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72화 (272/360)

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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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듀로크에게도 연인이 생기다(1)

듀로크는 텔레포트를 통해서 곧바로 라이언 왕국의 왕성으로 왔지만 로그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듀로크는 로그에게 곧바로 메세지 마법을 걸었고 그와 동시에 로그가 그에 응답했다.

[예. 주인님.]

"지금 어디 있어?!"

[현재 베아트리스님의 레어에 있습니다.]

"레어? 거긴 왜?"

[지금 이보다 안전한 곳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레어에는 갖가지의 마법 물품이 있다 보니 클레아님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로그의 말을 들은 듀로크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로그에게 얘기했다.

"알겠다. 지금 바로 갈 테니 클레아를 준비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텔레포트 해서 레어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동하자마자 로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클레아는?!"

"마법창고에 모셔두었습니다."

듀로크는 튀어나가는 것처럼 마법 창고를 향해 달려갔고 문을 급하게 열었다. 마법 창고에는 마법 아이템과 마법서가 줄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클레아가 누워있었다.

"클레아!"

듀로크는 어떤 때보다 빠르게 클레아를 향해 달려가서 스캔 마법으로 그녀의 몸에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스캔 마법을 사용한 후에 듀로크는 한숨을 쉬었다.

"휴...다행이야..."

클레아의 머릿속에는 고독이 있었지만 시전자인 소리아가 죽어서 현재 가사 상태에 빠져있었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펼치지 않는 이상 고독이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라면 벨치스 국왕을 치료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면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클레아의 상태를 확인한 듀로크는 안심을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누워있는 클레아의 바닥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마법진이 클레아의 상태를 체크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법진을 설치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로그. 이 마법진은 네가 설치한 것이냐?"

"예. 클레아님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오히려 네가 능동적으로 움직인 것에 놀라움을 느낄 뿐이다."

"능동적...잘못된 겁니까?"

로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얘기했고 그런 모습에 듀로크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처치였다. 지금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클레아를 치료할 테니 만약을 대비한 경계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로그는 그 말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그런 로그를 듀로크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점점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좋은 영향이지."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마치 로봇과 같은 모습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무뚝뚝한 인간으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자. 그럼 치료를 시작해볼까?"

클레아의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서 그런지 다시금 침착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클레아는 고독으로 인해서 의식이 없을 뿐이지 평소랑 다를 바 없는 안색을 가지고 있었고 숨도 고르게 쉬고 있었다.

듀로크는 누워있는 클레아의 머리 쪽으로 몸을 옮긴 후에 양손을 클레아의 머리 위에 얹어두었다.

"후...벨치스 국왕 때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이 되는군."

벨치스 국왕은 남이었지만 클레아는 듀로크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소중한 존재를 실수 한 번으로 죽을 수 있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압박감 때문에 듀코르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호흡을 한번 가다듬는 것으로 긴장을 없앴다.

"좋아."

듀로크는 양손을 클레아의 머리에 대고 마나를 클레아의 머릿속으로 조심스레 넣기 시작했다. 스캔 마법을 통해서 벌레의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벌레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마나를 운용했다. 자칫 벌레가 눈치채면 뇌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기에 듀로크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세세하게 움직였다.

'조금씩...아주 조금씩.'

그렇게 30분 동안 초집중을 한 끝에 벌레를 중심으로 마나를 둘러쌀 수 있었고 이제 마지막 한 발짝만 내디디면 되는 상황이었다. 듀로크는 지금까지의 과정이 모두 지금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식은땀이 바닥에 떨어지는데도 여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쉰 후에 듀로크는 소리를 지르며 움직였다.

"간다!!"

그 순간 벌레의 근처를 둘러싸고 있던 마나가 동시에 벌레를 덮쳤고 뒤늦게 벌레는 이상 현상을 눈치채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보다 마나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치이이익!

마나가 벌레를 태우면서 검은 연기가 클레아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는 급하게 스캔 마법을 사용하여 벌레의 생존을 확인했다.

"...해냈어."

듀로크는 스캔 마법을 통해서 벌레가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듀로크는 힘이 빠지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이내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푸흡...푸하하하하!!"

어떤 때보다 기쁨과 환희가 몸 안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고 다시금 클레아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게 해주었다. 듀로크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클레아의 머리를 들어서 자신의 무릎 위에 얹어두었다.

그리고 예뻐 보이는 이마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듀로크는 클레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9서클의 힘을 얻었을 때보다, 내 안의 깨달음을 깨달았을 때보다, 더한 기쁨을 느끼는구나. 클레아..내가 너를 너무 멀리한 것 같구나. 미안하다."

듀로크는 종족 차이라는 변명으로 클레아가 다가오는 것을 꺼려했다. 한순간의 변덕으로 클레아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하는게 아닌지 두려웠다. 하지만 듀로크는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후회할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듀로크도 자신이 실수해서 클레아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는 가정을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가정을 해본 듀로크는 너무나 끔찍한 미래에 상상도 하기 싫었다. 클레아의 마음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곁을 떠나간 미래는 죽음보다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듀로크는 다짐을 했다. 클레아가 눈을 뜨면 그녀의 마음에 대답할 것을.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듀로크가 손으로 쓰다듬자 클레아가 기분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웅얼거렸고 듀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똑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명의 여인이 침대 위에 누워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인은 뒤척이기 시작했고 이내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음..."

