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200화 (200/360)

15장 인간과 오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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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9)

"몬스터의 습격이다!!"

게일의 외침과 종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병생활을 하던 게일을 제외하고는 따로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용하던 곡괭이나 도끼, 식칼 등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전부였고 드물게 화살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무기와 갑옷을 만들 재주는 없을뿐더러 그럴 여유도 없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벽도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조촐한 장비로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게일의 존재였다. 게일은 몬스터 사냥꾼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증명하듯이 몬스터들에 대해서 능통하고 실력 또한 월등했다. 습격이 있을 때마다 그의 적절한 대응과 명령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혼자서 몬스터 몇 마리를 상대할 정도로 무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몬스터의 질적인 차이였다. 그들이 정착하고 있는 타루닉 마을은 몬스터의 숲과 라이언 왕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몬스터들이 습격해봤자 고블린이나 슬라임과 같은 하위 몬스터들 밖에 없었다.

그 2가지 이유 때문에 따로 장비를 갖추지 않았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막아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모두 중앙으로 모여라! 빨리!"

평소와 다른 게일의 다급한 목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채고 빠르게 감시탑을 향해 모였다. 게일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빠르게 감시탑에서 내려왔고 제일 나이가 많은 촌장이 대표로 게일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인가?"

"몬스터의 습격입니다. 설치해놓은 방범 장치가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그런데 많이 다급해 보이는군."

"제 직감이 틀리는게 좋겠는데...지금까지 온 몬스터들과 다를 것 같습니다."

"다르다는 말은?"

"상위급 몬스터 같습니다."

"상위급이라고?!"

"설,설마..."

"상위급이 왜 여기에?"

게일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상위급 몬스터로는 대표적으로 4종류가 있었다. 트롤, 오우거, 미노타우로스, 와이번. 상위 몬스터는 하위 몬스터와 비교해서 힘과 스피드가 천지 차이였다. 오우거 1마리가 고블린 20마리를 상대로 곤죽으로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게일 군. 자,자네라면 상위 몬스터라도 상,상대할 수 있지 않나?"

촌장은 게일을 향해 물었고 다른 마을 사람들도 그를 희망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예."

그의 대답에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에 환해졌지만 다음 말을 듣고 다시 암울해졌다.

"하지만 저라도 1마리가 최대입니다. 2마리 이상 온다면...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게일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서 게일은 그들을 끌고 마을의 입구를 향해 이동했는데 그 이유는 몬스터들이 방벽이 아닌 입구로 올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화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요격 준비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구를 둘러싸는 진형으로 유지합니다!"

게일의 명령 하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지정한 장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몬스터가 올 때까지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 긴장을 유지하였다.

"오고 있습니다. 발자국 소리로 보아서...3마리."

아직 마을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게일은 지금까지 숙련된 감각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을 사람들도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마을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해져갔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도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멈췄고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다른 데로 갔나?"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입구를 향해 다가가는 몇 명의 이들이 있었다. 게일은 그런 그들에게 소리쳤다.

"입구로 다가가지 마라!!"

"예?"

쾅!!!

나무로 만들어진 입구가 폭발하듯이 뒤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입구에 가까이 갔던 이들이 문과 함께 튕겨 나갔고 보지 않아도 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부서진 입구를 통해서 몬스터들이 들어왔다.

"크르르르..."

"오,오우거!!"

"오,오우거가 왜 여기에?!"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4미터가 넘는 거구에 질긴 회색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힘을 가진 오우거였다.

"하필이면 오우거라니..."

게일은 오우거만 피했으면 했다. 왜냐하면 트롤과 미노타우로스는 사상자가 생기더라도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오우거가 1마리도 아니고 3마리라면 전멸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악!!"

"살,살려줘!"

