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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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5)
"좋아. 이걸로 모두 처리한 건가?"
나미래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해놓은 결과물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벽 위에 있던 마법포가 모두 엉망진창으로 박살 나 있었고 그 옆에는 수많은 키메라들과 스켈레톤의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광경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수 분. 나미래의 무력을 볼 수 있는 일면이었다.
우와아아아!!
때마침 일루드의 병력과 라마르의 병력이 부딪히면서 싸우는 모습이 보였고 원정대의 오크와 와이번이 리치와 데스나이트들과 맞붙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나미래는 그것을 보고 일루드 쪽으로 가서 도와줄지 오크들 쪽으로 가서 도와줄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지? 이왕이면 같이 온 애들을 도와주는게 맞겠지."
나미래는 그렇게 결정하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며 오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퍼퍼펑!
"키에에엑!"
"취익! 옆으로 피해라!"
마침 리치 2마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와이번 라이더가 보였다. 와이번 라이더는 리치의 마법 공격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미래는 리치들을 향해 돌격하며 와이번 라이더에게 얘기했다.
"이거 끼어든다?"
"취익?"
나미래의 난입을 본 와이번 라이더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미래가 리치들을 향해 날아갔다. 남아도는 힘으로 땅을 박차며 그 반작용으로 날아갔고 동시에 두 주먹으로 리치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나미래의 주먹에 맞은 리치의 얼굴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리치들은 죽지 않고 나미래를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퍼퍼펑!
"뭐야? 이래도 안 죽어?"
초근접거리에서 고서클 마법을 직통으로 맞았지만 나미래의 피부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미래는 얼굴이 부서졌는데도 활동하는 리치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취익! 그 녀석들은 산산조각내야 한다!"
"산산조각?"
나미래는 그 말에 양손으로 리치들을 한 명씩 잡고 힘을 줘서 둘이 부딪히게 하였다. 리치들이 나미래의 엄청난 힘에 서로 부딪히면서 몸을 구성하고 있던 뼈들이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나미래는 거기서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지 다시 한 번 리치들을 위로 들고 땅에 내리찍었다.
쾅! 우드드득!!
나미래가 손을 들자 수십 개의 뼛조각으로 변한 리치들이 있었고 이내 그 뼈들은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이렇게?"
"취이익...그렇다."
오크조차 무식한 나미래의 행동에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리치의 죽음을 눈치챈 모양인지 3명의 데스나이트들이 나미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어떻게 하면 죽어?"
"취익~ 리치들과 똑같이 갑옷을 박살 내면 된다."
"그래? 간단하네."
어느새 나미래에게 다가온 데스나이트 3명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검은 정확히 나미래의 급소만을 노렸고 나미래는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
깡!!
데스나이트의 검이 피부에 부딪히면서 쇳소리를 내었고 동시에 검이 팅겨나갔다. 데스나이트는 그런 광경에 놀라운 모양인지 주춤거렸고 나미래는 목을 좌우로 흔들며 얘기했다.
"너네 생각보다 강한 이들이구나? 약간 따끔한 것을 보면."
마치 하룻강아지를 보는 범처럼 데스나이트를 가볍게 말하는 나미래였다. 나미래는 주먹을 3번 움직여서 데스나이트의 검을 타격했고 그러자 검이 산산조각 나면서 떨어졌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은 검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싸우려고 하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나미래에게 달려들었다.
데스나이트는 검이 없어도 언데드의 몸과 높은 신체능력, 그리고 강도높은 갑옷까지 소유하고 있어서 충분히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나미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었다.
신체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나미래의 힘과 차원이 달랐고 갑옷이 강도가 높다고 해도 나미래의 피부보다 딱딱할 수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나미래는 데스나이트들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맞대응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데스나이트의 주먹과 나미래의 주먹이 서로를 향해 나아갔고 둘이 맞붙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쾅!!
나미래의 주먹과 부딪힌 쪽의 팔이 갑옷과 함께 분쇄되어 날아갔다. 그것을 본 나미래는 혀를 차며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얘기했다.
"안된다니까. 한 번에 덤벼보면 또 모를까."
나미래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3명의 데스나이트들은 동시에 나미래에게 달라붙었다. 나미래는 주먹과 발을 휘둘렀지만 데스나이트들은 마치 숙련된 고수의 움직임처럼 아슬아슬하게 나미래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데스나이트의 공격이 나미래에게 유효하게 들어갈 리가 없었다.
그런 무의미한 공방전이 흘러가던 와중에 나미래의 머리에 번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맞다. 한 번 사용해볼까?"
나미래는 데스나이트들의 공격을 맞으면서도 자세를 바꿨다. 왼쪽 발을 뒤로 빼고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밀며 양손을 들어서 마치 권투하는 포즈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오른팔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나미래는 모은 힘을 분출해내면서 오른손을 뻗었다.
