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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69화 (269/360)

21장 분노하는 듀로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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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분노하는 듀로크(1)

엘프와 원정대들은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후퇴한 후에 윌나스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의 추스르는 가운데 듀로크도 원정대들의 사상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쉐이드. 피해는 어느 정도지?"

"A급 12명과 B급 22명이 죽었다. 중상자는 약 40명 정도."

"역시 전투 스케일이 달라서 그랬는지 피해가 조금 크군."

"약한 녀석들이 걸러진 것뿐이다. 신경 쓰지 마라."

"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알겠어. 그러고 보니 나르샤. 엘프 쪽 피해는 어때?"

"적게 받았다고는 할 수 없지. 하지만 그 정도의 피해는 각오했으니까."

"타르시스는 이제 어떻게 할 거라고 하지?"

"부상자와 피해자를 추스르고 있어서 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어."

"그래. 아. 그리고 이번에 카리아스란 하프 뱀파이어가 저쪽에 있더군. 생각보다 강하니까 조심해."

"하프 뱀파이어?"

"어느 정도로 강하지?"

"내가 봤을 때는 너희들도 힘들 것 같아. 하지만 그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흐음...조금 자존심을 자극하지만 듀로크 네가 말하는 거니까 맞겠지."

"그렇게 말하니 한번 싸워보고 싶군."

"아서라. 조금 참아줘."

듀로크는 쉐이드의 말에 피식 웃으며 얘기했고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여하튼 이번처럼 나르샤는 드리트를 상대하고 쉐이드는 그 소리아라는 마법사를 부탁해. 나는 이번에야말로 카리아스를 없애버릴 테니까."

"알겠어. 맡겨만 달라고."

"그러도록 하지."

"그럼 나는 맥과 클레아에게 얘기 좀 하고 올게. 아마 카리아스 때문에 조금 민감한 것 같으니까."

듀로크는 그 말을 하고 클레아와 맥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딱히 예측되는 곳이 없었기에 듀로크는 주변에 있는 이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듀로크의 눈에 딱 들어온 것이 바로 이츠라는 S급 암살자였다.

이츠는 옆에 엘프 1명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미소를 띠고 있었다. 듀로크는 그런 이츠에게 은밀히 접근하였고 조용히 이츠의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

"행복해 보이는군."

"우왁! 깜짝이야!"

이츠는 듀로크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니 깜짝 놀라워했고 그 옆에 있던 엘프도 덩달아 놀라서 눈이 커졌다.

"너,넌 듀로크?"

"한창 좋은 시간에 방해해서 미안하군. 뭔가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지."

"물어볼 거?"

"혹시 맥과 클레아가 어디 있는지 아나?"

"아. 그 녀석들은 아마 저기 있는 나무로 된 오두막에 있을걸?"

이츠가 가르키는 곳에는 수십 미터의 크기를 가진 나무가 있었고 나무에는 수많은 오두막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고맙군. 그리고 이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즐,즐겁다니...무슨 말이야?"

"츤데레 같긴. 그럼 이만."

"츤데레?"

이츠는 듀로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듀로크는 이츠가 말한 오두막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오두막 안에서 맥과 클레아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년은 정체가 대체 뭘까?"

"모르겠어요. 하지만 평범한 인물은 분명 아닌 것은 확실해요...예?"

"응? 왜?"

"오블리님이 말씀하시길 인간이 아닐 거라고 하시네요. 그렇다는 말은..."

"그 말이 맞다."

듀로크는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고 맥과 클레아는 갑자기 들어온 듀로크를 보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듀로크님?"

"듀로크 오빠."

듀로크는 남는 의자에 앉아서 얘기했다.

"오블리의 말대로 그는 인간이 아니다. 뱀파이어지. 거기다 평범한 뱀파이어가 아닌 하프 뱀파이어지."

"하프 뱀파이어?"

"하프 뱀파이어가 뭐에요?"

"뱀파이어와 다른 종족 간에 태어난 존재. 평범한 뱀파이어보다 훨씬 강력하며 특징 또한 다르다. 맥. 네게 그렇게 얘기한 것도 그자가 하프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요?"

"그래. 반마족인 너는 그와 비슷한 기운을 띄겠지. 뱀파이어 또한 마계의 몬스터고 마족 또한 그러하니까. 하지만 맥. 너는 그와 다르니 신경 쓰지 마라. 그는 두 종족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니까."

