
"그런가요?!"
듀로크는 얼굴을 붉힌 채 쑥스러워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그런 순진한 모습에 클레아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듀로크의 옆에 와서 앉았다. 듀로크는 클레아가 자신의 옆에 앉은 것을 보고 애써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얘기했다.
"그,그러고 보니 무슨 일로 온 거야? 중,중요한 얘기야?"
"예. 중요한 이야기에요."
"뭔,뭔데?"
"오늘부로 저희는 연인이 되었잖아요?"
"그,그렇지."
"그럼 저희도 연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행,행동?"
"예. 이를테면."
"이,이를테면?"
"이런 거요."
클레아는 듀로크를 있는 힘껏 밀쳤고 예상외의 힘에 듀로크는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클레아는 그런 듀로크의 위에 올라탔고 그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듀로크는 그런 클레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잠,잠깐. 장,장난이 지나친 거 아냐?"
"이게 장난으로 보여요?"
"....."
듀로크는 클레아의 눈에서 나오는 열기를 통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올라타면서 맞닿은 그녀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서 그녀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클레아가 용기 있게 얘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모르는 척하는 것은 남자로서, 연인으로서 아니라고 듀로크는 생각했다.
"...하아...클레아."
"예?"
"너무 남자를 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일어섰고 그 반작용으로 클레아가 뒤로 쓰러졌다.
"꺄아아악!"
이제는 오히려 듀로크가 위에 있었고 클레아가 밑에 자리를 잡았다. 듀로크는 자신의 밑에 있는 클레아를 보며 얘기했다.
"나도 남자야. 본능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더구나 그렇게 얇게 입고 오면 나를 잡아먹어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
"...그걸 원하는걸요?"
듀로크의 대답에 클레아는 얼굴을 붉힌 채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가리며 차마 쳐다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듀로크는 이성의 끈이 끊어질 뻔했지만 겨우겨우 끈을 다시 잡는데 성공했다.
'힘내라. 이성의 끈아.'
듀로크는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클레아. 나도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먹지 못 하는 녀석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되묻는 것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야."
"예."
"알다시피 나는 오크고 너는 인간이야. 너와 나 사이에 아이가 만약 태어난다면 하프 오크가 태어나겠지. 그걸 키울 자신이 있어?"
"예. 있어요."
아무런 주저도 없는 확고한 대답이었다. 미리 모든 생각을 하고 온 대답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듀로크는 입을 열어 얘기했다.
"알겠어. 네 뜻이 그렇다면. 나도 너와 이런 일을 상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정말요?"
"그럼. 남자가 얼마나 늑대인지 너는 모를걸?"
듀로크는 손으로 클레아의 얼굴을 만지며 마지막으로 생각한 질문을 했다.
"이건 네게 선택을 맡길게. 오크로 하는게 좋아? 인간으로 하는게 좋아?"
"저는..."
클레아는 대답했고 그 순간 듀로크는 이성의 끈을 놓았다. 그리고 둘은 아주 뜨겁고 격렬한 밤을 보냈다.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감정들을 폭발시키듯이.
듀로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생각한 것은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인가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기억을 되감아 보았고 이내 듀로크는 빠르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새근새근.
옆에는 아주 고른 호흡을 내뱉으면서 잠을 자고 있는 클레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옷과 자신의 옷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꿈이...아니였군."
듀로크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클레아는 그런 손길을 느낀 모양인지 눈을 뜨며 부스스 일어났다.
"오빠...잘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니?"
"예. 그런데 어제 너무 격렬해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네요."
"그래? 나도 그런데. 킥킥."
듀로크는 클레아도 똑같이 피곤하다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원래 한 다음 날은 이렇게 아랫배가 아픈가요?"
"글쎄...나도 처음이였으니까 잘 모르겠네.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 걸까요?"
"아직도 아파? 치료 마법을 사용해줄까?"
"아니요. 듀로크 오빠와의 흔적이잖아요. 그냥 놔둬 주세요."
"네가 그렇다면야..."
듀로크는 클레아의 말대로 치료 마법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클레아가 자신을 뻔히 바라보는 것을 보고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 제가 오빠와 하룻밤을 자다니."
"나도 그래.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못하는 거 아닐까 걱정했었어."
"그래요? 경험자인줄 착각할 정도로 잘하시던데요?"