"하앗!"
콰콰쾅!!
한순간의 움직임. 데스나이트들조차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의 결과에 데스나이트 3명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복부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고 갑옷과 함께 몸을 구성하고 있던 요소들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쓰러진 데스나이트들은 갑옷이 부서지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오? 좋은데? 아픈 것만 빼면."
나미래의 오른팔이 마치 누군가에 꺾여진 것처럼 이상하게 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뼈가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원상태로 북구되었다.
"역시 이렇게 되는건 힘을 버티지 못해서 그런 건가?"
나미래의 팔이 꺾여진 이유는 오른팔이 버티지 못할 만큼 힘을 주고 그걸 폭발시켜 엄청난 스피드로 환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스피드와 힘으로 데스나이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복부를 강타했고 그러면서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한마디로 무식한 힘을 사용해서 그만한 스피드와 충격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흐음...조금 더 조정해야 하나? 하지만 힘을 줄이면 스피드도 그만큼 줄 텐데. 애매하네."
몸이 버티지 못하지만 그만큼 큰 위력을 발휘한다. 재생능력이 높은 나미래가 아니면 사용할 엄두도 못 내는 방법이었다.
"취익~ 역시 대단하다. 듀로크가 인정한 여자답다."
"그렇게 말하니까 기뻐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취익~ 칭찬이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하고."
나미래는 오른팔을 돌려보며 몸을 풀고 얘기했다.
"나는 갈 건데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취익~ 당연한 것을 왜 묻나?"
"당연한 거였나? 그러면 뒤처지지 말고 따라와."
나미래는 그 말을 끝으로 다른 리치들과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돌격했고 그 뒤를 와이번 라이더가 따라갔다. 그리고 나미래는 또다시 오크들이 싸우는 것을 도와주었고 점점 나미래의 뒤를 따라다니는 오크가 늘어갔다.
또 리치 킹과 데스나이트 킹을 처리한 그란과 벨리온이 합류하면서 원정대 쪽으로 전세가 확 기울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의 신은 조금씩 일루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좋지 않네~"
세인은 밑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투광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라자드님의 세력까지 빌렸는데도 조금씩 밀리는 모습. 그리고 리치 킹과 데스나이트 킹이 당하는 광경은 패배의 향기를 물씬 느껴지게 해주었다.
"후우...이렇게 된 이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지~ 킥킥킥."
광기에 어린 미소. 항상 광기에 차 있는 그녀였지만 지금만큼 그녀가 광기에 휘둘린 적이 없었다.
"잃을게 없는 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게~ 그걸 볼 준비는 됐겠지? 두 노인네 양반~"
성벽 위에 앉아있는 세인의 뒤에 두 명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 명은 일루드의 국왕이라고 볼 수 있는 루키드. 그리고 그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 명성을 가진 제네스.
그 두 명이 플라이 마법으로 성벽 위에 올라와서 세인의 양옆에 자리 잡았다.
"잃을게 없는 자라...자네에게 잃을게 있었나?"
"자네에게 수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나보군."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거짓이였다고 해도 한동안 당신들의 제자였잖아?"
"제자? 내 인생에서 제일 큰 후회라고 한다면 바로 너를 제자로 들인 것이다!"
"동감이네."
"그래? 나는 거짓이라고 해도 당신들의 제자여서 좋았는데~"
"뭐?"
"뭐라고?"
세인의 말에 제네스와 루키드가 놀라워했다.
"물론 농담이지만~"
세인이 그 순간 양손을 들어서 루키드와 제네스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세인이 사용한 마법은 파이어 플레임. 6서클 마법으로 8서클 마법사인 세인에게는 한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화염의 불꽃이 세인의 양손에서 분출되면서 루키드와 제네스를 타격했다. 하지만 루키드와 제네스는 세인이 공격할 것을 대비해서 실드를 사용해두었기에 어떤 피해도 받지 않았다.
"자네 혼자서 우리 둘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알지~"
세인은 파이어볼과 아이스볼 여러 개를 만들어서 자신의 주변을 돌게 하였다. 하지만 루키드가 화염을, 그리고 제네스가 냉기 마법을 사용하면서 세인이 만든 마법을 모두 없애버렸다. 하지만 세인은 루키드와 제네스를 목표로 하지 않고 성벽 밑으로 몸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느냐?!"
"놓치지 않는다!"
루키드와 제네스는 세인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플라이 마법으로 따라갔다. 하지만 성벽에서 떨어지는 와중에도 세인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도망치는 걸로 보여?"
"뭐?"
