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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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7)
수만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플라이 마법을 시전하면서 올라오는 모습은 장관이였다. 한 명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실드는 한 명을 겨우 막아줄 정도로 작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사 수만 명이 힘을 합친다면? 그것을 보여주듯이 라마르의 상공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하나의 실드가 생성되었다.
수만 명의 마법사들이 모두 실드를 사용하자 직경만 수백 미터가 넘는 거대한 실드가 만들어졌고 힘겹게 싸우고 있던 고서클 마법사들을 지나치며 올라갔다. 그리고 이어서 거대한 실드와 2차 충격파가 부딪히게 되었다.
우우웅!!
거대한 실드가 충격파와 부딪히면서 흔들리는 소리를 내보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고서클 마법사들이 만든 실드와 다르게 수만 명의 마법사가 만든 실드가 훨씬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숫자가 숫자인 것도 있지만 2차 충격파가 1차 충격파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결국 수만 명의 마법사가 만든 실드는 2차 충격파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고 다른 마법사들의 부축을 받는 루키드는 그 광경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역시...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군."
"아하하. 저희가 누구입니까? 우리는 자랑스러운 일루드의 마법사입니다."
"이쯤이야 가벼운 운동거리죠."
"그렇군...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바보였네. 클클클클."
루키드는 기분 좋다는 듯이 웃음을 내보냈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는 2차 충격파가 끝인 모양인지 더 이상 충격이 오지 않았고 수만 명의 마법사들이 그제야 실드를 풀었다. 그리고 실드를 풀면서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마법사들은 감탄을 자아내었다.
"와아아..."
"빛이..."
"루키드님! 저걸 보십쇼!"
루키드를 부축하던 마법사가 손으로 가리켰고 루키드도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똑같이 감탄을 자아내었다.
"허허...조금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광경은 또 처음 보는군. 그렇지 않은가? 제네스?"
"클클클. 진귀한 광경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네."
반경 수백 미터가 넘는 폭발로 인해서 하늘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고 파란 하늘의 중심에는 태양이 홀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빛이 그대로 내려와서 승리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그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것 같지 않아?"
"벨리온군!"
"자네, 괜찮은가?"
어느새 와이번을 타고 루키드와 제네스의 곁에 온 벨리온이었다.
"그래. 나뿐만 아니라 나미래와 그란도 괜찮아. 너희들이 막아준 덕분이지."
"아니.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할 일이었네. 더구나 아무도 희생을 하지 않고 폭탄처리해준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정식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하하하. 누가 너무나 갈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길래 어쩔 수 없이 한 것 뿐이야."
벨리온의 말에 다시 드레이크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런 광경에 루키드는 물론이고 제네스와 발렌시아까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끝났으니 돌아갈 건가?"
"그래야지."
루키드의 질문에 대답한 벨리온의 말에 마법사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같이 다니면서 쌓인 정이 상당했기 때문에 돌아간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벨리온은 다 늙은 노인 둘이 시무룩 해하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뭐...하루 정도는 뒤풀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정말인가?!"
"고맙네!"
벨리온의 말에 루키드와 제네스가 제일 좋아했고 다른 마법사들도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루키드는 수만 명의 마법사들을 향해 얘기했다.
"세인의 배신으로 수많은 일루드 마법사들이 죽었다. 그리고 수많은 일반 시민들도 희생되었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마법사들의 희생과 원정대의 도움 덕분에 세인을 처단하는 동시에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승리는 역사 속에서 영광스럽게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우와아아아!!"
루키드의 말에 일루드 마법사들이 그제야 환호성을 질렀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었던 전쟁이 이제 막 끝난 것이 체감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리.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승리를 하는데 희생해준 이들과 도와준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마음껏 마시고 즐겨라! 오늘은 승리의 축젯날이다!"
"우와아아아!!"
