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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68화 (268/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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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35)

지상에서는 수많은 엘프들이 마물, 다크엘프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전장 속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드물게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맥이었다.

"캬아아악!"

"죽어라!"

가고일을 타고 다니는 다크엘프 한 명이 공중에서 내려오며 맥을 공격했다. 가고일은 칼날과 같이 날카로운 날개로, 다크엘프는 커다란 창을 사용해서 내리찍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맥은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둘이 내려오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다크엘프가 창을 던졌고 가고일이 빠른 속도로 맥에게 돌진했다.

쾅!! 서걱.

"무슨..."

창이 날아갔지만 맥이 한 발짝 움직이는 것으로 피하면서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맥은 피하면서 마검을 휘둘렀고 마검에서 나온 마기가 가고일과 다크엘프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워낙 빠르게 마기가 날아가면서 다크엘프는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모른 채 즉사했고 그 둘의 시체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킥킥킥. 날파리들이 정말 많군.』

"많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요."

『왼쪽에서 3마리. 오른쪽에서 2마리 접근하고 있다.』

"예. 포착했어요. 지금 바로 처리할게요."

맥은 오블리의 말을 듣자마자 움직여서 좀 전에 처리했던 것처럼 간단하게 마검을 휘두르며 학살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던 클레아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해..."

클레아는 맥과 같이 다니면서 자신도 직접 나서게 될 기회가 올 거라고 예상하여 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클레아가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을 보기 힘들 정도로 맥이 학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자신보다 어린 맥이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클레아는 호기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맥이 학살을 마치고 다시 클레아에게 다가왔다.

"뭐 궁금한 점 있으세요?"

"으응? 아,아니...갑자기 왜?"

"멀리서 클레아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서요. 착각인가요?"

클레아는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었는데도 자신의 속삭임을 들은 맥의 청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맥이 이렇게 물어본 김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너는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강해진 거야?"

"저요? 솔직히 저도 아직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된 것은 바로 오블리님 덕분이죠."

"오블리?"

"예. 이 마검에 들어있는 마족 분이에요.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죠."

우웅!

"반갑다고 하시네요."

마검이 울리면서 맥이 얘기했고 클레아는 그것이 마검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마검 오블리님 덕분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제가 오블리님의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반마족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신체능력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오블리님과 벨리온님에게 특훈을 받으면서 이 힘을 쓰는데 익숙해졌거든요."

"너도 평범한 삶을 살지는 못했구나."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옛날보다 지금을 더 만족해요. 지금은 저를 필요로 해주고 믿는 이들과 함께 있으니까요. 더구나 듀로크님이 클레아 누나를 제게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저를 믿는다는 거겠죠."

"그런걸까?"

"당연하죠. 듀로크님에게 클레아 누나가 얼마나 중요한 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요? 그리고 그런 믿음에 보상하기 위해서 저는 목숨을 걸고 클레아 누나를 지킬 거에요."

클레아는 자신보다 작고 어린 맥이 자신을 믿으라는 것처럼 가슴을 퉁퉁치는 모습에 귀여움과 함께 믿음직스러움을 느꼈다.

"그래. 믿을게."

"예. 저만 믿어주세요."

맥은 클레아의 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때 마검이 우웅거리면서 울렸고 마검의 말을 들은 맥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 방향은요?"

우웅!

"알겠어요. 클레아 누나!"

"응?"

"숨어 계세요. 조금 힘들 수 있어요."

"뭐?"

"누군가 이쪽으로 접근해오고 있어요. 그리고 저보다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숨어계시라고 한 거에요. 빨리!"

"알,알겠어."

클레아는 맥의 말에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때 뭔가가 빠르게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맥은 마검을 움켜쥐며 클레아의 앞에 서서 준비 자세를 취했다.

"벌써 왔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 드릴 테지만...조심하세요."

클레아는 마물들까지 학살하던 맥이 그렇게 긴장하면서 얘기하니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클레아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멀리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왔다!』

타타타탁!

수많은 검은 박쥐들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이내 그 박쥐들은 몸의 형체를 이루면서 동시에 중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모습을 갖춘 중년은 눈을 뜨고 맥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당신이군요. 독특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가."

