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91화 (191/360)

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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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6)

"듀로크님이 오크라니..."

"오크가 왜?"

"더러운 오크를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오크가 듀로크님인데?"

"그렇다 해도 오크야! 인간의 적이다!"

"듀로크님은 오히려 우리 왕국을 일으켰잖아. 적으로 보기에는 무리 아니야?"

예상대로 지금까지 보였던 반응과 현저히 다른 혼란이 일어났다. 오크라고 난리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크여도 듀로크님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수많은 반응을 보여주는 가운데 듀로크가 손을 위로 올리며 외쳤다.

"우리 그란 왕국의 정예들을 보여주겠다! 나와라!"

듀로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하늘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갑자기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고 고개를 위로 들었고 이내 보이는 광경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뭐야? 저건?!"

"설,설마? 와,와이번?!"

"와이번이다!!"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공중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본 관중들은 이내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듀로크가 마나를 실은 목소리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진정해라!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에 오크라고 난리 치던 사람들도 가만히 서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관중들의 상공에서 활공하기 시작했고 이내 와이번 위에 타고 있던 오크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내려온 오크들은 하나같이 갑옷과 무기를 착용하고 있었고 왕성 앞에 일렬로 서서 관중들을 바라봤다.

"갑옷을...입고 있어?"

"그것도 모두 최상급들이야!"

"군기도 잡혀있는 것 같은데?"

그 오크들의 정체는 바로 친위대 오크들이었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미리 들었던 듀로크의 말대로 상공을 계속 활공하고 있었고 친위대 오크들은 서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우리 그란 왕국에서는 와이번을 잡아서 훈련시켰고 끝내 와이번 라이더를 양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앞에 있는 오크들은 친위대 오크들로 착용하고 있는 갑옷과 무기들도 모두 최상급이며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와이번 라이더?!"

"익스퍼트 중급이라고? 저 오크들이 다?"

"거,거짓말."

당연히 예상했던 대로 수많은 이들이 믿지 못하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듀로크는 친위대 오크들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맞혀서 오크들이 일제히 무기를 위로 들어 올렸다. 이어서 친위대 오크들의 무기에 오러가 실렸고 모든 오크들의 무기에서 오러가 넘실되는 것을 본 관중들은 듀로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진짜였어."

"오크들이 오러를?! 말,말도 안 돼."

"보다시피 이 정예들만으로 전쟁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강하다. 거기다 우리 그란 왕국에는 훈련된 수만의 오크들이 있고 모두 잘 단련된 갑옷과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식하게 생활했던 때와는 현저히 다르다."

그 말을 들은 몇 명이 용기 있게 듀로크를 향해 얘기했다.

"그런 오크들이 우리 왕국에 무슨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거지?"

"맞아. 저만한 전력이라면 말 그대로 전쟁도 치를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하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듀로크는 여유롭게 대답해주었다.

"당신들의 말대로 이들만으로 전쟁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오크들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이 있지. 제일 큰 예로는 농사가 있다. 오크들의 역사에 농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농사를 새로 시작해도 성공률이 현저히 낮지. 그처럼 우리 오크들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면 라이언 왕국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지?"

"내가 해준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거래를 통해서 오크들의 무력을 빌릴 수 있겠지. 거기다 우리는 물자도 풍부하다. 이 정도면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

"하지만..."

듀로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뭔가 불만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듀로크는 지팡이로 바닥을 가격하며 얘기했다.

"하나 말해주도록 하지. 나는 듀로크면서 오크다. 동시에 오크이면서 듀로크지. 그런데 당신들은 오크이면서 듀로크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난 처음부터 오크였지 당신들이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오크라고 해서 지금까지와 다를게 있다고 생각하나?"

"그,그건..."

"오,오크는 인간의 적이다! 결코 같이 생활할 수 없는 존재란 말이다!"

"맞,맞아. 오크는 우리와 상종하지 못하는 종족이야!"

누군가 얘기한 말에 하나둘씩 동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듀로크는 그 말도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었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이 나올 줄 알고 내 친구들을 데려왔다. 어이, 이제 좀 나와."

듀로크의 말에 관중들은 누구를 부르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이내 나오는 인물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온 4명의 인물을 본 관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인간?"

"드워프도 있어."

"나르샤님도 있는데?"

