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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61화 (261/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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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8)

"가라!"

소리아의 명령에 맞혀서 수많은 마물들이 이프리트를 덮쳤다. 하지만 이프리트가 왼손을 위로 올리자 이프리트를 중심으로 화염의 폭풍이 몰아쳤다. 화염의 폭풍은 한번에 크기를 확대해나가며 돌격해오는 마물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폭풍에 닿은 마물들은 그대로 불타오르며 비명 하나 부르지 못한 채 새까만 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새까만 재로 변해도 마물들은 쉬지 않고 화염의 폭풍을 향해 돌격했고 그런 모습에 이프리트는 비웃음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줄 아는 것이 자살밖에 없나? 참으로 우매하군.]

"과연 그럴까?"

마물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소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준비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

극한의 한기를 띄는 8서클 블리자드 마법. 역시 8서클 마법답게 온도를 한 번에 낮추면서 화염의 폭풍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염의 폭풍을 뚫고 살아서 들어가는 마물들이 생겨났고 그런 마물들이 이프리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어디서!]

한순간 이프리트의 몸을 이루고 있던 불이 확 크기가 커지면서 다가오던 마물들을 일제히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이던 화염의 폭풍도 다시 활활 타오르며 블리자드 마법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겨우 이거인가? 내게 이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

"아니. 안 통할 리가 없지. 그리고 이대로 가면 우리의 승리야."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모르는 척 하지 마~ 제대로 완료된 소환도 아니고 소환자가 죽은 이상 마나 부족으로 네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지. 아무리 정령왕이라도 말이야."

[.....]

"정령계라면 우리가 뭔 짓을 하든 너를 상대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여기는 중간계. 그것도 소환자가 죽었으면 이렇게 마나 소모전만 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 그것을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그치?"

[훗. 아주 멍청이는 아니였군.]

이프리트는 쿨하게 소리아의 말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인정할 줄은 몰랐는지 소리아는 놀랍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헤에? 인정하는구나? 의외네."

[어차피 인정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똑같아?"

[너희들을 모두 죽인다는 결과는.]

이프리트는 그 말을 하며 소리아를 바라보았고 소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소리아는 소리쳤다.

"방어 마법!"

[늦었어.]

드드드드...콰쾅!

갑자기 땅이 흔들리면서 땅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땅을 뚫고 나온 것은 바로 이프리트의 화염이였다. 수십 개의 화염이 땅을 통해서 들어가 있다가 한순간에 폭발하듯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수십 개의 화염은 마물들과 마법사들이 서 있던 땅 밑에서 튀어나오면서 그들을 노렸고 그와 동시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으아아아악!!"

"뜨,뜨거워!"

"내,내 몸이 녹..."

화염에 닿은 신체가 녹아서 떨어지고 화염에 휩싸인 이들은 그대로 한 줌의 액체로 변해버렸다. 일부의 마법사들은 뒤늦게 실드를 쳤지만 실드로 이프리트의 화염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내 옆으로 와라!"

소리아는 주변에 날뛰는 화염에 지팡이를 땅에 박고 주문을 외웠다.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이 소리아 곁으로 다가왔고 소리아는 마나를 불어넣어서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 실드!"

소리아를 중심으로 검은색의 실드가 생성되었고 곁으로 온 다크엘프 마법사들도 지팡이를 땅에 박고 실드에 마나를 보태주는 것으로 실드를 강화하였다. 그리고 실드 밖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던 화염이 이내 다크 실드를 강타했다.

쾅!!

"컥!"

"우웨에엑!"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서 소리아를 도와줬지만 화염이 실드에 부딪히는 순간 엄청난 충격에 마법사들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소리아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막고 있었고 생각보다 더한 정령왕의 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건가? 이제 시작이건만.]

이프리트는 다른 손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라진 땅을 통해서 새빨간 용암이 튀어나왔고 용암이 또다시 마물들과 마법사들을 덮쳤다.

"캬아아악!"

"깨꺠깽!"

안 그래도 화염으로 아비규환이 된 상황 속에서 용암이 몰아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용암까지 실드를 압박하면서 소리아는 식은땀을 흘렸고 결국 소리쳤다.

"드리트! 빨리!"

"알겠다."

