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94화 (194/360)

15장 인간과 오크(3)

-----------------------------------

15장 인간과 오크(3)

"요새 정말 조용한 적이 없군. 오크를 몰아내야 한다고 시위를 하는 그룹이 있지 않나, 또 그러면 안 된다고 그들을 막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지 않나. 정말 시끄러워 죽겠어."

"그러게 말이야. 나도 주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점 내에서 하는 이야기도 다 오크에 대한 내용 뿐이야."

"어떻게 될련지. 내가 듣기로 듀로크님이 도시 별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근데 웃긴 것이 오크를 반대하는 그룹도 듀로크님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어. 듀로크님의 힘을 무서워하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해온 업적을 무시하지 못하니까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더 웃긴게 뭔지 알아?"

"뭔데?"

"이번에 새로운 공지가 내려왔거든. 오크들의 왕국, 그란 왕국으로 이주할 사람을 찾는다는 공지가."

"진짜?"

"응. 그런데 그 공지에 의하면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특혜가 존재하더라고. 드워프가 만든 최신식 집을 주고 한 사람당 지원비까지 준대. 지원비도 장난이 아니라던데?"

"그 정도면 대거 몰리겠군."

"당연하지. 그런데 여기서 제일 압권인 것은 오크를 싫어하고 반대했던 그룹 중에서도 특혜를 받기 위해서 이주 신청을 한 이들도 있다는 거야."

"돈 앞에서는 모두 한 마음이 되는 건가? 참 아이러니하네."

"그치? 그래서 나도 신청했어."

"너도?"

"어. 난 오크에 대한 악감정도 없고 그란 왕국은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거든. 잘만하면 대박 칠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결정했지."

"그래서 언제 출발이지?"

"4일 뒤에."

"짐은 다 쌌나?"

"어. 그런데 거주하고 있던 거주지를 그냥 놔두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짐도 다 빼놓고."

"왜?"

"소문으로는 이주하는 이들이 살고 있던 집들은 라이언 왕국으로 오는 오크들이 사용할 거라고 하던데."

"그렇군. 왕국에서 이주한 인원만큼 오크들이 와서 생활하는 건가? 듀로크님이 역시 머리는 좋단 말이야."

"그러게. 그런데 이주자가 생각보다 엄청 많을 것 같은데 그들에게 줄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르지. 그건 듀로크님만이 알겠지."

"그렇겠지?"

그 두 남성의 대화처럼 듀로크의 공지에 맞혀서 이주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이주자들에게 줄 천문학적인 지원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듀로크를 제외하고.

"듀로크. 네 말대로 공문을 내렸더니 신청자가 폭주하고 있다. 어떻게 할 거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으면 추첨식으로 할 수밖에. 어느 정도인데?"

"전 왕국을 통틀어서 10만 명은 되는 것 같다."

"10만 명?!"

듀로크는 벨치스 국왕의 말에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약 3만~4만 명 정도 지원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것보다 2~3배 더 많은 이들이 지원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더 많네. 그럼 5만 명으로 잡고 절반만 뽑는 거로 하자."

"그렇게 하겠네. 그런데...오크들을 싫어하는 이들도 신청한 것 같은데 그들은 제외하나?"

"아니. 그들도 똑같이 넣어. 그들은 좋은 케이스가 될 테니까."

"케이스?"

"오크들을 싫어했던 인간들이 그란 왕국에서 생활하면서 인식이 바뀐다면 그만큼 효과적인게 없지."

"그렇군. 하지만 그들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 변할 거야. 시간의 흐름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그란 왕국으로 가면 싫더라도 그들은 오크들을 만날 수밖에 없어. 그러면 자동으로 오크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거야."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그런데 이 5만 명에게 줄 지원비만 해도 막대한 재물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나?"

"괜찮아. 자금 나올 곳은 많으니까."

"그런가?"

"응. 먼저 소크라 백작이 파는 향신료들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보배도 있지. 거기다 제일 큰 것은 그란 왕국의 땅에 박혀있는 풍부한 자원이야."

"자원?"

"그래. 지금까지 오크들이 자원을 사용했던 역사는 없지. 기껏해야 철을 조금 사용할 줄 알았나? 그래서 그란 왕국에는 수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서 쌓여있는 자원들이 엄청나. 그 자원들을 캐내서 수출하는 것만으로 이번 지원비는 껌값이라고 할 수 있어."

