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위기에 처한 밀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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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위기에 처한 밀런(5)
레스타드의 희생 덕분에 프리드 마을의 엘프들은 제시간에 피난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타르시스의 말을 장로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엘프들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천여 명의 엘프 군대가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온 것을 보고 그들은 타르시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르시스와 장로들을 선두로 프리드 마을의 엘프들은 빠르게 피난을 하기 시작했고 빠른 대처 덕분에 바르스가 마물들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단 한 명의 엘프도 마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난한 엘프들은 제일 가까운 마을인 샤라스로 이동하였다. 프리드에서 샤라스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하루. 그렇게 멀지 않은 덕분에 급하게 나오느라 식량과 물을 소유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전투로 인해서 상태가 위중해진 엘프들은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사망하였다.
그렇게 나머지 피난민들의 등장에 제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샤라스의 장로들이었다.
"대,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자세한 일은 추후에 알려줄 테니 먼저 식량과 물 좀 제공해주지 않겠나?"
"알,알겠습니다!"
타르시스의 말에 장로들은 피난민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을 치료하였다. 타르시스도 가볍게 식량을 섭취한 후에 장로들을 부르고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후...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런데...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지금부터 얘기해주겠네."
타르시스는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르스의 배신, 다크엘프와 마물들의 등장, 천여 명의 엘프의 전투, 버서커 모드. 그리고 마지막으로...레스타드의 희생까지 얘기했다.
"하아...."
"레스타드님이..."
"바르스 이 미친 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고 분노를 하며 소리치는 이들도 있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절망하는 이들도 있으면 눈을 쉼 없이 움직이며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다양한 반응을 본 타르시스는 그들을 진정시키고 이어서 얘기했다.
"다크엘프들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닐 걸세. 프리드 마을을 거점으로 밀런 왕국 전체를 먹으려고 움직일 것이네."
"하지만 밀런 왕국에서 제일 가는 무력을 가진 프리드 마을조차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들을 막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프리드 마을이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모든 마을의 무력을 합친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그렇다는 말씀은?"
장로의 물음에 타르시스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얘기했다.
"지금 바로 모든 마을에 연락하게. 현재 상황과 더불어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움직이라고. 밀런의 모든 병력을 움직여서 프리드 마을을 둘러싸겠다. 혹시 다른 생각 있는가?"
타르시스의 물음에 장로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해주게. 알겠나?"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네.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찾지 말아 주게나."
타르시스는 그 말을 하고 회의실로 사용하는 나무에서 나와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한숨을 크게 쉬었다.
"후우...역시 나에게 리더의 자리는 어울리지 않는군. 레스타드...자네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네."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없으니 레스타드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타르시스였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무리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임시적으로 지은 치료소. 그곳에는 이번 전투로 인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으윽..."
"너,너무 아파! 감,감각을 없애줘! 제발!"
"내,내 팔이! 팔이 어디 간 거야!"
의식이 없는 이들부터 사지가 멀쩡한 이가 없는 중상자들도 있었고 그나마 자잘한 상처만 가지고 있는 경상자들도 있었다. 엘프 마법사들은 마나가 바닥날 때까지 부상자들에게 치료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들이 부족할 정도로 부상자들의 신음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타르시스는 그런 광경에 자신도 그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까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최고령의 장로로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고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하고는 치료소 안을 왔다갔다하며 한 인물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이내 찾는데 성공한 타르시스는 그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걸었다.
"레오나드 군."
"어?! 타르시스님!"
레오나드는 타르시스가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엄청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자네를 찾아왔네."
"저를?"
"몸 상태는 괜찮은가?"
"예. 타르시스님이 사용해주신 치료마법 덕분에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지금 바로 실전에 뛰어들어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레오나드는 타르시스와 얘기를 나누면서 타르시스가 계속 이야기를 뺑뺑 돌려서 말하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타르시스님?"
"응?"
"제게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십니까?"
