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08화 (208/360)

15장 인간과 오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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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7)

"오늘은 1서클 라이트 마법을 가르쳐주도록 하겠네. 모두 준비됐나?"

"취익~ 알겠다."

"취직~ 언제든지."

"좋다. 그럼 이제부터 집중하게나."

흰 백발의 한 노인이 수십 명의 오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프리트로 5서클에 올라가 있는 마법사였다. 5서클이면 라이언 왕국에서는 매우 드문 존재로 어느 정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그란 왕국에 온 이유는 바로 듀로크가 내세운 조건 때문이었다.

바로 자신보다 한 단계 높은 서클인 6서클 마법서를 제공받은 것이었다. 마법서는 엄청 희귀한 것으로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들 정도인데 듀로크는 어디서 그런 것을 구해온 것인지 그란 왕국으로 넘어온 마법사들에게 전원 마법서를 지급하였다. 그런 마법서가 그란 왕국에 넘어온 이유 중에 제일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마법 실험을 하려면 비싼 광물들이 필요했는데 그란 왕국에서는 거의 헐값에 구할 수 있었고 더구나 뱀파이어란 흥미로운 존재들도 있었다. 그런 다양한 이유 때문에 마프리트는 그란 왕국으로 넘어왔고 오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크들을 가르치는 것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오크들은 마프니트의 말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고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발달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마프티르가 제일 크게 받아들인 것은 오크들이 열정적으로 마법을 연습하고 수업에 참여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크들이 마프니트의 수업에 따라갈 수 있는 것에는 배경이 따로 있었다. 바로 로그가 따로 엄선해서 고른 오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로그는 라이언 왕국에서 마법사들이 넘어오기 전에 먼저 마법사의 소질이 있어 보이는 오크들을 선출해내었다. 8서클 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로그에게 있어서 소질이 있는 오크들을 선출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볍게 마나를 분출한 후에 오크들이 알아차리는 정도를 보고 뽑으면 되었다.

그중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을 뽑아낸 후에 거기서 또 한 번 지능이 뛰어난 이들로 걸러내었다. 그렇게 남은 오크들이 마법사들의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라이트 마법은 아주 간단한 마법이네. 하지만 자네들은 마법사의 길을 이제 걷기 시작했지. 그래서 라이트 마법도 아직 버거울걸세."

마프리트는 라이트 마법을 시전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 적으면서 얘기했다.

"아마 처음에는 마나고갈 현상을 느낄 테지. 하지만 그런 마나고갈 현상을 계속해서 느껴야 하네. 그 이유를 아는 오크는 있는가?"

마프리트의 질문에 오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추측했지만 결국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가르쳐주겠네. 여기에 내 주먹만한 그릇과 내 얼굴만한 그릇이 있다고 하자. 서로 다른 크기의 그릇에 물을 붓는다면 어떤 그릇에 더 많이 물이 들어가겠나?"

"취익~ 당연히 얼굴만한 그릇이다."

"그래.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네. 마법도 이런 원리일세. 물은 마나를 말하는 거고 그릇은 자네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법의 한계량이지. 마나고갈 현상을 계속해서 느껴야 하는 이유는 자네들의 그릇을 키우려는 것일세. 자네들의 그릇의 크기는 지금...이와 같지."

마프리트는 바닥에 있는 손톱만한 돌을 주어서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크기의 그릇이라도 안에 있는 물을 모두 내보내고 다시 채우고 하면 그릇의 크기가 점점 커지게 되고 내 주먹만 하게 되는 거지. 이해가 되나?"

"취직~ 이해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

"말해보게나."

"취직~ 우리가 그 조그마한 돌과 같으면 당신은 어느 정도 크기인가?"

"나는...저기 보이는 바위만하다고 볼 수 있겠네."

마프리트가 지목한 바위는 높이만 5미터가 넘고 두께가 10미터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바위였다.

"취직! 대단하다! 그럼 또 궁금한게 있다."

"말해보게나."

"취직~ 그럼 듀로크는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가?"

"듀로크님이라...솔직히 나도 그분의 그릇을 가늠해볼 수 없네. 하지만 대략 추측하자면...저 산이 보이나?"

마프리트는 산의 꼭대기가 구름이 낄 정도로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고 있는 산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취직! 저 산의 크기 정도인가?! 놀랍다!"

"아니. 저 산의 몇 배? 십수 배? 수십 배? 아니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네. 그만큼 그분의 그릇은 차원이 다르네."

마프리트의 말에 오크들은 입을 쩍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듀로크의 그릇이 컸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세간에는 이런 말이 있네. 1서클 마법사 10명이서 2서클 마법사 1명을 이기지 못하지. 물론 마법만 사용했을 때 얘기네. 또 2서클 마법사 10명은 3서클 마법사 1명을 이기지 못하네. 이런 공식은 위 서클도 똑같이 적용하네. 그렇다면 9서클 마법사인 듀로크님은 1서클 마법사 몇 명을 상대로 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는가?"

