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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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9)
"나,나르샤님이라고?"
"진짜로?"
"정,정말이야!"
나르샤의 등장에 엘프들은 어떤 때보다 희망찬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사기가 한순간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엘프보다 더욱 기쁨을 느끼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타르시스였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 네 얼굴을 보지 못하고 죽는 줄 알았다."
"이래 봬도 소식 듣자마자 온 거야. 그리고 늦게 온 만큼 열심히 할 테니까 봐줘요."
나르샤는 농담을 하며 미소를 지었고 그런 나르샤의 모습에 타르시스는 진정 나르샤가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르샤는 이내 바르스를 보며 목을 한번 좌우로 꺾으며 얘기했다.
"그럼 배신자 바르스. 각오는 됐겠지?"
나르샤에게서 나오는 기운에 마물들이 본능적으로 쫄았고 바르스도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다시금 깨닫고 나르샤에게 당당하게 얘기했다.
"혼,혼자 와서 뭘 하겠다는 거냐?! 아니! 오히려 잘 됐다! 너를 죽이고 이제 내가 밀런 왕국의 최강자가 되겠다!"
바르스는 화살을 메기면서 나르샤를 향해 겨누었지만 나르샤는 오히려 콧방귀를 끼며 비웃었다.
"훗. 나를 죽인다고 해서 네가 밀런 왕국의 최강자가 될 것 같아? 착각도 유분수지. 자신을 너무 모르는구나?"
"닥쳐!"
바르스는 5개의 화살에 오러를 새기고 나르샤를 향해 쏘았다. 5개의 화살은 놀랍게도 모두 정면으로 날아가지 않았고 2개는 휘어서 등으로, 2개는 양 옆구리로, 1개는 복부를 향해 갔다. 5개의 방향에서 동시 공격. 바르스는 이렇게 가까이서 쐈으니 아무리 나르샤라도 당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르스의 예상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까까깡!!
"말,말도 안 돼..."
화살이 몸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나르샤가 검을 꺼내 들었고 5방향에서 오는 화살을 모두 쳐버렸다. 바르스는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하는 나르샤의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르샤는 다시 검을 집어넣으며 얘기했다.
"나는 정령, 마법, 검을 모두 사용할 줄 알지. 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성취가 낮은 것이 바로 검이다. 그런데 그 검조차 네 공격은 쉽게 막을 수 있지."
"이익!"
"최강자? 웃기네. 네가 얼마나 발버둥 치든 밀런 왕국의 최강자는 될 수 없어. 왠지 알아? 그게 네 한계이기 때문이야."
"닥치라고!!"
바르스는 마물들에게 총공격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수천에 달하는 마물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엘프들이 전투 준비에 나섰는데 제일 최전선에 있는 나르샤는 오히려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 혼자 왔다고 했어?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
퍼퍼퍽!
"깽!"
"캬아아악!"
맨 앞에서 달려가던 마물들이 갑자기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마물들이 움직이던 몸이 멈췄고 바르스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기 위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봤다.
"이건?"
쓰러진 마물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눈과 머리, 입을 통해서 수많은 투척무기들이 관통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밑으로 떨어졌다.
"늦게 온 이상 그만큼 확실한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지. 그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은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여 마물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댔다. 수백 명이 모여서 뿜어내는 살기에 마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고 그로 인해서 바르스는 그들이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수백 명의 인물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싸우고 온 것과 같은 수천 명의 엘프들까지 공중에서 내려왔다.
그 엘프들은 다른 엘프들과 다르게 눈빛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투지를 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대체 뭐야?! 대체 뭔데 넌 내 모든 것을 방해하는 거야?!"
바르스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광경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뭐긴? 지금까지 잘 알고 있었잖아? 난 밀런 왕국의 최강자이자 타르시스의 딸인 나르샤. 그리고 배신자인 널 죽이러 온 엘프지."
"웃기지 마라!!"
바르스의 외침과 함께 수천의 마물들이 일제히 돌격했고 그에 맞혀서 수백 명의 암살자들도 마물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엘프들도 돌진하였고 나르샤도 검을 꺼내 들어 바르스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는 시작되었다.
