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88화 (188/360)

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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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3)

"도착했군."

"여기가 라이언 왕국?"

"강당 같은데요?"

"취이익~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강당이여서 그래. 먼저 쥬디아가 오기 전까지 창문을 가려놔야겠군."

와이번들은 처음 와보는 장소여서 그런지 주변을 둘러보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오크 기수들이 그런 와이번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친위대 오크들은 드워프들이 직접 제작한 갑옷과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보였다.

그 사이에 듀로크가 시야를 제한시키는 마법진을 창문에 다 새겨 넣으면서 쥬디아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실례했습니다."

인물은 문을 열고 보이는 광경에 다시 문을 닫고 나가려고 했지만 듀로크가 그걸 제지했다.

"틀리지 않았으니까 들어와."

"...제가 환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니죠?"

"그래."

인물, 쥬디아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문을 슬며시 닫으며 들어왔다. 그러자 와이번들이 소리를 질렀고 오크 기수들이 그런 와이번을 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사일런스 마법까지 걸어야겠군."

"대,대체 이게 무슨 광경입니까?"

와이번의 우렁찬 소리에 듀로크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쥬디아가 다가와서 물어봤다.

"뭐가?"

"이,이들은 대체 누구죠? 와이번과 수백의 오크들이라니. 그리고 오크도 평범한 오크가 아닌 것 같고..."

"먼저 소개나하지. 이 여자는 쥬디아라고 라이언 왕국의 정보장이라고 보면 돼."

당황해하는 쥬디아를 이끌고 듀로크는 자신의 친구들을 향해 얘기했다.

"안,안녕하십니까. 쥬디아라고 합니다."

"취이익~ 나는 그란이라고 한다."

"잘 부탁하네. 쥬디아."

"안녕하세요. 저는 클레아라고 해요."

그란과 쿠로딘, 클레아가 각자 쥬디아에게 인사했다.

"이들은 그란 왕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이야. 그리고 저기 보이는 오크들과 와이번들은 우리 그란 왕국의 주력부대고."

"놀랄게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대체 이들을 데려온 목적이 무엇입니까?"

쥬디아는 그제야 조금 감정을 추스르게 되었는지 말을 더듬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와이번과 오크들에게 가는 것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이틀 후에 공지가 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듀로크님이 의도하신 것도요."

"역시 정보장이군."

"하지만 그 의도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 그 공지를 내린 이유는 내 정체를 밝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입니까?"

"어. 그래서 이들을 데려온 거야."

"그렇군요. 설득력이 더 높아질 것을 생각하신 거군요."

"역시 이해가 빨라서 좋아. 그래서 이틀 동안 이들을 숨겨주고 먹을 것을 갖다 주는 것을 부탁하고 싶어."

"그래서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찾으신 겁니까?"

"응. 오크들을 보고 혐오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얘기하지 않을 이들. 있을까?"

"음...최측근 몇 명을 데려오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웬만하면 먹을 것은 통째로 가져오는게 좋을 거야. 이들이 먹을 양을 상상할 수 있겠어?"

백이 넘는 오크들과 수십의 와이번들. 거짓말하지 않고 이들이 먹는 양은 인간 천명이 먹는 양과 똑같을 수도 있었다.

"...체력이 좋은 이들로 뽑겠습니다."

"좋은 판단이야. 아마 음식만 배달하는 것만으로도 나가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럼 저는 곧바로 인원을 뽑아서 데려오겠습니다."

"그래."

쥬디아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고 나갔고 이내 듀로크도 마법 배낭에서 한 개의 투구와 로브를 꺼내었다.

"웬 투구와 로브?"

"그란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란. 투구를 써봐."

"취이익?"

그란은 듀로크가 하라는 대로 투구를 썼다. 그리고 로브로 그란이 입고 있는 갑옷 위에 둘러싸니 오크라고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다.

"나와 그란, 클레아, 쿠로딘은 이제 국왕을 만나러 갈 거야. 그러니 그란은 가는 동안 조용히 해줘."

"취이익~ 알겠다."

"나르샤는 친위대 오크들과 와이번 라이더들을 통제해줘."

"제일 힘든 거네. 알겠어."

"너희들도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되니까."

"취익~ 알겠다."

"취췩~ 가만히 있겠다. 현자 오크."

듀로크는 그들을 놔두고 그란, 클레아, 쿠로딘을 데리고 어전을 향해 이동했다. 중간 중간에 듀로크를 알아본 이들이 인사를 했고 듀로크는 가볍게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듀로크와 같이 가는 3명의 반응이 제각각 달랐다.

