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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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8)
듀로크는 왕성을 나왔는데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3명을 보고 얘기했다.
"너희들은 어디 가는 거야?"
"저희요? 듀로크 오빠를 따라가는 거에요."
"나?"
"예."
듀로크는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클레아의 말을 듣고 소피아와 로아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둘도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아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를 따라와도 별로 재밌을 거 없을 텐데?"
"그건 저희가 결정하는 거죠. 오빠가 결정하는게 아니잖아요?"
"...명답이네. 그러면 반대로 물을게. 너희들은 가고 싶은 곳 있어?"
"저희요? 저는...찻집?"
"소피아와 로아프는?"
"전 도서관이요."
"저는...공원에 가고 싶어요."
"찻집, 도서관, 공원이라...좋아. 오늘은 너희들과 어울려줄게."
"정말요?!"
"예?"
듀로크의 말에 3명은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 바라보았다.
"어차피 나도 딱히 할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평화를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평화를 만끽해야지."
"역시 듀로크 오빠에요!"
클레아는 듀로크의 팔짱을 끼며 다가왔고 듀로크는 손으로 볼을 긁적이며 조금 쑥쓰러워했다.
"그런데 그란 왕국에 찻집과 도서관, 공원이 있었던가?"
"어떻게 그란 오빠랑 왕국을 설립하신 분이 그것도 몰라요?"
"그런데 관심이 있어야 말이지. 그러는 클레아는 알아?"
"당연히 알죠.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얘들아 가자."
클레아는 소피아와 로아프에게 윙크를 했고 둘은 클레아를 든든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뒤를 따라갔다. 듀로크는 그런 3명을 보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조용히 따라갔다.
"여기야?"
"예. 어때요? 생각했던 것과?"
"으음...나는 이상한 찻집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찻집이네?"
듀로크는 오크가 지은 허름한 가게에 이상한 풀을 우려내서 만든 차가 나오는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가게는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찻집이였고 내부도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당연하죠. 듀로크 오빠는 라이언 왕국에서 온 인간분들을 잊으신 거에요?"
"그중에 한 명이 찻집을 만든 거야?"
"그렇죠."
"흐음...내가 생각하기에 장사가 잘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크가 저런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은 아무리 상상해도 불가능하거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찻집이 그란 왕국에 몇 개나 있을까요?"
"과연. 경쟁자가 없다는 건가?"
"그리고 저처럼 의외로 인간분들이 많이 찾아와요. 자, 안으로 들어가죠."
클레아는 먼저 들어갔고 듀로크를 비롯한 3명은 그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응? 클레아 아니니?"
"안녕하세요. 리자 언니."
30대의 여성으로 보이는 점장이 클레아를 맞이해주었다.
"오늘은 다른 분들이랑 왔네? 귀여운 아가씨들과...마법사분?"
"예. 여기는 제 친구인 소피아와 로아프라고 하고 마법사는 듀로크 오빠라고 해요."
"그렇구나...잠깐 듀로크?...혹시 그 9서클 마법사인?"
"예. 맞아요."
점장은 듀로크라는 말이 놀라웠던 모양인지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점장을 본 듀로크는 한쪽 손을 들고 얘기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그저 일개 마법사면서 클레아의 아는 오빠인 손님일 뿐입니다."
"그,그렇군요."
"언니. 항상 먹던 차로 4개 준비해주세요."
"알겠어."
점장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클레아를 비롯한 4명은 빈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듀로크도 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두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듀로크 오빠."
"응?"
"이제는 지팡이를 쥐고 있지 않아도 위압감이 나오지 않네요?"
클레아의 말에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눈치가 늘었구나."
"어떻게 된 거에요?"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제 완전히 흡수하게 되었지."
"그렇다는 말은...더 강해지신 거에요?"
"흐음...1년 전과 비교한다면 아마?"
"그 경지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클레아. 한 가지 가르쳐줄게. 로아프도 잘 들어."
