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43화 (243/360)

20장 움직이는 듀로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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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10)

"...뭐?"

[크륵...]

"지금...뭐라고? 그렇게 많은 키메라가 어떻게 되었다고?!"

[크륵...절반 이상이...죽었다고 했다.]

쾅!!! 콰직!

분노를 참지 못한 세인이 책상을 부수면서 소리를 질렀다.

"또 어떻게?!"

[크륵...커다란 파도에 휩쓸려서 죽었다.]

"파도?! 산에 무슨 파도가 나타난다는 거냐?!"

[크륵...나도 어떻게 파도가 나타난지 모르겠다. 하지만 십 미터가 넘는 파도가 우리 키메라들을 휩쓸고 지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파도가 잠잠해지면서 긴 강이 생겼다.]

"강?"

[크륵...폭이 50미터가 넘는 강이 생겼다. 그 강 때문에 우리 키메라가 일루드의 병력을 따라갈 수 없다.]

"...하아. 그래서 일루드 병력은?"

[크륵...아마 18시간 뒤에 라마르에 도착할 거라고 예상된다.]

"...알겠다. 여기는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라마르로 와라. 알겠냐?!"

[크륵...알겠다.]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고 이내 세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순간 세인의 손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와 눈앞에 있는 책상과 물건들을 한순간에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러고도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모양인지 세인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새끼들이 나를 엿먹여?! 쓸모없는 것들! 어떻게 그 병력을 이끌고 질 수 있는 거지?! 왜 내 일을 이렇게 방해하는 거야?!"

세인은 씩씩거리며 방문을 걷어차고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실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는 10여 명의 소년, 소녀들이 철창에 묶여있었는데 세인이 들어온 것을 보고 두려움에 가득 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그런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눈앞에서 세인에게 죽어나간 시체만 수십여 구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소년, 소녀들은 라마르에 숨어있었던 생존자였는데 생존자 중 살아남은 것은 그들뿐이었다. 다른 생존자들은 모두 실험에 끌려가서 죽거나 세인의 심심풀이에 죽어 나갔다.

그렇기에 세인이 온 것을 본 소년, 소녀들은 절망과 공포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히,히익!"

"살,살려주세요!"

소년, 소녀들이 살려달라고 구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인은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든,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간에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걸어왔다. 그리고 세인은 손으로 한 소년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꺄아아악!!"

"크아아악!!"

세인의 손에 심장이 잡힌 소년은 엄청난 격통에 몸을 들썩거리며 헐떡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다른 소녀와 소년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휩싸였다.

우드득. 지지직.

세인은 심장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서 가슴 밖으로 빼내었고 동시에 심장까지 빼내었다.

"내,내...심장...돌려...줘!"

소년은 세인의 손에 있는 자신의 심장을 보고 간절하게 빌었다. 하지만 소년이 비는 목소리와 정반대로 세인은 가차 없이 손에 힘을 줘서 심장을 터트렸다. 자신의 심장이 터지는 것을 본 소년은 이내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며 생을 마감했고 세인은 손에 남아있는 심장의 잔해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세인은 화염으로 손에 남아있는 피와 심장의 잔해를 없애며 얘기했다.

"이따위 걸로 내 화가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역시 원인을 제거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 전력으로 덤빈다면...여차할 때 질 가능성도 있어. 그리고 진다면...라자드님의 기대에 배신하는 결과가 돼."

세인은 그 미래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뿐더러 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미래는 절대 안 돼...안된다고! 완전한 승리...완벽한 작전이 필요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라자드의 실망한 표정을 상상하니 더욱 안절부절해지는 세인이였다. 그런데 그때 지하실의 문이 열렸고 세인은 누가 들어오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봤다.

"너희들이...왜?"

지하실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바로 검은 여성들이었다. 검은 여성을 조종하는 세인은 자신이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찾아온 검은 여성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심정에 세인은 마나를 끌어 올리며 검은 여성들을 향해 얘기했다.

"왜 내려온 것이지?"

대답의 여부에 따라서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마친 세인이였다. 하지만 검은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세인이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는가 보군.』

"그 목소리는 설마...라자드님?!"

자신의 지배를 뚫고 얘기하는 검은 여성들과 마치 심연에서 들리는듯한 목소리, 그리고 모든 것을 압도하는 분위기까지. 라자드가 확실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세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수그리며 복종하는 자세를 취했다.

"라자드님! 여기는 대체 어떻게?!"

『내 휘하에 있는 이들에게는 모두 내 눈길이 붙어있다. 그리고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도 없지.』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역시 라자드님입니다."

『헌데 생각보다 고난을 겪는 것 같군.』

"...죄송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서."

『듀로크인가?』

"...그렇습니다. 듀로크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세력이 온 것 같습니다."