그란은 신기한 것을 보는 것처럼 계속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클레아는 마치 그리운 것을 보는 것마냥 잔잔하게 지켜보았다. 쿠로딘은 마치 건설업자가 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으음...이건 조금 아쉽군. 다른 방식으로 만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음? 여기는 인간 주제에 잘 만들었네? 하지만 멀었어."

그란의 엄청난 덩치와 드워프인 쿠로딘이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시선이 자엽스럽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듀로크는 최대한 그란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게 노력하였고 이내 어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듀로크님. 어서 오십쇼...어?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국왕에게 소개해줄 인물들이다."

"드워프에...엄청난 덩치를 가진 인물도 있군요. 가까이서 보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군요."

"취이익~ 당연하지."

"취이익?"

깡!!

"윽!"

"아, 이 녀석이 감기에 걸렸거든. 그래서 콧소리가 조금 심해."

듀로크가 빠르게 발로 그란의 종아리를 걷어차면서 경비병에게 변명했다.

"그렇군요. 그럼 전하께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경비병이 벨치스 국왕에게 말하는 사이에 듀로크는 그란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란. 지금 들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왜 얘기한 거냐?"

"취,취이익...미,미안하..."

"지금도 얘기하지 마! 국왕 앞에서는 얘기해도 되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말을 하면 안 돼. 알겠어?"

"취,취이익...알,알겠..."

"그냥 고개로 끄덕여!"

그란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알아들었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 사이에 국왕의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왔고 경비병이 문을 열면서 듀로크와 3명은 안으로 들어갔다.

"오! 오늘은 다른 이들과 왔구만. 소개시켜주게나."

"오늘은 우리 그란 왕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소개하려고 왔어."

"호오? 자네의 친구들인가? 기대되는군."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의 말에 진심으로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먼저 이 드워프는 쿠로딘이라고 해. 우리 그란 왕국의 대장장이 및 건설 총책임자를 맡고 있어."

"반갑네. 인간의 왕이여. 나는 쿠로딘이라고 하네."

"라이언 왕국에 잘 왔네. 오크들의 왕국에 있는 드워프라니. 신기하구려."

"그 정도로 신기해하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을 확신하지."

"푸하핫! 하긴. 듀로크 옆에 있으면 놀랄 일이 너무 많지."

"얘기가 조금 통하는군."

쿠로딘은 벨치스 국왕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고 듀로크는 이어서 클레아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 소녀는 클레아라고 해. 우리 그란 왕국에 있는 몇 안 되는 인간 중에 하나야."

"듀로크 오빠의 동생 클레아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원래 클레아는 라이언 왕국에 살았던 아이야. 내가 왕국을 설립하기 전에 오크 부족에게 잡혀있던 것을 데려왔지."

"많은 일을 겪었겠구나. 그때는 우리 왕국이 힘이 없어서 도와주지 못했던 것을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전하. 오히려 그 덕분에 듀로크 오빠를 만날 수 있어서 저는 기쁩니다."

"후후후. 듀로크 같은 남자는 없지. 좋은 눈썰미를 타고났구나."

"감사합니다. 호호."

"크흠...이어서 소개하도록 하지."

듀로크는 자신을 주제로 얘기하는 벨치스와 클레아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고 헛기침을 하며 이어서 얘기했다.

"그란. 투구를 벗어도 돼."

"취이익~ 괜찮은가?"

"콧소리?"

"괜찮아."

벨치스 국왕은 콧소리에 의아해하다가 이내 투구를 벗은 그란의 얼굴을 보고 놀라워하면서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오크인가? 듀로크를 미리 봐서 그런지 새삼 놀라움이 덜 하는군."

"취이익~ 반갑다. 인간의 왕. 나는 그란이라고 한다."

"그란은 그란 왕국의 왕이야. 오크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지. 인간의 왕과는 조금 개념이 다르지만."

"왕이라. 같은 왕으로서 우리 왕국에 잘 왔네. 이번에 듀로크를 통해서 동맹을 맺게 되어 기쁘다네."

"취이익~ 나도 기쁘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번째 발자국이 되어 기쁘다. 그리고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것도 기쁘다."

"...자네같은 오크들만 있었다면 과거의 역사는 달랐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지금 우리 왕국에 있는 오크들은 이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야. 아니, 해를 끼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거든."

"취이익~ 맞다. 오크들 인간 괴롭히지 않는다. 괴롭히면 내가 두 동강 낼 거다."

"물론, 인간 쪽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도 다르지 않네. 인간은 지성이 높은 생명체로 고정관념이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처럼 오크들을 좋아하는 인간들도 생길 거에요."

클레아가 옆에서 얘기했고 듀로크는 그런 클레아의 머리에 손을 올려서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클레아의 말이 맞아. 노력해서 안 될 건 없지. 안 그래?"

