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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53화 (253/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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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20)

"정말로 인간에게 식량과 물을 주는 거야?"

"위스퍼님의 명령인데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나는 인정하지 못하겠어. 우리 엘프 정예들한테 줄 물자도 부족한데."

"쉿. 뒤에서 듣고 있을 수도 있다고."

'이미 다 듣고 있지만.'

이츠는 앞에서 걸어가는 엘프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수많은 엘프들이 식량과 물을 주는데 반대했지만 결국 위스퍼의 강력한 의지에 어쩔 수 없이 엘프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식량과 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위스퍼와 수십 명의 엘프가 마을 바깥에 있는 보급창고에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때 이츠가 엘프들에게 다가와서 보급물자 나르는 것을 도와준다고 했고 사양할 이유가 없던 위스퍼는 이츠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현재. 이츠는 수십 명의 엘프가 앞장서는 가운데 멀리 뒤떨어져서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츠가 일부러 그들과 떨어져서 가는 것도 있었지만 엘프들이 거리를 둘 정도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경계하는 고양이와 같은 느낌이군...그런데 왜 내가 뒤따라간다고 했을까? 희안하네.'

이츠는 자신이 귀찮은 것을 싫어하여 웬만하면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성격과 반대로 먼저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다. 그 이유를 이츠는 알 수 없었다.

'흐음...이상하군.'

그렇게 이츠가 자신이 먼저 나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앞에 있는 엘프 무리에서 한 명의 엘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엘프가 위스퍼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츠는 생각을 멈췄다.

"무슨 일이지?"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뭐...할 것도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감사합니다."

위스퍼는 이츠의 옆에 서서 보폭을 맞춰서 걷기 시작했고 이츠는 이 엘프가 왜 갑자기 다가오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저기...죄송합니다."

"뭐가?"

"엘프들이 도와주러 오신 분들을 경계하고 꺼려서 죄송합니다. 인간분들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고 상황이 상황인지라...조금 이해해주세요."

이츠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위스퍼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킥."

"...예?"

"아. 미안. 비웃으려고 하는건 아니였어. 그저...너무 순수하다고 생각되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네."

"순수...하다고요?"

"그래. 나처럼 때가 끼지 못해 검은색으로 물든 것과 다르게 너희 엘프들은 순수한 흰색을 띄고 있으니까."

"그런가요? 저는...당신도 순수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럴 리가. 그리고 내 이름은 이츠야."

"알겠어요. 이츠님."

"다시 말을 돌려서 내가 순수하다고? 그건 새빨간 착각이야. 왜냐하면 내 손에 죽은 이들만 해도 세 자리가 넘으니까. 너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렇죠. 하지만 선과 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게 아닙니다. 모든 지성체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죠. 순수하다는 엘프조차 악이 존재하는 걸요?"

"그래서 네 말은 나에게도 흰색이 존재할 거라는 거야?"

"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답변하는 위스퍼의 모습에 이츠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이가 없다는 감정과 다르게 조금 기쁘다는 감정을 느꼈다.

"풉. 그렇게 얘기해주는 것은 너뿐일 거다."

"그런가요?"

"그래.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으니까. 나는 고아로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죽이는 것밖에 없었어. 그나마 그런 것에 재능이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능력으로 많은 이들을 살려주시는 거 아닌가요?"

"뭐...그렇다고 볼 수 있으려나?"

이츠는 피식하며 미소를 지었고 동시에 위스퍼도 미소를 지었다. 이츠는 평소에 웃지도 않는 자신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웃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 엘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가?'

이 위스퍼라는 엘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츠는 몰랐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도 전에 이츠의 감각에 들리는 어떤 소리가 있었다.

"잠깐."

"예?"

이츠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하는 것을 본 위스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 보급창고로 가는 중인가?"

"예. 그런데요?"

"보급창고는 마을 밖에 있는 건가?"

"예. 마을 밖에 있는 나무에 저장하고 있어요. 습기와 햇빛이 들어오는 적절한 위치 등을 고려하여 마을 밖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이거 좋지 않은데?"

"예?"

"앞에 있는 엘프들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해."

"예? 그게 무슨..."

"빨리!"

이츠의 표정과 말에서 심각함을 느낀 위스퍼는 앞에서 걸어가는 엘프 무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츠는 품속에서 한 호루라기를 꺼내어서 입으로 가져다 대고 있는 힘껏 호루라기를 불렀다.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3번 크게 호루라기를 부는 동안 위스퍼와 엘프 무리가 이츠에게 돌아왔고 이츠는 허벅지에 있는 두 단검을 꺼내 들며 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빨리 마을로 돌아가. 전력을 다해서 뛰어."

"예?"

