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24)
-----------------------------------
20장 움직이는 듀로크(24)
"이,이건 꿈이야...그렇지?"
미드리스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망을 느끼면서 제발 자신이 꿈을 꾸고 있기를 바랬다.
시간은 약 1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미드리스가 이끄는 밀런의 군대는 테라스팔 숲으로 가는 마물과 다크엘프들을 일정한 거리로 유지하며 뒤에서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을 미드리스는 무엇보다도 만족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기만 하면 저희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입니다."
"흐흐흐.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드리스는 부관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벅차오르고 있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공을 세운 나는 제 2의 레스타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꿈까지 멀지 않았다."
"맞습니다. 미드리스님보다 저희 밀런 왕국을 이끄시는데 적합한 엘프가 없습니다."
"크흠. 역시 네가 보는 안목이 좋구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부관과 미드리스는 서로 쿵짝이 맞는 대화를 나누면서 긴장을 늦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이 긴장을 늦추면 밑에서 명령을 받는 병사들도 똑같이 긴장을 푸는게 당연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긴장을 풀면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일으키게 되지만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부관과 미드리스는 여전히 전쟁에서 승리하면 어떻게 할 건지 실없는 대화를 하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고 병사들 중에는 하품을 하며 졸면서 걷는 인원들이 발생할 정도였다.
"하암~ 졸려. 타르시스님 휘하에 있는 엘프들은 저 병력과 싸우게 되겠지?"
"그렇지. 그리고 그들이 싸우는 사이에 우리는 저 뒤를 치는 거고."
"아직 숲으로 가려면 1시간 정도 더 가야 하지 않나?"
"아마도?"
"1시간 뒤에 싸워서 죽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졸려서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니. 참 욕구란 정말 위대한 것 같아."
"네 말에 동의한다...잠깐."
얘기를 나누던 엘프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응? 왜?"
"무슨 소리가 안 들려?"
"소리?...안 들리는데?"
"아니야. 분명히 들렸어."
엘프는 손을 귀에 대고 더 자세히 듣기 위해서 청력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조그마한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봐봐. 들리잖아."
"무슨 소리인데?"
"뭔가 움직이는 소리 같은데..."
"방향이 어딘데?"
"저~기."
"그쪽은 동쪽인데...한번 실프를 보내볼게."
동료 정령사 엘프는 실프를 소환하여 정찰을 보냈다.
"뭔가 있으면 곧바로 알려줄 거야."
"그래? 착각이겠지?"
"모르지. 넌 옛날부터 청각 하나는 좋았으니까...응?
"왜?"
"실프가 벌써 뭔가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래?"
정령사 엘프는 멀리서 얘기하는 실프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이내 안색이 한순간에 창백해졌다.
"뭐라고?!"
"왜,왜 그래?"
정령사 엘프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엘프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정령사 엘프는 그런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미드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미드리스님!"
"응? 무슨 일인가?"
"적입니다!"
"뭐?"
"동쪽 방향에서 마물 부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동쪽? 숫자는?"
"숫,숫자는...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정령사 엘프는 급히 얘기하느라 적의 숫자까지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실수를 탓했다.
"진형을 뚫고 나간 마물 1부대인가? 부관."
"예."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봐라."
"알겠습니다."
부관은 미드리스의 명령대로 플라이 마법으로 위로 올라갔다. 멀리 있는 존재들까지 보기 위해서 상당한 거리를 올라갔고 한순간에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정도까지 올라왔으면 되겠지? 동쪽이라...저건가?"
부관은 정령사 엘프가 말한 곳을 바라보았고 미드리스의 예상대로 마물 1부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물 1부대가 있습니다."
"좋아. 부관. 네게 병력 일부를 줄 테니 처리하고 와라."
"알겠습니다."
부관은 그 말을 끝으로 플라이 마법으로 밑으로 내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존재들이 있었다.
"응? 마물 부대가 다른 곳에도 있잖아?"
남쪽에서도 마물 부대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북쪽에서도 마물 부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관은 그 2부대도 잊지 말고 없애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부관은 뭔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잠깐...저건 또 뭐야?"
아주 멀리서 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시야를 모두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점들이. 부관은 마법까지 사용해서 시야를 확대하여 바라보았고 이내 그 점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부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저 많은게...다?!"
부관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걸 이상하게 여긴 미드리스는 부관을 향해 소리쳤다.