"취익~ 10 곱하기 10 곱하기 10 곱하기...."

"취직~ 머리 터질 것 같다!"

마프리트의 질문에 계산하려고 시도하던 오크들의 머리에서 김이 나기 시작하면서 쓰러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만큼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지. 하지만 자네들이 이 조그마한 돌에서 주먹만한 돌로 성장한다면 얘기가 달라지네."

"취익? 왜 달라지는가?"

"라이언 왕국에서 현재 개발중인 마법진이 있네. 그 마법진은 저서클의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서 고서클의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지. 그 말은 즉, 자네들이 주먹만한 돌로 성장하고 힘을 합친다면 나와 같은 힘을. 저 바위와 같은 위력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는 말이네."

"취직! 그게 정말인가?!"

"취익! 우리가 그런 마법을?!"

"사실이지. 물론 자네들이 주먹만한 돌로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취윅! 마법 열심히 연습한다!"

"취직! 빨리 가르쳐줘라!"

열정적으로 수업에 달려드는 오크들을 보고 마프리트는 웃음을 지어내며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루의 수업시간을 끝낸 마프리트는 장소를 이동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곳은 바로 뱀파이어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그가 그 마을에 가는 이유는 뱀파이어에 대한 흥미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매일 정기적으로 만나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응? 마프리트 아냐? 오늘도 왔네?"

뱀파이어 마을의 입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마프리트를 본 20대의 남성이 얘기했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노인인 마프리트에게 반말을 하는 광경은 제3자가 보면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20대의 남성이 마프리트보다 나이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는 뱀파이어이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들은 300~400살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데 태어나고 5년, 죽기 전 5년을 제외하고는 20대의 모습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도 마프리트가 항상 뱀파이어 마을에 오면서 알 수 있게 된 사실이었다.

"그녀는 있는가?"

"리아스? 아마 훈련을 끝나고 지금 바로 도착했을 거야. 집에 가보면 알 걸?"

"고맙네."

뱀파이어들은 상당수가 하루에 일정 시간 훈련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바로 그란 왕국의 주력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높은 서클은 아니지만 100여 명에 달하는 4,5서클 마법사와 높은 신체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들은 충분히 강한 병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 그들이 오크들과 함께 받고 있는 훈련을 보고 마프리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돌격을 주로 하는 오크들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신체강화 마법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견제, 그리고 마법대처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뱀파이어들 중에서 특히나 흥미를 이끄는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리아스였다.

똑똑.

"안에 있는가?"

"마프리트?"

"맞네."

마프리트는 리아스의 집에 가서 노크를 했고 그 소리를 들은 리아스가 문을 벌컥 열었다. 문을 열고 보이는 여인은 20대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빨간 눈과 아름다운 은색 빛깔의 머리카락은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커다란 매력 포인트였고 잘빠진 몸매는 매력을 더욱 부각시켜주었다.

마프리트가 그녀와 만나게 된 계기는 뱀파이어들이 훈련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훈련을 받는 수많은 뱀파이어들 중에서 단 한 명. 리아스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은색으로 빛나는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마프리트는 나이가 많이 먹어서 머리가 흰색으로 변했지만 원래는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갈색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프리트는 태어났을 때부터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로 인해서 은색의 머리카락은 마프리트에게 수많은 사연을 가져다준 것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뱀파이어들 중에서 자신과 똑같은 색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이를 보았고 이내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도 가져온 거야?"

"여기 있네."

리아스는 마프리트가 온 것을 기뻐하면서 그에게 엉겨 붙어서 애교를 떨었다. 마프리트는 그것이 싫지 않다는 듯이 제지하지 않고 품속에서 하나의 병을 꺼내었다. 병에는 빨간 액체가 들어있었고 그것을 본 리아스의 표정은 더욱 기쁨으로 가득 찼다.

"이번엔 누구 거야? 공수한 거? 아니면 당신 거?"

"오늘은 내 것일세."

"정말?! 고마워!"

리아스는 마프리트에게 안기며 볼에 입술을 댄 후에 마프리트의 손에서 병을 뺏어갔다.

"그렇게 내 것이 좋은가?"

"그럼. 신선한 10대와 20대의 것도 좋지만 당신 거는 특별해. 피에 마나가 가득 찬 것이 별미거든."

