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03화 (203/360)

15장 인간과 오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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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2)

대부분의 사람이 잠에 깊이 빠져있을 새벽녘. 그 시간에도 조그마한 등불에서 나오는 빛으로 시야를 밝히며 서류를 넘기고 있는 한 남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류를 넘기던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이내 몸 전체를 떨어대었다.

마치 사시나무가 떠는 것처럼 떨어대던 남성은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지고 혈관이 튀어나왔다. 결국 한계점을 넘어선 남성의 입에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아아악!! 왜 끝이 나지 않는 거야?!!"

남성은 책상 위에 있는 펜을 바닥에 세게 던졌는데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씩씩거리며 괴성을 질렀다.

"아니, 1000명도 살지 않는 마을에 무슨 사건이 이렇게 많이 터지는 거야?! 하루에 2시간도 안 자면서 일을 하는데 끝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냐?!!"

남성의 이름은 플레이트로 라이언 왕국의 두뇌파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플레이트가 왜 1000명도 살지 않는 마을에 와서 잠도 거의 못 자면서 서류를 넘기고 있느냐 하면 바로 조율자에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조율자란 오크와 인간 사이에서 생긴 사건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며 해결하는 역할을 가진 이들이다. 플레이트는 듀로크가 말한 특혜에도 관심이 있었고 오크들과의 조율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다. 물론 플레이트가 받는 특혜는 어마무시했다.

2명이 사는데도 3층 별장이었고 돈도 마음껏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남았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시간이 있어야 쓰지! 집이 좋으면 뭘 해?! 일이 쌓여서 여기서 나갈 수가 없는데!"

그 말대로 서류작업을 하는 것만으로 하루 대부분을 쓸 정도로 바빴다. 그 서류가 모두 오크와 인간 사이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것만 모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힘들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거기다 오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좀 더 똑똑하다는 것을 알면 참아야지! 꼭 그렇게 건들어야겠냐?! 인간 놈들아!!"

서류에 적혀져 있는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일들이 인간이 먼저 오크들을 건드려서 사건이 생기는 경우였다. 인간인 플레이트가 주관적인 입장으로 본다고 해도 인간이 잘못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니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든 것을 느낀 플레이트는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후...후...아이고, 머리야. 이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진짜 화병이 나서 쓰러질 수도 있겠어."

플레이트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끼익~

"취익~ 플레이트. 고생이 많다."

"스카. 이 시간에 안 자고 뭐 해?"

"취익~ 네가 고생하는데 나 혼자 잘 수 있겠나?"

"말이나 못 하면. 하지만 나보다는 네가 몸을 사용해야 하잖아?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빨리 자. 네가 도와줄 것은 지금 없으니까."

"취익~ 알겠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스카라는 오크는 결국 문을 닫고 나갔다. 플레이트는 그런 스카를 보고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처음 스카를 만났을 때의 느낀 점을 말하자면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는 것이었다. 스카는 말도 유창하게 했고 그란 왕국에서 물건을 거래하는 상인 비슷한 직업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스카와 생활하면서 그가 오크가 아닌 조금 덜떨어진 인간과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더구나 같이 생활하면서 플레이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카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는데 놀랍게도 간단한 단어 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떨어지지 않는 지능과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모습까지 가진 스카에 듀로크가 말했던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플레이트는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이 마을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플레이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서류의 양이 말해주고 있었다. 하루종일 해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산만큼 쌓인 양. 그중에 95% 이상이 인간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시비, 욕설은 기본이고 폭행까지 다양한 경우의 사건들이 있었다.

더구나 그런 사건의 가해자를 경비병들이 데려가서 구속해도 엄청나게 가벼운 형량을 받고 나오는게 대부분이었다. 경비병들도 오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였다. 결국 가벼운 형량은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억제력을 줄 수 없었고 그 가해자들은 또 사건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게 서류가 줄어들지 않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먼저 이 양을 줄이려면 경비병들을 어떻게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악순환을 멈추려면 제일 큰 원인 하나를 없애고 다른 원인을 제거해야 하든지 해야겠어."

그렇게 어떤 방법을 써야 원인을 제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에 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취익~ 플레이트."

"응? 무슨 일이야?"

"취익~ 또 날을 샛나?"

"날을 샛냐고? 이제 새야지. 아직 아침이 되려면 멀..."

플레이트는 어느새 아침이 밝아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 않았네. 언제 날이 샛지?"

"취익~ 날 계속 새면 몸에 좋지 않다."

"휴...나도 새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 서류가 줄어들지 않으니까. 다 이게 경비병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래."

"취익? 그게 무슨 말인가?"

"이 서류를 처리해서 가해자들을 경비병들에게 넘기면 뭘 해? 경비병들이 죄를 가볍게 주는 걸. 계속 악순환만 도는 거지."