"...그렇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맥. 클레아를 지켜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더 이상 걱정하지 마라. 그 녀석은 내가 처리할 테니."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인걸요."

"후후..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맥과 듀로크가 그렇게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클레아는 옆에서 우물쭈물하며 뭔가 얘기하려다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듀로크는 맥에게 얘기했다.

"맥. 잠시 자리 좀 비워주겠니? 클레아가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나 보구나."

"알겠어요. 그럼 잠시 비워드릴게요."

맥은 듀로크가 하는 말의 의도를 빠르게 눈치채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자리를 비워주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냐?"

"...예. 이번에 그 뱀파이어를 만나고 느낀 것이 있어서요."

"뭔데?"

"...먼저 죄송해요. 오빠. 사과를 하고 싶어요."

클레아는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를 했고 듀로크는 갑자기 클레아가 왜 사과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를 사과한다는 거야?"

"지금까지 제가 얼마나 오빠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지 알았어요. 항상 듀로크 오빠를 따라가고 싶다고 어리광을 부렸어요. 오빠가 그렇게 강한 자와 붙는데도 말이죠. 직접 앞에 두고 피부로 느껴보니까 알았어요. 그자가 얼마나 강한지."

"...그래?"

"예. 그리고 제가 얼마나 나약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투정을 부렸는지도요. 또 그때 그 뱀파이어를 눈앞에 두고 떠오른 생각이 도망쳐야 된다는 것뿐이었어요. 그렇게 나약한 생각을 제가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대부분이 그럴 거다. 그렇게 신경 쓰지마렴."

"아니요. 이건 제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제 듀로크 오빠를 따라다니겠다는 투정은 부리지 않을게요."

"으음..."

듀로크는 클레아의 말을 듣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쉬며 얘기했다.

"후우...클레아."

"예."

"너는 잘못 알고 있는게 하나 있구나. 들어볼래?"

"예. 무슨 말씀이든 들을 각오가 되어있어요."

클레아는 말처럼 각오가 서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얘기하마. 먼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나는 어느 정도 예상했단다. 그래서 맥을 네 옆에 붙여준 것이고. 다만 맥보다 강한 이가 올 거라는 것은 예상외였지만."

"그래요?"

"그래. 그리고 나를 따라다니겠다는 것은 투정일 수도 있지. 하지만 여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는게 오빠의 역할이지 않니? 그러니 걱정하지 마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너를 지켜줄 테니까."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 고마워요."

"별거 아니야. 그리고 부담 갖지 마. 너랑 나 사이잖아. 안 그래?"

"예! 그럼요."

클레아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고 듀로크도 같이 씨익 웃어주었다.

"자. 오늘은 많은 일이 있어서 피곤하잖아? 이만 쉬고 자렴."

"예. 듀로크 오빠도 쉬세요."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방에서 나갔고 혼자 남은 클레아는 싱글벙글 웃으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후우...하아...행복하네."

아직 듀로크와 원하던 관계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착실히 조금씩 가까워지는게 느껴져서 행복한 클레아였다. 더구나 듀로크가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는 것을 확인해서 더욱 행복했다. 지금 이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았다.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오늘은 만족해야지~"

클레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 자기 위해서 자리를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목덜미에서 따끔한 통증이 올라왔고 클레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사용해서 목덜미를 때렸다.

"윽! 뭐야?"

클레아는 옆으로 조그마한 벌레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벌레가 물었다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클레아는 침대로 가려다가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이..."

시야를 시작으로 의식도 흐려졌고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클레아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져서 가만히 있는 클레아를 향해 벌레 하나가 다가갔고 벌레는 조용히 클레아의 귀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벌레가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클레아가 갑자기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덜덜덜덜!!

핏줄이 튀어나오고 흰자위가 뒤집히고 손발을 쉼 없이 흔들며 떨었다. 하지만 그 경련도 얼마 되지 않아서 멈추었고 이내 클레아가 눈을 떴다.

"....."

눈을 뜬 클레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돌렸고 쓰러졌던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클레아는 창문을 통해서 밖을 확인한 후에 손을 쥐었다 피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등 확인절차에 나섰다. 그리고 확인이 끝난 클레아는 조용히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고 이내 눈치채지 못하게 어둠 속을 오가며 마을 밖으로 달려갔다.

이어서 마을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한 클레아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한 곳을 향해 달려갔고 그렇게 클레아는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날 아침. 듀로크는 잠에서 깨어나서 몸을 움직이며 아직도 잠에 취해있는 자신을 깨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가지기도 전에 급하게 달려오는 인기척이 느껴졌고 듀로크는 그것이 맥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듀로크님!"

