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18화 (218/360)

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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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7)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저는 그란 왕국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니 아르셰님에게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그,그래? 그러면...우리 뱀파이어 마을이라도 갈래?"

"아르셰님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까?"

"응...아! 우,우리 집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아,아쉬워?"

"예. 아르셰님이 사시는 집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볼 수 없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그래?...마,맘 내키면 보여줄게."

"기대하겠습니다."

모리스는 아르셰의 안내를 받아서 뱀파이어 마을을 향해 이동하였다. 그리고 모리스는 뱀파이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몬스터의 숲에서 봤던 광경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아르셰님."

"응?"

"인간분들이 많군요."

몬스터의 숲 때와 생활환경도 달랐지만 제일 커다란 차이점은 뱀파이어 마을에 인간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숲에서 봤을 때는 완전히 뱀파이어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인간들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존재하였다.

"아, 그게...인간과 연을 맺은 뱀파이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야."

"연을 맺는다니. 무슨 연을 말입니까?"

모리스의 질문에 아르셰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수그렸고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부부의...연 말이야."

"아!"

모리스는 아르셰의 말에 놀라워하며 뱀파이어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고 마법에 당한 것도 아니며 그들 자신이 선택해서 뱀파이어와 연을 맺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확실히 뱀파이어분들은 모두 미남미녀니까 인기가 있겠죠. 뱀파이어 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피를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로 간에 사랑하느냐가 제일 중요하겠죠."

"사,사랑?"

"예. 종족 간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겠죠. 종족을 초월한 사랑.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그래?"

"그러고 보니 아르셰님은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나,나?!"

아르셰는 모리스의 질문에 깜짝 놀라워하면서 모리스의 옆에서 조금 멀어졌다.

"왜 그러시죠?"

"아,아무것도 아니야. 뭐,뭐라고 물어봤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이렇게 뱀파이어분들도 인간들을 만나서 부부를 만들고 있죠. 그러면 뱀파이어들의 수장인 아르셰님한테도 대쉬를 하는 인간들도 있지 않습니까?"

모리스의 말에 아르셰는 당황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내 침착하게 얘기했다.

"있었지..."

"그럼 그분들과 연을 맺지 않았습니까?"

"응. 왠지 아니였어."

"아니였다라...어떤게 아니였습니까?"

"모르겠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들에게 끌리지 않았다랄까...뭔가 걸린다랄까..."

"그렇습니까?"

"솔직히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랑한다는 감정을 잘 모르겠어.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흐음..."

모리스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았고 그사이에 아르셰는 슬쩍 모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모리스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르셰는 자신이 모리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했다. 모리스가 신경 쓰이고 자신에게 대쉬를 한 남자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모리스에게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아르셰님?"

"으,응?"

모리스의 말에 생각에 빠져있던 아르셰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저도 여성과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 어른이구나."

"하하하. 저도 젊은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늙은 편이죠. 그런데 아르셰님의 집이 어디입니까?"

"따라와. 안내해줄게."

모리스는 아르셰가 가는 대로 뒤따라갔다. 뱀파이어들은 모르는 인간이 마을에 들어오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마을의 천장에는 마을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천이 있었는데 그 천이 햇빛을 차단해주고 있어서 뱀파이어들이 낮에도 활동하기 편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 마을에 뱀파이어들이 줄을 서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가게가 있었다. 모리스는 그곳을 자세히 쳐다보다가 왜 뱀파이어들이 저렇게 줄을 서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앞에서 걷고 있는 아르셰에게 물어봤다.

"아르셰님."

"응?"

"저기 줄은 뭡니까?"

"아, 저거? 저건 혈상점이라고 해."

"혈상점?"

"응. 말 그래도 피를 파는 상점이지."

"뱀파이어분들이 좋아할 만하군요. 어떤 피를 파는 겁니까?"

"다양하지. 오크 피부터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이 있지. 제일 하급은 몬스터들의 피고."

"그렇군요. 그러면 최상급은 뭡니까?"

"최상급은 젊은 인간 마법사의 피."

"그 이유가 있습니까?"

"인간 마법사의 피에는 마나가 듬뿍 들어가 있으니까. 마나가 많이 들어가 있는 만큼 별미거든."

"마나라...그러면 제 피는 어떻습니까?"

"응?"

