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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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3)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겠다."
임시 사령관을 맡은 미드리스는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군대를 향해 얘기했다. 미드리스는 700살 먹은 고령의 엘프 장로로 이번 임무에 있어서 잠시 임시 지휘관을 맡게 되었다.
현재 밀런 왕국의 군대는 2개의 분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은 프리드 마을의 서쪽에 있는 테라스팔 숲, 또 다른 한쪽은 프리드 마을의 동쪽으로 미드리스가 이끌고 있는 군대였다. 그리고 지금 그 군대가 프리드 마을의 입구에서 몸을 숨긴 채 미드리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적의 섬멸이 아니다. 적을 테라스팔 숲으로 몰아넣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것을 모두 명심해라."
미드리스의 말에 십만이 넘는 군대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드리스는 이어서 태양을 한번 쳐다보고 약속했던 시간이 도래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정령사들에게 얘기했다.
"시간이 되었다. 정령사들은 미리 얘기했던 대로 시행하도록."
"예!"
수백의 정령사들이 미드리스의 명령 하에 일제히 정령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소환한 정령은 땅의 중급정령 노움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노움은 자신을 소환시킨 정령사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 양손을 들었다. 그러자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땅이 일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가라!"
미드리스의 명령 하에 땅이 흔들리면서 출렁거렸다. 그리고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흙의 파도가 생성되었다. 자그마치 높이가 수십 미터가 넘는 흙의 파도. 수백 마리의 노움이 만든 광경으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프리드 마을에 있는 마물 부대와 다크 엘프들은 그 파도를 보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내 흙의 파도는 프리드 마을을 덮쳤다.
콰콰콰쾅!! 우드드득!
자신의 본거지인 프리드 마을이 파도에 밀려서 쑥대밭이 되며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에 엘프들은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쟁에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미리 작전을 펼치기 전에 모두 수긍한 것으로 지금 와서 불평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이내 짧은 시간이 지나서 프리드 마을은 말 그대로 흙에 잠겨서 마을의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 적들은 모두 프리드 마을에서 후퇴하여 목표한 대로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정찰병! 적의 동향은 어떻지?"
"예! 실프로 감시한 결과 서쪽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미드리스는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 몰랐다. 어느 정도 전투는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와 반대로 한 명의 피해자도 없이 적을 숲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 쾌거를 이룬 것에 자신감이 생긴 미드리스는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타르시스님에게 연락을 날려라!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유인하는데 성공했다고! 그리고 우리는 적들의 뒤를 쫓는데 주력하겠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힘을 소모한 정령사들은 유니콘을 타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나머지는 적의 뒤를 따라간다!"
미드리스는 마치 전쟁에 승리한 것처럼 자아도취 하며 군대를 이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는 발걸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타르시스님. 미드리스님이 적을 유인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래? 좋은 소식이군."
현재 테라스팔 숲에서는 수많은 엘프들이 높은 지형을 자리 잡고 적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궁수들은 모두 나무 위에서 모습을 가리면서 언제든지 사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상태였고 전사들도 뒤에서 공격당할 위험이 없는 지형을 골라서 자리를 잡았다.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은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며 마나를 충만시키고 있었다.
"예상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약 3~4시간이면 도착할 듯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숲의 요정에게 얘기를 하고 올 테니 잠시 자리를 비우겠네."
"알겠습니다."
타르시스는 그 말을 끝으로 병력의 진형 속에서 벗어나 숲의 정상을 향해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밀런 왕국에는 수많은 숲이 존재했고 그 숲에는 모두 숲의 요정인 페어리들이 존재했다.
페어리들은 숲을 관리하는 자들로 나무를 사랑하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친한 이웃과 같은 사이였다. 그리고 과거에 큰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그들의 힘을 빌릴 정도로 페어리들은 숲을 조종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힘을 빌릴 수 없는 것이 페어리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숲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숲에서 펼치는 전투에서만 빌릴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더구나 페어리들은 천진난만하지만 이기적인 성격을 가진 이들로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중 최악인 경우는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숲에서 싸워서 페어리들의 화를 얻는다는 것이지.'
