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52화 (252/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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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9)

밀런 왕국의 동쪽 마을 중 하나인 엘나스. 엘나스는 현재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드 마을에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엘나스 마을의 전투인원은 프리드 마을로 이동한지 오래였고 남아있는 비전투인원은 보급물자 생성 및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엘나스 마을의 위에서 커다란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었다. 마나에 민감한 엘프들은 보급 준비 와중에도 마법진으로 인한 마나 변동을 곧바로 감지하였고 이내 고개를 들어서 위를 바라보았다.

"마법...진?"

"저건...텔레포트 마법진인 것 같은데?"

"습격인가?!"

"전투 준비!"

마법진의 생성에 엘프들이 일제히 경계하며 각자 자신들의 무기를 꺼냈다. 엘프들은 비전투인원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마법사 4,5서클에 해당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비전투인원이 수백 명.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내려오는 즉시 섬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전력이었다. 그리고 이내 마법진에서 빛이 나면서 수백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엘프가 아닌 것을 본 마을 촌장은 곧바로 전투 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공격!"

수백 명이 일제히 마법, 정령, 화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 인물들을 향해 공격했다. 그리고 텔레포트 해온 이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세례에 놀라움과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뭐,뭐야?!"

"회,회피!"

"공중인데 어떻게 회피하냐?!"

"당한다!"

수십 명의 인물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침착한 이들도 있었고 그 중에 무표정의 가면을 쓴 마법사가 손을 한번 휘저으며 얘기했다.

"앱솔루트 실드."

그러자 수백 명의 인물들을 모두 감쌀 정도로 커다란 실드가 생성되었고 그 실드에 엘프들의 공격이 부딪혔다.

까까깡! 퍼퍼펑!

엘프들의 수백 개 공격이 실드에 부딪혔지만 실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엘프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그 광경을 본 마을의 촌장과 엘프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수백 명을 감쌀 정도로 커다란 실드를 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공격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광경을 통해서 저 마법사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8서클 마법사...혹은 그 이상!"

"말도 안 돼...저렇게 커다란 실드를 가볍게 친다고?"

"으득!"

마을 촌장은 마법사의 무력에도 놀랐지만 나머지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저런 병력이 이런 후방에 나타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순순히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엘프들은 다시 공격 준비! 적이 강하다고 해도 우린 포기할 수 없다!"

촌장의 말에 엘프들이 전의를 갖추며 다시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때 실드를 친 마법사가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얘기했다.

"공격을 멈춰라. 우리는 적이 아니다."

"뭐?"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너희들을 도와주러 온 원군이지."

"원군이라고?"

마을 촌장은 원군이라는 말에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 타이밍에 원군. 거기다 엘프도 아닌 타종족이었다. 오히려 그의 말을 믿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흥. 원군? 그렇게 말해놓고 우리가 경계를 내린 사이에 공격하는 거 아닌가?"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 혼자서 당신은 물론이고 여기 있는 엘프들을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 내가 굳이 왜 힘든 일을 선택하겠나?"

"그건..."

그의 말에 마을 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에서 틀린 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촌장의 모습에 마법사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뭐...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러니 나르샤."

"알겠어."

"나르샤?"

마을 촌장은 나르샤라는 말에 잘못 들었나 하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게. 내가 먼저 나섰으면 됐잖아?"

"그럴 기회도 없이 공격부터 하는 거 못 봤어? 난 최대한 좋게 해결하려고 노력한 거라고."

"그게 좋게 해결하려고 하는 말이냐?"

"나르샤...진정 나르샤냐?"

눈앞에서 옥신각신하는 엘프의 목소리와 생김새를 통해서 마을 촌장은 나르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르샤가 다른 종족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지 않은 것이다.

"예. 저에요."

"가짜는...아니겠지?"

"제가 어릴 때 아저씨의 술을 몰래 훔쳐먹다가 들켜서 도망쳤던 일을 말하면 믿으실래요?"

"진짜 나르샤구나."

마을 촌장은 나르샤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곧바로 경계를 내렸다. 하지만 마을 촌장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같이 온 이들은 누구냐?"

"말했잖아요. 저희들을 도와줄 이들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 동료들이죠."

나르샤의 말에 가면을 쓴 마법사를 포함한 수백 명의 인물들이 느린 속도로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수백 명의 엘프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가면을 쓴 마법사가 앞으로 다가와 마을 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을 촌장은 무의식적으로 마법사의 손을 잡았고 마법사는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나는 듀로크라고 한다. 반갑군."

듀로크는 텔레포트 하자마자 공격세례를 받을 줄은 몰랐지만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피해가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엘프들과 얘기를 좀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나는 스윈드라고 한다."