"그 정도 였다니. 놀랍군."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놀랐다. 그만한 재물이 있다고 한다면 재력만으로만 따졌을 때 게덴 왕국과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야말로 채굴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풍부한 광물 채석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크들도 광물을 활용할 수 있나?"

"당연하지. 이렇게 말해면 믿기 힘들 수 있는데 라이언 왕국의 건물보다 그란 왕국의 건물이 좋아."

"...진짜로?"

"진짜로. 드워프들의 손을 거치면서 함께 만든 덕분에 오크들의 건설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지. 드워프들이 뼈대를 갖추고 오크들이 힘을 쓰면서 서로 얘기하니까 생각보다 관계도 빨리 좋아지고 오크들의 실력도 늘면서 일석이조였지."

"하하하. 정말 놀랍군. 그럼 그란 왕국의 왕성도 여기보다 좋겠군. 안 그런가?"

"....."

".....정말로?"

"정말로."

농담으로 얘기하던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벨치스는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나도 신청해서 그란 왕국으로 옮길까?"

"그건 내가 용납 못 하겠는데?"

"직권남용이다."

"왕이 왕성을 버리고 다른 왕국으로 가는 것은 직무유기다."

벨치스는 듀로크를 계속 쳐다보았고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듀로크도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진행하도록 하겠다. 텔레포트 진은 얼마나 걸리지?"

"3일 안에 끝날 거야. 그럼 나도 그란 왕국으로 가서 올 오크들을 준비시킬게."

"좋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회 없이 하도록 하자."

"어떻게 될지 왜 몰라? 나는 보이는데?"

"그런가? 어떻게 되나?"

"당연히 모두 다 해피엔딩이지. 그게 아니면 용납하지 못해."

듀로크는 당연하게 얘기했고 벨치스 국왕도 듀로크의 말대로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다음날 듀로크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이 일어났다.

"오크들은 물러가라!"

"난 죽었다 깨어놔도 오크들과 함께 못 산다!"

"오크들을 들이면 안 된다!!"

왕성 앞에는 수십 명의 인간들이 눈을 붉힌 채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경비병 때문에 왕성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입구 앞에서 팜플렛과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을 두들기며 농성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수많은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지켜보고 있었고 왕성에 있는 이들도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당연히 듀로크의 눈에도 들어오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누구야?"

"강경파 일원이네. 그것도 강경파 중에서 오크에게 한을 맺히고 있는 이들이지. 모두 오크들과 사연이 하나씩 있는 것 같더군."

"한마디로 왕국에서 제일 오크들을 싫어하는 녀석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지."

벨치스 국왕의 말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듀로크에 옆에서 듣고 있던 매트가 얘기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병력들을 보내서 강제 해산시킬 수도 있는데."

"아니. 그건 오히려 역효과야. 그건 일시적인 해산일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또 저렇게 모일게 뻔해. 더구나 무력으로 제압하면 저항이 더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렇다면?"

"매트. 이런 옛 이야기가 있다. 한번 들어보겠나?"

"경청하겠습니다."

매트는 듀로크가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여 대답했다.

"두꺼운 옷을 입고 길을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본 태양과 구름은 서로 내기를 하기로 했지. 저 남자의 옷을 벗기기로 말이야. 그래서 먼저 구름은 세찬 바람과 매서운 한기를 뿜어내어 남자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자는 옷을 붙잡으며 버티려고 했지."

"그렇군요."

"그런데 태양은 남자에게 따뜻한 햇살을 비추었다. 남자는 그런 햇살을 받고 더운 나머지 옷을 벗게 되었고 내기는 태양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겠나?"

매트는 듀로크가 한 이야기를 잘 새겨듣고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가 무력으로 해산시키려는 행동은 구름이 하려는 행동과 같다는 것입니까?"

"그렇지. 그러면 여기서 해야 할 행동은 햇살을 비추는 것이다."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벨치스 국왕에게 얘기했다.

"내가 나갔다 오도록 하겠다."

"잘 해내리라 믿겠지만 조심하게나."

"당연하지."

듀로크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자 어느새 모여있었는지 4명의 인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너희들? 언제 모여있었냐?"

"방금. 저렇게 시끄러운데 듣지 못할 리가 있겠어?"

"그 말이 맞지. 맘 같아서는 도끼로 다 찍어버리고 싶지만 내가 한번 참는다."

"쿠로딘 아저씨. 그러면 안 되죠. 듀로크 오빠도 그러려고 나가는건 아닌 거죠?"

