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17화 (217/360)

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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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6)

매트는 에밀리와 함께 왕성에서 나오면서 미소가 끊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에밀리가 자신이 선물해준 독수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는 것을 보면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에밀리 누나 어디 가고 싶은데 있으세요?"

"글쎄...그란 왕국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그러고 보니 트이번을 깜빡했네요. 그란 왕국에는 친구들이 있을 텐데."

"그란 왕국에도 와이번이 있어?"

"예. 와이번을 훈련시켜서 사용하는 와이번 라이더가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혹시 흥미 있으세요?"

"응. 있기야 한데 우리가 보러 가도 될까?"

"그럼요. 제가 누구에요? 라이언 왕국의 왕자이자 듀로크님과 제일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라고요.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럼 매트만 믿고 가볼까?"

"그럼요.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매트는 가슴을 퉁퉁치며 얘기했고 에밀리는 피식하며 웃음을 내보냈다. 매트는 마침 눈앞에 지나가는 오크 한 명을 보고 에밀리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에 오크에게 다가가서 물어봤다.

"저기 뭐 좀 하나 물어볼게요."

"취익~ 뭐지?"

"혹시 와이번 라이더들을 볼 수 있는 곳을 아나요?"

"취익~ 와이번 라이더? 알고 있다."

"정말요? 어디로 가면 되죠?"

"취익~ 여기서 동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가는 건가?"

"그냥 구경하려고요."

"취익~ 그럴 거면 서쪽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는게 좋다."

"예? 무슨 차이가 있나요?"

"취익~ 동쪽은 와이번 라이더의 훈련장이다. 하지만 서쪽은 관광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그게 무슨?"

"취익~ 서쪽에 있는 와이번 라이더들은 돈을 받고 손님들을 태워주면서 하늘을 날아다닌다."

"예? 그게 정말이에요?"

"취익~ 그렇다. 듀로크의 말로는 실험용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실험용?"

"취익~ 전쟁 때 폭탄을 운반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했는데...잘 모르겠다."

매트는 오크의 말을 듣고 듀로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와이번 라이더는 공중을 지배할 수 있는 존재였고 전쟁은 하늘을 지배하는 쪽이 이긴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이번 라이더는 하나의 비장의 카드였다. 그렇다면 그런 와이번 라이더들에게 폭탄을 소유하게 하고 공중에서 폭탄을 낙하시킨다면? 게릴라전으로 나가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와이번 라이더들이 얼마만큼의 중량과 폭탄을 실을 수 있고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 손님들을 태우고 관광을 시키며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매트는 오크의 말을 듣고 그것을 한 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을 제외하고 다른 추론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험을 그런 식으로 하다니...역시 듀로크님이야."

"취익?"

"아닙니다. 답변해주셔서 고마워요."

매트는 그 말을 하고 에밀리를 향해 다가왔고 에밀리는 어깨에 앉아있는 독수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뭐래?"

"서쪽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와이번 라이더들이 돈을 받고 태워준다고 해요."

"태워준다고?"

"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그란 왕국을 구경시켜둔다고 했어요. 빨리 가보도록 하죠."

매트는 에밀리의 손을 잡아서 이끌었고 에밀리는 손이 서로 맞잡은 것을 보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매트는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괜찮은 건지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크가 가르쳐준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약 20분의 이동 끝에 오크가 말한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긴가 보네요."

"와아. 와이번 라이더들이 실제로 존재했구나."

약 20여 마리의 와이번이 있었고 그 위에 안장과 함께 오크들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오크는 물론이고 와이번들도 온몸에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와이번에 두 개의 줄과 함께 커다란 바구니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와이번 라이더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서서 줄을 이루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줄이 기다리는 줄인 모양인데요?"

매트가 말한 대로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던 이들 중 몇 명씩 바구니 안에 들어갔고 이내 와이번이 상공하면서 동시에 바구니에 있던 이들도 같이 따라 올라갔다. 매트는 점으로 보일 정도로 높게 올라가는 와이번을 보며 안전할지 조금은 걱정되었지만 상급 정령사인 에밀리 누나라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여차하면 와이번에게 매달리면 되니까.'

