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인간과 오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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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4)
입학 첫날 하루의 수업을 모두 끝내고 선생들이 교무실에 모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침울한 분위기를 띠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정말 이 정도일줄은..."
"어떻게 방안이 없을까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래서 선생들의 특혜가 좋았던 건가..."
피터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충분히 공감하였다. 시간은 9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9시간 전.
피터는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자, 여기서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
피터의 말에 소수의 인원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손을 든 이들이 모두 인간이였고 오크 중에서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주시고 모르는 이들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해주세요."
피터의 말에 학생들이 자리를 이동하였다. 그렇게 자리를 이동시킨 이유는 문자를 알고 있는 이들과 알지 못하는 이들과 서로 다른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피터는 그때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문자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문장으로 되어있는 글을 나눠주고 이에 대한 뜻을 적으라고 시켰다. 그리고 문자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기에 입 모양과 더불어 문자를 쓰는 방법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취익~ 이거 어떻게 잡는 건가?"
"취췩~ 부러졌다."
"취직~ 사용법을 모르겠다."
모든 학생들에게는 만년필과 종이를 나누어줬는데 오크들이 만년필을 처음 본 것이었다. 그래서 만년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만지작거리다가 부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종이에 만년필을 내리찍어서 두 동강을 내거나 잉크를 부어버리는 등 갖가지의 경우의 수로 만년필과 종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만년필과 종이를 분해해버리는지 피터는 믿을 수가 없었다. 거기서 조금 당황했지만 피터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오크들에게 만년필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오크들에게 일일이 만년필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으로 30분이 지나버렸다.
그사이에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이들은 피터가 내준 글에 대해서 모두 적는 것을 끝냈고 그것을 봐주기 위해서 피터는 칠판에 문자 하나를 적고 오크들에게 따라서 적으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피터는 그사이에 문장의 뜻을 적은 것을 본 후에 틀린 점과 맞은 점을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또 오크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만년필로 종이에 적으려고 하다가 힘 조절이 안 돼서 종이를 찢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피터는 그것을 보고 머리를 감싸며 오크들에게 일일이 가서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오크들에게 문자를 적게 하고 그사이에 왼쪽으로 가서 맞은 점과 틀린 점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틀린 점과 맞은 점을 가르쳐주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조용해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피터는 오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오크들이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크들에게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경험이 처음일뿐더러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졸음이 쏟아진 것이었다. 더구나 문자 하나를 적으라고 하는 사이에 피터가 다른 곳에 신경 쓰니 안 그래도 졸음과 싸우던 오크들이 모두 곯아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피터는 그런 오크들의 모습에 당황하며 그들을 일일이 깨웠는데 오크들이 얼마나 잘 곯아떨어졌는지 아무리 소리쳐도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겨우 모든 오크들을 깨우는 것을 성공했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결국 피터의 첫 수업은 이렇게 끝난 것이다.
그리고 2,3,4교시도 1교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계속 겪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고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축 처져 있는 몸을 이끌고 교무실로 왔는데 자신과 같은 처지를 가진 선생들을 볼 수 있었다.
"후...저는 농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오크들에게 농사를 가르키는게 그렇게 힘들지 몰랐습니다. 땅 파는건 누구보다 뛰어난데 씨앗을 1미터 밑에 넣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썩게하는 것은 기본이고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해서 농기구를 다 부숴버렸습니다."
"저는 역사를 가르치면서 병법을 주로 다루었는데 오크들이 병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냥 돌격밖에 몰라서 그런 모양인지 생전 처음 듣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 정도면 양호하군. 나는 상식과 문화를 가르치는데 오크들이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내가 오크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말이 통하지가 않네. 오늘도 서로 아무 말만 하다가 끝나버렸지."
"하...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군."
120명의 선생들 중 밝은 분위기를 띠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똑똑한 이들이 모였는데도 마땅한 방법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당한 대책이 없는 1주일이 지나갔다.
"어휴. 오크 냄새나는 것 좀 봐. 정말 같이 있어 주지 못하겠네요."
"그 말 그대로네요. 왜 저런 짐승과 같은 이들과 함께 있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맞는 말이에요."
