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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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32)
수많은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갈레지아 산에서 자리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을 이끄는 수장이 바로 드리트와 소리아였다. 하지만 지금 그 둘은 마치 호랑이 앞에 있는 초식동물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섬기는 인물. 라자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듀로크가 나타났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착각은 아니겠지?』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저희가 감히 라자드님을 속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저희가 마물들과 다크엘프들까지 동반해서 싸웠는데도 밀렸습니다. 인상착의가 같았을뿐더러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듀로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너희만으로는 힘들다는 말인가?』
"그,그건..."
"....."
라자드가 조용히 얘기하자 드리트와 소리아는 벌벌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라자드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너희들도 나를 실망하게 할 셈인가?』
"절대로 그럴 생각 없습니다!"
"저희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라자드는 고민을 하는듯한 목소리로 얘기했고 그의 선택에 따라서 자신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을 알기에 드리트와 소리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면 너희들에게 한 가지의 카드를 주겠다.』
"카드...말입니까?"
『그래. 그 카드는 듀로크를 이길 수는 없어도 그를 방해하고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듀로크를?"
"그게...가능합니까?"
『그럼 내가 그냥 하는 소리로 들리나?』
"아,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라자드님의 말을 의심하겠습니까?"
『그래. 내 말은 곧 진실이다. 냐악한 너희들에게 그를 보내주겠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한다면...너희들의 삶은 여기까지다.』
꿀꺽.
"믿,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지,지켜봐주십쇼."
『그래. 믿음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라자드와의 대화는 끝이 났고 그제야 드리트와 소리아는 숨을 들이켤 수 있었다.
"헉...헉...언제든지 라자드님과의 대화는 힘이 드는군."
"역,역시 급이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덤빌 엄두가 안 나네~"
"후우...그런데 카드라고 했는데 그 카드가 대체 뭐지?"
"그러게."
드리트와 소리아는 많은 추측을 했지만 딱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드리트와 소리아가 있던 상공에서 하나의 커다란 검은 구멍이 생성되었고 그 기운을 느낀 드리트와 소리아는 고개를 들어 올려봤다.
"이건...이동 마법진?"
"누군가 온다."
드리트와 소리아는 검은 구멍을 통해서 누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이어서 검은 구멍에서 한 명의 남성이 내려왔다.
"아아...도착했군요."
남성은 검은 머리에 눈이 거무충충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나잇대는 중년, 마치 죽은 자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허약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드리트와 소리아는 그의 등장에 긴장을 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서 풍겨오는 기운이 자신들보다 더 뛰어났고 그가 라자드가 말한 카드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는...누구냐?"
"아.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저는 카리아스. 라자드님을 보좌하는 이로 당신들의 조력자라고 할 수 있죠."
"카리아스...넌 대체 정체가 뭐길래 그런 기운을 뿜어내는 거지?"
"호오? 제 기운이 느껴집니까? 이래 봬도 기운을 감추고 있는데. 상당히 민감한 촉을 가지고 계시군요."
"기운을 숨긴다고? 그렇게 거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 숨겨봤자지."
"그리고 당신의 몸에서 피냄새가 풀풀 풍긴다고~"
"그렇습니까? 식사를 하고 왔는데 그 냄새가 아직 남아있었나 보군요."
카리아스는 옷에 코를 대고 실제로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맡아봤다.
"그래서 당신이 듀로크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라자드님의 명령이니 따라야지요."
"...알겠다. 당신을 믿도록 하지."
"흐음...그런데 저도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가?"
"신경 쓸 것은 듀로크뿐입니까?"
"무슨 소리지?"
"듀로크의 곁에는 많은 초인들이 있습니다. 듀로크보다는 약하지만 그들도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들 중에는 당신들보다 강한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들보다?"
"헤에?"
카리아스의 말에 드리트와 소리아는 눈꼬리를 올리며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도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카리아스의 말대로 듀로크의 곁에는 많은 초인들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듀로크에 버금가는 나미래와 같은 존재가 있으면 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정보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 적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둘은 입을 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적의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셨군요. 그렇다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정찰단을 보내십쇼. 그러고 나서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알겠다. 지금 바로 보내겠다."