"스윈드. 상황이 여유롭지 않으니까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밀런 왕국을 도와줄 원정대로 빠르게 이 전쟁을 마치기 위해서 왔다. 그러니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먼저 가르쳐주면 좋겠군."

마을 촌장인 스윈드는 듀로크의 말에 얘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눈치챈 나르샤가 옆에서 듀로크를 거들어주었다.

"아저씨, 부탁할게요. 제 얼굴을 봐서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바르스의 배신으로 인해서 모든 엘프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타종족의 병력까지 데려왔다. 어떤 때보다 더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윈드는 왠지 나르샤를 믿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알겠다. 얘기해주마."

"아저씨! 고마워요!"

나르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고 스윈드는 다시 한번 나르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현재 상황을 얘기하자면 별로 좋지 않다. 타르시스님의 말대로 밀런 왕국의 병력들이 프리드 마을에 모여서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밀지 못하고 오히려 밀리는 상황이지. 거기다 며칠 전에는 마물 몇 부대가 진형을 뚫고 다른 마을을 덮치는 일도 있었단다."

"...아빠는요? 괜찮으세요?"

"그래. 다행히도 타르시스님이 다치셨단 말은 듣지 못했단다."

스윈드의 말에 나르샤는 한숨을 쉬며 안도했고 그 사이에 듀로크가 스윈드에게 얘기했다.

"위에서 보니 보급을 준비하는 것 같더군. 보급의 이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지?"

"교란진 때문에 프리드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윌나스 마을로 텔레포트 시킨 후에 유니콘들의 힘을 빌려서 프리드 마을까지 이동시키고 있다."

"유니콘? 뿔과 날개가 달린 말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듀로크는 지식으로 유니콘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유니콘들을 엘프들이 부리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럼 우리도 보급과 함께 똑같이 이동하면 되겠군."

"우리 마을은 보내는 보급물자도 많은 편이 아니여서 이 인원이 모두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상관없어. 좌표만 가르쳐주면 내가 한꺼번에 이동시킬 거니까."

"이 인원을 전부? 혼자서?!"

"그럴 건데?"

당연하게 얘기하는 듀로크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수백 명의 인간들. 그것이 스윈드에게는 너무나 어색하게 다가왔다.

'이 자식들...대체 뭐하는 놈들이지?'

이제서야 알아차린 것이지만 이 듀로크라는 마법사 말고도 괴물이라고 느껴지는 이들이 몇 명이 있었다. 더구나 수백 명의 인간들에게서는 가까이 가기 꺼려지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모두 한 실력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보급 준비는 언제 끝나지?"

"앞으로...6시간이면 끝날듯하다."

"그럼 준비가 끝나면 얘기하도록. 또 텔레포트 하는 마을에도 우리들에 대해서 언질을 미리 해라. 또 공격을 받는 것은 질색이니까."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일행들을 향해 갔고 그것을 본 스윈드는 남은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대체 저자는 누구냐? 누구길래 저만한 힘과 여유를 가지고 있는 거지?"

"후훗.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자세한 것은 레오나드에게 들으세요."

"뭐?"

나르샤는 같이 온 레오나드에게 설명을 맡긴다고 한 후에 듀로크를 따라갔다. 레오나드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스윈드를 향해 다가왔고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했다.

"프리드 마을의 레인저 부대장인 레오나드라고 합니다."

"자네가 설명해줄 수 있나?"

"저도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듀로크라는 자는 오크이면서 9서클까지 오른 자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9서클?! 거기다 오크라고?!"

"예."

스윈드는 9서클이라는 말에 경악을 그리고 오크라는 말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레오나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다.

"아까부터 거슬리는 냄새가 오크의 냄새였군."

"이해갑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뭐라고?"

"듀로크는 초인입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스윈드님의 말을 듣지 못했을까요?"

"....."

레오나드의 말에 스윈드는 헛기침을 한 후에 얘기를 이어나갔다.

"자네는 그가 오크라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는 건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조금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인식?"

"그와 대화해보고 느끼지 못했습니까? 제가 얘기하기 전까지 그가 오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

스윈드는 그의 말대로 레오나드가 얘기해주기 전까지 듀로크가 오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오크같지 않는 오크입니다. 더구나 나르샤님은 오크들의 왕국인 그란 왕국에서 지내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나르샤님이 뭔가 변하신 것 같습니까?"

"....."

"더구나 저도 그란 왕국에 갔다가 왔습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인식이 변하더군요."

"...어떻게 변했는가?"

"그렇군요...현재 오크는 과거의 오크와 조금 다른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다른 존재?"

