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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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라이언과 그란 왕국의 초청(4)
"....."
"....."
"....예?!"
"뭐라고?!"
"진짜로?!"
다섯 왕국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같이 지낸 벨치스 국왕과 매트 왕자까지 경악했다. 벨리온은 그런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지금 밝혀도 되는 건가?"
"언젠가는 밝혀야 하는 일이였으니까. 그리고 네가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들도 있잖아?"
벨치스 국왕과 매트 왕자는 항상 같이 있었기에 벨리온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메스도 카르티네와 싸우면서 벨리온을 봤었다. 하지만 마족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어지간히 큰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마족이라...조금...놀랍군요. 흑발의 미남자였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나요?"
"확실히 나도 조금 충격이네. 벨리온 당신이 마족이였을 줄이야."
"두 분은 마족이랑 같이 있어도 상관없는 겁니까?!"
아무드는 벨치스 국왕과 매트 왕자가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금 성을 내며 얘기했다. 기사왕국의 왕답게 마족은 용납하지 못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드 국왕께서는 마족을 용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섞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크들과 섞였습니다. 그럼 마족도 같이 어울리며 사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마족은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파괴를 일삼는 존재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하지만 벨리온과 같이 지내본 자로서 얘기하자면 벨리온은 그런 존재가 아닐세. 마족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런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았네."
"...진심이십니까?"
"진심이네."
매트 왕자와 벨치스 국왕의 말을 들은 아무드 국왕은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때 듀로크가 나서서 얘기했다.
"아무드 국왕. 내가 객관적으로 얘기하지."
"경청하겠습니다."
"마족이 피를 좋아하고 파괴를 일삼는 존재인 것은 맞아. 하지만 모든 마족이 그런 것은 아니야. 인간들 중에서도 마족처럼 파괴를 일삼는 이들이 있잖아? 그처럼 마족도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거지."
"그럼...저 벨리온이라는 마족은 다른 마족과 다르다는 겁니까?"
"응. 그리고 혹시나 그렇다고 해도 저 녀석은 나랑 계약된 몸이거든. 파괴하고 싶어도 내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해."
"...알겠습니다. 듀로크님이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아무드 국왕은 마음속으로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듀로크가 말한 대로라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킁. 마족이라면 어느 정도 강하겠지? 나랑 한번 싸워보자."
"자자, 그건 나중에 원 없이 하게 해줄 테니까. 진정하라고."
헤츠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서 듀로크는 그를 진정시켰다.
"여하튼 원래 얘기했던 주제로 다시 돌리자면 저 맥이라는 소년은 마검에 의해서 반마족이 된 상태야. 그래서 마검과 높은 신체능력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무력을 가지고 있어. 아직도 멀었지만."
"헤헤~"
맥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럽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리고 말이 많았던 벨리온? 자기소개 좀 부탁한다."
"쳇. 벌써 다 말해놓고선?"
"뭐 어때? 얘기하지 않은 것도 있잖아."
"...알겠다. 내 이름은 벨리온. 중급 마족이며 지금은 듀로크와 계약을 맺은 상태로 라이언 왕국의 한 영지를 맡고 있다."
"중급 마족이면 어느 정도로 강하지?"
"객관적으로 내가 봤을 때 소드마스터 중급과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강한 것 같아."
"생각보다 강하군."
베로나의 질문에 듀로크가 답변해주었고 이어서 벨치스 국왕에게 눈짓으로 차례를 넘겨주었다.
"크흠. 그러면 이어서 남은 이들을 소개시켜주겠네. 이 엘프 분은 나르샤로 우리 라이언 왕국의 마법단장을 맡고 있다네."
"안녕. 처음 보는 이들도 있고 오랜만에 보는 이들도 있네."
나르샤와 한번 붙어봤던 메스가 대표로 나서서 얘기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저번처럼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으니 이번에 붙으면 이겨주지."
"어디 한번 해보시지?"
"나르샤는 참고로 8서클의 마법사, 상급 정령사, 소드마스터 중급의 클라스에 올라있어. 한마디로 엘프 중에서 제일 강한 엘프야."
"그럼, 그럼. 더 칭찬하라고."
"그래도 나한테는 안되지만."
"...내가 한번 참는다."
나르샤와 듀로크의 대화에 웃음을 짓는 이들이 있었고 벨치스는 이어서 얘기했다.
"이어서 다음으로 소개할 인물은 쉐이드라고 하네. 우리 암살단의 단장을 맡고 있네."
쉐이드는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인물들을 한번씩 쳐다본 후에 얘기했다.
