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위기에 처한 밀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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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위기에 처한 밀런(3)
"다들 모였나?"
"예!"
레오나드는 레인저 부대원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다시금 설명해주었다.
"우리의 목표는 북쪽 숲의 정찰 및 쓰러진 부대원의 구출이다. 부대원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으니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려에 두고 움직이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 레인저 부대로만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시 빠른 후퇴를 할 것이니 기억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한다."
레오나드는 약 50명에 육박하는 레인저 엘프들을 데리고 북쪽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못 찾았나?"
"예. 실프들이 아직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레오나드를 비롯한 레인저 엘프들은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북쪽 숲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정령사들에게 실프를 보내서 사전 정찰을 하라고 시켰다.
"연락이 오면 곧바로 보고하도록."
"예! 아! 지금 실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 하지?"
"...발견, 많음, 빠름, 꺼려짐, 두려움...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빠르고 많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군. 그런데...꺼려진다는 것과 두려움은 뭐지?"
"그건...저도 모르겠습니다."
레오나드는 정령인 실프가 꺼려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그때 맨 앞에서 달려가던 레인저가 갑자기 멈추면서 레오나드에게 얘기했다.
"전방에서 다수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모두 태세를 갖추어라! 무리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후퇴할 것이다!"
레오나드는 상대의 숫자와 정체를 확인한 후에 전투를 할지 후퇴를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레오나드의 명령에 맞혀서 50여 명의 레인저 엘프들이 나무 위에서 몸을 숨기며 상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면서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뭔가 날아다니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뭐지?"
아직 정확히 보이지 않아서 모두 긴장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레오나드는 투시마법을 사용하여 시선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레오나드는 상대의 정체와 숫자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게?"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왜 저것들이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충격 때문에 레오나드는 한순간 명령을 할 수 없었고 그사이에 상대는 점점 레인저들을 향해 다가왔다.
"레오나드님! 명령을!"
누군가의 말에 레오나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레오나드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모두 후퇴!!"
레오나드의 명령에 레인저들이 일제히 후퇴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마물은 그들의 근방에 접근하고 있었다.
"캬아아악!"
"뭐야? 저건?!"
"빨리 튀어!"
약 2미터가 넘는 몸체에 날카로운 발톱과 박쥐처럼 생긴 얼굴, 그리고 1미터 크기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마물들이 레인저 엘프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 녀석은 가고일이야! 나무 위를 이동하면서 피해!"
누군가의 조언처럼 다행히 나무들이 많아서 날아다니는 것에 불편을 겪어서 그런지 레인저 엘프들은 가고일들의 공격을 적절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쾅!!
"억!"
"나무가!"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앞에 있던 나무들이 부러져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이동하던 레인저들이 이동할 길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가고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많아져서 가고일에게 잡혀 올라가는 레인저 엘프들이 생겼다.
그리고 가고일에 잡힌 엘프들은 공중에서 수많은 가고일의 발톱에 찢겨서 분해되었다.
"누가 나무를 부수고 있는 거야?!"
"저,저건 켈베로스!"
약 5미터의 크기에 3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지옥의 수호견. 그것이 바로 켈베로스였다. 수십 마리에 달하는 켈베로스가 레인저 엘프들의 앞길에 있는 나무들을 모두 부수고 있는 것이다.
"이익! 속도를 높여라!"
공중에는 가고일, 지상에는 켈베로스가 장악하고 있었다. 전투를 펼치면 무조건 필패.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켈베로스가 나무를 부수는 속도보다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퍽!
"컥!"
"쿨럭..."
"으아아악!"
레인저 엘프들이 하나둘씩 단발마를 지르며 나무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켈베로스가 한 것도 아니고 가고일이 한 것도 아니였다. 레오나드는 갑자기 줄줄이 떨어지는 레인저 엘프들을 보았고 그 이유를 이내 알 수 있었다.
"다크엘프!"
200여 명이 넘는 다크엘프들이 어둠 속에서 레인저 엘프들보다 더 빠르게 나무 위를 움직이면서 학살하고 있었다.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레인저 엘프들에게 접근해서 목을 긋거나 건너편 나무에서 날아와 단검으로 심장을 관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레인저 엘프들을 죽였다.