그렇게 승리의 기쁨에 취한 일루드 마법사들의 함성은 라마르 전체에 울려 퍼졌고 전쟁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전쟁은 일루드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일루드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10만의 병력 중 30%에 달하는 인원이 사망했고 20%에 달하는 인원이 중상 혹은 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루키드가 뒤풀이를 한다고 해도 그런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처리를 한 뒤에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몸이 괜찮은 나머지 일루드 마법사들이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마법사들이 한 일은 세인이 말해준 분수대에 가서 검은 돌이 존재하는지의 여부 확인이였다. 분수대로 이동한 마법사들은 키메라들이 이동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 문을 확인할 수 있었고 동시에 경계하면서 분수대 밑을 파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으로 파본 끝에 세인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수대 밑에는 직경 1미터에 달하는 검은 돌이 박혀있었고 검은 돌을 부수자마자 검은 문이 연기로 산화되었다. 그렇게 제일 중요한 검은 문을 부수고 마법사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서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 부류는 시체를 모으고 화장하는 임무를 맡게 되어서 대체로 힘을 많이 쓰는 마도골렘 부대와 전투 마법사부대가 맡게 되었다. 일루드 마법사들은 죽으면 화장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재로 변해서 다시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골렘들의 엄청난 힘으로 죽은 마법사들의 시체를 한 곳으로 모으기 시작했고 전투 마법사들도 그걸 보좌하면서 빠른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다른 한 분류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라마르 중심에 커다란 막사를 치고 부상자들을 모두 집결시켜서 치료에 집중하였다. 거기에 치료에 투입되는 마법사는 일반 마법사나 고서클 마법사. 이렇게 두 종류의 마법사들이 힘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일루드 마법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뒤처리를 하는 동안 원정대는 쉬느냐? 그것도 아니였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따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모인 거지?"
"취이익~ 그렇다."
벨리온이 전쟁이 끝나자마자 한 행동은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을 집합시키고 숫자를 세는 것이었다. 그리고 벨리온은 열과 행에 맞혀서 집합한 오크들 덕분에 피해 정도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5명과...2마리인가?"
"취이익~ 친위대 오크 2명, 와이번 라이더 3명, 와이번 2마리 사망했다. 중상자 10명 포함해서 집합했으니 확실하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사망자도 없이 잘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비슷한 실력대의 리치와 데스나이트 상대로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5명과 2마리가 사망하는 결과가 나왔다.
벨리온은 그런 결과에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처음에 자신이 아무런 사망자도 나오지 않게 해주겠다고 자신있게 얘기했는데 이렇게 떡하니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은 일반 오크들과 다르게 상당한 육성시간이 필요하여 빈자리를 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벨리온이기에 이 피해가 얼마나 극심한 손해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거기다...듀로크가 내게 믿고 맡긴 이들인데...뼈아픈 결과군."
벨리온은 더 좋은 선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텐션이 떨어져서 시무룩해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그란이 벨리온의 등을 세게 갈겼다.
퍼어억!
"크아아악! 뭐야?!"
"취이익~ 너무 상심하지 마라. 이 정도면 너는 충분히 잘한 것이다."
"취직~ 그렇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취익~ 오히려 이 정도의 피해로 끝난 것이 네 덕분이다."
오크들이 오히려 벨리온을 위로하며 격려해주었다. 벨리온은 자신을 나무라지 않고 격려해주는 오크들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하며 웃음을 내보냈다.
"내가 살면서 오크들에게 위로받는 날도 오는군."
"취이익~ 칭찬하는건 아닌 것 같다."
"오? 조금 눈치가 늘은 것 같은데?"
벨리온은 웃음을 지으며 그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란은 그런 벨리온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으로 대답해주었다.
"그러고보니 궁금한게 있는데 전쟁에서 죽은 오크들은 어떻게 해주지?"
"취이익~ 죽은 오크들은 그 장소에 묻어준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했던 무기들과 갑옷을 다른 오크들에게 물려준다."
"그러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취이익~ 전사였던 오크가 땅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전사의 밑거름이 되고 그들의 영혼은 무기를 통해서 후예와 같이 싸운다고 전해진다."
"오크답네."
벨리온은 그란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영광스러운 오크 전사들을 만나러 가자."
"취이익~ 어디로 가는 건가?"
"일루드의 지휘관들이 생각이 있었으면 미리 준비해두었을 거야. 모두 가자."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 그리고 와이번 라이더는 벨리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의 뒤를 따라갔다. 벨리온이 그들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총지휘관 막사였다.
