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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60화 (260/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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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7)

"모두 마물들을 경계하라!"

엘프 군대를 이끄는 타르시스는 전 방향에서 다가오는 마물들을 보고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점을 깨닫는 동시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물은 전 방향에서 오고 있다. 전방은 다크엘프들의 병력 때문에 힘들겠고...답은 후방으로 가서 마물들을 뚫는 것인가? 하지만...'

상황은 페어리들의 힘을 빌려도 힘들 정도로 불리해 보였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숲에서 후퇴하는 것밖에 답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경우 도와달라고 한 페어리들을 뒤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남은 페어리들은 숲을 잃고 모두 죽을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타르시스가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미련없이 버릴 정도로 나는 철가면을 쓰지도 않았고 쓰레기도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지휘관은 누구보다 매정하게 버리고 냉철하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존재한다. 자신의 부대의 생존을 위해서 어떤 방법이든 취할 배짱도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지휘관의 특성이 타르시스에게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또한 그것을 타르시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그렇게 타르시스가 결정을 하는 못하는 와중에도 마물들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퇴로는 점점 좁아져 갔다. 하지만 그때 그의 고민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타르시스에게 얘기를 거는 엘프가 있었다.

"타르시스님. 가십쇼."

"...뭐라고?"

"여긴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쇼."

"너희들?"

약 100여 명의 엘프들이 굳센 각오를 다짐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정령사인 것을 눈치챈 타르시스는 그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정령왕을 소환하려고 하는 것이냐?"

타르시스의 질문에 정령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타르시스는 그들의 다짐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휘관의 자리와 상황이 그들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타르시스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져서 이를 꽉 깨물고 부들부들 떨어대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정령사들은 조용히 타르시스에게 얘기했다.

"괜찮습니다. 저희의 선택이니 그렇게 슬퍼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희생으로 잠시나마 시간을 벌고 그걸로 많은 동료들이 살 수 있다면...그보다 값진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 빨리 가십쇼.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령사들이 타르시스의 등을 밀며 보채었다. 타르시스는 그런 정령사들을 보고 눈물을 삼키며 얘기했다.

"너희들을...절대 잊지 않으마. 그리고 너희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 후예에 친히 전해주겠다."

"예. 그보다 더한 보상은 없을 겁니다."

"자. 동료들이 타르시스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가십쇼."

타르시스는 결국 그들을 말대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너무 세게 깨물어서 이빨이 갈리는 것도 모르는 채 타르시스는 고개를 돌리고 뛰어갔다. 동시에 페어리 킹의 옆을 지나가면서 얘기했다.

"미안하다...이런 선택을 하게 돼서."

"됐어. 어차피 막기 힘들어 보이니까. 그리고 우리 페어리들은 숲만 건재하면 죽어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페어리 킹이 그렇게 얘기했지만 타르시스는 그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조건이 숲이 건재할 때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꼬투리 잡을 정도로 타르시스가 융통성이 없는 이도 아니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렇기에 타르시스는 빠르게 엘프들을 향해 달려가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서쪽으로 후퇴한다! 숲을 빠져나가라!"

타르시스의 말에 엘프 군대가 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100여 명의 정령사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은 마치 밥을 먹고 후식을 먹는 것처럼 여유로운 어투로 얘기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불태워볼까?"

"좋아.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페어리 킹님. 저희들을 잠시 보호해주시겠습니까?"

"으음...좋아. 어차피 마지막인데 도와주도록 하지. 그리고 너희들이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으니까."

"감사합니다."

100여 명의 정령사들은 페어리 킹의 호의에 감사를 보내며 작업에 들어갔다. 정령사들이 마나를 끌어 올리자 밑에 마법진과 같은 진이 생성되었고 100여 명의 정령사들 밑에 모두 똑같은 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그 100개의 진이 서로 공명하며 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하여 하나의 커다란 진을 만들었다.

