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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55화 (255/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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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2)

현재 밀런 왕국에서 제일 치열하고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프리드 마을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프리드 마을은 최전선으로 지금도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궁수! 일제히 발사!"

엘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궁수들이 명령에 따라서 화살을 메기고 발사했다. 수만에 달하는 궁수로 인해서 하늘은 화살로 가득하여 소나기처럼 적을 타격했다.

퍼퍼퍼퍽!!

"깽!"

"캬아아악!!"

수만 개의 화살로 인해서 접근해오는 마물 수백 마리를 즉사시켰다. 하지만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대여섯 개의 화살에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높은 맷집을 가지고 있었고 수천이 넘는 마물에 비하면 일부분밖에 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엘프 사령관도 화살로는 그다지 큰 타격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궁수들은 쉬지 않고 활을 쏴라! 정령사들과 마법사들은 투석 준비!"

엘프 사령관은 마수들이 마법과 정령의 공격에 엄청난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른 공격방법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물리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사령관의 지시하에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은 마법과 정령을 사용하여 미리 준비해두었던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직경만 십여 미터가 넘는 거대한 바위를 마법사와 정령사 몇 명이 들어올렸고 그런 바위 수십 개가 공중에서 떠서 사령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물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것을 본 엘프 사령관은 소리치며 신호를 주었다.

"발사!!"

신호와 함께 거대한 수십 개의 바위가 마물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바위들은 정확히 마물들을 향해 날아가서 그들을 짓밟고 지나갔다.

콰지직!

마법으로 강도를 높인 바위에 강화된 마물조차 다져진 고기조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런 바위 공격에도 죽은 마물도 겨우 수백 마리. 똑같이 수천 마리에 달하는 마물에 있어서 일부분에 불과했다.

"일제히 후퇴!"

엘프 사령관은 오늘의 목표는 이루었으니 곧바로 후퇴명령을 내렸다. 후퇴명령과 함께 궁수와 마법사, 정령사들이 일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고 남은 전사들이 일제히 방패와 검을 들고 진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사들이 3열로 서서 단단한 진형을 갖추었고 다른 엘프들이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후퇴하는 사이에 마물들이 어느새 돌진해와서 엘프 전사들에게 부딪혔다.

콰콰콰쾅!!

"으아아악!!"

"버텨!"

마법사들이 신체강화를 걸어주고 3열로 진형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마물들의 진격에 엘프 전사들이 찢겨 나갔다. 질 좋은 방패도 마물들의 발톱을 막지 못했고 엘프의 검은 마물들의 피부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그렇게 약 2분 동안의 전투 끝에 엘프 전사들이 그제야 후퇴하였고 마물들은 더 이상 그들을 쫓지 않고 죽은 엘프들의 시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전투가 하루 전에도 똑같이 진행되었고 내일도 똑같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끄으으으..."

"아,아파!"

"빨,빨리 치료마법을..."

프리드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본부에는 수많은 부상자들의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마법사들이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치료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타르시스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휴우...이런 비효율적인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밀런 왕국은 현재 게릴라 작전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물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면전을 벌이고 마물들이 엘프들에게 접근하는 순간 엘프들이 마물들에게 힘없이 찢겨나갈 거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결말이었다.

그나마 엘프들이 마물들보다 우세한 것은 원거리 공격이었다. 마물들은 공격하려면 접근해야 했지만 엘프들은 원거리에서 공격할 방법이 많았다. 그래서 엘프들이 취할 방법은 게릴라 작전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릴라 작전을 통해서 마물들을 조금씩 계속 피해를 주며 숫자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게릴라 작전을 펼친다고 해도 후퇴할 시간을 벌어줘야 하기 때문에 엘프 전사들이 마물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점 엘프 전사들의 숫자는 줄어나갔는데 문제는 마물들은 줄어도 다시 공급되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만 늘어나고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싸우지 않는다면 일반 엘프들까지 피해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엘프 전사들도 부족하고 피해는 점차 늘어나고 있어. 대체...어떤 방법을 취해야 한단 말인가."

현재 지휘소에는 수많은 엘프 장로들이 의견을 다투며 싸우고 있었다. 다양한 의견, 찬성 반대 등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 중 유익한 대화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답답하니까 남을 헐뜯고 비판하며 쓸데없는 대화를 할 뿐이었다.

그런 장로들의 대화에 타르시스는 질려서 상대하지 않았고 결국 방안을 찾지 못했다.

"휴우...죽은 이를 떠올리면 안 되는데...레스타드. 자네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네."

