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움직이는 듀로크(3)
-----------------------------------
20장 움직이는 듀로크(3)
원정을 가기로 한 당일. 그란 왕국에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한 그룹은 일루드 왕국으로 원정을 가는 이들이었다. 제네스를 선두로 벨리온, 나미래, 그란이 모여있었고 그 뒤를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이 일렬로 서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제네스, 벨리온, 나미래는 가벼운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란을 비롯한 친위대 오크들, 그리고 와이번 라이더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의 장비는 드워프들이 만든 S급들로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벨리온은 출발하기 전에 먼저 제네스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네스라고 했나? 나는 벨리온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중급 마족이지."
"제네스라고 하네. 마족한테서 힘을 빌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역시 오래 살고 별일이네."
"저는 나미래라고 해요. 잘 부탁합니다."
"클클클. 젊은 처자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걸 잘 봤네. 그 힘을 빌릴 수 있어서 영광이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쪽 오크도 잘 부탁하네."
"취익~ 걱정하지 마라. 우리 오크들이 다 죽여주겠다. 그렇지?!"
"취이이익!!"
그란의 물음에 뒤에 있는 친위대 오크들이 무기를 들며 일제히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와이번들도 괴성을 질렀다.
"크흠..우선 계획을 듣고 싶군. 어디로 이동할 예정이지?"
"먼저 일루드의 최동쪽 도시인 미스키로 이동할까 싶네.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듣고 루키드가 있다고 하는 하이벤으로 가는게 좋다고 생각하네."
"그러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확실하게 얘기하고 지나가야 할 게 있다."
"어떤 건가?"
"우리가 일루드를 도와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루드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 알고 있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첫 번째. 우리는 일루드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독자적인 집단으로 인정받아서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다."
"당연하네."
"두 번째. 오크들을 차별하지 말 것. 아직 오크들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이들이 있겠지. 그런 기색을 보이면 우리도 곤란하다."
"명심하겠네. 내가 직접 얘기해두지."
"세 번째. 우리의 목표는 적의 섬멸이 아니야. 충분히 일루드 혼자서 처리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돌아올 것이다.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잖아? 이에 대해서 불만 없지?"
"없네."
"좋아. 그 3가지만 지켜준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야. 다른 이들도 할 말 있나?"
"없어."
"취이익~ 없다. 벨리온이 다 말해주었다."
"제네스는? 무슨 할 말 있어?"
"나는...그저 감사를 표하고 싶네. 우리 일루드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어서 고맙네."
"됐어. 어차피 우리도 듀로크의 말 때문에 움직이는 거니까. 그렇지?"
"취익~ 그렇다."
"그렇지."
"그러니 영감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어떻게 움직일지나 걱정하라고. 나는 어떻게 일들을 움직여야 더 효율적으로 싸울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고."
벨리온은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았고 그런 행동에 그란이 웃음을 터트리며 얘기했다.
"취취췩! 그만큼 우리의 존재가 독보적이란 말이군. 취취췩!"
"뭐...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벨리온의 말에 제네스와 나미래가 웃음을 터트렸고 그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일루드 왕국으로 가는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밀런 왕국으로 가는 이들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듀로크는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갔고 이내 나르샤와 밀런 왕국에서 온 레오나드란 엘프를 볼 수 있었다.
"듀로크 왔어?"
"그래. 그런데...너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 어제 잠을 좀 설쳤거든."
나르샤는 역시 자신의 고향이 공격당해서 그런지 잠을 설친 모양이였다. 듀로크는 그런 나르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모른 척하며 다른 이야기로 돌렸다.
"다른 이들은? 아직 안 왔나?"
"쉐이드 쪽은 모르겠고. 클레아라면 슬슬 오고 있을 거야. 어제 준비한다고 엄청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더라고."
"하긴. 로아프랑 소피아도 가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쉬워하는 것 같더만."
소피아와 로아프도 듀로크에게 같이 가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듀로크가 거절하였다. 소피아는 무력이 거의 전무하여 데려가기에는 힘들었고 로아프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거절당한 소피아와 로아프는 분해했지만 그런 둘을 클레아가 위로하였다.