여인, 클레아는 잠결에 뜬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클레아는 정신이 번쩍이는 것을 느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긴?...어디지?"

클레아는 난생처음 보는 곳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떠올리기 위해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난 분명...윌나스 마을에 있었는데?"

클레아는 분명히 윌나스 마을에서 듀로크와 대화를 나누고 잠을 청하려 했다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다음에...따끔한 통증과 함께..."

하지만 목덜미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의식이 흐려졌고 그 이후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클레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먼저 이곳이 어딘지부터 파악해야겠다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고 클레아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적인가? 아니면 아군?'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클레아는 최소한의 방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에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방은 책상과 책, 그리고 침대가 전부였고 무기가 될만한 것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문이 열렸고 클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전투 자세를 취했다.

"역시 일어나셨군요."

"로그...오빠?"

클레아는 마치 로그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지 멍하니 쳐다보았고 로그는 그런 클레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어디 아프신 곳이 있으십니까? 불편한 곳이라도?"

"아,아니에요. 로그 오빠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대체 여긴 어디에요?"

"여긴 베아트리스님의 레어입니다."

"베아트리스라면...듀로크 오빠에게 힘을 넘겨준 드래곤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 드래곤의 레어에 제가 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주인님과 대화하시는게 나을 듯하군요."

"듀로크 오빠도 계세요?"

"예. 클레아님이 깨어나셨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제가 얘기를 전하고 오겠습니다."

로그는 그 말을 하며 자리를 비웠고 클레아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엄청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고 문이 벌컥 열리면서 듀로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클레아!"

"듀로크 오빠?"

듀로크는 일어난 클레아를 보고 품속에 덥석 안았고 클레아는 갑작스러운 듀로크의 행동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듀,듀로크..오빠?"

"다행이야...정말 다행이구나."

클레아는 듀로크가 자신을 덥석 안은 것에도 놀라웠지만 지금까지 언제나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듀로크가 몸을 떨고 있는 것을 직접 살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클레아는 그런 듀로크를 자신도 모르게 같이 안아주면서 얘기했다.

"오빠. 저는 괜찮아요."

"네가 어떻게 될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죄송해요."

"네가 없는 미래를 생각해봤다. 네가 일어나지 못하는 미래를 생각해봤다. 그만큼 끔찍한 미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렇게 있잖아요."

클레아는 마치 어리광부리는 자식을 안심시키려는 부모처럼 미소를 지으며 듀로크의 등을 따스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클레아의 노력이 듀로크에게도 통했는지 점차 듀로크는 침착을 찾아가며 몸의 떨림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감싸 안은 채로 몇 분을 보냈고 그제야 듀로크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클레아의 품에서 멀어졌다.

"미안하구나 클레아. 내가 추태를 부린 것 같구나."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신선했는걸요? 항상 침착한 모습을 보인 듀로크 오빠가 그렇게 어리광부리는 모습도 좋았어요."

"크흠."

클레아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듀로크는 불편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내었다.

"먼저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묻고 싶구나."

"듀로크 오빠랑 대화한 후에 자려고 했던 것까지만 기억나요. 그 이후에 따끔한 통증과 함께 의식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러면...네게 벌어졌던 일과 네가 기억하지 못했을 때 벌어진 일을 얘기해주마."

그때부터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소리아라는 다크엘프가 고독이란 벌레를 사용해서 클레아를 조종했던 것, 그리고 듀로크 혼자 오라고 협박을 했던 것, 또 듀로크가 혼자 가서 수만명을 상대로 학살을 한 내용, 마지막으로 클레아의 머리 안에 있던 고독까지 처리했던 일까지. 모든 것을 얘기했다.

"...이상이 있었던 일이란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클레아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중심으로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듣고 놀라워했다. 더구나 자신을 위해서 수만 명을 상대로 싸우고 일방적으로 학살했다는 듀로크의 말을 듣고 클레아는 마음속이 찢어지는 것과 같았다.

"죄송해요."

"응? 뭐가?"

"저 때문에 듀로크 오빠가 좋지 않은 경험을 했잖아요. 분노하시고 수만 명을 죽였잖아요. 아무리 적이라고 했더라도 그 많은 이들을 죽인다면...아무리 듀로크 오빠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 것 아니에요?"

클레아의 말은 정론이였다. 아무리 감정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사는 암살자라고 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보다 스케일이 훨씬 큰 수만 명을 죽였으면?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듀로크의 말은 클레아의 예상과 좀 달랐다.

"괜찮아.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으니까."

"예?"

"그때는 정말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았어. 분노에 미쳐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지. 그리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이들을 죽였더라고. 그러니 걱정 마."