맥은 중년의 말에 마검을 꽉 부여잡고 언제든지 휘두를 준비 자세를 취했다. 왜냐하면 중년에게서 나오는 엄청난 기운으로 인해서 모든 감각들이 경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심해! 저 녀석 벨리온보다 강한 녀석이다. 지금의 너로서는 이길 수 없어!』

오블리도 중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끼고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맥은 도망갈 생각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선수필승!"

맥은 마검에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마기가 중년을 향해 날아갔고 지금까지 마물들을 단번에 두 동강 낸 것처럼 중년에게도 혹시나 통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역시나 저시나 중년은 가볍게 손으로 검은 마기를 쳐냈고 검은 마기는 방향이 틀어지면서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쳇."

"이건 마기군요. 마족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기운인데...당신이 마족으로 보이지는 않는군요. 그렇다고 해도 인간도 아니고."

"그게 무슨 상관이죠?"

"당연히 저랑 상관있죠. 왜냐하면 저도 어떤 곳도 선택받지 못하는 몸이니까요."

"...예?"

맥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년은 맥이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얘기했다.

"과연 어떻게 그런 몸이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어디 한번 제대로 차근차근 애기해볼까요?"

중년은 맥을 향해 다가왔고 맥은 다시 마검을 움켜쥐며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누나! 저는 됐으니까 빨리 도망쳐요! 이 자는 제가 목표인듯해요!"

"하,하지만 너는?"

"빨리요! 어서!"

클레아는 맥의 기세에 밀려서 결국 맥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도망치기로 하였다. 그리고 중년은 그런 클레아에게 관심이 일절 없었고 맥만을 바라보며 가까이 왔다. 맥은 그런 중년의 모습에 긴장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위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무시하고 가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콰콰쾅!!

"윽!"

중년이 있던 곳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중년은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맥과 클레아는 어떤 때보다 더 보고 싶었던 인물의 등장에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듀로크님!"

"듀로크 오빠!"

중년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고 맥과 클레아의 앞에 선 인물은 바로 듀로크였다. 듀로크는 맥과 클레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얘기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예. 맥이 저를 지켜줘서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잘했다 맥. 저자를 눈앞에 두고도 클레아를 지켜줘서 고맙구나."

"헤헤헤. 아니에요. 저를 믿어주신 만큼 보답한 것뿐이에요."

듀로크의 말에 맥은 쑥스럽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제 저자는 내가 맡을 테니 맥은 클레아를 지켜라."

"예! 맡겨만 주십쇼!"

"듀로크 오빠도 조심하세요. 저 남자 엄청 강한 것 같아요."

"그래. 강하지. 하지만 나보다는 아니야."

듀로크는 클레아의 말에도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중년, 카리아스를 향해 걸어갔다.

"이제 궁금증은 풀렸나?"

"어떤 사람이 방해하는 바람에 아직 풀지 못한 것 같군요. 비슷한 기운을 풍기면서도 제 동지가 아니라니. 조금 흥미가 생기는 소년입니다."

"흥미 가지지 마라. 너와는 다르니까. 맥은 너와는 다르게 인간과 마족. 두 존재와 모두 교류하고 있다. 너처럼 아무 곳도 가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

듀로크의 말이 카리아스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카리아스가 섬뜩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후훗. 재밌군요. 제 신경을 이렇게 건드리는 자는 처음입니다."

"그래? 칭찬 고맙군."

"하지만 저만 받고 살 수는 없겠죠? 저도 받은 만큼 듀로크님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를?"

"예. 좋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카리아스는 씨익 미소를 지었고 듀로크는 그 미소를 보자 왠지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한번 해볼 테면 해봐.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좋은 정보를 얻은 것으로 만족하니까요."

카리아스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이 박쥐로 돌아갔고 박쥐는 이내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멀리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듀로크는 뭔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좋은 정보?...뭐지? 이 찝찝함은."

마치 똥을 싼 후에 뒤처리를 하지 않고 나온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결국 그 찝찝함을 무시했다. 그게 어떤 선택이 되는지 모르는 채.

엘프들이 마물들과 다크엘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하는 가운데 큰 활약을 펼치는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나르샤와 암살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엄청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엘프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숫자는 월등하게 적었기에 그 한계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게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나르샤 혼자서만 마물 수백 마리를 죽였고 수백 명의 암살자들이 죽인 마물과 다크엘프 숫자만 천이 넘어갔다. 그리고 엘프들이 죽인 마물 숫자만 거의 만에 달했고 죽은 엘프 숫자 또한 만을 넘어갔다.