"킥킥. 진짜 재밌겠는걸? 이걸 방해하게 놔둘 수는 없지."

페어리 킹은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내보내며 밑에서 올라오는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을 바라보았다. 도합 수만에 달하는 대병력. 그들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숲이 흔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페어리 킹은 그런 대병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움직였다.

"숲아! 내 마지막 명령을 들어다오!"

페어리 킹이 두 손을 들며 외쳤다. 그의 자그마한 목소리는 놀랍게도 멀리 있는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에게도 들릴 정도였고 그 순간 숲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흔들림과 함께 숲이 일제히 움직였고 이내 숲은 하나의 몸으로 변형되었다.

"뭐,뭐야?!"

"크아아앙!"

"뒤,뒤로 후퇴!"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은 갑작스러운 숲의 요동에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도 숲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숲을 이루고 있는 흙이 거대한 몸체로. 나무가 모여서 눈, 코, 입으로 변했고 바위는 피부를 생성하였다. 그렇게 테라스팔 숲은 거대한 하나의 숲의 거인으로 변했다. 숲의 거인은 높이만 100미터를 넘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였다.

"이야~ 놀라운걸? 마치 전설 속의 거인족 같은데?"

"진귀한 광경이군."

다크엘프의 리더인 소리아와 드리트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그때 숲의 거인이 나무로 된 입을 벌려서 소리를 질렀다.

[크오오오!!]

거인의 외침에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이 피부가 찌릿찌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전투 의지를 져버리지 않고 숲의 거인을 향해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페어리 킹은 숲의 거인 오른쪽 손에 앉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손에는 페어리 킹만이 아니라 100여 명의 정령사들도 존재했다.

정령사들은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모르는 채 여전히 중얼거리며 소환 준비에 나서고 있었고 페어리 킹은 이걸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페어리 킹. 천진난만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누구보다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 종족이었다.

"시간 벌기로 끝나서는 만족 못 하지!"

페어리 킹은 숲의 거인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숲의 거인은 페어리 킹의 의도대로 오른쪽 발을 내디뎠고 커다란 발이 땅을 밟자 공기가 흔들리는 동시에 주변에 충격파를 내보냈다. 그리고 그 충격파에 다가오던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숲의 거인은 왼손으로 파리를 잡는 것처럼 위에서 내리찍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은 그대로 핏덩어리로 되면서 짓이겨졌다. 아무리 강화된 마물들이라고 해도 100미터가 넘는 거인이 내려찍는 힘에는 버티지 못하고 고기 반죽으로 변해버렸다.

거인의 범위에서 벗어난 켈베로스와 다크 엘프들은 손으로 내리찍는 순간 왼손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가고일들이 공중에서 페어리 킹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숲의 거인이 아니었다.

[크오오오!]

몸을 이루고 있던 나무들이 마치 고슴도치의 뾰족한 가시처럼 수많은 가지를 뿜어내며 가고일들을 향해 공격했다.

"캬아아악!"

"케에엑!"

엄청난 마방에 강도 높은 피부를 가진 가고일이 나뭇가지에 그대로 꼬치가 되면서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거인의 몸에서 나온 나무들과 풀들이 왼손에 올라오는 켈베로스와 다크엘프들을 묶어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묶인 다크엘프와 켈베로스는 벗어나려고 난리를 쳤지만 그때 몸을 구성하던 흙이 꿈틀대면서 그들을 몸 안으로 흡수했다.

그렇게 흡수된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흙 속에서 질식하여 죽어 나갔다.

"모두 후퇴!"

드리트는 그런 광경에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후퇴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드리트의 명령대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뒤로 빠지는 사이에 소리아에게 얘기했다.

"마녀. 마법으로 처리해라."

"알겠어~"

소리아는 드리트의 말대로 다크엘프 마법사들과 함께 마나를 끌어 올렸고 동시에 화염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플레임."

""파이어 플레임!""

