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86화 (186/360)

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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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내가 바로 현자 오크, 듀로크다!(1)

"듀로크님. 설명해주셔야겠습니다."

"응? 뭐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드래곤을 봤다는 이들도 있고 듀로크님이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완전히 초토화된 지역도 있습니다."

"아. 그거?"

"그리고 제일 궁금한 것은."

매트는 손으로 한 명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대체 저 여자와 소년은 누구입니까?"

매트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카르티네와 맥이었다. 카르티네와 맥이 살 곳을 아직 찾지 못했기에 임시로 듀로크가 작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안 매트 왕자가 찾아온 것이다.

"음...간단하게 설명할게."

"알겠습니다."

"저 여자는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야. 그리고 소년은 맥으로 그녀의 동료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잠시만요!"

매트 왕자가 갑자기 손을 들어서 듀로크의 말을 멈추었다.

"누,누구라고 하셨습니까?"

"블랙 드래곤이라고."

"...저도 듀로크님과 같이 생활하면서 놀라운 것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제 착각이였군요. 이젠 드래곤까지 데려오시다니..."

"그래? 아직 놀라운 것은 시작도 안 했는데."

"봐주십쇼. 제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카르티네라고 하셨습니까?"

"그런데?"

맥은 듀로크에게 가까이 와서 귀에다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카르티네란 블랙 드래곤은 악명이 높습니다. 30여 년 전에 몇 개의 도시가 날아갔고 그녀를 막으려고 했던 수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 그런 드래곤이 지금 눈앞에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괜찮아. 이제는. 그리고 벌써 카르티네랑은 한판 뜬 상태야. 그래서 초토화된 곳이 있는 거고."

"그럼...소문이 사실이였군요."

"맞아."

"그 덕분인지 듀로크님의 명성이 끝을 모를 정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소문도 있는데..."

"내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예."

"저 녀석과 싸우면서 가면이 부서졌었거든. 그래서 몇 명이 내 얼굴을 보긴 했지."

"지금은 헛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질 겁니다."

"아니, 이제 가면을 쓸 기간은 끝났어."

"예?"

"이제 라이언 왕국도 어느 정도 기초가 탄탄해졌으니까 슬슬 내 정체를 밝혀야지. 그리고 동시에 그란 왕국과의 거래도 시작해야 하고."

"드디어...입니까?"

매트 왕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는 이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듀로크의 말로 들으니 새삼 느끼는 바가 달랐다.

"그래. 벨치스 국왕에게는 내가 미리 얘기해둘 테니까 너도 미리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카르티네와 맥이 살 만한 집을 찾아주면 고맙겠어."

"곧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

매트 왕자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갔고 듀로크는 카르티네를 향해 얘기했다.

"악명이 참 높았나봐?"

"과거에는 그랬지."

"네 수호자 계약은 내 정체를 밝힐 때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상관없겠지?"

"그래."

"그럼 그동안 쉬고 있어. 난 국왕에게 좀 갔다 올 테니까. 아마 조금 있으면 엄청 바빠질 거야."

"알겠다. 그럼 나는 쉐이드란 자를 만나고 오도록 하지."

"대련이야?"

"그래."

카르티네는 쉐이드가 말한 조건대로 암살자들을 상대로 대련을 자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본 모습을 하고. 물론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는 장소에서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을 보면 쉐이드도 참 독특하다고 듀로크는 생각하였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자신의 머리에 벌레를 심은 것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 있는 것을 보면 정상은 아니였다.

"그럼 저도 벨리온님에게 갔다 오도록 할게요."

맥은 벨리온에게 싸우는 방법이나 힘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반마족이 된 맥에게 제일 어울리는 스승이 벨리온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분이였고 거기에다가 마검을 맥이 갖고 다니면서 오블리와 벨리온 사이에 누가 더 맥을 잘 가르치나 경쟁이 붙었다.

메스는 나이트 왕국으로 다시 돌아갔고 나르샤는 마법병단들을 괴롭히며 수련을 시키고 있었다. 커다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뭐...어떻게 됐든 좋게 끝났으면 된 거지."

시작이 뭐 같이 시작했지만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듀로크였고 이내 벨치스 국왕을 찾으려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듀로크님."

"수고가 많군."

새롭게 만들어진 어전을 향해 찾아온 듀로크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의 인사를 받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와 동시에 경비병은 벨치스 국왕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를 내뱉었다.

"전하! 듀로크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오도록 해라."

"예! 들어가시죠."