"취익~ 한마디로 경비병들이 일을 제대로 하게 만들면 해결되는 건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게 최선이지."

플레이트는 푸념을 하는 것처럼 스카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푸념을 해봤자 스카가 해결해주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스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취익~ 알겠다. 내가 해결해주겠다."

"뭐?"

플레이트는 스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아니 잠깐만. 네가 오히려 경비병들을 압박하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거야. 안 그래도 오크에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데 그러면 더욱 좋지 않아져."

"취익~ 괜찮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나?"

스카는 천장을 바라보며 얘기했고 플레이트는 스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대체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야?"

"취익~ 모른 척하지 마라. 나는 알고 있다. 천장에서 계속 숨어있었던 것을."

플레이트는 드디어 스카가 미쳤다고 생각하며 그를 말리려고 했다.

"스카. 너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진 거야? 너야말로 좀 쉬었다가 오는 것이 좋을..."

탁.

"...미안. 그리고 당신은 대체 누구야?!!"

플레이트는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인물을 보고 빠르게 스카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나타난 인물을 향해 소리쳤다. 인물은 검은색의 도복을 입고 입을 천으로 가리고 있었는데 굴곡과 몸매를 통해서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언제 눈치챘지?"

"취익~ 이 집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왜 모른 척하고 있었지?"

"취익~ 살기를 띠지 않고 우리가 생활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은신술을 눈치채다니 상당히 감이 좋군."

"취익~ 칭찬 고맙다."

"...저기 나만 빼고 얘기하지 말아줄래?"

플레이트는 자신만 빼고 대화하는 두 명을 보고 소외감을 느끼며 얘기했다.

"미안하군. 내 은신술을 눈치채고 말하는 것에 놀라서 무시했다."

"그보다 당신 대체 누구야? 왜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지?"

"나는 암살단에서 파견된 암살자다. 너희 둘을 감시하고 이 마을에 발생하는 오크와 인간의 충돌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럼 설마...서류에 적혀져 있던 이상한 보고는 당신 때문이었어?"

"취익? 이상한 보고?"

"그래. 주먹다짐과 무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원인 모를 공격에 당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기절한 경우가 대부분이더군. 그래서 사건에 비해 피가 흐른 경우가 엄청 드문 것을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게 다 당신이 한 거였나?"

"그렇다. 나와 한 명이 2교대로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지. 지금은 내가 당신들을 감시하고 나머지 한 명이 지금 마을에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

"...당신도 엄청 바쁘겠군."

"이런걸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나도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저 오크의 말을 듣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

"그렇군. 서로 이해관계가 맞다는 건가? 그래서 스카. 좋은 방법이 있어서 부른 거야?"

암살자와 플레이트는 스카를 쳐다보았고 스카는 입을 열어 얘기했다.

"취익~ 경비병들이 문제면 그들을 협박하면 되지 않나?"

"협박? 어떻게?"

"취익~ 협박 정도는 쉽지 않나?"

스카는 암살자를 보며 얘기했고 암살자는 스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나? 내가 암살자답지 않게 너무 성실하게 일했나보군."

"잠깐. 가능해?"

천으로 암살자의 입이 가려져 있었지만 미소를 짓는 것을 플레이트와 스카는 알 수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자가 협박을 힘들어하겠나? 제대로 해결하고 와주지."

그 말을 끝으로 암살자의 모습은 사라졌고 스카는 플레이트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었다. 플레이트는 그런 스카의 행동에 웃으며 암살자가 제발 성공하기를 빌었다.

"하암~ 오늘도 꽤 힘들었네."

시야가 국한적으로 좁아지는 자정시간. 한 남성이 하품을 하며 거리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오크가 와서 귀찮은 일만 늘었네. 무슨 가해자라고 붙잡아 오는 녀석들만 하루에 수십 명에 달하니 원.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상대는 오크니까."

남성의 이름은 한스로 경비대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었다. 오늘도 가해자라며 데려고 온 이만 수십 명이었고 그들을 조사하는 척하면서 내보내주느라 이렇게 늦게 퇴근을 하고 있었다.

"이게 다 오크 때문이야. 그 녀석들이 와서 이렇게 바쁘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 녀석들을 내쫓을 수 있을까? 내 힘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한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딱히 적절한 대안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였다.

"에이~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고 자야지."

결국 머리를 쓰는 것을 포기한 한스는 주점에서 간단한 술을 사가지고 마시면서 길거리를 걸어갔다.

"크으...이 맛이야! 퇴근하면서 마시는 술은 끝내주는구만!"

"그렇게 맛있나?"

"그럼~ 정말 맛있지. 당신도 먹겠나?"

한스는 뒤를 돌아보며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한스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응? 잘못 들었나?"

