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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64화 (264/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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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31)

나르샤를 비롯한 원정대의 선두로 타르시스가 이끄는 군대는 서쪽으로 이동한 후에 우회하고 있었다. 가는 도중 마물들을 조우하긴 했지만 원정대의 무력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마물들은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그렇게 원정대의 활약 덕분에 엘프 군대는 안전하게 윌나스 마을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나르샤."

"응? 왜?"

타르시스는 앞장서서 걷고 있는 나르샤에게 얘기를 걸었다.

"너와 같이 온 이들은 그란 왕국에서 온 이들이니?"

"정확히는 라이언 왕국에서 온 거야. 지금 라이언과 그란 왕국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거든."

"그렇구나. 그런데 이런 전력을 어떻게 라이언 왕국에서 양성한 거지?"

"다 듀로크가 이끌어준 덕분이지."

"듀로크...그자도 왔나?"

"응. 지금 적의 주력부대를 막고 있는 것도 듀로크야."

"그렇구나...나르샤."

"응?"

"넌 듀로크란 오크 때문에 그란 왕국에 남아있었다고 했잖니?"

"그랬지."

"그런 네게 묻고 싶구나. 듀로크란 오크는 네게 어떤 존재니?"

"으음...존경하고 목표로 하고 싶은 존재일까? 라이벌...혹은 친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구나."

"그리고...반려로 삼고 싶기도 해."

"뭐?!"

타르시스는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나르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르샤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진 것을 보고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심이냐?"

"몰,몰라. 아직 나도."

오크를 반려로 삼겠다는 딸. 그것도 엘프의 철천지원수라고 할 수 있는 오크를 반려로 삼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아마 어떤 엘프건 간에 딸이 이런 얘기를 얘기한다면 그 딸의 정신을 뜯어고쳐야겠다고 마음먹거나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타르시스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나르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나르샤가 지금까지 이성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이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비록 오크라 할지라도. 그리고 두 번째는 듀로크라는 오크가 평범한 오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크 같지 않은 오크. 9서클 마법사에다가 누구도 넘보질 못할 무력, 그리고 뛰어난 두뇌와 휘하에 있는 엄청난 세력. 오크만 아니라고 했으면 두 손 두 발 반기고 싶은 상대였다.

'더구나 나르샤에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타르시스는 나르샤가 한순간의 감정으로 어리석은 판단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타르시스는 그녀의 선택을 믿고 싶었다. 결국 타왕국에 있겠다고 한 선택도 이렇게 좋게 돌아온 것처럼 나르샤를 자신의 시야로 바라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아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대로 해라. 말리지 않으마. 너를 믿고 싶으니까."

"...고마워요. 아빠."

타르시스는 자신의 대답에 저렇게 기뻐하는 나르샤를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르샤는 자신을 전적으로 믿는 아빠를 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나르샤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는 멀리서 다가오는 한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온다."

"적이냐?!"

"아니.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타르시스는 친근감과 함께 기대, 기쁨 등의 감정이 나르샤의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것을 보고 상대를 알 수 있었다.

"듀로크!"

"듀로크 오빠!"

나르샤와 클레아가 제일 반겼고 듀로크는 공중에서 조용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생각보다 멀리 가지는 않았네?"

"오빠 괜찮으세요?"

"다시 돌아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아무 피해도 없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냥 간만 보고 왔어."

"진짜로?"

"조금...혼줄을 내주긴 했지만."

나르샤가 웃으며 다시 물어보니까 듀로크는 엄지와 검지를 맞대며 얘기했다.

"그럴 줄 알았어. 네 성격에 그냥 둘 리가 없지."

"뭐? 내 성격이 어때서? 이 정도면 준수하지."

"그래. 그렇다고 하자."

듀로크의 말에 나르샤가 대충 말하면서 넘겼고 듀로크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타르시스를 향해 얘기했다.

"이렇게 만나니 조금 색다르지?"