소리아가 소리 친 동시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다크엘프들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이프리트를 향해 검으로 찔렀다. 그들의 검에는 모두 마나로 둘러싸서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고 정령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십 개의 검이 정령왕의 몸을 찌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 정령왕의 몸이 하얗게 변하면서 열기를 뿜어냈다.

[꺼져라!]

"윽!"

"뜨,뜨거워!"

이프리트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에 다크엘프들은 결국 접근하지 못한 채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프리트는 눈앞에 있는 다크엘프를 향해 손을 들어서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프리트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면서 화염의 방패를 만들었다.

쾅! 치이이익!

멀리서 이프리트를 향해 창이 날아왔지만 화염의 방패에 부딪히는 순간 녹아서 액체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또다시 창이 날라왔고 이프리트는 화염의 방패로 창을 녹여버렸다.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이것도 통하지 않을까?"

이프리트에게서 약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팔만 남은 드리트는 창을 들고 있었다. 남은 한팔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불끈불끈했고 창에는 오러블레이처럼 완벽한 오러가 실려있었다. 그리고 드리트는 그런 창을 있는 힘껏 이프리트를 향해 날리면서 창은 마치 거대한 석궁처럼 엄청난 속도로 이프리트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런 오러가 실린 창도 화염의 방패에 닿으면서 그대로 액체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흐읍!"

쾅!!!

하지만 드리크는 창을 던지는 것을 쉬지 않았다. 그런 행동에 이프리트는 화염의 방패를 계속 유지한 채 방어에 집중하며 얘기했다.

[통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던지는 건가? 멍청하군.]

"과연 멍청할까?"

[뭐?]

"내가 왜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끌고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았나?"

이프리트는 그 순간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소리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소리아와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어느새 화염과 용암을 피해서 실드를 풀고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거대 마법을.

[저건?]

공중에는 뾰족하고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생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덩어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가만히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프리트는 알고 있었다.

[어디서!]

이프리트는 손을 들어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소리아를 향해 화염을 뿜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창의 소리가 들려왔다.

쾅! 치이이익!!

[이 자식이?!]

"거길 신경 쓸 여유가 있었나?"

드리트는 계속 창을 날렸고 창에 맞으면 자신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프리트는 방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얼음 덩어리는 크기를 키워나갔다.

[하찮은 존재들이 감히!]

결국 열이 오른 이프리트는 주변에 있는 열기를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다. 땅에 들끓고 있던 용암도, 수십 개의 화염도, 타고 있던 불도 모두 이프리트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모두 흡수한 이프리트는 5미터의 크기에서 30여 미터로 한순간에 커졌고 열기 또한 그에 비례해서 늘어났다.

[죽어라!]

거대해진 이프리트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앞에서 막고 있던 다크엘프들이 그대로 녹아버렸다. 드리트의 창도 높아진 열기 때문에 방패를 만들지 않았는데도 근처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이프리트는 어떤 공격에도 관심 없다는 듯이 방어하지 않은 채 소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본 드리트는 소리아에게 외쳤다.

"마녀! 막을 수 없으니 준비해!"

"쳇.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리아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이내 공격 준비에 나섰다. 얼음 덩어리는 크기가 어느새 50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커져 있었고 얼음 덩어리 근처에서 나오는 한기로 인해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이프리트에게서 나오는 열기는 온도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었고 그런 한기와 열기가 만나서 수많은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자! 가자!"

구름으로 인해서 눈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아는 정확히 이프리트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소리아의 말에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그제야 마나를 불어넣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소리아는 지팡이를 든 채 얼음 덩어리를 움직이며 목표인 이프리트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이프리트가 움직이는 땅은 녹아서 붉게 불타고 있었고 이프리트의 열기 때문에 증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통해서 소리아는 이프리트의 거리를 알 수 있었고 이내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프리트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이다!"

소리아는 지팡이를 앞으로 크게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 있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이프리트를 향해 날아갔다. 이프리트는 얼음 덩어리가 오는 것을 보고 포효하며 화염의 방패를 만들었다.

[이까짓게 나한테 통할 것 같느냐?!]

이프리트의 앞에 화염으로 만들어진 반경 10미터의 방패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방패와 얼음덩어리가 부딪혔고 힘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얼음 덩어리의 한기와 화염의 방패의 열기가 부딪히면서 엄청난 수증기를 뿜어내었다. 뾰족했던 얼음덩어리의 끝 부분이 화염의 방패에 녹아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화염의 방패도 얼음 덩어리의 한기에 밀려서 조금씩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 만든 특제 얼음 덩어리라고~ 만만치 않을걸?"

