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인간과 오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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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0)
라이언 왕국의 도시 중 하나인 베레느. 수도 라미츠에서 왕국 경계 끝자락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었고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도시였다. 그런 베레느에도 오크들이 많이 거주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오크들과 인간과의 충돌도 있었고 오크들을 차별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조금씩 오크들이 인정받는 분위기로 변해갔고 이내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제일 인정받았던 곳은 바로 오크들이 일을 나가는 일터였다. 오크들은 주로 몸을 사용하는 노동터에 일을 하러 갔는데 묵묵히 일만 하고 다른 이들보다 체력과 힘도 좋아서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과 제일 빠르게 관계가 개선되었다.
센리스는 집을 짓는 노동자 중 1명이었다. 주로 하는 일은 자재를 옮기는 것으로 하루 일당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평범한 30대 남성이었다. 혼자 살면서 부양해야 하는 가족도 없고 특별한 취미도 없어서 그냥 아무런 낙도 없이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최근 즐겁게 일을 나가면서 삶에 활력소가 된 일이 있었다.
"여~ 푸초. 어제 잘 잤어?"
"취익~ 잘 잤다. 센리스도 잘 잤나?"
"그럼~ 숙면했지. 오늘도 열심히 일 해보자고."
"취익~ 열심히 한다."
"다른 오크들은? 아직 안 왔어?"
"취익~ 벌써 일 시작했다. 내가 제일 늦었다."
"역시 부지런하단 말이야? 우리들도 그럼 빨리 가자고."
"취익~ 알겠다."
도시 베레느는 작은 도시가 아니여서 오크만 해도 총 천여 명이 넘는 이들이 왔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센리스가 사는 곳 근처로 온 오크들은 총 8명이었다. 오크들이 처음 왔을 때 도시 사람들은 오크들에게 다가가기 싫어했고 차별했다.
하지만 센리스는 처음부터 오크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고 그저 일만 하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던 센리스에게 있어서 오크들은 흥미 요소일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무식하지만 순수했고 융통성이 없지만 통쾌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결정하며 가능하던 불가능하던 직접 부딪혀봤다. 그런 오크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같이 생활하면서 센리스는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고 재밌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크들을 인정하는 이들도 많아졌고 센리스와 오크들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 오크들이 이제는 마치 몇년지기 친구처럼 느껴지는 센리스였다.
"오늘 일 끝나고 한잔 어때? 저번에는 내가 먼저 꼬꾸라졌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취익~ 기대하겠다."
센리스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자신이 또 먼저 나가떨어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크들의 주량은 어마어마해서 술꾼이라고 유명한 이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고 노동해서 번 하루 일당이 술값으로만 다 나갔다.
하지만 그래도 센리스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오크들과 같이 노는 것이 진심으로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 끝나고 저번에 마셨던 곳에서 만나자고. 알지?"
"취익~ 알겠다."
"다른 얘들도 데려와!"
센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저녁에 있을 술자리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벤큐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술집이 있었다. 약 20개의 테이블이 있고 2층 건물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술집이었다. 하지만 센리스가 그 술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딸랑~
"어서 오십쇼."
주인장 벤큐는 50대의 남성으로 엄청난 덩치와 더불어서 얼굴에 수많은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과거에 용병생활을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센리스는 아마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하튼 주인장 벤큐는 컵을 닦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들리는 방울 소리에 자동적으로 얘기했다. 그러다가 이내 들어온 인물이 센리스라는 것을 알고 컵을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센리스. 오늘도 오크들과 한판 벌이는 건가?"
"그렇게 됐수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미리 세팅 좀 부탁해도 되나?"
"단골이니 인심 한번 써주겠다."
"고맙수."
주인장 벤큐는 테이블 2개를 붙이고 9명이 앉을 자리와 컵과 용기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는 센리스를 보고 얘기했다.
"요새 즐겁나 보군."
"그럼~ 오크들이 와서 얼마나 재밌는 줄 몰라."
"보기 좋군. 옛날에는 혼자서 인상 쓰면서 홀짝홀짝 마셨으니까."
"그랬었나? 벌써 기억나지 않는군. 아니, 기억하기 싫달까?"
"그런가?"
"응. 그런데 주인장 양반은 오크들을 어떻게 생각해? 싫어?"
"처음엔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너와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오크들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지."
"그래서 내가 주인장 양반을 좋아한단 말이야?"
"시끄러."
자신에게 윙크를 날리는 센리스에게 벤큐는 쟁반으로 약하게 머리를 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센리스는 뭐가 좋은지 키득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20여 테이블 중에서 약 10여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있었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눈에 띄는 그룹이 있었다. 마치 산적을 상기시키는듯한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성 4명이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크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흐음...좋지 않은데? 저런 녀석들은 분명히 얘들이 오면 시비를 털 거란 말이지.'
인상과 행동거지를 통해서 대충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일이 벌어지더라도 센리스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오! 왔어?"
"취익~ 왔다."
"취칙~ 실례한다."