"저는 소드마스터 중급에 오른 초인입니다. 아마 마나도 웬만한 마법사들보다 많겠죠. 그럼 무슨 등급입니까?"

아르셰는 모리스의 말을 듣고 침을 꿀꺽 삼키며 얘기했다.

"그,그러면 누구보다 뛰어나지. 최상급보다 더한?"

"무슨 맛인지 궁금하십니까?"

모리스가 다가오면서 얘기하자 아르셰는 멍하니 있던 것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침착한 척을 했다.

"크흠...궁,궁금하기야 하지만 네가 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지."

"주겠습니다."

"정말?!"

모리스의 말에 다시 표정이 무너지면서 이번에는 아르셰가 모리스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는데 다음 모리스의 말에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조건? 뭔데?"

"제 부탁 하나를 들어주십쇼."

"부탁? 무슨 부탁?"

"그건 아르셰님의 거처로 가면 얘기하겠습니다."

"설,설마...내 몸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겠지?!"

거처란 말을 듣고 아르셰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모리스를 확 경계했고 모리스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웃음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푸흐흐흡! 설마 제가 그러겠습니까?"

"그,그렇지? 내가 너무 피해망상을 했나 보네."

"제가 그런 부탁을 해도 들어주지 않으실 거 아닙니까?"

"....."

"...예?"

"가자. 안내할게."

몇 초간의 정적에 모리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고 아르셰는 빠르게 집을 향해 달려갔다. 순간 아르셰의 빨간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모리스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너무 과도한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며 모리스는 자신을 탓하였고 이내 아르셰의 뒤를 따라갔다.

"여기야."

"그냥 평범한 집이군요."

"그럼 뭘 기대했어?"

다른 뱀파이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집이였다. 뱀파이어 수장의 위치에 있는 아르셰라면 다른 뱀파이어들과 조금은 다른 집에 살 거라고 예상했는데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기대한건 아니지만 다른 이들과 똑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별로 집을 꾸미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런데 말이야."

"예."

"...안에 들어가서 놀라지 마?"

"왜 놀랍니까?"

"조금...더러울 수도 있어."

말하기를 힘들어하면서 쭈뼛쭈뼛 얘기하는 아르셰의 모습에 모리스는 피식 웃음을 내보냈다.

"어?! 지금 비웃었어?!"

"아,아닙니다. 그저 조금 귀여운 면을 봐서 그렇습니다."

"귀엽...됐어. 하여튼 들어와."

아르셰는 문을 열며 들어갔고 이내 모리스도 그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그런데 내부에 보이는 광경에 모리스는 조금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셰님."

"응?"

"저는 헤츠님을 모시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헤츠님도 별로 정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여서 정리하는데 이골이 났죠. 그런데...아르셰님이 헤츠님보다 더하실지는 몰랐습니다."

"내가 말했잖아! 더러울 수도 있다고!"

"더러울 수도 있다는게 아니고 더럽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내부는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로 물건들과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입다가 만 옷과 속옷은 널브러져 있었고 쓰레기는 한곳에 쌓여서 좋지 않은 냄새를 내보내고 있었다.

"안 되겠군요. 예정 변경입니다."

"뭐?"

"청소부터 시작해야겠군요."

모리스는 검을 벽에 세워두고 팔을 거둔 다음에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르셰는 손님으로 부른 모리스가 자신의 집을 청소하기 시작하자 당황하며 얘기했다.

"네가 왜 내 집을 청소해?! 손님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아니요. 이런 광경을 보면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넌 손님이라고!"

"저를 말리시고 싶으시면 오히려 빨리 청소를 끝내는데 도와주십쇼."

모리스는 말을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보법을 사용하면서 청소를 하는 것은 모리스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르셰는 그의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 빨리 치우면 되잖아!"

"그럼 제 지시를 따라주십쇼. 먼저 쓰는 물건과 쓰지 않는 물건을 분별해주십쇼. 저는 쓰레기를 먼저 처리할 테니."

"알겠어."

헤츠의 뒤처리를 한두 번 한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모리스의 움직임과 지시는 순식간에 방을 깔끔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마치 다른 집처럼 내부를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었다.

"이제 얼추 된 것 같군요."

"이렇게 보니까 내 집이 아닌 것 같아."

"평소에 청소 좀 하고 지내십쇼. 제가 항상 이렇게 해드릴 수는 없잖습니까?"

