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49화 (249/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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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6)

루키드와 제네스는 눈앞에 있는 심장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세인이 말했던 것을 증명하듯이 심장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루키드와 제네스는 심장에 새겨진 마법진을 조사하며 해결방안이 있는지 구색하고 있었다.

"후우...후우..."

극도의 긴장감에 호흡이 거칠고 식은땀이 비 오듯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변 현상을 라마르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눈치챘지만 가깝게 있었던 발렌시아와 드레이크 및 일부 일루드 마법사들은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컥!"

"그,그게 대체 뭡니까?"

그들은 루키드와 제네스가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 심장을 보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막대한 마나를 느끼며 괴로워했다. 가늠하는 것만으로 몸을 얼게 하고 떨리게 할 정도로 일반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여기에 존재하는 마법사들 모두 처음 느낄 정도의 막대한 마나였다.

발렌시아와 드레이크도 심장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제네스와 루키드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때보다 심각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는 두 노인의 모습에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떤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지는 2분이 지났고 루키드와 제네스는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심장에서 조금 물러났다.

"...방법은 찾았나?"

"...한 가지 찾았네."

"엄청난 우연이군. 나도 똑같은데."

루키드는 제네스의 대답에 피식 웃었고 이어서 발렌시아와 드레이크가 다가와서 물어봤다.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설명하겠네. 세인 녀석이 이 심장에 자폭장치를 걸었네."

"자폭장치?!"

"제한시간은 5분. 아니, 2분을 소모했으니 3분이군. 3분 안에 이 심장을 처리해야 하네. 처리하지 못한다면...우리는 물론이고 라마르 전체가 날아갈 걸세."

"그,그게...사실입니까?"

드레이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되물었고 루키드와 제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수긍했다.

"사실이네."

"하,하지만 좀 전에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네."

루키드의 말에 드레이크와 발렌시아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제네스와 루키드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드레이크는 그 방법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방법이 뭡니까?"

"한 명의...희생이 필요하네."

"예?"

"역시 제네스. 나와 같은 생각이구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네. 그리고 그 희생은 내가 하겠네."

"허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일루드에서 필요한 인재는 자네이네!"

"그러는 루키드. 국왕인 자네가 희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말이지 않은가?!"

제네스와 루키드는 서로를 향해 화를 내며 자신이 희생을 한다고 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드레이크는 두 노인을 말리며 얘기했다.

"제네스님! 루키드님! 진정하십쇼! 그리고 저희들에게도 무슨 대화를 하시는 건지 가르쳐주십쇼!"

드레이크의 말에 제네스와 루키드는 그제야 진정하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심장이 자폭하는 것을 우리 실력으로는 멈출 수 없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바로 하나이네."

"이 심장을 누군가 가져가는 것이지."

"가져간다니...어디로 말입니까?"

"피해가 받지 않는 곳 어디든지. 제일 좋은 것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이겠지."

루키드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그러면...누군가는 죽어야 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텔레포트를 시켜서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지금 이 심장은 작은 충격에도 폭발하게 되어있네. 텔레포트를 강제로 시켰다가는 이송되는 순간 폭발할 가능성이 있네. 그렇기에 안전하게 들고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네."

"그런..."

"그리고 그 심장을 가져갈 역할은 우리 둘 중 한 명이 할 것이네."

"왜...그 역할을 두 분 중 한 분이 하시는 겁니까? 저희들도 가능합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제가 하겠습니다!"

드레이크와 다른 일반 마법사들이 자신들이 하겠다며 얘기했다. 하지만 루키드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이건 제네스와 나의 실수네. 세인을 제자로 받은 것도 우리고 세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우리의 욕심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네. 그러니 우리 둘에게 책임이 있네."

"그런..."

드레이크는 두 노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네스와 루키드가 그렇게 정한 이상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루드의 대마법사 중 1명을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크나큰 피해일뿐더러 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심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루키드와 제네스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네들의 심정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시간이 없네. 이미 남은 시간은 2분. 고민할 시간도 없네."

모든 상황이 루키드 혹은 제네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자신이 심장을 들고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갈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루키드와 제네스가 그것을 용납할리 없었다.