학교 수업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을 시점에 오크들을 깔보는 인간 학생 그룹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뒤에서 지켜보는 인형들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크들을 깔봐도 인형들이 제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은 거리낌 없이 오크들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본 소피아는 그들을 말릴까 고민했지만 아직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동시에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수업 시간에도 오크들 때문에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그런 일들로 인해서 얕잡아보게 되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5반에서 제일 오크들을 싫어하는 그룹이 하나 있었는데 3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 1명이 리더처럼 이끌고 다녔고 그녀의 이름은 프데라로 귀족의 자재였다. 소피아와 같이 귀족의 자재였지만 둘이 비교했을 때 소피아가 훨씬 높은 신분이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그런 것을 뽐내며 얘기할 성격이 아니였는데 프데라는 그런 귀족에 대한 자긍심으로 꽉 찬 소녀였다.
"오크 주제에 길을 막지 말아줄래요? 불쾌하네요. 저리 비키세요."
"취익~ 미안하다."
프데라는 다른 오크들도 얕잡아봤는데 특히나 괴롭히는 오크가 1명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카드크.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덜떨어지는 행동과 지능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프데라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후에 프데라는 카드크를 항상 멸시하면서 괴롭혔는데 카드크는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든 그저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동료 오크들도 카드크가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앞가림이나 하는데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동료가 당해도 상관없이 그러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소피아는 오크들이 그렇게 동료를 무시할 정도로 매몰차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어쨌든 프데라와 그녀의 그룹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마다 카드크를 괴롭혔고 그런 광경을 재밌다는 듯이 인간 학생들이 지켜보았다.
"거기 짐승."
"취익?"
"목마르니까 물 좀 가져올래요? 아무리 지능이 낮다고 해도 가져올 수 있겠죠?"
"취익~ 알겠다."
카드크는 프데라의 말에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물병을 들고 학교 옆에 있는 연못의 물을 담고 왔다.
"취익~ 가져왔다."
"누가 오크의 물병에 든 물을 먹겠어요? 자, 여기다가 담아서 가져오세요."
프데라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병을 줘서 카드크에게 넘겨주었다. 카드크는 또 그 물병을 갖고 다시 연못에 가서 물을 담고 왔다.
"취익~ 여기있다."
"으윽. 오크의 손에 닿은 물병을 제가 만지라는 건가요? 정말 무례하군요."
"취익~ 미안하다."
"됐어요. 제가 직접 마시면 되니까요."
프데라는 카드크가 가져온 물병을 거꾸로 세워서 바닥에 물을 뿌렸다. 그 모습을 본 소피아는 그만 참을 수 없어서 일어났는데 그녀의 앞을 막는 이가 있었다. 바로 오크들이었다.
"...왜 저를 막는 거죠?"
"취직~ 괜찮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당신들이 왜 저런 광경을 보고 말리지 않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취직~ 우린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모습을 계속 가만히 둘 거에요? 인간들이 오크를 무시하도록?"
"취직~ 지금은 우리가 참을 수밖에 없다."
"취췩~ 우리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때가 아니라고요?"
"취직~ 로그가 얘기했으니까."
"취췩~ 지금은 참으라고."
"로그님이?"
소피아는 왜 로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생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소피아는 결국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오크들은 다시 자리에 돌아갔다. 그렇게 카드카가 당하는 모습을 소피아는 애써 외면하면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대체 로그님은 왜 그런 말을 하신 걸까?"
소피아는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걸어가지 않고 로그가 왜 그런 명령을 했는지 수많은 추측을 하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흐음...설마 다른 해결방법을 찾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러면 너무 늦는데. 아니면 인형들을 통한 무력진압? 그건 너무 강압적이야."
다양하고 가능성 있는 추측들이 소피아의 머릿속에서 난무하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의도로 얘기하신것 같은데...설마?"
소피아에게 하나의 생각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소피아는 생각했다.
"그게 가능할까? 성공한다면 그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을 테지만...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은 거의 도박이야. 성공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소피아는 제재하지 않는 인형. 동료가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일부러 외면하는 오크들. 그리고 로그에게서 내려진 명령. 그런 근거를 통해 로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충은 추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피아는 혼자 추론을 하며 걸어갔는데 이내 눈앞에 누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추론하는 것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
"어? 당신은?"
"취익?"
소피아는 어느새 자신이 집으로 가는 반대 방향으로 온 것을 알아차리면서 눈앞에 있는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 오크는 바로 카드크. 5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오크였다.
"카드크님 맞죠?"
"취익~ 맞다. 미안하지만 네 이름 모르겠다."
"제 이름은 소피아라고 해요."
"취익~ 소피아. 기억하고 있겠다."
"감사합니다. 그런데...이게 대체 뭐죠?"
