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24화 (224/360)

18장 일루드의 붕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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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일루드의 붕괴(5)

"통신망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 2200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한참 남았군."

린가드는 뒤에서 쫓아오는 나가 키메라들을 보며 부대원에게 얘기했다.

"오른쪽 3층 건물에서 5마리 감지됩니다!"

"에윈! 맡기겠다!"

"예!"

에윈이라고 하는 전투 마법사는 린가드의 명령에 맞혀서 뛰면서 마법을 준비했다. 그리고 아크드가 말해준 것처럼 5마리의 키메라가 건물 위에서 떨어져 덮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에윈은 타이밍에 맞혀서 마법을 사용했다.

"샌드 윌!"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생성되면서 나가 키메라들의 공격을 막았고 동시에 그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흙벽이 그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에 5명은 멈추지 않고 달려갔다.

"약 100미터 앞에서 키메라의 무리가 감지됩니다!"

"숫자는?!"

"약 40여 마리!"

"우회한다! 일제히 오른쪽으로!"

린가드의 말에 5명의 인원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린가드의 머릿속에는 통신망까지 가는 모든 길이 입력되어 있었고 수없이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제일 최적화된 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항상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였고 동시에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다.

"정면에 키메라의 무리!"

"일제히 왼쪽으로!"

"안 됩니다!"

"뭐?!"

"왼쪽에도 키메라의 무리가 감지됩니다."

"오른쪽은?"

"오른쪽은....오른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젠장! 포위됐나?"

통신망까지 약 1000미터 정도의 거리를 남겼을 때 키메라들에게 포위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포위망을 뚫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면을 뚫는다! 로즈! 샌드 윌 마법을 준비해라!"

"예!"

린가드의 말에 4명의 부대원들은 마법을 준비하면서 정면으로 돌격했다. 정면에는 약 30여 마리의 키메라들이 있었고 그들은 투명마법을 사용하는 5명을 똑똑히 바라보며 침이 뚝뚝 흘리고 있는 입으로 공격하려고 했다. 이어서 키메라와 전투 마법사가 서로를 향해 돌격하면서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고 이내 키메라들이 입으로 그들을 씹으려고 하려는 찰나, 로즈가 마법을 사용했다.

"샌드 윌!"

에윈이 사용했던 샌드 윌과 똑같이 흙의 벽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전과 다르게 흙의 벽이 전투 마법사들의 발밑에서 생성되었고 동시에 포물선의 형태로 높이를 키워갔다. 흙의 벽은 키메라들을 넘어간 후에 조금씩 높이를 줄여갔고 동시에 전투 마법사도 흙의 벽에서 내려와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키메라들은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보다가 이내 전투 마법사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정면은?!"

"현재 감지되는 것은 없습니다!"

"좋아! 이대로 계속 진행한다."

린가드는 예상외로 순차롭게 통신망까지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린가드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세상사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로우면 그와 정반대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린가드의 예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뭐야?"

"어두워졌다?"

린가드와 4명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5미터 앞만 봐도 여전히 환했는데 자신들이 있는 곳만 어둠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위화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둠이...움직인다?"

"이건...그림자다!"

"그림자?!"

"모두 위를 봐라!"

린가드의 말에 4명의 부대원은 고개를 위로 올렸고 동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날고 있는 와이번 키메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와이번은 약 10미터에서 20미터 사이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와이번 키메라는 어떻게 된 것인지 25미터 이상은 되어보였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먹잇감을 보는 듯한 눈으로 린가드를 비롯한 5명을 바라보고 있었고 비이상적으로 붙은 검은색의 피부는 더욱 괴상하게 느껴지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린가드는 와이번의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되는 순간 와이번의 행동이 변하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모두 피해!!"

날개를 접고 고속으로 떨어지면서 가까워지는 와이번 키메라를 본 린가드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린가드의 소리에 맞혀서 4명의 부대원들은 몸을 옆으로 굴렸고 와이번이 한순간에 바닥을 치고 나가면서 다시 올라갔다. 와이번이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풍압만으로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였다. 어떻게 저런 거구의 몸에서 이런 스피드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린가드는 부대원들의 생환을 확인하였다.