'정녕...이 방법밖에 없단 말인가...신이시여. 제발 제게 묘안이 떠오르기를!'

드레이크는 마지막으로 누가 희생할지 얘기하는 루키드와 제네스를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라고 해도 딱히 묘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였다. 그런데 그런 그의 소망을 신이 들었던 것일까?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취이익~ 저 심장은 뭔가?"

"몸이 근질근질한게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상당한 마나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벨,벨리온님! 그,그리고 그란님과 나미래님까지!"

드레이크는 마치 짜여진 것처럼 온 3명의 인물에 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벨리온은 그런 드레이크의 표정을 보고 얘기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큰,큰일입니다!"

드레이크는 빠르고도 그리고 간결하게 지금 상황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벨리온은 상황 정리에 나섰다.

"그러니까...세인 녀석이 자신들의 병력을 모두 희생해서 심장에 자폭장치를 걸었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심장은 라마르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고 자칫 충격에 터질 수도 있어서 텔레포트 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루키드나 제네스 중 한 명이 심장을 들고 위로 올라가서 희생할 것이다. 이건가?"

"예,예!"

완벽히 이해하는 벨리온의 모습에 드레이크는 감탄했지만 그란과 나미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금 이해하지 못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벨리온은 심장을 보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옆에서 강렬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드레이크가 엄청난 열망이 들어있는 눈빛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벨리온은 드레이크가 무엇을 자신에게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벨리온은 이것까지 자신이 해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이건 명백히 일루드가 처리해야 할 일이였다. 여차하면 자신들은 와이번을 타고 도망가면 될 일이였다. 하지만 그런 짓은 마족인 자신이 봐도 조금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그런 고민이 벨리온의 내부에서 막 싸웠고 결국 벨리온은 한숨을 한번 쉬고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휴우...알겠어. 알겠다고."

벨리온은 성큼성큼 심장을 향해 걸어갔고 거침없이 다가오는 벨리온의 모습에 루키드와 제네스는 벨리온이 뭐하려고 하는 건지 지켜봤다.

"좋아. 해볼까?"

벨리온은 두 손을 들고 눈을 감은 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벨리온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검은 연기는 이내 심장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약 5초간 검은 연기가 심장을 둘러싸면서 마치 하나의 검은 공처럼 변했고 그 광경을 본 루키드와 제네스는 벨리온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벨리온군. 대체 뭐하는 건가?"

"뭐하긴? 폭탄 처리하는데 도와주는 것이지."

"뭐?"

"그걸 왜 자네가 도와주는가? 이건 일루드의 일이네."

"알고 있어. 그래서 나도 도와주려고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지만 저기 있는 마법사가 마치 버려진 하룻강아지처럼 보는 걸 어떡해?"

벨리온은 손가락으로 드레이크를 지목했고 시선에 집중된 드레이크는 부끄럽다는 듯이 붉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해도 자네가 희생할 수는 없네."

"맞네. 그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네."

"당연하지. 나도 내가 희생할 생각없다고. 내가 무슨 성인군자야? 아니, 마족이 성인군자라는게 말이 안 되잖아?"

벨리온은 피식 웃으며 농담을 섞으면서 말했지만 루키드와 제네스는 벨리온의 말에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은...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끝날 방법이?"

루키드와 제네스는 희망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고 그들의 기대를 벨리온은 져버리지 않았다.

"있지. 나와 그란, 그리고 나미래의 힘이라면."

"취익?"

"나?"

나미래와 그란은 벨리온이 자신을 말할 줄 몰랐던 모양인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였다. 벨리온은 그런 나미래와 그란에게 오라고 손짓했고 손짓에 따라서 온 나미래와 그란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어때? 가능할 것 같지?"

"취익~ 가능하다."

"네 말대로라면. 그런데 터지지 않는 거 확실하지?"

"그래. 네가 발로 힘껏 차도 안에 있는 내용물까지 충격이 가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가능하지."

"좋아. 그럼 한번 해볼까?"

"잠,잠깐 기다리게나."

