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92화 (192/360)

15장 인간과 오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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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인간과 오크(1)

"들었는가? 듀로크님이 오크였다는 소식을?"

"당연히 들었지. 지금 왕국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난 직접 왕성에서 보았네. 정말 살면서 그렇게 충격적인 광경은 처음이었지."

"그것 때문에 지금 왕국이 들썩이고 있잖아. 오크를 몰아내자는 세력과 오크와 상관없이 듀로크님이라며 옹호하는 세력이 치고 박으니 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 솔직히 난 듀로크님이 오크인 것이 충격이긴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어. 솔직히 듀로크님이 우리 왕국에 해준게 얼마나 많은데?"

"그렇긴 하지. 하지만 오크는 뭔가...생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단 말이야. 그리고 난 아니지만 오크들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텐데."

"그런 이들이 반대세력으로 있겠지.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해봐. 반대세력이 이겨서 듀로크님과 오크들을 내보냈을 때 우리끼리만으로 잘 나아갈 수 있을까? 왕성에서 보였던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만 해도 엄청난 전력인데 말이야."

"맞아. 솔직히 듀로크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 하지만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살 수는 없잖아?"

"대체 어떻게 될련지 원."

피터는 잠시 살게 있어서 시장으로 나왔는데 역시 예상대로 모든 이야기가 듀로크에 대한 것이었다. 피터도 물론 듀로크가 오크였다는 것을 보고 충격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그때 듀로크가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오크와 인간이 싸웠을 때 오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그것은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했던 말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뤼나티크님과 했던 얘기도 떠올랐다.

'그래. 오크라고 해도 듀로크님은 듀로크님이야. 하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좀 전의 이야기처럼 반대하는 세력들도 상당히 많을 거야. 내 근처에 있는 스티아도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겠지.'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돌아가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모두 듀로크와 오크에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 충격에 충격을 거듭한 광경 때문에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견이 다르면 충돌이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좀 전에 들었던 대로 반대세력과 옹호세력이 대립하고 있었고 이런 형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만 갈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를 듀로크님이 원했을까? 아니면 이런 현상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갖가지의 잡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피터는 왕성에 있는 자신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잡생각을 정리해야겠다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피터. 집합이다."

"예?"

피터를 부른 인물은 바로 두뇌파의 동료였다. 그는 피터보다 나이가 2배나 많은 상인이였지만 피터와 말이 잘 통할뿐더러 방도 옆방이여서 친하게 지내는 인물 중 하나였다.

"누구한테서요?"

"누구긴. 듀로크님에게서지."

"듀로크님에게서?"

피터는 듀로크에게서 집합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을 듣고 조금 놀라워했다.

"두뇌파 전체 집합이야."

"모두 온다고 해요? 제 생각에는 반발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어서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말도 있더라고. 오지 않으면 좋은 제안을 듣지 못할 거라고. 그래도 오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모가지가 잘릴 수도 있다고 하던데?"

상인은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취했고 피터는 그게 두뇌파에서 해고를 시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말이 있으면 오지 않는 이들이 없겠군요. 모두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누구보다 지식을 탐구하는 이들이니까요."

"그렇겠지."

"그럼 이것만 놔두고 다시 나올게요."

"천천히 해라."

피터는 과연 듀로크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집합을 시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거의 내팽개치는 것처럼 던져놓고 빠르게 나온 피터는 상인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너는 어제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

"듀로크님이요?"

"그래."

현재로서 제일 핫한 주제로 상인은 피터에게 물어봤다.

"저는 오크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듀로크님이 오크라고 해도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네 말이 정론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 나로 말하자면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나는 오크든 인간이든 물건만 팔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습니까?"

"그래. 내가 두뇌파에 들어온 것도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서 나만의 방법으로 물건을 팔고 싶어서니까. 듀로크님의 말대로라면 그란 왕국은 상인에게 있어서 보물고와 다를 바 없는 곳이야. 라이언 왕국에서 평범한 물건도 그란 왕국에서는 진귀한 보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확실히 그렇겠군요."

피터는 상인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과 오크 사이에는 서로 문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별거 아닌 물건도 오크에게는 귀중하게 될 수도 있고 오크에게 별거 아닌게 인간에게는 귀중하게 될 수 있었다.