마프리트가 가져온 병에 들어있는 액체의 정체는 바로 피였다. 뱀파이어는 인간과 똑같이 일반적인 식사를 하지만 정기적으로 피를 섭취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피 중에 제일 맛있다고 하는 것이 인간의 피였다. 리아스의 말로는 오크의 피는 조금 냄새가 나고 엘프의 피는 너무 청결하며 드워프의 피는 맛이 거칠다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인간의 피를 선호하여 그란 왕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인간의 피를 조금씩 뱀파이어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별미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생물이든 똑같았다. 그래서 마프리트는 리아스에게 별도의 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녀와 만나는 이유를 제공할 수 있었고 동시에 뱀파이어에 대한 흥미를 채울 수 있었다.

"내 피에는 마나가 많나?"

"응. 당연히 마법사들이 일반인보다 많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 그래서 인간 마법사의 피가 제일 맛있지."

"그럼 20대 마법사가 제일 맛있겠군."

"그렇겠지? 하지만 20대의 마법사 중에 고서클이 없잖아. 그래서 당신의 피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리아스는 그 말을 하며 마프리트가 준 병을 입에 대고 원샷을 했다. 마프리트는 자신의 피를 맛있다는 듯이 마시는 리아스를 보고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도 빠르게 사라졌다.

"크아! 역시 별미야!"

"내 것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면 듀로크님은 어느 정도인가?"

"모르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오크인 것이 조금 그래서 포기했어."

"그런가?"

"자. 그럼 오늘은 무엇이 궁금해? 내가 아는 것이라면 가르쳐줄게."

리아스는 의자에 앉으며 얘기했다.

"내 나이나 출생 등의 개인정보. 그리고 웬만한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는 다 얘기해준 것 같은데. 더 이상 궁금한게 있어?"

"얘기할게 없으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한가?"

"나로서는 별미를 더 이상 얻을 수 없으니 불안하지."

마프리트의 질문에 교묘하게 피해가며 대답하는 리아스였다.

"오늘은 생각해둔 질문이 있네."

"오? 어떤 건데?"

"대륙에는 4개의 대표적인 종족이 있네. 인간, 드워프, 오크, 엘프. 그리고 드물지만 서로 다른 종족의 번식으로 인해서 하프들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네. 하프 드워프, 하프 오크, 하프 엘프처럼. 그렇다면 하프 뱀파이어는 존재하는가?"

"좋은 질문인데? 그 질문에 먼저 대답하자면 있어. 아주 드물지만."

"아주 드물다?"

"응. 우리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다른 종족과 결합이 되지 않아. 원인은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뱀파이어들이 다른 종족과 번식을 하는 경우도 꽤 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생기지 않았어. 하지만 드물게, 아주 드물게 생기는 경우가 있어."

"흥미롭군."

"그런데 엄청난 확률을 뚫고 탄생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프 뱀파이어는 특별한 특징들이 있어."

"특별한?"

"응.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마치 인간이 감기가 걸린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몸이 축 처지는 것과 같지. 하지만 하프 뱀파이어는 낮에도 그런 효과를 받지 않아."

"호오?"

"또 하프 뱀파이어는 우리 일반 뱀파이어보다 훨씬 강해. 또한 우리는 항상 송곳니가 나있는 반면에 하프 뱀파이어는 보름달이 뜰 때만 송곳니가 튀어나온다고 하지."

"그럼 이 마을에 하프 뱀파이어가 존재하는가?"

"아니. 내가 듣기로 180년 전에 하프 뱀파이어가 태어났다고 해. 하지만 하프 뱀파이어는 멸시당하는 존재거든. 그래서 그런지 하프 뱀파이어는 3년 만에 마을을 나갔다고 하더라고. 하프 뱀파이어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지금도 살아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군."

"그런데 왜 갑자기 하프 뱀파이어에 대해서 궁금한 거야? 나와 결합하면 자식이 생기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 아냐?"

리아스는 마프리트를 놀리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마프리트의 대답은 리아스의 예상을 훨씬 빗나갔다.

"그런데 문제 있나?"

"...뭐?"

"문제 있냐고 물었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하게 묻고 있는 마프리트의 모습에 리아스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다.

"농,농담하지 말라고. 진,진심으로 받아들이잖아."

"말했지 않은가? 진심이라고. 나는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네."

"미,미친 거 아냐? 나는 뱀파이어고 당신은 인간이라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까 자네가 말했다시피 과거에 다른 종족과 번식을 한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그랬지만. 그리고 당신은 늙었잖아! 난 늙은 것은 질색이라고!"

"크흠...진심인가?"

마프리트는 다가와서 그녀의 눈을 직시하며 얘기했다. 그런 마프리트의 모습에 리아스는 당황하며 얘기했다.

"진,진심이야."

"...그렇군. 알겠네."

마프리트는 이내 품속에서 물건을 꺼내었다. 그가 꺼낸 것은 5개의 병으로 모두 안에는 피가 들어있었다.