"부정하지는 못하겠네. 당신의 얼굴이 반갑게 느껴질지는 몰랐으니까."

"뭐, 상황도 상황이니까 나머지 대화는 마을로 돌아간 후에 얘기하자고."

"그러도록 하겠네."

타르시스도 듀로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선 마을로 돌아가는 게 우선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듀로크까지 합류하면서 밀런 왕국의 병력은 더욱 안전하게 마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리트와 소리아가 이끄는 주력부대도 잠시 후퇴하면서 별다른 피해 없이 그들은 윌나스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르시스님! 괜찮으십니까?"

윌나스 마을의 촌장 엘리드. 그는 원정대들이 출발한 이후부터 밖에서 노숙을 하며 기다릴 정도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다림 끝에 엘리드는 원정대와 함께 오는 밀런 주력부대를 보고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가서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괜찮네."

"정말 다행입니다. 미드리스님이 이끌던 병력이 심한 몰꼴로 오는 것을 보고 맘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를 겁니다."

"들었네. 미드리스도 당했다고 하더군."

"예. 슬픈 소식이였습니다. 아! 먼저 휴식을 취하시지요. 전쟁으로 인해서 한시도 쉬시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

타르시스는 엘리드의 말에 자신이 지금까지 전쟁 때문에 제대로 쉰 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그럼 잠시 쉬고 오겠네."

"쉬고 싶으실 때까지 쉬십쇼."

"알겠네."

타르시스는 나르샤와 원정대의 존재에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끼며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타르시스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을 잃는 것처럼 잠들었고 그런 타르시스를 본 엘리드는 나르샤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곤히 잠드셨군요. 역시 피곤하셨을 겁니다."

"혼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싸웠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짐을 덜어줘야지."

"그런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계획대로 성공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야. 좀만 더 빨리 갔어도 더 많은 엘프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현재 윌나스 마을은 부상자와 중상자의 치료와 더불어 지친 엘프들의 휴식처를 제공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원정대의 인원들도 작고 가벼운 상처를 치료하고 피곤을 풀기 위해서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르샤님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아니, 나르샤님이 아니였다면 이런 일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나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야. 내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그렇군요. 그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서 보좌하겠습니다."

"부탁할게."

나르샤는 그 말을 끝으로 엘리드와의 대화를 그만두고 듀로크에게 다가갔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먼저 모두 피로를 어느 정도 풀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지. 다크엘프 녀석들은 나한테 조금 데어봐서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늧추지 않도록 유지하는게 중요하지."

"알겠어. 그러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움직이도록 하자."

나르샤는 듀로크가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동안 원정대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모두 푹 쉴 수 있었다. 타르시스도 하루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잔 후에 일어나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크흠. 미안하네. 너무 푹 잔 것 같군."

"괜찮아. 그동안 우리들도 편하게 쉬었으니까."

"그렇게 얘기해주니 고맙네."

현재 임시 지휘소에는 총 5명의 인원이 있었다. 나르샤와 나르샤의 아버지 타르시스, 그리고 윌나스 마을의 촌장 엘리드, 암살단의 수장 쉐이드, 마지막으로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듀로크가 있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엘리드였다.

"먼저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루 동안 쉬시는 사이에 저희 밀런 왕국 부대의 사상자를 조사하였습니다."

엘리드의 말에 타르시스는 조금 표정을 찡그리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얘기했다.

"이어서 얘기하게나."

"예. 정확한 통계는 아니여서 조금 오차가 있을 테지만 사망자는 약 6만여 명, 중상자가 3만여 명입니다. 경상자와 남아있는 이들은 약 7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후...절반에 넘는 이들이 전투불능이 되었군."

타르시스는 예상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더욱 맘이 찢어지는 듯했다.

"쉐이드. 암살단의 피해는?"

"A급 1명과 B급 5명이 죽었다. B급 2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전투에는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엘프들은 몇 번의 전투로 거의 10만에 가까운 이들이 전투 불능에 빠졌는데 암살자는 겨우 6명으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듀로크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보다 적긴 하지만...그래도 마음이 아프군."

