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인간과 오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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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2)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뤼나티크 마법진을 훈련한다."
"예! 알겠습니다!"
나르샤의 말에 마법사들이 모두 미리 배정된 조원들과 함께 마법진을 그리고 자리에 위치했다. 이어서 마법진의 중심에 선 마법사에게 마나를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마법사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령사들은 정령들은 소환한 상태로 서로 대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훈련에 집중하는 마법병단원들을 보고 나르샤는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는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나르샤는 듀로크가 오크라고 정체를 밝히면서 마법병단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걱정이 무안해질 정도로 그들은 평소와 똑같았다. 나르샤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들에게 물어봤고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듀로크는 하나의 신과 같은 존재고 종족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듀로크가 인간이든, 오크든, 엘프건 간에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고귀하고 우러러봐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어제 같은 일이 있었는데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르샤가 마법병단원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마법병단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훈련을 잘 하고 있는 것 같군."
"듀로크."
문을 열고 들어온 듀로크를 나르샤가 알아차렸고 이어서 훈련을 하고 있던 마법병단원들의 시선이 홱 돌아가면서 그에게 집중되었다.
"듀로크님이다!"
"어서 오십쇼!"
"오늘은 무슨 일이십니까?!"
훈련을 내팽개치고 듀로크에게 몰려가는 이들을 보고 나르샤는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듀로크도 이런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어...오늘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그런데 하나 물어보도록 하자."
"뭐든지 말씀하십쇼!"
"너희들. 내가 오크인 것은 이제 알았지? 그런데 별로 안 꺼려져?"
"오크라고 해서 듀로크님이 듀로크님이 아닌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저희는 듀로크님의 힘과 인덕을 경시하는 것이지 종족을 보고 우러러보는게 아닙니다."
"조금 충격이긴 했지만 듀로크님이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듀로크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마법사들과 정령사들을 보고 감탄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벌써 이야기는 쉽게 끝났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이런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으니 마법사와 정령사를 하고 있는 거겠지만.'
"크흠. 고맙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 그란 왕국에도 마법사들은 존재한다. 오크들이 아닌 뱀파이어들이지만."
"뱀파이어!"
"뱀파이어도 존재했습니까?! 제가 알기로 뱀파이어들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뱀파이어의 마법은 저희들과 다릅니까?!"
뱀파이어라는 말에 마법사들이 듀로크에게 미친 듯이 질문의 공세를 퍼부었다. 듀로크는 세상에서 탐구 정신이 제일 뛰어난 마법사들을 눈앞에 두고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조용! 얘기해줄테니 질문은 그만!"
듀로크의 말에 그제야 모두 조용해졌고 듀로크의 말을 들을 준비를 갖추었다.
"뱀파이어들은 보통 4,5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과 별반 다를바 없지. 하지만 그들은 신체능력이 좋아서 근접전이 약한 마법사들과 달라. 그래서 같은 서클의 마법사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어."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마법사들이 마치 시험범위를 듣는 학생들처럼 빛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적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뱀파이어들도 100여 명밖에 없어. 우리 그란 왕국은 뛰어난 오크 전사가 수만 명있지만 오크 마법사들은 극히 적어. 더구나 뱀파이어들과 비교해서 현저히 서클도 낮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지원자를 받으려고 해."
"지원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란 왕국에 가서 오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마법 선생. 그 마법 선생 지원자를 받으려고 해. 오크들 중에서 마법에 재능이 있는 자를 골라내서 마법사로 키우는 것이지."
"흐음...그렇군요."
"마법 선생이라..."
듀로크의 말에 마법사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그란 왕국으로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것을 안 듀로크는 이어서 얘기했다.
"물론 특혜가 존재해. 지원자에게는 높은 월급이 부여될 거고 각 지원자의 서클에 맞는 마법서를 줄 거야."
"제가 가겠습니다!"
"내가 먼저 얘기했어!"
"정령사는 안 됩니까?!"