"부관! 무슨 일인가?!"
"마,마물 부대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놀라는 거냐?!"
"동,동쪽과 남쪽! 북쪽까지! 3방향에서 마물부대가 옵니다! 그것도 수백 마리가 넘습니다!"
"뭐?!"
미드리스는 부관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부관은 어느 때보다 심각해 보였고 이런 상황에 농담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전 병력 전속력으로 저 언덕을 사수한다!!"
미드리스는 지형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 제일 가까운 언덕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엘프 병사들은 미드리스의 말에 허겁지겁 언덕을 향해 달려갔고 높지 않은 언덕 때문에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언덕은 다른 곳보다 겨우 50미터 높을 뿐이었는데 그런 높이에도 불구하고 멀리까지 시야가 확 트여있었고 그 덕분에 멀리서 다가오는 마물들을 일반 엘프들도 볼 수 있었다.
"뭐,뭐야? 저 숫자는?!"
"저,저게 다 마물이라고?"
"말,말도 안 돼...우,우린 다 죽었다."
마물들의 강함은 익히 들어왔고 직접 경험해본 이들도 있었기에 마물들의 등장에 얼어버리는 엘프들이 다수 발생했다. 그런 패닉 상황을 눈치챈 미드리스는 부관을 향해 다급하게 얘기했다.
"부관! 방법이 없나?"
"이미 포위됐습니다! 도망가는 것은 힘듭니다!"
"젠장! 그렇다면 진형이라도 유리하게 잡아야 한다!"
"미드리스님! 저쪽으로 가시죠!"
부관이 가르키는 언덕 위에는 커다란 암벽이 존재했다. 뒤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면서 이보다 적절한 장소가 없었기에 미드리스는 그곳을 향해 지목하며 소리질렀다.
"저 암벽으로 이동한다! 암벽을 뒤로 하고 진형을 갖춘다!"
마물 부대의 존재를 직접 봐서 그런지 엘프 병사들은 어떤 때보다 빠른 속도로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전사들이 최전방에,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중앙을, 그리고 맨 뒤를 궁수들이 자리잡는 정석 진형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형을 갖추는 사이에 마물들은 빠른 속도로 포위를 좁혀오며 엘프들을 향해 돌격해오고 있었다.
"일,일제히 공격!!"
떼거지로 몰려오는 마물의 광경에 미드리스는 당황하며 공격명령을 내렸다. 엘프들은 그런 지휘관의 명령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공격을 모두 마물들에게 퍼붓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크나큰 실수가 있었다.
현재 엘프들이 갖춘 진형은 배수진으로 후퇴할 수 없는 진형이였다. 배수진의 이점은 포위되는 와중에 한 방향이라도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활로를 열려면 적을 죽여야 된다는 인식을 병사들에게 박히게 만들어서 다른 때보다 악착같이 싸우게 한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엘프들이 마물들에게 공포를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 제일 컸다. 마물들의 무서움을 듣거나 직접 마물들과 싸워본 이들은 마물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지휘관은 어떤 때든지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왜냐하면 지휘관이 당황하거나 공포에 떨면 그 감정이 그대로 병사들에게 전파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 미드리스는 예상하지 못한 마물들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숫자에 당황하고 있었고 그 감정은 병사들에게 그대로 전파되었다. 안 그래도 공포를 느끼는 엘프 병사들은 지휘관까지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떨어진 사기는 그대로 병사들의 무력에 영향을 끼쳤다.
"히이이익!!"
"오,오지 마!"
공포에 휩싸인 마법사나 정령사들이 침착하지 못한 채 마물들을 향해 공격했고 명중률과 화력이 평소 때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궁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손이 떨려서 화살을 메기는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졌고 안 그래도 급소를 노려야만 타격을 줄 수 있는 마물들을 상대로 명중률이 떨어져서 피해는 극히 미미했다.
그렇게 수백이 넘는 마물들이 엘프들의 공격에도 거의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은 채 언덕을 올라와서 엘프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뭐하는 거냐?! 제대로 공격하라고!"
미드리스는 거의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는 마물들을 보고 엘프들을 닦달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엘프들이 느끼는 공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변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마물들의 얼굴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다.
"크아아앙!"
"키야아악!"
마물들이 다가올수록 엘프들은 뒤로 주춤주춤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갖추고 있는 진형은 배수진. 후퇴할 곳이 없는 곳에서 뒤로 가봤자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저 진형이 무너지면서 혼란이 늘어날 뿐이었다.