"저 거구는 오크야? 오크가 저렇게 크다니!"

클레아, 쿠로딘, 나르샤, 그란이 일제히 듀로크의 곁으로 왔고 이내 듀로크는 관중들을 향해 얘기했다.

"이들은 모두 그란 왕국에서 생활했던 내 친구들이다. 인간, 드워프, 엘프까지 모두 오크들만의 왕국에서 생활했다. 당신들이 상종하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던 오크들과 말이야. 한번 그들의 말을 들어보도록 해라."

듀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고 이내 클레아가 침을 삼키며 앞으로 나왔다. 수많은 관중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압박감을 느꼈지만 클레아는 듀로크를 위해서 용기를 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클레아라고 합니다. 저는 원래 라이언 왕국의 사람으로 왕국에서 생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다가 크라켄을 만나서 바다에 떨어지게 되었죠.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크들의 부족이었습니다."

클레아의 말에 지금까지 불만을 뿜어내던 관중들도 입을 닫고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어요. 이제 오크들의 노리개가 되는가 했죠. 하지만 그렇게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저는 듀로크 오빠를 만났습니다."

클레아는 얘기하는 도중에 듀로크를 한번 힐끗 쳐다보았고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클레아의 시선에 답해주었다.

"듀로크 오빠는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여동생처럼 아껴주고 보호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듀로크 오빠와 그란 오빠가 왕국을 건설하기로 결심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어요. 다른 오크들도 제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차별하지 않고 바라봐주었죠. 저도 그에 답하는 것처럼 오크들을 인간처럼 똑같이 대하고 대화를 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오크들도 저희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걸요."

"다르지 않다?"

"오크들과 우리가?"

관중들의 반문에 클레아는 답했다.

"예. 지금까지 인간이 오크들과 대화를 할 생각이 없었을 뿐 오크들도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아요. 조금 무식하고 지능이 떨어진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거짓말..."

"진짜로?"

"제게 이제 오크들은 인간 여러분과 똑같이 느껴져요. 모두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냐고 물어보고 오늘의 저녁은 무엇을 먹었다고 얘기하며 술을 마시고 즐겁게 대화해요. 제게 라이언 왕국은 고향이지만 그란 왕국은 이제 제2의 고향 같은 거랍니다."

"설마..."

"진짜에요. 듀로크 오빠는 그중 제일 오크 같지 않은 분이랍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오빠에요."

"뭐?!"

클레아의 직구같은 말에 수많은 이들이 경악했고 듀로크조차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보내면서 쿠로딘이 앞으로 나섰다.

"푸하하핫! 틈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말하는구만. 나도 그럼 분발해야겠군."

쿠로딘은 도끼로 바닥을 쿵 찍은 후에 커다란 목소리로 얘기했다.

"내 이름은 쿠로딘. 보다시피 드워프다. 듀로크가 말했던 것처럼 나도 그란 왕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활뿐만 아니라 대장장이 및 건설장을 맡고 있지. 크흠."

쿠로딘은 가슴을 크게 내밀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나는 드래곤 산맥에서 광석을 캐다가 오크들에게 잡혀서 그란 왕국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듀로크를 만나게 되었지. 그런데 이 녀석이 괘씸하게도 드워프의 탐구 정신을 자극했단 말이야? 그래서 난 거기에 혹하게 되어서 듀로크를 돕기 시작했다. 그게 또 장난 아니였어."

쿠로딘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심취한 듯 얘기했다.

"카무란 왕국에도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지 않나. 생각도 하지 못한 기발한 생각을 대입하여 만든 물건은 가관이였지. 제일 굉장했던 것은 처음 목욕탕과 성벽을 만들 때인데..."

"쿠로딘."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던 쿠로딘은 듀로크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미안하군. 흥분했나 보네. 하여튼 많은 물건을 만들고 오크들에게도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쳐줬지. 그리고 오크들도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잘하더군. 그러면서 오크들과도 친해지기 시작했지. 그건 나뿐만이 아니다. 다른 드워프들도 똑같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옆에서 듣고 있던 나르샤가 쿠로딘의 말에 거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란 왕국에 이상현상을 느끼고 찾아갔었다. 그리고 듀로크에게 잡혀갔지. 잡혀갔다는 것도 내 마나를 봉인했을 뿐이지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았어. 그저 오크들과 생활하는 것이 다였어. 왜 그랬을지 다들 예상이 가?"