앞에서 나르샤와 엘프들, 그리고 암살자들이 마물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뒤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는 두 인물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쉐이드와 맥이었다.
"무섭지 않나?"
"예? 무섭냐고요? 전혀요. 저보다 약한 이들을 왜 무서워해야 하죠?"
"큭. 맞는 말이군."
쉐이드는 맥의 정론에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그 두 명의 앞에는 수많은 마물들이 엘프들의 뒤를 치기 위해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두 명은 오히려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며 전투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쉐이드님은 저 전투에 붙지 않으셔도 돼요? 암살자분들을 통제하는 것이 나으실듯한데."
"내가 없어도 S급 암살자들이 잘 통제할 것이다. 그리고 너 혼자서는 모두 막는 것은 힘들 테니까."
"헤헤. 저를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렇다고 내가 너를 보호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말 그대로 지나칠 것 같은 마물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온 것이니."
"당연하죠. 쉐이드님의 발목을 잡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 말 그대로 되었으면 좋겠군."
쉐이드와 맥이 대화를 하는 사이에 어느새 마물들이 엄청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을 본 쉐이드는 단검을 꺼내들고 자세를 잡으며 얘기했다.
"그럼 내가 가서 날뛸 테니 너는 뒤에서 마물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예. 알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쉐이드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쉐이드를 본 가고일과 켈베로스들이 쉐이드를 향해 몰려왔지만 쉐이드는 두 눈 깜짝하지 않고 그들을 맞이했다.
"쉐도우 워크."
쉐이드 본인만의 기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느려지면서 마물들의 움직임 또한 마치 슬로우 장면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아무리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도 쉐이드의 쉐도우 워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왜냐하면 맞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소용없었기 때문이었다.
"느려. 너무나 느리군. 이래서는 내가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쉐이드는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동시에 공격하는데도 여유롭게 피하면서 마물들의 심장을 정확히 찌르고 지나갔다. 그렇게 쉐이드 한 명에게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묶여있는 가운데 다른 마물들이 쉐이드를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맥이 아니였다.
"어디 가세요? 당신들의 상대는 저에요."
맥은 점프한 후에 마검을 휘둘러서 가고일 한 마리를 2조각 내었다. 아무리 강화된 마물이라고 해도 마검 앞에서는 두부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더구나 마물의 피부에 가해진 흑마법은 마검 오블리가 뿜어내는 기운과 아주 비슷한 특징을 띄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검에 더욱 쉽게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맥은 가고일 한 마리를 죽인 후에 시체를 밟고 밑에 달려가는 켈베로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덮쳐오는 가고일 2마리를 눈으로 포착하면서 켈베로스 3개의 머리를 마검으로 한 번에 잘라냈다.
그리고 미리 봐두었던 가고일 2마리의 공격을 옆으로 피한 후에 마검에 마력을 듬뿍 머금은 채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핫!"
그러자 마검에서 반달 모양의 검은 마력이 튀어나왔고 검은 마력은 가고일 2마리를 가볍게 2조각을 내며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마력을 계속 유지한 채 휘둘러라.』
"알겠어요!"
이어서 맥은 마력을 계속 유지한 채 주위에 있는 마물들을 향해 마검을 휘둘렀고 반달 모양의 검은 마력은 마물들을 그대로 찢으며 지나갔다. 마물들은 자기들끼리 몰려있어서 맥이 날린 검은 마력을 피하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검은 마력은 맨 앞의 마물들을 찢고 지나가는데도 위력이 전혀 반감되지 않고 뒤에 있는 마물들까지 계속 관통하며 지나갔다. 그 때문에 한번을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기본 수 마리에서 십수 마리까지 죽이고 지나갔다.
그러자 마물들도 함부로 맥에게 다가가지 못하면서 주춤대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건가요? 하지만 당신들에게 도망갈 길은 존재하지 않는데요?"
"그 말 그대로지."
