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07화 (207/360)

15장 인간과 오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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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6)

"헉...헉...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닙니다. 정확히 10분 58초 동안 기다렸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럼 가보실까요?"

"알겠습니다."

한 명의 남성과 여성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남성은 이건 분명히 데이트가 확실하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시간은 과거로 흘러가서...

라이언 왕국에서 넘어온 20대 남성 1명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에단으로 그란 왕국의 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쳐주는 선생이었다. 그란 왕국에 온 이후로 며칠이 지나는 동안 에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그 이유는 따로 통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에단은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먹고 자는 백수 같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며칠 지나지 않아서 에단을 찾아오는 이가 있었다.

똑똑.

"예~ 나갑니다."

에단은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문을 열었다.

"누구시죠?"

"이번에 이쪽 담당을 맡게 된 메이드 33이라고 합니다. 통보 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

"에단님?"

에단은 메이드 33이라고 소개한 여성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집까지 안내해주면서 수많은 메이드들을 보았고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여성도 다른 메이드들보다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에단은 그녀를 보고 자신이 한눈에 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메이드 33은 에단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자 되물었고 에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아,아닙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내일부터 학교가 운영될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을 제가 인솔하기 위해서 특정 장소로 모였으면 합니다."

"알,알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 말씀하십쇼."

"혹시 시간되면...식사나 한번 같이 하실래요?"

에단은 자신이 조금 갑작스럽게 제안을 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메이드 33이 고개를 조금 갸우뚱거리며 얘기했다.

"괜찮습니다만...무슨 의도로 같이 먹자고 하시는 겁니까?"

"아. 그냥 대화나 하자는 겁니다. 다른 의도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저는 항상 집에서 7시에 저녁을 먹게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에단은 항상 7시에 먹게 되어있다는 말에 조금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연하죠. 제가 권하는 입장에서 불만을 따질 땝니까? 그런데 집이 어디시죠?"

"여기서 두 블록 옆에 보면 1층 건물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메이드 33은 그 말을 끝으로 인사를 하고 사라졌고 에단은 문을 닫은 후에 혼자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 무슨 선물을 들고 방문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

다음날 에단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후에 6시에 퇴근을 하고 있었다. 1시간 뒤에 그렇게 기대하던 그녀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에단의 몸은 축 처져 있었다. 그 이유는 수업을 하면서 진이 다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난이도일 줄이야..."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에단은 일부러라도 힘을 내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 조금 있으면 그녀를 만나잖아? 힘내자. 먼저 방문 선물이라도 사서 가볼까?"

일부러 생각하지 않기로 한 에단은 시장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터에는 수많은 오크들이 물건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란 왕국으로 넘어온 인간들이 가게를 차리고 파는 것도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숫자가 비이상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에단은 시장터를 한번 둘러보면서 선물로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딱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다.

"이건?"

"취익~ 어서 와라."

에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의 목걸이었다. 중심에는 가공을 한 블루 사파이어가 있었고 은색으로 된 줄과 화려한 무늬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딱 봐도 상당히 가격이 나갈 거라고 예상되었지만 선생의 역할을 맡으면서 많은 돈을 쥐여주었기에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당신이 만들었나?"

"취익~ 그렇다. 드워프에서 배운 기술로 만들었다."

오크의 손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 바탕에는 드워프의 가르침이 있었던 것이다. 에단은 그 말에 놀라워하면서도 이 목걸이가 얼마가 나가든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거 얼마지?"

"취익~ 1골드다."

"1골드?!"

"취익~ 너무 비싼가?"

"아,아니...오히려 너무 싼 것 같은..."

가치와 가격에 대해서 에단은 뛰어난 괄목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도 목걸이라면 최소한 100골드는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300골드를 불러도 에단은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크가 1골드를 부르니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너무 비싸냐고 묻기까지 했다.

"취익~ 너무 싸다고?"

"그래. 이 정도면 라이언 왕국에서 100골드 이상은 할 거야."

"취익~ 그런가? 하지만 나와 비슷한 오크들도 1골드로 판다."

