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09화 (209/360)

15장 인간과 오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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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8)

라이언 왕국에 있던 인간이 그란 왕국으로 가고 그란 왕국에 있던 오크들이 라이언 왕국으로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듀로크는 정기적으로 로그와 쥬디아에게 왕국에서 일어나는 사건 및 경과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

"그란 왕국은 요즘 어때?"

[상당히 안정되었습니다. 제일 큰 문제였던 학교도 소피아님 덕분에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소피아를 선택한게 맞았군. 다른 사항은?"

[라이언 왕국에서 넘어온 인간들도 조금씩 오크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오크들을 꺼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그리고 흥미로운 일들도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일? 뭔데?"

[뱀파이어와 인간이 관계를 맺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 이상으로 흥미로운 것은 듀로크님이 만들어내신 인형과 관계를 맺는 인간도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뭐? 인형이?"

[예.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과정에서 인형에게 감정이 생겼다는 겁니다.]

"감정이? 그건...예상하지 못한 결과네."

[예. 저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인형을 차례로 조금씩 변화하는 인형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롭네. 그들을 계속 관찰해서 나중에 보고하도록. 그리고 오크들과 인간들에 대한 관찰도 잊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하지."

듀로크는 로그와의 정기적인 연락을 끝으로 쥬디아를 찾아갔다.

똑똑.

"쥬디아. 안에 있나?"

듀로크는 쥬디아가 근무하는 방에 가서 문에 노크를 했는데 아무런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 쥬디아가 자리를 비었나 싶었지만 안에서 여러가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봐서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결국 듀로크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쥬디아는 저번에 있었던 베로나의 사건 때처럼 10개의 수정구슬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와는 정반대로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때는 시간과의 싸움 때문에 긴박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서 그렇다고 듀로크는 생각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침착하지만 쥬디아는 그들의 보고에 응답하고 손을 계속 움직이면서 일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거라고 예상한 듀로크는 쥬디아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바로 뒤까지 접근했는데도 쥬디아가 알아차리지 못하자 듀로크는 장난기가 발동하였고 아주 약하게 차가운 정도의 아이스 마법을 손가락으로 발동하였다.

"아이스."

"흐갸아악!!"

손가락에서 아주 약하게 나온 아이스 마법이 쥬디아의 목을 강타했고 갑자기 차가운 마법을 목에 맞은 쥬디아는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바닥에 꼬꾸라졌다. 듀로크는 자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놀라워하는 쥬디아를 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고 쥬디아는 언제 듀로크가 왔는지 몰랐을뿐더러 괴성을 지른 것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군. 노크를 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어."

"아,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듣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예?"

"비명이 참 찰지더군."

"...잊어주십쇼."

"푸흡. 알겠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쥬디아를 보고 듀로크는 피식 웃으며 본 주제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 찾아온 것은 정기적인 보고를 들으려고 온 거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온 보고들만 받을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쥬디아는 현재 온 10개의 수정구슬을 통한 보고만 받고 이내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들 중에서 몇 개를 꺼내서 듀로크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라이언 왕국 전체에서 짜잘한 사건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암살자와 파견된 두뇌파 인원들이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오크들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라니움은 어때? 네 영지 말이야. 거기는 다른 영지보다 더 빨리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예. 듀로크님의 예상대로 다른 영지보다 훨씬 빠르게 오크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쿠르님이 먼저 가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긴 오우거를 받아들였으면 오크를 받아들이지 못할 리가 없잖아?"

"맞는 말씀입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예.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단 한 가지 걸리는게 있기는 한데..."

"뭔데?"

"그건 보고가 들어오면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아, 마침 지금 보고가 왔군요."

쥬디아는 노크를 하면서 들어오는 길드원에게 서신을 받은 후에 수고했다고 얘기하며 길드원을 내보냈다. 그리고 납봉 되어 있는 서신을 뜯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시선이 내려갈수록 그녀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듀로크는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인데?"

"제 선에서 처리하려고 했는데...힘들겠군요. 얘기해드리겠습니다. 현재 프탄이라는 도시에서 오크들을 살해하는 이가 있습니다."