"저 왔어요. 제 얘기하시는 거에요?"
어느새 클레아가 장비와 무기를 갖추고 도착해있었다.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처럼 중장갑이 아닌 가벼운 차림이었고 가죽옷에 옆구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에 가벼운 가죽옷과 검도 드워프가 만든 것으로 엄청난 내구성과 높은 질을 가지고 있었다.
등에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 가방을 착용하고 있었고 산뜻한 모험가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뭐. 그런 셈이지. 그런데 상당히 어울리는데? 모험을 처음 가는 초보자라고 생각되지 않아."
"정말요? 헤헤~"
듀로크의 칭찬에 클레아는 헤벌쭉 미소를 지었고 나르샤는 그런 클레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어내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듀로크는 나머지 이들이 도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쉐이드."
아무도 없던 곳에서 쉐이드를 비롯한 500여 명의 암살자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르샤는 그들이 오는 것을 눈치챘지만 클레아는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인지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기다렸나?"
"기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마침 너희들이 오면 출발할 예정이였거든."
"그런가? 미안하군."
"뭘 미안해? 됐어. 그리고...계획대로 다 데리고 왔나봐?"
"그래. B급 이상 500여 명의 암살자들. 웬만한 왕국의 왕성을 점령하고도 남는 병력이지."
"좋아. 그러면 출발하기 전에 몇 가지 얘기해둘게 있어."
"뭐지?"
"첫 번째. 쉐이드. 너는 암살자들을 이끌고 알아서 움직여. 내가 암살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통제하는 것보다 네가 명령을 내리고 통제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을 거야."
"알겠다."
"두 번째. 나르샤와 그...레오나드라고 했나? 하여튼 우리는 독자적인 그룹으로 움직일 거야.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면 곤란해."
"당연하지. 우리 엘프들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러겠어? 설마?"
"....."
나르샤는 당연한 말을 한다는 것처럼 얘기했고 레오나드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레오나드의 반응을 본 듀로크는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나르샤. 인간은 욕심이 끝없는 생물이야. 한 번 도와주기 시작하면 그 다음 것을 바라고 마치 자신의 부하처럼 생각하게 되지. 더구나 간절한 상황이면 더욱 더 그렇고. 나는 엘프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그건..."
"너랑 같은 저 엘프를 봐봐."
듀로크는 레오나드를 지목하며 얘기했고 지목당한 레오나드는 움찔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좀 전에 얘기했던 말이 나왔을 때 저 엘프는 내 시선을 피하고 입을 다물었지. 왜 그랬을 것 같아?"
나르샤는 듀로크의 말에 레오나드를 쳐다보았고 레오나드는 나르샤의 시선도 피했다.
"찔리는게...있으니까?"
"그래. 너는 물론이고 어떻게든 우리의 힘을 빌리려고 했겠지. 하지만 내가 선뜻 힘을 빌려주니까 어, 이것 봐라? 하는 식으로 욕심이 생기지 않겠어?"
"아.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하지 않았다고 쳐도 과연 밀런의 모든 엘프들이 똑같이 생각할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
듀로크의 말에 레오나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듀로크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생각을 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자신들의 왕국이 아닌 타왕국의, 타종족의 집단이기에 더더욱 그런 모습을 보일게 분명했다.
그런 것을 레오나드는 충분히 알고 있기에 아무 답변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르샤가 얘기했다.
"아니. 그건 걱정 마.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니까."
"나르샤님?"
"그런 무례한 엘프가 있으면 내가 아가리를 날려버릴 거야. 그리고 평생 죽만 먹고 살게 해주겠어."
"나,나르샤님?!"
"푸하하핫! 그래. 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괜찮겠지."
나르샤의 말에 레오나드는 당황했고 듀로크는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지만 화끈한 엘프구만. 그런 성격은 마음에 드는군."
"그런 일이 생기면 저도 나르샤 언니처럼 가만히 있지 않을 거에요."
쉐이드와 클레아도 제각각 얘기했고 뒤에서 듣고 있던 500여 명의 암살자들도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레오나드는 자신만 따로 왕따를 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럼 얘기도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출발해볼까? 로그."