"예."
"경청할게요."
"세간에서는 9서클 마법사라고 하면 마법에 있어서 극한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잖아?"
"그렇죠."
"그건 정확히 말하자면 틀린 말이야."
"예?"
"9서클에 오른 나조차도 마법의 끝을 모르겠어. 더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남아있는 기분이야. 그리고 같은 9서클 마법사라도 똑같은 힘을 발휘할까? 센스, 경험, 마법의 응용도 등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서 서로 다른 힘을 내보낼 거야."
"그렇군요."
"그리고 9서클이란 등급을 누가 만들었을까? 신? 드래곤? 아니면 마법사들? 하여튼 누가 만들었든 간에 나는 9서클이라는 등급이 그들이 만들어낸 마지막 벽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해."
"마지막 벽..."
"그래. 과거에 어떤 존재들도 9서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거야.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도달하지 못했을뿐 그 이상의 등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과연 존재할까요?"
"모르지. 하지만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어. 처음에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았을 때도 나는 9서클 마법사였어. 그리고 지금도 9서클 마법사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싸운다고 하면 백이면 백. 지금의 내가 이길 거야. 똑같은 9서클 마법사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듀로크 오빠는...누가 정한 한계를 자신의 한계라고 정하지 말라는 건가요?"
"역시 소피아야. 맞아. 이런 비슷한 실험 사례가 있어. 어떤 벼룩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벼룩은 15cm까지 점프를 할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벼룩을 10cm 크기의 유리컵에 넣어두었지. 그러자 벼룩은 계속 점프를 하면서 유리컵에 부딪혔어.
그렇게 벼룩은 유리컵에 부딪히면서 점프를 하다가 어느새 점프력을 낮추면 유리컵에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난 후에 유리컵을 치웠어. 그러자 벼룩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아?"
"글쎄요?"
"정답은 원래 15cm 점프를 하던 벼룩이 10cm 미만으로 점프를 계속한다는 거야. 유리컵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즉, 유리컵이 9서클과 같이 우리가 정한 한계를 뜻하는 거죠?"
"아!"
"그렇구나!"
소피아의 말에 클레아와 로아프가 감탄사를 내보냈다.
"맞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리컵처럼 누가 정한 한계에 맞혀서 뛰지 말라는 거야. 본인의 능력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명심할게요."
"자. 어려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차가 나온 것 같으니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점장이 4개의 차를 타가지고 가져왔다. 듀로크는 가면을 살짝 들어서 차를 마시고 음미하였다.
"으음...솔직히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이건 괜찮은걸?"
"그렇죠? 아주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찻집의 장점이에요."
"그런데 찻집에 오면 차를 마시면서 뭘 하는 거지?"
"지금처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면 돼요."
"그래? 그럼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들 있어?"
"당연히 있죠!"
"저도 있어요!"
"저도요!"
듀로크의 물음에 3명은 손을 들고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듀로크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당황하며 두 손을 들고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클레아의 바람대로 찻집에서 수다를 떨면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은 도서관인가?"
"예. 도서관은 제가 알고 있으니까 저를 따라오세요."
이번에는 소피아가 앞장서기 시작했고 그 뒤를 3명이 따라갔다. 도서관을 지으라고 명령한 것은 듀로크였지만 그 이후로 전적으로 로그에게 맡기면서 실제로 도서관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피아를 따라가서 도착한 도서관을 봤을 때 듀로크는 솔직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도서관이야?"
"예. 크죠?"
"장난 아닌데? 내가 이렇게 커다랗게 지으라고 했었나?"
도서관은 거의 학교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 처음에 듀로크가 도서관을 지으라고 했을 때는 이 정도의 크기가 아니였다. 왜냐하면 오크들이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해봤자 거의 존재하지 않았을뿐더러 외부에서 책을 수입해서 도서관을 채운다고 해서 이용할 오크들이 없을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서관은 최근에 엄청난 확대공사를 거쳐서 크기를 부풀어갔다. 그런 확대공사를 명령한 것은 바로 로그였고 그렇게 도서관을 크게 만든 이유는 바로 라이언 왕국의 유입 때문이었다.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오크가 드물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라이언 왕국의 인간들도 과연 그럴까?