클레아는 한쪽 눈을 윙크하면서 농담을 했고 그런 클레아의 농담에 듀로크는 웃음을 지어내었다.
"킥킥.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데요?"
"왜...오크로 해달라고 했어?"
"왜긴요. 듀로크 오빠는 오크잖아요. 저는 인간인 듀로크 오빠를 좋아한게 아니고 오크인 듀로크 오빠를 좋아했던 거니까요."
"...그래."
듀로크는 그런 클레아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종족 차이를 벗어나서 바라봐주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듀로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연애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고 깊은 관계는 꿈에도 꾸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크인 듀로크 자신도 여성 오크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오크와의 자식까지 낳을 것을 생각하면 더욱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종족 차이를 뚫고 오크인 자신을 좋아하는 클레아에게 고마움과 함께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위대하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훗.'
듀로크는 속으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입기 시작했고 클레아는 그런 듀로크를 보며 얘기했다.
"어디 가시게요?"
"윌나스 마을로 돌아가야지. 너를 잡아간 다크엘프들을 상대하러 나 혼자 갔으니까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렇네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분명히 저도 걱정하고 있을 텐데...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네요."
클레아는 그 말을 하며 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났는데 그러자 알몸이 훤히 보여서 듀로크의 눈에 박혀 들어왔다. 듀로크는 어제 봤는데도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클레아에게 넘겨주었다.
"여,여기 있다."
"헤헤. 고마워요."
그런 듀로크의 모습이 귀여운 모양인지 클레아는 웃음을 지으며 옷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클레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챈 듀로크는 헛기침을 한 후에 얘기했다.
"크흠. 하여튼 나는 로그에게 얘기하고 올 테니 옷을 갈아입고 오거라."
"예."
듀로크는 클레아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로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둠의 중심에 로그가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로그...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던 거냐?"
"어제 새벽부터 있었습니다."
"그렇다면...나와 클레아의 일도 들었나?"
"클레아님께서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해서 관심 깊게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
듀로크는 그런 로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로그의 다음 질문에 움찔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주인님 괜찮으신 겁니까?"
"응? 뭐가?"
"자세히 듣지는 않았지만 신음소리가 많이 들리더군요. 주인님도 많이 흥분하신 것 같았고."
"그건...나중에 얘기해줄게."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네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 성 지식을 가르쳐줘야겠어."
"어떤 가르침이든 주인님에게서 배우면 영광입니다."
"인간 상식이 없는 네게는 적절한 시기겠지. 아. 그리고 나와 클레아는 잠시 윌나스 마을로 돌아가도록 할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갔다 오시면 보고할 내용이 있습니다."
"보고할 내용? 심각한 건가?"
"제가 판단하기에는 힘든 것 같습니다."
듀로크는 그냥 지금 듣겠다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클레아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알겠어. 그럼 내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해줘. 너도 왕국으로 돌아가고."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듀로크는 클레아를 데리고 윌나스 마을로 돌아갔고 로그도 다시 라이언 왕국으로 돌아갔다.
윌나스 마을의 지휘소에서는 2명의 엘프와 1명의 인간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엘리드. 여전히 소식이 없나?"
"예. 듀로크님의 말대로 갈레지아 산 근처에는 접근도 하지 않아서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 지나고 갔을 때는 이미 산은 사라져 있었고 남은 이들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모든 것이 녹아있었다고 했나?"
"예. 하루가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은 열기 때문에 다가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식물은 물론이고 땅까지 녹아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누가 이겼든 간에 결과 때문에 행동으로 나타날 텐데."
타르시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모르는 답답함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이 아녔다.
"듀로크님은 과연 클레아 누나를 찾았을까요? 제가 부주의한 결과로 이렇게 됐으니..."
맥은 자신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며 갈레지아 산 근처를 샅샅이 뒤지며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하지만 그래도 듀로크와 클레아의 흔적을 찾지 못해서 계속 시무룩한 상태였다.
"그것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네."
"예...쉐이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웅!
그렇게 시무룩해 있을 때 마검 오블리에게서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맥은 오블리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예?"
"뭐라고 하는 건가?"
"걱정해도 변하는 것은 없을 거라고 하네요."
"하하. 틀리지 않는 말이군. 자네도 쉬고 있게나.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고. 듀로크가 간 이후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였으니 자네라도 피곤이 쌓여있을 거네."
"...알겠어요. 소식이 들려오면 곧바로 얘기해주세요."