레오나드는 좀 전에 타르시스에게서 다크엘프들이 자신들보다 더 어둠 속에서 잘 움직인다고 들었지만 자신을 비롯한 레인저 엘프들이 일방적으로 밀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켈베로스와 가고일한테 쫒기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젠장! 젠장!!"
레오나드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빨리 후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50여 명에 달했던 레인저 엘프들이 벌써 자신을 비롯해서 10여 명밖에 남지 않았고 뒤에서 공격해오는 다크엘프들의 공격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퍼퍼퍽!
"크윽!"
사방팔방에서 투척물들이 날아오고 다크엘프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중에는 가고일이 있고 지상에는 켈베로스가 나무를 부수며 앞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가운데 레오나드는 다크엘프들이 던지는 투척물을 모두 쳐내지 못하고 몸에 박히는 것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레오나드의 움직임은 현저하게 느려졌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크엘프들이 일제히 레오나드를 향해 공격했다. 수많은 투척물과 무기들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레오나드는 본능적으로 죽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죽는 건가?'
좀 전에 얘기했던 타르시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게 얘기했던 대로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향해 오는 무기들을 보고 있었는데 신은 그가 아직 죽는 것을 원치 않은 모양이었다.
휘휘휙!! 퍼퍼퍽!
"크아아악!"
"컥!"
"끼에에엑!"
"뭐,뭐야?!"
레오나드는 자신에게 접근하던 가고일과 다크엘프들이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화살들에 꽂혀서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위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몸을 누가 받쳐주면서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괜찮은가? 레오나드 군."
"타르시스님?!"
자신을 받쳐준 이가 타르시스라는 것을 안 레오나드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러면서 투척물에 꽂힌 고통이 찌릿하고 올라와 레오나드는 신음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윽!"
"잠시만 참게나. 리커버리!"
타르시스는 7서클 치유마법인 리커버리를 레오나드에게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투척물로 입은 상처들이 모두 완전히 치료되었다.
"이제 괜찮을 거네."
"감사합니다. 그런데...이 대군은 대체?"
레오나드는 리커버리 마법을 받고 나서야 보이는 대군의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이 넘는 엘프의 대군. 그들의 존재만으로 어떤 상대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대군을 명령하는 이가 있었다.
"궁병! 모두 조준!"
300여 명에 달하는 엘프들이 일제히 활 시위에 화살을 메겼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전방에 있는 적들. 화살에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명령을 떨어지면서 모두 시위를 놓았다.
"발사!"
휘휘휙!! 퍼퍼퍽!
"끼에엑!"
"컥!"
"깨깽!!"
300개의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화살에 맞은 가고일들은 힘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졌고 덩치가 큰 켈베로스들은 기본적으로 몸에 십여 개의 화살에 맞아서 마치 고슴도치처럼 변했다. 움직임이 빠른 다크엘프조차 엘프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단발마를 지르며 쓰러졌다.
그런 화살공격에 마물과 다크엘프들이 주춤하기 시작했고 그사이에 레스타드가 또 명령을 내렸다.
"이어서 조준!"
끼이익...
300여 명의 엘프들이 일제히 활 시위에 화살을 메기면서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후퇴하려고 했지만 레스타드가 말하는 것이 더 빨랐다.
"발사!"
휘휘휙!! 퍼퍼퍽!
또 한 번의 화살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쓰러졌고 완전히 후퇴하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레스타드는 숲으로 도망치는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을 보고 추격을 할까 고민했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진형유지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만두기로 하였다.
다크엘프가 없었더라면 숲의 지형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어둠 속의 숲에서는 다크엘프가 자신들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추격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두 경계를 멈추지 마라! 그리고 부상자들을 치료해라!"
레스타드의 말에 엘프 마법사들이 살아남은 10여 명의 레인저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다른 엘프들은 적들의 공격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숲 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킨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미리 준비한 것처럼 빠른 대응이군. 거기다 마물과 다크엘프를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까지. 생각보다 기대되는구만."