"그 녀석들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다음 전투 때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지. 아직 제대로 된 전쟁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

"그게 무슨?"

타르시스는 듀로크의 말에 물어보려고 했지만 나르샤가 그를 만류했다. 타르시스는 나르샤의 의도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해졌다.

"우선 지금 다크엘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약 6시간 전의 보고에 따르면 남쪽에 있는 갈레지아 산에 자리를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엘리드는 테이블 위에 있는 지도의 한 곳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지?"

"유니콘으로 한 시간. 병력을 이끌고 이동한다면 하루면 도착할 겁니다."

"흐음...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여긴가?"

"예."

"산과 마을 사이에 커다란 평야가 있군."

"예. 트리키나 대평야로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 여기서 너희 엘프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뭡니까?"

"이 대평야를 희생할 생각이 있나?"

"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듀로크의 말에 엘리드와 타르시스가 되물었다.

"말 그대로야. 이 대평야를 희생할 생각이 있냐고. 있다고 하면 미리 작업 좀 하려고."

"희생한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가 이해하도록 얘기해주게."

"먼저 대평야에 커다란 마법진을 설치할 거야. 그 마법진은 근처에 있는 마나를 몽땅 흡수하는 마법진이지. 그리고 그 마나를 흡수한 마법진을 통해서 나는 갈레지아 산에 대마법을 사용할 거야."

"대마법?"

"듀로크...설마 그 메테오를 또 사용하게?"

"응."

"메테오라면...설마 그 전설의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말하는 건가?"

"허어..."

타르시스와 엘리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타르시스는 문득 든 하나의 생각에 듀로크에게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그렇다면 대평야와 갈레지아 산은 어떻게 되는 건가?"

"마나를 흡수당한 대평야는 오랜 시간 동안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겠지. 물론 대평야에 있던 동식물도 마나를 흡수당하면서 모두 죽을 테고. 갈레지아 산은 메테오 마법에 직격당하면서 아예 흔적도 남지 않을 거야."

"뭐?!"

"안됩니다!"

타르시스와 엘리드가 듀로크의 말을 듣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왜 안되지?"

"동식물은 물론이고 산까지 사라진다고? 반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그 희생으로 인해서 전투로 죽을 엘프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해도?"

듀로크의 말에 반대하던 타르시스와 엘리드는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잘 생각해봐. 대평야와 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수많은 엘프들을 살릴 수 있어. 너희들에게는 같은 동족인 엘프가 소중하나? 아니면 동식물들이 소중하나?"

"그,그건..."

"다른 방법은...없는 건가?"

"다른 방법? 그거 말고는 그냥 대평야에서 전면전을 펼치는 것밖에 없겠지. 그러면 우리 원정대는 몰라도 엘프들은 상당히 많은 피해가 나올걸?"

"....."

"솔직히 나는 전면전을 펼쳐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대마법을 사용하면 나도 한동안은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거든. 대마법으로 모두 죽을지도 모르는 거고. 물론 피해는 현저히 적게 될 테지만."

"...고민할 시간을 주겠나?"

"그럼. 하지만 명심해.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겠네."

"그럼 나는 다시 쉬러 갈게. 결정되면 얘기해줘."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임시 지휘소에서 나갔고 쉐이드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둘이 나간 것을 확인한 타르시스와 엘리드는 나르샤를 바라보고 얘기했다.

"나르샤.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듀로크의 말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 꺼림칙한 느낌이 드니까."

"휴...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듀로크가 있으니 이런 선택지가 있는 거야. 안 그랬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 못했을걸?"

"하긴. 네 말이 맞구나."

"나도 듀로크를 따라가 볼게. 그리고 난 아빠가 무슨 선택을 하든 따를 생각이니까 부담가지지 마."

나르샤는 그 말을 끝으로 임시 지휘소를 나갔고 남은 엘리드도 타르시스에게 얘기했다.