오우거에 잡힌 마을 사람 1명이 고기 반죽이 되면서 즉사했다. 지붕 위에 있는 이들이 화살을 쏘면서 공격했지만 오우거의 피부에 흠집 하나 줄 수 없었다. 공포에 질린 마을 사람들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게일은 오우거 3마리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도망쳐? 아니면...1마리라도 죽이고 같이 죽을까?'

보통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도망치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게일은 몬스터를 증오하는 남자로 몬스터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민하는 것도 잠시, 게일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하앗!!"

게일은 용병생활 동안 사용했던 검을 꺼내 들고 제일 가까운 오우거를 향해 돌격했다. 오우거 1마리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게일을 보고 나무몽둥이를 휘둘렀지만 게일은 자세를 낮추고 슬라이딩을 하면서 검을 휘두르고 지나갔다.

서걱.

"크어어어!"

검이 오우거의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게일은 검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서 완벽히 자르고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크아아아!!"

고통에 흥분한 오우거는 나무 몽둥이를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던 집이 산산조각 나고 파편이 튀었다. 게일은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뒤로 후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용병생활로 달고 닦은 게일의 감각이 위험신호를 내보내고 있었고 게일은 다급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퍼억!!

"크억!"

다른 오우거의 나무 몽둥이가 게일의 몸을 강타했다. 검으로 막았고 완전히 맞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게일의 몸은 마치 홈런에 맞은 야구공처럼 날아갔다. 집을 뚫고 들어가서야 게일의 몸은 멈출 수 있었고 게일은 피를 토해내며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오른쪽 팔이 부러졌고 갈비뼈 몇 개도 금이 간 상태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런데 더한 문제점은 오우거 1마리가 집을 부수면서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좋아...아직 죽지 않았다고. 계속 덤벼봐라!"

게일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나마 괜찮은 왼팔로 검을 들고 오우거를 향해 지목했다. 오우거는 게일의 목소리를 듣고 집을 완전히 부수면서 들어왔는데 그때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화살 하나가 날아갔다.

퍽!

화살은 오우거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팅겨 나갔다. 오우거는 화살의 감촉에 고개를 뒤로 돌려다 봤고 이내 한 명의 남성이 덜덜 떨며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이시스!"

덜덜 떨며 시위를 당기는 남성은 바로 카이시스였다. 눈물을 흘리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것이 그가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시스는 용기내어 오우거를 향해 화살을 당기고 있었다.

"여,여기라고! 네,네 상대는 나다!"

"이 바보 자식이! 그만둬!!"

게일은 자신을 위해서 시선을 끄는 카이시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오우거는 게일에게서 신경을 끄고 카이시스를 향해 걸어갔다. 게일은 그런 오우거를 멈추려고 달려가려고 했지만 이내 다리에 힘이 없어서 철퍼덕 쓰러졌다.

쿵! 쿵! 쿵!

카이시스는 오우거가 오는데도 두려움 때문인지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오우거는 움직이지 않는 카이시스 앞에 서서 나무 몽둥이를 들었고 이내 카이시스를 향해 내리찍었다.

"안 돼!!"

게일은 소리를 질렀지만 오우거의 몽둥이가 내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쾅!!

게일은 또다시 눈앞에서 몬스터에게 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보고 분노하며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퍼억!!

"크아아아!!"

오우거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오우거가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게일은 고개를 들었고 이내 자신이 증오했던 생명체들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오크들!"

오우거를 상대하기 시작한 이들은 바로 오크들이었다. 1명의 오크는 언제 왔는지 오우거의 몽둥이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카이시스를 붙잡고 도망치는 중이었고 나머지 2명의 오크는 오우거를 공격하고 있었다.

오크가 힘껏 휘두른 도끼가 오우거의 발목을 강타하여 오우거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발목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1명의 오크는 그사이에 오우거의 뒤로 가서 창으로 오우거의 엉덩이를 힘껏 찔렀다.

"크어어어!!"

엄청난 고통에 조금 전보다 더 커다란 비명을 지르는 오우거는 나무 몽둥이로 미친 듯이 주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2명의 오크는 게일에게 다가와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취익~ 괜찮은가?"