저음의 목소리를 내는 덩치의 다크엘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스타드와 타르시스는 그 다크엘프가 본능적으로 강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보면 모르나? 다크엘프. 당신의 적이지."
"...내 이름은 레스타드. 프리드 마을의 장로 중 한 명이지."
"알고 있다. 소드마스터 초급에 극한으로 검을 단련한 엘프라고 들었다. 한번 싸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쁘군."
"나를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
"어떻게 알고 있냐고? 바르스. 나와라."
"바르스?"
바르스라는 말에 엘프들이 설마하는 심정과 함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레스타드와 타르시스도 엘프들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숲속에서 하나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들어난 인물을 봤을 때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바,바르스님?!"
"바,바르스님이 왜 거기서 나오시는 겁니까?"
수많은 엘프들이 경악하며 믿지 못했고 그것은 레스타드와 타르시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레스타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어떻게 다크엘프들이 국경도 아닌 이 마을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는데...이제야 알겠군. 바르스. 네가 배신한 것이냐?"
"배신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마십쇼. 제가 못할 짓을 한 것 같지 않습니까?"
바르스의 말은 부정의 뜻이 아니였고 그 의미를 알아차린 엘프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바르스님이?!"
"말,말도 안 돼!"
"밀런이 네게 모든 것을 주었는데!"
수많은 엘프들이 욕을 하며 바르스를 모멸했다. 그런 그들의 욕을 듣고 있던 바르스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얘기했다.
"시끄러!! 너희들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단 말이냐?! 내가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았는지 너희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비교당하고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나 하는 거냐?!"
바르스의 말에 수많은 엘프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멍청한 년, 제정신이 아니다, 미친거 아니냐, 천하의 썩을 놈 등 할 수 있는 욕은 모두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스타드는 손을 들어서 그들을 조용히 시키고 얘기했다.
"멜러스는 어떻게 됐지?"
"아, 멜러스? 죽었지. 친히 내가 죽여줬어."
"멜러스를?! 멜러스를 죽였다고?!"
이번에는 타르시스가 경악하며 얘기했다. 바르스와 멜러스와 함께 그란 왕국에 같이 가면서 그들을 남다르게 생각했던 타르시스였다. 그런데 바르스가 배신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멜러스까지 죽었다고 하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레스타드는 이를 갈며 바르스를 죽일 듯이 살기를 뿜어내며 얘기했다.
"...내가 너를 한참 잘못 보았군. 네가 그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트라우마를 이겨냄으로써 더욱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너같은 썩은 싹은 미리 제거를 했어야 했는데."
레스타드는 말을 마치면서 검을 꺼내 들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바르스는 등꼴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레스타드의 위압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였다.
'아직도 현역이라고 하더니 정말이였어.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직접 이렇게 살기를 받으면서 대치하고 있으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바르스였다. 그런데 그때 덩치의 다크엘프, 드리트가 바르스의 앞으로 나서면서 얘기했다.
"저 엘프는 내가 상대하지. 너는 다크엘프들과 마물들을 통솔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버서커 모드를 실행해라."
"버,버서커 모드를?! 진심이십니까?"
"네가 언제부터 내 말에 토를 달 수 있었지?"
드리트가 힐끗 시선을 돌려서 바르스를 쳐다보았고 바르스는 그 눈빛을 보고 섬뜩해 하며 뒤로 빠르게 후퇴했다.
"곧,곧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바르스는 빠르게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졌고 혼자 남은 드리트는 레스타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저 녀석이 오기 전까지 한판 붙지 않겠나?"
"그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여기서 그냥 네게 화살만 쏘면 이기는 것을 왜 그래야 하지?"
"그렇게 나온다면야 할 말은 없지.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나? 나와 1대1을 해서 이기면 그냥 물러나 주겠다."
"...그게 정말인가?"
"한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킨다. 단, 대결은 바르스가 오기 전까지. 너무 오래 끌면 서로간에 체면이 서지 않으니까."
"...좋다."
고민 끝에 레스타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받아들였고 수많은 엘프들과 다르시스는 그의 선택에 경악했다.