소리아는 씨익 웃으며 얘기했고 이프리트를 얼음 덩어리를 막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끝내 얼음덩어리가 반 정도 녹았을 무렵 화염의 방패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쨍!

화염의 방패가 부서지면서 화염이 공중에서 흩어졌고 얼음 덩어리는 이프리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소리아는 그 광경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지만 이프리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푸화아아악!!

이프리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화염이 흩어지면서 얼음 덩어리를 감싸았다. 그리고 화염이 얼음덩어리를 감싸면서 조금씩 얼음덩어리의 크기를 줄여나갔고 이내 얼음 덩어리를 모두 증발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이프리트의 몸도 30미터에 육박했던 것이 다시 5미터로 줄어들었지만 회심의 공격을 막는데 성공한 이프리트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소리아는 진심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네."

소리아가 그렇게 감탄을 하는 사이에 이프리트는 아직 건재한 몸을 일으키며 얘기했다.

[훗. 정령왕을 너무 쉽게 봤군. 이제 죽을 준비는 되었겠지?]

"죽을 준비? 미안하지만 아직 죽을 때는 아니여서."

[빌어도 소용없다. 네 녀석들의 섬멸이 계약의 조건이니.]

"아니. 승리는 우리 것이야."

[뭐?]

푹!

이프리트는 등 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이프리트는 등부터 가슴까지 관통하여 나온 창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창에는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완벽한 오러가 생성되어 있었고 이프리트는 자신을 구성하고 있던 마나가 흩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접근한 거지?]

"몸까지 사용해서 막으려고 할 때."

드리트는 이프리트의 몸을 관통한 창을 부여잡으며 얘기했다.

[아쉽군...소환사만 제대로 있었어도...너희들을 모두 죽이고 남았을 텐데.]

"그렇겠지. 그랬다면 우리의 제삿날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을 탓해라. 이번에는 우리의 승리니까."

[너희의 죽음을...기원하겠다.]

"어차피 우리도 오래 살 생각은 없다."

드리트는 그 말을 끝으로 창을 위로 들어 올렸고 창은 이내 이프리트의 가슴부터 얼굴까지 지나갔다. 그러자 이프리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화염이 한순간에 흩어졌고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쳇. 이래서 창을 사용하기 싫은데. 내 스타일이 아니란 말이지."

드리트는 창을 다크엘프 부하에게 넘겨주고 소리아에게 걸어갔다.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하군."

"예상 외로 정령왕의 힘이 강력했어. 소환사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 정도라니. 엘프 쪽에서 소환 가능한 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야."

"그래도 방금 공격으로 이프리트는 다시 소환하기 힘들 터. 그리고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맞아. 그리고 이 와중에도 그 녀석이 엘프들을 도망 못 치게 잡아두고 있을 테니까."

"그 사이에 우리가 그 뒤를 친다."

"올라올 싹은 미리 밟아두는게 맞는 거지~"

오랜만에 이야기가 맞는 드리트와 소리아였고 그 둘의 선두로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상당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을 과감히 죽여서 걸리적거리지 않게 하였고 남은 테라스팔 숲의 잔재도 불태우면서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지금까지 숨어서 조용히 지켜보던 페어리 킹은 혼잣말로 얘기했다.

"아무리 소환사가 없었다고 해도 이프리트를 이기다니. 의외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은 벌었으니 타르시스의 승리라고 볼 수 있나?"

페어리 킹은 날개를 접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변에는 화염으로 가득했고 숲이 사라지면서 페어리 킹의 힘은 급속도로 약해져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페어리 킹은 이동하고 있는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지금까지 모든게 순조롭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삶은 항상 순조롭지 않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삶이지~ 그리고 과연 이 전쟁에 변수가 존재하지 않을까?"

페어리 킹은 키득키득 거리며 화염이 가까이 오는데도 가만히 앉아있었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변수가 너희들의 목을 조이지 못하도록 하는게 좋을 거야~ 그 변수는 나조차 예상할 수가 없을 정도니까."

화염이 이내 페어리 킹이 있는 곳까지 번져왔고 페어리 킹은 화염이 자신을 태우는 것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볼 수 없는게 아쉽지만..."