"그러고 보니 에밀리 누나는 불과 바람의 상급 정령사잖아요? 바람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본 적은 없으세요?"

"와이번처럼 엄청 높게는 힘들지. 기껏해봐야 높은 산 정도? 그 이상은 바람을 통제하면서 올라가기가 힘들거든."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보는 것은 둘 다 새로운 경험이 되겠네요."

"기대되네."

에밀리와 매트는 그런 잡담을 하면서 줄을 기다렸다. 그리고 줄을 기다린 끝에 매트와 에밀리의 차례가 다가왔다.

"취익~ 몇 인승으로 하겠나?"

"2인승으로 부탁해요."

"취익~ 2명은 50실버다."

"여기요."

오크 1명이 매트에게서 돈을 받은 후에 손가락으로 까딱거렸고 신호를 받은 와이번 라이더가 와이번을 이끌고 다가왔다.

"우와아아~ 크다!"

"그러게요. 트이번보다 훨씬 큰 것 같아요."

10미터가 넘어보이는 와이번의 크기에 에밀리는 놀라워했고 매트도 감탄하였다. 매트와 에밀리는 오크가 시키는 대로 와이번과 연결되어 있는 바구니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오크는 2개의 가죽옷을 넘겨주었다.

"이건?"

"취익~ 안전장치다. 옷에 걸려있는 줄과 바구니를 연결해서 안전하게 한다."

오크의 말대로 가죽 옷에는 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매트와 에밀리는 오크가 하라는 대로 옷을 입은 후에 바구니에 줄을 매었다.

"취익~ 준비되었나?"

"예. 에밀리 누나는요?"

"나도 준비됐어."

"취익~ 그럼 출발하겠다. 꽉 잡아라."

매트와 에밀리는 바구니의 줄을 꽉 부여잡았고 와이번의 안장에 앉아있는 오크는 이내 와이번의 옆구리를 발로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와이번이 뜻을 알아듣고 활공을 위한 달리기를 시작했다.

쿵. 쿵. 쿵.

와이번의 속도는 점점 증가하였고 한순간 와이번의 날개가 활짝 펴지면서 활공을 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면서 그와 반작용으로 바람이 매트와 에밀리를 강타하였고 비교적 가벼운 에밀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했다.

"으윽...바람이..."

"에밀리 누나."

매트는 에밀리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허리를 붙잡아주었다. 에밀리는 그런 매트의 배려에 고마워하면서 듬직하다고 느끼면서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이 시간이 길었으면 했다.

그리고 끝없이 올라갈 것 같던 활공도 이내 안정권에 들어가면서 날개만 편 상태로 조용히 날기 시작했고 오크는 매트와 에밀리에게 얘기했다.

"취익~ 이제 괜찮다. 안정권에 들어갔다."

오크의 말에 매트는 에밀리의 허리에 두었던 손을 내리면서 얘기했다.

"에밀리 누나. 괜찮으세요?"

"응. 덕분에."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그럼. 난 그렇게 약한 여자가 아니라고."

매트는 손을 뻗어주었고 에밀리는 매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매트와 에밀리는 일어서면서 보이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와아..."

"...절경이군요."

주변에는 구름이 떠다니면서 지나가고 있었고 태양이 그들을 반겨주는 것처럼 바로 옆에서 햇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밑에는 그란 왕국의 인간과 오크들로 보이는 수많은 점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다양한 건물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고 있었다.

끝없이 높아보였던 드래곤 산맥과 몬스터의 숲이 밑에 있었고 마치 대륙의 끝까지 보일 듯한 시야는 고양감을 이끌어주었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니...정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러게. 거기다가 매트와 같이 올 수 있어서 더 의미깊은 것 같아."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매트."

"예?"

"너는 젊어. 이제 갓 20살을 넘었고 아직도 창창한 미래가 남아있을 거야. 한창 부흥하는 라이언 왕국의 왕자. 너를 좋아하고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젊은 여자는 넘쳐날 거야."

"그렇겠죠."

"그런데...그런데도 나를 선택하는 거야? 내가 얘기하기에는 그렇지만 나는 아줌마야. 이제 점점 늙어가는 사람이지. 너와 나이 차이도 많고."

