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일루드의 붕괴(8)
-----------------------------------
18장 일루드의 붕괴(8)
텔레포트 마법진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나가 키메라들을 소환했다. 그렇게 소환된 키메라들이 약 100여 마리 정도 되자 건물 내부가 꽉 차기 시작하는 것을 세인은 볼 수 있었고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키메라들은 나를 따라와~ 우선으로 들려야 할 곳이 있으니까~"
세인은 정예 키메라들에게 텔레포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 뒤에 키메라 100마리와 검은 여성들을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뭐,뭐야?!"
"키,키메라다!"
"꺄아아악!!"
도로를 달리면서 라마르의 시민들과 마법사들이 달리는 키메라를 보고 놀라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중에는 마법을 사용하여 공격하는 마법사들도 있었지만 키메라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격을 받은 키메라들은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그들에게 적의를 드러냈는데 세인이 그런 키메라들을 향해 얘기했다.
"지금은 신경 쓰지 마~ 조금 있다가 한없이 찢을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세인의 말에 키메라들은 울음소리를 내뱉으면서 본능적으로 강한 세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리고 세인은 주변에 어떤 반응을 보이든 무시하고 곧장 목표하던 지점을 향해 이동했다. 세인이 목표로 한 지점은 바로 왕성이 있는 집이었다.
라마르의 모든 집들은 1,2층의 나무 집으로 되어있었다. 그 이유는 집 내부에 공간마법으로 만들어진 타차원의 공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집들 중에서 일루드의 왕, 루키드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위 마법사들이 지내고 있는 것이 바로 왕성이었다. 또한 세인이 항상 드나드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정확히 어떤 집인지 세인이 기억하고 있어서 왕성의 집까지 곧바로 도착할 수 있었고 집 앞에서 세인이 얘기하였다.
"일루드 마법장으로서 얘기한다. 열려라."
딸깍.
뭔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세인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고 그 평야 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성이 있었다. 항상 보고 지낸 성이었지만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왜냐하면 오늘을 시점으로 이 성은 무너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참지 않아도 돼~ 그리고 모두 죽여버려~"
지금까지 참고 있던 키메라들이 세인의 말을 듣고 괴성을 지르며 성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인은 남은 검은 여성들을 향해 얘기했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루키드를 죽이자~"
하지만 검은 여성들은 꼭두각시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 검은 여성들을 보며 세인은 혼자서 키득키득거렸다.
"킬킬킬~ 내가 나한테 얘기하는게 이런 느낌인가? 킥킥킥~ 뭐, 그깟 게 뭔 상관이겠어~"
그렇게 광기에 찬 웃음을 내보내며 세인은 여유롭게 성을 향해 걸어갔고 그 뒤를 검은 여성들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왕성의 문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오늘도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있잖아. 너도 6서클의 벽에 막힌 상태지?"
"그렇지."
"어떻게 하면 6서클을 뚫을 수 있을까? 끝없이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데."
"그걸 알면 내가 5서클에 머물러 있겠냐?"
"하긴. 그렇네."
경비병들은 농담 따먹기나 하며 서로 키득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명의 경비병이 멀리서 보이는 조그마한 점들을 발견하고 얘기했다.
"잠깐...뭔가 오는데?"
"왕성에 오가는 마법사들 아니야?"
"아니야. 움직이는 숫자도 많고 빨라."
"내가 확인해볼게."
경비병 중 한 명이 시력을 증가하는 마법을 사용해서 다가오는 존재들의 확인에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경비병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긴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모두 전투준비!! 정체불명의 몬스터들이 온다!"
"몬스터라고?!"
"어떻게 여기에?!"
타차원의 공간인 이곳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 말에 모든 마법사들이 믿지 못했다. 왜냐하면 라마르 대부분의 건물 내부에는 공간마법이 걸려 있어서 암호를 알고 있거나 내부에서 열어주지 않는 이상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으니 믿지 못하는 것이다.
"원인은 나중에 찾고 방어막 올려!"