"굳이 말하자면 과거에는 짐승이였지만 지금은 한 지성체같이 느껴지는군요."

"허어..."

스윈드는 레오나드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엘프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오크를 지성체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직접 겪지 못했더라면 아마 스윈드님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 명심하십쇼. 저희를 도와주러 온 이들은 오크들의 왕국, 그란 왕국에서 온 이들이고 그들 중 제일 강한 존재는 듀로크라는 오크라는 것을."

그 말을 끝으로 레오나드도 나르샤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스윈드는 레오나드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인식이라...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휘유~ 엘프들이 역시 미모 하나는 죽여주네."

"그 의견에 나도 찬성."

"남자들도 장난 아닌데? 참을 수 없을지도~"

"제발 참아주라. 너가 그런 말을 하면 같은 남자로서 소름 끼친다고."

암살자들이 주변에 있는 엘프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엘프들이 그들을 싫어하는 모습은 역력했고 그런 모습을 본 암살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들을 싫어하는 모양인데?"

"왜지?"

"너 같으면 자신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데 좋아하겠냐?"

"그런가?"

"그게 아니야. 멍청이들아. 원래부터 엘프는 타종족을 싫어한다고."

"그래?"

암살자들이 새로운 광경과 엘프들을 봐서 그런지 웅성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S급 암살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쉐이드의 기분에 거슬릴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렇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새로운 것을 봐서 들뜨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그걸 증명하듯이 S급 암살자들도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눈을 쉼 없이 움직이며 엘프들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듀로크가 암살자들을 향해 다가왔고 그것을 본 쉐이드는 나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대화는 끝났나?"

"응. 완만하게 잘 진행됐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보급물자를 옮길 때 같이 이동할 생각이야."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6시간 정도라는데? 아마 이동하자마자 급하게 움직일 수 있어. 미리 체력이나 피로를 대비하는게 좋을 거야."

"알겠다."

"그래. 그럼 부탁한다."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다른 데로 걸어갔고 쉐이드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암살자들을 바라봤다. S급 암살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쉐이드의 말을 기다렸다.

"6시간 후에 이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모두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암살자들이 쉐이드의 질문에 우렁차게 대답했고 S급 암살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쉐이드의 말은 이게 끝이 아니였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암살단이 아니다. 그란 왕국에 속해있는 암살단이지. 그 말은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서 우리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니...엘프들에게 찝쩍되거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쉐이드는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며 암살자들을 협박했고 그의 기운을 느낀 암살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대답은?"

"알,알겠습니다!!"

"좋아."

좀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암살자들이 합창하며 얘기했다. 그런 목소리에 쉐이드는 흡족해하며 S급 암살자들을 불러모았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엘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휴식활동을 취하도록."

"예!"

"음식이나 물이 필요하면 직접 물어봐서 공수하도록 해라. 나는 잠시 쉬고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쉐이드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나무에 기대서 쉬기 시작했고 S급 암살자들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누가 가서 공수해올래?"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가 가는게 낫지 않을까?"

"야. 여자도 정상적인 여자가 가야지. 미친년이 가면 되겠냐?"

"다시 말해볼래?"

채찍에 손을 얹으며 살기를 뿜어내는 앨런이었다. 그 모습에 이츠는 혀를 내두르며 어깨를 으쓱거렸고 브리츠와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츠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츠를 추천한다."

"왜 내가?"

"잘 생각해봐라. 너가 앨런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 마크는 절대 안 된다."

"왜 안되는데?"

"엘프를 눈앞에 두고 자제할 자신이 없어."

"저런 미남자를 앞에 두고 자제하면 사람이 아니지."

"...알겠다."

이츠는 브리츠와 마크의 성벽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순응하며 엘프들을 향해 다가갔다. 엘프들은 갑자기 다가오는 인간을 보고 경계했고 그런 분위기를 느낀 이츠는 두 손을 들며 느리게 걸어갔다.

"다치게 할 생각 없다. 그저 얘기 좀 하기 위해서 온 거야."

"우리 엘프는 인간과 얘기할 생각 없다."

"허어...엘프들은 예의도 없는 거냐? 우린 너희들을 도와주러 왔는데 그런 반응이라니. 너무 한 거 아니야?"

"뭐라고?"

"인간이 어디서!"

엘프들이 이츠의 말에 분개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때 한 명의 여성 엘프가 얘기했다.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제가 대표로 얘기하겠습니다."

놀랍게도 여성 엘프의 말에 엘프들이 진정하며 조용해졌다.

"너는?"

"저는 위스퍼라고 합니다. 마을 촌장의 딸로서 대표로 얘기하겠습니다."