"상당한 강자들이 많군. 역시 대륙에서 손꼽히는 중요인물들이라는 건가?"
"암살자? 암살자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
"헤츠님. 그 말은 실례입니다."
헤츠의 혼잣말에 모리스가 주의를 주었지만 쉐이드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다.
"용병왕 헤츠. 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초인이라고 해도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생활할 수는 없지."
"그래서?"
"그렇게 불안감을 갖고 살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하는게 좋을 것이다. 당신이 무방비가 되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쉐이드의 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넘실대면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인들도 그런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수십, 수백 이상을 죽이고 원망에 가득찬 원념들이 모여야만 만들어지는 기운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죽음의 기운은 초인들조차 놀라워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그런 기운을 받고 가만히 있을 헤츠가 아니였다.
"킁. 할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헤츠도 기운을 뿜어내며 맞대응했고 서로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할 때 듀로크가 끼어들어서 중단시켰다.
"그만. 이곳은 싸우려고 온 곳이 아닐 텐데?"
"...쳇."
쉐이드는 혀를 찬 후에 기운을 숨기고 팔짱을 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다섯 왕국의 인물들은 세상에 숨겨진 강자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두 명이 더한 강자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남은 두 명은 내가 소개시켜주지. 여기 이 여자는 나미래라고 해. 나를 비롯해서 여기서 제일 강한 존재 중 하나지."
"안녕하세요? 나미래라고 합니다."
"제일 강하다고?"
헤츠가 또 듀로크의 말에 발끈하기 시작했다. 모리스는 단순한 헤츠의 성격에 손으로 얼굴을 잡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은데? 그저 평범한 여자같구만."
"확실히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네만..."
"흐음...에밀리 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느냐?"
"저도 딱히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요."
나미래를 처음 만나본 이들이 듀로크의 말을 믿지 못하는 기색이였다. 하지만 나미래가 싸우는 것을 본 이들은 그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도 아니지. 그러면 나미래랑 팔씨름 할 사람 있어? 그걸로 증명될 거야."
"팔씨름? 흥. 저렇게 연약한 여자와 하면 승부도 안 될 텐데."
듀로크의 말에 헤츠가 조금 비꼬는듯이 얘기했는데 이게 또 나미래의 신경을 건들었고 나미래는 미소를 지으며 헤츠를 도발했다.
"그럼 한번 도전해보시든가? 당하고 질질 짜지나 말고."
"호오? 성격은 맘에 드는군. 좋아. 너나 당하고 울지나 말라고."
듀로크는 단순한 두명을 보고 씨익 웃으며 탁자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어차피 부러질 것을 알고 있었지만 탁자에 내구성 증가 마법과 강도 증가 마법을 사용했다. 탁자 위에 헤츠와 나미래가 서로 마주 보며 손을 잡았고 이내 팔씨름의 준비를 했다.
"자. 룰은 한쪽 손이 바닥에 닿으면 끝나는 걸로. 탁자가 부러질 것 같아서 마법은 걸었는데 아마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거야. 그럴 경우에도 경기는 계속 진행돼서 바닥에 손이 닿으면 지는 거로. 둘 다 알겠어?"
"오케이."
"설명은 됐고 빨리 시작하지. 난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나도 중년 아저씨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데."
"푸하하하! 재밌군.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어차피 한 명의 인간일 뿐이잖아?"
"그럼 너는 아닌가?"
"아니지."
"뭐?"
헤츠는 나미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되물었는데 그때 듀로크가 시작을 알렸다.
"시작!"
나미래의 팔은 헤츠의 팔 두께의 절반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헤츠의 승리를 점쳤을 것이다. 더구나 나미래에게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고 헤츠는 소드마스터 상급이라는 초인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미래를 모르는 이들의 생각이었고 나미래를 아는 이들은 누가 이길지 흥미진진하게 보기 시작했다.
헤츠는 듀로크가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마나를 끌어 올리지 않고 완력으로만 밀어붙였다. 마나가 없어도 헤츠의 완력은 곰과 일대일을 붙을 정도로 엄청났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자신의 팔의 절반도 안 되는 팔을 가지고 있는 나미래라면 완력으로만 상대해도 충분할 거라고 헤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어?"
완력으로 힘을 주었는데 마치 못으로 고정된 것처럼 나미래의 팔이 미동조차 안 했다. 나미래는 다른 손으로 귀를 긁으면서 여유롭게 얘기했다.
"뭐야? 힘을 준 거야? 너무 약해서 준 줄도 몰랐네."
"...이거 재밌군. 좋아. 진심으로 간다."