소리아의 말과 함께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동시에 영창하면서 수많은 화염의 창이 숲의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커다란 몸을 가진 숲의 거인은 피하지도 못한 채 마법을 맞았고 나무로 이루어진 부분이 많은 덕분에 화염의 창에 활활 타오르면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어어어!]

화염의 창에 수많은 부분이 타오르자 숲의 거인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비명을 질렀고 오른쪽 발을 들어서 마법사들을 향해 내리찍었다. 하지만 소리아가 그 타이밍에 소리를 질렀다.

"실드."

""실드!""

마법사들이 동시에 실드를 치자 마법사들을 모두 막아줄 정도로 커다란 투명한 막이 생성되었고 이어서 거인의 발과 실드가 부딪혔다.

쩡!!

거인의 거대한 발이 실드를 강타하자 실드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실드가 흔들리기만 할 뿐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부서지지 않은 실드를 본 소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다시 한 번 화염 마법을 사용한다."

""파이어 플레임!""

수많은 화염의 창이 또다시 숲의 거인을 향해 날아갔고 두 번째로 맞으면서 숲의 거인의 몸은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인 몸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면서 검게 변해갔고 이내 재를 휘날리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숲의 거인은 힘을 잃은 목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앞으로 쓰러졌다. 바닥으로 쓰러진 숲의 거인은 몸이 산산조각 나면서 이제 일어날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페어리 킹과 100여 명의 정령사들은 멀쩡히 거인이 누운 자리 중심에 서있었다.

"휴...어떻게든 피해 없이 내려오는데 성공했는데...문제는..."

페어리 킹은 정령사들을 모두 안전하게 착지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점점 가까이 오면서 둘러싸려고 하는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네~ 어이~ 너희들 언제 끝나는 거야?"

"거의...다...됐다."

정령사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려 오고 있었고 두 눈과 귀, 코, 입 등 얼굴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마나고갈의 심각한 증상이라는 것을 페어리 킹은 알고 있었고 정령사들이 모든 것을 쥐어짜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좋아. 조금만 더 버텨주지~"

페어리 킹은 거의 접근해 온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을 느끼고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 남은 마나를 운용하며 그들에게 외쳤다.

"마지막까지 한 번 재밌게 놀아보자!"

"이제...됐다."

100여 명의 정령사들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면서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실낱같은 의식을 부여잡으며 소환 작업에 몰두했고 드디어 소환진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든 정령사들이 자신의 생명력까지 모두 퍼붓기 시작했고 100여 명이 만든 진이 빛을 내뿜었다.

소환진의 빛의 세기는 갈수록 더해져갔고 이내 그 절정이 되었을 때 모든 정령사들은 동시에 입을 열어 소리쳤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소환!!""

퍼퍼퍼퍽!

100여 명의 정령사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얼굴의 7공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즉사하였다. 그리고 그런 희생 덕분에 소환진이 반응하였다. 숲의 거인을 태우고 있던 불이 모두 소환진으로 모였고 그 불은 이내 한 명의 정령의 모습으로 변했다.

[누가 나를 소환했는가?]

5미터에 육박하는 크기에 도마뱀의 얼굴과 피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과 같은 상체와 하체를 지니고 있었다. 몸은 모두 불로 이루어져 있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기다란 뿔이, 엉덩이에는 꼬리가 붙어있었다. 그 정령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주변 공기가 달라질 정도로 위압감을 풍겨냈다.

"저희들이...소환했습니다."

단 한 명. 100여 명의 정령사 중에서 혼자 살아남은 엘프 정령사는 힘겹게 대답했다.

[나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나를 소환한 대가로 한 가지 목적을 들어주겠다. 얘기해라.]

이프리트는 팔짱을 끼고 엘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저희들의...목적은...눈앞에 보이는...적들의 섬멸...입니다."

이프리트는 엘프 정령사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그러니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엘프 정령사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져서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 한 명의 조그마한 존재가 이프리트의 옆으로 다가왔다.

