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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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4)
나미래가 성문을 부수면서 일루드의 병력들이 라마르를 향해 일제히 돌격했다. 그리고 그것에 맞혀서 수만의 나가 키메라들이 성문으로 일제히 나오면서 일루드 병력들을 맞이했다.
"밀어붙여!"
250여 개의 마도골렘들이 제일 앞에 움직이면서 수만의 나가 키메라들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마도골렘과 나가 키메라가 부딪히면서 수많은 나가 키메라들이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캬아아악!"
"케에엑!"
나가 키메라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골렘들에 달라붙으며 공격했지만 옆에 있는 마도정령들이 골렘을 보좌하면서 나가 키메라의 공격은 무산되어갔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존재들이 라마르의 성문을 통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쿵! 쿵!
"저,저건 뭐야?!"
"끔찍하군..."
새로 나타난 생명체를 본 마법사들은 모두 한마디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모습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수십 명의 인간을 분해해서 맘대로 붙인 것처럼 인간 고기덩어리의 집합체였다.
십여 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크기에 수백 개의 인간 다리, 인간의 살로 끼어맞춘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4개의 팔, 거기다 수십 개가 넘는 인간의 얼굴이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인간의 얼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어..어..."
"살..려...줘."
"죽..고...싶어."
그런 끔찍한 생명체가 수십 구에 달했고 아주 느린 움직임으로 일루드의 병력을 향해 다가갔다.
"저건 대체...뭐죠?"
"키메라...그것도 인간으로 만든...끔찍한 생명체."
드레이크는 저 키메라가 인간으로 만든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간이 바로 라마르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악마보다 더한 년 같으니라고! 얼마나 더 비인도적인 짓을 해야 만족할 것이냐!!"
"저들을...다시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는 겁니까?"
"없네. 그저 편하게 죽여주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일의 방법이네."
드레이크는 이빨로 입술을 씹으며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를 참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마도정령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도정령들은 저 생명체를 일제히 없애버려라!"
마도정령사들은 드레이크의 명령을 그대로 마도정령들에게 전달했고 마도정령들이 일제히 인간 살덩이를 향해 공격했다.
"끄아아아악!!"
"아...아퍼!"
"고,고통스러워! 제,제발 죽여줘!!"
살덩이가 받는 고통을 모두 똑같이 느끼는 모양인지 인간 얼굴들이 모두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드레이크는 그 비명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사령관의 자리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불타고 녹고 잘리는데도 불구하고 인간 살덩이들은 강한 생명력을 보유한 채 마도 골렘들에게 다가왔다. 스피드는 별거 없지만 크기에서 나오는 힘으로 살덩이들은 마도골렘들에게 붙어서 방해하기 시작했다.
"크...어...어.."
마도골렘이 커다란 검으로 살덩이의 허리를 잘랐다. 살덩이의 허리가 절반으로 잘리면서 피와 내장이 튀어나왔지만 살덩이는 그대로 몸으로 밀어붙이면서 마도골렘을 쓰러트렸다.
그런 살덩이가 수십 구에 달했고 살덩이로 인해서 마도골렘 수십 개가 쓰러졌다. 살덩이와 나가 키메라의 공격은 마도 골렘들에게 유효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지만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확실했다.
"전투 마법사들은 마도골렘을 보좌해라!"
그래서 드레이크는 빠르게 전투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는데 그때 세인의 새로운 카드가 또 나타났다.
"데,데스나이트!"
"리,리치들이다!!"
100여 명의 데스나이트와 50여 명의 리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들은 쓰러져 있는 마도골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가 키메라들과 살덩이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받지 않았던 마도골렘이 데스나이트와 리치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분해되었다.
마도골렘의 단단한 외피가 데스나이트의 검에 가볍게 잘리고 리치의 마법에 폭발되면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마도골렘들이 무너져 내렸다.
"젠장! 공격해!"
쓰러져 있는 마도골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다른 마도골렘들이 움직였다. 한 마도골렘이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커다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은 점프하거나 몸을 옆으로 피하면서 거대한 검에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데스나이트들은 오히려 마도골렘의 몸을 타고 올라가서 관절에 해당하는 부분을 검으로 잘랐다. 그러자 마도골렘들이 버티지 못하고 힘을 잃으며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진 마도골렘들을 리치들이 마법으로 공격하면서 마무리까지 하였다.