"빨리! 시간이 없다고!

"자! 다들 이츠님의 말대로 마을로 돌아가죠!"

위스퍼는 엘프들을 독려하며 마을로 달리기 시작했고 엘프들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위스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츠는 혼자 남은 가운데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어 주변에 있는 나무를 향해 던졌고 단검은 마치 뭐에 연결된 것처럼 나무 사이를 쉼없이 움직이다가 고정되었다.

그리고 이츠는 그런 단검을 품속에서 수십 개를 꺼내서 주변에 있는 나무에 모두 고정시킨 다음에 양손으로 까딱거리며 확인 작업까지 마치었다.

"좋아. 일단 할 수 있는 것까지는 했고...문제는."

이츠는 바닥에 엎드려서 귀를 땅에 대고 청력에 집중하였다.

"숫자는...대략 30마리.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있고 뛰어다니는 녀석들은 상당히 몸집이 있네."

상당히 빠른 스피드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츠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쳇. 내가 엘프들을 지키겠다고 시간이나 끌게 되다니. 오늘 뭘 잘못 먹었나? 나답지 않은 짓을 계속하네."

그렇게 이츠가 혼잣말을 하는 사이에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이내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짐승의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어떻게든 숫자를 줄이고 시작해보자."

이츠는 상대가 거의 도착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고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르르르!"

"캬아아악!"

7미터가 넘고 3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켈베로스와 3미터가 넘고 날아다니며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 가고일이 30여 마리나 되었다. 그들은 먹잇감인 이츠를 향해 침을 흘리며 일제히 덮쳤다. 하지만 그때 이츠가 양손을 움직였다.

휘이이익!

이츠가 양손을 움직이자 수많은 나무에 고정되어 있던 수십 개의 단검이 움직였다. 그리고 수십 개의 단검은 현란한 움직임을 펼치면서 가고일과 켈베로스들의 옆을 지나갔고 그와 동시에 모든 마물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였다.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은 자신들이 왜 움직이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처럼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주위에 있는 나무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으윽! 난리 좀 치지 말라고!"

이츠의 단검에는 투명한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실은 와이번의 수염을 통해서 만든 것으로 마나를 불어넣으면 강철보다 높은 강도를 띄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츠의 양손에는 수십 개의 단검을 조종할 수 있는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마물들이 현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단검에 연결되어 있는 실을 움직여서 그들을 둘러쌓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문제가 있었다.

"젠장! 이 녀석들 왜 이렇게 단단해?!"

강철보다 높은 강도를 띄는 실로 감으면 웬만한 인간들은 고기반죽으로 변했고 마물들에게도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물들은 어떻게 된 게 실이 피부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씩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드드드드...

주위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에 묶어서 고정시키고 있었지만 마물들이 계속 난리를 피면서 조금씩 나무가 뽑히고 있었다. 이츠는 이를 악물면서 버티다가 이내 한계를 느끼고 양손을 놓으면서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츠는 연막탄을 땅에 던지고 난 후에 빠르게 엘프들이 튄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남은 실과 연막탄으로 잠시 시간을 번 사이에 거리를 벌렸지만 빠른 속도로 마물들이 이츠를 뒤쫓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이츠와 위스퍼의 말대로 마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엘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비명을 지르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나무를 사랑하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나무의 비명은 제일 듣기 싫은 소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수십 명의 엘프 중에 혈기 높은 엘프들이 그 소리를 듣고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가 왜 도망쳐야 합니까?"

"맞습니다. 나무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젊은 2명의 남성 엘프가 말하자 많은 엘프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위스퍼가 그들을 만류했다.

"모두 발걸음을 멈추지 마세요! 이츠님의 도움을 무시할 셈입니까?!"

위스퍼의 말에 엘프들이 머뭇거리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명의 엘프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뭐하세요?!"

"저희들은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예?!"

"무슨 일이 벌어졌든 간에 나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듣지 못하겠습니다."

"저희들이 처리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저희도 이제 다 큰 성인 엘프입니다."

위스퍼는 그런 엘프들의 말에 한숨이 나왔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이 뭐라고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엘프들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도망치려고 했던 엘프들은 그런 광경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위스퍼를 쳐다보았다.

"먼저 가세요. 뒤따라가겠습니다."

결국 다른 엘프들은 마을을 향해 달려갔고 위스퍼는 이 혈기 높은 엘프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멀리서 한 인물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에 청년 엘프와 위스퍼는 들려오는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급하게 달려오는 이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츠님?!"

"뭐야? 너희들 왜 도망 안 가고 왜 가만히 있어?!"

"그,그게..."