소피아는 주변을 보고 놀라워했다. 그 이유는 땅이 마치 농사를 하기 전에 고르게 한 것처럼 엉망진창으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카드크가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봐서 땅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 같았다.
"왜 땅이 이렇게 되어 있죠?"
"취익~ 연습하고 있었다."
"연습이요?"
"취익~ 문자 연습."
카드크는 그 말을 하고 검으로 땅을 긋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드크가 움직이는 동작을 보고 소피아는 그가 뭘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카드크는 검으로 땅에 오늘 배웠던 문자를 적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수많은 땅이 엉망진창으로 되어있는 것은 그만큼 카드크가 검으로 연습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주변을 모두..."
최소한 수백 번은 적은듯한 모습에 소피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취익~ 나는 오크다. 오크는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진다. 거기다 나는 오크들 중에서도 떨어진다. 그러면 오크보다 몇 배, 인간보다 수백 배 노력해야 한다."
카드크는 그렇게 말하며 검으로 땅을 긋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소피아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오크들이 수업 참여에 미흡한 것은 그들이 불성실한게 아니였다. 몰라서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크들은 저렇게 노력하며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인간들이 그렇게 하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나마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소피아는 부끄러웠다.
"...죄송해요."
"취익? 뭐가 미안하나?"
"카드크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카드크님을 비롯한 오크분들에게 죄송할 짓을 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거에요."
"취익~ 뭔지 모르겠지만 괜찮다."
"그럼...내일 봬요."
"취익~ 잘 가라."
카드크는 손을 흔들어주며 소피아를 보내주었고 소피아는 결심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급식시간. 11시부터 12시간 사이는 점심시간으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해주는 시간이다. 인형들이 줄을 서서 오는 인간과 오크들에게 음식을 퍼주었고 학생들은 거치되어 있는 반찬통에 음식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카드크도 마찬가지였다.
카드크는 줄을 서서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어 인형들이 주는 음식을 받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고 이동하려는 순간 그의 발을 거는 이가 있었다.
우당탕!
카드크는 발에 걸려서 넘어지면서 반찬통에 있는 음식을 바닥에 엎었다. 그것을 보고 인간 학생들이 깔깔 웃었고 발을 건 프테라는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호호호. 발을 잘 보고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바닥이 더러워졌잖아요. 빨리 치우도록 하세요."
"취익~ 미안하다."
카드크는 엎은 음식을 치우려고 했는데 그때 한 명의 인물이 프테라의 앞에 섰다. 그 광경에 인간 학생들은 물론이고 오크들도 그 인물이 누군지 바라보았다. 그 인물은 바로 소피아였다.
"이제 그만하세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당신은 누구죠?"
"저는 소피아라고 해요."
"소피아...들어보지 못한 이름이군요. 그리고 왜 제가 부끄럽다는 거죠?"
"당신이 오크들보다 어떤 뛰어난 점이 있길래 오크를 멸시하면서 괴롭히는 거죠?"
"하아?"
"인간이여서? 인간이면 오크보다 뛰어난가요? 당신이 귀족이여서? 귀족이라고 다른 이들과 핏줄이 다른가요? 당신이 오크보다 어떤 뛰어난 점이 있죠?"
"당연히 제가 뛰어나죠. 오크들은 멍청하고 더러울뿐더러 상종하기 힘든 종족이니까요."
"그래요? 제 생각에는 이 오크가 당신보다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소피아는 카드크를 지목하며 얘기했고 프데라는 비웃으며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카드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소피아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카드크에게 손을 내밀었고 카드크는 소피아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당신은 이 분이 문자를 외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시죠?"
"문자를 외운다고요?"
"예. 이 분은 어제 배운 문자를 외우려고 몇 시간 동안 땅에 문자를 적고 있더군요. 조사해보니 다른 오크들도 모두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당신은 그런 오크들보다 끈기가 있나요? 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소피아의 말에 프데라는 물론이고 인간 학생들도 놀랐다. 오크들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분이 당신보다 힘이 없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참고 사는 줄 알아요? 이 분이 마음만 먹으면 당신 같은 소녀는 힘도 못 쓸 거에요."
"천,천박한 오크가 감히 그럴 수 있겠어요?"
"천박? 왜 오크들이 천박하죠? 당신은 귀족이라서 위대한 건가요?"
"당연하죠. 귀족이 평민보다 위대하며 평민보다 떨어지는 오크들이 천박한 것은 당연한 이치죠."
프데라의 말을 들은 소피아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 열이 올라서 말을 거칠게 했다.