레오나드의 물음에 타르시스는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어 얘기하였다.
"그게...부상당한 자네에게 시키는 것은 미안하네만 한 가지 임무를 해줬으면 하네."
"어떤겁니까? 사양하시지 마시고 얘기하십쇼.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얘기한다면...크흠. 알겠네.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그란 왕국으로 가서 나르샤에게 현 상황을 전달해주었으면 하네."
"그란 왕국? 그란 왕국이라면...대륙의 남동쪽에 있는 오크들의 왕국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현재 나르샤는 그란 왕국에 있지. 그리고 현 상황은 나르샤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네. 나르샤도 지금 상황을 알려주면 귀환할걸세."
"그렇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란 왕국까지의 거리와 몬스터의 숲을 지나가야 하는 위험성이 있네. 부상당한 자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자네보다 더한 인재를 찾기 힘드네."
"하하하. 레인저 부대장인 저보다 나은 인재는 찾기 힘들겠죠."
레오나드는 웃으며 얘기했지만 타르시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레오나드는 이내 머쓱해하면서 타르시스에게 얘기했다.
"제게 치유마법을 한번만 걸어주시겠습니까?"
"물론. 당연하지."
타르시스는 7서클 치유마법인 리커버리 마법을 다시 걸어주었고 마법효과가 끝난 후에 레오나드는 자리에 일어나서 한번 몸을 움직였다.
"역시 타르시스님의 마법이 발군이군요. 거의 완전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가능하겠는가?"
"타르시스님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리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르샤님을 데려오는 것이 지금 현 상황에서는 최우선이겠죠."
"고맙네. 무리한 부탁을 해서."
"아닙니다."
레오나드는 자신의 옆에 있는 무기를 챙기고 일어섰다.
"지금 바로 가는 건가?"
"식량 및 필요 물품만 챙기고 바로 가려고 합니다. 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이건 충고니 그냥 흘러 듣게나. 그란 왕국은 오크들의 왕국이네. 하지만 오크들을 하찮게 생각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자네는 한 명의 오크 마법사를 만나게 될 거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만나겠지만 제일 조심해야 할 자는 그 오크 마법사네."
"오크 마법사?"
"그의 이름은 듀로크. 세간에서는 9서클 마법사라고 들리고 있네."
"오크가 9서클 마법사입니까?! 정말 놀랍군요."
"아마 그 소문은 사실일 거네. 그와 만나본 내가 장담하지. 그러니 그에게 나쁜 모습을 보이지는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혹시 가능하다면 그들의 힘을 빌리게나."
"그들이라면...오크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네."
오크라는 말에 레오나드는 얼굴을 찡그렸고 타르시스는 역시 레오나드도 다른 엘프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오크들을 직접 본 자신만이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타르시스는 레오나드에게 얘기했다.
"우리 엘프들이 오크를 싫어하는 것은 아네. 하지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적의 적은 동료라고. 오크들을 이용해서 다크엘프들을 몰아내면 그만큼 좋은 점이 없지 않은가?"
"그렇군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르샤는 그란 왕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편일걸세. 가만히 있어도 듀로크가 도와줄 가능성이 높으니 상황을 보고 얘기하게나."
"알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부탁하겠네."
"예. 다음에는 나르샤님과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오크의 군대까지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레오나드는 치료소를 나갔고 타르시스는 그가 부디 임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성공했으면 했다. 그리고 레오나드가 올 때까지 방어선을 만들고 버티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레오나드는 타르시스가 말한 대로 드래곤 산맥을 넘고 몬스터의 숲을 넘어서 끝내 그란 왕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장 2주에 걸친 엄청난 대장정. 그동안 몬스터에 쫓기는 것은 다반사였고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상처를 입고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레오나드는 포기하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2주 간의 혈투 끝에 레오나드는 몬스터의 숲을 나와서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성벽을 보고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도착했다!! 내가 도착했다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한 레오나드는 이내 성벽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갔다. 2주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입은 상처로 인해서 발걸음을 헛디딜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레오나드는 꾸역꾸역 성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런 레오나드가 다가오는 것을 성벽 위에서 본 오크 경비원들은 종을 치기 시작했다.