레스타드가 있었으면 지금 장로들이 저런 대화를 나누었을까? 레스타드를 중심으로 모두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을까? 자신이 카리스마가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게 아닐까 등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는 리더의 자리에 맞지 않네. 그때 죽은 것이 자네가 아닌 나였다면...지금 상황이 달랐을까? 그런 생각이 너무나 드는군..."

그런 생각이 좋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만큼 나르샤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나르샤. 어디 있느냐...보고 싶구나."

윌나스 마을. 현재 프리드 마을과 다른 마을을 연결하는 중점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중점지 역할을 하는 만큼 수많은 보급 물자가 오고 갔고 전투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는 부상자들도 넘쳐났다.

그리고 그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수많은 엘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런 엘프들을 통제하는 이가 있었다.

"부상자의 치료를 제일 우선시해라! 그리고 보급 물자의 이동은 신속하게 진행한다!"

통제하는 엘프의 이름은 엘리드. 윌나스 마을의 촌장으로 나이 200살의 젊은 측에 들어가는 엘프였다. 그런 그의 신경은 오늘따라 곤두서 있었는데 그 이유는 스윈드에게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좀 있으면 원정대가 도착할 것이다. 그에 맞혀서 곧바로 이동준비를 맞출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방금 스윈드의 연락을 통해서 원정대의 활약을 들을 수 있었고 인간이지만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달라고 부탁받았다. 또한 조금 있으면 그들이 도착할 것이니 그에 맞혀서 준비를 마쳐달라고 했다.

그렇기에 엘리드는 준비작업을 서두르게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드님! 마법진이 발동되고 있습니다!"

"뭐? 벌써?"

엘리드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오는 원정대의 움직임에 한번 혀를 차며 마법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엘리드는 엘프의 말대로 공중에서 마법진이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엘프들을 진정시켰다. 헌데 보통 마법진보다 훨씬, 그것도 수십 배 정도로 커지는 마법진을 보고 엘리드는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스윈드님에게 들었지만...정말 놀랍군."

보통 마법진보다 수십 배 커다란 텔레포트 마법진의 모습에 바쁘게 움직이던 엘프들도 모두 멈추고 고개를 들어서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법진이 크기를 키워가는 것을 멈추자 빛을 내기 시작했고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플라이."

한 목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인물은 물론이고 떨어지던 보급품까지 속도를 줄이며 밑으로 떨어졌다. 엘프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또 한번 일제히 감탄사를 내보냈다.

탁.

원정대는 플라이 마법을 통해서 보급품과 함께 안전하게 착지하였고 리더로 보이는 마법사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오며 얘기했다.

"여기의 촌장이 누구지?"

"접니다."

엘리드는 마법사의 말에 앞으로 나왔고 마법사는 엘리드에게 악수를 청하며 얘기했다.

"나는 듀로크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저는 엘리드라고 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원정대 여러분."

듀로크와 엘리드가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

"여유가 없을 것 같으니 직설적으로 얘기하도록 하겠다. 현재 최전선의 상황을 알려줘라. 그리고 곧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해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듀로크의 말은 어찌 보면 듣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드는 젊은 측에 들어가는 엘프답게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있었고 듀로크의 힘과 행적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가며 그의 말대로 해주기로 했다.

"임시 지휘소로 오시죠. 얘기해드리겠습니다."

"나르샤. 쉐이드. 너희들도 같이 와서 들어."

"알겠어."

"나도 참가하는가?"

쉐이드는 듀로크가 자신까지 얘기하는 것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너도 이 많은 암살자들을 이끄는 수장이잖아? 당연히 참가해야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쉐이드는 어깨를 으쓱하고 듀로크의 뒤를 따라갔다. 엘리드의 뒤를 따라간 임시 지휘소에는 커다란 테이블과 함께 다양한 지도, 그리고 연락처로 사용하는 수정구슬까지. 인간들의 임시 지휘소와 별반 다를 거 없는 모습이었다.

"의외로 이런 지휘소는 다를 바 없군."

"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엘리드는 3개의 의자를 가져와서 3명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듀로크는 이런 의자도 의식을 치르고 난 나무로 만든 것인지 궁금했지만 현 상황에서 물어보기에는 조금 그렇다고 생각하여 가만히 있기로 했다. 엘리드는 테이블 위에 있는 지도와 여러가지 잡다한 것을 옆으로 치운 후에 약 1미터는 될 듯한 지도를 펼쳐냈다.