"막아! 더 이상 피해가 늘어나면 안 된다!"
마도골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드레이크이기에 마도정령까지 투입해서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도정령들조차 마방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데스나이트와 고서클의 리치들을 막기에는 버거웠다. 거기다 전투 마법사와 일반마법사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나가 키메라를 상대하는데 벅찼다.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 또 새로운 전력이 성문을 통해서 나오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스켈레톤이다!"
라마르의 시체들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수만의 스켈레톤들. 라스틴의 마법에 의해서 강화된 스켈레톤은 철보다 강한 강도를 자랑하고 있어서 나가 키메라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렇게 마도골렘과 마도정령들이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상대로 싸우고 전투 마법사와 일반마법사가 나가 키메라와 스켈레톤들을 상대로 싸우다보니 전황은 일루드 쪽이 불리하게 흘러갔다.
"으아아악!!"
"밀,밀린다!"
"젠장! 어떻게든 막아!"
시간이 지날수록 일루드 병력의 피해자는 늘어나고 밀리고 있었다. 드레이크는 전황이 많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 타이밍에 그들을 구원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취직! 돌격!"
"취이익! 모두 죽여라!"
"키에에엑!!"
바로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이었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일제히 데스나이트들을 덮쳤고 커다란 몸을 사용해서 막강한 충격력을 주었다. 하지만 역시 데스나이트들답게 검으로 막으면서 나가떨어졌지만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취익! 투창!"
일어나려는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와이번 라이더들이 창으로 복부를 향해 날렸다. 창은 정확히 데스나이트의 갑옷을 향해 날아가서 갑옷을 뚫고 꽂혔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은 그런 공격에도 한순간만 주춤할 뿐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직! 저 녀석들 단단하다!"
"취익! 한 번으로 안 쓰러지면 두 번, 세 번 던지면 된다!"
"취직! 맞는 말이다!"
와이번 라이더들이 다시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투창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리치들이 마법을 사용하며 그들을 방해했다.
콰콰쾅!!
"케에에엑!!"
"취이이익!"
마법에 맞은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들이 주춤하며 비틀거렸다. 막강한 장비를 소유한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였지만 역시 고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리치들의 공격에는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식한 오크들답게 상처를 입은 오크들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취이익! 아프다! 지금 나를 공격한 건가?!"
"취직! 맞은 만큼 돌려줘라! 그것이 원칙이다!"
와이번 라이더들이 와이번을 통제하며 리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데스나이트들이 와이번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할 존재들은 따로 있었다.
"취췩! 너희들 상대는 우리다!"
거대한 도끼를 들며 데스나이트를 향해 돌격하는 이들은 바로 친위대 오크들이었다. 그렇게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의 등장으로 전쟁은 막상막하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취취취췩!!"
친위대 오크 중 한 명인 바록은 커다란 도끼를 꺼내서 눈앞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휘둘렀다. 데스나이트는 검으로 도끼를 막았지만 바록의 힘에 밀려서 몇 걸음 뒷걸음쳤다. 하지만 바록은 여유를 주지 않은 채 계속 도끼를 휘둘렀고 데스나이트는 그에 맞혀서 검을 움직이며 방어했다.
까까까깡!
데스나이트의 검은 드워프가 만든 도끼에도 날이 상하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었고 바록은 자신의 공격을 모두 막는 데스나이트를 보고 웃음을 내보냈다.
"취취췩! 너 강하다! 내 도끼를 이렇게 막는 자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재밌다!"
바록은 크게 도끼를 위에서 내리찍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옆으로 피하면서 바록의 도끼를 피했고 그와 동시에 검으로 바록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그런데 바록의 도끼가 땅에 내리찍히기도 전에 갑자기 방향이 비틀리면서 데스나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서로 수비를 도외시한 공격. 동귀어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서로의 무기가 상대방의 치명적인 곳을 나아갔고 둘 다 행동을 번복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 반대로 데스나이트가 먼저 검을 두고 뒤로 후퇴했다.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인지 아니면 바록의 투지에 쫄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검을 거두며 뒤로 빠졌고 그것을 본 바록은 오히려 화를 내었다.