한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한스의 뒤통수를 갈기는 이가 있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스가 앞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고 있는 술병도 떨어졌다. 하지만 누군가 술병을 손으로 잡아서 바닥에 안전하게 내려놓았고 그와 동시에 한스의 몸을 어깨에 쥐고 빠르게 사라졌다.

"....."

스으윽...스으윽...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한스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듣고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으윽...여,여긴?"

한치의 불빛도 없어서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던 소리도 갑자기 멈추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지금 의자 같은 것에 앉아있고 줄에 묶여서 꼼짝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대체 무슨 상황에 처한 건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나?"

"누,누구야? 여,여긴 어디지?"

"내 질문에만 답변한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한스는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에 반항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알겠다."

"네 이름은 한스가 맞나?"

"그,그렇다."

"이 마을의 경비대장이 맞나?"

"그,그렇다."

"네녀석이 지금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더군. 맞나?"

"무,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나는 본 직업의 역할에 충실히 하고 있다."

"거짓말이군."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래?"

그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서 횃불이 켜졌고 이내 주변을 밝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스는 이곳이 바로 자신이 근무하는 근무대의 지하감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여긴 지하감옥?"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제한된 시야로 보니 눈앞에 있는 인물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몸매와 굴곡을 통해서 여성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옆을 봐라."

여성의 말에 한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실루엣을 통해서 자신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똑같이 의자에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1명이 아닌 여러 명이.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들에게서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지? 그리고 저들은 대체 누구길래 나와 같이 묶여 있는 거지?'

그런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을 때 여성이 불을 갖고 묶여있는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로 인해서 시야가 잠깐 밝아졌는데 그사이에 본 광경에 한스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온몸이 피범벅으로 물들었는데도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남성들이 보였다. 얼굴에는 피로 빨갛게 변한 가죽 주머니로 감싸져 있어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피범벅임에도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는 남성들을 보고 한스는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죽,죽었어?! 대,대체 왜?! 내,내가 뭘 잘못했다고 죽어야 하는데?!"

여성은 한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묶여있는 한 명의 남성에게 다가갔다. 한스는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여성의 행동을 지켜봤고 여성은 한 남성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벗겼다. 그리고 한스는 그것을 보고 좀 전의 광경을 봤을 때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너,넌 네이선!"

여성이 가죽 주머니를 벗기면서 한스에게 보여준 남성의 얼굴은 바로 자신의 부하 경비병인 네이선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여성은 차례차례 다른 남성들의 얼굴도 보여주었다.

"브리던..루미엘...엘라든까지..."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는 남성들은 모두 자신의 부하였다. 자신의 부하들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직접 봐서 그런지 한스는 더욱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여성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한스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왜,왜?! 우,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우,우린 잘못한 것 없다고!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데?!"

"과연 그럴까?"

여성은 조그마한 단검을 가지고 다가왔다. 단검은 피로 범벅이 되어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너희들은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어."

"공,공평? 무,무슨 말을 하는 거야?"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라. 아니,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도 되겠지. 너희들은 오늘 무슨 일을 했지?"

"오,오늘은 오,오크들과 싸움을 일으킨 녀석들을 데리고 조사하고...설마?"

한스는 여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너희들은 오크들과 인간을 차별했지. 오크에게 가해를 준 인간들을 모두 가볍게 무시하며 돌려보내 주었지."

"그,그건 오크잖아! 오크는 우리랑 다르다고! 오크는 인간에게 당하는게 당연..."

푹!!

한스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검이 자신의 낭심과 몇 c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한스는 무의식적으로 조금 오금을 지렸지만 이미 공포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였다.

"오크가 당해야 하는게 당연한가? 왜지? 우리랑 달라서? 아니면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져서? 그 어떤 이유건 간에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네 녀석도 알고 있을텐데?"

"그,그건..."

"너의 논리대로라면 너와 나는 다르다. 나는 너보다 강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지. 그렇다면 너가 당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말,말도 안 돼..."

"말이 안 되긴? 네 논리대로 하는 건데."

여성은 박혀있던 단검을 꺼내 들어서 한스의 얼굴에 들이대었다. 한스는 가까이 오는 단검을 보고 괴성을 질러대었다.

"제,제발!! 이,이제 오크들을 차별하지 않을게! 맹세코 공평하게 처리할테니까! 제발 살려줘!"

"안 돼. 이미 늦었어."

"안 돼!!!!"

여성은 단검을 크게 휘둘렀고 이내 한스는 단검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오는 것을 보며 의식을 잃었다.

"....안 돼!!"

한스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고 누가 봐도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꿈,꿈이 었나?....휴..."

한스는 아직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이내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생생한 꿈은 처음이야. 아직도 식은땀이 멈추지 않다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악몽이었는데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악몽이 그렇게 생생한지 고민하던 한스는 결국 출근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복장을 갖춘 후에 집을 나섰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너무 오크들을 생각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없었던 한스는 조금 오크들에게 신경 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근무대를 향해 들어갔다. 근무대에 여러 명의 부하 경비병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한스는 꿈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좋은 아침."