나르샤는 관중들에게 질문을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듀로크는 그저 한 엘프로서 오크들과 생활하고 느끼길 바랐던 거야. 8서클 마법사면서 소드마스터인 강자의 입장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엘프로서 바라보기를. 그리고 나도 깨달았지. 지금까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설,설마? 나르샤님도?"

"엘,엘프마저?!"

인간과 오크와의 관계도 원수보다 더한 관계였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이 바로 엘프와 오크의 관계였다. 과거에 마왕이 출현했을 때 오크들은 수많은 엘프들을 범하고 숲을 훼손시켰다. 후에 드래곤 산맥 때문에 그런 일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발생하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서 엘프와 오크들의 관계가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늘 아래 같이 생존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엘프인 나르샤가 그렇게 얘기하니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모든게 좋지는 않았어. 오크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힘든지 몰랐고 오크들의 무식한 점에 화가 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그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하나의 지성체고 말이 통하며 자제할 줄 아는 이들이라는 거야. 그러니 당신들도 직접 그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눈 후에 얘기하라고. 처음부터 싫다는 말을 하지 말고."

나르샤의 말에 관중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얘기하는 건데. 듀로크가 당신들을 위해서 해준게 얼마나 많은데? 기껏 오크라고 그렇게 반발감을 들어내? 양심이 없어도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냐?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너희들 말로 오크조차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걔네들이 너희들보다 순수해!"

"풋!"

"푸하하하! 엘프 주제에 잘 말하는군."

나르샤의 말에 클레아가 웃음을 터트렸고 쿠로딘은 통쾌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웃었다. 관중들이 나르샤의 말에 멍 쩍인 반응을 보이고 있을 때 커다란 거구가 나르샤의 옆에 섰다. 그리고 나르샤는 그가 누군지 알아차리고 자리를 넘겨주었다.

"취이익~ 인간들이여. 나는 그란 왕국에서 왕의 자리에 앉아있는 그란이라고 한다."

"왕?"

"오크들의 왕이라고?"

"취이익~ 우리 오크가 지금까지 무식하고 야만적이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듀로크가 온 이후로는 다르다. 더 이상 우리 오크들은 과거의 오크들이 아니다."

관중들은 엄청나게 말을 유창하게 하는 그란을 보고 놀라워했다.

"취이익~ 그란 왕국에는 좋은 장비를 갖추고 훈련한 오크들이 수만 명이 있다. 하지만 듀로크가 얘기했던 대로 우리 오크들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 오크들은 인간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란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바라보는 관중들을 보고 이어서 얘기했다.

"취이익~ 우리 오크들 중에서도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이 있으면 내가 직접 벌을 내릴 것이다. 물론 인간 여러분들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는다."

그란이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뒤로 빠졌고 이내 듀로크가 그란의 어깨를 붙잡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란은 그제야 한숨을 쉬고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나와 내 친구들이 하고 싶은 말은 끝났다. 그리고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 그란 왕국은 라이언 왕국과 동맹을 맺고 거래를 할 것이다. 이것은 벨치스 국왕도 동의했다. 그러니 좋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듀로크는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얘기했다.

"단언컨대 나는 진심으로 인간과 오크들이 사이좋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럼."

이어서 듀로크와 나머지 인물들이 모두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듣고 있던 관중들은 멍하니 그곳을 계속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서 라이언 왕국 전체가 발칵 뒤집히게 된다.

"모두 수고했다."

듀로크는 연설을 끝낸 친구들을 맞이해주었고 이내 긴장이 풀린 클레아가 다리에 힘이 떨어져서 쓰러지려고 했다. 그것을 듀로크가 눈치채고 팔로 클레아를 잡아주면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괜찮아?"

"예.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아요."

"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

"그래도 듀로크 오빠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맙구나. 다른 얘들도 수고 많았어."

"그럼. 그런데 난 이 엘프의 말이 제일 통쾌했다고. 내가 너무 약하게 말했나?"

"됐어. 그보다 나는 그란에게 제일 점수를 주고 싶어. 정말 말을 잘하던데?"

"취이익~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까짓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란 오빠. 머리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취이익?!"

클레아의 말에 그란은 고개를 휙하고 올려서 위를 바라보았지만 농담으로 말한 클레아의 말대로 김이 날 리가 없었다.

