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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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움직이는 듀로크(8)
"뚫어라!!"
일루드 대군의 제일 앞에 위치하고 있는 300여 기의 마도골렘들이 원정대가 만든 길로 돌격했다. 그리고 그 뒤를 마도정령과 전투 마법사들이, 마지막으로 일반 마법사들이 뒤따라갔다. 벨리온은 자신들이 만들어둔 길을 통해 움직이는 일루드의 대군을 보고 오크들에게 명령했다.
"버텨! 저들이 지나갈 때까지 버티는 거다!"
"취이이익!!"
와이번 라이더와 오크들이 절반씩 나뉘어서 길의 양쪽을 자리 잡고 키메라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키메라들은 일루드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마치 철벽처럼 오크의 벽은 일절 흔들리지 않으며 뚫리지 않았다.
문제는 오크들이 만들어준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일루드의 대군이 약 3분의 1정도 들어왔을 때 마도골렘과 키메라가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콰지직! 우드득!
최전방에 있는 300여 기의 마도골렘들이 키메라들을 짓밟고 학살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안전하게 일루드의 마법사들이 뒤따라갔다. 일루드 측에서 키메라를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마도골렘과 마도정령뿐이었다. 전투 마법사는 거의 동등하게 싸웠고 일반 마법사는 힘을 못 쓰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일루드 측이 계속 불리하고 손해 보는 싸움을 했는데 지금은 왜 나가 키메라들이 일루드의 대군을 막지 못하고 쉽게 뚫리느냐. 그 이유는 바로 진형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평원에서 일루드와 키메라들은 싸움은 거의 정면대결이였다. 수십만 대 십여 만의 대전투로 진형을 넓게 잡다 보니 마도골렘과 마도정령들이 일반마법사들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300여 기의 마도골렘들이 정면만 보면서 키메라들을 상대하고 마도정령들이 정면의 옆만 상대하면 되었다. 왜냐하면 진형의 측면은 오크들이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루드 대군의 측면을 모두 방어할 수는 없었다. 일루드 10만 대군의 줄이 워낙 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루드의 목표는 전투가 아니므로 그것도 괜찮았다.
"파이어볼!"
"에어 블라스트!"
"윈드 토네이도!"
"아이스!"
오크가 미처 방어하지 못하는 측면에서 오는 키메라들을 마법사들은 방해 및 바람마법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정면은 마도정령과 마도골렘이 빠르게 뚫어갔다.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어느새 일루드 10만의 대군이 모두 나가 키메라들의 진형 안에 포위되는 형태로 되었다. 그것을 눈치챈 벨리온은 지금이 제일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친위대 오크들은 조금씩 뒤로 후퇴하여 일루드를 따라간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다시 한 번 투척해서 진형을 붕괴해라!"
"취익!"
"취직! 알겠다!"
"그란! 나미래! 너희들도 더욱 날뛰어서 키메라의 진형을 붕괴해!"
"오케이!"
"취이익~ 알겠다!"
이제는 일루드 대군의 뒤를 맡게 된 원정대가 조금씩 뒤로 후퇴하면서 일루드를 따라갔다. 그와 동시에 나미래, 그란, 와이번 라이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륵...지금이다! 모두 둘러싸서 공격해라!"
정예 키메라는 자신의 진형 한가운데로 먹히러 온 것처럼 포위된 일루드의 대군을 보고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키메라들에게 총공격을 명했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자들이 있었다.
쾅!
한 여성이 진형의 중심에서 공중으로 수십 미터 점프하여 키메라들이 있는 중심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여성은 자신을 공격하는 키메라들을 무식하게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여기다! 다 덤벼!"
그리고 그것을 질세라 한 명의 거대한 오크가 도끼를 휘두르며 키메라들 중심으로 들어왔다.
"취이익! 여기도 있다!"
단 두 명의 괴물에게 키메라들이 학살당하면서 키메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와이번 라이더들이 키메라의 진형 골고루 퍼지면서 마나 폭탄을 떨구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마나 폭탄에 키메라들이 혼비백산하며 진형이 뭉개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일루드 대군이 진군속도를 더욱 빠르게 나아갔다.
"크륵...저들은 무시하고 가라!"
정예 나가 키메라가 급하게 얘기했고 키메라들이 원정대의 공격을 무시하고 일루드 대군을 향해서만 돌격했다. 그러면서 마법사들의 방해마법에도 뚫고 들어오려는 키메라들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벨리온이 아니였다.
"어딜."
벨리온이 두 손을 뻗자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손아귀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손아귀는 일루드 대군의 측면을 향해 길게 늘어졌고 동시에 키메라들이 오는 것을 막아주었다.
"키에엑?"
검은 연기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한 키메라들이 밀면서 최전방에 있던 키메라들이 검은 손아귀 안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그들은 뼈와 가죽만 남아서 일루드 대군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은?"