한스의 인사에 부하 경비병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한스는 평소와 다르게 그들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왜 그래?"

"대,대장님. 혹,혹시 어제 이상한 꿈을 꾸시지 않으셨습니까?"

"꿈?"

"예,예. 누,누군가에게 납,납치된 꿈을."

"너,너희들도?!"

한스는 부하 경비병들의 말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한스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그게 가능해?"

"저,저희들도 지금 알았습니다. 네,네이선이 어제 꿨던 꿈을 얘기했는데 다들 똑,똑같은 꿈을 꿨다고 해서..."

"우리가 귀신에 쓰였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렇게 한스와 그의 부하 경비병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불안하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 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워하며 침을 삼켰고 서로 눈치만 바라보며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그런 눈치싸움 끝에 한 명이 대표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한 명의 남성이 서 있었는데 그의 복장을 통해서 그가 편지 배달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한스와 그의 부하 경비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배달원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왜,왜들 그러시죠?"

"아닙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편지를 하나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남성은 편지 하나를 건네주고 이내 인사를 하고 갔다. 편지를 받은 네이선은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기 시작했고 나머지 한스와 경비병들은 안도하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그냥 우연히 같은 꿈을 꾸었을 뿐이야."

"그 말이 맞습니다. 누가 저희들을 납치하겠습니까? 엄벌에 처하려고."

"그러게 말이야. 푸하하핫!"

한스가 웃으면서 다른 경비병들도 똑같이 따라 웃었다. 마치 불안감을 날려버리려고 하는 듯이 그들의 웃음은 약간 과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딱 한 명만 웃지 않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 한 명의 인물은 바로 네이선이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들은 네이선을 쳐다보았는데 네이선은 얼굴을 시퍼렇게 변한 상태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들은 놀라워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네이선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편,편편...편지에..."

네이선은 입까지 덜덜 떨며 말을 하지 못했는데 안간힘을 다해서 편지를 건네주려고 하고 있었다. 한스는 네이선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 네이선의 손에서 편지를 뺏어서 읽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모두들 잠은 잘 주무셨나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어제 좋지 않은 꿈을 꾸지 않았습니까?"

한스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침을 꿀꺽 삼키고 이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지,지금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자,자신과 똑같은 꿈을 꾼 이들이 있다는 것을요. 사실만 말하자면 그건 꿈이....아닙니다. 모,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죠."

"뭐,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지,지금!"

"장,장난 치지 마십쇼!"

"여기에 그렇게 써져 있다고!"

부하 경비병들은 한스의 말을 듣고 공포에 떨기 시작했고 한스는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계속 이어서 편지를 읽어나갔다.

"어,어제는 그렇게 경고로 끝났습니다. 하,하지만 전과 똑같이 공평하게 일을 하,하지 않으면 그때는 경,경고로 끝나지 않을겁니다. 명,명심하십쇼. 저,저는 어디서나 당신들을 지,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그,그러게."

편지를 다 읽은 한스와 부하 경비병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데 그때 한 개의 물체가 날아오면서 소리를 내었다.

퍽!!

"히익!"

"으,으아아악!!"

한스가 편지를 끝까지 읽는 동시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단검이 편지를 뚫고 바닥에 꽂혔다. 그것을 본 경비병들은 오금을 지리며 바닥에 쓰러지거나 게거품을 물며 기절하고 혹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리고 그때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또렷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서 후회할 일이 없길 바란다."

한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오크들을 절대 차별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고 그것은 다른 경비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며칠 후...

"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한 거지? 이렇게 일이 줄다니."

플레이트는 서류가 며칠 전과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줄은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경비병들이 오히려 나설 정도로 적극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변한 상황에 플레이트는 궁금증을 감출 수 없었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방법이 뭐든 간에 상관없지 않나?"

"나는 상관없지. 하지만 다른 도시에도 나처럼 고생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을 거야.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나쁘지 않군. 그럼 내가 다른 암살자들에게 방법을 공유하겠다."

"나한테만 슬쩍 가르쳐줄 수는 없는 건가?"

"듣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흠...포기할게. 하여튼 이렇게 일을 처리하게 해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나도 조금은 여유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까. 안 그래? 스카."

"취익~ 그렇다. 나도 여유로워져서 기쁘다."

"고마워할 것 없다. 나를 위해서 한 것이니."

"그럼 다행이고."

이렇게 한 암살자의 협박으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구원을 받았다. 그리고 나비효과처럼 이 암살자의 협박 방법은 다른 암살자들에게도 공유되었고 이내 그 도시의 경비병들도 똑같이 한스처럼 당한 후에 열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라이언 왕국의 모든 도시에 일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전체적으로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어 일으키게 되었다.

그 방법을 만든 당사자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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