"에밀리 누나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매트가 나를 선택했으면 해."

"그러면 그럴게요."

에밀리는 너무나 가볍게 얘기하는 매트의 말에 놀라워하며 얘기했다.

"나는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저를 보세요. 제가 장난식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세요?"

에밀리는 매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정할 수 있어?"

"저는 처음부터 답을 정하고 있었거든요."

"왜,왜? 아까 말했다시피 나보다 젊고 예쁜 수많은 여자들이 너에게 구애를 던질 거야. 그런데 그런 구애를 박차고 나를 선택하는 이유가 뭐야?"

"그건...에밀리 누나만이 제 아픔을 이해해주셨잖아요."

"응?"

"듀로크님이 이렇게 왕국을 번창하게 만들기 전에는 왕국의 모든 이들이 제게 기대를 했죠. 하지만 그 기대로 인한 압박감 때문에 제가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어떤 누구도 알지 못했어요. 이해하지도 못했죠. 하지만 그걸 이해해준 사람이 딱 한 명이 있었어요."

"나?"

"예."

"나,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그저 피해 의식에 휩싸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저한테는 크나큰 것으로 다가왔죠. 제가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 한마디가 그 이후의 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커다랬습니다."

"...그랬구나."

"그리고."

"응?"

매트는 손으로 슬쩍 에밀리의 어깨를 부여잡고 자신에게 다가오게 했다. 에밀리는 갑작스러운 매트의 행동에 놀라워했지만 제지하지 않고 조용히 매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매트의 어깨와 에밀리의 어깨가 밀착되었고 매트는 태양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에밀리 누나의 많은 것들이 저한테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그러니 저는 에밀리 누나를 선택할 거에요."

"....."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요?"

"그래...충분히 되었어."

에밀리는 매트의 어깨에 머리를 가져다 두었고 매트는 조용히 계속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와이번의 안장에 앉아있던 오크는 혼자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금 연장해서 활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메스와 베로나는 왕성에서 나오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3일 동안 뭐하지?"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이나 때우자. 듀로크 말대로 관광하는 느낌으로 다니자고."

"그럴까? 그러고 보니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네."

"마나의 변동을 조사하러 왔을 때?"

"응. 그때 난 엘프와 맞장뜨고 드러누웠잖아. 그리고 일어나서 너와 같이 시장터를 갔었지."

"기억나네. 그러면 이번에도 시장터를 가볼까?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게."

"좋은 생각인데?"

얘기 끝에 메스와 베로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시장터가 있었던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때 봤던 시장터와 현재 눈앞에 보이는 광경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익~ 거기 형씨. 잘 구운 사슴 뒷다리 어떤가?"

"취직~ 이 목걸이는 5골드다. 응? 이게 맘에 드는가? 이건 7골드다."

"자자, 오크 여러분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술이 여기 있습니다. 한번 시음하고 가십쇼."

"취이익~ 무기 및 장비 수리해준다. 수리가 필요한 오크와 인간은 들어와라."

"퀘스트를 구하거나 받고 싶은 분은 오십쇼. 저희가 중재해드립니다."

다양한 오크들과 인간들이 시장터에 각자 가게를 차리고 시끌벅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두 종족이 있는데도 마치 한 종족이 있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서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 메스와 베로나는 과거에 봤던 광경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얼이 빠졌다.

"...저번과 똑같은 곳 맞지?"

"맞는 것 같은데...확인해보자."

"확인? 어떻게?"

"저번에 기억나? 듀로크의 아버지라면서 자신을 소개했던 오크가 있었잖아."

"맞다! 확실히...듀로한? 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랬던 것 같아. 하여튼 그곳으로 가면 알겠지. 그 오크가 있으면 맞게 찾아온 거고.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온 거겠지."

"좋아. 가보자."

메스와 베로나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시장터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터에는 수많은 오크들과 인간들이 있었는데 정말로 다양한 가게를 차리고 있었다. 주점으로 시작해서 잡상인, 대장장이, 액세서리 제작가, 여관, 음식점 등 다양각색이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구경하며 메스와 베로나는 끝내 저번에 왔던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었다.