이츠는 위스퍼라는 엘프를 보자마자 다른 엘프들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인간을 혐오하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구나 엘프라는 미모까지 더하니 여자에 관심이 많지 않던 이츠조차 조금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브리츠와 마크에게 맡기지 않길 잘했군."

"예?"

"아니야. 혼잣말이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할 얘기가 어떤 거지요?"

"물과 식량 좀 받을 수 있나? 체력을 회복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상관없습니다만 저희 엘프와 식성이 똑같을지 모르겠군요."

"엘프들은 육식을 하지 않던가?"

"예."

"그렇다면 물과 과일로 부탁해도 될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이츠는 일이 쉽게 끝났다고 생각하며 다시 암살자들의 곁으로 돌아갔는데 그사이에 뒤에서 수근대는 엘프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위스퍼님. 정녕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줄겁니까?"

"예."

"그들은 인간입니다. 더구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엘프들에게 줄 식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귀중한 식량을 인간들에게 준다고요?"

"맞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쇼."

많은 이들이 위스퍼의 결정에 불만을 갖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스퍼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왕국을 도와주러 온 분들입니다. 멀리서 온 분들에게 그런 기본적인 대접을 하지 않는건 무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싸우지 않고 보급만 하는 저희가 한번 참는다면 최전선으로 가는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은 인간입니다."

"인간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현재 밀런 왕국은 위기에 빠진 상태입니다. 종족의 차이가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닙니다."

이츠가 암살자들에게 완전히 돌아왔을 때까지도 여전히 대화를 나누며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이츠는 S급 암살자답게 멀리서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는데 다른 S급 암살자들이 그런 이츠에게 다가와서 얘기했다.

"이츠."

"왜?"

"무슨 일 있었냐?"

"별로? 아무 일 없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

"뭐?"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는데?"

그들의 말에 이츠는 손을 입가에 대었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츠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나도 몰라. 그저 우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은 것에 기쁜 것일 수도."

"뭐야? 그게?"

이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른 S급 암살자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츠는 여전히 엘프들이 하는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듀로크 오빠. 얘기는 잘 끝나셨어요?"

"그래. 완만하게 끝냈지."

듀로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클레아를 바라봤다. 원정대 중에서 제일 무력이 떨어지면서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클레아였다. 이런 전쟁에 데려온 것에 조금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자신이 시선을 떨어트리지 않으면 어떻게든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허락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항상 붙어있을 수는 없기에 예비대책을 세워두었는데 그게 바로 맥이였다.

"맥은 많이 신기한가봐?"

"예! 엘프들도 신기하고 나무에서 생활하는 마을 풍경도 신기해요! 더구나 라이언 왕국과는 다른 공기까지. 모든게 신기해요."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맥의 모습에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듀로크였다. 마검을 받아들이면서 반마족이 된 맥. 그의 무력은 그의 나이대에서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정신연령은 나잇대에 맞는 아이로서 무력과 관계없이 순수했다.

"하지만 엘프들에게는 접근하지 않는게 좋을 거다."

"왜요?"

"너는 지금 반마족인 상태잖아. 엘프들이 마족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군요. 그건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벨리온과 오블리 덕분에 기운을 다스릴 수 있게 되어서 아직 마족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거야. 아마 들켰으면 아까처럼 마법으로 공격당할걸?"

"으으...주의할게요."

"그리고 저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내가 옆에 없을 때는 클레아 좀 부탁한다?"

"예! 맡겨만 주십쇼!"

맥은 차려자세를 취하면서 빠릿빠릿하게 목소리를 내뱉었고 그런 맥의 행동에 듀로크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헤~"

"저도 제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안될까봐 걱정이지. 여기서 제일 약한 자는 바로 클레아. 너다. 물론 적 중에 너보다 약한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적이 너보다 강하다. 그러니 항상 너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알겠어요. 그래도 제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듀로크 오빠가 도와줄 거잖아요."

"그렇기야...하겠지만."

"그럼 됐잖아요?"

클레아는 다가와서 듀로크에게 팔짱을 걸며 얘기했고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휴...내 시선에만 벗어나지 말아라."

"예~"

듀로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안감을 없앨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엘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본데요?"

"맥. 너는 클레아 옆에 있어라. 내가 갔다 오겠다."

"예! 맡겨만 주세요."

"듀로크 오빠 조심하세요."

"누구한테 조심하라고 하는 거야? 이 세상에서 내게 상처입힐 녀석은 별로 없다고."

"그래도요."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엘프들을 향해 달려갔다.

엘프들은 아주 긴박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촌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큰일입니다!"

촌장은 마치 구원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듀로크를 쳐다보며 어깨를 세게 부여잡고 얘기했다.

"마,마물이 습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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