"킬킬킬. 소환하는데 성공했군. 정말 대단해~"

[페어리 킹인가?]

"맞아. 테라스팔 숲의 페어리 킹이지~ 이제 숲은 사라졌지만."

페어리 킹은 한마디로 망신창이 상태였다. 아름다운 3쌍의 날개는 찢겨져 나가서 1쪽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팔은 어디서 찢겨져 나갔는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것 말고도 조그마한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존재했고 머리에서 흘러내려 오는 피가 오른쪽 눈을 뜨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어리 킹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만신창이군. 숲도 똑같은 모양이고. 저 녀석들이 그렇게 만든 건가.]

"그래. 숲이 사라지면서 내 힘도 급속히 떨어져 나갔지~ 그래서 남은 힘도 없어. 그저 구경할 수 있는 힘밖에."

[그런가? 그럼 가기 전에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

"부탁할게~"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는 그 말을 하고 앞으로 나아갔고 페어리 킹은 힘든 몸을 이끌고 전망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구경을 하기 위해서.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는 빠르지 않은 움직임으로 마물들을 향해 나아갔다. 마물들은 이프리트의 위압감을 느끼고 털까지 모두 바싹 올린 상태로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이프리트를 향해 일제히 몸을 날려서 덮쳤다.

[날파리들이 어디서.]

이프리트는 귀찮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화염이 휘두르는 것에 맞혀서 움직이며 마물들을 덮쳤고 그들을 불태웠다.

"깽!!"

"캬아아악!!"

마물들은 화염에 고통스러워하며 나가 떨어졌다. 이프리트는 그런 마물들을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며 얘기했다.

[녹여버릴 생각이였는데 아직도 죽지 않았다니. 생각보다 높은 방어력이군.]

엄청난 마방능력을 가진 마물들도 정령왕의 공격에는 타격을 받았다. 단지 상대적으로 약하게 들어갈뿐, 마물들은 새로운 고통에 섣불리 이프리트에 접근하지 못했다. 더구나 여러가지 고통 중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불타는 고통이었다.

그런 생소한 고통에 마물들은 이프리트를 경계한 채 둘러싸고만 있었다.

[한 번에 죽지 않는다면 더욱 온도를 높여주지.]

이프리트를 중심으로 새하얀 빛깔의 화염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마물들이 본능적으로 뒤로 후퇴했는데 그때 이프리트를 향해 날아가는 마법이 있었다.

치이이익...

수많은 얼음 덩어리가 이프리트를 향해 날아갔지만 새하얀 화염에 얼음이 한순간에 녹으면서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프리트는 자신에게 마법을 날린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런 마법이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아니. 그냥 인사 차원에서 날린 거라고 생각해~"

이프리트의 말에 소리아가 앞장서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옆에 드리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이프리트에게 얘기했다.

"불의 정령왕인가? 오늘은 정말이지 보기 드문 것들을 보는군."

[다크엘프. 흑마법을 믿는 엘프의 아종. 지금까지 조용히 지냈으면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뭐지?]

"그게 당신에게 중요한 것인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일텐데."

[그렇지.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것도 있다. 나에게는 엘프와의 추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엘프들을 공격하는 너희들을 좋게 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나?]

"그런가? 친해질 수 없다는 점이 아쉽군. 소리아."

"왜?"

"정령 상대로는 나보다 네가 적합하겠지. 네게 맡기겠다."

"킬킬. 맡겨줘. 나도 정령왕 상대로 한번은 싸워보고 싶었거든."

소리아는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이프리트를 바라보았고 이프리트는 그런 시선에 콧방귀를 끼었다.

[풋. 우습군.]

"뭐가 우스워?"

[정령왕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하다니 말이야. 내가 보여주도록 하지.]

"뭘?"

[정령왕의 무서움을!]

이프리트를 중심으로 새하얀 화염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염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고 정령왕과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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