"전부 다?! 이 사파이어가 가공되지 않은 것만 팔아도 100골드는 될 거다!"

"취익~ 이 파란 돌 말인가? 저 산에 가면 이 파란 돌 어디든 굴러다닌다."

"...진짜냐."

에단은 듀로크가 그란 왕국에 가면 한바탕 벌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채굴권은 없어도 여기서 이런 보석을 파는 오크들에게서 헐값에 모두 사서 라이언 왕국에 가서 다시 팔기만 해도 떼부자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에단은 품속에서 금화를 꺼내었는데 오크가 얘기한 1골드가 아닌 10골드를 넘겨주었다.

"여기 있다."

"취익? 너무 많다."

"오히려 이것도 적은 거다. 너희들 최소한 10골드로 파는 것이 좋을 거야. 이 정도의 물건이면 10골드도 거저로 주는 거니까."

"취익~ 그런가? 명심하겠다."

오크는 에단에게서 10골드를 받은 후에 사파이어 목걸이를 주었다. 에단은 그 사파이어 목걸이를 가지고 신나게 그녀의 집으로 이동했다.

에단은 그녀가 가르쳐준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복장을 체크하였다. 다른 집에 가는데 좀 더 좋은 옷을 입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기에 에단은 수업했을 때와 똑같은 복장을 입고 왔다.

복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에단은 문에 노크를 하였다.

똑똑.

"누구십니까?"

"에단입니다."

에단의 대답을 들은 메이드 33은 문을 열어서 그를 맞이해주었다.

"오셨습니까? 들어오십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에단은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먼저 첫 번째 사실에 놀랐다. 내부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구와 생필품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침대와 테이블 그리고 똑같은 옷이 걸려있는 옷장이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테이블에 수많은 음식이 놓여져 있었는데 다 똑같은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왜 똑같은 음식이 저렇게 많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 에단은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똑같은 음식이 많군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먹는 음식은 하루에 몇 번 언제 먹는지 정해져 있습니다. 그에 따를 뿐입니다."

"정해져 있다고요? 누가 정해줬죠?"

"로그님이 정해주셨습니다."

로그. 그란 왕국의 실권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그녀에게 식사까지 언제 먹으라고 명령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에단은 알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아, 그리고 이건 오늘 식사에 어울려주시는 감사의 표시입니다.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에단은 좀 전에 샀던 사파이어 목걸이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는데 메이드 33은 그 목걸이를 받아주었다. 에단은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받아준 것에 기뻐했는데 그녀가 목걸이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왜 그러시죠?"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목걸이입니다. 목에 걸치는 것이죠."

"그러는 이유가 있습니까?"

"예?"

"이 목걸이를 걸치면 이득이 있습니까?"

에단은 그녀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당황해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진심으로 물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돌려서 거절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표정 변화가 일절 없다 보니 어떤 의도로 말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에단은 그냥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로 했다.

"자신을 치장하는 겁니다."

"치장?"

"예. 안 그래도 예쁘신데 목걸이까지 하면 더 예쁘실 겁니다. 제가 보장하죠."

"...그렇습니까?"

메이드 33은 에단이 준 목걸이를 목에 걸었고 에단은 목걸이가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외식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외식 말입니까?"

"예."

"저는 7시에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같이 나가시죠. 제가 더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자자. 가시죠."

에단은 지금은 자신이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그러자 그녀는 당황했지만 에단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에단은 자신이 생각해두었던 식당을 향해 그녀를 계속 이끌고 왔다.

"여기는?"

"이 근방에서 제일 괜찮은 식당 같아서 이끌고 왔습니다. 혹시 실례였나요?"

"아닙니다. 에단님이 저를 이끌고 오신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게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그럼 식사나 하시죠."

에단이 데리고 온 식당은 오크와 드워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드워프와 오크가 선호하는 음식이 합쳐진 이색적인 맛을 보여주는 독특한 식당이었다. 에단이 우연히 이 식당에 와서 먹게 되었는데 상당히 맛이 괜찮아서 그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딸랑.