루키드는 자신과 일루드 마법사들을 제외하고 움직이는 벨리온의 행동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가?"

"당신들은 그저 보고만 있으라고. 큰맘 먹고 해결해주는 거니까."

벨리온은 어느새 온 와이번 라이더들 중 한 명을 불러서 와이번 위에 탑승했고 그란과 나미래도 똑같이 위에 안착했다. 벨리온의 손에는 검은 공으로 변한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럼 갔다 올 테니 지켜보고 있으라고."

그 말을 끝으로 벨리온은 와이번 라이더에게 명령을 내려서 와이번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 물론 나미래와 그란도 옆에서 탑승해서 같이 올라갔고 그렇게 심장은 그들의 손에 운명이 맡겨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움직이며 행동하는 벨리온의 모습을 일루드 마법사는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벨리온과 그란 그리고 나미래는 와이번 라이더의 운전에 맞혀서 공중으로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어림잡아서 1분 30초. 1분 동안 와이번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점까지 올라간 후에 행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벨리온은 그란과 나미래에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군."

"취익?"

"뭐?"

갑자기 사과를 하는 벨리온의 모습에 나미래와 그란은 뭐 잘못 먹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갑자기 왜 그러냐?"

"취익~ 취했나?"

"...난 사과같은 거 하면 안 되냐?"

"아니. 갑자기 그러니까 무섭잖아. 봐봐. 여기 소름 돋은 거."

나미래는 자신의 피부가 닭살처럼 올라와 있는 것을 보여주며 얘기했다.

"쳇. 그럼 됐다."

"취익~ 뭔가? 말하면 끝까지 말해라."

"그래. 나도 궁금하니까."

"...멋대로 내가 정해서 미안하다고."

"뭘?"

"이 짓거리를. 지금 이 폭탄을 처리하는 것에. 자칫하면 우리 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벨리온의 말에 나미래와 그란은 서로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폭소를 했다.

"취취취췩!!"

"푸하하핫!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야?"

"쓸데없는 생각?"

"그래. 언제부터 우리를 신경 썼다고 해? 그리고 전쟁에 투입된 것 자체가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아, 나는 그렇게 생각한적 없지만."

"취익~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말했지 않은가? 나와 친위대 오크들은 너를 따르겠다고. 무슨 상황이든 간에."

"어차피 지금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들어. 오히려 산책가는 것 같은 느낌? 당연한 것을 쉽게 하는 것 같다랄까?"

"취익~ 벨리온. 네가 생각하고 떠올린 것이다. 그러면 그 생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너는 듀로크만큼 똑똑한 녀석 중 하나니까."

벨리온은 나미래와 그란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쓸데없는 생각이었군. 우리 3명이 모였는데 이 심장을 처리하지 못할 리가 없지."

"맞아. 빨리 이걸 처리하고 푹 쉬도록 하자고."

"취익~ 나는 빨리 술을 마시고 싶다!"

"그 의견에 나도 찬성."

"풉. 좋아. 그러면 시작해볼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상공 수백 미터 위에 올라와 있었다. 주위에는 구름이 가득했고 밑에 있는 라마르가 손에 다 들어올 만큼 조그마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터져도 괜찮겠군."

"취익~ 그럼 준비한다."

"오케이."

그란은 미리 벨리온의 말을 들은 대로 도끼를 꺼내 들고 자세를 잡았다. 도끼를 뒤로 뺀 상태에서 언제든지 크게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은 자세였다. 그리고 이어서 벨리온은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 있는 심장을 나미래에게 넘겨주었고 나미래는 그것을 받은 채 그란의 도끼 위에 올라섰다.

"준비됐나?"

"취익~ 준비됐다."

"나도."

"좋아. 와이번 라이더도 와이번이 버틸 수 있게 잘 준비해둬."

"취직~ 알겠다."

"그럼 그란...시작해."

벨리온의 말에 그란은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란의 온몸에 있는 강철같은 근육이 일제히 팽창하며 힘줄이 다 튀어나왔고 이어서 그란은 마나까지 사용한 상태로 온힘을 다해서 위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취이이익!"

팡!!