헤츠는 눈앞의 여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하기로 했다. 헤츠가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신체능력이 급격하게 증가되면서 나미래의 손이 조금 왼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순간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더 해봐. 아직도 멀었으니까."
"그래야지. 흐읍."
헤츠가 더욱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헤츠를 중심으로 대기와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미래와 헤츠의 팔의 힘을 버티고 있던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둘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맞붙고 있었다.
헤츠는 마나를 상당히 끌어올렸는데도 나미래의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듯 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나미래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뭐야? 이 정도야? 그럼 이제 나도 힘줘도 되겠지?"
"뭐?"
"얍."
우드득.
"크윽!"
나미래가 힘을 주자 한순간 헤츠의 손이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헤츠는 바닥에 닿지 않고 버티는데 성공했다.
"오. 대단한데?"
나미래는 끝내려고 했는데 끝내 버티는 헤츠의 모습에 감탄하듯이 얘기했고 헤츠는 밸런스 좋지 않게 몸이 쏠리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전혀 죽지 않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 계집이 감히! 진심을 보여주마!"
"어억?!"
지금까지 뿜어내었던 것이 장난이였다는 듯이 헤츠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그 기운이 모두 나미래와 잡고 있던 손에 집중되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끝에 있던 손이 한순간에 왼쪽으로 치우쳤고 동시에 나미래의 손이 왼쪽 바닥에 부딪히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바닥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나미래의 손이 멈추었다.
"...놀랐어.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럼 나도 진심으로 할게."
나미래의 몸에서 꿈틀대고 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미래의 손에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되기 시작했고 왼손 바닥에 닿으려고 했던 손이 다시 중앙으로 올라갔다. 헤츠는 모든 힘을 쏟아붓는데도 밀리지 않는 것에 진심으로 놀랐고 나미래는 한낱 인간이 자신의 힘에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이 여자...정체가 뭐지?'
'이런 인간이 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군.'
서로를 감탄하면서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듀로크가 슬쩍 다가와서 교차하고 있는 두 손에 손을 올려두었다. 엄청난 힘이 교차하고 있어서 손을 올려놓기만 해도 범인은 튕겨 나가서 즉사할 정도였지만 듀로크는 손을 가볍게 얹어두며 얘기했다.
"자자, 여기까지 하자고? 더 이상 하면 이 건물이 부서질지도 모르니까."
나미래와 헤츠는 듀로크의 말에 힘을 조금씩 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듀로크의 말대로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건물의 곳곳에 금이 가있었고 바닥은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크게 갈라져 있었다.
"...알겠다."
"그만하도록 하지."
나미래와 헤츠는 서로 뒤로 물러나면서 팔씨름은 결국 듀로크의 중재로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듀로크의 노림수 대로였다. 듀로크는 나미래와 헤츠의 성격상 언젠가는 서로 부딪힐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그럴 바에는 아예 미리 부딪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팔씨름을 주관하였고 둘이 맞붙으면 분명히 끝을 보려고 하면서 누군가는 피를 볼 것 같기에 무승부로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듀로크의 예상대로 나미래와 헤츠는 서로를 인정하였고 두 명 다 피를 보지 않는 상태로 끝났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헤츠는 나미래와 붙잡고 있던 손을 쥐었다 피면서 계속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좀 전에 느꼈던 엄청난 힘을 상기키시면서 나미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맘에 드는군.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미래."
"나미래. 어떻게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강한 힘을 내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있지. 네가 강하다는 것."
"고마워."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지. 나는 원래 이 나이까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여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내 기대에 만족해주는 이가 없었지. 그저 여자라면 욕구를 채워주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래? 최악이네."
"그럴수도. 하지만 너처럼 강한 여자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대에 만족시켜줄 수 있겠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나미래. 내 아내가 될 생각 없나?"
"...뭐?"
"뭐라고?!"
"아,아내?!"
"허..."
나미래는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놀라워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듀로크조차 헤츠가 그런 말을 할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가? 나는 대륙에서 제일 강한 측에 속한다. 더구나 왕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왕이지. 남편감으로 나보다 더 이상적인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음...미안하지만 싫어."
나미래는 고민하는 척했지만 답은 빠르게 나왔다.
"이유가 뭐지?"
"나 아저씨 취향은 아니거든."
"...푸흡. 푸하하하!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런 제안을 해준 거에는 고마워. 프로포즈는 인생 처음으로 받는 거거든."
"그런가? 영광이군."
헤츠는 결과적으로 차였음에도 뭔가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듀로크는 예상 외의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완만하게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인물을 소개시켜주었다.