"흑마법?"
마법사들은 측면에 생성된 손아귀에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때 드레이크가 마법사들에게 얘기했다.
"지금 그런 곳에 흥미를 가질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발걸음을 멈추지 마라!"
"예,예!"
호기심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멈춘 마법사들을 향해 드레이크가 외쳤다. 그리고 벨리온은 공중에 떠서 일루드의 대군을 통솔하고 있는 제네스에게 얘기했다.
"우리들이 시간을 벌 테니 걱정 말고 빨리 이동해!"
"알겠네."
제네스는 측면을 모두 막아주는 벨리온의 검은 연기를 보고 더욱 마법사들을 재촉하며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키메라는 막으려고 하고 일루드의 마법사들은 뚫으려고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고 결국 승자는 일루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콰직!
300여 기의 마도골렘도 벌써 50여 기가 나가떨어졌지만 남은 250여 기의 마도골렘들은 전방을 막고 있는 키메라를 죽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1기당 죽인 키메라들만 벌써 100여 마리가 넘었고 끝이 안 보이는 키메라의 공격에 골렘을 운영하는 마법사들도 지쳐갔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키메라의 무리를 뚫을 수 있었다.
"뚫,뚫었다!"
눈앞에 키메라가 아닌 평원이 보이는 것을 본 마도골렘 마법사들은 감격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대군을 이끌고 있는 드레이크의 귀에도 들려왔다.
"제네스님! 뚫렸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게나!"
"예! 전 군! 토벽을 만들어라!"
드레이크의 명령에 일반 마법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약 5미터에 육박하는 토벽을 하나씩 만들었다. 5미터의 토벽은 키메라 몇 마리를 겨우 막을 수 있는 벽으로 약하고 무뎠다. 하지만 그게 수십 겹으로 쌓인다면? 웬만한 괴물이 아닌 이상 뚫지 못하는 벽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일루드가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드드드드...
5미터의 토벽이 위로 3겹, 옆으로 5겹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렇게 뭉친 토벽이 땅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평원에 존재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흙과 저서클의 토벽은 일반 마법사들도 쉽게 만들었다. 문제는 일반 마법사의 수는 10만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드드드드...
"키에에엑?"
"캬아아악!"
한 나가 키메라는 눈앞에서 갑자기 튀어 올라오는 토벽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며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오른쪽에서도 토벽이 생성되면서 자신을 막는 것을 본 키메라는 짜증을 내며 발톱을 휘둘러서 토벽을 부숴버렸다. 하지만 토벽을 뭉개버리는 것과 동시에 또 다른 토벽이 생겼고 좀 전과 다르게 토벽이 몇 겹으로 쌓여서 더욱 단단해졌다.
키메라는 결국 다른 길을 택했지만 어느새 토벽이 자신을 모두 감싸고 있었고 키메라는 발톱을 휘두르며 토벽을 무너트리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나가 키메라처럼 혼자서 토벽에 갇히는 경우도 있었고 십여 마리 혹은 수십 마리가 토벽에 갇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렇게 10만의 마법사가 나가 키메라의 진형에 토벽을 무작위로 치면서 나가 키메라의 진로를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다. 물론 토벽을 치느라 상당한 마나를 사용한 일반 마법사는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셈이었다.
"이 때를 놓치지 마라! 빠르게 전진한다!"
토벽으로 키메라들의 기동성을 없애는데 성공한 일루드의 마법사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벨리온은 작전이 성공한 것을 보고 오크들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우리도 후퇴한다! 모두 준비해!"
미리 얘기했던 대로 후퇴명령을 받은 와이번 라이더들이 친위대 오크들 한 명씩 맡아서 그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키메라들이 저지하려고 와이번에게 달라붙었지만 완전무장한 와이번과 친위대 오크의 공격에 그들의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결국 100여 마리의 와이번에 친위대 오크들이 모두 타는데 성공했고 그것을 본 벨리온은 자신도 이제 빠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미래! 그란! 우리도 빠진다!"
"오케이!"
"취이이익~ 알겠다!"
나미래는 점프를 해서 위에 있는 와이번의 발을 잡았고 그란도 마찬가지로 키메라들을 밟고 올라가서 와이번 위에 안착하였다.
"좋아. 그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물 하나를 줘볼까?"
벨리온은 일루드의 마법사들을 보호해주고 있던 검은 손아귀를 회수했다.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검은 회오리를 휘몰아치게 하였다. 검은 회오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키메라를 먹은 것을 증명하듯이 점점 크기를 키워갔고 이내 반경이 수십 미터를 넘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본 와이번 라이더들은 모두 위로 상승하며 후퇴했고 키메라들도 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키메라들이 뛰어봤자 그들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너희들에게서 흡수한 거 돌려주도록 하지."
딱!