그런 경우에는 페어리들이 적이든 아군이든 구분 없이 숲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공격했고 그런 사례가 과거에 있었다. 그리고 물론 지금 테라스팔 숲의 페어리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르시스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테라스팔 숲의 페어리는 타르시스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 이 숲에서 많이 놀았지.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는군."
그 말대로 타르시스는 어릴 때 테라스팔 숲에 와서 놀고는 했다. 그리고 그렇게 놀다가 우연히 페어리를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중에 그 페어리가 페어리 킹인 것을 알고는 조금 놀랐지만."
타르시스는 숲의 정상에 도착하여 눈앞에 있는 울창한 수풀을 바라봤다. 그리고 품속에서 하나의 보석을 꺼내어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석이 빛을 내었고 모든 것을 가리고 있던 수풀이 옆으로 비켜주면서 동시에 길을 만들어주었다. 타르시스는 그 길을 그대로 걸어갔고 이내 수풀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주위가 환하게 변했다.
타르시스는 갑작스러운 빛에 손으로 눈을 가렸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확연히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페어리들이 즐겁게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고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사방에서 따뜻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페어리들은 타르시스를 보고 흥미가 가득한 눈빛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왔다.
"헤에? 누구야?"
"엘프? 엘프가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어? 저건 우리들의 보석이잖아? 저것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나봐."
"누가 저 보석을 준 거지?"
손만한 크기의 페어리들이 말을 쉼 없이 하며 타르시스의 곁을 맴돌며 날아다녔다. 그런 광경에 타르시스는 정신이 없다고 느꼈는데 그때 한 목소리와 함께 페어리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누가 들어왔나 했더니. 나의 친구였잖아?"
다른 페어리보다 2배는 커다랗고 날개 또한 3쌍으로 한 쌍이 더 많은 페어리가 나타났다. 그 페어리의 날개는 한 쌍이 더 많기도 했지만 더욱 빛을 내고 있었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 왕이 아는 엘프였어?"
"그럼 우리의 친구네."
"친구. 친구."
페어리들은 페어리 킹의 등장에 조용히 타르시스에게서 떨어져서 페어리 킹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타르시스는 그제야 주위가 산만해지지 않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페어리 킹에게 얘기했다.
"오래간만이네. 400여 년 만인가?"
"400년? 그렇게 오래됐나? 그러고 보니 얼굴도 많이 변했네. 늙은 거야?"
"그렇지. 반 영구적으로 살아가는 너의 입장에 있어서는 한순간일지 몰라도 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네."
"그래? 역시 다른 종족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구나.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야? 400년만에 그냥 온 것은 아니겠고."
"그럼 직설적으로 말하겠네. 현재 밀런 왕국은 위기에 처해있네."
"그래? 숲에서만 있다 보니 바깥 상황을 몰라."
"그리고 그 적은 이 테라스팔 숲으로 오고 있네. 그래서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
"흐음...그 말은 조금 틀린 거 아냐? 우리 힘을 빌리기 위해서 이쪽으로 유인하는 거잖아. 안 그래?"
페어리 킹이 웃으며 얘기했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압박감은 농담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타르시스는 예상외로 대화가 힘들게 흘러가나 싶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얘기했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부연하지 않겠네. 하지만 프리드 마을의 숲도 벌써 적에게 장악됐다는 소식 정도는 아무리 세상일을 모른다고 해도 들었겠지? 같은 페어리 킹에 대한 소식이니까."
"그런데?"
"지금 적을 막지 못한다면 이 테라스팔 숲도 공격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더구나 프리드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숲이니 공격당하는 순위 중 1순위겠지."
"흐음...그래서 서로 같은 입장이니까 힘을 합쳐서 적을 쓰러트리자는 말이야?"
"그래. 이곳으로 적을 유인하는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네 힘을 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점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흐음..."
페어리 킹은 타르시스의 말에 턱을 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타르시스는 그런 페어리 킹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는데 그때 페어리 킹이 웃음을 지었다.