"취익~ 어서옵쇼."

주방장에서 오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식당 내부에는 몇 명의 오크들과 드워프들이 움직이면서 주문을 받거나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테이블 수도 약 50여 개나 되는 커다란 식당으로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단은 그녀를 데리고 빈자리에 앉았고 그에 맞혀서 한 명의 드워프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우리 식당에 잘 왔다. 주문하겠는가?"

"오늘 추천하는 건 어떤 거죠?"

"오늘은 훈제 닭을 추천한다. 훈제 닭에 맥주 한 잔이면...크으...상상만해도 군침이 흐르는군."

"어떻게 하실래요? 추천대로 하실래요?"

"저는 에단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로 해주세요."

"그러도록 하지. 헌데...그쪽은 메이드 아닌가?"

드워프가 메이드 33을 향해 물어봤고 에단은 드워프가 그녀를 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녀를 아십니까?"

"그란 왕국에 있는 드워프들 중에서 왕성에서 근무했다면 그녀를 모르는게 이상하지. 그런데...당신 보니까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구만?"

드워프가 직설적으로 말하자 에단은 당황스러워하면서 그의 얼굴이 한순간에 붉어졌다.

"그,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니. 힘든 길을 걷는다 싶어서."

"힘든 길이요?"

에단은 드워프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되물었고 그런 반응을 본 드워프는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설마...자네 그녀의 정체를 모르나?"

"예?"

"그녀는 듀로크가 만든..."

"브란님. 그 이상은 얘기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호오?"

브란이라는 드워프는 메이드 33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자유의사도 가지고 있었나? 알겠네. 자네가 그렇게 느낀다면야.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게나."

에단은 드워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린 이유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아. 혹시 메이 양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메이?"

"예. 메이드 33이라고 하셨는데 그걸 줄여서 메이라고 부를까 싶어서요. 싫은가요?"

"...맘대로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예. 메이 양."

에단은 음식이 나올 때까지 메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자신의 과거와 있었던 이야기를 에단이 얘기했고 메이는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중간중간 메이도 얘기했는데 에단이 그녀에게 출신이나 그녀의 개인적인 일을 물어봤을 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을 조금 이상하게 여겼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질문은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와서도 간간이 이야기도 하면서 분위기는 괜찮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계속 지속되면서 에단은 행복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과 식사를 하며 적당한 이야기를 한다. 이런 시간과 행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에단은 원했지만 무색하게도 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고마웠죠. 제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저기..."

"예?"

이만 자신의 집으로 가려는 메이는 에단의 말에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혹시...다음에도 식사 한번 같이할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메이는 조금 고민하는듯 했지만 이내 받아들였고 에단은 점프를 할 정도로 기뻐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헤어졌고 에단은 기쁨에 겨워서 함성을 지르면서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에단은 메이드 33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행복감에 쌓여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였지만 그것을 메이와 만나면서 생기는 행복이 상쇄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다른 선생들이 눈치챈 모양인지 에단에게 다가와서 물어봤다.

"자네 안색이 나쁘지 않구만. 자네 반은 수업이 괜찮은가?"

"아. 아닙니다. 요새 조금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말이죠."

"기분 좋은 일?"

"예. 데이트를 하는데 점점 잘 되는 것 같아서...흐흐."

"오? 좋겠구만. 상대는 누군가?"

"메이드 33이라고 불리는 여성입니다. 저는 메이 양이라고 부르죠."

"메이드 33? 설마 우리 수업시간에 뒤에서 감시하는 이들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들도 메이드와 집사라고 불렸죠.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자네 혹시 모르는건가?"

"예?"

선생은 에단의 표정을 보고 그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 같네."

"무슨 말씀이시죠?"

"아니네. 혹시 그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생긴다면 로그님에게 물어보게나. 그분은 이 그란 왕국의 실권자이자 이 학교의 교장실에 있으시니까."