지도에는 밀런 왕국의 지형과 함께 수많은 점들이 표기되어 있었다.

"현재 상황을 얘기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 군대는 프리드 마을을 점령하고 있는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의 상대로 게릴라 작전을 펼치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엘리드는 지도에 있는 프리드 마을을 손으로 찍고 점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것을 통해서 파란 점이 밀런 왕국의 병력을, 빨간 점이 적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게릴라 작전을 펼치는 거지?"

"마물들을 상대로 전면전은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거리전에는 저희 엘프가 더 강하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게릴라 작전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게릴라 작전을 펼쳐도 궁수와 마법사, 정령사들이 도망치는데 전사들이 시간을 벌어줘야 했기 때문에 전사들의 피해가 점점 쌓여갔습니다. 거기다 마물들을 죽여도 또 다시 공급된다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게릴라 작전밖에 답이 나오지 않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군."

"예. 그래서 결국 회의 끝에 저희 밀런 측은 새로운 작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작전?"

"예. 여기를 보십쇼."

엘리드는 지도에 있는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고 그곳에는 커다란 숲이 있었다.

"숲?"

"예. 현재 저희 군대는 프리드 마을에 있는 적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프리드 마을에 수많은 빨간 점이 모여있었고 그 빨간 점을 파란 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력을 모두 모아서 두 개로 나눌 겁니다. 하나는 프리드 마을의 서쪽에 있는 숲으로, 하나는 프리드 마을의 동쪽에 위치할 겁니다. 그리고 동쪽에 모은 전력으로 프리드 마을을 공격하여 숲으로 유인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숲에 미리 잠복해 있던 전력이 그들이 오는 순간 공격하여 동쪽의 전력과 함께 섬멸할 생각입니다."

"숲에서?"

"예. 밤에는 다크엘프들이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숲은 저희 엘프가 움직이는데 최적지입니다. 더구나 숲의 힘을 빌릴 수도 있고 마물들은 숲에서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낮에 숲에서 싸울 예정입니다."

"흐음...괜찮아 보이는데?"

나르샤는 엘리드의 말에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았고 그런 듀로크의 표정에 엘리드가 물어봤다.

"왜 그러십니까? 뭔가 불만스러운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이 빨간 점들은 뭐지?"

듀로크는 프리드 마을을 빼고 다른 곳에 존재하는 빨간 점들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그건 저희 군대의 진형을 뚫고 나온 마물부대입니다. 현재 다른 마을의 군대들이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상해."

"예?"

"이상해. 왜 마물 부대가 진형을 뚫고 나왔는데도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않는 거지?"

"그건...마을의 군대가 추격하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마물 부대를 따로 보내는 것은 전력 낭비야. 오히려 한번에 모아서 뚫는 것이 효율적이지. 그렇다는 말은 마물 부대를 보내는 이점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점?"

"잠깐만 조용히 해봐."

듀로크는 그 말을 한 후에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집중하기 시작했다. 엘리드는 듀로크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르샤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듀로크는 지도를 본 채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뛰어난 두뇌와 듀로크가 알고 있는 병법지식이 합쳐져서 수많은 가능성과 추측을 떠올리고 제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간 끝에 듀로크는 한 추측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마물 부대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이 있나?"

"예? 예. 있습니다."

엘리드는 빨간 구슬 여러개를 지도 위에 배치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빨간 구슬이 지도 위에서 움직이면서 프리드 마을을 제외한 빨간 점에 일제히 위치하였다.

"이것이 현재 마물 부대의 위치입니다. 그리고..."

엘리드가 손을 한번 휘젓자 빨간 구슬이 빨간 점에서 조금씩 움직여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였다.

"지금 보는 위치가 하루 전의 위치입니다."

"...이틀 전부터 일주일 전까지 모두 보여줘 봐."

"알겠습니다."

엘리드는 듀로크가 해달라는 대로 마법으로 빨간 구슬을 움직이며 보여주었다. 그리고 듀로크는 그 구슬의 움직임을 모두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그리고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휴...현재 군대를 이끌고 있는 총사령관이 누구지?"

"타르시스님입니다."

"나르샤의 아버지?"

"예."

듀로크는 손으로 가면의 이마를 감싸고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런 듀로크의 행동에 나르샤가 불안하듯이 바라보며 얘기했다.

"듀로크. 왜 그래?"

"나르샤. 네 아버지를 욕하고 싶지는 않은데...이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다른 엘프들은 눈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인데?"