페어리 킹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고 그와 동시에 페어리 킹의 몸이 가루로 되면서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지면서 얘기한 페어리 킹의 말을 들은 것일까? 그 순간 페어리 킹이 바라보고 있던 상공에 수많은 생물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쉬지 않고 뛰어라!"

타르시스는 정령사들이 희생하면서 벌어준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병력을 이끌고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했다. 전방향에서 마물들이 멀리서 오는 것이 보였지만 역시 예상대로 서쪽이 제일 숫자가 적었다.

그리고 그 마물들을 뚫으면 활로가 열린다는 것을 타르시스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마법사와 정령사들은 들어라! 눈 앞에 있는 마물들과 싸우지 않고 지나갈 것이다! 방해마법을 사용해라!"

타르시스의 말을 들은 마법사와 정령사들은 이내 타르시스의 명령대로 공격마법이 아닌 방해마법을 사용했다. 노움을 통해서 땅을 폭삭 주저앉게 하거나 운디네를 통해서 땅을 얼게 하여 마찰을 줄여 넘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프를 통해서 바람을 일으켜 행동을 느리게 하였고 샐러맨더를 통해서 신기루를 만들어 시야를 혼란시켰다. 물론 마법사들도 다양한 마법을 사용해서 마물들을 혼란시켰고 그사이에 엘프의 군대는 빠르게 그들을 지나쳐서 서쪽으로 달려갔다.

"저 언덕만 넘으면 된다!"

타르시스는 마물들을 예상보다 수월하게 제치면서 앞에 자신들을 막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언덕을 넘으면 기다란 강이 존재하고 강을 통해서 마물들과 거리를 벌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희망을 품고 엘프들을 격려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타르시스의 희망찬 감정을 느낀 것일까? 엘프 병력들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언덕을 향해 달려갔고 희망에 가득한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절망은 희망이 한순간 무너질 때 제일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 겁니까?"

"전군 정지!!"

언덕 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한 인물에 타르시스는 멈추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한 치의 시간도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 무시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뒤에서 마물들은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물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르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엘프들을 배신하고 다크엘프의 편에 붙은 바르스였다. 바르스의 등장에 엘프들은 적의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타르시스는 마법을 쏠 준비를 하며 얘기했다.

"미안하지만 너랑 대화할 시간은 없다."

"이런...전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제 눈을 이렇게 만든 레스타드님도 보내셨으니 이제 남은 분은 타르시스님뿐이니까요."

바르스는 오른쪽 눈에 쓰고 있던 안대를 들어서 상처를 보여주었고 오른쪽 눈을 자르고 지나간 기다란 검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제가 혼자서 이렇게 올거라고 생각하신겁니까? 제가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바르스의 말에 언덕 위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추 숫자만 봐도 수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숫자였다.

"기어코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냐?"

"언제는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는 타르시스님의 머리를 원합니다. 아직도 눈꼴이 욱신거리는 것이 타르시스님을 죽여야만 이 고통이 사라질 것 같거든요."

바르스는 그 말을 하면서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어서 화살을 메겼고 마물들도 울음소리를 내면서 전투 준비자세를 취했다. 그 광경에 타르시스는 마법을 쏠 준비를 하며 병사들에게 전투준비를 외쳤다. 하지만 뒤에서 또다른 마물들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타르시스는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르샤를 보지 못한 게 한이 되는군.'

타르시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바르스의 손에서 화살이 떠나갔고 타르시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마물들도 엘프들을 향해 돌진했고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타르시스는 날아오는 화살에 오러가 실려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하였다. 아니, 고민했었다.

뭔가가 갑자기 날아와서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슈우우...콰쾅!!

멀리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인물이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충격에 날아오던 바르스의 화살이 다른 데로 빗나갔고 돌격하던 마물들도 움직임을 멈추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 보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타르시스도 갑자기 날아온 한 인물에 멍하니 쳐다보았고 엘프들도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는 눈초리였다.

한 인물이 떨어지면서 만든 충격에 먼지가 날아다니면서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바르스는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냐? 누구길래 방해를 하는 거야?"

"누군지 궁금해?"

인물은 입을 열어 얘기했고 그 목소리를 들은 바르스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던 타르시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나르샤..진짜냐?"

"늦어서 미안해. 아빠."

먼지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인물의 정체는 바로 밀런 왕국에서 제일 강하고 타왕국에 있었던 나르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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