허둥지둥하는 마법사들도 많았지만 침착한 한 마법사의 말에 왕성 전체를 감쌀 정도로 커다란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마법사들은 왕성의 방어막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왕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진해오던 몬스터들이 방어막에 부딪히는 순간 그들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몬스터들이 방어막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뭐야?!"
"통,통과했어?"
견고한 방어막이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영향도 입지 않고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본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마치 방어막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통과하고 있었다.
"대,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방어막이...피해간다?"
방어막이 몬스터를 일부러 기피하듯이 몬스터가 방어막을 지나는 순간 몬스터를 중심으로 약 1미터 반경의 방어막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나가 키메라들의 마방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방능력에 대해서 모르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멍하니 있지 마! 공격해!!"
"파이어 플레임!"
"체인 라이트닝!"
"아이스 스톰!"
"윈드 토네이도!"
마법사들은 이내 돌격해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일제히 수많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가 키메라들은 당연하듯이 그들의 마법을 맞고 멀쩡히 왕성을 향해 계속 돌격했다.
"뭐,뭐야? 도대체!!"
"마법을 무시하잖아! 어떻게 된 거야?!"
"온,온다...온다고!"
마법사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나가 키메라들이 쉬지 않고 돌격했고 이내 마법사들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살,살려줘!"
마법이 통하지 않을 때 마법사만큼 허약한 존재가 있을까? 그것을 보여주듯이 일루드의 수도. 라마르의 왕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허약하게 나가 키메라들에게 찢겨나가고 있었다.
"성문을 닫아!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
"잠,잠깐! 아직 우리가 안 들어갔어!"
"닫,닫지마!"
아직 성문 밖에 있는 마법사들이 많았지만 결국 성문은 빠르게 닫혔다. 그리고 성문 밖에 있는 마법사들은 성문을 열어달라고 난리를 쳤지만 성문이 열릴 일은 결코 없었다.
"빨,빨리 열어!! 몬스터들이 온다고!!"
"바,바로 뒤에! 으아아아악!!"
"살려줘!!"
성문 밖에서 키메라들에게 경비병들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피가 섞인 비명이 들려왔다. 성문 안에 있는 경비병들은 그런 비명을 듣고 덜덜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에 있어서 다행이라며 안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안심도 잠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킬킬킬~ 성문 안이라면 안전할줄 알았어?"
"그,그 목소리는 세인님?"
"세인님이 바깥에 계신 거야?"
말투가 달랐지만 목소리가 세인인 것을 경비병들은 눈치챘다. 그 이유는 10년 동안 거의 매일 얼굴을 보다 보니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도 알아차린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눈치챈 경비병들의 말에 세인은 너무나 재밌다는 듯이 낄낄 웃으며 얘기했다.
"킬킬킬~ 맞아. 나야~ 그리고 몰랐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밖은...몬스터 투성이 아냐? 어떻게 저기서 세인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다른 사람인 거 아냐?"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인은 계속 웃음을 내보냈고 그런 세인을 향해 짜증이 난 한 마법사가 소리쳤다.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갑자기 몬스터가 이공간에 들어와서 경비병들을 찢는 상황에서?! 당신이 대마법사중 한 명이라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킬킬킬~ 그러니까 웃지 않을 수 없지~ 이게 다 내가 벌인 일이니까~"
"예?!"
"그게 무슨?"
"이 몬스터들을 끌고 온 것도, 이 공간으로 들어오게 한 것도 다~~~내가 한 거니까~"
"설,설마..."
"거,거짓말이시죠?"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이 누구건 간에 세인님을 흉내 내지 마라!"
어떤 마법사도 세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현실부정을 하기 시작했고 세인은 어느 때보다 통쾌하다는 듯이 미친 듯이 웃었다.
"킬킬킬~ 사실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보라고~"
딱!
어디서 손가락을 팅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그 틈새를 통해서 키메라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문 안에 있던 마법사들은 갑자기 열리는 성문에 화들짝 놀래서 소리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누가 문을 여는 거야?!"
"문을 닫아 빨리!"
"어떤 미친 놈이 문을 여는 거야?!"