"맥? 무슨 일이냐?"

"클,클레아님이 사라졌어요!"

"...뭐?!"

듀로크는 맥의 말에 정신이 번쩍이면서 잠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설명해!"

"어,어제 듀로크님이 단둘이 있게 해달라고 해서 저는 다른 방에 가서 잠을 청했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원래 방으로 들어갔는데 클레아 누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해서 주변 인물들에게 모두 물어봤어요. 그런데 어젯밤 이후로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해요!"

"어젯밤이라면 내가 나간 이후로?"

"예! 그런 것 같아요. 더구나 듀로크님이 주신 구슬도 방에 남아있었어요."

듀로크는 자신이 준 구슬을 몸에 소지하지 않은 채 놔두고 갔다는 것은 클레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젠장. 타르시스와 나르샤에게 얘기해서 전 마을을 뒤져보라고 해. 나는 지금부터 마을 전체에 스캔 마법을 사용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맥은 듀로크의 말을 끝으로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빠르게 사라졌고 듀로크는 마나를 끌어 올리며 마을 전체에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이 듀로크는 자신의 감이 틀리기를 바랬다. 그리고 스캔 마법을 통해서 클레아가 찾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엄청난 마나를 동원해서 수만이 넘는 인원을 모두 세세히 스캔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레아를 찾지 못하였다.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냐?! 클레아!"

듀로크는 스캔 마법을 통해서 클레아를 찾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때 나르샤와 타르시스가 급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급해 보이는 그들의 표정이 듀로크는 어느 때보다 공포로 다가왔다.

"무슨...일이야?"

"큰일이야! 듀로크!"

"이 서신을 보게!"

타르시스의 손에는 하나의 종이로 되어있는 서신이 꼬질꼬질하게 접혀져 있었고 듀로크는 그의 손에 있는 서신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 서신을 본 듀로크는 시선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거지? 미안하지만 엘프어는 잘 모르겠군."

"이런! 그럼 내가 얘기해주겠네! 클레아라는 여성이 그들에게 잡힌 것 같네!"

"그들?"

"적 말이야! 다크엘프들!"

"....."

듀로크는 상상하기 싫었던 최악의 상황에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끼며 겨우겨우 입을 열어 얘기했다.

"...자세히...얘기해봐."

"알겠네. 여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네. 듀로크, 당신의 소중한 인간 여성은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이 인간 여성을 어떻게 할지는 듀로크. 당신의 행동에 따라서 다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낮 12시. 수정구슬을 통해서 얘기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답변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이상이네."

"카리아스."

듀로크는 편지의 내용과 문체를 통해서 카리아스가 작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듀로크. 어떻게 할 거야?"

"들어봐야지.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지."

"그리고?"

"그리고...어떻게든 되찾을 것이다. 또한 내 소중한 것을 건드렸다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

"내 모든 것을 걸고."

흠칫!

나르샤는 듀로크를 바라보았고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듀로크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르샤."

"으,응?"

나르샤는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듀로크에게 얼어있었다.

"너와 쉐이드, 맥. 그리고 타르시스만 나와 같이 듣는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얘기하지 마라."

"알,알겠어. 그런데 왜 얘기하지 말라는 거야?"

"여차하면 나 혼자서 다 쓸어버릴 거니까."

"뭐?"

"난 그동안 머리 좀 식혀둘 테니 준비하고 있어. 지금 이 상태로 가면...나도 모르게 다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

듀로크는 그 말을 하며 사라졌고 남은 나르샤와 타르시스, 맥은 멍하니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후우..."

듀로크는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며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산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 부근에 있는 큰 돌에 앉아서 듀로크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애쓰기 시작했다.

'침착하자...침착하자...'

듀로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였다. 중간중간 클레아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다시 피가 올라오는 것을 느껴지만 가까스로 겨우 분노를 가라앉을 수 있었다.

"후우..."

듀로크는 겨우 자신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한 후에 이어서 로그를 향해 메세지 마법을 보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로그. 네 힘을 빌려야겠다."

[예. 언제든지 저를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현재 클레아가 적에게 붙잡혔다."

[클레아님이 말입니까?]

로그의 목소리에서 조금 놀라워하는 감정이 묻어났다.

"그래. 그래서 넌 내가 신호를 주면 내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해와라. 그리고 클레아를 데리고 네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주겠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예.]