"모두 괜찮나?!"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대장님!"

"무슨 일이냐?!"

"윈,윈프가!"

아크드는 창백한 안색으로 와이번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고 린가드는 와이번의 발톱에 잡혀서 아등바등하고 있는 윈프를 볼 수 있었다. 윈프는 양손으로 와이번의 발톱을 있는 힘껏 벌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톱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윈프 뿐만 아니라 린가드를 비롯한 전투 마법사들도 윈프를 구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린가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얘기했다.

"우리의....임무는 통신망이다! 모두 멈추지 않고 이동한다!"

"...예!!"

린가드와 3명의 부대원은 애써 윈프를 외면한 채 통신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윈프도 그 모습을 보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자신을 끌고 가는 와이번을 보며 윈프는 얘기했다.

"네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는 몰라도 너는 큰 실수를 했어. 바로 나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지!"

윈프는 미리 어금니 속에 준비해두었던 조그마한 구슬을 혀로 움직여서 목으로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마나를 목을 통해 지나가는 구슬을 향해 집중시켰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이 내부부터 빛나면서 살이 마치 물 끓는 것처럼 울퉁불퉁해졌다. 그리고 내부에서 빛나는 빛은 마치 작은 태양을 보는 것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밝혔고 그의 몸이 이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와이번 키메라는 발톱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에 그를 놓으려고 했지만 윈프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도 와이번의 발톱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나랑...같이...가자고."

"키에에엑!!"

와이번은 발톱이 녹는듯한 열기에 미친 듯이 허공을 움직이며 윈프를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윈프는 자석처럼 발톱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빛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 윈프의 몸을 중심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반경 40미터를 산산조각낼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었다. 물론 매개체 역할을 했던 윈프의 몸은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았고 강화된 몸을 가지고 있는 와이번 키메라조차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다져진 고기로 변해서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 폭발을 본 린가드와 3명의 부대원들은 윈프를 묵념하며 계속 이동하기를 쉬지 않았다.

'마인의 유혹을 사용했군. 여차하면 나도...'

린가드는 어금니에 있는 구슬을 인지하면서 생각했다. 윈프가 사용한 구슬은 바로 전투 마법사들이 소유하고 다니는 특별한 물건으로 '마인의 유혹'으로 불리고 있었다.

마인. 마나의 폭주로 한순간 이성을 잃고 자신의 생명력까지 모두 소모하면서 싸우는 마법사의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게 너무나 과도한 마나를 받아들인 마법사들 중에서 드물게 마인화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마인은 평소 때와 차원이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생명력까지 모두 소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명력을 모두 사용하고 이성을 잃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평소 때와 차원이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장점을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한 전투 마법사부대는 일부러 마인화를 시켜 적을 섬멸하고 자신도 죽는 자폭용도로 '마인의 유혹'이라는 물건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마인의 유혹'은 나가와의 전쟁을 통해서 충분한 효과를 입증할 수 있어서 전투 마법사부대는 필연적으로 지참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었고 다른 부대 마법사들도 일부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벌써 윈프를 포함해서 총 6명의 부대원이 '마인의 유혹'을 사용하면서 자폭을 했다.

'처음 부대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 물건을 사용할 날이 올지 의심이 갔지만 결국 그 날이 오게 되었군.'

화려하게 폭발한 윈프와 와이번 키메라를 보면서 린가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크드. 통신망까지의 거리는?"

"약 500미터. 거의 다 왔습니다. 저깁니다!"

아크드는 전방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린가드는 손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서 통신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그림자가 다가오면서 주변이 어두워진 것을 알아차린 린가드는 소리를 질렀다.

"피해!!"