"취이익~ 혹시나 그럴 거면 나를 불러라. 옆에서 도와주겠다."

"그란 오빠도! 그럴 경우는 말려야죠!"

나르샤, 쿠로딘, 클레아, 그란이 얘기했고 듀로크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무력을 사용할 생각은 없으니까. 저건 이제 시작에 불과해. 직접 거래가 시작하면 저런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번은 일어날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첫 단추인 만큼 제대로 잠가야지. 그러니 너희들도 지켜보고 있으라고."

"알겠다."

"그러도록 하지."

"취이익."

나르샤, 쿠로딘, 그란은 듀로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클레아는 듀로크의 옷을 약하게 잡으면서 얘기했다.

"저는 따라갈래요."

"클레아?"

"제가 옆에 있는게 나을 거에요. 같은 인간이잖아요. 그러니 제가 옆에서 보좌하는게 더욱 효과적일..."

"클레아."

듀로크는 클레아의 어깨에 손을 약하게 얹어두면서 얘기했다.

"저 인간들이 나를 원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냐? 아니면 그들이 내게 달려들까봐 걱정되는 거냐?"

"둘 다에요. 왜 듀로크 오빠가 원망을 받아야 하죠? 왜 다른 사람에게 깔보여야 하는 거죠? 겨우 오크라는 종족이라는 것 때문에요?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아니, 이해하지 않을 거에요!"

클레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왜 하필이면 듀로크 오빠가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거죠? 저들이 오크들을 원망하는 것은 알겠어요. 과거에 오크들이 잘못했을 수도 있고 저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다 오빠와는 관련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나 슬퍼요!"

"클레아..."

클레아는 울먹이는 눈으로 듀로크를 바라보며 계속 얘기했다.

"얼마나 자상하고 착한 듀로크 오빠인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주고 생각해주는 오빠인데! 왜 오빠가 대표해서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죠?! 저는 싫어요! 오크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듀로크 오빠를 바라보지 않는 것도 싫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오빠가 그들에게 원망받는 것도 싫어요!"

클레아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는데...그리고 각오도 하고 왔는데...제가 약해서 그런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는 너무나 속상해요. 왜 오빠가 대표로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죠?"

"내가 왕국을 설립했으니까."

듀로크가 대답했다.

"다른 오크들이 잘못한 것을 왜 오빠가 원망받아야 하죠?"

"나도 오크니까."

듀로크가 대답했다.

"왜 오빠가 직접 가는 거죠?"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하니까."

듀로크가...대답했다.

"...예. 알고 있었어요. 오빠가 어떻게 얘기할지. 하지만 저는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괜찮다. 클레아.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제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리 오렴."

듀로크는 두 팔을 벌려주었고 클레아는 듀로크의 품속에 안기었다.

"네가 생각하는 오빠는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란다. 9서클 마법사일뿐더러 드래곤의 기억까지 이어받았지. 웬만해서 정신에 타격을 받지 않는단다. 그들의 시선과 원망하는 소리는 내게 와닿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렴."

"...예."

"그리고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도 고맙단다. 또 네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것 같아. 하지만 아직은 참아주지 않을래?"

"...왜죠?"

"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거든."

듀로크는 품속에 있는 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

"나는 오크고 너는 인간이야. 그리고 나는 드래곤의 힘을 받아서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존재이지. 그래서 누군가를 받아들이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다. 내 말을 이해해줄 수 있지?"

"...예. 하지만 오래 기다리기는 싫어요."

"그래. 약속하마."

클레아는 그 말에 그제야 미소를 지었고 이내 듀로크의 품속에서 나와서 길을 터주었다.

"갔다 오세요. 오빠.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래. 지켜봐라."

듀로크는 클레아에게 답하고 이제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옆에서 계속 웃음을 참고 있는 나르샤와 쿠로딘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듀로크는 그들에게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도 웃고만 있지 말고."

듀로크는 조금 붉은 색을 띠고 있는 얼굴로 얘기했고 웃음을 참고 있던 2명은 듀로크의 말에 답해주었다.

"킥킥. 알겠다. 잘 갔다 와라."

"푸하하핫! 이거 오래 지나지 않아서 경사가 있겠구만."

"그렇지?"

"시끄러!"

듀로크는 나르샤와 쿠로딘의 말에 소리쳤고 이내 진짜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뒤이어서 얘기한 그란의 말에 듀로크는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고 나머지 3명도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취이익~ 경사? 듀로크 부인 생기는 건가?"