마법서라는 말에 너도나도 다 손을 들기 시작했다. 마법서는 엄청난 고가의 아이템일뿐더러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그것보다 원하는 물건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이 환장하며 모두 손을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미안하지만 정령사는 안 된다. 오크들은 정령의 재능이 일절 주어지지 않은 종족이야. 마법은 희망이라도 있지만 정령은 불가능하다. 이는 나도 개선할 수 없어."
듀로크의 말대로 오크들은 정령사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령의 축복을 받지 못한 종족. 오크들의 생활환경을 보면 정령들과 친해질 수 없을뿐더러 재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예외 중에 예외로 듀로크가 있었지만 그도 베아트리스의 힘을 물려받아서 가능한 거였다.
정령사들은 듀로크의 말에 실망하며 손을 내렸고 듀로크는 열정적으로 손을 드는 마법사를 보며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나르샤."
"왜?"
"네가 지원자를 골라라."
"내가 왜?"
"네 부하들이잖아. 누구를 데려가도 되고 어떤 마법사를 보내면 좋을지 네가 알고 있을 거 아냐. 더구나 마법단장이 정하지 않으면 누가 정하겠어?"
듀로크의 말에 나르샤는 피식 웃음을 내보내며 얘기했다.
"알겠어. 몇 명으로 추스르면 되지?"
"한 30여 명이면 될 것 같아."
"알겠다."
나르샤는 마법사들을 진정시키며 얘기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듀로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은 암살단인가?"
"하암~ 평화롭구나."
"하품 좀 작작해. 이츠."
"나오는 것을 어떻게 하라고? 그보다 오늘 얘들 분위기는 어때?"
"평소랑 조금 다르긴 하지.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흐음...나는 듀로크님이 오크여도 상관없는데. 너는 어때?"
"나도 그래. 아마 원래 쉐이드님 휘하에 있던 암살자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분위기야. 하지만 이번에 들어온 신참들은 다양각색이야."
"쳇. 항상 새로운 것들이 문제야. 안 그래?"
"내 생각도 같다."
"억! 쉐이드님!"
이츠를 비롯한 S급 암살자들은 아무런 기색도 느끼지 못했는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워했다.
"듀로크가 오크든 인간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왜 그런 것에 신경 쓰는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쉐이드님은 듀로크님이 오크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 몰랐다."
"놀라지 않으셨습니까?"
"듀로크가 인간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인간으로 그런 경지에 오르는 것은 힘드니까. 하지만 그게 인간보다 더 힘든 오크라는 점은 예상할 수 없었지."
"그렇군요. 그런데 그 드래곤과 싸울 때 잘못 들었을 수도 있는데 혹시 듀로크님이 쉐이드님의 머릿속에 심은 벌레가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했지."
쉐이드의 말에 S급 암살자들은 놀라워했고 이츠가 대표해서 계속 얘기했다.
"그렇다면...이제 듀로크님의 밑에 있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네게 묻도록 하겠다. 너는 다시 돌아가고 싶나?"
"아니요."
이츠는 쉐이드의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신참이라면 드래곤과 싸우면서 생긴 희생자에 쫄아서 나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모인 이들입니다. 더구나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보다 좋지 않을게 뻔한데 가겠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나도 지금이 더 재밌거든. 우리가 언제 드래곤과 싸우겠나?"
"맞는 말이죠. 하지만 요새는 조금 편안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괴물만 상대하느라 좀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 이렇게 왔다."
"듀,듀로크님?"
어느새 또 인기척도 내지 않고 등장한 듀로크에 S급 암살자들은 놀라워했다. 하지만 쉐이드는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그래. 오크 마법사께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찾아왔지?"
"저 녀석의 말대로 쉬운 일을 맡기려고 왔지."
"쉬운 일? 네가 말하니까 쉬운게 쉬운게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인가?"
"뭐...처음은 그럴 수도 있어."
"뭔지 얘기해봐라."
듀로크는 S급 암살자들을 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지목했고 쉐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상관없다는 뜻을 표출했다.
"어제 들었다시피 라이언 왕국과 그란 왕국은 거래를 할 예정이야. 인간들은 그란 왕국으로 갈 것이고 오크들은 라이언 왕국으로 오겠지. 그러면서 서로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우리 암살자들 중에서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하지."