"하. 들어보지도 못한 귀족의 자재가 뭐가 위대한지 모르겠군요."
"뭐,뭐라고요? 다,다시 얘기해보세요."
"듣도 보도 못한 귀족의 자재가 왜 위대한지 모르겠다고요."
"이,이!"
소피아의 말을 들은 프데라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반찬통을 소피아에게 있는 힘껏 던졌고 이내 반찬통에 있는 음식이 소피아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때 소피아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퍼퍼퍽.
"당,당신..."
"괜찮으세요?!"
"취익~ 괜찮다."
소피아의 앞을 가로막아서 대신 음식을 맞아준 이는 바로 카드크였다. 반찬통에 있던 음식이 카드크의 온몸을 적셔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 모습을 인간 학생들과 오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프데라는 자신이 했던 행동에 놀란 모양인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카드크를 바라보았다.
"전,전...그러려고 한게..."
"취익~ 하나만 말하겠다."
"예,예?"
"취익~ 나를 괴롭히는 것은 상관없다. 나 혼자 참으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카드크는 프데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다른 이들을 건드린다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눈이 번쩍이면서 동시에 카드크에서 나오는 압박감에 프데라는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소피아가 카드크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고 프데라는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며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프데라는 카드크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인간 학생들도 오크들을 비웃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부정적인 효과도 있었는데 바로 프데라가 소심해지면서 자주 수업을 빠지는 것이었다.
"프데라는 오늘도 결석인가?"
피터는 요즘 들어서 자리를 계속 비우는 프데라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찾으려고 수업을 빼먹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 명의 오크가 손을 들고 얘기했다.
"취익~ 잠시 화장실을 갔다가 와도 되겠는가?"
"예. 갔다 오십쇼."
피터에게 허락을 받은 오크는 교실을 나가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화장실이 아니고 옥상이었다. 옥상에 올라온 오크는 찾고 있던 이가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취익~ 수업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저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짐승."
옥상의 난간에 앉아있는 인물은 바로 프데라였다. 프데라는 카드크가 온 것을 슬쩍 쳐다본 후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았죠?"
"취익~ 쉬는 시간마다 옥상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 스토킹까지 하는군요. 저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이제 저도 당신한테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취익~ 그럴 수 없다."
"...왜죠?"
"취익~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경 쓰인다. 그리고 옥상은 위험하다. 이쪽으로 와라."
프데라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카드크를 보고 얘기했다.
"...그 소피아란 여자가 말한 대로에요. 저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귀족의 자재죠. 그 날 이후에 그 소피아란 여자가 누군지 조사해봤더니 그 유명한 소크라 백작의 딸이더군요. 그런데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니다니. 그것을 알고 난 이후로 저는 부끄러웠어요. 그 소피아란 여자가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지."
"취익~ 위험하다. 이쪽으로 와라."
"그러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지금까지 인생을 헛살았나 싶기도 하고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젠 당신을 봐도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고 다른 어떤 것도 관심이 없어요. 그냥...모든게 무의미한 것 같아요."
"취익~ 이리로 와라."
"지금까지는 제가 잘난 줄만 알았죠. 하지만 실상 보니 저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한 인물이었어요. 누구보다 뛰어난 점도 없고 그저 한 명의 소녀일뿐이죠. 나 하나 없어져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평범한."
"취익~ 이리 오라고 했다!"
카드크는 소리를 지르며 프데라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프데라는 있는 힘껏 그의 팔을 떨쳐내었다.
"이거 놓으세요!"
그런데 이때 프데라는 두 가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난간에 있다는 점과 생각보다 힘을 너무 줘서 반작용으로 자신의 몸이 뒤로 밀린다는 것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 프데라는 난간 뒤로 밀려났고 동시에 옥상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프데라는 그와 같은 상황에 처음에는 놀라워했지만 이내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며 몸을 놓았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떨어져 죽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푸른 하늘을 정면으로 보면서 몸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설명하지 못할 해방감과 통쾌함을 느끼며 눈을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다가오는 물체를 볼 수 있었다. 그 물체는 바로 카드크였다.
"당신?!"
카드크는 프데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 프데라를 자신의 몸으로 감쌌다. 프데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와 동시에 카드크와 프테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우드득.
"쿨럭."
프데라는 생각보다 충격을 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카드크가 완벽히 몸으로 감싸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카드크의 입에서 피가 울컥 튀어나오며 프데라의 옷에 튀겼다.
"괜,괜찮아요?!"