"푸하하핫!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고~ 인연이 있는 만큼 선처해줄 테니까."
"그 말은?"
"힘을 빌려줄게~ 나도 그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으니까."
타르시스는 페어리 킹의 말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페어리 킹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페어리 킹이 오른손으로 타르시스의 엄지손가락을 잡았고 그와 동시에 페어리들이 타르시스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페어리들이 힘을 빌려는게 확신시 되는 와중에 마물 부대와 다크엘프들은 숲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드드드드...
수많은 마물과 다크 엘프들이 이동하면서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진동을 엘프들은 멀리서 미리 감지할 수 있었고 숲에서 대기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방에 마물과 다크엘프 발견!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습니다."
"미드리스가 유인을 잘하는 모양이군. 이렇게 계획대로 움직여준다니."
수천이 넘는 마물과 수만의 다크엘프들이 옆으로 새지도 않고 직선으로 숲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 광경에 타르시스는 엘프들을 격려하며 긴장을 조절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에 있는 페어리 킹에게 얘기했다.
"작전대로 숲에 들어오는 순간 부탁한다."
"알겠어. 맡겨만 달라고~"
페어리 킹은 조그마한 몸으로 가슴을 탁탁 쳤고 그런 페어리 킹을 보고 페어리들은 주변을 날아다니며 키득키득거렸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타르시스는 혀를 내둘렀다.
타르시스를 비롯한 엘프들은 모두 산의 정상에 진을 쳤고 산의 초입 부분까지는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어서 사정거리 밖이었다. 그래서 마물부대와 다크엘프들이 산의 초입에 도착해도 엘프들은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하지만 페어리들에게 산은 자신들의 몸과 같은 것으로 사정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들어왔군."
"아니~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마물부대와 다크엘프들은 산을 오르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이 돌진했다. 마물들은 아예 나무와 풀들을 부수면서 지나갔고 다크엘프들은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지나갔다.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에 엘프들은 큰 귀를 계속 움찔거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참아야할 때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엘프보다 더 열받고 있는 것이 페어리 킹이였다.
"그래. 부술 수 있을 때 부숴라~ 그만큼 너희들을 부숴줄 테니까."
검은 오로라 같은 것이 페어리 킹의 뒤에서 나오는 것을 본 타르시스는 가만히 조용히 있기로 하였다. 그리고 수만에 달하는 적이 모두 숲에 들어온 순간 페어리 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다! 페어리들아 출발!"
"킥킥킥!"
"꺄하하하!"
페어리 킹의 말에 수백 마리의 페어리들이 일제히 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페어리 킹은 양 손을 들고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과 같은 숲이여. 내 말에 따라서 움직여라."
페어리 킹의 작은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오면서 숲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림은 점차 커져갔고 엘프들은 물론이고 마물들과 다크엘프들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진동은 심해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마물 부대와 다크엘프들이 있는 땅이 갑자기 파이기 시작했다.
"깽!"
"뭐,뭐야?!"
"으아아악!"
마치 곰보 빵처럼 마물과 다크엘프들이 서 있는 땅 중간 중간에 구멍이 생겼고 마물과 다크엘프들을 삼켰다. 그리고 삼켜진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도망치기도 전에 땅이 다시 움직이면서 닫혔고 동시에 고기와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드드득! 콰지직!
마물과 다크엘프가 먹힌 땅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여주었다. 그처럼 땅에 먹히지 않기 위해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은 몸을 쉼 없이 움직였는데 이번엔 나무들이 그들을 방해했다.
뿌드드득.
나무들이 일제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마냥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감싸진 마물과 다크엘프들은 나뭇가지가 수십 방향에서 힘을 주면서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그 모습에 마물과 다크엘프들은 나뭇가지를 부쉈지만 어떻게 된 것이 나뭇가지는 무한히 증폭되는 것처럼 끝없이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틈에 공중에서 날아다니던 페어리들이 웃음을 내보내며 날개에서 가루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날개에서 나온 하얀 가루는 그대로 떨어지면서 마물과 다크엘프들에게 떨어졌고 호흡을 통해서 가루가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루를 흡입한 마물과 다크엘프들이 갑자기 같은 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갑자기 뭐야?!"