경비병 2명이 문을 열어주었고 새롭게 만들어진 어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국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저번에 부서진 때보다 훨씬 좋게 만들어져 있었다. 벨치스 옆에는 한 마리의 생물이 드러누워서 코를 골고 있었는데 그 생물의 정체는 바로 트이번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매트 왕자와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던 것이 지금은 5미터 정도로 커져서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치스 국왕은 마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트이번과 거의 동거하다시피 했다.

"듀로크. 잘 왔네. 오랜간만이군."

"키에엑~"

벨치스 국왕이 포도주 와인을 마시며 듀로크를 반겨주었고 트이번도 그를 알아보고 반갑다는 어투로 소리를 질렀다. 듀로크는 트이번에게 다가가서 한번 쓰다듬어주었고 트이번이 갸르릉거리며 기분 좋아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얘기할게 있어서 말이지."

"혹시 드래곤과 관련된 일인가?"

"눈치가 늘었군."

"하하. 괜히 국왕의 자리에 앉아있는게 아닐세."

"그럼 거두절미하고 간략해서 얘기하지. 먼저 이번에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와 싸웠었어. 그리고 서로 화해를 한 상태이지."

"자네가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소문도 들었네."

"나 혼자 쓰러트린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 사실이긴 해.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카르티네를 라이언 왕국의 수호자로 계약하려고 해."

"푸웃!! 지,지금 뭐라고 했나?"

와인을 마시며 듣고 있던 벨치스 국왕의 입에서 포도주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표정에는 경악과 놀라움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고 포도주가 엎어져 무릎을 적시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가 얼마나 놀라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수호자로 계약한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놀랍나?"

"당연히 놀라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수호자란 존재는 사라진지 벌써 몇천 년이 더 된 과거의 이야기네. 더구나 수호자가 악명높은 그 카르티네라고? 이 사실을 들은 이 중에서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걸세."

"과거의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야? 수호자가 생겨서 나쁜 것은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리고 계약서를 완성시키는데 당신의 피가 필요하거든. 왕가의 피에 계약되는 것이니까. 물론 나도 추가시킬 거지만."

듀로크는 벌써 작성한 계약서를 꺼내서 벨치스 국왕에게 넘겨주었다. 계약서를 조심스럽게 받아서 유심히 지켜본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내용 자체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네. 나도 몇천 년 전의 이야기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상관없어. 그리고 밑에 서약란이 있을 거야. 거기에 손도장을 찍어줘."

벨치스 국왕은 듀로크의 말에 과일을 깎는 과도로 손가락에 조금 상처를 주고 서약란에 손도장을 찍었다.

"됐나?"

"...된 것 같군. 그리고 말할게 한 가지 더 있어."

"이번에는 좀 덜 놀라워할 만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군. 심장이 남아나지 않겠네."

"부전자전이라더니. 똑같은 말을 하는군."

"뭐?"

"아무것도 아니야. 할 말은 슬슬 내 정체를 밝힐 때가 되었으니까 자리 좀 마련해달라고."

"때가 왔나?"

듀로크의 말에 벨치스 국왕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것을 본 듀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얘기했다.

"먼저 왕국 전체에 공지를 내려줘. 도시마다 한 장소를 결정해서 같은 시간 때에 모이게 하도록. 그리고 그 장소에 마법사들을 동원해서 실시간으로 내가 말하는 광경을 보게 해줘."

"수정구슬에 영상마법을 운영할 마법사 1명과 옆에서 확대마법으로 보조할 마법사 1명씩 필요하겠군. 도시마다 뿌려야 하니 많은 마법사가 파견돼야 할 거네."

"아마 그러면 왕국 전체에 내가 말하는 것을 전해줄 수 있을 거야."

"드디어..인가? 그런데 왜 지금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벨치스 국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오크야. 인간 중에 오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드물지. 그리고 그만큼 그란 왕국과 동맹을 하고 오크와 거래를 하며 교류하는 것에 대부분의 이들이 반감을 가지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나라면? 그 반감이 많이 줄어들 거야. 이렇게 라이언 왕국을 발전시켰으니까. 결국 나의 명성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반감은 반비례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일리 있는 말이네."

"그리고 내 명성은 지금이 최고조거든. 블랙 드래곤이 나타났는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직접 나선 듀로크. 거기다 드래곤까지 무찔렀으니 얼마나 얘기가 나오겠어?"

"하긴. 지금은 자네의 이야기밖에 들리지 않네."

"거기다 모든 이들이 바라보고 있을 때 카르티네를 라이언 왕국의 수호자로 만드는 거야. 그때야말로 함성과 함께 나를 찬양하겠지. 듀로크! 듀로크! 이러면서. 그리고 그때 내 정체를 밝히는 거야."

"자네의 말이 다 맞네. 하지만 나도 조금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있네. 인간의 고정관념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네."