어느새 마물들의 뒤에는 마물들의 피범벅으로 되어있는 쉐이드가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심장이 터진 채 즉사해 있는 수십 마리의 마물들의 시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마물들은 양쪽으로 둘러싸인 것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쉐이드는 그 광경에 키득 웃으며 얘기했다.
"나랑 내기하지 않겠나? 누가 더 많이 죽이는지."
"받아들일게요. 제가 이기면 맛있는 것을 사주셔야 해요?"
맥은 그 말을 끝으로 마물들을 향해 달려갔고 쉐이드는 그 말에 비웃으며 얘기했다.
"훗.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넌 아직 멀었다."
쉐이드도 그 말을 하고 움직였고 그렇게 마물들은 둘에 끼인 채 일방적으로 학살되는 선택밖에 할 수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마물들이 앞으로 돌진해왔고 그에 맞혀서 암살자들과 나르샤도 마물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거리가 어느 정도 줄어든 순간 나르샤는 멈췄고 암살자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었다.
"뭐야?"
바르스는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라서 지켜봤는데 암살자들이 꺼낸 것은 종이에 싸인 하나의 봉투였다.
"모두 투척!"
이츠의 말과 동시에 암살자들은 봉투를 있는 힘껏 마물들을 향해 던졌고 이어서 나르샤가 마법을 사용했다.
"윈드 토네이도!"
나르샤가 바람의 폭풍을 만들어내자 봉투가 일제히 폭풍에 흡수되면서 내용물이 밖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내용물이 폭풍 속에서 휘날렸고 나르샤는 바람의 폭풍을 마물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런 저써클의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윈드 토네이도 정도의 마법이라면 마물들의 마방능력으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바르스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윈드 토네이도를 무시하고 마물들을 돌진시켰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털썩.
"깽?"
"캬아악?"
"뭐,뭐야?"
윈드 토네이도를 맞거나 근처에 있던 마물들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마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는 듯한 눈초리였고 자신들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당황하고 있었다.
바르스도 무슨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였다.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궁금해?"
나르샤는 그런 바르스의 표정에 통쾌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간단해. 마비독을 풀었을 뿐이야."
"마비독?"
"얘네들 말로는 마물들이 독에 약하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실험하기 위해서 마비독이 들어간 봉투를 던졌고 윈드 토네이도를 통해서 퍼지게 한 것뿐이야.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고."
약 절반에 가까운 마물들이 쓰러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암살자들이 쓰러져 있는 마물들에게 다가가서 차례차례 숨을 끊어놓고 있었다. 바르스는 너무나 어이없게 전력의 절반이 쓰러진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하지만 이제 알았으니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너는 몰라도 한참 몰라."
"뭐?"
"절반으로 줄인 것은 더 쉽게 이기기 위해서야. 어차피 우리가 이기는 것에는 변함없다는 말씀."
"개소리 집어쳐!"
바르스가 다시 활에 화살을 메기며 얘기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르샤가 움직였고 바르스와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거리를 나르샤는 한순간 줄이며 다가왔다. 그리고 나르샤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서 바르스의 오른쪽 팔을 어깨로부터 분리시켰다.
서걱!
"끄아아아악!!"
바르스는 엄청난 고통에 바닥에 쓰러져서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르샤는 발로 바르스의 복부를 차면서 바르스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퍼억!
"컥!"
"가만히 있어라. 너는 쉽게 죽일 생각 없으니까."
복부에 발길질을 당한 바르스는 토악질을 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나르샤는 손에 파이어볼을 만들어서 깔끔하게 짤린 오른쪽 어깨를 지졌다.
치이익...
"끄아아악!!"
"이렇게 지져놔야 다시 치료마법을 사용해도 팔이 자라나지 않지. 네가 생각해봐도 좋은 방법이지?"
"이,이 미친년!!"
바르스는 다른 왼손으로 화살을 붙잡아서 나르샤의 얼굴을 향해 찔렀다. 하지만 그 왼손이 나르샤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나르샤의 검이 움직이며 왼손을 수십 조각으로 분해해버렸다.
"크아아아악!!"
"너무 그렇게 비명 지르지 말라고. 이제 시작이야. 너는 내가 사지 불구로 만든 다음에 치료마법을 사용하면서 영원히 고통에 시달리게 할 거니까."