땡~ 땡~
"취익~ 적인가?"
"취직~ 한 명밖에 없다. 적은 아닌 것 같다."
"취익~ 그러면 어떻게 할 건가?"
"취직~ 생포한 다음에 로그에게 물어보는게 어떻겠나?"
"취익~ 역시 너는 천재다."
오크들은 논의 끝에 성문을 열기로 결정했고 성문이 열리는 것을 본 레오나드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성문이 열리면서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자신을 향해 들이대는 것을 본 레오나드는 손을 들어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도를 표출했다.
"취익~ 정체를 밝혀라."
"나는 레오나드. 나르샤님을 만나러 온 엘프다."
"취직~ 나르샤?"
"취익~ 그 괴물 엘프 말하는 거 아닌가?"
"취췩~ 맞다. 이름이 나르샤였다."
나르샤를 아는듯이 얘기하는 오크들의 모습에 레오나드는 기쁨의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그래. 그분을 만나러 왔다. 밀런이 공격당했다고 하면 곧바로 찾아올 것이다!"
"취익~ 알겠다. 먼저 로그에게 연락을 할 테니 기다려라."
"로그?"
레오나드는 로그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연락을 한다는 말에 희망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연락을 하러 간 오크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이분입니까?"
인물은 엘프인 레오나드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미남성의 인간이었다.
"취익~ 나르샤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저는 로그라고 합니다. 당신의 성함은 어떻게 됩니까?"
"나,나는 레오나드라고 한다."
"레오나드님. 밀런이 공격당했다고 했는데 사실입니까?"
"그,그래. 2주 전에 공격당했고 지금은 또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나르샤님을 만나게 해줘!"
"알겠습니다. 상황이 긴박한 것 같군요. 제 손을 잡으십쇼."
레오나드는 로그가 뭘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로그가 하라는 대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과 함께 로그가 텔레포트를 하는 것이 느껴졌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였다.
"여,여긴?"
레오나드는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인물들의 시선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때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큰 목소리를 내는 이가 있었다.
"밀런이 공격당했다는게 사실이야?!"
"나,나르샤님?!"
레오나드는 자신에게 들이대는 인물이 나르샤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예! 프리드 마을의 숲에서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이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밀런의 중심에 어떻게 다크엘프들과 마물이 나타날 수 있지?!"
"...바르스가 배신을 했습니다."
"뭐?!"
"바르스가 배신을 하면서 멜러스님이 죽으셨습니다."
"멜러스가 죽었다고? 바르스가 배신까지 했고?!"
나르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떠오른 생각에 레오나드에게 더 들이댔다.
"아빠는?! 아빠는 어떻게 됐어?!"
"타르시스님은 괜찮습니다. 레스타드님이 돌아가시면서 타르시스님이 모든 엘프들을 이끌게 되었지만 다친 곳 하나 없으십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출발한 것은 2주 전입니다. 그 2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타르시스님은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을 상대로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했지만 그게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알겠어. 레오나드는 나를 데리러 온 거야?"
"예! 현재 밀런은 나르샤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어선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일 겁니다.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쇼!"
레오나드는 무릎을 꿇고 얘기했고 나르샤는 그런 레오나드에게 다가가서 일으켰다.
"당연한 말을 왜 해? 당연히 가야지. 내 고향이 짓밟혔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 나르샤님!"
레오나드는 첫 번째로 걱정했던 것이 생각보다 잘 풀린 것에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기쁨이 사라지기도 전에 나르샤의 말에 태클을 거는 존재가 있었다.
"잠깐. 거기까지."
레오나드는 누가 태클을 거는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타르시스가 말했던 오크 마법사가 떡하니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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