"취,취익~ 미안하다. 옷,옷에 피가 튀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왜,왜 나를 구해준 거죠? 나는 당신을 계속 괴롭혔는데."
"취,취익~ 모,모르겠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당신..."
프데라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자신을 보호해주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린 카드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잠,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도와줄 사람을 불러올 테니."
프데라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카드크가 프데라의 손목을 잡으며 얘기했다.
"취,취익~ 부르지 마라."
"예? 왜요?!"
"취,취익~ 너한테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로그가 얘기했다. 사건이 일어나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취,취익~ 이 정도 상처, 며칠이면 낫는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어요. 저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프데라는 카드크의 헌신적인 말에 어이가 없는 것을 느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프데라의 눈에 항상 수업시간에 뒤에서 지켜보며 메이드라고 불리는 여성을 찾을 수 있었다.
"저기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프데라의 말에 메이드가 다가와서 그녀에게 얘기했다.
"무슨 일인가요?"
"지금 이 오크가 다쳤어요! 치료해주세요!"
"죄송하지만 제게는 치료능력이 없습니다."
"그,그런! 그럼 누가 치료할 수 있죠?"
"로그님이 가능하십니다. 로그님께 안내해드립니까?"
"예! 빨리요!"
"알겠습니다. 비상사태라고 인식하고 움직이겠습니다."
메이드는 별로 근육질의 몸매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여성으로 보였는데 카드크를 등에 업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프데라는 그런 모습을 보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워하며 그 뒤를 힘겹게 따라갔다.
메이드가 카드크를 데리고 간 곳은 교장실이라고 적힌 곳이었다.
똑똑.
메이드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프데라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가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안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중심에 커다란 책상이 있었는데 그 책상에 로그가 앉아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번 보겠습니다."
메이드는 카드크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로그는 카드크에게 다가가서 그의 몸을 관찰하였다.
"갈비뼈 몇 개가 나갔습니다. 그리고 부러진 갈비뼈가 내장을 찔렀군요. 그냥 두었으면 상태가 악화됐을 겁니다."
듣기만 해도 아픈 것 같은 말에 프데라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로그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치료가 가능한 거죠?!"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완치해드리겠습니다."
로그가 카드크의 몸에 손을 대고 얘기했다.
"리커버리."
로그의 손에서 빛이 나면서 고통을 참고 있던 카드크의 표정이 한순간에 평온해지고 있었다. 프데라는 실제로 마법을 본 것은 처음이여서 로그의 손에서 나오는 빛을 보며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잠시 로그의 손에서 빛이 나오는 것이 멈추었고 이내 로그가 얘기했다.
"끝났습니다. 어디 아프신 곳 있습니까?"
"취익~ 없다. 역시 로그다. 고맙다."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치신지에 대해서는 들어야겠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로그의 눈이 번쩍이는 것을 프데라는 볼 수 있었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프데라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때 카드크가 먼저 얘기했다.
"취익~ 내가 옥상에서 혼자 떨어졌다. 그리고 이 소녀가 떨어진 나를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게 끝이다."
"당,당신!"
"옥상에서 혼자 떨어졌다...그리고 이 소녀가 도움을 주었다는 겁니까?"
"취익~ 맞다."
프데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자신을 감싸려는 카드크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끝까지 자신을 감싸려고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 프데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니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것을 이 오크가 감싸서 이렇게 다친 거에요!"
"취익? 너?"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저도 고백할게 있어요. 저는 이 오크를 지금까지 괴롭혔어요. 멸시하고 무시하고 상처입혔죠. 그런데 이 오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구해줬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니 불이익을 줄 거면 저한테 주세요. 제가 모든 것을 잘못했으니까요. 알겠어요?!"
카드크는 프데라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같은 압박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로그는 그런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렇군요. 사정은 대충 알았습니다. 그럼 프레다님에게 불이익을 가하겠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당신에게 오크들과 인간이 친하게 지내도록 조율하는 선구자 역할을 내리겠습니다."
"...예?"
"끝입니다."
"그게...끝이라고요?"
"예. 당신에게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선구자 역할을 잘해낼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무슨 불만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변경해드립니까?"
"아,아니요. 그저...너무 약한 것 같아서."
"선구자 역할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오크들에게 고정관념을 가진 이들을 바꾸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프데라는 로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겠어요."
"기대하겠습니다. 카드크님도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프데라와 카드크는 로그의 말에 그에게 고맙다고 하며 교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문앞에서 한 명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미안하지만 얘기 다 들었어요."