그순간 성벽 위에서 검은 회오리가 생겼고 그 안에서 십여 명의 검은 여성들이 나타났다. 검은 여성들은 일제히 제네스와 루키드의 뒤를 쳤고 세인은 그 광경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세인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네스!"
"알고 있네!"
제네스는 루키드의 말에 공중에서 180도 회전하여 떨어지고 있는 검은 여성들을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제네스의 손에는 새하얀 순백의 전기가 생성되어 있었고 이내 제네스는 검은 여성들을 향해 마법을 발산했다.
"기가 라이트닝!"
새하얀 전기가 제네스의 손에서 분출되어 검은 여성들을 직격했다. 마법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도 못한 검은 여성들은 피하지 못하고 순백의 전기에 말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루키드는 떨어지는 세인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역중력 마법을 사용하자 떨어지고 있는 세인이 다시 올라왔고 루키드와의 거리가 단숨에 줄어들어 갔다. 세인은 갑자기 가까워지는 루키드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윈드 토네이도!"
"겨우 그건가?!"
루키드는 공격 마법으로 윈드 토네이도를 상쇄시키지 않고 오히려 실드를 사용해서 방어했다. 세인은 그런 모습에 미소를 지었지만 윈드 토네이도가 실드를 부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고 한순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앱솔루트...실드?"
"그렇네. 그리고 실드는 방어가 아닌 공격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
루키드는 남아있는 실드 채로 세인을 짓눌렀고 세인은 루키드의 실드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쾅!!
"커억!"
실드가 짓누르는 충격과 낙하데미지에 세인이 입에서 피를 토해냈고 아직 완치하지 못한 루키드도 과도한 마나의 운영에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인은 실드에 깔려서 이리저리 움직이려고 노력했지만 제네스가 그걸 용납할 리가 없었다.
"바인드! 프리즈!"
바닥에서 투명한 사슬이 생성되어 세인의 손을 묶었고 프리즈 마법으로 두 발을 바닥과 함께 얼렸다. 그렇게 세인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그제야 루키드는 실드를 풀며 피를 토했다.
"쿨럭!"
"루키드! 잠시만 기다려주게나."
제네스는 곧바로 루키드에게 리커버리 마법을 사용했고 그 덕분에 루키드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고맙네. 제네스."
"천만에. 그럼 이제..."
제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손에 파이어볼을 만들어내고 세인에게 다가갔다.
"진득한 대화를 나누어볼까?"
"킥킥킥~ 우리가 대화를 나눌 사이였나?"
펑!!
"큭!"
"맘 같아서는 그대로 죽이고 싶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제네스는 파이어볼로 세인의 오른쪽 손을 태우고 다시 파이어볼을 만들어내었다. 손이 타오르면서 역겨운 냄새가 났지만 제네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세인을 바라보았다.
"킥킥킥~ 그래~ 그렇게 원수진 나를 살리면서까지 물어볼게 뭔데?"
"네게 물을 것은 2가지다."
"말해봐~"
"라마르의 생존자의 행방과 키메라가 나오는 문의 위치."
"킥킥킥~ 물을게 겨우 그거야? 첫 번째는 간단하게 답해주지~"
"그래. 어떻게 됐지?"
"보고도 몰라~ 저기 있잖아~"
세인은 멀리서 싸우고 있는 살덩이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그 대답에 제네스는 다른 왼손도 파이어볼로 태워버렸다.
"큭!"
"거짓말 치지마라! 모든 생존자를 저렇게 만들었다고?!"
"킥킥킥~ 그렇다니까~ 잘 생각해봐~ 일루드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내가 생존자들을 가만히 놔두겠어? 인생을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그거 하나 모르다니~ 헛 살았네~ 킥킥킥~"
"이 년이!"
제네스가 파이어볼로 얼굴을 지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루키드가 제네스의 어깨를 부여잡고 그를 말렸다.
"제네스! 아직 두 번째 대답을 듣지 않았네!"
"...알겠네."
"킥킥킥!"
루키드의 만류에 제네스가 화를 참고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세인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자. 마지막 질문이다. 키메라들을 생성하는 문이 어디에 있지?"
"아, 그거? 라마르의 중심 분수대 밑을 파보면 검은 돌이 나올 거야~ 그걸 부수면 문이 닫히게 되지~"
"...사실인가?"
너무나 순순히 대답하는 세인의 말에 제네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킥킥킥~ 사실이야~ 왜냐하면 얘기해봤자 나는 상관없거든~"
"그게...무슨 말이지?"
"킥킥킥~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나와 같이 죽을 운명이거든~"
"뭐?"
"킥킥킥...푸하하하핫!!"