자연스레 마법사들의 시선은 문을 여는 도르래를 향해 돌아갔고 그곳에는 처참하게 찢겨져 죽어있는 마법사와 함께 피 묻은 무기를 들고 있는 검은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은 도르래를 돌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성문이 열리고 있었다.
"저 년들을 죽여!"
마법사들은 성문이 열리면 자신들의 인생도 끝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마법으로 검은 여성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때 검은 여성들의 앞에 우유빛깔의 보호막이 생기면서 수많은 마법공격을 막아주었다.
"저,저건 앱솔루트 실드!"
"8서클 방어마법! 진,진짜로 세인님인 건가?!"
"킬킬킬~ 내가 말했잖아. 내가 맞다고~"
성문이 열린 틈을 통해서 세인이 들어왔고 그 모습을 본 마법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동시에 성문이 모두 열렸고 나가 키메라들이 세인의 뒤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왜...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누구한테 협박을 당하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겠죠?"
"말씀해주십쇼!"
아직도 믿지 못하는 모양인지 이유를 갖다 붙이려고 하고 있었다. 10년 동안 세인을 매일 보던 이들이여서 그런지 더욱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세인은 그게 너무 웃겨서 참을 수 없다는 것처럼 광기에 찬 웃음을 내보내며 얘기했다.
"킬킬킬! 어떻게 된게 말하는게 다 똑같냐~ 그렇게 대답을 원한다면 얘기해줄게~"
세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마법사들은 세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인은 그런 시선을 받는 와중에 대답이 아닌 손가락을 들어서 팅겼다.
딱!
"가라~"
세인의 신호에 대기하고 있던 나가 키메라들이 일제히 들이닥쳤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마법사들은 갑자기 돌진해 오는 키메라들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세,세인! 네 이년!!"
"오,오지마!!"
수많은 마법사들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반항했지만 나가 키메라들에게 찢겨져 나갔다. 그렇게 마법사들은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와 핏덩어리로 변했고 세인은 그런 지옥도 같은 광경을 보고 웃으며 왕성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 루키드 노인을 만나러 가볼까~"
"성문이 뚫렸다고 합니다!"
"적의 숫자와 정체는?"
"약 100여 마리로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단, 그 몬스터들은 상당히 높은 마방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마법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허어...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루키드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고 타차원인 공간에 어떻게 해서 몬스터들이 나타났는지도 추측도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이공간에 들어왔단 말인가?"
루키드와 고위 마법사들이 모여서 방안을 구색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방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오는 마법사가 있었다.
"루키드님! 속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몬스터들을 데려온 인물은 바로 세인님이었습니다!"
"뭐,뭐라고?!"
"지금 대체 뭐라고 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저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허어..."
루키드는 세인이라는 말에 하나둘씩 맞아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차원인 왕성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왕성에 들어온 적이 있는 인물이여서 가능했던 것이었다. 최근에 다르서스에 보낸 세인과 비드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것도 다 세인의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배신을 하는 거냐? 일루드에서 못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루키드님. 명령을 내려주십쇼!"
"이 시간에도 적들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세인의 목적은 분명히 왕성의 중심. 크리스탈 방이겠지."
"크리스탈 방...설마?"
"미친 년!"
크리스탈 방이라는 말에 고위 마법사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왜냐하면 루키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성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을 크리스탈 방에 집결시키도록. 거기서 우리는 농성을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에게 통신을 걸어서 경고를 한다."
"그건 시도해봤는데 불가능한 것으로 판별되었습니다. 현재 왕성 전체에 교란진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전쟁 때도 드물게 사용하는 교란진을 사용하다니. 세인 녀석 단단히 계획했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통신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세인을 막는 수밖에 없다. 크리스탈 방을 넘겨준다면 라마르는 끝장이라고 볼 수 있으니."
"알겠습니다!"
루키드의 말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루키드는 혼잣말로 얘기했다.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옛날부터 궁금했었다. 한번 제대로 싸워보자. 세인."
"윈드 토네이도!"
"파이어 스톰!"
왕성 안으로 들어갈수록 고위 마법사들의 비율이 늘어났고 고위 마법사는 5서클은 기본이고 6서클까지 사용하면서 들어오는 나가 키메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마법에도 키메라들은 피해를 입지 않고 날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쳇! 이것도 통하지 않다니!"