"아직 아니야!!"

"오크들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인간은 인간끼리! 오크는 오크끼리!"

""인간은 인간끼리! 오크는 오크끼리!""

왕성 앞에서 수십 명의 인물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왕성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는 호기심 때문인 것도 있었고 강경파 이들이 따끔한 맛을 받는 것을 원해서 바라보는 것도 있었다. 혹은 강경파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원인이 되었든 간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있는 와중에 한 명의 인물이 왕성의 입구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인물은 라이언 왕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듀로크였다.

"듀로크님이다."

"뭐라고 하실까?"

"조용해진 거봐."

듀로크가 나타나면서 지금까지 소리치던 강경파 인원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강경파 이들은 침을 삼키며 듀로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지켜보았고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도 똑같이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어서 듀로크가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오크들에게 사연이 있는 녀석들인 것 같은데. 맞나?"

"맞,맞다."

듀로크의 질문에 강경파 중에 1명이 나서서 대답했다.

"당신들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들이 이렇게 얘기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크들은 상종하지 못하는 종족이다!"

"맞아! 내 가족도 오크들에게 죽었단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모두 말을 내뱉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한이 맺혀 있었고 모두 오크들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듀로크는 그런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얘기했다.

"오크들에게 피해를 받은 인간들도 있겠지. 당신들처럼.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본 적 없나? 인간들에게 피해를 받은 오크들도 있다는 것을."

"그,그건..."

"그,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 있지? 당신들은 오크들에게 당한게 있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똑같이 인간들에게 당한게 있어서 악감정을 가진 오크들도 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화는 화를 부르지."

"그래서! 우리보고 먼저 오크들을 용서하라는 거냐?!"

"누가 먼저 용서하라고 했지? 당신들만 용서하면 되는 것이다."

"뭐?!"

"이미 오크들은 인간들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아니. 가질 수 없다. 내가 그런 오크가 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까."

가면 사이에서 나오는 듀로크의 빛나는 눈빛을 바라본 강경파 인원들은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도 내가 라이언 왕국을 위해서 한 행동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오크라는 이유로."

"그,그렇긴 하지."

아무리 강경파의 인원이라고 해도 듀로크가 한 행동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만큼 듀로크가 라이언 왕국을 위해서 한 업적은 너무나 거대했고 오크라는 이유로 듀로크를 비난할 수 없었다.

"우리 그란 왕국에 있는 오크들 중에서는 나와 같이 라이언 왕국에 유익한 이들도 존재한다. 그들이 오크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건가?"

"그,그건..."

듀로크의 말에 강경파 인원들은 우물쭈물해 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이어서 듀로크가 결정타를 날렸다.

"부탁한다."

듀로크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수그렸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시민들도 놀라워했고 강경파 이들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우리 세대에서 두 종족의 악순환을 끊자. 우리가 끊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우리 자식도 서로를 헐뜯고 그들의 자식도 서로 싸우면서 피를 흘려야겠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듀,듀로크님. 고개를 드십쇼."

"듀로크님은 잘못 없습니다."

"아니. 나도 같은 오크로서 오크들이 당신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은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당신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듀로크는 여전히 고개를 수그린 상태로 얘기했다.

"당신들이 느끼는 슬픔과 한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이후에도 당신들과 같은 슬픔과 한을 가지는 이들이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세대가 희생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부터는 그런 아픔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부탁한다. 오크들을 용서해다오."

듀로크의 진심 어린 말은 구경하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강경파 인원들의 마음에도 새겨들어갔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인데도 대신 사과하고 힘을 사용하여 강제로 굴복 시킬 수 있음에도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에 모두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강경파들을 변화시키게 하였다.

"...듀로크님이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악순환을 끊도록 하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경파의 이들이 모두 호의적인 대답을 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들은 듀로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그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고맙다."

"아닙니다. 듀로크님의 뜻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지금까지 너무 좁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도 오크들이 싫긴 하지만...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듀로크의 행동과 말에 강경파 인원들도 대놓고 오크들을 싫어하는 티를 낼 수 없었고 흐지부지한 상태로 모두 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소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왕국 전역에 이야기가 계속 오르락내리락면서 퍼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시에 강경파의 위세도 한층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내 듀로크의 텔레포트 마법진 설치도 완료되었다.

드디어...인간과 오크의 교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