린가드의 말에 3명의 부대원은 곧바로 몸을 굴렸고 와이번 키메라가 엄청난 스피드와 함께 지나갔다. 다행히 이번에는 와이번에게 잡힌 인원이 없었고 그것을 분개하는 모양인지 와이번은 울음소리를 내보내며 다시 한 번 날개를 접고 내려오고 있었다.

"일제히 오른쪽으로! 건물 사이로 들어간다!"

넓은 도로에서는 와이번의 공격을 쉽게 당할 수 있었지만 건물 사이의 길로 이동한다면 와이번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린가드는 알기에 상황에 맞는 적절한 명령을 하였다. 그 결과 와이번은 위에서 활공하면서 린가드의 일행들을 따라다녔지만 들어오지 못하고 날아다니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건물 사이사이로 다니면서 린가드와 3명의 부대원은 통신망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다!"

통신망은 약 10층 건물의 크기로 매우 높은 건물 중 하나였다. 통신망의 제일 꼭대기에는 전파통신을 해주는 원반형의 물체가 있었고 중간중간에 창문이 존재했는데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딱 한 개밖에 없었다. 통신망에 도착했다는 기쁨에 3명의 부대원 중 한 명인 에윈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때 아크드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소리쳤다.

"문을 열면 안 돼!!"

"뭐?"

아크드가 급하게 얘기했지만 이미 에윈이 문을 열고 난 뒤였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틈새로 수많은 검은 팔들이 나왔고 에윈이 반응도 하기 전에 그를 잡아채 갔다.

"으아아아악!!"

우드드득. 뿌지직.

수많은 키메라들이 에윈에게 달려들었고 살과 피가 찢겨 나가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린가드는 그런 광경을 보고 이를 갈면서 아크드에게 소리쳤다.

"아크드! 통신망에 몇 마리나 있는 거지?"

"10...20...30...총 50여 마리 정도 있습니다!"

"쳇. 존나게 많군. 꼭대기 층은?"

"현재 1층부터 6층에 대부분 몰려있고 꼭대기 층에는 없습니다."

"로즈! 바람마법으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다!"

"예!"

린가다의 명령을 받은 로즈가 마법을 시전했고 그와 동시에 린가드 및 2명의 몸이 동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브리즈!"

브리즈는 아주 약한 바람을 사용하는 마법으로 공격용 마법이 아닌 일상에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목적으로 둘 때는 제일 적절한 마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하지 않고 산들거리는 바람으로 꼭대기층에 올라갔고 창문을 통해서 린가드와 2명의 부대원은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제일 먼저 들어와서 하는 것은 바로 꼭대기 층으로 들어오는 문에 바리게이트를 쌓는 것이었다.

"나는 통신 연결에 주력할 테니 너희들은 방어에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쇼!"

자신들이 올라온 것을 눈치챈 모양인지 벌써부터 키메라들이 계단을 통해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즈와 아크드는 방에 있는 서랍이나 책상 등 옮길 수 있는 물건은 몽땅 움직이면서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그리고 두 명이 바리케이트를 쌓는 사이에 린가드는 눈앞에 있는 통신기계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통신이 지금 되는지 확인 차원에서 작동시켜봤는데 역시 예상대로 잡음만 나올 뿐이고 일절 통신이 되지 않고 있었다.

"역시 되지 않는군. 그렇다면 크리스탈에 어느 정도의 마나가 있는지 봐야겠어."

린가드는 통신기계를 직접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때 바리게이트와 함께 쌓은 문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들썩이기 시작했다. 로즈와 아크드는 신체강화 마법을 한번 더 사용하고 문에 온몸의 힘을 주며 버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부대장!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어서!"

"알고 있다고!"

린가드는 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고 이내 크리스탈의 잔존량이 적힌 숫자를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23%라고 적혀져 있었다.

"23%...이 크리스탈의 마나 수용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최소 200%는 넘어야 할 거야."

린가드는 크리스탈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스트롱 마법으로 증가된 힘을 사용하여 억지로 열었다. 그리고 운이 좋은 모양인지 정확히 크리스탈이 거치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빙고."