"캬아아악!"
같은 편을 공격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혼란은 더욱 확산되었고 그런 광경에 타르시스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대단하군. 숲에서 페어리만큼 무서운 존재들이 없지."
"그럼 당연하지. 에헴!"
적의 혼란이 점차 증가하면서 피해는 늘어갔고 이때 총공격의 명령을 내릴까 고민하는 타르시스였다. 하지만 그때 하나의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윽!"
"뭐,뭐야?"
커다란 화염 폭발은 반경 십여 미터에 있는 나무들을 몽땅 재로 만들었다. 더구나 그곳에 있는 마물들은 괜찮았지만 다크엘프들도 모두 똑같이 재로 변했다. 하지만 적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인지 주변을 모두 화염으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콰콰쾅!!
"나,나무들이..."
"젠장!"
화염 폭발로 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타버렸고 그러면서 나무의 비명을 듣는 엘프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폭발의 중심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헤에? 이 나무는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신기해서 실험하고 싶은데 아깝네."
한 명의 다크엘프 여성이 타버린 나무의 재를 손으로 만지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주변에 있던 나무가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 하지만 다크엘프 여성은 그걸 보지도 않고 지팡이로 바닥을 강타했고 그러면서 또다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화염 폭발로 여성에게 다가가려는 나무들이 일제히 재로 변해버렸고 여성은 고개를 치겨올리며 얘기했다.
"흐음...아무리 봐도 자의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단 말이야. 누가 조종하고 있는 것 같은데."
페어리 킹은 마치 자신을 직시하는 듯한 여성의 눈초리에 눈꼬리를 올렸고 그와 동시에 여성 옆에 커다란 다크엘프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다크엘프는 한쪽 팔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마녀. 같은 편을 공격하는 미친 자들도 처리해라."
"그러니까! 나는! 마녀가 아니고! 소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그래. 그렇다고 해주지."
"이익! 두고 봐!"
소리아라고 하는 다크엘프는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
수십 개의 매직 미사일이 소리아 위에 생성되면서 모두 퍼지면서 제각각의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마치 수십 개의 매직 미사일을 일일이 조종하는 것처럼 매직 미사일은 정확히 목표를 타격했고 매직 미사일에 맞은 페어리들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꺄아아악!!"
"아파!"
매직 미사일은 정확히 페어리들의 날개만을 타격하였고 날개를 잃은 페어리들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페어리들이 일어서기도 전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드는 이들이 있었다.
"크르르르..."
페어리들은 자신을 향해 어금니를 들어내고 침을 질질 흐르고 있는 켈베로스를 보며 떨어댔다.
"착,착하지? 나,나는 작아서 맛도 없다고."
하지만 켈베로스가 페어리들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켈베로스는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페어리들을 향해 발톱과 입을 들이댔고 주먹만한 페어리가 조각조각 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안 돼!!"
페어리 킹은 그 광경을 보고 분노하며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정상 부근의 땅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땅의 흙과 바위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산사태를 일으켰다.
콰콰콰콰!
페어리 킹의 분노를 대변해주는 것처럼 엄청난 스케일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적을 향해 내려왔다. 그 광경에 마물들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는데 소리아라고 하는 여성이 그때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마법사들은 앞으로."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소리아의 말에 제일 앞으로 나서서 자리를 잡았다. 이어서 그들은 모두 지팡이를 땅에 세게 박아두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지팡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소리아는 내려오는 산사태를 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쿠쿠쿠쿠!
산사태는 모든 것을 휩쓸 것처럼 내려올수록 크기와 속도가 기하학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내 목표를 향해 덮쳤다. 그리고 산사태가 그들을 덮치려는 순간 소리아가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실드를 쳐라!"
""다크 실드!""