"제네스 있어?"
"벨리온군?"
제네스와 루키드, 그리고 드레이크와 발렌시아는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벨리온에 시선이 그에게 일제히 쏠리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
"한창 바빠 보이는 와중에 말 걸어서 미안한데. 혹시 우리 오크 사망자들을 따로 챙겨놨어?"
벨리온의 말에 제네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를 따라오게나."
제네스는 루키드를 향해 눈짓을 주었고 루키드는 고개를 조금 내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제네스는 벨리온과 오크들을 데리고 이동하여 이내 5개의 관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관은 마치 귀족이 죽을 때 사용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했고 고급스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5개의 관은 일렬로 열을 맞추고 있었고 그 옆에는 죽은 와이번 2마리의 시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안하네. 아직 이보다 더 좋은 관을 만들지 못해서 임시로 이것을 사용했네. 그리고 와이번을 담은 관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겠나?"
제네스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벨리온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벨리온은 제네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란을 향해 얘기했다.
"어떻게 생각해?"
"취이익~ 관 너무 좋다. 일반 나무 관으로 만들어달라."
"들었지? 그냥 일반 나무 관으로 만들어줘."
"하,하지만 이들은 우리 일루드를 위해서 죽은 영웅들이네. 일반 나무 같은 걸로 될 리가..."
"취이익~ 오크들은 화려한 거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전사다. 죽어서 저렇게까지 화려할 필요 없다."
"...알겠네. 자네 오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취이익~ 와이번들도 똑같이 나무 관으로 부탁한다."
"알겠네. 그럼 지금 바로 만들어주겠네."
제네스는 고서클 마법사 몇 명을 불러서 나무 관의 제작을 명령했다. 그러자 고서클 마법사들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서 5명의 오크와 2마리의 와이번이 들어갈 관을 만들어서 가져왔다.
"원래는 장례식도 할 예정이였는데 필요 없는가?"
"취이익~ 필요 없다. 여기 근처에 묻어둘 장소가 있나?"
"내가 안내해주겠네."
제네스는 고서클 마법사들과 함께 관을 들고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위대 오크들이 직접 관을 든다고 하여 5명의 오크와 2마리의 와이번을 넣은 총 7개의 관을 오크들이 들고 가기 시작했다. 제네스는 오크들을 데리고 멀지 않으면서 전망이 확 트인 절벽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이네."
"취이익~ 땅을 파는 것을 부탁해도 되겠나?"
"그럼. 물론이지."
제네스는 익스플로젼 마법을 사용하여 총 7개의 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 친위대 오크들이 그 구멍에 일일이 관을 내려놓았고 내려놓은 후에 그란이 흙을 채우며 얘기했다.
"취이익~ 타가르. 너는 다른 오크들보다 몸짓이 작았다. 하지만 작은 몸짓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노력으로 스피드를 키워서 친위대 오크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런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란은 1개의 관을 묻고 옆의 관으로 움직여서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취이익~ 카르가. 너는 나를 존경한다며 졸졸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국왕이 되겠다고 하며 야심에 찬 녀석이였다. 하지만 나보다 빨리 죽을 줄은 몰랐다. 좀 더 정진했으면 좋았을 것을."
"취이익~ 모르고. 좋은 부인을 얻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었다. 그리고 자신을 닮은 아들을 낳았다고 자랑도 했었다. 아마 죽어서도 부인과 아들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네 녀석의 부인과 아들을 잘 챙겨줄 테니까."
"취이익~ 말리스. 인간과 싸우면서 애꾸눈이 되어 인간을 증오했었다. 하지만 라이언 왕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그 증오도 떨쳐내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이번에 일루드 왕국을 도와준다고 했을 때도 열렬히 찬성했었다. 그리고 네 바람대로 일루드는 승리했다. 그러니 편히 잠들어라."
"취이익~ 나드림. 특이하게 와이번을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마치 자신의 반려자를 찾은 것처럼 서로를 따르는 특이한 녀석이었다. 다른 오크들의 말로는 너와 와이번이 서로를 도와주며 용맹하게 싸웠다고 하더군. 그런 와이번도 너와 같이 끝까지 싸우고 네 곁에 갔으니 잘 반겨줘라."