"예."
듀로크의 부름에 로그가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는 일루드로 가는 이들을 텔레포트 시켜줘. 나는 이들과 같이 갈 테니까. 가능하겠지?"
"예. 가능합니다."
"알겠어. 그럼 부탁해. 그리고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말고."
"알겠습니다."
듀로크의 말을 들은 로그는 일루드로 가는 이들에게 갔고 듀로크는 자신과 함께 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좋아.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손들어봐."
듀로크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것을 보고 한번 헛기침을 하고 얘기했다.
"참고로 우리의 목표는 밀런을 공격하는 다크엘프들과 마물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부상자가 생길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걱정 마라. 나는 아무도 죽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듀로크는 마법 가방에서 지팡이를 꺼내고 바닥을 찍으며 얘기했다.
"나는 9서클 마법사다. 나와 함께하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부상이든 죽지만 말고 나한테 와라. 내가 완치시켜줄 테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를 만나면 싸우지 말고 내게 얘기해라. 내가 처리해줄 테니. 너희들은 나를 믿고 따라오면 되는 것이다. 알겠나?"
"예!!"
우렁찬 대답을 들은 듀로크는 이내 바닥에 모든 이들을 감쌀 정도로 커다란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듀로크도 커다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좋아! 가자! 밀런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은 듀로크의 마나에 반응하며 빛을 내보냈고 빛이 사라지면서 500여 명의 넘는 인물들도 같이 사라져 있었다.
"모두 준비되셨습니까?"
"어? 로그."
"준비가 끝나시면 얘기해주십쇼. 일루드까지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좌표는 내가 알고 있으니 가르쳐주겠네. 그리고...이만 출발하는게 어떻겠는가?"
"좋아. 우리도 모두 준비는 끝난 것 같으니까. 준비 더 필요한 사람 있어?"
"난 괜찮아."
"취익~ 오크들은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다."
"모두 준비된 것 같네. 로그. 부탁한다."
"예. 좌표 좀 가르쳐주십쇼."
로그는 제네스에게서 좌표를 들은 후에 바닥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9서클 마법사인 듀로크에 비해서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마법진을 모두 그리는데 성공하였다.
"그럼 잘 갔다 오십쇼. 부디 아무도 다치지 않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로그는 미소를 지으며 작별인사를 했고 그와 동시에 밀런으로 가는 원정대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렇게 두 원정대가 움직이게 되었다.
일루드의 최동쪽 미스키. 그런 미스키와 타왕국의 경계 사이에는 중립지역으로 선정된 평원이 있었는데 그 평원 위에 갑자기 커다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약 5미터 위에 생성된 마법진은 빛을 내다가 이내 빛이 사그라들었고 동시에 300여 명이 넘는 이들을 소환하였다.
타타탁.
100여 명의 인물들은 모두 마법진에서 떨어지며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하였고 와이번과 와이번 라이더들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경계했다. 벨리온도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한 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저 텔레포트로 안전하게 이동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군. 제네스. 여기가 어디 인지 아나?"
"여긴 중립지역일세. 저기 보이는게 바로 미스키이지."
제네스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기다란 성벽이 존재했고 그렇게 멀어 보이지는 않았다.
"...약 5천 미터 정도인가? 그냥 걸어가도 될 것 같군."
"지금 여기서 뛰어간다고 하면 2분 안에 도착할 것 같은데?"
나미래는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벨리온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야 그렇겠지. 나는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다고 해도 오크들은 그렇게 뛰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아.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
나미래는 아차하는 표정으로 오크들을 바라보았는데 오크들에게는 그것이 또 승부욕을 불러오게 한 모양인지 씩씩거리며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이익~ 우리도 빠르다! 무시하지 마라!"
"취직~ 다리 단련했다. 우리 빨라졌다!"
"취췩~ 와이번으로 가면 너보다 빠르다!"
"그래? 그럼 한번 해볼래?"
나미래와 오크들이 서로를 째려보며 언제든지 달릴 것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는데 그때 제네스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만류하였다.