"안,안 돼...차라리 죽여줘..."
바르스는 너무나 큰 고통과 절망에 눈물을 질질 흘리며 나르샤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나르샤의 눈에는 어떤 때보다 차가움과 함께 단호함이 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죽음은 네게 자비일 뿐이야."
"제,제발..."
"네 배신으로 죽은 이들을 위해서 너는 수명이 끊어질 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해."
나르샤는 바르스에게 슬립 마법을 사용하면서 얘기했다.
"지금은 편히 자두라고. 네가 눈을 떴을 때는 이제 지옥의 시작이니까."
어느 때보다 싱긋한 미소를 나르샤였지만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조용한 분노 때문에 소름이 돋는 미소였다. 바르스는 그런 나르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고 그와 동시에 슬립 마법으로 인해서 눈이 감겼다.
"안...돼..."
고개를 힘없이 수그리며 바르스는 잠이 들었고 나르샤는 그런 바르스를 한 손으로 들고 얘기했다.
"레오나드."
"예!"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레오나드가 나르샤에게 다가왔고 나르샤는 들고 있던 바르스를 레오나드에게 넘겨주었다.
"포박해서 데리고 있어. 의식이 돌아와도 자살하지 못하게 해. 나중에 차근차근 괴롭힐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제대로 해볼까?"
나르샤는 검을 다시 바로잡고 정령까지 소환하여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춘 채 마물들을 향해 돌진했다. 나르샤라는 초인과 함께 마물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암살자들. 그리고 타르시스가 이끄는 엘프들까지. 그런 전력 앞에 마물들은 빠르게 숫자가 줄어 들어갔다.
원래 바르스가 이끄는 부대는 드리트가 이끄는 병력이 올 때까지 발을 묶어두는 임무를 맡아두는 이들로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마비독으로 인해서 절반에 가까운 마물들이 쓰러졌고 원정대까지 합류하면서 마물들이 빠르게 정리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원정대의 활약으로 인해서 바르스가 이끄는 마물부대를 빠르게 정리하였고 나르샤는 타르시스를 향해 얘기했다.
"아빠! 빨리 후퇴하자."
"알,알겠다. 그런데 어디로?"
"서쪽으로 조금 이동한 후에 우회하여 윌나스 마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동쪽에는 다른 마물들이 있지 않나? 우회하더라도 지금 우리를 뒤쫓고 있어서 들킬 것 같은데. 더구나 지금 뒤에도 마물들이 따라붙고 있..."
타르시스는 자신들의 뒤를 쫓아오고 있던 마물들을 떠올리고 뒤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뒤에는 마물들의 시체로 보이는 것들이 산을 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를 쌓은 두 명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나르샤는 그 둘을 향해 얘기했다.
"끝났어?"
"그래. 숫자만 많고 별거 없더군."
"역시 아직 저는 쉐이드님한테 안되는 것 같네요."
"훗. 더 수련하여 정진하도록."
마물들의 피로 샤워를 한 두 명은 바로 쉐이드와 맥이었다. 타르시스는 자신이 이끄는 군대로도 힘들 정도의 마물들을 겨우 2명이서 처리한 것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대단하군. 저,저 마물들을 저리 쉽게 죽이다니."
"그렇지? 저 둘도 초인에 들어가는 이들이니까."
"하지만 우리를 쫓는 마물은 저들이 끝이 아니다. 드리트가 이끄는 다크엘프와 마물부대가 동쪽에 있다. 그들은 이들보다 훨씬 숫자도 많고 강하다."
"알아. 우회하다가 그들이 우리를 발견할 것을 걱정하는 거지?"
"그렇단다."
"그건 걱정 마. 지금 한 명이 발을 붙잡아주고 있을 거니까."
"한 명이?"
"그렇지? 클레아?"
"그럼요."
나르샤의 말에 클레아가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타르시스는 처음 보는 인간의 소녀였지만 소녀의 눈을 통해서 절대적인 확신의 믿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르샤가 자신을 비롯한 엘프들에게 해를 끼칠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나르샤의 말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하겠다."