기다리고 있는 인물은 바로 소피아였다. 프데라는 소피아를 보고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를 했다.
"미안해.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소피아는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를 하는 프데라를 보고 조금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
"아니에요. 저도 말이 심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생각을 바꾸었다는게 기뻐요."
프데라는 소피아의 말에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아니에요. 그리고 같이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요."
"너도?"
"예. 저는 원래 그런 목적으로 온 것이니까요."
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고 프데라는 손으로 얼굴을 붙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얘네. 그릇이 너무 달라."
"그건 오해에요. 전 그렇게 커다란 인물이 아니랍니다."
"아니. 난 알 수 있어. 넌 분명히 대물이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
프데라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소피아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오늘부터 친하게 지내봐요. 같은 길을 걷게 되었으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런데 넌 왜 여기에 온 거야?"
"당신들의 일이 제대로 해결했나 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도 있어서."
소피아는 교장실을 바라보며 얘기했고 프데라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겠어. 그럼 이만 갈게."
"취익~ 고마웠다."
프데라와 카드크는 이내 소피아에게 얘기하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사라졌다. 소피아는 그런 둘의 관계를 지켜본 후에 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할게요."
"어서 오십쇼. 소피아님."
"로그님 맞으시죠?"
"예. 맞습니다."
서로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소피아는 듀로크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로그를 모를 리가 없었고 로그는 듀로크의 옆에 따라다니는 소피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로그님에게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서 왔어요."
"그렇군요. 말씀하십쇼."
"로그님이 메이드와 집사분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린 것은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던 건가요?"
로그는 소피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요. 프데라와 다른 일행들이 오크들을 무시하고 괴롭히는데 메이드와 집사분들이 신경 쓰지 않더군요. 그들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음에도. 그 이유는 그들이 통제하면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으니까 아닌가요?"
"계속하십쇼."
"그런 일시적인 효과는 말 그대로 일시적일 뿐이죠. 마음에서 진심으로 오크들을 차별하지 않아야만 하죠. 그래서 프데라님과 카드크님처럼 강하게 부딪힌 후에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기다린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무모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로그님의 의도를 제가 눈치채서 기폭제 역할을 해서 다행이지 제가 나서지 않았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을 거에요. 오크들도 참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겠군요."
무덤덤히 얘기하는 로그를 자세히 쳐다보고 있던 소피아는 이내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설마...제가 알아챌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던 건가요? 제가 그렇게 행동하리라고?"
"어떨까요?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저 몇 가지의 경우의 수는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듀로크 오빠가 전적으로 믿을만 하네요."
"그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군요. 당신을 이 학교에 보낸 듀로크님의 의도를 알 것 같습니다."
서로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소피아였다.
"로그님도 아시겠지만 프데라님과 카드크님의 일을 이 학교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 중에 정말 일부일 뿐이에요. 오크들과 인간의 관계가 그분들을 시작으로 점점 나아지겠지만 또 다른 커다란 문제가 있죠."
"수업의 진행 말입니까?"
"맞아요. 오크분들이 노력하면서 따라가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그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몇 가지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중에서 소피아님이 얘기하는 의견을 받아들일 예정이지만요."
로그의 말에 소피아는 흠칫하며 한 발짝 뒷걸음쳤다.
"...무슨 말씀이시죠?"
"소피아님이 지금 어떤 해결책을 낼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피아님의 의견을 보고 그걸로 내세울 예정입니다."
"...제가 무슨 의견을 내세울지 알고 있나요?"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소피아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이상할 리 없죠. 그리고 소피아님의 의견 중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수정하면 될 일입니다."
"정말...놀랍네요. 어떻게 아신 거죠?"
"학교에는 수많은 눈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학교 어디든 간에 관찰할 수 있죠."
로그는 메이드를 바라보며 얘기했고 소피아는 로그의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이내 교장실을 밖으로 몸을 돌리며 얘기했다.
"오늘은 정말 유익한 대화였어요. 달리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 수 있었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소피아님과 대화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소피아는 밖으로 나갔고 로그는 소피아가 간 것을 확인하고 의자로 뒤돌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놀라우신 분이군요. 저 나이에 저런 두뇌를 가지다니. 그게 비록 병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로그는 쌓인 서류를 또 정리하면서 혼잣말을 계속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다른 것을 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니 소피아님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진행하면 학교는 어떻게 해결되겠죠. 듀로크님은 이것을 미리 예견하시고 소피아님을 보냈을까요? 그건 듀로크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겠죠."
로그는 결국 서류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하나의 사건이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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