상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란 왕국이 돈 덩어리로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피터는 대화를 나누면서 듀로크가 얘기한 장소로 이동하였고 두뇌파의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벌써 도착해서 웅성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수백 명이 대화를 나누는 주제도 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나마 여기에 모인 이들은 좀 배우고 온 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크를 아주 혐오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크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혹은 조금 껄끄러워하거나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때 듀로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혼자 오지 않고 친위대 오크들 10여 명을 데리고 같이 왔다. 듀로크는 항상 장착하고 있던 무표정의 가면을 하고 있었는데 그 가면이 정체를 모르고 있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두뇌파 인원들은 듀로크를 갖가지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듀로크는 그들을 보며 얘기했다.

"오늘 제대로 모여줘서 고맙군. 물론 내가 모이라고 해서 그랬지만.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 새로운 임무와 함께 지원자를 받기 위해서이다."

"임무?"

"지원자?"

"아마 뭐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 어제 있었던 일로 인해서 내가 오크라는 것을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안 그런가?"

듀로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하지만 내가 오크여도 변하는 것은 없다. 너희들이 생각했던 그대로가 바로 나다. 오크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라이언 왕국에서 제일 머리가 좋으며 배운 사람들이니까."

듀류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계속 얘기했다.

"뭐, 처음부터 오크들과 친해지라고 하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겠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그 거리가 줄어들 거야. 본 주제로 돌아와서 새로운 임무와 지원자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한번 헛기침을 하고 숨을 가다듬은 듀로크는 이어서 얘기했다.

"어제 들었다시피 라이언 왕국과 그란 왕국은 거래를 할 예정이야. 오크들도 라이언 왕국으로 유입되고 인간들도 그란 왕국으로 유입되겠지. 그와 동시에 두 종족 간에 만나면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어. 차별당하는 오크들이 있고 답답해하는 인간들도 있겠지. 그런 충돌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율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오크와 인간의 조율 말입니까?"

"호오?"

듀로크의 말에 흥미로워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런 반응을 기대했던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얘기했다.

"물론 특혜도 있을 것이다. 일이 힘든 만큼 월급도 몇 배로 인상될 것이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리한게 아닌 이상 들어줄 것이다. 그란 왕국에 가서 한바탕 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자금을 투자해줄 것이다."

"자금까지?"

"나쁘지 않은데?"

"물론 인간만 혼자 보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서 우리 그란 왕국의 오크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똑똑한 얘들을 붙여줄 예정이다. 당연히 처음이 제일 힘들 것이다. 충돌이 계속 생길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 잘 생각하고 지원하는 것이 좋을 거야."

듀로크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사이에 듀로크는 계속 얘기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있어. 혹시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데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듀로크가 한 손을 들며 얘기하자 몇 명의 인원이 우물쭈물하면서 손을 들었다.

"가르치는 것도 얘들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돼. 더 없어? 이것도 특혜가 존재할 텐데."

이어서 손을 드는 자가 더 생겼고 이내 약 30여 명까지 늘어났다.

"좋아. 이 중에서 자신이 인내심이 좋고 장거리 파견을 가도 상관없다는 사람만 손을 들어."

듀로크의 말에 30여 명이 20명으로 줄었다.

"그럼 남은 이들은 그란 왕국으로 가서 선생 역할을 한다."

"예?"

"선생이요?"

"그래. 선생. 가르치는 선생 말이야. 너희들의 특혜는 그란 왕국에서 새로 만든 신축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자금을 대줄 것이다. 물론 신축 건물도 드워프들의 손길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지."

여기까지만 들었을 때 20명의 인원들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위화감을 느끼고 듀로크에게 질문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뭐지?"

"저희가 가르칠 상대가 누구입니까? 그란 왕국이라는 말은 설마?"

"그래. 너희들이 가르칠 상대는 오크다."

듀로크의 말에 상당수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어이없어하는 이들도 있었고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문점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의중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듀로크는 이어서 얘기했다.

"물론 오크들을 가르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크들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을 뿐더러 생전 처음 배우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힘든 만큼 특혜가 존재할뿐더러 그란 왕국에서 한바탕 벌 수 있겠지. 물론 그란 왕국에는 오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뱀파이어, 드워프도 있고 이제는 인간까지 유입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조건일터."