로그는 그런 의구심을 떠올렸고 고민 끝에 답은 아니요라는 것으로 판별되었다. 인간 중에 지식을 탐구하는 이는 많았고 더구나 오크들도 학교에 다니면서 지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갔기에 도서관의 확장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 후로 외부에서 수많은 책들을 수입해왔고 도서관을 확장하면서 안의 내용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게 바로 눈앞에 있는 도서관이었다.
"제가 듣기로는 이번에 라이언 왕국의 유입으로 인해서 확장했다고 들었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죠."
소피아는 도서관에 와서 그런지 반짝이는 눈으로 하이텐션이 되어있었다. 듀로크는 그런 소피아의 모습에 소피아가 평소에는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니 저건 유전인가? 소크라 백작도 그러는거 보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서관에 들어간 듀로크는 상당히 많은 인간들이 출입하고 있고 드물게 오크들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가 보네?"
"어서 오십쇼. 무슨 책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도서관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듀로크를 비롯한 4명에게 다가와서 얘기했다.
"아...그게..."
듀로크는 직원의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사이에 소피아가 옆에서 끼어들어서 직원에게 얘기했다.
"지금 휴게실에 자리가 있나요?"
"아. 휴게실을 사용하실 예정입니까? 제가 한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직원은 그 말을 하고 사라졌고 듀로크는 소피아를 바라보고 얘기했다.
"휴게실?"
"예. 책을 빌려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읽어도 되는 공간이에요. 다른 공간에서는 조용히 하는게 예의지만 휴게실에서는 적당한 대화도 가능하거든요."
"그래?"
동료직원한테 물어보고 온 직원은 다시 다가와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마침 지금 자리가 비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듀로크 오빠, 가죠."
"알겠어. 그럼 나는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고를 테니까 먼저 가 있어."
"알겠어요. 클레아 언니와 로아프는 제가 이끌고 갈게요."
"그래. 부탁한다."
소피아는 그 말을 하고 클레아와 로아프와 함께 사라졌고 혼자 남은 듀로크는 도서관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전생에 있던 도서관과 별반 다를 바 없군. 오랜만에 여유롭게 책이나 읽어볼까?"
도서관에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었다. 역사, 병법, 심리학, 사회, 요리, 문화 등 갖가지의 종류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 많은 책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한 책이 듀로크의 눈에 들어왔다.
"신과 대륙의 탄생?"
책은 특이하게 청아한 남색 빛깔을 내고 있었다. 제목부터 뭔가 흥미를 느낀 듀로크는 그 책을 꺼내서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에 가디르란 존재가 나타났다. 가디르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서 가디르가 최초로 한 일은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우주를 만들고, 행성을 만들고, 생명체를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그는 만물의 창조자가 되었다.]
"가디르?"
[가디르는 창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창조하는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만든 창조물들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창조하는데 너무 심취한 나머지 우주는 너무나 광활해졌고 만물의 창조자인 가디르조차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보다 떨어지지만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하위 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위 신이라..."
[가디르에게서 탄생한 하위 신들은 각자 하나의 행성을 관리하는 임무를 받았다. 그리고 그런 하위 신들 중에서 지금 우리가 있는 행성을 맡게 된 신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트레비아였다.]
"트레비아?"
[그는 인간, 드워프, 엘프, 오크라는 4개의 대표적인 종족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족, 몬스터, 드래곤 등도 창조해내었다. 바로 이 트레비아 대륙에.]