"그,그건?"

"이건 모두 내 몸에서 빼낸 피일세. 총 5개니 아껴먹게나. 그럼 나는 이만 가겠네."

"잠,잠깐. 이,이제 오지 않으려고?"

마치 마지막 인사처럼 얘기하는 마프리트의 말에 리아스는 당황하며 얘기했다.

"퇴짜맞았는데 계속 오는 것은 민폐지 않겠나? 더구나 나도 감정이 있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올 정도로 무감정이 아니란 말이네."

"하,하지만."

"잘 있겠나. 지금까지 즐거웠네."

마프리트는 이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그런 모습을 보던 리아스는 결국 의자에서 일어나서 마프리트의 등을 붙잡았다.

"멈춰!"

"...뭐하는 건가?"

"포기가 너무 빠르잖아! 그리고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갑자기 그렇게 밀어붙이면 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고! 쉽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급한 거야!"

"...그런가? 미안하네."

마프리트는 뒤돌아서 리아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럼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그,그렇긴 한데...대체 내 어디가 좋아서 그러는 건데? 그리고 당신과 나랑 만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잖아."

"처음에는 자네의 은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네. 나도 젊었을 때는 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리고 한 달 동안 우리는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지. 이 한 달 동안 제일 많이 만난 상대를 고르라고 하면 내가 가르치는 오크들을 제외하고 자네이네.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니 자네의 성격, 출생, 장점, 단점들을 알 수 있었지."

"그래서?"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자네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사랑을 해본 적이 없네. 마법에만 매달려있던 결과겠지. 그런 내가 최근에는 마법보다 자네를 생각하고 있었네. 이것이 사랑이란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물론 내게 남은 일생은 얼마 되지 않을 걸세. 잘해봐야 20~30년이겠지. 하지만 자네는 뱀파이어로 아직 남은 일생이 100년 이상일 거야. 이것에 대해서는 혼자 남게 되는 자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네. 하지만 허락해준다면 나는 남은 일생 동안 지금보다 몇 배의 시간을 자네에게 투자할 계획이네."

"....."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나?"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는 거네."

마프리트의 질문에 리아스는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혔지만 그러면서도 입을 열어 얘기했다.

"그,그냥 한 명의 노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심인가?"

마프리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바라보자 리아스는 뒤로 빼다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알,알겠다고! 솔직히 얘기하지! 나도 같아! 나도 당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오히려 좋은 감정이 있어! 생각해봐. 맨날 자신을 위해서 방문해주고 피까지 구해서 갖다준다고! 거기다 어떨 때는 자신의 몸에서까지 뽑아서 주지! 처음에는 무슨 의도로 접근하는지 의심이 됐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 그리고 어느새 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가?"

"그래! 오늘은 무슨 대화를 할까? 무슨 피를 가져올까? 어떤 옷을 입고 기다려야 할까 하면서 당신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 이제 됐냐?!"

"....."

리아스는 붉어진 얼굴로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여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마프리트는 그녀의 말에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이내 폭소를 했다.

"푸하하핫!!"

"뭐,뭐가 웃겨?"

"아,아니 웃겨서 말이지. 나는 지금까지 다음 서클로 올라갔을 때 느끼는 행복이 어떤 것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한 행복을 느끼니 참 이상하다 싶어서 그렇네."

"그,그래서 어쩌라고?"

마프리트는 이내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더 꺼냈다. 그것은 바로 6서클 마법서였다. 5서클 마법사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물건일뿐더러 마법사에게 있어서 그 이상으로 원하는 것이 없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그건 마법서잖아? 그걸 왜?"

"이걸 자네에게 맡기겠네."

"뭐?!"

"자네에게 보여주는 약속의 증표이네. 자네도 마법사라면 마법서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겠지. 하지만 지금 그 마법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자네이네."

"...당신 부끄러운 말을 거침없이 하네."

"마법사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하고 살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마프리트는 마법서를 리아스에게 넘겨주었고 리아스는 한숨을 쉬면서 마법서를 받아주었다.

"알겠어. 당신의 말을 믿어줄게."

"그럼 나와 결혼해주겠나?"

".....알...겠어."

"고맙네."

리아스는 얼굴을 돌리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수락했고 마프리트는 미소를 지었다.

"이,이 마법서는 나랑 같이 사용하자고! 나,나도 5서클 마법사니까."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하게나. 이제는 같이 살아야 하니."

"시,시끄러!"

마프리트와 리아스는 이렇게 연인의 관계부터 진행되어 결국 부부가 되었고 그들은 후에 있을 전쟁에서 같이 고난을 겪으면서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뱀파이어와 인간이 부부가 되는 경우는 그들만이 아니고 그란 왕국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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