"네,네 녀석들이 대체 왜?"

"취직? 마을이 위험할 때 도와주는 것이 이상한 건가?"

"그,그건 아니지만...나와 마을 사람들은 너희를 배제하듯이 생각했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냐?"

"취익~ 우리가 그런 취급을 받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다. 위험하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취직~ 마을이 위험하면 곧 우리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모른 척할 수 없다."

"...푸흡...푸하하하하핫!!"

게일은 두 오크의 말을 듣고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그렇게 증오하면서 죽일 것처럼 살기를 뿜어냈는데도 이 바보 같은 오크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게일은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오크들은 게일이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한참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지금까지 보냈던 시간이 모두 덧없는 것이었구나! 증오가 내 눈을 가리고 있었던 거야! 푸하하핫!!"

두 오크들은 여전히 게일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말할 수 있었다.

"취익~ 당신이 보낸 시간은 덧없지 않았다. 당신으로 인해서 산 이들도 있을 것이다."

"취직~ 맞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되지 않겠나?"

오크는 떨어져 있는 게일의 검을 잡아서 게일에게 건네주었다. 게일은 오크가 건네주는 검을 계속 쳐다보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이 검을 붙잡고 얘기했다.

"너희들의 이름이 뭐지?"

"취익~ 카진이라고 한다."

"취직~ 트후프라고 한다."

"취익~ 저기서 다시 달려오고 녀석은 그아르라고 한다."

게일은 그 말에 카이시스를 어느새 두고 왔는지 빠르게 달려오는 한 오크를 볼 수 있었다.

"좋아. 카진, 드후프, 그아르. 우리가 이 마을을 지키자."

"취익~ 당연한 말이다."

"취직~ 오우거. 가뿐하다."

"원래 오크들은 오우거 앞에서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거로 아는데?"

"취익~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오우거보다 더 강한 존재를 만났다."

"취직~ 그와 비교하면 오우거, 날파리에 불과하다."

"풉! 그렇다면 괜찮겠지. 문제는 오우거가 3마리나 된다는 거야. 내 상태도 좋지 않아서 2마리는 어떻게든 상대할텐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나도 도와주도록 하지."

"취익?!"

게일은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뒤에 나타나 있는 인물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은 오크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당신은 대체..."

"지금 내 정체가 뭔지는 상관없잖아? 내가 오우거 1마리를 맡을 테니까 너희들이서 2마리를 맡아. 알겠지?"

인물은 그 말을 끝으로 오우거 1마리를 향해 돌진했다. 어안이 벙벙한 게일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크들에게 얘기했다.

"저 사람의 말을 믿고 우린 2마리를 맡는다. 나와 카진이 엉덩이에 창이 박힌 녀석을 상대하고 나머지 둘이 한 녀석을 맡아. 알겠지?"

"취익~ 알겠다."

"취직~ 이해했다."

"취췩~ 가자!"

"좋아! 가자고!"

게일은 오크들과 함께 싸우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니 오크들도 인간과 모습만 다를 뿐이지 같은 지성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이해해준 것일까? 게일의 시선에 아내와 딸이 미소를 짓는 것과 같은 광경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이었고 이내 오우거와 싸움에 들어간 게일은 그 사실을 잊게 된다.

"쳇! 오우거와 싸우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스리카는 불평불만을 내뱉으면서 오우거 1마리를 향해 돌격했다. 아무리 살인을 하고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오우거에게 학살당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크들이 나서는 이상 그들을 보호하고 관찰하는 임무를 가진 그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우거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역시 급소를 노리는 수밖에 없나?"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소수의 인원을 상대로 죽이는 방법만 알고 있는 스리카로서는 생각나는 방법이 그뿐이었다. 단장 쉐이드나 S급 암살자들 같은 경우에는 마나를 응용하여 두꺼운 오우거의 피부도 자를 수 있겠지만 스리카는 아직 무리였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급소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이, 오우거! 여기다!"