"...괜찮으신 거에요?"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빠가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클레아는 뭔가 탐탁지 않았지만 듀로크가 그렇게 얘기하니 물러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클레아의 기분을 눈치챈 것일까? 듀로크는 다른 얘기로 넘어가기로 했다.

"크흠. 클레아. 네게 하고 싶은 중요한 얘기가 있다."

"예? 무슨 이야기요?"

"이번에 네게 일이 벌어지면서 다른 많은 것을 깨달았단다. 내가 얼마나 후회할만한 짓을 하고 있는지."

"예?"

"지금까지는 네 마음을 무시하고 회피했었단다. 종족 차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마."

"정말요?!"

듀로크의 말에 클레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번쩍 뜨인 눈은 그녀가 얼마나 놀라워하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래. 네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말인데...너가 좋다면..아. 싫으면 그냥 얘기해도 되니까."

"예."

클레아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였지만 동시에 기대 가득한 눈초리로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듀로크는 그런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

"예."

"나의..."

"예."

"...연인이 되어줄래?"

듀로크는 드디어 얘기했다며 고개를 다시 클레아쪽으로 돌리며 바라보았다. 헌데 듀로크는 클레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울음을 터트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왜 우는 거야?"

"흑...너무 기뻐서요."

"기...뻐서?"

"예. 이제야...제 질문에 답해주신 거잖아요. 그리고 제바람이 이루어져서 너무 기뻐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짓는 클레아의 모습에 듀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클레아를 품속으로 안았다.

"미안하다. 좀 더 빨리 얘기해줬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이라도 대답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제발 이게 꿈이 아니면 좋을 텐데."

"걱정마렴. 꿈이 아니니까."

듀로크는 품속에 있는 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클레아는 어떤 때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얘기 안 해도 아시잖아요?"

"알더라도 직접 듣고 싶은 것들이 있는 법이란다."

"그래요? 제 대답은...잘 부탁해요. 듀로크 오빠."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고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소리만 아니었으면.

꼬르륵~

"응?"

"...죄송해요."

듀로크는 낯선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클레아는 확 붉어진 얼굴로 듀로크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통해서 듀로크는 어떤 소리였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 로그."

"예."

"요리를 할 재료는 있나?"

"예. 있습니다."

"클레아.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 테니 기다리고 있으렴."

"예? 오히려 제가 해야..."

"어허! 너는 이제 막 일어난 참이잖아? 그리고 내 요리실력은 알고 있겠지?"

"...알겠어요.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래. 기대하렴."

그렇게 듀로크가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셋이서 먹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편히 쉬고 다음 날에 다시 윌나스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렇게 커다란 사건이 막이 내리고 듀로크와 클레아는 연인이 되었다. 그런 운명 깊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고 다음 날이 밝아 오르고 있었다. 아니, 밝아 오르는 듯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움직임을 멈추고 잠을 청하는 새벽. 그런 새벽에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그 인물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았다. 문밖에는 커다란 돔이 있었고 돔에는 여러 개의 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인물은 어둠이 깔려 있지만 돔에 아무도 없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조용히 문소리가 들리지 않게 닫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발걸음을 일절 내지 않은 채 인물은 움직였다. 인물은 목표한 문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접근했고 이내 거의 목표했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인물의 뒤쪽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흐읍!"

인물은 그 목소리에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빠르게 손으로 입을 막아서 사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의 행동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클레아님?"

"놀랐잖아요. 로그 오빠."

인물의 정체는 바로 클레아였고 목소리를 내뱉은 인물은 로그였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어딜 가시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로그 오빠야말로 주무시지 않고 뭐하시는 거예요?"

"저는 경계를 서고 있었습니다. 클레아님은 한번 조종당한 경험이 있으십니다. 그렇다면 또 한번 더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점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경계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랬었군요."

"처음에는 조종당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니 그게 아니더군요."

"착각을 일으키게 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그런데 다시 묻겠습니다. 지금 어딜 가시는 겁니까? 그리고 복장도 얇게 입으셨군요."

"그건...헤헤."

클레아는 로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난처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로그가 눈치챈 것일까? 의외로 로그는 클레아에게 끈질기게 묻지 않았다.

"제게 말씀드리기 힘든 것이라면 알겠습니다. 클레아님이 듀로크님에게 해를 끼칠 분은 아니시죠."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겠습니까?"

"으음...지금부터 다른 곳에 신경 써주시면 안 될까요? 이제 저는 듀로크 오빠에게 조금 부끄러울 짓을 할 거거든요."

"부끄러운 짓?...알겠습니다."

로그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클레아가 말한 대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고마워요. 로그 오빠. 이 빛은 나중에 갚을게요."

그 말을 하며 클레아는 듀로크가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고 로그는 그것을 그저 지켜봤다.

"...역시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군요. 클레아님과 듀로크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지켜보면 제게 부족한 점도 채워지겠지만 그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겠죠."

로그는 그 말을 하며 클레아에게 얘기했던 대로 이내 듀로크와 클레아에게 신경 쓰지 않고 경계하는 임무를 하기 위해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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