『나미래, 그란 왕국의 왕 그란, 마족 벨리온. 그리고 오크들과 와이번들. 상당한 전력이지.』

"....."

『거기다 내가 준 나가 키메라들은 반 토막 되었고 일루드의 병력은 라마르를 향해 오고 있지. 더구나 나가 키메라들은 오지도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이라면 네 힘과 병력으로도 힘들 수 있다.』

"...죄..죄송합니다."

세인은 라자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느꼈다. 존경하고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라자드에게 자신의 무력감을 인정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런 광경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았던 세인은 자신에 대한 분노가 극을 달했다.

『하지만 아직 진 것은 아니다.』

"...예?"

『네게 내 병력의 일부를 빌려주도록 하겠다.』

"라자드님의? 제,제가 어찌 라자드님 휘하에 있는 병력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말을 거두어주십쇼!"

『세인. 네가 내 병력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네 자신이 용납하지 못하니까 그런 거겠지. 하지만 이 전쟁은 네 자존심 때문에 좌우돼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죄송합니다."

『일루드라는 싹을 제거하지 않으면 추후에 커다란 장애물로 올 것이다. 그만큼 네 역할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점은 너도 알고 있겠지.』

"....."

『네게 데스나이트와 리치 1부대를 주겠다.』

"데스나이트와 리치?!"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킹 1명씩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을 잘 사용하길 바란다.』

라자드의 말에 세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데스나이트와 리치는 마계 몬스터 중 최상급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강한 원념을 가지고 죽은 기사나 흑마법사들 중에서 희박한 확률로 마계로 영혼이 이동하는데 그들이 바로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생전에 가지고 있던 능력을 그대로 혹은 강화된 상태로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되는데 두 가지의 부작용이 있었다. 첫 번째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몬스터처럼 주변을 배회하며 존재하는 것들을 모두 죽이고 다녀서 마계의 대부분 몬스터들은 그들을 피해다니며 생활한다.

괜히 건드려서 얻을 것도 없었고 그저 주변만 배회하기 때문에 그들 근처로만 가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데스나이트와 리치 중에서 간혹 기억을 갖고 이성도 존재하는 이들이 아주 드물게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을 데스나이트 킹, 리치 킹이라고 부른다.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킹은 모두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이들로 마계의 지배자인 마족조차 그들을 경계할 정도로 그들의 무력은 강했다. 그런데 그런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라자드가 휘하에 두어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킹까지. 그런 라자드의 능력에 세인은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그런 귀중한 병력을 저한테 주시다니..."

『그만큼 이번 전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데스나이트와 리치 부대는 되야 오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데스나이트는 평균 익스퍼트 상급, 리치는 7서클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킹은 그보다 더 뛰어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데스나이트와 리치부대가 얼마나 강력한 부대이며 귀중한 전력인지 세인은 알 수 있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일루드의 공격을 막겠습니다! 지켜봐주십쇼!"

『그래. 믿겠다. 내게 실망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말을 끝으로 검은 여성들의 지배권이 다시 자신에게 넘어오는 것을 세인은 알 수 있었고 동시에 지하실 위에서 검은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야말로...라자드님의 기대에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세인은 진심으로 목숨을 사용해서라도 이곳을 방어해낼 거라는 각오를 다짐하였고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하실에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세인이 지하실에서 올라오니 높이가 약 4미터, 폭이 약 2미터는 될만한 검은 문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은 문의 내부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깔려있었고 문에서는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세인은 그 문 안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존재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온다~"

철컥. 철컥.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고 이어서 검은 문을 나온 존재는 바로 데스나이트였다. 온몸을 칠흑의 갑옷으로 둘러쌓고 있었고 얼굴 또한 검은색의 투구를 끼고 있었다. 몸에서는 계속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고 왼손에는 칠흑의 방패를, 오른손에는 거대한 칠흑의 검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 데스나이트가 검은 문을 통해서 끝없이 나왔고 이내 100여 명이 돼서야 그들의 줄은 끝이 났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로 끝이 아니였다.

쩌쩍. 쩌적.

그들이 나타나면서 땅이 한기에 버티지 못하면서 얼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는 살이 존재하지 않았고 온몸이 뼈로 만들어져 있으며 뼈에서 나오는 극한의 한기에 모든 이들을 얼어붙게 하는 그들은 바로 리치였다. 마법사 로브를 둘러쓰고 눈알조차 존재하지 않는 해골의 눈에서는 빨간빛이 나오고 있었다.

왼손에는 마법서를 들고 오른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소유하고 있는 리치들이 검은 문을 통해 100여 명이 나왔다. 100여 명의 리치와 100여 명의 데스나이트. 이들의 무력만으로 왕국을 전멸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런데 그들이 끝이 아니였다. 안쪽에서 상당한 기운이 느껴지는 2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동등 혹은 그 이상.'