오우거 1마리는 스리카의 말에 고개를 돌려서 스리카를 향해 몽둥이로 내리찍었다. 하지만 민첩성에서 타직업보다 발군인 암살자에게 있어서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는 맞기가 더 힘들 정도였다. 스리카는 몽둥이를 내리찍은 오우거의 팔을 타고 올라가서 이내 빠르게 단검으로 오우거의 눈을 찔렀다.

퍼억!

"크아아아!!"

오우거는 고통스러워하며 몽둥이로 주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스리카는 그사이에 뒤로 빠져서 표창 하나를 꺼내서 오우거의 움직임에 집중하였다. 오우거는 이성을 잃고 주변에 뭐가 있든 부수고 봤는데 이내 스리카를 발견하고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좀 전보다 2배는 빨라진 것 같은 스피드로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스리카는 여유롭게 뒤로 빠지면서 후퇴하였다. 그와 동시에 스리카는 표창 하나를 오우거를 향해 던졌고 표창은 완벽하게 남은 한 개의 눈으로 뻗어 나갔다.

퍼억!

"으어어어!!"

양쪽 눈을 잃은 오우거는 방향 감각도 잊은 채 땅을 구르며 먼지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리카는 주먹과 발로 발광하는 오우거를 보고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왼쪽 주머니에서 종이로 쌓여 있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오우거에게 사용하기에는 아까울 수도 있지만...어쩔 수 없지."

종이로 감싸져 있던 물건은 바로 독이었다. 그것도 범인이라면 묻기만 해도 죽을 정도로 맹독이었다. 그런 맹독은 암살자들에게 있어서 소지해야 하는 필수 품목으로 대부분의 암살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는다.

그렇기에 스리카는 단검에 맹독을 바른 후에 발광하는 오우거를 보고 그 옆에 있는 집 지붕으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서 보니 아직도 오우거는 두 눈이 보이지 않아서 아무데나 주먹과 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좋아....간다!"

스리카는 집 지붕에서 점프해서 오우거를 향해 단검을 내리찍었다. 그녀가 노린 곳은 바로 정수리로 낙하에너지와 함께 있는 힘껏 단검을 내리찍었다.

푸욱!

하지만 오우거의 피부가 질겨서 단검이 가죽을 완전히 뚫고 들어가지 못해서 독이 퍼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오우거는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팔로 스리카를 잡으려고 했고 스리카는 한번 점프하는 것으로 그것을 피했다.

"이제 그만 가라고!"

점프하는 동시에 아직도 정수리에 박혀 있는 단검을 발로 내리찍었다. 그 충격으로 단검이 가죽을 뚫으면서 완전히 들어갔고 뇌를 타격하는 동시에 독이 오우거에게 퍼졌다. 타격을 받은 오우거는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절명하였다.

오우거가 죽은 것을 확인한 스리카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휴. 생각보다 고난했군. 그럼 오크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스리카는 오우거를 처리했으니 원래 임무였던 오크들을 관찰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게일과 카진은 엉덩이에 창이 박힌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고 드후프와 그아르란 오크들은 다른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우거는 생명이 질기니까 급소를 공략해야 해! 눈이나 정수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도록!"

"취익~ 알겠다."

"취췩~ 눈과 정수리."

게일은 그렇게 얘기했지만 4미터 높이에 있는 오우거의 눈과 정수리를 공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연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오우거를 공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게일은 옆에서 수근거리는 두 오크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취익~ 내가 던지겠다."

"취췩~ 알겠다. 그럼 내가 공격하겠다."

"취익~ 준비해라."

'뭘 던지고 준비하겠다는 거지?'

게일은 두 명의 오크의 대화를 듣고 오우거와 대치 중인데도 불구하고 힐끗 쳐다보았는데 이내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두 오크가 터무니없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익~ 준비됐나?"