들어온 이들은 바로 센리스와 친하게 지내는 오크들이었다. 8명의 오크가 술집으로 들어오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단골 손님들은 오크들을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처음 보는 이들은 놀라워하거나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고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수근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광경은 센리스는 물론이고 오크들도 많이 봐서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자자. 앉으라고. 미리 준비해두었으니까. 아직 술과 식사는 시키지 않았어."
"취익~ 고맙다."
"뭘 이런 걸로 고마워해? 주인장! 주문!"
센리스의 부름에 주방에서 나온 벤큐는 그들에게 다가와서 물어봤다.
"주문은?"
"항상 주던 걸로. 알지?"
"알겠다."
주인장 벤큐는 센리스의 말을 듣고 다시 주방장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일 잘 끝냈어?"
"취익~ 잘했다. 그리고 보너스도 받았다."
"보너스도 받았다고?! 어떻게 해서?"
"취직~ 일 열심히 했다고 공사장이 더 주었다. 그래서 오늘 더 마실 수 있다."
"푸하하핫! 그래? 그럼 오늘은 술을 적당히 마시고 다른 데로 가자.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가줄게."
"취익~ 좋은데?"
"응. 사창가라고 알아?"
"취익~ 사창가?"
"취직~ 모르겠다. 못 들어봤다."
"사창가는 여자들이 육체관계를 해주는 대신 돈을 받는 곳이야. 보너스도 받았으니까 한번 즐겨보러 가자고."
센리스는 자신의 주장에 오크들이 좋아하며 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오크들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항상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결정하는 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왜 그래? 해보고 싶지 않아?"
"취익~ 해보고 싶다. 하지만 우린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면 안 된다."
"위해? 그건 위해가 아니야. 서로의 거래지. 여자들은 돈을 받고 돈을 내는 사람은 즐기는 거고."
"취직~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받아들이겠나?"
"취췩~ 인간 여성들. 우리를 싫어한다. 기피한다."
"취칙~ 아직 모르겠다."
센리스는 고민하는 오크들을 보고 왠지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면서 그들에게 크게 얘기했다.
"나만 믿어! 누가 너희들을 싫어하고 기피한데? 오크라고 해서 받아주지 않는게 어딨어?! 누가 그렇게 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큰 소리를 치는 센리스를 보고 오크들은 놀라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취익~ 고맙다. 역시 센리스다."
"취췩~ 말만으로도 고맙다."
"말만 하는게 아니라고. 어휴! 술이나 먼저 먹자. 그리고 끝나고 한번 가는 거다? 알겠지?"
간절하게 바라보며 붙어대는 센리스에 오크들은 항복하고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취익~ 알겠다. 네 말대로 하겠다."
"그럼 그래야지."
오크들의 대답에 센리스는 만족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센리스는 벌떡 일어났다.
[오크들은 제 분수를 아는데 한 놈이 망치는군.]
[그렇지? 사창가에서 오크들을 받아줄 리가 없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키킥.]
"누구야?!"
센리스는 좀 전에 본 험악한 인상의 남성들이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할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얘기했는데 무슨 불만이라도?"
남성 중 1명이 단검을 꺼내 들어서 테이블에 강하게 찍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센리스는 그런 행동에도 기죽지 않고 그들에게 대들었다.
"그래! 불만있다! 누가 내 친구들을 까는데 가만있겠냐?! 그리고 단검으로 위협한다고 내가 쫄 것 같아?!"
센리스는 그들에게 몸을 날려서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몸을 붙잡고 만류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오크들이였다.
"취익~ 진정해라. 센리스."
"이,이거 놔. 너희들을 욕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너희들은 자신을 욕하는데도 괜찮아?!"
"취췩~ 괜찮다."
"취익~ 익숙하다."
센리스는 오크에게 잡혀서 바둥거리다가 이내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에서 진심이 우러나오고 있는 것을 본 센리스는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쳇. 알겠다고."
센리스는 혀를 차면서 결국 자리에 앉았는데 그것을 보고 또 남성 4명이 조롱의 말을 내뱉었다.
"쫄아가지곤. 약한 녀석들은 말만 크게 하지."
"그러게 말이야. 오크들은 주제 파악하고 가만히 있는데."
"오크 주제에 우리한테 덤비면 안 되지."
"맞아. 푸하하핫!!"
남성 4명은 그렇게 웃음을 터트렸고 센리스는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때 한 개의 물체가 남성들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퍽!!
"....."
"취익~ 조용히 하는게 좋을 거다. 우리도 참는 것에 한계가 있다."
4명의 남성은 눈앞에 포크가 벽에 박혀있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포크가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을뿐더러 나무 벽을 뚫고 절반 이상 들어가 있었다. 오크들의 힘이 얼마나 무식한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남성들은 그 포크가 자신의 머리에 박혔더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하다가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술집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런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주방장에서 주인장 벤큐가 음식을 가지고 나와서 오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하나씩 두기 시작했다.
"음식 나왔다."