"자,자. 마지막으로 소개시켜줄 인물은 카르티네야. 아니, 인물이라고 하는 것은 틀렸나?"
"그렇게 얘기해도 상관없다."
"그래? 하여튼 카르티네라는 존재는 모두 알고 있겠지?"
듀로크의 물음에 다섯 왕국의 인물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우리 라이언 왕국의 수호자가 됐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겠지. 숨길 비밀도 아니였고 말이야."
"클클클. 그렇다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까마득한 과거에 존재했던 수호자를 다시 등장시키다니. 더구나 그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를 말이네. 정말 자네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구려."
"하하하. 칭찬 고맙습니다."
카르티네의 인간형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된 다섯 왕국의 인물들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카르티네를 바라보았다. 카르티네는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고 조금 부담스럽다는 듯이 여기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듀로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제 소개도 끝났으니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자자, 이제 소개도 끝났으니 모두 자리에 앉아서 식사나 하자고."
듀로크의 말에 모두 커다란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각종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고 다섯 왕국에서 보지도 못한 음식들도 있었다.
"희한한 음식들도 있군."
"그럼. 여기서 보지 못한 것은 내가 발명한 것들이야."
"네가?"
"으음...예를 들어서 이거 있지?"
듀로크가 음식이 들어있는 하나의 그릇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이 음식이 뭔지 알아?"
"김치 아닌가? 라이언 왕국에서 수출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네."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저희 세레티에서도 똑같이 알고 있습니다."
듀로크는 그들의 대답을 듣고 이어서 얘기했다.
"맞아. 이 김치라는 음식도 내가 발명한 거야. 아마 후추와 케찹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그것도 내가 발명한 거지."
"호오? 그게 정말인가?"
"대단하군."
"그게 끝이 아니라고. 여기 이 음식도 내가 새로 발명한 거지."
듀로크는 다른 음식 하나를 들고 보여주었다. 듀로크가 든 음식은 하얗고 점성이 있어 보였다.
"그것은 뭔가?"
"마요네즈란 거야. 베로나."
"응?"
"거기 있는 오징어를 여기에 찍어서 먹어보겠나?"
베로나는 듀로크의 말대로 오징어 다리 한 짝을 찢은 후에 듀로크가 들고 있는 마요네즈에 찍었다. 그리고 그 오징어를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베로나는 눈을 딱 감고 오징어를 입안에 삼켰다.
그리고 입을 움직여서 맛을 음미하였고 동시에 눈을 번쩍 뜨면서 입을 열어 얘기했다.
"...놀랍군. 이런 맛이 나다니."
"베로나. 무슨 맛이야?"
"너도 한번 먹어봐."
베로나는 자신이 먹었던 것처럼 오징어 다리 한 짝을 마요네즈에 찍은 후에 메스의 입에 넣어주었다. 메스도 똑같이 맛을 음미한 후에 감탄을 자아내었다.
"대단하군! 이런 맛이 나오다니!"
메스도 감탄하는 소리를 들은 이들은 너도 나도 한번씩 마요네즈에 찍어보기 시작했고 모두 똑같이 감탄사를 내었다.
"벌써부터 감탄하면 안되지. 아직 음식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때부터 테이블에 앉은 모든 이들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섯 왕국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듀로크를 제외하고 라이언 왕국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모르는 음식들도 존재하였다. 음식들은 맛없는게 없을 정도로 모두 맛있었고 그런 것 때문인지 모두 폭풍같이 빠르게 식사를 마치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정말 오랜만에 먹는군요."
"동감입니다."
"클클클. 이거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입맛만 고급스럽게 높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만."
"대체 이 음식들은 누가 만든 거야? 이 요리사들을 채용하고 싶을 정도인데."
헤츠의 질문에 듀로크는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다들 그렇지 않나?"
"저도 그렇네요.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면 계속 같이 다녀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왕궁 요리사로 임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정도면 우리 집에서 데리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듀로크는 그들의 대답을 듣고 만족하면서 이어서 얘기했다.
"모두 그렇게 만족하는 것 같네. 그럼 솔직하게 얘기해서...이 음식들을 만든 것은 모두 오크들이야."
"뭐?"
"오크들이...?"
"정말입니까?!"
"호오..."
모두 듀로크의 말을 믿지 못하는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이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오크들이 만들었다고 하면 아마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었다. 그나마 듀로크가 말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신뢰성을 높여주었지만 그래도 믿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진짜야.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오크들로만 이루어진 요리사들이 만든 거야. 그만큼 오크들의 능력이 올라갔다는 거지."
"정말...놀랍군요. 오크들이 이런 요리를 만들 줄이야."