"충분히 시간은 끌었어! 뒤로 후퇴하자!"
디그 마법과 에어 블라스트 등 이동 방해 마법을 사용하면서 마법사들은 뒤로 후퇴했다. 세인은 그런 그들을 보고 자신을 유인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유인하고 있는 건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간에 상관없지만~"
세인은 나가 키메라들을 이끌고 목표하던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목표로 한 방이 있는 층으로 올라온 끝에 세인은 약 100여 명의 마법사가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마법사들을 찢고 왔는데 여전히 이렇게 많은 마법사가 남아있었다.
"많이도 남아있네~"
100여 명의 마법사들이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언제든지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며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루키드가 앞으로 나와서 세인에게 얘기했다.
"잘 왔네. 다르서스의 조사 건은 잘 마무리했나?"
"당연히 잘 처리했지~ 비드도 잘 묻어주었고 말야~"
"비드님이?!"
"비드님을 대체 어떻게 하신 거냐?!"
비드라는 말에 마법사들이 목성을 높여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루키드가 손을 올리면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비드는 죽었나?"
"내가 보내주었지~ 하지만 노인네 주제에 참 끈질겼단 말이야~ 이런 상처도 남기고 갔으니까~"
세인은 얼굴에 있는 상처를 보여주며 얘기했다.
"비드의 성격상 곱게 갈 리가 없지."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걸리적거리는 존재를 이런 상처로 끝냈으니까 이득이야~"
"자네의 목적은 뭔가?"
"알잖아? 그래서 이렇게 크리스탈을 지키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면서~"
"일루드의 붕괴인가? 왜지?"
"킬킬킬~ 그게 그렇게 궁금해? 모두들 나한테 똑같이 물어보네~"
"궁금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일루드의 4대 대마법사 중 하나였네. 그리고 일루드에 있어서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였지. 그런데 그런 자네가 배신을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킬킬킬~ 그렇게 궁금하면 가르쳐주지~ 어차피 너희들은 여기서 다 죽을 테니까~"
"그런가?"
세인의 미소에 루키드도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나는 원래부터 이날을 위해서 일루드에 들어왔어~ 10년 전부터 이 날을 위해서~ 그동안 다른 나를 연기하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10년 전, 처음 들어올 때부터였나? 인생을 살면서 인물 보는 눈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군."
"킬킬킬~ 걱정 마~ 어차피 이제 볼 일도 없으니까~"
세인은 손을 들어서 나가 키메라들에게 신호를 줄 준비를 하였다. 나가 키메라들도 그것을 아는 모양인지 침을 질질 흘리며 앞으로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루키드가 세인에게 얘기했다.
"세인. 내가 네게 충고를 했던 것을 기억하나?"
"앙?"
"언제든지 어느 상황이든 간에 방심은 하지 말라고. 그런 나의 충고를 자네는 잊은 모양이네."
"뭔 소리야?"
"8서클 마법사이면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세인은 루키드의 말에 급하게 고개를 내려서 바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새겨져 있는 흐릿하고 거대한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100마리의 키메라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마법진을.
"...젠장."
"발동!"
루키드의 말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세인을 비롯한 100여 마리 키메라를 모두 감쌀 정도로 커다란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키에에엑!!"
"크륵!"
"윽!"
마법진이 빛나는 동시에 키메라는 물론이고 세인까지 바닥에 엎드렸다.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 누르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압박으로 인해서 그들은 일절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세인을 향해 루키드는 조금씩 걸어가면서 얘기했다.
"그래비티 마법진이네. 30배 중력으로 숨쉬기조차 힘들겠지."
"노...노인네가..."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나? 이처럼 중력을 강화시킨다면 마법으로 판별되지 않아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네."
루키드의 말대로 키메라들은 일체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 그러면 한번 진득하게 얘기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못해왔던 이야기를 말이네."
루키드는 한 손에 파이어볼을 만들며 얘기했다.
"물론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네. 그러니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으면 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