위스퍼는 이츠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하지만 그 고민을 하려는 찰나 이츠가 엄청난 속도로 근접해와서 위스퍼의 몸을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악! 이,이츠님?!"

"말할 시간도 부족해. 너희들도 도망치는게 좋을걸?"

자신을 안고 달리는 이츠의 행동에 위스퍼는 당황했고 청년 엘프들은 그런 이츠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멍하게 있는 것도 잠시,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본 엘프들은 온 힘을 다하여 이츠의 뒤를 따라갔다.

"크아아앙!"

"캬아아악!"

30여 마리의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흥분한 상태로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위스퍼는 놀란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저,저 몬스터들은 뭐,뭐에요?!"

"몰라 나도. 하지만 평범한 녀석들은 아니야. 내 실들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츠는 공주님 안기처럼 위스퍼를 안은 채로 앞만 보고 달렸고 위스퍼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바라보았다.

"저,저 분들은요?"

"미안하지만 저 녀석들까지 챙겨줄 여유는 없다고."

"그,그런..."

위스퍼는 어떻게든 안되겠냐고 이츠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사이에 벌써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이 엘프들을 덮치고 있었다.

"으아아악!! 저,저리가!!"

"살,살려줘!!"

콰지직! 우드득!

"윽!"

엘프들이 고기반죽으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았고 차마 그 광경을 못 보겠다는 듯이 위스퍼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엘프들을 먹는 몇 마리의 마물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이츠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이거...좋지 않은데?"

"예?"

"저 녀석들. 생각보다 빨라서 따라잡히겠어."

"...저 때문인가요?"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이츠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가고일 한 마리가 이츠를 덮치려고 공중에서 하강했지만 이츠가 단검을 여러 개를 던지면서 방해한 덕분에 무산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본 위스퍼는 조용히 이츠에게 얘기했다.

"...내려주세요."

"뭐?"

"저를 내려주세요. 그러면 이츠님이라도 살 수 있잖아요."

이츠는 그런 위스퍼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피식 웃음을 내보냈다.

"풉."

"에?"

"킥킥킥."

"왜 웃으시는 거에요?!"

"아니.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긴데. 나도 그 말을 듣고 내려놓지 않는게 웃겨서."

"예?"

"왜일까? 예전의 나였다면 그 말을 듣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너를 내려놓았을 텐데...지금은 그럴 생각이 하나도 안 드네."

이츠는 정말로 그게 궁금하다는 듯이 독백으로 얘기했다. 그 말에 위스퍼는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이츠님! 옆에!"

"쳇."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켈베로스가 입에서 화염을 내보내려고 하고 있었고 이츠는 빠르게 등을 굽히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그사이에 켈베로스의 3개의 머리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열기가 확 이츠와 위스퍼를 덮쳤다.

"꺄아아악!"

위스퍼는 이츠가 감싸준 덕분에 뜨거운 열기에만 조금 노출될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타는 소리와 함께 역겨운 냄새가 풍기기 시작됐다.

"크윽..."

"이츠님! 등,등이?!"

"조금..뜨겁구만."

이츠의 등이 화염에 의해서 새까맣게 타버려서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츠는 그런 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이츠님! 이제 저를 내려주세요! 이러다가 이츠님도 죽을 수도 있다고요!"

"그거에 대해서는...아까 얘기했잖아? 별로 땡기지 않는다고."

"대체 왜...대체 왜 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에요?"

"모른다고 했잖아! 나도 잘 모르겠다고!"

이츠는 남은 단검을 모두 주위에 있는 나무에 던져서 고정시켰다. 그와 동시에 폭탄을 실에 설치한 후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뒤에서 쫓아온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이 실에 부딪히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하지만 마물들은 폭발에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고 발길을 일순간도 멈추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이츠는 포기하지 않고 발걸음을 계속 움직였다.

"네가 우리 인간들을 차별하지 않은 것에 감명받은 것일 수도 있지! 아니면 엘프를 처음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네게 한눈에 반한 것일 수도 있겠지!"

이츠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의식이 가는 대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됐건 간에! 나는 지금 이렇게 하고 싶다고!"

30 여마리의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이 자신을 향해 덮치는데도 이츠는 그들을 당당히 바라보고 꿀리는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츠도 엘프들과 똑같이 고기반죽으로 변하려는 찰나, 한순간 수많은 무기들이 켈베로스와 가고일들을 덮쳤다.

"크르르!"

"캬아악?"

"어이. 살아있냐?"

"왜 이렇게 늦었어?! 죽을 뻔했잖아!"

"말하는 거 보니 살아있네 뭐~"

이츠는 화를 내면서도 얼굴에는 반갑다는 표정이 가득했고 위스퍼는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인물들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나타난 그들은 바로 수백 명의 암살단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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