"...여기 이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 기억도 그래. 분명히 큰 여관이긴 했지만 이만큼 크지 않았어. 더구나 지금은 여관이 아니고 상점 같은데?"

과거에 봤던 건물과 확연히 다른 건물이 있어서 메스와 베로나는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들어가보자. 들어가보면 알겠지."

"그래."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 두명은 내부에 가득 찬 물건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무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잡다한 물건들로 내부가 가득 차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장인의 손길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훌륭한 물건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놀라운데? 이런 곳에 이런 물건들이 있다니."

"취익~ 의외인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뱉으며 안에서 나오는 오크가 있었지만 메스와 베로나는 미리 알고 있었기에 놀라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크의 덩치와 얼굴을 보고 그들은 조금 놀라움을 나타내었다.

"당신은?"

"맞잖아! 우리 기억이 맞았다니까?"

"취익? 당신들은...분명히 듀로크의 친구들이었나?"

오크, 듀로한은 몇 년 전에 본 기억을 떠올리며 얘기했다.

"기억력 좋은데? 맞아.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이 듀로한이였나?"

"취익~ 맞다. 그런데 내 가게에 무슨 일인가?"

"아. 뭐 좀 확인하려고. 옛날에는 여관을 하지 않았나?"

"취익~ 그랬었지. 하지만 여관을 통해서 돈을 벌고 상점을 차렸다."

"꽤 벌었나봐? 이런 상점을 차리려면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할 것 같은데."

"취익~ 여관으로 꽤 벌었다. 하지만 상점이 더 돈이 된다."

"확실히 이런 물건들이 있으면 많이 벌 수 있겠지...베로나."

"응?"

"잠깐 여기 구경 좀 하고 갈까? 흥미로운 물건들이 보이는데."

"좋아. 나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역시 통하는게 있단 말이야? 듀로한이라고 했지?"

"취익~ 그렇다."

"혹시 바스타드 소드 있어? 지금 갖고 있는 것도 좋긴 한데 예비용으로 사용하고 싶어서."

"취익~ 있다. 하지만 그전에 당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봐도 되겠나?"

"좋아. 여기."

메스는 등 뒤에 있는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넘겨주었다.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는 범인이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들 정도로 무게가 나갔는데 메스가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그의 신체능력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듀로한도 평범한 오크가 아니였다. 한때는 족장을 했던 오크로 메스가 넘겨주는 바스타드 소드를 가볍게 한 손으로 받아서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취익...잘 만든 칼이다."

"당연하지. 우리 왕국의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칼이니까."

"취익~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아니다."

"뭐?"

"취익~ 잠깐 기다려라."

듀로한은 그 말을 하고 상점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취익~ 여기 있었나? 으음...다른 데에 있었나?"

물건이 하도 많다보니 어디 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듀로한이였다. 하지만 고생끝에 듀로한은 목표로 했던 바스타드 소드를 찾을 수 있었다.

"취익! 찾았다! 여기 있었다!"

듀로한은 구석에 박혀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꺼낸 다음에 천으로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메스에게 보여주었다.

"취익~ 어떤가?"

"허...놀라운데?"

메스는 듀로한이 한 손으로 들고 있는 바스타드 소드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지금 날을 간 것처럼 날이 서있었고 화려한 모양의 손잡이는 장인의 손길이 들어가 있었다.

메스는 듀로한에게 다가가서 주먹에 마나를 모은 후에 바스다트 소드에 딱밤을 갈겼다.

땅~~

"소리도 좋고...강도도 상당하네. 이거 물건인데?"

손에 느껴지는 반발감과 딱밤을 갈기면서 나는 소리를 통해서 메스는 눈앞의 바스타드 소드가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한.

"취익~ 그렇지? 이거 드워프가 직접 만들었다. 나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좋아. 얼마야?"

"취익~ 지금 얼마나 가지고 있나?"

"현재 수중에 있는건 100골드. 하지만 국왕전하께 부탁하여 빌린다면 500골드까지 가능해."

"취익~ 80골드만 내라."

"정말?! 내가 말하기에는 그런데...이 정도 물건이면 부르는게 값일거라고?"