"자네 말이 맞군. 비록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취이익~ 힘이 약하면 수백 번 도끼를 휘두르면 된다. 수백 번으로 부족하면 수천 번 휘두르면 된다."

"뭐...그것도 노력이라고 봐도 되겠지."

"푸흡! 듀로크. 자네는 정말 재밌는 친구들을 두었군."

"부정은 하지 않겠어. 그런데 매트 왕자는 어디 갔지?"

"트이번과 함께 하늘에서 놀고 있을 거네. 아마 조금 있으면 돌아오겠지."

"와이번 라이더인가? 그러고 보니 지금 강당에 100여 명이 넘는 오크들과 와이번들이 있으니까 가까이 가지 못하게 좀 해줘."

"그란 왕국의 주력부대인가?"

"맞아. 이틀 후에 보여주려고."

"과연 어떤 반응이 보일지 기대되는군."

"그러게."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어전의 옆 창문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쿵 소리와 함께 창문 옆에 있는 공간에 커다란 생명체가 착륙했고 그와 동시에 한 인물도 내려섰다.

"왔군."

"산책 갔다 왔습니다. 아버지."

"키에에엑~"

매트 왕자와 트이번이 창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얘기하다가 다른 이들도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듀로크님? 그리고...어? 여러분!"

"잘 지냈나?"

"오랜만입니다. 매트 왕자님."

"취이익~ 인간 전사. 오랜만이다."

"쿠로딘님! 그리고 그란님과 클레아까지! 어떻게 여기에?"

"내가 데려왔다. 이틀 후에 연설 좀 부탁하려고."

"역시 듀로크님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사용하시는 분이군요."

"당연하지. 썩혀두고 있는 카드에 무슨 의미가 있지?"

"하하. 여전하시군요.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너무 반갑군요."

"키에에엑~"

트이번도 3명을 기억하는지 가까이 가서 얼굴을 비벼댔다.

"어차피 두 왕국이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 자유롭게 볼 수 있어."

"그렇군요. 이틀인가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군요."

"그럼 이틀간은 그 친구들에게 왕국의 구경을 시켜주는게 어떻겠는가?"

"좋군요. 그렇게 하죠."

"뭐? 하지만 그란이 문제인데."

"그럼 제가 같이 다니겠습니다. 쿠로딘님도 부탁해도 될까요?"

"뭐? 나도?"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매트 왕자가 쿠로딘에게 한쪽 눈으로 윙크하면서 얘기했다. 쿠로딘은 그 윙크의 의미를 눈치채고 이내 매트의 얘기를 받아들였다.

"알겠네. 그러도록 하지. 그럼 부탁 좀 하겠네."

"예. 그란님도 투구를 쓰고 따라오시지요."

"취이익~ 알겠다."

"전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부디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라."

"예."

"야. 어디..."

매트는 듀로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란과 쿠로딘을 데리고 나갔다. 듀로크는 매트가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하였고 이내 남은 클레아에게 얘기했다.

"클레아. 넌 어떻게 할래?"

"예?"

"너도 왕국을 구경하고 싶어?"

"...예. 저도 구경하고 싶어요. 그런데 듀로크 오빠가 안내해줘도 될까요?"

"내가?"

"예. 듀로크 오빠가 왕국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평가를 듣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예!"

"그럼 갔다 올게."

"잘 즐기고 오게나."

듀로크는 벨치스 국왕에게 인사를 하고 클레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벨치스는 단 둘이 남게 된 트이번의 턱을 문질렀고 트이번은 기분 좋다는 듯이 그르릉거렸다.

"매트 녀석, 눈치가 늘었군. 일부러 둘이 남게 배려도 할 줄 알고."

정작 듀로크는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벨치스는 생각했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저는 어디든지 상관없어요. 왕성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요."

"그러네. 그러면 왕성을 구경시켜줄게."

"예!"

클레아는 기뻐하면서 듀로크의 팔짱을 꼈다. 듀로크는 갑자기 팔짱을 끼는 클레아에 당황했지만 이내 여동생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듀로크가 제일 처음 클레아를 데려간 곳은 바로 기사단이었다.

"하앗!"

"흡!"

"허리에 힘을 빼라! 그리고 검에서 눈을 돌리지 마라. 알겠나?!"

"예!"

현재 기사단에는 수많은 기사들이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주위를 르와 제이슨이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르는 이내 듀로크가 온 것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모두 대기!"

르의 말에 기사들이 일제히 대련하던 동작을 멈추고 차려자세를 갖추었다.

"나 때문에 하던 것을 멈출 필요는 없는데."

"아닙니다. 듀로크님이 오셨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헌데...옆의 여성분은 누구시죠?"