이어서 린가드는 크리스탈에 손을 얹고 크리스탈에 남아있는 마나의 양을 확인하였다.

"...마트가 선견지명을 했군. 우리 5명의 생명력까지 투자했어도 200%는 불가능했을 거야. 더구나 이렇게 3명밖에 없으니."

쿵! 쿵! 빠지직.

"부대장님! 문이 부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워터 앤 프리즈!"

문의 틈새를 통해서 물을 뿜어내어 계단을 흥건히 적셨고 동시에 동결 마법을 사용하여 계단의 마찰력을 줄였다. 그러면서 키메라들이 미끄러지면서 뒤엉켰고 조금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린가드는 그 틈에 오른손에는 품속에 깊숙이 숨겨놨던 마트의 마나보석을, 왼손으로는 통신기계의 크리스탈을 잡고 눈을 감았다.

"좋아...해볼까."

린가드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였다. 마나보석에 있는 마나를 자신의 몸에 흡수한 다음에 그 마나를 다시 크리스탈에 넣으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몸을 연결체로서 마나를 유동시키는 것이었다. 문제는 마나의 양을 잘못 인식하여 이동시키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마나보석에서 15의 양을 흡수하고 크리스탈에 5의 양을 공급한다면 10의 양의 마나가 몸속에 남아있게 된다. 하지만 이 양이 린가드의 그릇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한다면 린가드는 아마 마나폭주를 견디지 못하고 마인이 되거나 폭발하면서 죽게 될 것이다.

거꾸로 마나보석에서 5의 양을 흡수하고 크리스탈에 15의 양을 공급한다면 10의 양의 마나가 부족하여 그만큼 생명력에서 사용한다. 그리고 똑같이 그 양이 린가드의 생명력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라면 린가드는 아마 생명력이 모두 소산되어서 비쩍 마른 미라가 되거나 피를 토하며 죽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10의 양을 흡수한다면 10의 양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 양이 숫자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감으로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생명에 지장이 있었다. 하지만 린가드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마나를 흡수하고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그런 리스크까지 생각하고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여유가 있지 않았다.

"으윽..."

조금만 수요와 공급이 달라도 몸이 삐그덕대었다. 뒤에서는 키메라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그쪽 상황에 일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린가드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린가드의 상황을 안 로즈와 아크드는 기를 쓰고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둘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었다.

뿌드드득...쾅!!

결국 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고 그 틈을 통해서 키메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윈드 블라스트!"

아크드가 바람 마법으로 들어오는 키메라들을 한번 더 날려 보냈다. 하지만 문제는 둘 다 마법을 계속 사용해서 마나가 거의 고갈상태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헉...헉...로즈. 얼마나 남았어?"

"4서클 마법 2번 정도...신체강화는 약 5분 정도 남았고."

"그래? 나보다 많이 남았네."

아크드는 날려 보냈던 키메라들이 다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로즈에게 얘기했다.

"부대장은 맡길게."

"...알겠어. 그동안 즐거웠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아,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뭔데?"

아크드는 어금니 속에 숨겨놓았던 '마인의 유혹'을 삼키며 얘기했다.

"사실 나 너 좋아했어. 죽기 전이 돼서야 용기가 생겨서 미안."

그 말을 끝으로 아크드의 몸은 태양처럼 빛나기 시작했고 살이 울퉁불퉁해지며 불안정하게 변해갔다.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아크드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키메라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 학살을 시작하자!"

아크드는 몸이 내부에서 들끓고 외부에서 타오르는 고통을 느꼈지만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무한하게 느껴지는 충만한 힘을 사용하여 키메라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생전에 사용해보지 못한 고서클의 마법을 난무하며 수많은 키메라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키메라들의 마방능력도 있지만 수십 마리에 달하는 키메라들은 계속해서 아크드를 덮쳤고 이내 아크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둘러싸았다. 그리고 이어서...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마치 통신망이 부서질 것을 염려한 것처럼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키메라들만 산산조각낼 정도로 작은 폭발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드를 둘러싸고 있던 30여 마리의 키메라들이 즉사하였다. 로즈는 그런 광경을 끝까지 지켜봤고 이내 한 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다.