"레스타드님?!"
"레스타드. 진심인가?"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 한 몸으로 이 싸움을 마무리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자네가 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진다면 어떻게 될지..."
"자네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
레스타드의 강함을 타르시스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리트라고 하는 눈앞의 다크엘프도 상당한 강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타르시스는 조그마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결국 레스타드가 하는 선택이 베스트인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네. 자네를 믿겠네."
"믿어주어서 고맙네."
그 말을 끝으로 레스타드가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고 앞으로 나갔다. 검집에서 나온 검은 새하얀 검신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벼룬 것처럼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드리트는 그 검을 보고 레스타드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검의 상태를 보니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매일 관리를 했군. 기대해도 되겠어."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싸우는게 어떻겠나?"
"미안하군. 오랜만의 강자와의 대결이여서 그런지 흥분한 모양이다. 이제 싸우도록 하지."
드리트는 그 말을 끝으로 주먹을 들고 기운을 끌어모았다. 그러면서 마치 태산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었는데 레스타드도 같이 마나를 끌어올리면서 그에 대응했다.
드리트는 자신의 위압감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레스타드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간다!"
드리트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레스타드를 향해 돌격했다.
'빠르다!'
덩치에 맞지 않게 엄청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드리트에 레스타드는 놀라워하며 검을 움직였다.
쾅!!
"윽!"
"호오?"
검과 주먹이 부딪혔는데 엄청난 굉음과 함께 레스타드와 드리트 모두 뒤로 밀렸다. 레스타드는 검을 쥔 손이 찌릿찌릿하는 것을 느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드리트는 주먹에 난 상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 피부에 상처를 준 자는 별로 많지 않았는데...역시 재밌군. 좀 더 싸워보자고!"
드리트의 피부가 남색에서 완전한 흑색으로 변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레스타드의 검에는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오러가 실려져 있는데도 주먹은 검과 맞붙고 있었다. 오히려 주먹이 검을 압도하는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었다.
"왜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겠지?!"
드리트는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고 레스타드는 검으로 주먹을 모두 팅겨내었다. 하지만 상황은 드리트의 일방적인 공격에 레스타드가 방어를 하는데 급급해 보였다. 드리트는 생각보다 약한 레스타드의 모습에 실망했지만 그때 레스타드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흐읍!"
깡!!
"억?"
지금까지는 검과 주먹이 서로 상쇄하면서 부딪혔다. 그런데 레스타드가 호흡을 멈추면서 검을 휘두르자 드리트의 두 주먹이 검을 상쇄시키지 못하고 밀려서 만세하는 포즈처럼 위로 올라갔다. 완벽히 무방비 된 상체를 향해 레스타드는 검을 휘둘렀고 드리트는 황급하게 팔을 내려서 방어하려고 했다.
서걱.
"크윽!"
지금까지의 소리와 다르게 살이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스타드는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검으로 목을 향해 휘둘렀는데 이번에는 드리트가 지금까지 보여준 움직임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로 검을 피했다. 그리고 드리트는 주먹으로 레스타드의 어깨를 강타했다.
쾅!
"으윽!"
왼쪽 어깨에 주먹을 맞은 레스타드는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밀려났다. 드리트는 뒤로 밀려난 레스타드를 보며 웃음을 내뱉었다.
"전력을 다하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내 피부를 자르고 지나갈 줄이야!"
드리트의 두 팔이 검으로 생긴 상처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드리트는 개의치 않아보였다. 레스타드는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한 손으로 검을 잡고 얘기했다.
"팔을 완전히 자르려고 했는데...단단하군."
"당연하지. 내 피부야말로 단련의 증거니까. 그럼 계속해볼까?"
피가 계속 주르륵 흐르는데도 드리트는 주먹을 들었고 레스타드는 오른손으로만 검을 부여잡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둘이 부딪히려고 하는 순간 드리트는 혀를 차며 얘기했다.
"쳇. 생각보다 빨리 왔군."
드리트의 말과 동시에 숲에서 마물들과 다크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수백 마리가 넘는 숫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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