"그래. 그래서 암살단에게 맡기고 싶은 일은 그런 마찰을 지켜보고 심각하게 일이 진행이 되면 막아주었으면 해. 물론 그란 왕국으로 갈 이들도 필요하지."
"흐음...몇 명이나 필요한데?"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란 왕국으로 20여 명, 라이언 왕국으로 80여 명. 무력은 낮아도 상관없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려고 할 때 말리면 되니까. 익스퍼트 수준이면 충분할걸?"
"그럼 B급 혹은 A급들만 보내면 되겠군."
"엑? 저희들은요?"
S급 암살자들은 자신들을 빼놓고 얘기하는 쉐이드에게 얘기했다.
"너희들은 남은 암살자들을 가르쳐야지. 이번에 드래곤과 싸우면서 얼마나 부족했는지 느끼지 못했나?"
"그,그건 드래곤이잖습니까."
"그래서. 드래곤은 상대하지 못하겠다는 거냐?"
"그,그건 아니지만..."
"나중에 드래곤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그러니 너희들은 남아서 암살자들을 훈련시켜서 더 강하게 만든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쉐이드의 말에 S급 암살자들은 시무룩하면서도 결국 체념을 하였다.
"가능하겠어?"
"내 휘하에 있던 암살자들을 위주로 보내겠다. 새로 온 녀석들은 이번에 드래곤과 싸우면서 느낀 거지만 아직 손발도 맞지 않고 한참 멀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녀석들을 좀 키워야겠더군."
"그래? 고맙군. 그리고 너희들도 잘 생각해봐."
"예?"
듀로크는 시무룩해 있는 S급 암살자들을 향해 얘기했다.
"걔네들이 맡을 임무가 쉬워 보여? 나는 쉬워보이지 않는데. 도시당 대충 5명씩 암살자들이 간다고 했을 때 하루에 도시에서 생기는 마찰이 얼마나 될까? 나는 수백 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걸 5명이 한다고 하면?"
S급 암살자들은 듀로크가 하는 말을 곧바로 이해하고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원래는 몸을 굴리게 하려고 했는데 잘 대해줘야겠네."
"갈 애들은 놔두고 남아있는 애들이나 빡세게 시키자고."
"자자. 이러지 말고 지금 바로 가서 하자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S급 암살자들은 밑에 있는 애들을 괴롭히러 갔고 듀로크는 남아있는 쉐이드를 향해 얘기했다.
"이렇게 둘이 남아있어서 말하는 건데 내가 오크인 것은 알지?"
"당연히 알고 있지."
"그리고 네 머리에 벌레가 없는 것도."
"안다."
"그래도 넌 계속 있을 거냐?"
"그럴 거다. 재밌으니까."
듀로크는 자신의 물음에 한치의 주저도 없이 얘기하는 쉐이드에 피식 웃었다.
"너도 참 독특한 녀석이다."
"남말할 처지인가?"
"하긴."
듀로크는 자리에 일어났고 나가면서 쉐이드에게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이제 시작이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지금은 태풍 속의 눈과 같은 상태니까."
한 명의 남성이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책상에는 엄청난 양의 서류가 양쪽에 수북이 쌓여있었고 남성의 얼굴이 핼쑥한 것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남성의 눈빛은 퀭하지 않고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서류 넘기는 소리와 펜을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누군가 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무슨 일인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예."
문이 열리면서 한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남성은 누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궁금해다가 이내 그 인물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듀로크!"
"잘 있었나? 소크라 백작."
남성, 소크라 백작은 갑자기 찾아온 듀로크에 놀라워하며 반가워했다.
"정말 오래간만이군. 잘 지냈...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며칠 전에 일이 있었지."
"내 정체를 밝힌 거? 일부러 그런 거고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런가? 그런데 소피아는 만나고 온 길인가? 아, 아직 학교에서 오지 않았겠군."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도 학교와 관련된 일이야. 그런데 많이 바쁜가 보네."