"오크들을 살해한다고?"

듀로크는 쥬디아의 말을 듣고 기분이 확 상하는 것을 느꼈다.

"예. 오크들만 골라서 죽인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살해된 오크는 총 5명으로 하루에 한 명씩 죽였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암살자들에게 그 살해자를 제압하고 구속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온 서신에 의하면 구속에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실패의 원인은?"

"살해자의 무력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라이언 왕국 전역에 투입되어 있는 암살자는 대부분 B,C급 암살자들인데 살해자의 무력이 거의 익스퍼트 상급에 근접하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오히려 암살자들이 부상을 입고 구속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 살해자의 목표가 되는 오크들의 특징이나 습격당한 시간은?"

"오크면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 습격당한 시간은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인 것 같고 모두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당했습니다. 그리고 죽은 오크들의 시체가 모두 난잡하게 찢겨져 있는 것을 봐서 오크를 증오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쥬디아의 말을 들은 듀로크는 조용히 있었지만 그의 눈썹이 움찔거리는 것을 쥬디아는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있는 듀로크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쥬디아는 알 수 있었다. 듀로크가 분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쥬디아는 자신의 선에서 최대한 끝내려고 했는데 살해자가 생각보다 강해서 실패한 것이다.

"알겠다. 이 일은 내가 맡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직접 나서실 겁니까?"

"맘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요새 너무 바빠서 말이지.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해주는데 나보다 적합한 상대가 있다."

"그렇습니까?"

쥬디아는 듀로크가 자신보다 적합한 상대가 있다는 말에 놀라워했고 듀로크는 마법 가방에서 수정구슬을 꺼내어 로그에게 연결하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란은 지금 뭐하고 있지?"

[현재 왕성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란과 연결해줘."

[알겠습니다.]

로그의 말을 끝으로 수정구슬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짧은 시간이 지나서 그란의 모습이 수정구슬을 통해서 보였다.

[취익~ 듀로크. 무슨 일인가?]

"네 힘이 필요해서 말이지. 로그에게 부탁해서 지금 왕성으로 올래?"

[취익~ 알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것을 끝으로 수정구슬을 통한 통신이 끝났고 듀로크는 수정구슬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쥬디아는 갑자기 든 생각에 감탄을 자아냈다.

"아! 설마. 그란님을 미끼로 하시려고?"

"역시 머리 회전이 빨라. 맞아. 아까 3시에서 5시 사이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했잖아? 그란을 떡하니 거기다 두면 되겠지. 그리고 암살자들에게 얘기해서 다른 오크들에게 주의를 주면 될 거야."

"최소 2인조로 움직이게 하고 암살자들을 더 투입해서 관찰하게 하겠습니다."

"부탁할게. 그란에게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알겠습니다. 헌데 오크 살해자의 처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예?"

"당연히 최대한 고통스럽게 하다가 죽여야지."

듀로크가 씨익 웃으면서 얘기했고 그 표정을 본 쥬디아는 등에 소름이 돋으면서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듀로크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최대한 이 사건을 빠르게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프탄은 술로 유명한 도시였다. 각종 술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주색가라면 꼭 들려야 하는 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그만큼 주점가가 많으면 동시에 취객들도 많았고 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도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한 명의 취객은 거리를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었고 지나가는 이들과 부딪힐 때마다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툭.

"뭐야?!"

"죄,죄송합니다."

취객과 부딪힌 시민은 취객의 험악한 인상을 보고 빠르게 사과를 하며 지나갔다. 취객은 그것을 보고 킥킥 웃으면서 또 비틀거리면서 걸어갔다. 그러다가 또 누구와 부딪히면서 고성을 질렀다.

툭.

"뭐야?!"

"취익? 미안하다."

"오크? 더러운 오크가 어디서! 빨리 사라져!"

취객은 오크를 보고 욕지거리를 하였고 오크는 그를 무시하며 조용히 사라졌다.