"취췩! 왜 뒤로 빼는가?! 서로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바록은 데스나이트가 휘두르는 검을 막지 않고 오히려 도끼를 휘둘러서 공격했다. 그리고 데스나이트의 검이 바록의 어깨를 강타했고 바록의 도끼도 똑같이 데스나이트의 어깨를 향해 들어갔다.
"취췩! 그래 이거다!!"
서로의 공격이 들어가면서 싸움은 장비의 질과 힘의 차이로 결정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록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데스나이트의 검이 바록의 어깨를 강타했지만 드워프의 갑옷답게 검이 갑옷을 뚫지 못하고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바록의 도끼는 달랐다.
"취취췩!!"
도끼가 그대로 데스나이트의 어깨 갑옷을 자르고 가슴팍까지 들어갔다. 데스나이트의 갑옷이 도끼와 바록의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
갑옷이 찢어지면서 데스나이트가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고 검을 막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갑옷으로 미처 보호하지 못한 곳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바록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취취췩!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바록은 마나를 도끼에 불어넣고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자 가슴팍에 있던 도끼가 허리까지 자르고 지나갔고 이내 갑옷이 이등분이 되었다.
【!!!!】
갑옷이 이등분 되면서 검은 연기가 데스나이트에서 휘몰아쳐 나왔고 엄청난 비명소리와 함께 데스나이트의 존재가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모두 사라지자 갑옷이 밑으로 떨어졌고 갑옷은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취췩! 싸울만한 상대였다."
바록은 도끼를 등에 메며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는데 그때 위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취이익! 비켜라!"
바록은 고개를 위로 올렸고 보이는 광경에 안색이 핼쑥해졌다. 왜냐하면 와이번 한 마리가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록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뛰어서 몸을 굴렸고 그 덕분에 와이번에게 몸이 깔리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콰콰쾅!!
와이번이 땅에 부딪히면서 많은 먼지와 함께 충격을 내보냈다.
"취췩! 무슨 일이냐?!"
바록은 몸을 일으키면서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조금 놀라워했다. 완전무장한 와이번의 갑옷 상당 부분이 부서지거나 녹아있었고 와이번 또한 작고 큰 상처가 온몸에 가득 했다. 거기다 와이번의 오른쪽 날개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고 그로 인해서 추락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취이익! 리치에게 당했다."
와이번 라이더인 아그림은 와이번에 걸려있는 창 여러 개를 꺼내고 와이번을 쓰다듬었다. 와이번은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모양인지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취췩! 리치? 어디 있나?"
"취이익! 저기 있다!"
아그림이 창으로 방향을 지목했고 그곳에는 리치 3마리가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취췩! 내가 앞으로 갈 테니 뒤에서 엄호해라."
"취이익! 알겠다."
바록은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다시 꺼내 들고 리치들을 향해 돌격했다.
"취췩! 너희들의 상대는 나다! 덤벼라!"
리치들은 다가오는 바록을 보고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록은 리치들이 사용하는 마법에 등꼴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콰콰쾅!!
화염과 폭발, 그리고 전격마법이 다가오는 바록을 강타했다. 바록을 중심으로 땅이 파이고 녹을 정도로 리치의 마법은 강력했다. 하지만 바록은 그 마법을 뚫고 나왔다. 바록이 마법을 피하지 않고 도끼로 자신의 몸을 가린 채 부딪혔고 갑옷에 박혀있는 마방능력과 도끼의 내구도 덕분에 리치의 마법에도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타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취췩! 뜨겁다!"
오크의 온몸에 화상이 생겼고 갑옷에는 그을린 자국과 함께 조금 녹아내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도끼도 마치 막 대장간에서 나온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바록은 멈추지 않고 리치들을 향해 돌격했다.
리치들은 마법에도 쓰러지지 않고 오는 바록을 보며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3명의 리치 중 한 명의 얼굴에 창이 꽂히면서 뒤로 쓰러졌다. 다른 2명의 리치는 멀리서 창을 날린 아그림으로 목표를 바꿨고 그것을 본 아그림은 빠르게 몸을 날렸다.