"굉장하네. 오크들의 지성이 그 정도까지 올라갔다는 건가? 아니, 우리가 과소평가 하고 있었던가?"
"나도 이런 요리를 만들지는 못하겠는데?"
듀로크는 그런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흡족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이 음식들이 오크들이 만든 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오크들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말씀.'
분명 자신의 양심에는 털이 나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듀로크는 이어서 그들에게 얘기했다.
"자자. 여기서 놀라면 안 되지. 다음 들어와라."
듀로크가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수레를 끌고 왔는데 그 수레 안에는 수많은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도끼, 검, 철퇴, 바스타드 소드, 레이피어 등 무기들부터 갑옷, 투구, 방패 등 부수적인 장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다섯 왕국의 인물들은 갑작스러운 무기들과 장비들이 들어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듀로크는 그중에 롱소드 하나를 꺼내어서 들었다. 그리고 검집 안에 들어있는 검을 뽑아들면서 검신을 보여주었다.
스릉.
"호오?"
"아주 깨끗하고 청량해 보이는 검이군요."
듀로크가 뽑은 검신을 본 이들이 감탄사를 내었다. 누구보다 강하며 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초인들이 그렇게 얘기할 정도로 명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검이었다.
"내구성 실험도 해야겠지? 으음...메스?"
"응?"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서 마나를 실어볼래? 나는 그냥 휘두를 테니까."
"알겠다."
메스는 듀로크가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이해하고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서 마나를 실었다.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듀로크는 아무런 마나도 사용하지 않은 채 들고 있던 검으로 바스타드 소드를 향해 내리찍었다.
캉!!
"허어..."
"오러 블레이드에 잘리지 않다니...굉장한 내구성이군요."
듀로크가 내리찍은 검은 이가 나갔지만 오러 블레이드와 부딪혔는데도 잘리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초인들은 알기에 감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듀로크는 충분히 보여줄 것은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얘기했다.
"보다시피 다른 장비들도 검과 비슷할 정도로 좋은 물품들이야."
"좋은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저정도면 기사들은 물론이고 극히 일부분만 입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드워프제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드워프제라...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그게...무슨 말이십니까?"
라미온의 말에 듀로크는 답문했고 라미온은 듀로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물건을 만드는데 드워프가 참전하지는 않았어. 모두 오크들이 만든 것들이야."
"뭐?!"
"그게 정말인가?!"
"말도 안 돼!"
음식 때보다 더한 의심과 반발심을 보였다. 듀로크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무기와 장비의 질은 곧 병력의 질과 동일했다. 똑같은 무력을 가진 둘이 싸울 때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장비의 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만큼 장비의 질은 중요했는데 이렇게 좋은 장비들을 드워프도 아닌 오크들이 만들었다고 하니 믿기 힘든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야. 그란 왕국에는 현재 드워프들이 꽤 살고 있지. 그리고 그 드워프들에게 배운 오크들이 만든 것이 바로 이 무기와 장비들이지. 믿기 힘들어?"
"당연히 믿기 힘들다. 그런 장비를 오크들이 만들었다고? 누가 믿겠나?"
"그럼 직접 가서 보여주도록 하지. 모두 식사는 끝났겠지?"
"뭐?"
헤츠의 말에 듀로크는 답변해주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그란 왕국으로 가서 직접 보여주도록 하지. 라이언 왕국보다 더 볼게 많을 거야. 거기는 오크들이 만든 왕국이니까."
"이렇게 빨리 가는 겁니까? 벨치스 국왕께 민폐는 아닌지..."
"하하하. 아무드 국왕. 걱정하지 말게나. 상관없으니. 그리고 그란 왕국으로 간 다음에 다시 와서 얘기를 나누면 되지 않겠나?"
"그렇군요. 명안입니다."
"그럼 남을 사람은...벨치스 국왕과 르, 제이슨, 쥬디아, 카르티네인가? 매트는 어떻게 할래?"
"따라가겠습니다."
"잠깐. 드래곤은 안 가는 건가?"
헤츠는 드래곤과의 대련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가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얘기했다.
"카르티네는 가고 싶어도 못 가거든. 수호자로 계약된 이상 라이언 왕국 밖으로 나가지 못해."
"쳇. 아쉽군."
"뭐, 또 질문있는 사람?"
벨리온, 나르샤, 나미래, 쉐이드, 맥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고 다섯 왕국의 인물들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 아무런 불평이 없는 것을 확인한 듀로크는 이내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좋아. 그럼 이동한다."
듀로크의 말을 끝으로 10여 명의 인물들이 모두 사라졌고 남은 이들은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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