"저도 타르시스님의 선택을 따를 겁니다."

"후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나도 혼자서 고민해볼 테니 잠시 자리 좀 맡아주게나."

"알겠습니다. 편히 갔다 오십쇼."

타르시스는 혼자 조용히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옮겼다.

"휴...잠시 공기 좀 쐬고 와야겠군."

몇 시간 동안 혼자서 고민하던 타르시스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역시 듀로크가 제안한 대마법의 실현이었다.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야. 우리가 엘프여서 그런 것일까?"

타르시스는 엘프가 아닌 타종족이였다면 과연 이런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식물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나무를 좋아하는 엘프들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고민거리이지만 타종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타종족과 똑같이 듀로크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우리 종족만의 고집으로 선택해야 하는가?...역시 쉽지 않군."

수많은 생각이 타르시스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르시스는 자신도 모르게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있었군."

주변을 둘러보니 윌나스 마을에 제일 높은 곳에 와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당히 좋은 경치에 타르시스는 눈이 알아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한밤중에 높은 곳에 올라가니 윌나스 마을의 수많은 빛이 한눈에 보였고 하늘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보름달 옆에는 많은 별들이 보름달을 꾸며주고 있었고 밑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엘프들의 분주한 모습은 그런 경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좋은 경치군."

타르시스는 자신도 모르게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며 바닥에 앉은 후에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타르시스는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워하며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듀로크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듀로크...여긴 왜?"

"왜긴. 당신과 똑같은 이유지. 그냥 공기나 쐬려고 온 거야."

듀로크는 타르시스의 옆에 누워서 얘기했다. 타르시스는 그런 듀로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대화나 하지 않겠나?"

"이미 하고 있잖아?"

"그렇군. 그럼...먼저 우리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그건 하지 않아도 돼. 받은 만큼 해주는 거니까."

"받은 만큼?"

"나르샤가 우리에게 해준 만큼."

타르시스는 듀로크의 말에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뭔데?"

"자네는 나르샤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라니?"

"말 그대로일세. 그냥 그대로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네."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마음 놓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누구보다 소중한 인물이지."

"그런가?"

듀로크의 말을 들은 타르시스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타르시스는 제일 궁금했던 질문을 얘기했다.

"그럼...이성으로 바라봤을 때는 어떻게 생각하나?"

"...뭐?"

듀로크는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타르시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로 얘기하는 거야?"

"말 그대로일세. 여성으로 바라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도 알잖아. 나는 오크고 나르샤는 엘프야."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가 데리고 다니는 클레아라는 여자도 인간이지 않은가? 그녀도 자네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그래서."

"자네도 생각했잖는가? 종족 차이에도 불구하고 맺는 인연을. 그녀와 연을 맺는다는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하겠지."

"...부정은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르샤와는 좀 상황이 다르지. 인간과 오크사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엘프와 오크니까. 더구나 클레아는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나르샤는 다르잖아?"

"허어...자네 모르는 건가?"

"뭘?"

"...아니네. 그렇다면 만약 나르샤가 자네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

"나르샤가?"

"만약의 얘기일세."

"그러면...그때 생각해봐야지. 그럴 가능성은 없으니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가?"

"어떻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아름다운 엘프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그걸 거부하는 남자는 없을걸? 종족을 떠나서."

"그런가?"

타르시스는 만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고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듀로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 오크를 반려자로 섬기고 싶은 엘프는 없겠지만 말이야."

"훗. 그건 모르는 일이네. 자네는 오크와 인간의 화합을 이룬 오크잖는가? 엘프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지."

타르시스는 듀로크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심각한 대화로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제대로 된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은 무슨 의미인가?"

"조금 긴 대화가 될 텐데 괜찮나?"

"괜찮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다면 얘기하지. 라자드란 인물에 대해서."

듀로크는 라자드에 대한 이야기를 타르시스에게 얘기했고 그렇게 둘은 좋은 밤 경치 속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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