그란의 엄청난 힘으로 도끼를 휘두르자 도끼 위에 있는 나미래가 엄청난 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와이번이 휘청거렸지만 미리 준비해둔 덕분에 와이번이 떨어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다.

"이야...좋은데?"

나미래는 마치 로켓처럼 위를 향해 계속 올라갔고 바람이 자신을 찢는 것처럼 주위 소리를 모두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도 조금씩 느려졌고 이내 속도는 0이 되어 피크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미래가 움직였다.

"자! 간다!!"

나미래는 손에 잡고 있던 심장을 놓았고 그대로 있는 힘껏 발로 심장을 찼다.

"으랴!"

쾅!!

벨리온이 말했던 대로 나미래의 발차기에도 심장은 터지지 않고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그와 반대로 피크점을 찍은 나미래는 밑으로 떨어졌고 그것을 본 벨리온은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나미래와 폭탄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벨리온은 멀리 날아가는 심장과 나미래와의 거리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렸고 심장은 위로 나미래는 밑으로 떨어지면서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리고 약 5초 정도 지났을 무렵 벨리온은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다!"

벨리온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피고 검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왼손으로 오른손의 손목을 부여잡은 후에 오른손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간다!"

벨리온이 오른손을 움켜쥐는 순간 날아가던 심장에 이변이 나타났다. 심장을 감싸고 있던 검은 연기들이 내부에서 수많은 가시를 만들어서 심장을 찌른 것이다. 그리고 가시에 관통당한 심장은 이내 폭발을 만들어내었다.

마치 밤처럼 수많은 가시의 검은 공이 폭발에 빛을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내부에서부터 터진 폭발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순간 폭발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폭발은 반경 수백 미터가 넘었고 주변의 구름을 한 번에 밀어내면서 일루드 뿐만 아니라 타왕국에서도 그 광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미리 상공 수백 미터 이상 올라온 덕분에 피해를 없앨 수 있었지만 폭발이 일어났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게 아니였다.

파아앙!!

폭발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충격파를 내보냈고 그 충격파가 주변을 향해 빠르게 퍼져갔다. 그리고 폭발에 제일 가까운 나미래 및 3명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우악!"

"취익!"

"하강해! 빨리!"

나미래는 충격파에 지상으로 빠르게 하강되었고 벨리온도 와이번 라이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와이번 라이더는 거의 수직낙하하는 수준으로 와이번을 움직였지만 결국 충격파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균형을 잃게 되었다.

파앙!!

"키에에엑!"

"취이익! 떨어진다!"

"젠장!"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가 충격파에 정신을 잃고 떨어지고 있었고 그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낙하하고 있었다. 벨리온은 위에서 미는 충격파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미래는 떨어져도 괜찮다고 치고...나 혼자서는 마법으로 날 수 있어. 하지만 그란과 와이번 그리고 와이번 라이더까지 마법을 사용할 여유는 없어...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빠르게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란은 그렇게 떨어지는 가운데 벨리온을 향해 얘기했다.

"취익~ 벨리온."

"조용히 해. 지금 고민 중이잖아."

"취익~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뭐?"

"취익~ 인간 마법사들이 오고 있다."

벨리온은 그란의 말에 빠르게 고개를 내렸고 이내 수많은 인간 마법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키드와 제네스, 그리고 드레이크와 발렌시아는 위로 올라가는 4명의 인물과 와이번 한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였다.

자신들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라마르에서 싸우고 있던 수많은 마법사들이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 미터, 수십 미터, 수백 미터.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면서 그들의 모습은 조금씩 점으로 변했고 시야 마법을 사용하면서까지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이어서 볼 수 있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오크가 도끼 위에 심장을 든 여성을 올리고 힘껏 휘두르는 것을.

"오!!"

"설마?"

여성은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갔고 이내 피크 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여성이 심장을 놓고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차는 것이 보였다.

"뭐야?!"

"말도 안 돼!"

심장은 발길질에 터지지 않고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갔고 이내 여성과 심장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다.

....!!!

"우와아앗!"

"눈,눈이!"

"귀,귀가!!"