그렇게 서로 간의 치열한 소모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급변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

"뭐야?"

지금까지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갑자기 뒤로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부상을 당했든, 공격을 받고 있든 간에 상관없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면서 후퇴하였다. 그런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엘프들은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았고 결국 전투는 흐지부지하게 중단되었다.

"뭐야? 갑자기 왜 후퇴하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엘프들은 갑자기 도망친 적의 행동에 당황하였고 그것은 지휘관인 타르시스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무슨 속셈이지? 갑자기 후퇴하다니. 우리가 유리한 상황인 것도 아니었건만..."

"아빠."

"나르샤."

타르시스는 마물과 다크엘프들의 피로 범벅이 되어서 온 나르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왜 마물들이 후퇴한 건지 짐작이 가느냐?"

"아니. 나도 딱히 추측되는 것은 없어. 왜 그러는 거지?"

"흐음...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적이 도망친 이상 무리하게 뒤를 쫓을 이유는 없을 것 같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빠르게 부상자를 치료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서 정비하는게 좋을 것 같아."

"알겠다. 그럼 네 말대로 병력을 후퇴시키도록 하겠다."

"응. 정찰은 나와 내 동료들이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나르샤는 그 말을 하고 암살자들과 정찰을 하러 갔고 타르시스는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려 윌나스 마을로 후퇴하였다. 그리고 듀로크 또한 상황을 듣고 맥과 클레아를 데리고 윌나스 마을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은 갈레지아 산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투를 펼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갈레지아 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갑자기 후퇴하며 돌아가는 이유는 바로 그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리트 또한 나르샤와의 싸움에서 도망친 이유도 바로 카리아스 때문이었다.

"갑자기 왜 후퇴하라고 했지? 카리아스."

갈레지아 산으로 돌아온 드리트는 오자마자 카리아스를 향해 적의를 표현했다. 마치 적당한 이유가 없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처럼 카리아스를 째려보았다.

"듀로크와 싸우면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모든 병력을 후퇴시킬 정도로 중요한 것인가?"

"예. 듀로크의 약점을 찾은 것 같으니까요."

"약점?"

"소리아님도 오시면 얘기해드리겠습니다. 마침 오는군요."

카리아스의 말대로 공중에서 검은 구멍이 생기면서 한 명의 다크엘프가 떨어졌다. 하지만 드리트는 떨어진 다크엘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녀?"

다크엘프의 몸에서 많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양쪽 어깨에 1개씩 단검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흥분했는지 숨결이 엄청 거칠었고 그녀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소리아가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그녀에게서 막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윽! 설마?"

드리트는 소리아가 맛이 가버리면 자신이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소리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알기로 라자드님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드리트는 소리아에게 다가갔다.

"마녀! 진정해라! 먼저 머리를 식히고..."

"난 마녀가 아니라고!!"

콰콰콰!!

소리아에게서 검은 마력이 전 방향을 향해 뿜어져 나왔고 그 검은 마력에 드리트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운에 드리트는 전 마나를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나를 이렇게 농락해!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소리아에게서 나온 막대한 검은 마력이 휩쓸면서 주변에 있는 풀숲이 바싹 말라서 죽어나갔다. 땅이 검게 변하면서 썩어나갔고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떨며 그녀에게서 멀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다시는 그딴 눈으로 나를 볼 수 없게 만들겠어!!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너를 죽일 거야!!"

"으윽! 정신 차리라고!"

검은 마력은 약해질 기세를 전혀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갔다. 소리아를 중심으로 검은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킬 것처럼 거센 마나를 뿜어내었다.

"젠장! 어떻게 하지?"

드리트는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갈레지아 산은 물론이고 같은 편인 마물들과 다크엘프들까지 피해를 입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소리아를 진정시켜야 하는데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거센 마나 폭풍이 휘몰아치는데도 여유롭게 서 있는 이가 있었다.

"많이 흥분한 것 같군요."

"카리아스?"

드리트는 모든 마나를 사용하면서 뒤로 밀리는 것을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여유롭게 서 있는 카리아스를 보고 다시금 그의 힘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군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무슨 방법이든 상관없어! 저 녀석만 진정시키면 돼!"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해결하도록 하죠."

"뭐?"