이내 그란은 5개의 오크 관과 2개의 와이번 관까지 모두 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등 뒤에 매고 있던 도끼를 꺼내 들고 외쳤다.
"취이익. 일제히 무기를 꺼내라."
그란의 말에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이 모두 무기를 꺼내고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취이익. 타가르, 카르가, 모르고, 말리스, 나드림! 이 5명의 오크들이 용망하게 싸우고 여기서 전사했다는 것은 우리를 통해서 모든 오크들이 알게 될 것이다."
"취익! 취익!"
쿵! 쿵!
오크들이 무기로 일제히 바닥을 치면서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취이익. 그들과의 기억, 그들의 용맹함, 그들의 숨소리까지 우리는 결코 한가지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취익! 취익!"
쿵! 쿵!
"취이익.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의 영혼은 그들의 무기를 통해서 영원히 같이 싸울 것이다. 바로 우리들과!"
"취익! 취익!"
쿵! 쿵!
"취이익! 오크들이여! 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알려줘라! 그들의 용맹함을 얘기해줘라! 그러면 그들은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영광스러운 죽음을! 영광스러운 죽음을!"
쿵! 쿵!
"취이익! 모두 마나를 끌어 올려라!"
그란의 말에 오크들이 일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마나로 가득 찬 검들이 빛을 내었고 그 빛과 마나들이 모여서 죽은 오크들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수많은 빛의 요정들이 죽은 오크들을 축복해주는 것처럼 주위가 환하게 변하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옆에서 보는 제네스와 마법사들은 탄성을 지르며 감탄을 자아내었다.
"...아름답군."
"저토록 순수한 마나는 정말 처음 봅니다. 우리 마법사들보다도 순수한 마나를 사용하다니...놀랍습니다."
"그것도 놀랍지만 나는 그들의 마나 운용에 더 놀랍네. 저토록 순수한 마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여 이런 광경을 만들어내다니. 정말 살면서 놀랄 일은 다 겪는 것 같군."
오크들의 검에서 나온 마나의 회오리는 점점 크기를 키워갔고 이내 마법사들이 있는 곳까지 덮쳤다. 하지만 마나의 회오리에 마법사가 접촉해도 마치 공기처럼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면서 지나갔고 반경 수십 미터까지 커지고 나서야 크기를 키워가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마나의 회오리는 커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한순간 크기를 줄어나가서 7개의 구체로 변했고 그 구체는 이내 조용히 오크들의 관에 흡수되어 들어갔다. 마법사들은 아름다웠던 광경이 사라져서 탄식의 소리를 내뱉었는데 그런 탄식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란이 외쳤다.
"취이익. 가자."
그란을 시작으로 오크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내려갔고 그 모습을 본 제네스는 오크들의 문화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제일 앞에 걸어가던 그란이 갑자기 서서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얘기했다.
"취이익? 그러고 보니."
그란은 뒤로 돌아서 오크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취이익~ 이번 일처럼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란의 번쩍이는 눈을 본 오크들은 자신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끼고 몸을 움츠러들었다.
"취이익~ 수련. 더욱 강도 높은 수련만이 답이다. 그란 왕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우리는 더욱 고난이도의 수련을 한다. 알겠나?"
"취이이익..."
"취췩..."
그란의 말에 오크들이 뒷걸음질 치며 두려워했다. 그란은 그런 오크들의 모습에 눈을 더욱 번쩍이며 오크들을 향해 다가갔다.
"취이익~ 대답해라. 대답하지 않으면..."
그란은 등 뒤에 있던 도끼를 꺼내들고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취이익! 여기서 직접 수련시켜주겠다!!"
"취취췩!!"
오크들이 그란을 두려워하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란은 그런 오크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압박했다. 그 모습을 본 제네스는 그란을 말리려고 했지만 벨리온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진심으로 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그렇다면?"
"그들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제네스는 벨리온의 말에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란과 오크들의 숨바꼭질이 조금 슬퍼 보이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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