'화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말은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로 내뱉지 않았다. 듀로크의 말은 침착하게 듣던 20여 명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듀로크에게 질문했다.

"궁금한게 있습니다."

"말해봐."

"듀로크님은 정말 인간과 오크가 서로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현재 왕국 전체에서 반대세력과 옹호세력이 생기면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의 공통된 궁금증이었다. 진심으로 듀로크가 두 종족이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정체를 밝힌 건지 그들은 궁금했다.

"나는 진심으로 두 종족이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보지 않았나? 내 친구들을. 각자 다른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친분을 쌓고 잘 지내고 있다."

듀로크는 자신의 얘기를 경청하는 이들을 보고 계속 얘기했다.

"물론 그들과 처음부터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종족의 벽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지금만 해도 너희들과 나는 서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나?"

"그건...듀로크님이여서."

"나도 듀로크이기 전에 오크라는 생물이다. 그리고 난 왕국에서 배운 사람들인 너희들을 믿는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거라는 것을."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친위대 오크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나가기 전에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참고로 아까 2개의 일 중 아무거나 하고 싶은 사람은 나를 찾아오도록."

남은 두뇌파의 인원들은 듀로크가 자리를 떠났음에도 서로 웅성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건 피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피터는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좋아. 결정했어."

"응? 뭐를?"

피터의 말을 들은 상인은 피터에게 되물었다.

"저. 그란 왕국으로 가서 선생 역할을 할거에요."

"진짜? 말했던 대로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오크들을 만나서 그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요. 과연 듀로크님 말대로 서로 친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오크들을 가르칠 수 있는게 가능하고 과연 인간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알고 싶어요."

"그래. 너라면 그렇겠지. 나도 그럼 조율자나 할까? 그란 왕국에서 한바탕 벌어볼 수도 있고."

"아저씨라면 잘하시겠죠."

피터는 이 결정을 친구들에게 얘기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와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나!"

""하나!""

"둘!"

""둘!""

기사단은 지금 르의 구령에 맞혀서 무기를 휘두르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르도 어제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오늘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게 하여 생각할 겨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분위기 전환에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르는 평소보다 더 빡세게 훈련을 진행했다. 그렇게 훈련을 진행한지 약 1시간쯤 지났을 때 모습을 드러내며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취이익~ 실례한다."

"어? 그란님 아닙니까?"

들어온 이들의 정체는 바로 그란과 수십 명의 친위대 오크들이었다. 그들이 누군지 눈치챈 기사단원들 중에서는 대놓고 혀를 차는 이들도 있었고 심한 이들은 침을 아예 바닥에 뱉는 이들도 있었다.

기사들 중에서는 용병생활을 한 이들도 있고 갖가지의 경험을 겪고 온 이들도 있기에 분명히 오크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이들도 있을 거라고 르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직접 저런 반응을 보니 르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을 향해 뭐라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란이 팔로 르의 앞을 막으면서 그의 말을 막았다.

"그란님?"

"취이익~ 내게 맡겨라."

르는 그란의 행동이 불에 기름을 뿜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것을 염려했지만 그래도 맡겨달라고 하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란이 직접 기사단원들을 향해 다가오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좀 전에 오크들을 깔보았던 기사들이 움찔거렸다.

"뭐,뭐야? 오크 주제에 때리려고 하는 거냐?"

그들 중에 한 남성이 용기를 내서 얘기했고 그란은 그를 보며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취이익~ 전사란 말보다 몸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지. 불만이 있으면 힘으로 얘기해라. 안 그런가?"

그란의 말에 남성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지만 이내 오기로 대답했다.

"그,그렇지. 오,오크 주제에 뭘 아는군."

"취이익~ 우리 오크들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나와라. 상대해주도록 하지."

그란이 기사들을 향해 도발했고 그에 발끈한 기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앞으로 나온 대부분의 기사들은 좀 전에 오크를 깔보았던 이들이었고 약 50여 명에 육박했다.

"취이익~ 대충 50명인가? 여기서부터 거기까지 나와라."

그란은 친위대 오크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얘기했고 이내 약 20명의 오크들이 앞으로 나왔다.

"20명?"

"우릴 얕잡아보는 거냐?!"