"바보 자식...그런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고."

로즈는 자신과 단둘이 남은 부대장, 린가드를 쳐다보았다. 린가드는 두 눈을 감은 채로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하고 있었고 30여 마리가 죽었음에도 계단을 통해서 또 다시 올라오는 키메라들을 볼 수 있었다. 로즈는 그런 키메라를 질린 듯이 쳐다보았고 이내 듣지 못하는 린가드에게 얘기했다.

"저도 갔다 오겠습니다. 부대장님."

'160....170....'

린가드는 크리스탈의 수용도를 느끼며 계속해서 마나의 흡수와 공급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었지만 남은 시간 동안에도 성공할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한 치라도 실수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망하게 변할 것이 뻔했다.

'180....190....거의 다 됐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린가드는 결국 목표로 했던 200%까지 채우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됐다!"

린가드는 크리스탈과 마나보석에 손을 떼면서 기쁨의 목소리를 내보냈다. 자신이 마나를 옮기는데 실패하지 않고 성공한 것에 기쁨을 느꼈고 그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성공했다! 이제 보내기만 하면...."

린가드는 자신의 성과를 얘기하기 위해서 고개를 뒤로 돌아봤다. 하지만 린가드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기쁨의 감정이 순식간에 식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수많은 발톱에 찔린 채 싸늘하게 식어있는 시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시체는 마지막까지도 키메라들이 들어오는 것을 염려했던 모양인지 문앞에서 몸으로 막은 채 죽어있었다.

"로즈..."

죽어서까지 지키겠다는 집념 때문인지 로즈는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있었다. 린가드는 그런 로즈의 눈을 손으로 감겨주고 뒤에 있는 수많은 키메라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통신망 내에 살아있는 키메라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명이서 그 많은 키메라들을...정말 노력했구나. 저승에서 내가 칭찬해주마."

린가드는 혼잣말을 하며 이내 통신기계 앞에 섰다. 그리고 작동버튼을 보고 한숨을 한번 쉬었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통신이 잡히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린가드는 버튼 위에 손을 올리고 얘기했다.

"제발...돼라!!"

린가드는 온 힘을 다해서 작동버튼을 눌렀고 이내 잡음이 시작되면서 통신기계의 크리스탈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을 내는 이유는 마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잡음이 계속 된다는 것은 아직 신호가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발...제발..."

크리스탈은 갈수록 빛의 세기가 줄어만 갔고 잡음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처럼 이어져갔다. 그리고 그런 기다림이 린가드에게는 마치 영원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초조하고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키며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크리스탈의 빛은 이제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졌다. 그런데 여전히 잡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안 돼...안 돼, 안 돼!!"

이내 크리스탈의 빛은 아예 사라져서 암흑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마나를 다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했고 린가드는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젠장,젠장!! 이래도 안 되는 거냐?! 더 이상 뭘 내놓으라고!!"

린가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내 부대원들을 모두 바쳤다! 그러고도 부족하냐?! 그렇다면 내 목숨도 바치겠다! 제발 우리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아라!!"

하지만 그런 절규에도 불구하고 통신기계의 잡음은 계속 되었다. 린가드는 그런 신의 부조리함을 느끼며 무기력하게 통신기계에 등을 대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아니, 뭘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게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이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것을 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허망감, 절망, 무기력 등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얼마나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을까? 린가드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푸하하핫!! 진짜 웃기구나!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였구나! 푸하하핫!!"

웃음은 끝없이 이어졌고 눈물이 나와도 쉬지 않았다. 다른 키메라들이 들을 수도 있었지만 린가드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이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그렇게 허망한 웃음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았지만 그런 웃음도 한 목소리에 의해서 끊어졌다.

[아아. 여기는 라마르의 통신부대원인 폴트입니다.]

"통신이...됐어?"