맥은 그 말을 하며 자리를 비웠고 타르시스도 엘리드에게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얘기한 후에 밖으로 나왔다. 타르시스가 밖으로 나온 이유는 바로 그의 딸인 나르샤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타르시스는 윌나스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그 언덕은 듀로크와 얘기를 나눴던 곳으로 지금은 나르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듀로크가 떠난 이후로 나르샤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르샤가 그 언덕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는 누구보다 더 빠르게 듀로크가 온 것을 눈치채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나르샤의 행동을 통해서 타르시스는 그녀가 듀로크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대륙에서 제일 강할 수도 있지만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군.'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걱정하는 것이 지성체의 본능이었다. 타르시스는 언덕 위에서 여전히 마법을 사용한 채로 지평선 너머를 관찰하고 있는 나르샤를 볼 수 있었다.
"나르샤. 좀 쉬었느냐?"
"걱정 마. 전혀 피곤하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네가 먼저 쓰러질지 걱정이구나."
"아빠가 걱정할 정도로 나는 약한 엘프가 아냐. 아니, 나보다 강한 엘프는 없지."
"하하. 그 말이 맞구나."
타르시스는 나르샤의 옆에 앉아서 나르샤를 쳐다보았다. 나르샤는 타르시스가 왔는데도 신경 한번 돌리지 않고 여전히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르시스는 그렇게 집중하는 나르샤를 향해 얘기했다.
"그렇게 듀로크가 좋냐?"
"응."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보다는 그 클레아라는 인간 여성을 소중히 하는 것 같구나."
"...알아."
"나도 별로 듀로크를 만나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보인 분노는 차원이 달랐다. 진심으로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였지. 그것을 통해서 클레아라는 여성을 얼마나 소중하게..."
"알고 있어!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나르샤가 성질을 내면서 그제야 타르시스를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것이 나야! 그리고 듀로크의 첫 아내가 되는 것은 클레아가 맞다고 생각해! 나와 차원이 다른 시간 동안 듀로크를 맹목적으로 좋아했으니까! 한 시도 듀로크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 그런 클레아를 바라본 것이 나야! 그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런데도 그를 좋아한다는 거냐?"
"그래! 나도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런 감정을 가진 내가 익숙하지 않고! 하지만 어떻겠어?! 좋아하는 것을?! 나는 포기할 생각 없어!"
"포기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단다. 그저 나는 네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여서 물어보는 거란다."
"....."
지금까지 소리치며 얘기했던 나르샤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통해서 타르시스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넌 지금 망설이고 있는 거 아니냐? 클레아라는 인간 여성에게 허락을 받고 듀로크에게 얘기할건지. 그리고 얘기했을 때 거부당한다면 어쩔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
"예상이 틀렸니?"
"...아니. 맞아. 그런 이유로 망설이는 것도 있어.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너무 실망했거든."
"실망?"
나르샤는 지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얘기를 이어서 했다.
"있잖아. 아빠...클레아가 사로잡혔다는 말에 나는 당연히 걱정을 했어. 왜냐하면 나와 함께 지낸 친한 여동생이니까. 그런데 말이야...한쪽 마음 구석에는 기쁨이 느껴지더라고. 왠지 알아?"
"듀로크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냐?"
"맞아. 나의 친동생처럼 대한 클레아가 잡혔다는 그런 기쁨이 들다니...내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어.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
자신의 두 손을 보며 나르샤는 혐오하는 것을 보는 것마냥 인상을 찡그리며 얘기했다.
"그에 대해 속죄를 하고 싶어서 이곳에 계속 있는 거니?"
"그런 이유일 수도 있지. 아니면 잡생각을 없애고 그런 것일 수도. 여하튼 무슨 이유가 됐든 간에 나는 클레아와 듀로크에게 사과를 해야 해. 누구보다 더 빨리 만나서."
"뭐라고 사과할 건가?"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그리고 용서해주면 나는 그때야말로 클레아에게 물을 거야."
"뭐라고 물을 거지?"
"내게도 기회를 줄 수 있겠냐고. 염치없지만 듀로크를 같이 독점하면 안 되겠냐고? 소유하면 안 되겠냐고?"
"그렇다는데? 클레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나르샤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지금까지 얘기를 나눴던 타르시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더구나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나르샤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돌아봤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그대로 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듀로크와 클레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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