"설마 여자친구?"

"그렇게 보여요?"

제이슨의 말에 클레아는 기뻐하면서 되물었고 듀로크는 피식 웃으면서 얘기했다.

"클레아는 내 여동생과 같은 존재야. 그란 왕국에서 왔어."

"그란 왕국?"

"아. 얘기한 적 없나? 이틀 후에 알게 될 거야."

"역시 그 공지는 듀로크님과 연관이 있었군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여동생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여자친구 아닙니까?"

"아니야."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만요."

은근슬쩍 진심을 섞어서 얘기하는 클레아였지만 듀로크는 이내 못 들은 척을 했다. 그 이유는 듀로크가 아직 결심을 내리지 못했을뿐더러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크고 클레아는 인간이니까.'

"듀로크님?"

"아. 미안. 오늘 이렇게 온 것은 클레아에게 구경을 시키고 싶어서 말이지."

"그렇군요. 그럼 이어서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저...혹시 저도 대련을 할 수 있을까요?"

"예?"

클레아의 말에 르는 놀라워하며 되물었다.

"무슨 말이시죠?"

"이래봬도 저는 익스퍼트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인간분들과 한번 대련하고 싶었어요."

클레아는 그란 왕국에서 수련을 하면서 항상 친위대 오크들과 대련을 펼치었다. 그래서 인간과 대련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기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것이다.

"진짜야. 익스퍼트 중급은 될걸?"

"듀로크님까지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야...좋습니다. 그럼 저희 쪽도 비슷한 실력대의 여자로 고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스티아. 네가 나와라."

"예!"

르에게 지목받은 스티아는 갑옷을 벗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기사들은 현재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클레아는 맨몸으로 왔기 때문에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 갑옷을 벗은 것이다.

"그럼 목검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예?"

"진검으로 부탁드려요."

클레아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며 얘기했다. 듀로크는 자신이 보지 못한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란 왕국에서 만든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검으로...말입니까?"

"휘유우~ 대단한데?"

르는 듀로크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시선으로 물어봤다.

"괜찮아. 클레아는 화초처럼 자란 여자아이가 아니야. 그리고 어떤 상처가 생기든 내가 치료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르는 스티아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스티아도 검을 꺼내 들었다. 다른 기사들은 스티아와 클레아가 부딪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이내 클레아와 스티아는 검을 앞으로 내밀며 준비자세를 갖췄다.

"양측 모두 준비됐습니까?"

"예."

"준비됐습니다."

"그럼...시작!"

스티아는 자신보다 어린 클레아를 보고 빠르게 끝내야겠다며 먼저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뿐만 아니라 듀로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클레아가 먼저 스티아에게 돌격했다.

"하앗!"

"윽!"

저돌적으로 돌진해와서 방어를 생각하지 않고 공격하는 클레아에 스티아는 의외로 말려들고 있었다. 르는 그런 모습에 놀라워하며 클레아와 스티아의 싸움을 지켜봤다.

클레아는 누가 봐도 허점이 많아 보이는 자세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허점을 공격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맹공을 펼쳤다. 스티아는 그런 클레아의 공격을 막느라 바빴고 보이는 것과 다르게 클레아가 상당한 경험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나이에? 내 나이에도 나와 비슷한 자를 찾기가 힘든데 어떻게?'

반반한 외모에 얌전할 것 같아 보이는 클레아가 이런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스티아가 자신의 흐름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클레아의 공격이 단조로웠고 많은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스티아가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서 클레아를 몰아치려고 할 때 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거기까지."

듀로크가 얘기하면서 스티아와 클레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클레아. 네 한계가 뭔지 느꼈지?"

"예. 역시 많은 분들과 대련을 해봐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감사합니다. 스티아님."

"아,아닙니다. 저야말로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무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그건...제 근처에 저돌적인 이들이 많거든요."

"그렇...군요."

수많은 오크들과 대련하면서 그들의 전투방식을 배운 클레아여서 틀린 말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로서는 클레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해해서 미안했다. 르."

"아닙니다. 오히려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지?"

""그렇습니다!""

르의 말에 기사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고 듀로크는 흐뭇해하며 클레아를 데리고 나갔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기사들이 다시 훈련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클레아는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이번처럼 다른 이들과 대련하는 일이 또 있었으면 좋겠네요."

"라이언 왕국과 동맹이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빨리 그 날이 오면 좋겠네요."

"그래야지. 또 가고 싶은데 있어?"

"예! 더 보고 싶어요."

"그럼 내가 키우는 두뇌파 얘들을 소개시켜주지."

"기대되네요."

클레아는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듀로크의 옆을 따라갔다. 그렇게 둘이 좋은 시간을 지내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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