"그게...항상 청소하고 나면 더 더러워지더라고. 그래서 포기했어."

"이런, 이런."

모리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한숨을 쉬다가 이내 몇 개의 병을 볼 수 있었다. 병에는 빨간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모리스는 그것이 피가 담긴 병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그거? 아까 말했던 혈상점에서 산 거랑 정기적으로 왕국에서 주는 거로 이루어져 있지."

"...남는 병 하나 있습니까?"

"주게?!"

모리스의 말을 들은 아르셰는 빠르게 빈 병을 가져다주었고 모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검으로 손끝을 조금 따았다. 따은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손가락만한 빈 병에 피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 후에 모리스는 간단하게 지혈을 한 후에 병을 들고 얘기했다.

"아까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했던 거 기억하십니까?"

"응."

아르셰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감지하고 침을 꿀꺽 삼키었다.

"그리고 그 전에 얘기했던 이야기도 기억하십니까?"

"무슨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었죠."

"그,그랬었지."

"제 부탁은 그겁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해주십쇼."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르셰는 모리스가 그런 부탁을 할 줄은 몰라서 멍쩍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왜...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렇군요. 궁금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신경 쓰입니다."

"...왜?"

"글쎄요...왜 일까요?"

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아르셰는 그 미소를 보고 왠지 짜증이 난다고 생각했다.

"치사한 녀석."

"치사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자, 대답을 해주십쇼. 제 피 맛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익..."

아르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모습을 본 모리스는 조금 죄책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은 모르겠고 신경 쓰이는 녀석은 있어."

"그렇군요. 좋아한다는 감정을 잘 모르시겠다고 했으니...그럼 신경 쓰이는 녀석은 누구입니까?"

"...너야."

"예?"

"바로 너라고! 이 멍청아!"

아르셰의 말을 들은 모리스는 멍하니 아르셰를 쳐다보았고 그사이에 아르셰는 모리스의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빼앗았다. 모리스가 앗 하며 병을 빼앗긴 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아르셰가 병을 열고 입으로 마시는 중이었다.

꿀꺽. 꿀꺽.

모리스의 피를 넘길 때마다 아르셰의 눈은 점점 커져갔고 이내 모두 마셨을 때 아르셰는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어!!"

"그거 다행이군요."

"이렇게 맛있는 피가 존재했다니! 정말 끝내줘!"

"그렇습니까? 한 번 정도는 더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아르셰는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단, 좀 전에 얘기했던 것의 의미를 얘기해주셔야겠습니다."

"뭐?"

"제가 어떤 점에서 신경 쓰이는지."

아르셰는 모리스의 말에 그제서야 자신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피의 맛에 깜빡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니 아르셰는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

"이익! 이 비겁한 자식!"

"또 마시고 싶지 않으십니까?"

"흐,흥. 이제 넘어가지 않을 거다!"

"과연 그러는지 보겠습니다."

모리스는 또 손을 따서 빈 병에 피를 채웠고 한번 마셔본 맛을 잊을 수 없는 아르셰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넘겼다. 그리고 결국 아르셰는 또 유혹에 넘어가서 모리스의 질문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명의 뱀파이어와 인간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십니까?"

"저는 딱히 없습니다. 그란 왕국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요. 제네스님은 어떻습니까?"

"나는 딱 하나 있기는 하네."

"어디 입니까?"

"좀 전에 보여주었던 무기들과 장비들이 신경 쓰이더군. 그래서 대장간을 한번 구경하는 것은 어떨까 싶네."

"대장간이라...좋군요. 기사왕국 나이트의 왕으로서 무기와 장비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니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클클클. 그러면 대장간을 가는 것으로 하게나. 대장간의 위치는...잠시 기다리게나."

제네스는 지팡이로 바닥을 탁 치며 눈을 감았다. 무의 길을 걷지 않은 라미온은 제네스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드는 제네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통해서 그가 뭘 하려고 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놀랍군요."

"예?"

"제네스님의 감각이 점점 넓혀져 가고 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보실 수 있으신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요."

라미온은 그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말투를 통해서 제네스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약 몇 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제네스는 눈을 뜨고 얘기했다.

"동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커다란 대장간이 있네. 아니, 대장간의 마을이라고 보는게 맞을 걸세."