그 말을 끝으로 선생은 에단에게서 멀어졌고 에단은 석연치 않은 감정을 느꼈다. 확실히 그녀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끼기는 했다. 표정의 변화가 없고 너무나 규칙적인 생활과 자신의 과거 이력 및 출신에 대해서 밝히지 않으려는 점 등 수많은 것들이 신경쓰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그런 점들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에단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에단 선생님?"

"예?"

"교장실에서 로그님이 찾습니다."

동료 선생의 말에 에단은 뭔가 불안해졌다. 이 타이밍에 로그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계획된 것인지는 몰라도 왠지 불안했다. 그렇게 불안감을 갖고 에단은 교장실을 찾아갔다.

똑똑.

"들어오십쇼."

"실례하겠습니다."

교장실 내부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그 중앙에 로그가 앉아서 엄청난 속도로 서류를 보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통해서 로그가 얼마나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바쁘신 것 같군요."

"그란 왕국에 손댈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여서 그런지 조금 바쁩니다."

"그런 바쁘신 분이 저를 왜 부르신 거죠?"

"어느 정도 눈치채고 계시지 않습니까?"

로그는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메이드 33에 관련된 일이여서 불렀습니다."

"그녀가 어쨌다는 거죠?"

"어제 제게 찾아와서 얘기하더군요. 에단님과 있었던 이야기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해졌다?"

"예. 에단님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고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에단님을 생각하고 떠올린다고 했습니다."

에단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로그가 한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얘기했다.

"그게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이죠?"

"에단님도 어느 정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메이드 33이 평범한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표정도 변하지 않고 제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정확히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에단은 로그의 입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를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눈치챈 이들도 있고 그들이 직접 얘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별로 비밀은 아니였지만 에단님에게는 제가 직접 얘기해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왠지는 모르겠지만 에단님에게는 얘기하시지 않으신 것 같으니."

"예?"

"직설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메이드 33. 메이 양은 인간이 아닙니다. 듀로크님이 만든 마법생명체. 그것이 그녀의 정체입니다."

"...예?"

에단은 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마법...생명체?"

"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입니다. 그녀가 표정이 없는 것은 감정이 없기 때문이고 제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하려는 것은 그녀에게 자유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하지만 그녀는 인간과 똑같이 생겼는데요? 저와 대화도 나누고 지능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게 듀로크님의 능력입니다. 거의 인간과 다를 바가 없죠."

"...진짜냐?"

에단은 로그의 말에 충격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인간이 아니고 마법 생명체라니. 하지만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눈에 반해버렸으니까. 그렇게 새로운 사실의 충격에 빠져있다가 에단은 갑자기 든 생각에 로그에게 얘기했다.

"잠깐만요. 감정이 없다고요? 하지만 아까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것이 참 이상한 일이죠."

로그는 무덤덤하게 계속 얘기했다.

"분명히 그들은 감정이 없고 자유의사가 없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드 33. 그녀는 당신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싫어하면서 자유의사를 펼치었죠. 더구나 당신을 떠올리고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감정이 분명하죠."

"그,그렇다는 말씀은?"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에단님. 당신이 아마 원인이겠지만요."

"...그녀는 지금 어딨죠?"

"자신의 집에 있습니다만. 가실 겁니까?"

"예. 한순간 주저하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군요. 지금 당장 그녀에게 갈 겁니다."

"가시기 전에 한 마디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에단은 로그의 말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마법 생명체입니다. 당신으로 인해서 변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마법 생명체로서 그녀의 생명은 짧을 수도 있죠. 그리고 인간과 다른 점이 수없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으십니까?"

로그의 물음에 에단은 한순간의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예. 그녀가 인간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데. 그리고 일시적인 형상이면 제가 바뀔 수 있게 계속 노력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녀의 생명이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더 행복하게 만들면 되는 일입니다. 인간과 다른 점이 많은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희 인간도 다 다릅니다. 그게 제 대답입니다."

"훌륭한 대답입니다.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에단은 그대로 곧바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로그는 사라진 에단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과연 메이드 33만 생긴 변화일까요? 아니면 다른 메이드들과 집사들도 그렇게 변화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말 흥미롭군요. 사랑의 힘이라...한번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똑똑.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메이는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문으로 다가가서 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숨을 거칠게 쉬면서 헉헉거리고 있는 에단을 보고 메이는 물었다.