"킥킥킥! 꼴 좋다! 오크 주제에 부딪히니까 그렇지. 딸꾹."

취객은 오크가 가는 것을 보고 또 비웃은 후에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도 가지 않고 또 누구와 부딪혔다.

"에이! 또 누구야?!"

"취익~ 오크다만?"

"또?! 오크 주제에 왜 길을 막..."

취객은 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작아야 할 오크가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눈앞에 있는 오크의 몸이 강철 같은 근육질로 되어있었고 위압감을 저절로 풍기고 있는 것이 보통 오크가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채게 해주었다.

취객은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던 취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취익~ 좀 전에 했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어떤 이야기 말인가?"

"취익~ 분명히 더러운 오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디가 더러운지 자세하게 얘기해줘라."

오크는 취객에게 얼굴을 들이대면서 얘기했고 취객은 오크의 번쩍이는 눈을 보고 덜덜 떨어댔다.

"죄,죄송합니다!"

취객은 결국 오크에게 고개를 수그리며 빠르게 도망쳤다.

"취익~ 별 것도 아닌게. 그럼...3시가 될 때까지 술이나 마셔야겠다."

오크의 정체는 바로 그란으로 듀로크의 부탁에 따라서 프탄으로 오게 되었다. 시간은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라이언 왕성과 그란 왕성에 연결되어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서 온 그란은 곧바로 듀로크를 찾아갔다. 그리고 듀로크에게 오크 살해자에 대한 내용을 듣고 그란은 듀로크와 똑같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익~ 그 문제는 내게 맡겨라! 내가 그 놈을 죽이겠다!"

"그란. 쉽게 죽이면 안 돼. 나한테 생각이 있으니까 그대로 이행해줘."

"취익~ 알겠다. 듀로크 믿겠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뭔가?"

"넌 먼저 프탄으로 가. 그리고 거기에 있는 암살자들을 만나. 암살자들에게는 내가 먼저 얘기해둘 테니까."

"취익~ 알겠다."

그 대화를 끝으로 듀로크는 그란을 프탄으로 보냈고 이어서 쥬디아를 통해서 암살자들에게 임무를 내렸다.

듀로크에 의해서 프탄으로 온 그란은 듀로크가 말한 암살자란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암살자는 총 4명으로 모두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암살자들은 자신을 찾아온 그란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듯했다.

"정말...크군."

"오크 맞아? 어떻게 나보다 얼굴 하나는 더 크지?"

"거기다 저 근육 좀 봐.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 것 같군."

그란은 자신을 보고 속닥이는 암살자들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모두 몸에 한 군데 이상씩 부상을 당해서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붕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통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임무라고 해도 오크들을 지키려고 저런 상처를 입으면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보고 그란은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취익~ 상대의 정보를 원한다."

"알겠어. 먼저 상대는 40대의 남성으로 보이고 온몸을 초록색으로 덮인 갑옷을 입고 있어.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철퇴고 갈고리와 검까지 종종 사용해. 문제는 한손으로도 무기의 응용이 가능해서 한손으로 철퇴를 사용하고 다른 손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가능해보여. 그것 때문에 우리 암살자들이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어."

"취익~ 그리고?"

"그 3가지 무기 뿐만 아니라 등에 수많은 무기들을 장착하고 다녀. 그 무기들을 사용하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비장의 무기인지 아니면 수집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목적인지는 모르겠어."

"취익~ 그런 갑옷을 입고 있는 자는 눈에 띄지 않나?"

"맞아. 눈에 뜰 수밖에 없지. 그래서 그런지 인적 드문 곳만 노리는 것도 있는데 그 녀석의 보법이 만만치 않아. 우리 암살자들의 보법이 소리와 기색을 없애는데 다른 보법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알고 있지? 그런데 그 녀석의 보법은 마치 상급 암살자의 보법을 보는 것 같아. 암살자로서 이런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데 갑옷을 입고 있는데도 우리가 찾기가 힘들 정도야."

"취익~ 무력은 어느 정도지?"

"그게 제일 문제인데...익스퍼트 상급 정도야."