세인은 그 2명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킥킥. 여기인가?】

【후우우...그런 것 같군.】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과 같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데스나이트 킹은 다른 데스나이트와 다르게 투구를 벗고 있었다. 얼굴은 마치 도깨비 불처럼 검은 불꽃이 넘실대고 있었고 그 불꽃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구나 다른 데스나이트보다 더 진한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검과 방패가 아닌 두 개의 장검을 소유하고 있었다. 리치 킹은 한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모양인지 조금 뜸을 두고 얘기를 하였고 다른 리치와 다르게 마법서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거기다 로브도 다른 리치가 우중중한 갈색 빛깔을 띠고 있으면 리치 킹은 화려한 빨간 색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킹은 문을 나오자마자 세인을 보고 그녀가 라자드에게 들었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후우우...네가 세인인가?】

"그러는 넌 리치 킹인 것 같네~"

【후우우...리치 킹이라...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내게는 엄연히 이름이 존재한다.】

"이름?"

【후우우...생전에...라스틴이라고 불렸지.】

"라스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킥킥. 라스틴을 몰라? 어지간히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나보네.】

【후우우...그런 말...하지 마라...벌써 500년도 더 된...일이니까.】

"500년?...아! 죽음의 도시 사건!"

【후우우...맞다.】

죽음의 도시 사건. 500여 년 전 대륙의 서쪽에 존재하는 도시인 나르트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나르트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이 언데드화 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주범이 바로 8서클 흑마법사 라스틴이었다. 라스틴으로 인해서 수천 명이 넘는 인간이 언데드화 되면서 나르트는 말 그대로 죽음의 도시가 되었고 그것을 눈치챈 주변 도시들에서 병력을 총동원하여 나르트를 향해 진군했다.

그리고 라스틴의 강화된 언데드 병력과 다른 도시 병력들과 싸운 결과 양측에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나타내었고 끝내 라스틴을 죽이는데 성공하면서 사건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나르트 도시의 생존자가 전무하며 수만 명의 사상자를 일으킨 죽음의 사건은 역사에서도 대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정도로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 유명하신 라스틴이 왜 리치가 됐는지 몰라~ 리치가 되려면 강한 원념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후우우...나는 분했다...내 언데드 군단이 인간 병사들에게 졌다는 것이...내 연구가 끝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이...분했다...그런데 눈을 감고 떠보니...나는 어느새 리치로 변해있었지.】

라스틴이라고 하는 리치 킹은 한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데도 계속 입을 열었다.

【후우우...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하지만 동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마계에서는 내 연구를...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에? 그래서 인간계로 내려오려고 라자드님에게 붙은 거구만~"

【후우우...그렇다. 라자드는 내게 제안을 했다...인간계로 보내줄 테니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마계에서 인간계로 가는 방법을 모르는...내게 있어서 그의 제안은...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지...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인간계로 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계로 왔다고 해서 맘대로 행동했다가는 나도 곤란하다고~"

【후우우...알고 있다...거래를 한 이상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겠지...】

라스틴은 그 말을 하고 지팡이를 사용해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인은 갑자기 행동하는 라스틴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옆에 있는 데스나이트 킹은 계속 킥킥거리며 라스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후우우...리치들은 모두 나를 보좌해라.】

리치 킹인 라스틴의 명령에 리치들이 모두 마법서를 펼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스틴이 바닥에 그린 마법진이 빛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라스틴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이여 다시 일어나라. 그리고 내 명령에 복종할 것이니...리바이브 언데드!】

반경 약 2미터의 크기를 가지고 있던 마법진이 이내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며 라마르 영토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로 늘어난 마법진이 상공으로 올라갔고 동시에 마법진에서 검은 가루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가루?"

세인은 처음 보는 마법에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였다. 그리고 마법진으로 인한 결과는 곧바로 눈에 띄였다.

"어...어..."

"으....어..."

"크륵..."

검은 가루에 닿은 시체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뿐만 아니라 나가 키메라와 죽은 와이번까지. 죽은 생명체들이 모두 일전에 가지고 있던 몸을 사용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라마르 전체에 분포되어 있던 시체들이 일어나서 라스틴이 있는 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언데드들이 모두 모이니 숫자만으로 수만이 넘었다.

"이렇게 모이니 엄청 많은데~ 그런데 뼈만 남은 것이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세인의 말대로 언데드들은 살이 다 찢어져서 뼈만 남은 것들도 있고 사지가 온전히 있는 것이 오히려 찾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후우우...아직 끝나지 않았다...언데드 강화!】

라스틴이 다시 지팡이로 바닥을 쳤고 그러자 상공에 존재하고 있던 커다란 마법진에서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손아귀가 수없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아귀는 일제히 언데드 하나씩을 감싸기 시작했고 손아귀에 감싸인 언데드는 조용히 검은 연기를 받아들였다.