"내 패밀리어를 지금 바로 보낼게~"
"그리고 언제든지 병력을 움직일 수 있도록 긴장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부대의 사기유지에 좋을뿐더러 전투력 유지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게 조치하겠다."
"또 지금 부대를 구경 좀 시켜주시겠습니까? 제가 조언을 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나를 따라와라."
"그럼 나는 곧바로 정찰 보낼게~"
드리트와 소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카리아스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카리아스는 자연스럽게 지휘권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리아스의 출현에 한쪽으로 쏠렸던 저울이 다시 조금씩 수평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임시 지휘소에 4명의 인원이 테이블에 앉아서 1명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물은 바로 타르시스. 그들이 그렇게 기다리는 이유는 어떻게 움직일지 정하는 게 당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쉐이드. 암살자들이 움직일 준비는 끝났나?"
"명령만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좋군. 엘리드. 엘프들도 준비가 끝났나?"
"예.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그러면 이제 타르시스가 결정만 해주면 끝나는 일이군."
"과연 결정을 하고 올까?"
"나도 아빠가 우유부단하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에는 그런 성격을 보여주지 않아. 그건 내가 보장할게."
쉐이드의 말에 나르샤가 덧붙여서 얘기했다. 그 말에 쉐이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4명은 타르시스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한 명이 임시 지휘소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타르시스님!"
"아빠!"
엘리드와 나르샤가 미소를 지으며 타르시스를 반겼고 타르시스도 그런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결정했나?"
"덕분에."
타르시스의 단호한 대답에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를 풍겼고 듀로크가 이어서 얘기했다.
"대답을 말해줘.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네 결정을 따른다."
"그럼...얘기하겠다."
타르시스는 4명이 자신을 바라보는 와중에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각오가 서린 눈빛을 뿜어내며 얘기했다.
"나는...전면전을 펼치는 것을 선택하겠다."
"헤에?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엘프와 동식물..그리고 숲을 비교하는 자체가 틀린 것이었다. 둘 다 소중한 것인데. 더구나 남의 힘을 빌리는 것보다 우리 엘프들의 힘을 믿고 싶어졌다. 우리 엘프들의 힘만으로도 이 위기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그래. 난 네 선택을 중시해. 그리고 그런 자존감이야말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지."
듀로크는 자리에 일어났고 그에 맞혀서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따라서 일어났다.
"자. 그러면 가볼까?"
듀로크의 말에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목표는 트리키나 대평야였다. 그리고 그 군대가 움직이고 있을 때 그것을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다.
수만에 달하는 엘프 군대가 대평야를 움직이고 있었고 그런 대군의 움직임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군의 움직임에 가까이 오는 한 마리의 벌레가 있었다. 벌레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와중에 공중에서 대군이 움직이는 속도와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벌레를 통해서 지켜보던 소리아는 드리트에게 얘기했다.
"드리트. 대평야로 이동하는 것 같은데?"
"대평야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지?"
"아마...6시간 정도?"
"들었겠지?"
"아아...들었습니다."
카리아스는 부대의 정비를 끝내고 드리트에게 얘기했다. 드리트는 자신이 이끌고 있던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의 변한 모습을 보고 솔직하게 놀라움을 표현했다.
"놀랍군. 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어."
"아마 전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의 힘을 발휘할 겁니다. 그 정도면 싸울만하겠죠. 문제는 듀로크의 곁에 있는 초인들입니다. 누구누구가 있죠?"
"으음...먼저 한 명의 엘프가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네. 꽤 하는데?"
"나르샤같군요. 그녀가 올 거라는 것은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2명. 한 명은 소년인데 우리가 쓰는 흑마법과 비슷한 기운을 풍겨내고 있어. 하지만 나잇대에 맞지 않게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네. 또 다른 한 명은...뭐야 이 기운은?"
"계속 얘기하십쇼."
"기분 나쁜 기운...다가가는게 꺼려져. 마치 사신을 보는 느낌이랄까? 응?"
"왜 그러십니까?"
"나를 쳐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설마 아니겠지? 벌레의 시선을 느낀다니. 완전히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거라고."
"...빨리 이어서 얘기하십쇼."
"뭐?"
"빨리!"