"취익~ 상급이라...쉽다."

"쉽다고?"

암살자들은 쉽다는 말에 깜짝 놀라워했는데 그때 그란이 등 뒤에 매달려있던 도끼를 앞으로 쥐었다. 암살자들은 그란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하는 거야?"

"취익~ 잘 봐라."

그란은 한순간에 마나를 끌어올렸고 동시에 도끼에 소드마스터의 증거인 완벽한 오러가 실렸다. 그것을 본 암살자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고 그중 한 명의 암살자가 그란을 지목하며 얘기했다.

"생,생각났다. 2미터의 거구를 가지고 최초로 오크면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 오크들의 왕 그란!"

"그란?!"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

그들이 그란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왕이 직접 이런 곳에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왕이 직접 움직여서 살해자를 상대하겠는가?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취익~ 이제 됐지?"

그란의 물음에 암살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란은 다시 도끼를 등 뒤에 매면서 얘기했다.

"취익~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부탁?"

"취익~ 나는 부수고 힘쓰는 것을 잘한다. 하지만 상대를 고문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내가 그 녀석을 반 죽여 놓으면 당신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고문해주지 않겠나?"

그란의 말에 암살자들의 눈빛이 번쩍였다. 지금까지 그 살해자 때문에 당한 것과 분한 것을 생각하면 그란의 제안은 거절할 리가 없는 꿀 깥은 얘기였다.

"당연하지. 그것은 우리 전문이니 맡겨줘."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주도록 하지."

"취익~ 그럼 맡기겠다."

이렇게 암살자들과 그란이 하나가 되어 살해자를 잡기 위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술로 유명한 프탄의 주점가들 중에서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꽤 있었지만 새벽 3시를 넘어가면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리도 한적해지고 몇몇 쓰러진 취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그 인물은 사냥감을 찾는 맹수같이 핏기가 서 있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지붕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 인물의 움직임은 마치 조용히 부는 바람과 같았다. 그렇게 그 인물은 지붕 위를 계속 움직이다가 이내 멈추고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한동안 냄새를 맡으며 집중하던 인물은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떤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 장소에 빠르게 달려온 인물은 사냥감인 오크가 있는 것을 보고 주변을 살폈다.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자신의 감각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물은 등 뒤에 메고 있는 수많은 무기 중에서 철퇴를 꺼낸 후에 혀로 입술을 할짝이며 사냥감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그 인물은 지붕 위를 박차고 내려오면서 철퇴를 들고 사냥감을 향해 내리찍었다.

철퇴가 오크의 머리를 박살 낼 거라고 예상하면서. 하지만 그때 인물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깡!!

"뭐야?!"

철퇴가 무언가에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엄청나게 커다란 도끼에 막혀서 철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인물은 잠시 뒤로 빠져서 그 오크를 관찰하였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오크 맞아?"

지금까지 수많은 오크들을 죽여봤지만 이렇게 커다란 오크는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1.5미터의 신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오크는 2미터를 넘는 신장을 갖고 있었다. 거기다 눈앞의 오크에게서 나오는 위압감과 온몸에 붙어있는 강철 같은 근육이 자신은 다른 오크들과 다르다고 얘기해주고 있었다.

"넌 누구냐?"

"취익~ 나는 그란. 너는 이 주변의 오크들을 죽이고 다니는 오크 살해자가 맞겠지?"

"내가 어느새 그렇게 유명해졌나? 기쁘군."

인물, 오크 살해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그란의 질문에 그대로 답해주었다.

"취익~ 죽이기 전에 하나 물어보도록 하겠다."

"맘대로. 어차피 죽는 것은 네가 될 테지만."

"취익~ 왜 오크들을 죽이는 거지?"

"왜 오크들을 죽이냐고? 그거야말로 웃기는 질문이군. 해충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하나?"

"....."