기사들은 자신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오크들의 숫자에 분개하며 소리쳤다.

"취이익? 얕잡아보지 않는다. 우리 친위대들은 모두 너희들보다 강하다. 그리고 내가 너희들 20명과 대치할 수 있다."

"뭐?!"

"이 자식이!"

기사들은 그란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분노했고 이내 르가 그들의 중심에 서서 양측을 향해 얘기했다.

"이건 대련이니 진검으로 하지 않고 목검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형평성을 위해서 갑옷도 벗어주시기 바랍니다."

르의 말에 기사들은 조금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검을 내려놓았다. 기사들은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검만 내려놓으면 됐지만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은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벗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동으로 시선은 오크들에게 돌아갔다.

철컥. 철컥.

"...근육이..."

"장,장난 아닌데?"

그런데 오크들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왜냐하면 갑옷을 벗으면서 보이는 오크들의 몸이 상상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단단한 강철과도 같은 근육이 온몸을 둘러싸고 있었고 모든 근육이 전투에 최적화된 근육이라는 것을 기사들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그런 몸이 된 이유는 바로 그란의 무식한 훈련 방법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수만 번의 무기를 휘두르고 똑같은 동작을 수십 번 하다 보면 저런 근육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런 오크들 가운데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란의 몸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오크들은 인간보다 조금 작았는데 인간과 비교해도 현저히 커다란 그란의 몸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란의 몸을 보고 기사들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에 르가 목검들을 가져왔다.

"그란님. 여기 있습니다."

르는 목검을 그란에게 넘겨주었는데 그란은 뭔가 맘에 들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취이익~ 이것보다 더 무겁고 두꺼운 것은 없나?"

"죄송합니다만 목검은 다 똑같습니다."

"취이익~ 그럼 현지에서 구해도 상관없나?"

"예? 무슨 말씀이신지?"

르는 그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그란은 대련에 참가하지 않는 친위대 오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십 명의 오크들이 밖으로 나갔고 그런 광경을 모든 이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밖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지끈! 콰지직!!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저런 소리가 들려오는지 모두 궁금해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친위대 오크들의 손에는 하나의 도끼와 같은 목검들을 들고 들어왔다. 그란은 그들에게서 목검을 받은 후에 한번 휘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취이익~ 이걸 써도 상관없겠지?"

"괜찮습니다만...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취췩~ 밖에 있는 나무 잘라서 만들었다."

르의 물음에 나갔다 들어온 친위대 오크 한 명이 얘기했고 르는 밖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 봐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취이익~ 우리는 도끼를 주로 사용해서 무겁고 두꺼운 것이 좋다. 인간 중에서 필요한 이가 있다면 줄 수 있다만?"

"필요 없다! 우리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취이익~ 그렇다면 빨리 한바탕 붙어보자고!"

르의 통제하에 50여 명의 기사들과 그란 그리고 20여 명의 오크들이 일렬로 섰다. 기사들이 오히려 오크들을 향해 맹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오크들이 가만히 그 시선에 맞대응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르는 손을 올리고 양측을 향해 얘기했다.

"두 쪽 다 준비됐습니까?"

"취이익~ 됐다."

"됐습니다!"

"그럼...시작!!"

르의 말과 동시에 기사들과 오크들이 격돌했다. 기사들의 목검에는 익스퍼트를 증명하는 오러들이 서려 있었고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한순간에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다.

깡!!

"아닛!"

"뭐,뭐야?!"

기사들은 오러가 실린 자신의 목검을 가볍게 막는 오크들을 보고 깜짝 놀라워했다. 더구나 오크들이 들고 있는 목검에는 자신들보다 더 정교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오러가 실려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취이익!!"

"으아아악!!"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한 번에 몇 명의 기사들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기사들과 부딪힐 때마다 추풍낙엽처럼 날려 보내는 인물은 바로 그란이었다. 그리고 기사들은 그란의 목검을 바라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저건 오러 블레이드!"

"소,소드마스터라고?!"

그란의 목검에는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는 완벽한 오러가 실려있었을뿐더러 엄청난 힘까지 동반되어 기사들이 상대를 할 수 없었다. 목검으로 막으려고 해도 막는 순간 목검이 산산조각 나면서 부서졌고 목검에 맞은 기사들은 어디 한군데 부러지면서 멀리 날아갔다.