지금까지와 다르게 급한 카리아스의 말에 소리아는 당황하며 그의 말대로 이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암살자로 보이는 이가 수백 명있고 엘프 숫자는 대략...수만 명. 10만은 안되는 것 같아. 그리고...꺄아악!"
"무슨 일이야?!"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아의 모습에 드리트가 다가왔다.
"으윽...패밀리어와 연결이 끊겼어..."
소리아는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치료마법으로 치료하며 얘기했다.
"끊긴 이유는 역시 패밀리어의 죽음입니까?"
"그래. 그 미친 녀석이 갈기갈기 찢어버렸어. 벌레의 시선을 눈치채다니. 믿기지가 않네."
"역시 쉽게 가기는 힘들 것 같군요."
카리아스는 손으로 턱을 쥐며 얘기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보는 수집했으니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투로 결정을 하려는 생각은 아니거든요."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이번 대평야 전투는 서로의 수 싸움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적의 약점을 찾을 생각입니다."
"약점?"
"예. 어떤 인물이든, 조직이든 간에 약점은 존재합니다. 완벽한 존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존재는 존재할 수 없다...그것은 라자드님도 그 말에 속하는 건가?"
드리트의 질문에 카리아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글쎄요...라자드님을 오랫동안 섬긴 저도 확신이 들지 않는군요. 왜냐하면 라자드님만큼 완벽한 존재를 저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훗. 하긴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맞아~"
드리트와 소리아도 고개를 끄덕였고 카리아스가 이어서 얘기했다.
"자.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만 움직이도록 할까요?"
"그러지."
"좋아~ 한번 가볼까?"
카리아스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일제히 일어났고 대평야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간의 거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트리키나 대평야. 대평야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대평야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초록색을 띠는 초원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엘프들이 동물들에게 어느 정도로 잘해준 것인지 볼 수 있었다. 듀로크를 비롯한 엘프의 군대가 대평야를 향해 걸어오면서 땅이 흔들렸는데 그런 소리에도 동물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엘프들에게 다가오며 먹이를 달라는 것처럼 아양을 떨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듀로크는 타르시스에게 얘기했다.
"동물들이 거치적거릴 것 같군."
"확실히 전쟁에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네."
"대평야에서 싸우기 전에 미리 치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능하면 미리 그랬을 거네. 하지만 대평야에 사는 동물은 이 수만 명이 움직여도 치우지 못할 정도로 많네."
"그래? 그렇다면..."
듀로크는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 올려서 자신을 중심으로 대규모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스캔 마법은 점점 크기를 넓혀가서 이내 대평야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감지하였다.
"벌레같이 조그마한 것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큰 것들만 했을 때...총 5321마리. 꽤 많군."
"그..많은 것을 모두...스캔한 건가?"
타르시스는 그 짧은 사이에 이 넓은 대평야에 있는 동물들을 모두 스캔한 것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그래. 문제는 이 5천마리를 다른 데로 보내는 방법인데...그 방법을 사용해볼까?"
"그 방법?"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해본 적이 있으니까."
듀로크는 마나를 개방하여 스캔한 동물들을 향해 마나를 뿜어내었다. 그리고 엄청난 마나를 개방하면서 마나에 민감한 엘프들은 물론이고 원정대 인원들까지 듀로크를 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어서 듀로크의 마나는 5천여 마리의 동물들을 향해 골고루 뿜어져 나갔고 마나는 동물들의 몸을 감싸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끼이잉!"
"캥?!"
마나에 잡힌 동물들이 놀라서 각종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듀로크는 마나로 동물을 잡을 뿐이고 상처 하나 입지 않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목표했던 동물들을 모두 마나로 잡은 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하늘로 올렸다.
"흡!"
그러자 동물들이 모두 마나에 붙잡힌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5천여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일제히 위로 올라가는 광경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엘프들도 그런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보내볼까?"
듀로크가 손가락으로 휙 하고 휘젓자 떠 있던 동물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엘프 군대가 왔던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동물들이 모두 뒤로 날아간 것을 본 듀로크는 조금씩 마나를 풀면서 동물들을 내려놓았고 접근하지 못하게 마법을 사용했다.
"샌드 윌."