[용건을 말해주십쇼.]

마치 하늘이 자신의 말을 들어줬다는 것처럼 갑자기 통신이 되었다. 린가드는 자신이 환청을 듣고 있는지 의심이 되었지만 계속되는 목소리가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린가드는 어떤 때보다 더한 기쁨을 느끼며 통신기계를 향해 다가갔다.

"여기는 다르서스! 전투 마법사 32부대장 린가드다!"

[예. 들립니다. 용건을 말해주십쇼.]

린가드는 서로간의 대화가 된다는 것에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좀 전에는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쳤지만 지금은 그와 정반대로 긍정적인 감정들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그러한 감정을 린가드는 만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소식을 알리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여 이내 자신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현재 다르서스는 공격을 받..."

콰직!

"....."

린가드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디서 날아온지 모르는 갈고리가 통신기계를 관통했고 동시에 이어지고 있던 통신이 단번에 끊겼다. 린가드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그에게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조금씩 이해시켜주었고 그의 몸은 이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여 어떤 때보다 분노를 표출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누구야?! 어떤 개자식이야!!!!"

"나야~"

린가드가 신체 강화마법으로 강화된 주먹으로 휘둘렀는데 상대는 가볍게 그 주먹을 피하면서 동시에 들고 있는 갈고리를 휘둘렀다. 갈고리의 움직임은 린가드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린가드가 주먹을 한번 휘둘렀을 때 이미 상대는 반대쪽에 도착해 있었다.

"크윽!"

그리고 이어서 린가드의 몸에 갈고리가 지나간 수많은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튀어나왔다. 그 정도로 상대의 공격은 빨라서 보이지 않았다.

"이자식...일부러!"

상대가 일부러 치명타는 주지 않고 힘줄만 자르고 지나간 것을 눈치챘다. 한 마디로 자신을 갖고 놀려고 하고 있었다.

"킬킬킬~ 너 같은 녀석이 꼭 있을 줄 알았지~ 이 녀석을 배치해두길 잘했어~"

"네년은 누구냐?! 누구길래 방해하는 거야?!"

"나? 난 세인. 아니지. 이 몸의 주인은 다른 이름이지. 뭐, 알아서 뭐해? 어차피 죽을 텐데."

"세인...배신자 네 년이였냐?!"

"킬킬킬~ 그럼 누구인 줄 알았어? 하여튼 수고했어~ 통신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정말 재밌었어~ 쓸모없는 노력이였지만~"

"네 년도 일루드의 무서움은 아는가 모양이구나! 통신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일루드가 무섭다고? 킬킬킬~ 참 재밌는 농담이네~ 내가 통신을 막는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어~ 더 효율적으로 일루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

"흥. 키메라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킬킬킬~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지~ 그러고 보니 네 부하들은 정말 불쌍하네~ 너만 믿고 목숨을 던졌는데 실패했으니까 말이야~"

"더러운 네 년의 입으로 말을 내뱉지 마라!"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던가~ 너같이 약한 녀석에게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야~"

검은 여성은 피가 묻어있는 갈고리를 혀로 핥으며 린가드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갈고리를 든 채 그를 고문하려는 찰나 린가드가 한 손을 펼치면서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아냐?"

"응? 모르겠는데?"

"이건 마트가 준 마나 보석이지. 그리고 크리스탈에 마나를 옮겼음에도 상당히 많은 마나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마나가 담긴 보석을 부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폭발밖에...네놈 설마?"

"네년과 같이 갈 수 없다는게 한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과 함께 죽어야겠다."

"어디서!"

검은 여성은 갈고리로 린가드의 손을 베려고 했지만 린가드가 주먹으로 마나 보석을 부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고 박살 난 마나 보석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통신망을 중심으로 반경 50미터를 초토화시켰다.

그렇게 린가드는 폭발과 함께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생각했다.

'아쉽군. 마트가 마시자고 했던 술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런 아쉬움도 잠시 린가드는 자신을 마중 나오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의식의 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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