카리아스는 거센 마나 폭풍의 중심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카리아스 자신이 마나 폭풍을 만들어낸 것처럼 마나 폭풍은 카리아스에게 일절 방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드리트는 그런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그런 드리트의 감정을 읽었는지 카리아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접 부딪히려고 하니까 힘든 겁니다. 물을 생각해보십쇼. 흐르는 물에 저항하면서 움직이면 힘이 듭니다. 하지만 물의 흐름을 알고 그에 따라서 움직인다면 훨씬 적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처럼 이 마나 폭풍의 흐름을 느끼면 됩니다."

카리아스가 오른손을 한번 휘두르자 마나의 폭풍이 마치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카리아스의 중심으로 길이 열렸다. 그리고 카리아스는 그 길을 통해서 마나 폭풍의 중심에 있는 소리아를 향해 걸어갔다. 소리아는 여전히 괴성을 지르며 분노에 미쳐있었고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없앨 것처럼 검은 마력을 뿜어내었다.

하지만 카리아스에게 검은 마력은 매우 친숙한 힘으로 마치 공기를 대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가갔다.

탁.

"정신 차리십쇼."

"날 건들지 마!!"

카리아스가 소리아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하자 소리아는 소리를 지르며 마법을 사용했다. 소리아의 마법은 평소 때보다 훨씬 강력했고 직근거리에서 맞으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아스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물론, 폭발로 인해서 카리아스의 신경을 건드리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약간 아프군요."

카리아스는 목을 옆으로 흔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카리아스에게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놀랍게도 카리아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소리아와 같은 검은 마력이었다.

콰콰콰!!

하지만 카리아스의 마력이 소리아의 마력을 한순간에 압도하면서 말 그대로 소리아의 마력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카리아스의 두 눈이 붉게 변했고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산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날뛰고 있던 소리아의 행동도 멈췄고 카리아스는 그런 소리아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얘기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정신차리십쇼."

조금 전과 다르게 말의 무게가 남달랐다. 그리고 그 무게는 지금까지 흰자위를 뒤집고 있던 소리아의 눈에 초점을 맺히게 하면서 소리아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주었다.

"...알겠어."

"말을 잘 들어서 기분이 좋군요."

소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카리아스는 그제서야 뿜어내던 기운을 멈추었고 정신을 차린 소리아도 무작정 뿜어내던 마력을 다시 회수하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드리트는 카리아스가 한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라자드님만이 가능할 줄 알았건만...대단하군."

"이런. 많은 상처를 입으셨군요. 치료해드립니까?"

"됐어. 나 혼자 가능하니까."

소리아는 양쪽 어깨에 박혀있는 단검을 뽑아내고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드리트는 소리아에게 얘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뭐 때문에 그렇게 분노한 거냐?"

"...당했어. 그 암살자 녀석에게."

"그렇게 강했나?"

"강해. 하지만 다음번엔 기필코...죽일 거야."

소리아가 이빨을 갈며 얘기했고 드리트는 그녀가 원한을 가지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치료를 마친 소리아는 자리에 일어났고 이내 주변을 살핀 후에 얘기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모두 후퇴한 거야?"

"나도 그 이유를 듣고 싶군."

소리아의 말에 드리트는 카리아스를 바라보았고 카리아스는 도리어 소리아에게 얘기했다.

"하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고독이란 벌레를 알고 있습니까?"

"고독? 알고 있지. 마계에서 사는 벌레로 상대방의 머릿속에 심으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지. 더구나 뇌에 기생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일 수도 있어. 그게 왜?"

"혹시 가지고 계십니까?"

"응. 실험에서 사용했던 것 중에 남아있는 게 있어."

"좋군요. 그걸 가지고 오십쇼."

"알겠어. 그런데 어디에 사용하려고?"

"이번에 듀로크와 싸우면서 눈치챈 것이 있습니다. 듀로크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클레아라는 인간 여성이."

"인간 여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카리아스의 말에 소리아와 드리트가 되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고독을 클레아라는 여성에게 심는다면 듀로크에게 협박용으로 사용할 수 있겠죠. 여차하면 듀로크를 조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좋은데? 아주 재밌을 것 같아."

"...내키지 않군...하지만 반대는 하지 않겠다."

소리아는 아주 만족스러워했고 드리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어투였지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고독의 조종은 소리아님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계획은 지금부터 짜도록 하죠."

"알겠어~ 재밌어지겠는데? 킥킥킥."

"....."

드리트는 개의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멀어졌고 카리아스와 소리아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고독으로 인해서 운명은 크게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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