[하지만 신인 트레비아조차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신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이 만든 창조물에 간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대륙에는 수많은 번영과 멸망이 반복되었다. 어떨 때는 마족들의 힘이 너무 강력하여 멸망하였고 어떨 때는 인간의 힘이 너무 강력하여 다른 종족들을 모두 몰살시켰다.
어떨 때는 지나칠 정도로 번영해서 자원이 부족해 서로 자원전쟁을 하다가 자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수많은 일들을 통해서 트레비아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깨달은 것?"
[바로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번영과 평화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플러스 인자라고 하면 전쟁과 학살처럼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마이너스 인자였다. 지나칠 정도로 번영해서 자멸하는 경우는 플러스 인자가 너무 많은 것이었고 마족들의 강림으로 대륙이 멸망했을 때는 마이너스 인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었다. 그 플러스, 마이너스 인자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여 제로에 가깝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트레비아는 깨달았다.]
"맞는 말이지.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면 좋을 리가 없지. 그런데 이런 책을 누가 만든 거지?"
듀로크는 책의 저자를 보기 위해서 맨 뒤 페이지를 봤는데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저자 : 트레비아]
"풋! 필명인가? 누가 적어도 정말 자신감있게 지었군. 신의 이름으로 짓다니."
듀로크는 피식 웃은 후에 읽다가 멈추었던 곳을 찾아내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트레비아는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어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는게 다반수였기 때문이었다. 플러스 인자가 많아서 마왕을 강림시키려고 계획했는데 어떤 용자가 미리 마왕을 봉인하는 일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어떨 때는 마이너스 인자가 많아서 용사를 태어나게 했는데 사고로 일찍 단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발생했다.]
[트레비아는 그런 상황 속에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한쪽 인자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면. 차라리 일이라도 규칙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트레비아에게 하나의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구원의 손길?"
[트레비아에게 구원의 손길을 준 이는 바로 다른 차원에 있는 동료 신이었다. 그는 트레비아의 고민을 듣고 얘기했다.]
【그럼 너는 마이너스 인자에만 신경을 써. 플러스 인자는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어떻게?】
【내 행성에서 죽은 이들을 네 행성에서 환생시키는 거야.】
【뭐?】
【그거 알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인자가 더욱 높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들은 더 살 수 있는 인생을 빨리 단명했기 때문에 그만큼 남은 인생의 인자가 남아있는 거야.】
【그렇구나.】
【그래서 내 행성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 중 플러스 인자가 높은 이들을 보내줄게. 그러면 너는 한쪽에만 신경 쓸 수 있잖아?】
【하지만 나는 환생한 이들에게 관여할 수 없어. 그들은 내 행성이 아닌 네 행성에서 온 이들이니까.】
【그렇겠지.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네 행성에서 마이너스 인자가 제일 높은 건 뭐야?】
【마왕이지.】
【그럼 마왕을 규칙적으로 강림하게 만들어. 그럼 내가 강림하는 시간에 맞혀서 죽은 이들을 보낼테니까.】
【그렇구나. 그러면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하지만 네가 보낸 이들이 우연치않게 죽으면 어떻게 해?】
【그럼 얘기해. 더 보내줄 테니까.】
【고마워.】
[이렇게 나는 그의 도움을 받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
드드드드...
"뭐,뭐야?"
"지,지진인가?"
도서관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도서관을 떨게 하는 주요 원인은 바로 듀로크였다. 듀로크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끌어 올렸고 그로 인해 듀로크를 중심으로 대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분노와 놀라움으로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설마...이건?"
듀로크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읽어나갔다.
[그렇게 그와 얘기한 후에 첫 번째 마왕을 강림시켰고 환생자를 필두로 한 수많은 이들이 치열한 전투 끝에 마왕을 다시 봉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환생자에 의해서 균형은 놀랍게도 유지되었다. 이어서 두 번째 마왕을 강림시켰을 때도 똑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감사하면서도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왜냐하면 환생자들을 마치 체스의 말처럼 생각하고 사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사용해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빠지직!