"10분이라...그렇게 먼 곳까지 보시다니 역시 일루드의 대마법사답군요."

"클클클. 별거 아니네. 내가 아니라 오히려 듀로크였다면 왕국 전체를 보는 것도 가능했을 걸세."

"듀로크님이 그 정도입니까?!"

"충분히 가능하겠죠."

제네스의 말에 라미온은 놀라워했지만 아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라미온은 그런 아무드의 반응에 듀로크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럼 이동하게나."

"그러도록 하죠."

"알,알겠습니다."

길을 알고 있는 제네스를 선두로 아무드와 라미온은 그 뒤를 따라갔다. 라미온은 제네스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선두로 가면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걸음 속도가 빨랐다. 결국 대장간에 도착했을 때 라미온은 헉헉거리면서 숨을 거칠게 쉴 수밖에 없었다.

"도착했군."

"헉...헉...도착했습니까?"

"예. 앞을 보십쇼."

라미온은 아무드의 말에 고개를 들어서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았다.

"...대단하군요."

"그렇죠? 저도 동감입니다."

대장간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공장이 있었다. 공장 하나는 약 5층 건물의 높이에 수십 미터가 넘는 폭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공장이 눈앞에 수없이 열을 맞혀서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장 안에는 수많은 오크들이 망치를 휘두르고 불을 키우면서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오크들의 뒤를 드워프 몇 명이 돌아다니면서 훈계하고 조언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공장에서 나오는 망치질의 소리만으로 주변의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고 오크들의 쉼없는 움직임으로 인해서 나오는 열기가 합쳐져서 구름을 생성할 정도였다.

"이렇게 커다랗고 많은 대장간은 생전 처음 보는군."

"저도 제네스님보다 적게 살았지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한번 직접 구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제가 한번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아무드는 대표로 제일 가까운 공장을 향해 다가갔다.

"망치질이 느리다! 더 빨리!"

"취익! 알겠다!"

"거기! 아직 불에서 빼지 마! 더 온도를 높여야 한다!"

"취직! 다시 넣겠다!"

"그쪽은 너무 온도를 높였어! 빨리 물에 식혀라!"

"취췩! 식히겠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크와 드워프들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였다. 아무드는 그들을 방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뒤로 가려고 했는데 그때 드워프가 아무드를 눈치채고 얘기했다.

"응? 무슨 일인가?"

"아! 죄송합니다. 방해한 것 같군요."

"어차피 방해한 것 같으니 용건을 말해라."

"그렇다면...저희는 다른 왕국에서 온 이들인데 혹시 대장간을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다른 왕국에서 왔다고? 어디서?"

"저는 나이트에서 그리고 저 두 분은 일루드와 세레티에서 왔습니다."

"호오? 흥미롭구만. 다른 왕국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 좋아. 들어오게나."

"감사합니다."

아무드는 제네스와 라미온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신호를 받은 두 명이 대장간을 향해 들어왔다. 아무드와 얘기한 드워프는 다른 드워프에게 오크들을 맡기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만든 무기와 장비들은 안에 위치하고 있지. 조용히 따라와."

드워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그마한 다리로 빠르게 움직였고 아무드를 비롯한 3명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주위를 구경했다.

"조금 덥군요. 확실히 열기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가? 우리 대장장이들은 항상 이 열기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는다."

"그렇습니까?"

라미온이 땀을 계속 흘려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본 제네스는 가볍게 라미온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프로텍트."

"응? 열기가..."

"프로텍트 마법을 걸어주었네. 아마 한동안은 열기를 막아줄 거네."

"감사합니다. 제네스님. 그런데 아무드님과 제네스님은 괜찮으십니까?"

"예. 저는 괜찮습니다. 단련되어 있으니까요."

"나도 괜찮다네."

"이런. 이럴 때는 무력을 갖추지 못 한게 후회가 되는군요."

"클클클. 하지만 자네의 장점은 다른데 있지 않은가?"

"맞습니다. 꼭 무력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하. 두 분 다 위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3명이서 대화를 하는 사이에 드워프가 멈추었고 이내 눈앞에는 커다란 창고가 존재했다. 창고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무기들과 장비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보자마자 모두 질이 엄청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질이 좋은 무기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놀랍군요."

"그러게 말이네.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이 왕국의 정예들이 입는 장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네."