이어서 손아귀가 사라지자 언데드는 그 전과 많이 차이 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썩은 살들이 완전히 사라져서 뼈만 남아있었고 마치 기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뼈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이건?"

【후우우...언데드를 강화시켰지...모두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가지게 되었으니 상당한 전력이 될 거다.】

라스틴의 말대로라면 수만 마리의 언데드는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킥킥. 역시 희대의 흑마법사는 다르군.】

"그러고 보니 네 이름을 듣지 않았네~"

세인은 라스틴의 마법에 심취해 있어서 데스나이트 킹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킥킥. 나는 잭퍼라고 해.】

"잭퍼...설마 200년전의 대살인마 잭퍼?"

【오? 나를 기억해주는 이가 있네? 킥킥. 영광인걸?】

대살인마 잭퍼. 약 200년전에 살인마로 유명했던 이가 있었다. 그는 한 도시에 일주일씩 머물면서 인간을 죽이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도시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 명을 죽이고 그 다음날 다른 도시에 가서 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 명을 죽였다.

그런 살인마 잭퍼를 처리하기 위해서 수많은 집단이 움직였지만 그를 잡지 못했다. 무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암살, 잠입, 분장 등 그가 하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암살자, 기사, 마법사 등 수많은 집단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몰살당하는 일이 더 많았다.

결국 그 살인마 잭퍼를 잡기 위해서 왕국은 자존심을 버리고 군대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범죄자 한 명을 잡기 위해서 왕국의 군대를 움직인다고 하는 것은 왕국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살인마 잭퍼에게 당한 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군대를 움직였을 때 이미 잭퍼가 죽인 인간의 숫자는 천 명이 넘어있었다. 그리고 그를 죽이기 위해서 5천 명이라는 군대가 움직였다. 그렇게 군대가 움직이고 2년 간의 대장정에 걸쳐서 잭퍼를 죽이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2년 동안 5천 명의 군대는 놀랍게도 2천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군대를 상대로 2년의 기간 동안 3천 명을 죽이고 민간인 천 명 이상을 죽인 대살인마 잭퍼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로 역사에도 기재되어 있었다.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실제로 보니 기분이 묘하네~"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킥킥. 사이코는 사이코를 알아보는 법이지.】

"킬킬~ 그런가? 그래서 너는 무슨 능력이 있는데~"

【나? 나 별거 없어. 그저 칼을 조금 잘 사용하고 칼이 약간 독특할 뿐이지.】

잭퍼는 양손의 검을 검집에서 빼내었다. 그러자 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흑마법의 기운이 아니라는 것을 세인은 알 수 있었다.

"그 기운은...뭐지?"

【정확히는 몰라. 내가 100여 명 정도 죽였을 때부터 검에서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죽이면 죽일수록 이 기운은 강해졌다. 하지만 웃긴게 뭔지 아나? 이 기운에 둘러싸인 검에 상처를 입은 이들은 상처를 치료하기 힘들어한다는 거야.】

"치료가 힘들다?"

【처음에는 지혈이 잘 안 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500여 명을 죽였을 때는 상처가 곪기 시작했고 1000여 명을 죽였을 때는 상처가 썩기 시작하더군. 그리고 2천여 명을 죽였을 때부터 치료마법으로도 상처를 치료하는게 힘들어졌다.】

"놀랍네~"

【그리고 3천여 명을 죽였을 때는 7서클 마법 이상의 치료마법을 사용해야만 상처가 치료되더군. 왜 그런지 알아?】

"글쎄?"

【후우우...검에 죽은 이들의 원념이 모여서 그런 것이다. 원념의 무서움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원념이라...그러고 보니 넌 무슨 원념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딴게 있겠냐? 더 죽이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던 거지. 킥킥. 나는 더,더! 많은 이들을 죽이고 싶다고! 마계에서 사는 몬스터들은 죽이는 맛이 없어. 그래서 나는 다시 그 맛을 느끼기 위해서 라자드와 거래를 하고 이렇게 인간계로 오게 됐다는 말씀!】

"뭐...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네~"

【후우우...역시 사이코끼리는 통하는게...있는가 보군.】

【킥킥킥. 칭찬 고마워.】

"그럼 슬슬 일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무슨 상황인지는 알고 있어?"

【후우우...라자드에게 얼추 듣고 왔다.】

【나도.】

"좋아~ 너희들도 목숨을 걸고 한다는 마음으로 하라고~ 나는 이번에 안되면...죽을 생각이니까~"

세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라스틴과 잭퍼는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렇게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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