듀로크가 서 있는 바닥이 금이 가기 시작했고 도서관의 떨림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남기는 이유는 환생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지구』의 환생자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그것으로 책의 내용은 끝이었다.
"...이 자식!"
지구.
자신이 보라고 남겨둔 책이 확실하다는 증거.
듀로크는 정말 분노로 머리에 가득 차서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을 그저 체스의 말처럼 사용하고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뒷처리를 맡기기 위해서 자신을 부른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남이 싸놓은 똥을 치우는게 제일 싫단 말이다! 그리고 너는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다! 난 하라고 시키면 더 하지 않는 청개구리 성격이 있다는 것을!"
듀로크는 차라리 마왕과 싸우지 말고 그들 편을 들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 감정에 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머리를 식혀주는 인물들이 나타났다.
"듀로크 오빠!"
"오빠!"
듀로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이내 분노를 식힐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듀로크를 중심으로 대기가 떨리던 것도 멈추었고 도서관도 조용해졌다.
"...너희들."
듀로크를 부른 이들은 바로 클레아, 소피아, 로아프였다. 그들은 걱정하는 듯이 듀로크를 쳐다보았고 듀로크는 그제서야 자신이 만든 참상에 대해서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의 책들은 모두 떨어져 있었고 자신이 밟고 있는 바닥에는 금이 가 있었다.
창문은 깨져서 바닥에는 유리조각이 널브러져 있었고 공포에 질린 손님들은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그제서야 불안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풍기시던데."
"...아무 일 없는 거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그들을 바라보고 듀로크는 한숨을 쉬면서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에 피해를 준 것 같네. 가자."
듀로크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지나갔고 그런 듀로크를 3명이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듀로크는 머리도 식힐 겸 로아프가 오자고 한 공원으로 왔다. 공원에는 술판을 벌이는 오크들도 있었고 커플들끼리 지나가는 인간들도 있었다. 듀로크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한 곳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옆에 클레아와 소피아, 로아프가 덩달아 앉았다.
"미안하다. 소피아. 나 때문에 도서관에서 나왔구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거보다 저는 듀로크 오빠가 걱정되네요. 평소에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하긴...나답지 않았지. 하지만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느꼈거든."
"분노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세요?"
듀로크는 자신을 분노하게 한 책에 대해서 얘기해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얘기하면 자신의 전생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비밀을 밝힌 것은 같이 다른 차원에서 환생한 나미래뿐이었다. 그렇게 그 비밀을 지키는 이유는 그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까봐 우려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정 때문에 듀로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고민하는 모습을 본 클레아는 얘기했다.
"얘기하시기 힘드시면 얘기하지 않으셔도 돼요."
"...응?"
"듀로크 오빠가 어떤 것 때문에 분노하는지 궁금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누구나 말하기 힘든 것은 있어요. 더구나 저희는 호기심보다 듀로크 오빠의 안정이 더 중요해요. 그렇지?"
"그럼요."
"당연하죠."
"봤죠? 그러니 말하기 힘드시면 얘기하시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저희들이 도와줄 수 있는거면 서슴치 않고 얘기하세요. 듀로크 오빠에 비하면 하찮은 힘일 수도 있지만 도와드릴게요."
"너희들..."
듀로크는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 비밀을 밝히면 그들이 다르게 바라볼 거라고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우려가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푸흡...푸하하하핫!!"
듀로크는 갑자기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트렸고 왜 웃는지 모르는 3명은 듀로크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았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어! 푸하하하핫!!"
한동안 웃음을 내보내던 듀로크는 이내 웃음을 멈추고 마법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서 3명에게 보여주었다.
"그건?"
"나를 분노하게 한 책이지."
"얘기해주시는 거에요?"
"그래.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숨기고 있던 얘기를 할 거야. 그리고 그 얘기는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지. 너희들을 믿기에 얘기하는 거야."
듀로크의 말에 3명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듀로크가 자신들을 믿는다는 것에 감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가 얘기했다.