일의 심각성을 눈치챈 기사들은 그란에게만 20여 명이 붙었지만 문제는 그란뿐만이 아니였다.

"으윽...이 녀석들?"

"하나하나가 다 강하잖아!"

친위대 오크들은 모두 익스퍼트 중급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수많은 오크들 중에서도 선별되어 체력과 전투능력이 탁월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같은 익스퍼트 중급이라도 친위대 오크들이 훨씬 강할 수밖에 없었다.

친위대 오크 1명을 상대로 기사가 2명이 붙어야 될 정도로 그들은 강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란에게 20명이 붙어서 친위대 오크들에게 2명씩 붙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친위대 오크들을 상대하려면 그란이 날뛰고 그란에게 붙으면 친위대 오크들이 날뛰니 그야말로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친위대 오크들은 서로 수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며 훈련을 한 끝에 손발이 맞았는데 기사들은 아직 그런 방면에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50명의 기사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반면에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은 한 명도 쓰러지지 않고 멀쩡히 서 있었다. 그런 결과에 다른 기사들이 경악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크가 소드마스터야..."

"정말 강하군. 오크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 수 배워야 할 정도인데?"

구경하던 기사들은 모두 오크들의 무력에 감탄하며 한마디씩 얘기를 꺼냈다.

"취이익~ 생각보다 시시하다. 그렇지?"

"취췩~ 그렇다. 약하다."

"이,이 자식들..."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이 널부러진 기사들을 향해 말했고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기사들이 그런 오크들에게 분노했다.

"취이익~ 몸으로 대화했다. 그리고 너희들 우리보다 약하다. 우리에게 불만이 있으면 우리보다 더 강해져라. 약하면 조용히 있어라."

"뭐,뭐?"

"취이익~ 우리 오크들은 인간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우리 오크들을 차별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쓰러지게 만들 것이다."

그란의 말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였다.

"취이익~ 그리고 이런 대련은 언제든지 받아주겠다. 우리 오크들은 싸움 좋아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내면 좋겠다."

그란은 쓰러져 있는 기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크들에게 불평을 가지고 있던 기사들도 그란의 넓은 마음과 아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들도 처음부터 천성이 나쁜 이들은 아니었다. 오크에게 원한이 있거나 악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깔보았던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오크인 그란을 보고 기사들은 창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란이 바라보고 있던 기사는 혀를 차며 그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너희들이 다른 오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다른 오크들도 너희와 같다고는 확신할 수 없겠지. 그리고 그런 오크들이 보이는 순간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녀석들을 눕힐 것이다."

"취이익~ 상관없다. 그런 오크들이 있으면 내가 먼저 눕힐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보다 언젠가는 더 강해지겠다. 그리고 너희들을 위에서 바라봐주마."

"취이익~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핫. 단언하기냐?"

그란은 기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기사는 그란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그와 동시에 기사는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크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기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취이익~ 언제든지 도전해라. 받아주도록 하겠다."

"그래. 두고봐라."

"취이익~ 르. 부탁이 있다."

"뭡니까?"

"취이익~ 혹시 술이 있나?"

"술...말입니까? 설마? 또?"

르는 며칠 전에 그란과 술을 먹었던 것을 떠올리며 안색이 핼쑥해졌다.

"취이익~ 거리를 좁히는 데는 술만한 것이 없지. 안 그런가?"

"취이이익!!"

그란의 물음에 친위대 오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취이익~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자라면 도망치지 않겠지?"

"당연하지! 오크들이 우리를 뭐로 보고!"

"우리들도 술은 자신있다고!"

"취이익! 그 말을 믿겠다! 르!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기사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너희들. 후회할 거다."

르의 말을 기사들은 그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술판이 벌어지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들은 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크들이 술에 얼마나 강하고 그란이 술고래라는 것을.

"취이익~ 잘 마시는군. 하지만 아직 멀었다!"

"취췩~ 여기 한 병 더 필요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술판을 벌인 끝에 기사들은 모두 나가떨어졌고 남은 오크들이 그런 기사들을 보고 웃으며 계속 마셨다. 하지만 술판이 벌어지는 동안 오크들과 인간은 서로 웃으며 술을 마실 수 있었고 두 종족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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