듀로크는 책상에 쌓여져 있는 서류의 산을 보고 얘기했다.
"요새 향신료의 수출이 오히려 너무 잘 되어서 이렇게 바쁜 거네. 사람이 더 있었으면 좋겠지만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쉬운가?"
"그럼 내 밑에 있는 애들 몇 명 붙여줄게. 상인들도 있으니까."
"그만큼 고마운게 없지. 요새 서류 때문에 바빠서 소피아와 놀아주지 못했거든. 그래서 그런지 나한테 조금 쌀쌀맞게 구는 것 같네."
"이런. 빨리 구해주도록 하지."
소크라 백작과 듀로크는 웃으며 얘기했고 이내 소크라 백작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슬슬 본론에 들어가는게 좋겠군. 학교랑 무슨 관련이 있나?"
"응. 너도 들었겠지만 이제 오크들도 라이언 왕국으로 올 거고 인간도 그란 왕국으로 갈 거야. 각 도시에 내가 돌아다니면서 텔레포트를 설치할 예정이니까 며칠 뒤면 교류가 시작되겠지. 그리고 그중에 학교도 있어."
"학교?"
"그란 왕국에도 학교가 있어. 아직 만들어놓고 운영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내 최종목표는 인간과 오크가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것이거든. 그래서 라이언 왕국의 학생을 그란 왕국의 학교에 보낼 거고 그란 왕국의 오크들도 라이언 왕국의 학교로 보낼 거야."
"오크들과 인간이 같은 학교에서 배운다라...쉽지는 않겠군."
"쉽지 않겠지. 더구나 오크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야.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 그래서 소크라 백작. 네게 온 거야."
"나에게?"
"그래. 네 딸 소피아 때문이지."
"소피아라...그렇군. 네 친구들과 같은 케이스인가?"
"역시 이해가 빨라. 맞아. 내가 오크인 것을 알고 있어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대로 바라봐주는 아이지. 그래서 오크들이 들어갈 학교에 다녀줬으면 해."
"흐음...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소피아."
"예."
어느새 열린 문을 통해서 소피아가 듀로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너무해요. 듀로크 오빠. 왔으면 저부터 만나러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미안하구나. 내가 요새 바빠서 그만."
소피아의 말에 듀로크는 땀을 흘리면서 변명했지만 자신이 왜 변명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소피아. 결정하겠나?"
"예. 저는 그란 왕국에 있는 학교에 다닐게요."
"뭐?"
소피아의 말에 듀로크는 놀라워했지만 오히려 말려야 할 소크라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면 알겠다."
"잠,잠깐. 내가 얘기할 것은 아니지만 괜찮아?"
"듀로크. 나는 너를 믿는다. 지금 소피아가 건강하게 지내는 것도 다 네 덕분이다. 그런 네가 오크들이 이제 변했다고 얘기했으니 그 말도 사실이겠지. 안 그런가?"
"그,그렇긴 하지. 하지만 아버지인 입장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
"당연히 걱정되고 슬프지. 하지만 나는 내 딸의 결정을 믿는다.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했던만큼 시야를 넓게 가지기를 바라거든."
"고마워요. 아빠."
쿵짝이 맞는 부녀를 바라보며 듀로크는 한숨을 쉬고 얘기했다.
"너희들의 생각이 그렇다면...좋아. 소피아와 비슷한 연령대인 여자애도 있으니까 내가 얘기해둘게."
"혹시 클레아님이요?"
"응? 알고 있었어?"
"예. 라이벌이니까요."
"라이벌?"
듀로크는 소피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얘기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자네는 이런 것에는 둔감하구만. 역시 신이 모든 것을 주지는 않았어."
"잠깐.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네. 그런데 소피아는 괜찮지만 다른 인간 학생들을 어떻게 그란 왕국으로 가게 할건가?"
"아, 그건 걱정하지 마. 미리 생각해둔게 있으니까."
"생각?"
듀로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가지고 오는건 아니거든."
이번에는 듀로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소피아와 소크라 백작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듀로크가 생각했던 대로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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