세인은 광기에 가득 찬 웃음소리를 내보내면서 걸레짝이 된 두 손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세인이 사용한 마법은 폭발마법. 그리고 바닥과 밀착되어 있던 손으로 폭발마법을 사용하여 세인의 손이 터지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폭발마법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세인이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세인은 남은 오른쪽 세 개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향해 후벼 팠다.
푸화아악!!
손가락이 가슴을 관통하면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나오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루키드와 제네스가 경악을 하며 바라보았다.
"무,무슨?!"
"뭐하는 거냐?!"
"보,보고도 모르나? 킥,킥킥!"
세인은 두 노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세 손가락이 살을 휘젓는 소리와 함께 고기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세인은 광기에 찬 웃음소리를 멈추지 않으면서 세 손가락을 움직였다.
뿌드득!
그리고 한 개의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세 손가락이 가슴 밖으로 나왔고 세인은 목표로 했던 행동을 마칠 수 있었다.
두근, 두근.
세인의 세 손가락 위에는 주먹만한 심장이 팔딱대고 있었다. 심장은 지금까지 수없이 펌프질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팔딱이고 있었고 세인은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킥,킥킥~ 아름답지 않아? 마,마치 양초가 마지막 불을...불태우는 것처럼."
세인의 말에 두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청난 광경에 그저 멍하니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커다란 실수였다.
"언제든지...방심하지 마라...좋은 말이지~"
세인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러자 라마르의 상공에 커다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라스틴이 사용한 마법과 같이 라마르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마법진이였다.
"이,이건?"
"대체 무슨 작정이냐?!"
루키드와 제네스는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세인을 공격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마법진의 해석이 최우선이었다.
"뭐,뭐긴? 너희들에게 주는...마지막 선물이지~"
세인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세인은 세 손가락으로 들고 있던 자신의 심장을 위로 던졌고 그러자 심장이 조금 위로 올라가서 공중에서 멈추었다.
"이..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라마르의 상공에 있는 커다란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전투 중인 나가 키메라들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투 중인 모든 나가 키메라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들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검은 연기는 그대로 상공에 있는 마법진으로 날아가서 흡수되었고 남은 키메라는 마치 벨리온에게 당한 것처럼 뼈와 가죽만이 남은 미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나가 키메라들만이 아니였다.
라스틴이 만든 스켈레톤들도 몸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었고 검은 연기는 그대로 마법진으로 흡수되었다. 그러자 스켈레톤은 다시 뼈로 돌아가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생존자들로 만든 살덩이조차 생기를 잃고 즉사하였다.
그렇게 일루드 병력과 원정대를 제외한 모든 존재들이 쓰러지면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었고 그 검은 연기는 마법진에 흡수되었다.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허어..."
마치 수만 마리의 올챙이가 위로 올라가는 광경처럼 수많은 검은 연기가 상공의 마법진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지금까지 싸우고 있던 일루드 병력은 물론이고 원정대조차 멈추고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마법진이 모든 검은 연기를 흡수했고 그러자 하얀빛을 내던 마법진이 갑자기 돌변하여 검은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검은 마법진은 조금씩 크기를 줄여나갔고 이내 보기 힘들 정도로 조그마하게 변했다. 조그맣게 변한 마법진은 빠르지 않은 속도로 밑으로 떨어졌고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마법진이 공중에 떠있는 세인의 심장과 맞부딪혔다.
두근...두근...두근!
찌릿!
마법진과 심장이 합쳐지는 순간 충격파를 내보냈고 그와 동시에 라마르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함을 느꼈다. 그리고 제일 가까이에 있던 제네스와 루키드는 눈앞에 있는 심장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이건...위험해..."
"이,이 정도의 마나가 모이다니...자칫하다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래...모두 폭발하겠지~ 그,그게 내가 노리는 거고~"
세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킥,킥킥...그렇다고 가,가만히 둬도 소용없어~ 5분이면 터,터지게 해두었으니까~ 모,모두 나와 같이 가자~"
"이 년이!"
제네스는 쓰러져 있는 세인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런 제네스를 루키드가 만류했다.
"제네스!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네!"
"크윽!"
제네스는 잠시나마 세인에게 신경이 쏠린 것에 자신에게 화를 내고 다시 어떻게 대처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세인은 입을 닫지 않았다.
"킥,킥킥! 지,지금부터 도망친다고 해도 늦는다! 그,그걸 처리하려고 해도 충격에 터지게 되겠지! 뭘,뭘 하든 너희들은 틀린 것이다! 킥킥킥킥!"
세인은 기도에 피가 막히는데도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의식이 날아가는 것을 느낀 세인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라자드님...기대를 져버려서...죄송합니다...마지막으로...칭찬을...듣고...싶었는데..."
그 말을 끝으로 세인은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일루드를 배신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낸 세인은 그렇게 차가운 바닥에서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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