"이 책에는 신의 탄생과 대륙에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져 있었어. 제일 핵심이 되는 내용은 이 대륙을 관리하는 트레비아라는 신이 있었다는 거야."
"대륙의 이름이 트레비아라고 알려져 있는데 신의 이름을 본따서 만든 거였군요."
"그런 것 같아. 하여튼 트레비아라는 신은 이 대륙에 대표적인 4종족과 다른 생물체들을 만들었어. 하지만 그 신은 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었지. 그게 신들의 불문율이였나봐. 그런데 이 대륙에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어."
"문제점?"
"마족들이 강림하여 다른 종족들이 학살당해서 멸망하거나 인간이 너무 강해서 번영하는 끝에 대륙이 말라 비틀어지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지. 그런 결과에 대해서 조사한 트레비아는 끝내 깨달은 것이 있었어. 바로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지."
"균형."
"이 세상 어떤 것이든 과하면 좋을 수가 없어. 딱 적당한게 좋지. 이 책에는 번영과 평화를 플러스 인자, 전쟁과 학살을 마이너스 인자라고 했어. 한마디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게 플러스 인자.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마이너스 인자이지."
"그런데 왜 과하면 좋지 않는다는 거죠? 평화가 계속 지속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듀로크의 말을 듣고 있던 로아프가 질문을 했고 듀로크는 그에 대해서 답해주었다.
"평화도 계속 지속되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단다.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자원이 부족하게 되고 평화에 찌든 이들은 무기력해지면서 발전을 하지 않게 되지. 결과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멸망으로 치닫게 될 거야."
"그렇군요."
"하여튼 이야기를 다시 돌리자면 이 트레비아는 플러스 인자와 마이너스 인자들을 이용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직접적으로 간섭을 하지 못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고 동시에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졌지. 그렇게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트레비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존재가 있었어."
"누구죠?"
클레아의 물음에 듀로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다른 차원에 있는 신이였지. 그는 '지구'라는 행성을 관리하는 신이였어. 그는 트레비아에게 얘기했어.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다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면 되지 않냐고."
"그게...무슨 말이죠?"
"그는 말했어. 마이너스 인자를 일으키는 마왕을 규칙적으로 강림시키게 하라고. 그러면 자신이 그에 맞혀서 플러스 인자를 가진 이들을 보내준다고 했어."
"그런 방법을 취했군요."
"그래...그런 방법을 취했지."
"...듀로크 오빠?"
듀로크의 손에 힘이 꽉 쥐어지는 것을 본 클레아가 되물었고 듀로크는 다시 분노를 다스리며 얘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 플러스 인자들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었어."
"특별한 사연?"
"이 책에는 수명을 다 누리기 전에 억울하게 죽은 이들일수록 인자가 높다고 적혀져 있어. 그 수명만큼 인자가 남아있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지구의 신은 지구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 중에서 플러스 인자가 높은 이들을 이 트레이바 대륙으로 보낸 거야. 환생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그,그럴 수가..."
"그러면...환생한 그들은 마이너스 인자와 싸우기 위해서 환생 되었다는 거에요?"
"그렇지. 마치 쓰고 버리는 말처럼. 그래서 나는 용서할 수 없었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 이 두 명의 신에게 말이야!!"
듀로크는 함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고 이내 씩씩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환생된게 바로 나야."
"...예?"
"듀로크 오빠가...환생이요?"
"응. 모두 느꼈을 거야. 내가 오크같지 않다는 것을. 그 이유는 전생에 인간이였거든. 그것도 이곳이 아닌 '지구'의."
"그럴 수가..."
"나는 전생에 한 명의 꼬맹이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여서 죽었어. 정말 억울해했지. 눈을 감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어. 그런데 눈을 감고 보니 오크로 태어나있더군. 이런 오크의 몸이지만 그래도 2번째의 인생을 준 신에게 감사했어. 힘을 얻은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하지만 그게 다 짜여져있는 연극이었다니.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커버하기 위해서 나를 사용하다니...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
"그,그렇지만 그 책이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잖아요?"