벨리온이 손가락을 팅기자 검은 회오리가 무차별적으로 움직이면서 키메라들의 진형을 붕괴시키기 시작했다. 벨리온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한 검은 회오리를 놔두고 점프해서 와이번을 탄 후에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그란 왕국 원정대는 검은 회오리에 당하고 있는 키메라들을 보며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가서 일루드 대군의 뒤를 따라갔다.
"...지금 뭐라고 했지?"
[크륵...방어선이...뚫렸다고 했다.]
"...뭐?"
세인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수정구슬을 통해서 통신하고 있는 정예 키메라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수십 만이 넘는 키메라 무리를 일루드가 뚫었다고 말하는 거냐? 지금?"
[크륵...그렇다.]
쾅!!
"대체 왜?! 어떻게?!"
세인은 책상을 손으로 세게 치면서 수정구슬을 씹어먹을 듯이 바라보았다.
[크륵...일루드를 도와준 이들이 있었다.]
"도와준 이들이라고?!"
[크륵...오크들과 와이번들.]
"오크들과 와이번?"
[크륵...그들도 문제였지만 3명의 괴물들이 있었다.]
"괴물들?"
[크륵...그 3명에게만 천여 마리가 넘는 키메라들이 죽었다.]
"...자세히 얘기해봐."
세인은 정예 키메라의 말을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침착하게 그의 얘기를 듣기로 하였다. 정예 키메라는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하기 시작했다.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의 등장, 200여 마리의 와이번이 힘도 못쓰고 당하고 엄청난 질의 무기와 갑옷을 소유하고 있는 오크들에게 학살당하는 키메라들, 그리고 3명의 괴물들과 일루드의 돌격.
"괴물들이라고 하는데 누구를 말하는 거야?"
[크륵...정체는 모르겠다. 하지만 3명 중 한 명은 인간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여성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녀의 주먹과 발에 맞은 키메라들은 한번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고 그녀의 피부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고?"
[크륵...그렇다. 키메라의 발톱과 이빨로 수백 번을 공격했지만 피부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키메라의 발톱이라면 철보다 강한 강도를 가질 텐데...피부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니...설마?"
세인은 그의 말을 듣고 한 명의 인물이 생각났다. 나미래라는 인물을.
'설마...그녀인가?'
[크륵...그녀 말고도 2미터가 넘는 오크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도끼에는 완전한 오러가 서러져 있었다.]
"완전한 오러라고?! 소,소드 마스터?!"
[크륵...그런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오크들도 모두 익스퍼트 상급은 되는 것 같다.]
"오크가?! 말도 안 돼! 오크들은 선천적으로 마나를 느끼기 힘든 종족이야! 네가 잘못 본 거겠지!"
[크륵...잊었는가? 듀로크라는 9서클 오크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선례가 있다면 다른 이들도 불가능하겠나?]
"....."
세인은 정예 키메라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크륵...하지만 그들 2명보다 더 문제인 녀석이 있었다. 흑마법사로 보이는 인간이 있었다.]
"흑마법사?"
[크륵...그는 흑마법으로 생각되는 연기를 사용하여 우리 키메라들을 흡수했다.]
"흡수?"
[크륵...말 그대로 뼈와 가죽만 남기고 생명력을 모두 흡수했다. 그리고 그에게 키메라가 흡수될 때마다 그의 힘은 강력해져 갔다. 그에게 죽은 키메라만 수백 마리에 달했고 마지막까지도 우리를 방해하고 괴롭혔다.]
"...그래서 일루드는 지금 어디 있지?"
[크륵...라마르에서 하루 정도 떨어져 있는 에스카나 산골에 있다. 우리는 그들을 추격하고 있는 중이고.]
"보아하니 라마르를 향해 오고 있나 보군. 그럼 너희들은 지금 일루드 대군과 얼마나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지?"
[크륵...약 2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면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라마르로 몰도록 해. 라마르에서 나의 병력과 네 병력을 합쳐서 포위공격을 한다. 알겠어?"
[크륵...알겠다. 상황이 변하면 연락하도록 하겠다.]
"그러도록."
그 말을 끝으로 세인은 통신을 끊었고 이내 생각에 잠겼다.
"3명의 인물...그리고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듀로크라는 존재가 결국 내 발목을 잡는군.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예상 내에 있어~ 그리고 오히려 남은 일루드의 병력까지 한 번에 없애버릴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지~"
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피며 얘기했다.
"라자드님의 힘을 빌린다면 더욱 승리가 확실시 되겠지만...그러면 나의 힘을 증명할 수 없게 되지~ 그러니 저들을 모두 처리해서 내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야 말겠어~ 그리고 라자드님에게 칭찬을 받는 거지~ 이 얼마나 완벽한 작전인가?! 키키킥. 키키키킥!"
세인이 홀로 남은 방에서 광기에 찬 웃음을 계속 터트렸고 그 와중에도 일루드 대군은 조금씩 라마르에 가까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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