"난,난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실,실프! 위로 올라간다!"
"플라이!"
급기야 공중으로 올라가는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정령사들과 마법사들을 붙잡으며 자신들도 올라가겠다고 하며 붙잡는 엘프들도 나왔다.
"지금 뭐하는 거냐?!"
미드리스는 도망치려고 하는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호통을 쳤다. 하지만 이미 늦은 대처였다. 미드리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고 벌써 수많은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이 날아다니며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본 궁수와 전사들이 진형을 갖추며 진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들도 어떻게 살겠다고 암벽을 올라가는 이들도 있었고 똑같이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을 붙잡고 올라타려는 이들도 있었다.
"뭐하는 거야?! 지금 제자리로 와서 진형을 갖추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
미드리스는 개판처럼 변하는 엘프들의 행동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와서 손에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사용한 채 엘프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래도 미드리스의 말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런 모습을 본 미드리스는 이를 악물고 마법을 사용했다.
"체인 라이트닝!"
지지지직!
"크아아악!"
"꺄아악!"
체인 라이트닝에 맞은 엘프들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본 엘프들이 움직임을 일제히 멈춘 채 미드리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명령 불복종으로 재판에 처하겠다! 다시 한번 말한다! 모두 내려와서 진형을 갖추도록!"
미드리스는 자신의 말에 멈춰서 바라보고 있는 엘프들의 모습에 마법을 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드리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든 엘프들의 눈이 공포로 가득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법으로 공격한게 너무했나? 아니면 재판에 처한다는게? 하여튼 내 말에 집중하게 되었으니 됐지.'
"부관! 빨리 진형을 다시 갖추게 해..."
미드리스는 부관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하지만 부관도 자신을 공포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미드리스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미드리스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뭘 보고 있는..."
미드리스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눈앞에 시커먼 어둠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뜨끈한 입김과 함께 침이라는 타액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미드리스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이,이건 꿈이야...그렇지?"
우드득!!
미드리스의 머리를 켈베로스가 한입으로 삼켜서 뜯어내었다. 머리가 뜯긴 미드리스는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경련했고 이내 쓰러지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엘프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질렀고 그렇게 지옥이 시작되었다.
"젠장!!"
부관 에타스는 앞에 있는 켈베로스 한 마리를 겨우 죽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 켈베로스를 죽여도 주변에는 그보다 수십 배는 많은 마물들이 득실되었고 도망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악!!"
"살,살려줘!"
"내,내 발이!"
주변에는 마물들에게 뜯기는 엘프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로 가득했고 이미 고깃덩어리로 변한 시체들이 바닥에 즐비했다. 그나마 남들보다 무력이 조금 높은 에타스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지만 조금 있으면 자신도 저렇게 될 거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젠장! 진정 살 길은 없는 것인가?!"
그 사이에도 가고일 한 마리가 자신을 발견하고 하강하는 것을 에타스는 볼 수 있었다. 공중으로 올라가서 도망치려고 했던 마법사와 정령사들은 가고일들의 밥이 된지 오래였고 식사를 마친 가고일들이 이제 지상에 있는 엘프들까지 덮치고 있었다.
"좋아! 와라!"
에타스는 검을 양손으로 꽉 부여잡고 하강해서 내려오는 가고일을 바라보았다. 가고일은 목표인 에타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발톱으로 에타스의 어깨를 부여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발톱이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 에타스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고 검을 휘둘렀다.
깡!!
"키야아악!"
에타스의 검이 발톱에 상처를 주었고 화끈한 통증을 받은 가고일은 다시 상승하였다. 하지만 에타스는 발톱을 자르지 못하고 엄청난 반발력에 검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욕지거리를 다시 내뱉었다.
"어떻게 된 것이 이렇게 단단하냐?!"
말로 들었지만 마나를 사용해도 조그마한 상처밖에 입힐 수 없는 것을 보고 에타스는 짜증을 내었다.
"그러면 이 방법은 어떻냐?"
좀 전에 켈베로스를 죽인 것처럼 에타스는 찌르기 자세를 취하며 가고일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 가고일은 자신의 발톱에 상처를 낸 에타스를 향해 화가 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빠르게 다시 하강하였다. 에타스는 그런 가고일을 그대로 바라보았고 동시에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마자 움직였다.
"하앗!"