"아니. 그 가능성은 없어. 그 이유는 이 저자가 트레비아라는 것과 내가 마치 볼 거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도서관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있어. 그리고 제일 큰 근거는 지구라는 다른 차원의 행성을 알고 있다는 거야. 그건 환생한 자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 신을 제외하고는."
"....."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라리 마왕의 편을 들까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너희뿐만 아니라 나를 믿고 따라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라이언 왕국의 인간들과 그란 왕국의 오크들. 수십만 명의 이들이 나를 믿고 있으니까."
"...듀로크 오빠."
"그래서 지금은 신이 원하는 대로 싸울 거야.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났을 때...나는 신에게 한방을 날리겠어."
"신에게요?!"
"그게 가능할까요?"
"모르지. 하지만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제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야. 해봐야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는 법이지."
듀로크의 말에 멍하니 있던 3명은 투지를 불태우며 얘기하는 듀로크의 모습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역시 듀로크 오빠네요."
"저는 듀로크 오빠가 해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저도요."
"너희들...내가 환생자라는 것에 놀랍지 않니?"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하는 3명을 바라보고 듀로크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환생자라고 해서 듀로크 오빠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오빠가 환생한 덕분에 이렇게 오크와 인간이 친해졌잖아요? 더구나 저희들을 모두 구원해주시고요."
"저도 오빠가 환생자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간단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듀로크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내가 전생에 있었던 이야기나 해줄까?"
"진짜요?! 꼭 듣고 싶어요!"
"저도요!"
"그래? 그러면 얘기해볼까? 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어. 참고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가는 것보다 집 안에 있는 것을 좋아했지. 그리고..."
듀로크는 그렇게 그들에게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고 3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 좋은 시간을 보내고 3일 뒤. 약속대로 다시 왕성으로 모였다.
"모두 그동안 잘 지냈어? 왕국 구경은 잘하고 온 거겠지?"
듀로크는 다시금 모인 인물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예. 생각보다 구경할게 많더군요. 특히 대장간의 위엄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킁. 훈련을 생각보다 잘 시켰더군."
"오크들뿐만 아니라 뱀파이어분들도 문제없이 지내는 것을 보고 조금 놀라웠습니다."
각자 3일동안 느꼈던 점을 얘기했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본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얘기했다.
"아. 그리고 대련하는 것을 기대했던 이들을 위해서 대련장의 준비가 끝났어. 지금 바로 하러 갈래?"
"킁! 좋지! 메스.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는 거다!"
"바라던 바다."
"오랜만에 몸 좀 풀 수 있겠구만."
"나도 참가할래!"
대련이라는 말에 기뻐하는 이들이 있었다. 듀로크는 그런 기대하는 모습을 보고 빨리 대련장으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하나의 연락이 왔다.
"응? 이건 쥬디아인데?"
듀로크는 수정구슬을 통해서 쥬디아가 연락이 온 것을 보고 잠시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
"잠깐만. 연락 좀 받고."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듀로크는 수정구슬을 통해서 쥬디아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은 벌써부터 투지를 불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상당히 강한 이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보는 맛도 있겠는데?"
"뭐, 그래도 누가 우승할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
"킁. 과연 그럴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듀로크가 다시 왔고 다른 이들은 듀로크가 이끌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듀로크의 표정이 뭔가 심각해 보이는 것을 본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대련은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왜? 이유가 뭐야?"
듀로크의 말에 많은 이들이 반발했지만 듀로크는 그들을 무시하고 제네스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제네스는 자신의 앞에 오는 듀로크를 보고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클클클. 왜 그러는가?"
"제네스님. 침착하고 들으십쇼...일루드의 수도가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말도 안 돼!"
평화가 끝나는 소리가 만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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