반경 수백 미터가 넘는 폭발이 일어나면서 생긴 소리와 빛에 고통스러워하는 마법사들이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마법사들이 대폭발의 광경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그 광경은 너무나 압도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보고 있던 루키드는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대단하군."

"그렇군요. 장관입니다."

"그래. 그리고 그들도 말이지."

"저 원정대 분들 말입니까?"

"말한 대로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저 폭탄을 처리하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자들이야."

"동감입니다."

루키드의 말에 드레이크가 동의하며 자신들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 헌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키드님? 저들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응?"

"마치 낙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뭐라고?!"

루키드는 드레이크 말에 시야 마법을 사용하며 바라보았고 이내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일루드의 마법사들이여!"

루키드의 말에 주위에 있던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시야 마법을 사용해서 위를 바라보았다.

"우리와 우리의 땅, 일루드를 구해준 영웅들을 위해서 우리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우리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들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모든 마법사들은 일제히 나를 따르라!"

루키드는 플라이 마법으로 떨어지는 그들을 향해 날아갔고 다른 수백 명의 마법사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충격파 때문에 빠르게 떨어지는 그들과 플라이마법으로 위로 올라가는 마법사들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져 갔다.

"1진은 실드를 쳐서 충격파를 막는다! 2진은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사용해서 떨어지는 이들을 받아준다!"

"알겠습니다!"

루키드의 말에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미리 얘기한 것처럼 절반으로 나뉘어서 1진과 2진으로 나뉘었다. 1진은 충격파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2진보다 비교적 높은 고서클의 마법사들이 맡았고 이내 그들은 떨어지는 4명과 와이번 1마리를 지나치면서 위로 올라갔다.

"리버스 그래비티!"

1진이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2진은 리버스 그래비티를 사용하여 떨어지는 이들의 속도를 줄였고 1진은 그사이에 다가오는 충격파와 부딪히기 시작했다.

"실드!!"

수백 명의 고서클 마법사가 일제히 실드를 치면서 마치 수십 미터가 넘는 하나의 투명한 공처럼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커다란 실드와 충격파가 드디어 부딪혔고 그 순간 마법사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커억!!"

"크윽!"

"충,충격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 채로 마법을 시전하는 것은 고서클 마법사가 되어야만 가능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더구나 실드만 사용하는 것과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 채로 실드를 사용하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충격파도 웬만한 폭발이 아닌, 반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폭발로 생긴 것이다.

그래서 충격파와 맞부딪힌 마법사들이 신음 소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고 충격 때문에 입에서 피를 쏟는 마법사들이 다수 발생했다.

"젠,젠장..."

"버텨라! 조금만 버티면 된다!!"

루키드가 마법사들을 격려했고 마법사들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실드를 시전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의식을 잃고 떨어지는 마법사들이 많아졌고 실드는 점차 약해져갔다.

거기다 폭발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2차 폭발을 일으키며 다른 충격파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루키드는 입술을 씹으며 제네스를 향해 외쳤다.

"제네스!"

"알겠네!"

결국 루키드는 모든 마나를 실드에 투자했고 제네스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그 두 노인의 투혼으로 실드가 조금이나마 견고해졌지만 이내 2차 폭발의 충격파가 도달하면서 루키드와 제네스도 입에서 피를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억!"

"젠,젠장."

루키드는 의식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억지로 삼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직이다! 아직이야!!"

쩡!!

하지만 루키드의 외침과 다르게 실드가 충격파에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루키드는 그 광경을 보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도...안되는 건가? 우리...일루드 마법사들만으로는 안된다는 건가?'

원정대의 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은 그걸 인정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키드는 그런 결과를 인정하기 싫어서 무리해서라도 실드를 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포기...해야 하는 건가?'

루키드는 그렇게 포기하며 남아있는 실낱같은 의식을 놓았다. 아니, 놓으려고 했다. 그 목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포기하지 마십쇼!!"

"...뭐?"

"저희들이 왔습니다!"

루키드는 한 목소리에 실낱같이 남은 의식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루키드는 의식이 번쩍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수백도 아니고 수천도 아닌, 수만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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