"...엘리드. 다시 일주일 전의 위치로 돌려줘."

"알겠습니다."

엘리드는 듀로크의 말대로 빨간 구슬을 일주일 전의 위치로 이동시켰다.

"자. 이게 마물 부대의 일주일 전 위치야."

"그런데?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나르샤의 말대로 빨간 구슬은 밀런 왕국의 곳곳에 위치하고 제각각 흩어져 있어서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지금은 그렇지. 엘리드. 현재 위치가 이 빨간 점이 확실하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빨간 구슬과 빨간 점을 연결해서 선으로 표시해줘라."

"알겠습니다."

엘리드는 또 듀로크가 해달라는 대로 빨간 구슬과 빨간 점을 연결해서 선으로 표시해줬다. 그러자 지도에는 수십 개의 선이 그려졌고 그것을 본 나르샤는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이건?!"

"말,말도 안 돼."

"과연 그런 거였나?"

"이제 알겠지? 마물 부대는 생각 없이 그냥 움직인게 아니야."

듀로크는 지도를 손으로 한번 치며 얘기했다.

"적은 오히려 밀런 군대를 섬멸할 생각이다."

수십 개의 빨간 선은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고 그 원은 밀런 왕국의 군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그렇다는 말은...마물 부대는 협공을 하기 위한 전력이였다는 겁니까?"

"그래. 적의 사령관이 누군지는 몰라도 머리는 조금 굴리는 모양이야. 이것을 눈치채지 못한 엘프 간부들도 문제긴 하지만."

"허어..."

"적은 일부러 게릴라 작전을 펼치게 만들면서 한번에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순간 포위망 바깥에 있는 마물 부대들이 일제히 밀런 군대를 포위하겠지. 그리고 프리드 마을에 있는 병력과 협공하면...펑."

듀로크는 손으로 폭발하는 모션을 취하며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나르샤와 엘리드의 안색이 흐려져갔다.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쉐이드가 엘리드에게 얘기했다.

"궁금한게 하나 있다."

"예?"

"듀로크가 말한 큰 움직임은 좀 전에 얘기했던 숲으로 유인하는 작전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언제 실행하는 거지?"

"헉!"

엘리드는 쉐이드의 말을 듣고 안색이 새파래졌고 나르샤는 그것을 보고 엘리드의 어깨를 세게 부여잡으며 얘기했다.

"언제야?!"

"작,작전은 6,6시간 전에 실행됐을 겁니다."

"6시간 전?!"

나르샤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휘청거렸고 이내 빠르게 지휘소를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듀로크가 나르샤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렸다.

"나르샤. 진정해라."

"...방법이 있는 거야?"

"그걸 찾아야지. 그리고 흥분해서는 될 것도 안된다."

"...알겠어."

나르샤는 듀로크의 말에 순순히 따르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듀로크는 지도를 한번 다시 보고 엘리드에게 얘기했다.

"우리들이 타고 갈 유니콘들은 준비되어 있겠지?"

"예,예."

"한시가 급하니 비상식량들만 싣고 이동한다. 유니콘으로 간다면 숲까지 얼마나 걸리지?"

"최대한 빠르게 간다면 12시간이면 도착할 겁니다."

"좋아. 내가 유니콘들에게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한다면 절반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

"예? 유니콘은 도합 500마리가 넘습니다!"

"그래서?"

엘리드는 듀로크의 되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500마리의 유니콘에게 신체 강화 마법을 그것도 6시간 동안 유지한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나르샤와 쉐이드는 당연시 여기면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엘리드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6시간 전이라고 한다면 벌써 마물 부대는 움직였을 거야. 그리고 전투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지.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최우선 일은 밀런 군대가 후퇴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우리가 마물 부대 뒤를 덮쳐서 길을 열어주는게 제일 좋겠군."

"역시 쉐이드야."

듀로크는 곧바로 말을 이해하는 쉐이드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었고 엘리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됐으니 바로 준비해줘.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그쪽 군대니까."

"알,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엘리드는 순식간에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쉐이드도 암살자들을 미리 준비시킨다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듀로크는 단둘이 남은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너도 미리 준비해놔. 정작 가서 흥분하지 말고."

"무슨 준비?"

"어떤 결과를 보든지 침착할 준비. 너는 자신과 관련된 일이면 흥분하는 성격을 가졌잖아."

"...부정하지는 못하겠네."

"뭐,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해둬."

"알겠어."

나르샤는 듀로크의 말에 대답했지만 과연 그때가 됐을 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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