"취췩~ 준비됐다."

드후프란 오크가 마치 투포환을 던지는 자세를 취하고 도끼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끼의 위에 그아르가 올라타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 자세를 본 게일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취익~ 그럼...간다!"

드후프의 몸 근육이 갑자기 팽창하고 힘줄이 튀어나오면서 도끼를 있는 힘껏 위로 치켜올렸다. 동시에 그아르가 그 힘을 받아서 투포환처럼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오우거는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그아르에 반응할 수 없었고 그아르는 날아가는 속도와 함께 도끼로 오우거의 눈을 찍었다.

"취췩!!"

퍼어억!!

그아르의 도끼는 눈을 짓이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눈을 자르고 뇌까지 치고 지나갔다. 도끼가 오우거의 뒤통수를 통해서 나왔고 그와 동시에 오우거가 절명하며 쓰러졌다. 떨어지는 그아르를 밑에서 드후프가 안전하게 받아주었고 이내 두 명의 오크는 함성을 질렀다.

"취익!! 이겼다!"

"취췩!! 오우거 별 거 아니다!"

게일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오우거를 죽인 두 오크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제야 그들의 갑옷과 무기가 눈에 들어왔고 기사들이 입고 다니는 장비보다 더 좋아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나를 응용하지 않았음에도 오우거의 질긴 가죽을 뚫고 뒤통수까지 자르고 지나간 것을 보면 틀림없다고 게일은 생각했다.

오우거를 한 번에 죽인 것과 그들의 놀라운 장비로 인한 충격 때문에 게일은 그들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어깨를 탁 붙잡는 이가 있었다. 바로 카진이라는 오크였다.

"으,응?"

"취직~ 우리도 질 수 없지 않나?"

게일은 도끼를 붙잡으며 얘기했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게일은 땀을 흘리면서 카진을 향해 얘기했다.

"살살 부탁한다."

"취직~ 걱정하지 마라."

카진은 똑같이 도끼 위에 게일을 올려놓은 다음에 휘둘렀고 게일은 엄청난 속도를 동반해서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옆에서 당한 녀석을 봐서 그런지 이번 오우거는 나무 몽둥이로 게일을 향해 휘둘렀다.

게일은 몽둥이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진력 때문에 피할 수도 없어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게일은 장검으로 몸을 보호하려고 했는데 그때 몽둥이를 향해 날아오는 2개의 물체가 있었다.

퍽! 퍽!

물체의 정체는 바로 드후프와 그아르가 던진 도끼였다. 그리고 그 2개의 도끼가 몽둥이에 박히면서 몽둥이가 옆으로 이동하였고 게일을 향해 찍으려고 하던 것이 엉뚱한 바닥을 강타했다. 게일은 그사이에 장검으로 추진력과 함께 있는 힘껏 오우거의 눈을 향해 찔렀다.

"하아앗!!"

장검은 연약한 눈을 가볍게 찌르고 들어가서 안쪽에 있는 뇌까지 강타했다. 아무리 강한 생명력을 가진 오우거라도 뇌를 찔리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오우거는 이내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뒤로 꼬꾸라지면서 숨을 거두었다.

"취직~ 우리가 이겼다!"

"취익~ 우리의 승리다!"

"취췩!"

3명의 오크는 오우거가 쓰러진 것을 보고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그러다가 이내 3명의 오크는 게일까지 끌어들여서 함께 기뻐했다. 게일은 그런 행동에 처음에는 당황해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오우거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여 그런 광경을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이렇게 타루닉 마을의 오우거 습격 사건은 몇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와 동시에 오크들의 활약으로 인해서 오크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고 차별이 일절 없어졌다. 제일 증오하던 게일이 나서서 그들을 옹호하고 친하게 지내니 다른 마을 사람들이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오크들이 인정받는 광경을 흐뭇하게 스리카는 지켜보았고 라이언 왕국의 전역에서 조금씩 오크들과 인간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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