"취익~ 나왔다."
"취칙~ 잘 먹겠다."
오크들은 음식이 나온 것을 보고 남성들에게서 일체 관심을 거두고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벤큐는 음식을 다 가져다준 후에 4명의 남성들을 향해 걸어갔다. 남성들은 다가오는 주인장 벤큐를 쳐다보았고 벤큐는 벽에 깊숙이 박혀 있는 포크에 손을 옮겼다.
"흐읍."
한순간 벤큐의 통나무 같은 팔에서 근육과 힘줄이 튀어나왔고 동시에 벽에 박혀있던 포크가 밖으로 나왔다. 벤큐는 뽑은 포크를 만지작거리면서 남성들을 향해 얘기했다.
"내 술집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나는 딱 질색이야. 그러니 조용히 좀 해주면 고맙겠어. 알겠지?"
"알,알겠다."
자신들보다 더 험상궂게 생긴 주인장이 가까이 와서 얘기하니 남성들은 순순히 답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실제로 통나무 같은 팔의 근육을 보고 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
퍽!!
"오크들을 차별하지 말도록. 내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이 테이블이 네 녀석들의 머리가 될 것이다."
벤큐는 뽑았던 포크로 테이블을 향해 내리쳤고 포크는 좀 전에 벽에 박힌 것처럼 깔끔하게 테이블에 박혔다. 그 모습에 남성들은 식은땀을 흘렸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도망쳤다.
"어이!"
하지만 주인장 벤큐는 그들을 향해 외쳤고 도망치던 4명의 남성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추었다.
"먹은 값은 놓고 가야지."
그 말에 한 명의 남성이 테이블에 돈을 놔두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고 나머지 남성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본 센리스는 엄청나게 통쾌해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역시 주인장이야. 내 속이 다 통쾌하네."
"킁! 저 녀석들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쪼잔하게 시키고 계속 앉아있는 것이 거슬렸지."
"키킥. 자, 그럼 이제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마음껏 마셔볼까?!"
"취익~ 마셔라!"
"취직~ 마신다!"
센리스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오크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술을 병째 들고 마시려고 했고 그런 광경을 다른 손님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우욱...역시 죽겠군."
센리스는 한번 속을 게어내고 나서야 조금 괜찮아지는 것을 느꼈다. 오크들은 술을 병째 마시고 자신은 컵으로 마시는데도 먼저 나가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센리스는 정신을 바짝 부여잡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크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이 친구들? 이제 2차 가지 않겠어?"
밖에서 한번 토하고 온 센리스는 다시 들어가서 오크들을 향해 얘기했다.
"취익~ 2차?"
"그래. 2차. 아까 말했잖아. 한번 사창가로 가자고."
"취익...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야?! 나만 믿으라고! 나를 못 믿는 것은 아니겠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소리치는 센리스를 보고 오크들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이내 센리스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취직~ 알겠다. 너를 믿겠다."
"그럼! 그래야지~ 주인장 여기 계산~"
주인장 벤큐는 센리스의 말에 계산서를 들고 다가왔다.
"총 12실버."
"자. 여기!"
센리스는 술집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걷어둔 돈에서 정확히 12실버를 집어서 벤큐에게 넘겨주었다.
"정확하군. 오늘도 이용해줘서 고맙다."
"천만에. 그럼 얘들아 가자!"
오크들은 센리스의 말에 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센리스도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장 벤큐가 얘기를 걸었다.
"센리스."
"응?"
"나는 과거에 용병생활을 했었다."
"알아. 그런 소문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흉터와 근육을 가지고 있는데 모르는게 이상하지."
"그런가? 하여튼 나는 용병생활을 오래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활 속에서 오크들을 만나서 죽인 적이 있었지."
"...그래?"
센리스는 벤큐의 말에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되물었다.
"내가 용병였을 때 오크는 적이었고 짐승이었다. 그렇기에 오크들이 우리 마을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했었지. 하지만 새로 온 오크들의 행동을 보고 나는 믿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용병생활 때 봤던 오크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였거든."
"당연하지. 그때는 오크가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거 아냐?"
"그런 점이 없었다고는 부정할 수는 없지. 하지만 나는 바뀐 오크들의 모습을 보고 인간과 차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말의 의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의심?"
"그래. 오크들의 본성이 과연 저런 것일까? 지금은 본성을 참고 생활하는 것은 아닐까? 본성이 깨어나면 인간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본 모습으로는 그렇지 않겠지.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생각해두는 것이 좋아. 너도 오크들을 본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잖아?"
"꼭 길어야 아는건 아니야."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군. 알겠어.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지. 사창가를 간다고 했지? 그들의 본성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내 쓸데없는 충고일 수도 있겠지만."
"...알겠어. 하지만 나는 그들을 믿어."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센리스는 술집에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크들은 생각보다 늦게 나온 센리스를 보고 얘기했다.
"취익~ 무슨 얘기했나?"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가자고!"
센리스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며 오크들을 이끌고 사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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