"나는 원래 용병이였다. 그것도 몬스터들을 죽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몬스터 헌터였지. 그리고 그중에서 오크들을 전문적으로 다루었었다. 그런데 말이지. 라이언 왕국에서 갑자기 오크들과 동맹을 한다고 하잖아? 그러면서 오크들을 죽이는 것도 금지됐다. 그럼 안되지 안 돼. 나는 오크들을 죽이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말이야."

"....."

"죽을 때 꿀꿀되며 짖는 돼지 소리가 나를 기쁘게 한다. 보기도 싫은 면상을 갈아버려야만 만족할 수 있지."

"취익~ 그러니까 오크들을 증오하지는 않는다는 건가?"

"증오? 증오 같은 건 없지. 너는 해충을 증오하나? 싫어하고 혐오할 뿐이지. 어떻게 해충을 증오할 수가 있겠나?"

"취익...그렇군...속이 시원해졌다."

"뭐?"

오크 살해자는 그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취익~ 오크에게 당한 것이 있어서 증오하여 죽이는 것이었다면 깔끔하게 보내주려고 했다. 하지만 너는 다행히 아닌 것 같다."

"뭐래는 거냐? 이제 수다는 다 떨었겠지?"

"취익~ 언제든지 와라."

오크 살해자는 두 양손을 등 뒤로 가져다두고 자세를 취했다. 그란은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커다란 도끼를 최전방으로 내세우고 준비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오크 살해자가 입을 열었다.

"어?!"

오크 살해자가 시선을 그란 뒤로 돌리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란은 고개를 돌려서 뒤를 쳐다보았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오크 살해자가 움직였다. 그는 갈고리와 검으로 그란의 복부를 향해 휘둘렀고 자신의 공격이 들어갈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리면서 오크 살해자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서걱. 철푸덕!

"으윽! 뭐야?"

오크 살해자는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빠르게 일어서서 다시 오크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행동을 이행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두 손이 잘렸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악!! 내,내 손이!"

얼마나 빨랐는지 오크 살해자가 손이 잘린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서야 고통이 몰려왔다. 더구나 도끼에 묻어있던 피도 완전한 오러에 의해서 증발하여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있었다. 오크 살해자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두 손이 잘린 충격과 함께 오러가 실려있는 도끼를 보고 미친놈처럼 실실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오러 블레이드. 오크 주제에 소드마스터라는 거냐? 이건 꿈인게 틀림없어. 꿈인게 틀림없다고!"

"취익~ 이래도 꿈인가?"

그란이 도끼로 발목을 향해 휘둘렀고 오크 살해자의 발목이 깔끔하게 절단되었다.

"크아아아악!!"

"취익~ 아픈가? 네게 죽은 오크들도 그런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흐흐흐...내가 오크에게 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퍼억!

"컥!"

그란은 주먹으로 그의 면상을 갈겼고 오크 살해자는 쌍코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갔다.

퍼억!

"컥!"

"취익~ 이래도 꿈인가?"

퍼억!

"커억!"

"취익~ 이래도?"

퍽! 퍽!

"쿨럭!"

"취익~ 이래도?"

퍼퍼퍼퍽!!

그란의 무자비한 주먹에 오크 살해자의 면상이 찧은 떡처럼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란과 오크 살해자를 지켜보던 암살자들이 그제야 그란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 그 이상하면 죽는다고!"

"죽는 것을 원하지 않잖아!"

그란은 암살자들의 말에 그제서야 주먹을 멈추었다. 오크 살해자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모양인지 사지 중 3개가 잘리고 얼굴이 피범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조그마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취익~ 미안하다. 흥분한 모양이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당신의 동료가 이 녀석한테 살해당했으니까. 이해할 수 있어."

"취익~ 그럼 부탁하겠다."

"맡겨둬. 이 녀석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할 테니까. 우리의 능숙한 고문기술로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암살자들은 그 말을 하고 오크 살해자의 몸과 떨어져 있는 손과 발을 갖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란도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서 모습을 감추었고 커다란 비명을 듣고 온 행인들이 골목에 왔을 때는 오크 살해자가 흘린 피만이 바닥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라이언 왕국과 그란 왕국이 동맹을 맺고 왕래를 하면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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