"에단님? 무슨 일이십니까?"

"헉...헉...잠,잠시...들어가도...되겠습니까?"

"예. 들어오십쇼."

메이는 문을 열어주었고 에단은 고맙다는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에단은 전력질주로 메이의 집까지 달려온 덕분에 진이 빠졌고 의자에 앉아서 조금 쉬기로 했다. 그사이에 메이는 물 한 컵을 에단에게 갖다주었고 에단은 고맙다고 한 후에 한 번에 물을 들이켰다.

"후...후...이제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시고."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메이는 에단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제 정체에 대해서 아신 모양이군요."

"예. 로그님에게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작별인사를 하러 오신 겁니까?"

"예?"

"제가 인간이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으니 이제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시려 오신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지 않은게 무슨 대수입니까?"

"예?"

에단의 말에 이번에는 오히려 메이가 되물었다.

"저는 당신의 종족을 보고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외모, 성격, 행동 등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시간을 보내면서 좋아하게 된 겁니다. 인간이 아닌게 무슨 이유라도 됩니까? 저는 메이 양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저는 인형입니다. 누구에게 명령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누가 저랑 만나지 말라고 하면 만나지 않을 겁니까?"

"....."

에단의 질문에 메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는 감정이 없습니다."

"아니요. 메이 양은 감정이 있습니다. 지금도 기뻐서 웃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웃고 있다고요?"

메이는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에단의 말대로 자신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대체..."

메이는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아니, 자신이 그 사실에 놀라워한다는 것 자체에 또 놀라워했다. 감정이 없는 자신이 놀라움을 느낀다니? 갑자기 메이는 혼란스러워졌다.

"제가...어떻게 된 겁니까?"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겠죠. 로그님에게 들었습니다. 저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예. 제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서 보고 드렸습니다."

"또 저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한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그게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

메이는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은 것처럼 어색해했다.

"예. 사랑. 누군가를 좋아하고 시도 때도 없이 떠올리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죠. 항상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껴지고 수많은 것들을 함께 경험하고 싶죠. 안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느끼는 것이...사랑이라는 겁니까?"

"예."

"그것이 감정이고?"

"예. 감정 중에 한가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감정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것이죠."

"사랑이라...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이 사랑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맞는 것인지."

그때 혼란스러워하는 메이의 손을 에단이 붙잡아주었다. 그런 행동에 지금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메이의 표정이 부서지고 누가 봐도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점을 제가 옆에서 봐주고 도와드리겠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면 안 될일도 둘이서 하면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저를 의지해주세요."

"하,하지만 그러면 에단님에게 민폐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메이 양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에단은 계속 피하려고 하는 메이를 보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로 결심했다.

"메이 양."

"예?"

"저랑 정식으로 사귀어주십쇼."

"...예?"

메이는 에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듯 했다. 아니, 못하는 척이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왜,왜? 얼굴이 붉어지는 거죠? 아,아니 이 감정은 뭔가요? 무,무섭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기쁨이라는 감정도 있죠. 저와 사귀는게 싫습니까?"

"아,아닙니다. 오히려 저같은 인형과 사귄다니...괜찮으십니까?"

"그 질문에 몇 번이라도 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메이 양이 인간이지 않는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신다면...알겠습니다. 사귀어드릴게요."

메이는 그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에단은 그 미소를 보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를 계속 뻔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 미소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에단이었다.

"에단님?"

"아. 죄,죄송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치켜세우지 마십쇼. 부끄럽습니다."

또 다시 메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지는 것을 보고 에단은 미소를 지었고 이렇게 둘은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여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메이는 감정을 갖게 되었고 점차 인간과 다른 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변해간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다른 인형들에게도 점차 나타나기 시작하여 로그는 흥미롭게 그들을 관찰하고 듀로크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런 변화를 일으킨 에단과 메이 사이에 자식까지 낳게 되어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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