발을 앞으로 움직이면서 돌진력과 함께 검으로 가고일의 눈을 향해 찔렀다. 검이 비교적 약한 눈을 관통하였고 가고일은 고통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죽어라!"
"키야아아악!!"
하지만 검이 뇌까지 닿지 못했는지 가고일은 품속에 들어온 에타스를 향해 발톱과 날개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에타스의 몸에 작고 큰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타스는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손집이 뒷부분을 주먹으로 강타하면서 검을 더욱 깊게 박았다.
"죽으라고!!"
퍽!
주먹으로 친 검이 더 깊게 들어가면서 뇌까지 관통하였고 이내 가고일은 힘없이 축 늘어지면서 죽어버렸다.
"크윽...질긴 놈."
에타스는 가고일에 입은 상처를 살펴보았다. 작은 상처가 20여 개, 옆구리가 길게 긁혔고 어깨가 발톱에 살이 뜯겨져 나가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에타스는 그런 수많은 상처 때문에 피를 많이 흘려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마리의 켈베로스가 눈앞에서 맛있는 먹잇감을 보는 것처럼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에타스는 볼 수 있었다.
"끝이 없잖아..."
에타스는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하여 몸을 겨우 일으키고 힘겹게 검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경계하고 낮은 울음소리를 내보내고 있는 마물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렇게 된거 어디 끝까지 해보자! 내가 죽더라도 너희들은 같이 끌고 갈 테다!!"
"크아아앙!"
에타스의 외침과 함께 3마리의 켈베로스가 동시에 에타스에게 달려들었다. 에타스는 그 순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는다!'
죽는 순간 마치 슬로우 마법이 걸린 것처럼 주변 시간이 느려진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에타스는 알 수 있었다. 발톱이 느리게 자신의 얼굴을 향해 오는데도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못 하는 자신을 원망하였다. 하지만 그때 에타스의 눈길에 몇 명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누,누구지?'
에타스는 켈베로스의 뒤에 나타나는 검은색의 그림자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슬로우 마법이 걸린 것처럼 켈베로스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검은 그림자들은 마치 평소와 같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그림자들은 그대로 켈베로스의 뒤를 덮쳐서 들고 있는 무기들로 정확히 눈을 찔렀고 그 순간 슬로우 마법이 풀린 것처럼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왔다.
"크아아앙!!"
"깽!"
무기가 눈을 관통하면서 뇌를 찔렀고 동시에 켈베로스의 한 개의 머리가 축 늘어졌다. 하지만 남은 두 머리는 그와 상관없이 건재했고 자신의 등 뒤에 달라붙은 존재들을 떨어트리 위해서 화염을 뿜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다른 검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켈베로스를 덮쳐서 두 머리의 뇌도 강타했다.
"크륵!"
나머지 머리들도 축 늘어지자 켈베로스들은 이내 즉사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에타스는 그런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두 손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눈앞에 있는 검은 그림자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누구지?"
그들은 모두 인간으로 검은색 빛깔을 내는 가벼운 옷을 입고 있었고 눈만이 그들을 선별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요소일 정도로 많은 곳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각자 개성있는 무기들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들이 평범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 우리는...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냥 너희들을 도우러 온 이들이다. 그것만 알고 있어."
"아니지. 이제는 우리 정체를 알려도 되잖아? 우리가 옛날과 다르게 숨어있어야 하는 이들도 아니고."
"그런가? 그러면 이야기하지 뭐."
인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런 인간들을 에타스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그 인간들을 덮치는 가고일들을 보았고 에타스는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위에!"
하지만 에타스의 걱정과 다르게 인간들은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무기들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정확히 가고일들의 코를 관통했고 정확히 뇌까지 들어갔다. 뇌까지 타격받은 가고일들은 일제히 즉사하면서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인간들은 가볍게 무기들을 다시 회수하며 얘기했다.
"우리가 그런 것도 못 느낄 줄 알아?"
"저 녀석들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울 정도라고."
"빨리 처리하자. 여긴 냄새가 심해서 짜증 날 정도라고."
마치 산책을 하자는 것처럼 가볍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인간들을 보고 에타스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너희들의 정체가 뭐냐?"
"우리? 우리는 암살자들이다."
"라이언 왕국의 암살단."
"너를 도와줄 원정대의 인원이지."
그 말과 함께 암살자들이 수많은 곳에 등장하여 마물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에타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