엄청난 높이를 가진 흙의 벽이 생성되면서 동물들을 대평야에서 격리시켰다. 그런 거대한 흙의 벽이 갑자기 생긴 것에 엘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듀로크는 타르시스를 바라보았다.
"벌레나 식물까지 옮겨달라고는 하지 마라?"
"나도 염치가 없는 인물은 아니네."
"그럼 다행이고. 응?"
"왜 그런가?"
"스캔 마법을 아직 안 풀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스캔 마법에 쥐 자식들이 감지되네."
"쥐 자식들? 설마?"
"그래. 마물들과 다크엘프들. 준비시켜."
"모두 전투준비!"
타르시스의 말에 엘프들이 긴장하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전진속도를 빠르게 올렸다. 그와 동시에 쉐이드는 암살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암살자들. 암살 준비."
"예!"
쉐이드의 말에 암살자들이 모두 몸을 움직이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듀로크는 공중으로 올라가서 적을 확인했다.
"방향은 서쪽. 거리는 약 8천여 미터. 5분이면 만난다."
"모두 서쪽으로! 마음 단단히 먹어라!"
엘프 군대가 빠르게 적을 향해 이동했고 듀로크는 위에서 점점 다가오는 적을 관찰하였다.
"응?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조금 달라진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존재가 있었다.
"뭐야? 저 기운은?"
독특하고 거대한 기운. 거의 나르샤와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모두 되돌려본 듀로크는 그 기운이 어디서 느껴본 것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뱀파이어?"
뱀파이어 기운이라는 것을 떠올렸지만 일반 뱀파이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겉으로 뿜어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거대한 기운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저렇게 강한 뱀파이어가 존재했었나?...어?"
듀로크는 뱀파이어로 추정되는 인물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인물도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착각인가 싶었지만 계속 신경 쓰였고 결국 듀로크는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이래도 모르는 척하나 보자."
듀로크는 지팡이를 마법 배낭에 넣고 마나를 완전 개방하여 위압감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 위압감을 상대를 향해 집중적으로 뿜어내었다. 그러자 위압감을 직접 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엘프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위압감을 받는 다크엘프와 마물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예상외의 일이 일어났다.
"응?"
위압감에 집중적으로 받은 인물이 잠깐 몸을 떨었지만 이내 그도 숨기고 있던 기운을 폭발시켰다. 그러면서 위압감에서 벗어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호오?"
완전히 진심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위압감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고 듀로크는 조금 놀라워했다. 그리고 듀로크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타르시스에게 얘기했다.
"타르시스. 난 먼저 가겠다."
"뭐?"
"뭐라는 거야? 듀로크?"
"듀로크 오빠?"
타르시스와 나르샤, 클레아가 듀로크의 말에 얘기했지만 듀로크는 결심한 것을 되돌릴 생각이 없었다.
"저기에 상당히 강한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이 나를 자극하고 있어서 내가 그 녀석을 맡으려고. 문제없지?"
"강한 녀석? 드리트라는 다크엘프 말입니까?"
"아니. 그 녀석이 아니야. 상당히 강해. 나르샤와 동급 혹은 그 이상."
"예?"
"나보다 강할 수도 있다고?"
듀로크의 말에 타르시스와 나르샤가 놀라워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 내가 아니면 쉐이드나 나르샤가 상대해야겠지만 너희들로는 확신이 없어. 더구나 너희들은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잖아?"
"그래도..."
"그리고 저쪽도 갑자기 저런 카드를 꺼낸 것은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겠지. 맥!"
"예!"
"클레아를 부탁한다."
"예! 맡겨만주십쇼!"
"듀로크 오빠! 조심하세요!"
"걱정마라. 그리고 클레아."
"예?"
"이걸 받아라."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주먹만한 구슬을 넘겨주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그 구슬에 마나를 불어넣어라. 그러면 내가 곧바로 올 거니까. 알겠지?"
"예! 명심할게요."
"나르샤, 쉐이드. 너희들이 전쟁을 잘 이끌 거라고 믿겠다."
"알겠어. 믿고 가라고."
"학살해도 불만을 가지지 마라."
"훗. 그럼 갔다 오겠다."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상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그렇게 그 둘이 만나게 되는데 남은 시간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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