소리아의 명령을 들은 다크엘프 마법사들이 일제히 다크 실드를 쳤고 지팡이를 중심으로 검은색의 실드가 쳐졌다. 마법사들이 일렬로 서 있던 덕분에 다크 실드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뒤를 방어할 수 있었고 이내 산사태가 다크 실드에 부딪혔다.
콰콰콰쾅!!
산사태의 막대한 흙과 바위들이 실드에 부딪히면서 실드를 흔들었다. 하지만 수백 개의 실드는 마치 커다란 하나의 실드처럼 연동되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산사태는 실드에 막혀서 힘을 잃은 채 멈추었고 소리아가 두 번째 명령을 내렸다.
"폭발 마법을 사용해라."
소리아의 명령에 다크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다.
"익스플로젼!"
퍼퍼펑!
실드에 막힌 흙과 바위들이 익스플로젼 마법에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그러면서 눈앞을 막고 있던 시야가 환해졌고 소리아는 여전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페어리 킹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겨우 이거야? 말로만 듣던 페어리 킹도 별거 아니군."
"이 자식이?!"
페어리 킹은 소리아의 말에 흥분하였고 동시에 페어리 킹 옆에 있던 나무들이 들썩였다. 하지만 그런 페어리 킹을 타르시스가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겠네. 옆에서 지원 부탁하네."
"아니! 저 녀석들을 죽이지 않는 이상 속이 안 풀려!"
페어리 킹은 자신들의 아이인 페어리들이 죽은 것 때문인지 눈을 붉게 물들인 채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르시스는 페어리 킹의 앞에 서서 얘기했다.
"우리도 저들을 보낼 생각이 없네. 그러니 같이 협력하게나."
"하지만..."
"한순간의 감정에 몸을 맡기면 일을 그르치게 되네! 머리를 식히게."
"...알았어."
타르시스는 흥분한 페어리 킹을 겨우 진정시켰고 이내 한쪽 팔만 남은 다크엘프를 향해 얘기했다.
"보고 싶었다고 하면 거짓말로 받아들일 건가? 드리트."
"익숙한 얼굴이군. 레스타드의 동료였나?"
"그러고보니 한쪽 팔은 어디 갔나?"
"레스타드에게 저승 선물로 넘겨줬지."
"레스타드가 자네와 1대1로 싸워서 졌을 리는 없고. 아마 비겁하게 수백 명이 덤볐겠지. 안 그런가?"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군. 나도 가능하면 1대1로 싸우고 싶었다."
드리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지 조금 치욕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드리트의 모습에 타르시스는 적이지만 드리트라는 다크엘프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하. 말은 잘하지. 그런데 그 역적은 어디갔나?"
"역적?"
"바르스라는 치욕의 엘프 말이네. 설마 레스타드가 처리해줬나?"
"그 녀석의 눈 하나를 가져가는데는 성공했지. 하지만 당신의 기대와 다르게 아직 살아있다."
"아깝군. 그렇다면 그 녀석은 어디 있나?"
"글쎄. 과연 어디 있을까?"
드리트는 씨익 미소를 지었고 타르시스는 그 미소가 신경에 거슬렸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드드드드...
땅이 울리는 소리. 산에서 울리는 것이 아니고 멀리서 수많은 이들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타르시스는 정찰병에게 외쳤다.
"정찰병! 이게 무슨 소리냐?!"
"확,확인해보겠습니다!"
정찰병 엘프는 그 즉시 마법을 사용하여 산 바깥을 향해 바라보았고 이내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젠,젠장..."
"무슨 일인가?!"
"포위...됐습니다."
"뭐?!"
"전 방향에서 마물부대 출현!! 저희는 지금 포위당했습니다!"
"마,마물부대라고?! 어,어떻게?!"
타르시스는 정찰병의 말에 마법을 사용하여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찰병의 말대로 마물부대가 숲의 모든 방향에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수백이 넘어서 수천에 가까운 마물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왔군.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엘프도 있을 거니까 기대해라."
드리트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고 타르시스는 자신이 끝없는 늪과 같은 함정에 걸렸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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