메스가 물건의 값어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물건이면 정말로 수천 골드는 가볍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80골드만 받는다고 하니 오히려 사는 메스가 양심에 찔릴 정도였다.

"취익~ 괜찮다. 그란 왕국에는 이런 물건이 많이는 아니지만 종종 나온다. 그렇게 비싼 물건은 아니다."

"허...알겠어. 하지만 나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야. 다른 거 부탁할 거 없어? 사소한 거라도."

"취익~ 사소한 거라...그러면 부탁해도 되겠나?"

"그럼. 어떤 거라도 말해."

메스는 가슴을 치며 자신있게 얘기하였고 그 모습을 본 듀로한은 입을 열어 얘기했다.

"취익~ 듀로크가 힘들 때 도와주면 좋겠다."

"...뭐?"

메스는 듀로한이 그런 부탁을 할 줄 모르고 멍 쩍인 반응을 보였다.

"취익~ 너는 인간 중에서 강한 편이겠지. 맞나?"

"맞,맞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부탁은 왜 하는 거야? 자식이여서?"

듀로한은 메스의 말에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주변의 물건을 관찰하던 베로나도 어느새 다가와서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였다.

"취익~ 오크들에게는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관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낳게 해준 존재라는 것뿐. 경쟁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확실히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취익~ 나도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듀로크가 태어난 이후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 오크들은 원래부터 그랬었기에...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인간과의 접촉이 생겼다."

"이번에 동맹이 된 거?"

"취익~ 그렇다. 하지만 그 전에도 클레아라는 인간 여자애와 교류도 많았지. 그리고 수많은 인간들이 그란 왕국으로 오면서 오크들과 교류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급격하게 변화가 찾아왔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관념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취익~ 인간들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 맞나?"

"그렇지. 부모는 자식을 낳았으니까 그 책임으로 클 때까지 키워주고 자식은 그 대가로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게 평범한 가치관이야."

"취익~ 그렇다.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그런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너는 오크인데도?"

"취익~ 오크라고 해서 오크의 관념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과거에 당신들이 여기에 왔을 때는 이런 상점이 아니였던 것을 기억하나?"

"그때는 여관이였지."

"취익~ 그 여관을 지은 것도 듀로크가 자금과 인력을 보내줘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상점을 지을 때도 듀로크가 힘을 보태주었다. 나는 그 녀석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나에게 부탁하는 거야?"

"취익~ 그렇다. 나는 오크들 중에서 강했다. 그래서 부족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다. 더구나 그때의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내 힘이 미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당신 둘은 그 범위가 나보다 훨씬 넓을 것이다. 그렇지 않나?"

"부정하지는 못하지."

"나도 동감이야."

"취익~ 그러니 부탁한다. 듀로크가 힘들어할 때 도와주었으면 한다. 지금 와서 이렇게 듀로크를 위해서 하는 것은 늦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듀로한의 이야기를 들은 메스와 베로나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당신의 부탁이 아니여도 듀로크가 힘들어하면 우리가 도와줄 거니까."

"취익?"

"왜냐하면 우리도 듀로크에게 도움을 받았거든. 도움을 받은 자로서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되잖아?"

"취익...그렇군. 부탁하지 않아도 됐던 건가? 취취취췩!"

듀로한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었고 이내 메스가 얘기했다.

"그럼 다른 거 부탁할 것은 없어?"

"취익~ 없다. 그냥 80골드만 주고 가져가라. 그리고 당신도 하나 골라라. 싸게 해주겠다."

"정말?!"

베로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번쩍이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메스는 크게 웃었고 듀로한은 안에 들어가서 몇 개의 병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건 뭐야?"

"취익~ 술병이다. 이런 좋은 날에 술을 마시지 않을 순 없지. 안 그런가?"

"호오? 뭘 좀 아는데?"

"취익~ 술 잘 마시는가?"

"내가 또 한 술 하지. 어이! 베로나! 대충 찾고 한잔하자고!"

"시끄러! 넌 이미 골랐지만 나는 아직이라고!"

"취취취췩! 여유 있게 찾아라. 어차피 내가 주인이다."

듀로한과 메스는 술병을 하나씩 잡고 부딪힌 후에 술병을 입에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오크와 인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이들 중 한 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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