"고마워. 아빠."
"아니, 나야말로 고맙지. 정말 필요할 때 딱 맞춰서 와서 고맙구나."
타르시스는 나르샤를 품속으로 껴안았고 나르샤도 오랜만에 아버지의 품속에 들어가서 그런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타르시스는 기운을 다시 되찾은 것처럼 힘차게 외쳤다.
"모두 서쪽으로 이동한 후에 우회한다! 우리의 목표는 윌나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엘프들은 어떤 때보다 우렁찬 기합을 내었고 그와 동시에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도 이동을 하는 무리가 있었다.
테라스팔 숲에서 전투를 치르고 이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드리트와 소리아가 이끄는 마물과 다크엘프부대. 바르스가 이끌었던 부대와 질과 숫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 많은 이들이 빠른 속도로 도망친 밀런 왕국의 군대를 뒤쫓고 있었다.
"그렇게 멀리는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겠지? 거기다 바르스 녀석이 발만 묶어주면 되니까. 설마 발을 묶는 것도 못 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까지 멍청하다면 그 녀석에게 값어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때는 댕겅?"
소리아는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고 드리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드리트의 대답이 재밌었던 모양인지 소리아는 키득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는데 그때 드리트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전군 정지."
드리트의 조용한 목소리에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모두 정지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본 소리아는 이상하다는 듯이 드리트에게 얘기했다.
"무슨 일이야?"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다가오고 있다고? 어디서?"
소리아는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바라봤지만 시야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동쪽. 하늘에서 오는 것 같다."
"동쪽 하늘?"
소리아는 동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시야 확대 마법을 사용하여 관찰하였다. 그리고 드리트의 말대로 누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니콘 같은데? 그것도 수백 마리."
"적의 증원군인가?"
"어떻게 할래?"
"고민할 게 있나? 격추시켜라."
"그 말을 기다렸어~"
소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다크엘프 마법사들에게 준비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나를 끌어 올리며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좋아. 그럼 타이밍을 기다리자고~"
적이 자신의 위를 올라가는 순간. 그 순간에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유니콘은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고 이내 위를 지나가려고 했다.
"지금이다!"
소리아의 명령에 맞혀서 수많은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해서 유니콘들을 향해 공격했다. 수많은 마법은 곧장 유니콘들을 향해 날아갔고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쾅!!
폭발에 의해서 충격파와 함께 엄청난 연기를 뿜어내었다. 소리아는 유니콘들의 시체를 보기 위해서 폭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아무리 강력한 폭발이라고 해도 시체 하나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위화감에 소리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연기를 뚫고 나오는 것들을 보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유니콘들이 생채기 하나 입지 않고 멀쩡한 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더구나 숫자도 한 마리도 줄지 않은 채 유니콘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갔고 소리아는 그런 광경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소리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드리트도 저 멀리 가는 유니콘들을 바라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모르겠어. 분명히 마법은 제대로 날아갔고 폭발했는데?"
"그렇다면 그 폭발에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한가?"
"이론적으로 앱솔루트 실드 정도라면 그 피해를 막을 수 있어. 하지만 앱솔루트 실드는 8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거야. 더구나 저 수백 마리의 유니콘들을 모두 보호하려면 8서클이 아닌 9서클 마법사여야해."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말이군...잠깐. 9서클?"
드리트는 소리아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이 눈앞에 펼쳐졌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때 드리트의 머릿속을 휙 하고 지나가는 한 가지의 생각이 있었다.
"지금 9서클이라고 했나?"
"응. 그랬는데?"
"9서클...나는 9서클 마법사의 존재를 2명 알고 있다. 한 명은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라자드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나 듀로크지."
드리트의 말을 끊고 한 목소리를 내뱉는 존재가 있었다. 그 목소리에 그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폭발의 중심 속에서 조용히, 그것도 느리게 바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누구지?"
드리트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장소에서 피하라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리트의 질문을 들은 그는 당연한 질문을 한다는 것처럼 바라보며 얘기했다.
"말했잖아. 내가 바로 듀로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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