"그럼 다음부터는 우리 중에서 그란이 대표로 나서서 얘기하면 되겠네. 안 그래?"

"그럼. 그렇고 말고."

나르샤와 쿠로딘이 서로 쿵짝이 맞으면서 그란을 몰아갔고 그란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취이익...미안하다. 거짓말이다. 아까 것으로 벅차서 지금 머리 아프다."

"괜찮아. 친구. 너는 머리가 장점이 아니잖아? 그리고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으면 어때? 모든 생물들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취이익! 역시 내 친구 듀로크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듀로크의 말에 그란은 시무룩했던 기분이 어느새 사라지고 힘차게 얘기했다. 그런 모습을 구경하듯이 바라보던 벨치스 국왕과 매트는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다.

"참 좋은 친구들을 두었군."

"맞는 말씀입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요즘 들어서 더욱 느끼는군요."

"저런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후회스럽나?"

"...아니요. 그 기간 동안 왕국에 더 헌신할 수 있었기에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만들어도 늦지 않겠죠."

"그 말이 맞나?"

갑자기 벨치스와 매트의 대화에 카르티네가 끼어들었다.

"어떤 것이 맞냐고 물어보시는 겁니까. 위대한 존재여."

"그냥 카르티네라고 해라. 나도 지금까지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 아니, 친구였지만 친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존재가 있었지.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렇습니까?"

"지금 나한테는 친구라고 할 수 있는지 애매한 존재가 한 명이 있다. 하지만 저렇게 남을 위해서 나서주는 친구들을 보니 나도 더욱 발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인간의 왕이여. 당신은 이런 나라도 지금부터 친구를 만들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전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드래곤인 당신의 입장에 있어서 우리 인간의 삶은 한순간입니다. 하지만 그런 한순간임에도 인간들은 수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저렇게 친구를 만듭니다. 헌데 영면에 가까운 생명을 사시는 드래곤께서 늦었다고 한다면 누가 친구를 만들겠습니까?"

벨치스의 말을 들은 카르티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군...네 말이 맞다. 헌데 인간의 왕이여."

"예. 말씀하십쇼."

"나와 친구가 되어주겠나?"

벨치스 국왕은 상상하지도 못한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빠르게 침착을 찾고 이어서 얘기했다.

"저로 괜찮으시다면."

"고맙다. 그리고 나는 인간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지는 감정, 욕구, 지식, 행동 등 수많은 것들에. 하지만 나는 인간에 대해서 아는 것이 갓난아기와 같은 수준이다. 인간의 왕, 나의 친구여.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당연하죠. 이제 저와 당신은 수호자와 왕의 사이지 않습니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그렇군. 그것을 잊고 있었군."

"그리고 저도 한 번쯤은 드래곤을 친구로 두고 싶었습니다."

벨치스 국왕의 말에 이번에는 카르티네가 멍 쩍인 표정을 지었고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군. 하나 배웠다."

"저,저도 카르티네님과 친구하고 싶습니다."

"좋다."

옆에 있던 매트도 손을 들고 외치며 얘기했고 카르티네는 흔쾌히 수락했다. 벨치스 국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술 한 잔을 들이켜고 얘기했다.

"오늘은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군요. 그리고 과연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봅시다. 카르티네님도 이번 일로 인해서 인간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게 될겁니다."

"그런가?"

"예.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던 듀로크가 오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제각각의 반응을 보일 겁니다. 실망하거나 혐오하거나 불만을 가진 이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반대로 듀로크를 숭배하고 오크가 무슨 상관이나며 얘기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외견 때문인가?"

"그것도 있겠지만 종족 간의 차이로 쌓인 골이 크겠죠. 그리고 그 차이를 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역사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도전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저는 듀로크가 그 골을 없앨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벨치스 국왕이 말한 광경은 4개의 종족이 서로 장난치고 웃으며 화목해 하는 모습이었다. 끈끈한 친분으로 둘러싸고 서로 간에 일말의 의심도 없는 모습. 종족 간의 깊은 골을 깨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신뢰였다.

"오히려 같은 종족이였으면 저렇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야만 저런 모습을 볼 수 있겠죠."

매트는 벨치스 국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카르티네는 국왕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듀로크와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벨치스 국왕의 말대로 그들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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