"취이익! 오크 살려!"
콰콰쾅!!
빠르게 몸을 날린 덕분에 아그림은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고 리치들이 아그림에게 시선이 끌린 사이에 바록이 리치들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록은 짧은 다리로 점프하여 도끼를 들고 위에서 내리찍었다.
"취취췩!!"
마나로 단련된 친위대 오크답게 짧은 다리로 점프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미터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러로 둘러싸인 도끼와 바록의 힘, 낙하 에너지까지 합쳐져서 도끼가 리치의 얼굴을 반쪽으로 쪼개버렸다. 하지만 바록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힘을 주었다.
"취췩!"
바록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면서 도끼가 리치를 반쪽으로 이등분 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3개의 핵이 부서지면서 리치의 뼈가 가루로 변해서 소멸되었다.
"취췩? 사라졌다!"
"취이익?! 사라졌나? 나는 왜 사라지지 않는 건가?"
아그림은 자신의 창에 얼굴이 뚫린 리치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며 외쳤다.
"취췩. 반으로 쪼개야 죽는 것일 수도 있다."
"취이익. 그러면 마무리는 네게 맡기겠다."
"취췩. 알겠다."
남은 2명의 리치가 바록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근접전에 약한 마법사답게 바록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없었다. 바록은 그대로 도끼를 휘둘러서 리치의 손목을 모두 잘랐고 이어서 날아온 투창 2개가 리치의 가슴을 뚫고 바닥에 고정시켰다.
"취췩! 죽어라!"
바닥에 고정되어서 팔딱이는 리치 2명을 바록은 도끼로 똑같이 이등분을 내었고 리치는 결국 힘을 잃고 가루로 변해버렸다. 바록은 도끼를 다시 등에 메고 뒤에 있는 아그림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취췩. 와이번은 괜찮나?"
"취이익. 괜찮다. 이번 전투는 힘들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다."
"취췩. 그렇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하겠나?"
"취이익. 당연한 것을 묻나?"
아그림은 창통을 어깨에 메며 얘기했다.
"취이익. 이어서 계속 싸워야지."
"취췩. 그래야지."
바록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고 아그림은 와이번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놔두고 다시 전투에 들어갔다. 이처럼 오크들의 활약으로 리치와 데스나이트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어 가고 있었다.
"오크 분들 덕분에 전황이 조금씩 유리해지고 있습니다."
"후우...직접 보니 더욱 느껴지는군. 원정대가 없었으면 이 전쟁. 우리가 졌을 거네."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드레이크와 발렌시아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올라와서 전황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살덩이와 스켈레톤. 그리고 리치와 데스나이트들 때문에 밀릴 뻔했지만 오크 분들이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싸우고 있어서 조금씩이지만 밀고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말대로 리치와 데스나이트들이 빠진 덕분에 나가 키메라, 스켈레톤과 살덩이를 상대로 일루드 병력이 조금씩 밀고 있었다. 마도골렘을 초기에 많이 잃었지만 아직 건재한 마도골렘들이 남아있었고 사기가 충만한 일루드 마법사들이 평소보다 더 잘 싸워주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방심은 금물이네. 세인 녀석이 어떤 수를 쓸지 모르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인을 상대로 루키드님과 제네스님 두 분이 가셨으니 아무리 세인이라고 해도 그 두 분을 상대로 수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끝까지 1%의 확률이라도 일어날 것을 예측하는게 우리 지휘관의 역할 아니겠는가?"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잘 싸우고 있는지 모르겠군."
"원정대의 3분 말입니까?"
"그래. 우리 일루드의 4대 마법사보다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이들이지만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응? 드레이크님의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저기 한 분이 오시는군요."
발렌시아가 가리키는 곳으로 드레이크는 고개를 돌렸고 한 명의 커다란 오크가 이곳을 향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분은 그란님이군. 다행히 이기신 모양이네."
"예. 헌데...헉!"
"왜 그런가?"
"그란님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뭐?"