듀로크는 로그와의 연락을 끊고 이제 어떻게 그들을 처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기도 전에 듀로크의 귓가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군. 그 분노를 가라앉히다니.】

"누구냐?"

듀로크는 자신이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급하게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곳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 감각을 키워도 감지되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환청인가?"

【환청이 아니다.】

"누구냐?! 어디서 얘기하는 거야?!"

듀로크는 또다시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에 소리를 질렀고 그 질문에 목소리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귓가가 아닌 머릿속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내 이름은 베아트리스다.】

"...웃기는군. 베아트리스는 죽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 바로 나다."

【그래. 그는 죽었지. 하지만 나는 그와는 다른 존재다.】

"다른 존재?"

【나는 베아트리스이면서 베아트리스가 아니다. 나는 네게 힘을 넘겨주면서 남은 기억의 잔재다.】

"기억의 잔재?"

【나와 베아트리스는 걱정했다. 드래곤의 엄청난 힘을 흡수하면서 그것을 악용할 것에. 그리고 그 엄청난 힘을 완전히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드래곤의 흉포한 본성까지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그런 브레이크 역할을 위해서 나를 남겨두었다.】

"...그렇군."

듀로크는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듀로크 자신도 확신이 없을 뿐이었지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생명체를 죽일 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것에 의아해했었다. 점점 강해지는 느낌에 아직도 베아트리스의 힘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해서 그런가 싶었지. 그게 다 그것 때문이었나?"

【그래. 그리고 나는 네가 힘을 흡수하는 속도에 놀라워했다. 내가 추정한 시간은 약 10년이었다. 하지만 너는 3년도 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힘을 흡수했다.】

"그래?"

【그렇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만큼 빠르게 힘을 흡수하면서 본성 또한 흡수하는게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너는 나의 예상을 벗어나고 본성의 통제 또한 훌륭히 해냈다. 물론, 감정이 갑자기 변화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런데 오늘 그게 깨졌다는 건가?"

【그렇다. 너는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만큼의 분노, 감정변화가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나는 드래곤의 흉포한 본성이 눈을 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통제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네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훗. 웃기는군. 내 몸인데 당연히 내가 통제하는게 맞는 거 아닌가? 네가 통제라도 할 수 있나?"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해도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그건 내가 허용하지 못하겠는데?"

듀로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눈썹을 추켜올리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런 듀로크의 반응에 목소리는 얘기했다.

【나도 너와 싸우려 온 것이 아니다. 더구나 나는 이만 사라질 것이다.】

"사라진다고?"

【그렇다. 네가 그 분노를 잠재운 것을 보고 내 존재 의미가 사라졌다. 네 자신이 분노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그럼 사라지기 전에 하나 물어보도록 하지."

【애기해라.】

"내 머릿속에는 베아티르스의 기억이 남아있어. 실제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모든 기억을 이어받은 줄 알았지. 하지만 아주 조금씩 중간중간에 기억이 끊겨있어. 그 기억을 네가 가지고 있는 건가?"

【그렇다. 그리고 내가 사라지면서 그 끊긴 기억 또한 네 머릿속에 흡수될 것이다.】

"그럼 이어받기 전에 물어보자. 베아트리스도 그런 본성 때문에 고민했었나?"

【후훗. 그건 내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하긴."

듀로크는 목소리가 왠지 말하기 싫어하는 투로 들렸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나는 이만 사라지겠다. 참고로 너는 힘을 대부분 흡수한 상태이다. 오늘처럼 본성에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잘 넘기도록 해라.】

"알겠어."

【그럼.】

듀로크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목소리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단편적으로 끊겨 있던 기억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자리를 잡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바보 자식."

그리고 듀로크는 새로 들어오는 기억을 통해서 베아트리스가 본성으로 인해 겪었던 기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에 본성으로 인해서 자신의 소중한 존재에게 상처를 입혔고 그걸 죽을 때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듀로크, 자신을 위해서 이 기억의 잔재를 남겨두었던 것이었다. 듀로크는 그런 베아트리스의 의도에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베아트리스. 네 걱정을 염려해서 자제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드드드드...

듀로크가 앉아있던 돌에 갑자기 금이 가고 산 전체가 흔들렸다. 마치 공기가 분노를 하는 것처럼 떨었고 하늘이 요동치며 파도가 넘실거렸다. 산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지에는 듀로크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을 직접 봤을 때...나는 참지 않을 것이다. 후에 내가 후회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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