"이런 질 좋은 무기들을 대량생산하다니. 과연이란 소리가 나오는군요."

3명은 감탄을 하며 지켜보았는데 어디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드워프가 조용히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무드가 얘기했다.

"왜 그러시죠?"

"푸하하핫! 미안하지만 여기는 B급들이야."

"예?"

"이 무기와 장비들은 실패작과 질이 떨어지는 물건들을 모은 거야. 진짜배기들은 저 안에 있지."

드워프는 창고 내부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얘기했고 드워프의 말을 들은 3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라는 겁니까?!"

"말,말도 안 돼. 우리 왕국의 정예들이 입는 것과 같아 보이는데?"

"클클클. 재밌구만."

"믿기 힘들면 안으로 들어와. 다음 창고는 A급 물건들이니까."

드워프는 창고의 내부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3명이 따라 들어갔고 이내 그들은 새로운 창고에 보이는 물건들을 보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이 제 검과 비슷해 보이는군요."

아무드는 왕실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검을 잡고 얘기했다.

"B급과 A급은 대부분 오크들이 만든 거야. B급은 대부분 오크 전사들을 무장시키는데 사용하지. 수만 명이 넘는 오크 전사들을 말이야. A급은 그 오크 전사들을 이끄는 백인장의 위치에 앉아있는 오크들. 그리고 라이언 왕국의 기사들이 사용하지."

"이러한 장비들로 갖춰진 기사들이라면...정말 엄청난 전력이 될 겁니다."

"맞습니다. 가히 상상하기 두려울 정도군요."

그렇게 아무드와 라미온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다른 조그마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클클클."

"...제네스님?"

갑자기 웃는 제네스를 아무드와 라미온은 이상하게 여겼고 제네스는 드워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뭔데?"

"문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은 A급 이상이 있다는 말인가?"

아무드와 라미온은 제네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설마 싶었다. 하지만 드워프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그 설마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맞아. 이 안에 S급들이 있지."

"S급이 존재한다고?!"

"이보다 더 좋다니..."

"S급들은 우리 드워프들이 직접 만든 거야."

드워프는 남은 창고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그 창고 안에는 A급과 B급보다 숫자가 현저히 적었지만 질은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뛰어난 무기와 장비들이 있었다. 쓰는게 두려울 정도로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 S급 무기와 장비들은 친위대 오크들과 라이언 왕국의 암살자 중 A급 이상들에게만 주어지고 있어. 거기다가 중요인물들의 장비도 여기서 조달하고 있지."

"드워프제 무기라...정말 왕국에 몇 개 있을까 말까 한 물건이 여기에 다 있군요."

"클클클. 하지만 이 창고 하나로 끝이 아니겠지. 내 말이 맞나?"

"맞아. 이런 창고가 여기 대장간마다 하나씩 있지."

"그리고 그 대장간이 수십 개가 넘게 있고...정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군요."

"이런 장비를 찬 정예들이면...가히 군대와 맞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푸하하핫! 그렇지? 하지만 이 장비는 아직 준비단계야."

"준비단계?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마디로 전쟁을 치루게 될 때 사용하기 위해서 준비한 물건들이야. 언제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녹슬지 않게 항상 관리하고 있지."

"그렇군요."

"아마 얼마 되지 않아서 사용하게 될 수도..."

"예?"

"아무것도 아니야. 자, 다른 대장간도 구경시켜줄까?"

"아닙니다. 충분하게 구경했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들 가라고."

"클클클. 구경 잘했네."

"새로운 안목을 늘렸습니다."

아무드를 비롯한 3명은 그 말을 끝으로 대장간 밖으로 나갔고 그들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드워프는 며칠 전에 내려온 공문을 떠올렸다. 공문은 짧고도 강력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머지 않아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으니까 여차할 때 무기와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라.'

"전쟁이라...과연 예상대로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인가?"

분명히 공문은 듀로크가 작성한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런 듀로크가 확신도 없이 공문으로 내려보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듀로크의 예상대로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어떤 세력끼리 전쟁을 펼친단 말인가?

그런 수많은 잡다한 생각이 들었지만 드워프는 이내 뒤통수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에이. 뭐가 되든 난 내 할 일을 하면 되잖아? 자자, 오크들에게나 가자."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단정한 드워프는 이내 오크들에게 가서 다시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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