드레이크는 발렌시아가 말하는 것을 듣고 멀리 있는 그란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렌시아! 내려간다!"
"알겠습니다!"
드레이크와 발렌시아는 곧바로 그란을 향해 플라이 마법으로 내려갔고 이내 직접 그란의 상처를 볼 수 있었다.
"헉!"
"그,그란님! 괜,괜찮으십니까?"
그란의 몸은 수많은 상처로 가득했고 그 상처도 마치 썩은 것처럼 검게 변해있었다. 더구나 상처에서 나온 피로 인해서 온몸이 혈인처럼 붉게 물들어져 있어서 살아있는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취이익~ 괜찮냐고 물었나?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란은 그런 상처가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었고 실제로 그란의 움직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치,치료해드리겠습니다."
드레이크는 그란이 괜찮다고 했지만 보는 이가 더 아프게 느껴질 정도여서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힐 마법을 사용했는데도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을 보고 드레이크는 놀라움을 느꼈다.
"상처가...아물지 않아?"
"제가 리커버리를 사용해보겠습니다."
발렌시아는 7서클 치료마법인 리커버리를 그란에게 시전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는데 리커버리 본연의 마법에 비해서 효과가 극히 미미했다.
"리커버리로도 이 정도라고? 대체 뭐에 상처를 입은 겁니까?"
"취이익~ 검에 찔렸다."
"검?"
"그란님을 상대로 이 정도라니. 상대가 누구였습니까?"
"취이익~ 그게..."
그란은 손을 턱에 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한 끝에 떠오른 모양인지 손을 탁 치며 얘기했다.
"취이익~ 생각났다! 잭퍼라고 하는 데스나이트였다."
"잭퍼?!"
"설마...그 살인귀 잭퍼?"
"취이익~ 그런 것 같다."
드레이크와 발렌시아는 다시 한번 그란의 상처를 관찰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잭퍼의 검에 대한 기록과 일치합니다. 7서클 이상의 치료마법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고 적혀져 있었는데 사실이였군요."
"발렌시아. 내가 이어서 하겠다."
드레이크는 발렌시아를 잠시 쉬게 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리커버리 마법을 그란에게 사용했다. 그란은 치료하지 않고 빨리 전장으로 합류한다고 했지만 발렌시아와 드레이크가 계속 만류하며 치료를 실시했다.
그란은 그런 2명이 불만스러운지 입을 쭉 내밀고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러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인물을 보고 소리쳤다.
"취이익! 벨리온! 여기다!"
"벨리온님?"
발렌시아는 그란의 말에 고개를 돌렸고 벨리온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상처를 많이 입었군."
"취이익~ 이런 상처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마법사들 좀 말려줘라. 나는 싸우고 싶다."
"안됩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드레이크의 말에 천하의 그란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벨리온은 그런 모습을 보고 키득키득 웃으며 드레이크에게 얘기했다.
"최대한 빠르게 부탁하지. 나와 그란이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처리하러 갈 테니."
"알겠습니다. 그런데 리치 킹을 없애고 오신 겁니까?"
"뭐. 그렇지?"
마치 밥 먹었냐는 질문에 밥 먹고 왔다고 답하는 것처럼 가볍게 대답하는 벨리온이었다. 그런 벨리온의 대답에 발렌시아는 어이가 없었고 어느새 드레이크가 땀을 흘리며 치료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멈추었다.
"휴...다 되었습니다."
발렌시아와 드레이크가 마나를 모두 리커버리 마법에 쏟아부은 덕분에 그란이 받은 상처가 모두 사라져있었다. 그란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고 도끼를 한 손으로 들며 얘기했다.
"취이익~ 이제 싸우러 가도 되나?"
"예."
"취이익! 그럼 가겠다!"
그란은 그 말을 끝으로 엄청난 속도로 돌격했고 그 모습을 본 벨리온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드레이크와 발렌시아에게 얘기했다.
"그럼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처리하고 오도록 하겠다. 나머지도 잘 처리하도록."
"맡겨만주십쇼."
벨리온도 이내 그란의 뒤를 따라갔고 드레이크와 발렌시아는 그 2명의 뒷모습에서 나오는 여유를 보고 이 전쟁,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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