"모두 진정하게나. 내가 먼저 미스키에 가서 문을 열게 하겠네. 갑자기 오크들과 와이번이 들이닥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나?"
"십중팔구 공격하겠지."
"그렇네. 그러니 내가 먼저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문을 열어주겠네. 그다음에 들어오게나."
"그러는게 좋을 것 같네. 우리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럼 갔다 오도록 하지."
제네스는 그들을 놔두고 미스키를 향해 발걸음을 이동하였고 벨리온은 그사이에 나미래와 오크들을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스키의 성벽 위에는 마법포와 함께 마법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신경은 곤두세워져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전시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 적이 공격해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경계를 늦추지 않은 덕분에 마법사들은 멀리서 오는 한 명의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고 동시에 마법포를 가동시키며 확성마법으로 얘기했다.
"정지! 더 이상 가까이오면 마법포를 발사하겠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인물은 곧바로 제자리에 섰고 이내 똑같이 확성마법으로 키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는 제네스다! 문을 열어라!"
"제,제네스님이라고?!"
"확인해봐!"
"진,진짜야! 제네스님이다!"
제네스라는 말에 마법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본 제네스는 이상하게 여기고 얘기했다.
"왜 문을 열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세인이 배신을 하면서 경계가 강화되었습니다. 토거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주십쇼."
세인에게 속아서 문을 열어 다르서스가 점령당했던 것처럼 아무리 4대 마법사 제네스라도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제네스는 충분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조용히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마법사들은 미스키의 영주라고 할 수 있는 토거슨을 데려왔다. 토거슨은 진짜로 제네스인 것을 확인하고 더욱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네스를 향해 얘기했다.
"진,진짜로 제네스님입니까?!"
"클클클. 그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였던 적이 있었나?"
"잠,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저랑 몇 명의 마법사들이 내려가서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거기서 움직이지 말아주십쇼."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해서 안심이 된다면야."
그로부터 몇 분 후 성문이 열리면서 토거슨을 비롯한 몇 명의 마법사가 내려왔다. 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나오자마자 빠르게 성문을 닫으라고 얘기했고 제네스를 향해 다가올 때까지 경계심을 낮추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아무런 위험이 도사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은 한숨을 쉬며 제네스에게 얘기했다.
"세인에게 당한게 있어서...죄송합니다."
"아니네. 나도 자네의 입장이였으면 그랬을걸세. 미안해하지 말게나."
"정말...제네스님이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를 이끌어주실 분이 드디어..."
"늦어서 미안하네. 하지만 늦은 만큼 원군을 데리고 왔으니 걱정 말게나."
"원,원군말입니까? 대체 어디서?"
"어디겠나? 내가 간 그란왕국이지."
"예? 그란 왕국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온 이들이 저기서 기다리고 있네. 그러니 나를 따라와주겠나?"
제네스의 말에 마법사들이 토거슨을 바라보았다. 고민을 하던 토거슨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토거슨님?!"
"너희들은 내가 돌아오지 않을 시 방어 준비에 나서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은 토거슨의 말이 혹시 제네스가 배반해서 자신을 인질로 삼아도 자신을 구하지 말고 방어 준비에 전념하라는 말임을 눈치채고 그의 희생정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토거슨과 같이 올 시 공격하지 않기를 바라네. 그리고...되도록 놀라지 말고."
"놀라지 말라는 말씀은?"
"내가 그란 왕국에서 데려왔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를 도와줄 이들은 오크들이네."
"오크!"
"오,오크라고요?"
오크라는 말에 마법사들이 표정을 찡그렸는데 그 모습을 본 제네스가 얘기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우리를 도와주러 온 이들에게 그런 표정을 보여야겠나?"
"죄,죄송합니다."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미리 얘기하게나. 오크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나 제네스가 가만히 있지 않겠네. 알겠나?"
"예,예!"
마법사들은 제네스의 말에 바짝 군기가 들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제네스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토거슨과 갔다 오겠네. 그리고 토거슨도 그들을 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하는군."
"알,알겠습니다."
토거슨은 제네스의 말대로 어떤 광경을 보든 놀라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다. 하지만 그 각오는 5분도 되지 않아서 깨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