"알아. 아마 나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혼란스러워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 오크들도 노력해야 하고. 그때부터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바쁠 거야."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벨치스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폈다.

"한동안 너무나 평화스러워서 지겨웠네. 이제는 자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직접 움직여야 될 시기겠지. 안 그런가?"

"...맞는 말이네. 그럼 부탁할게."

"맡겨주게나. 그럼 공지는 어떻게 내리면 되겠나?"

"아. 그건 이렇게 해줘."

듀로크는 품속에서 하나의 종이를 꺼내었고 벨치스 국왕은 그 종이에 적혀져 있던 대로 공지를 내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공지는 라이언 왕국의 모든 도시에 뿌려졌고 이내 모든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그럼 이만 수고하십쇼."

"그래. 수고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낸 피터는 왕성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왕성에서 보내는 그의 일과는 피터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만족감을 채워주었다. 어떻게 하면 더 왕국을 번창하게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냐는 주제로 하루에 몇 시간씩 토론하였다.

그리고 공통된 의견을 거쳐서 결정된 것을 듀로크에게 검사를 받고 이내 수락이 떨어져야 그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피터는 자신과 같이 토론하며 열정적으로 일에 대하는 이들과 함께 있어서 정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래서 평소에도 피터는 자신의 방에 돌아오지 않고 밤새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빠르게 방으로 돌아왔는데 그 이유는 오늘 바로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모이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네. 처음 모였을 때 이후로 한번도 모이지 않았으니까."

각자 다른 집단에 있을뿐더러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두 다 바빠서 모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딱 시간이 맞아떨어져서 모이게 되었는데 장소가 바로 피터의 방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피터의 방이 제일 깨끗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 말에 피터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른 이들의 방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입을 닫았다.

"...오기 전까지 청소나 하고 있을까."

피터는 그래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청소를 하려고 일어났지만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 행동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똑똑.

"피터! 있지?"

"그레이!"

그레이의 목소리에 피터는 방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움은 더욱 컸고 이내 그레이와 피터는 악수를 하였다.

"잘 지냈어?"

"그래. 너야말로 잘 지냈겠지?"

"당연하지."

"나도 왔다."

"스티아!"

또 한 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스티아까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피터는 기뻐했다.

"나랑 스티아가 먹을 것을 사왔다. 더 기뻐하라고."

"진짜?! 정말 고마워...그런데 술은?"

"술을 우리가 빠트렸을 것 같아? 술은 영감이 가져온다고 했어. 우리와 취향이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염려 말게나."

"뤼나티크님!"

어느새 마지막 인물 뤼나티크까지 오면서 모두 피터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뤼나티크가 들고 온 술을 힐끗 쳐다본 그레이는 순간 눈이 번쩍거리며 외쳤다.

"설,설마 포스틱 20년산?!"

"후훗. 내 비장의 술이라네. 원래는 내가 7서클에 올라가는 순간 먹으려고 했지만 그게 언제 될지 모르니 그냥 오늘 먹기로 했네."

"이런 비싼 것을 가져와도 되는 겁니까?"

술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포스틱이 어떤 술이라는 것은 피터도 알고 있었다. 평민들이 결혼하거나 성대한 잔치를 할 때 사용하는 술로 그만큼 고급진 술이었다. 그런데 그저 이렇게 모인 날에, 그것도 아껴두었던 술을 먹어도 되는지 의심이 갔다.

"괜찮네. 오늘도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자자, 빨리 음식을 펼쳐놓고 술이나 마시자고."

그레이는 싱글벙글하며 빠르게 가져온 음식을 풀어헤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웃으며 잔과 접시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세팅이 끝난 후에 모든 잔에 술이 따라지고 이내 잔을 들며 동시에 들이켰다.

"푸하핫!! 좋다!"

"역시 좋군."

"음! 좋은 술이란 건 확실히 알겠어요!

"뤼나티크님 덕분에 입이 호강하는군요."

"하하하. 별거 아니네. 그래. 지금까지 잘들 지냈나?"

"나와 스티아는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구르는 중이라고. 얼마나 힘드냐면 평생 토할 거를 여기서 다 토하는 것 같아."

"하하하. 정말인가? 스티아 양?"

"예. 솔직히 그레이와 제가 기사단에서 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정말 힘들다고 느낄 정도니까 말 다한 거죠."

"그 정도야? 기사단의 얘기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니 느낌이 확연히 다르네."

"그렇다니까?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한두 번 드는게 아니라고. 그런데 웃긴게 뭔지 알아?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서 그만두지 못한다는 거야."

"정말?"

"정말."

그레이는 가슴을 탕탕 치며 얘기했고 스티아가 옆에서 잔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몸이 좋아졌어. 더 빠르고 더 단단해진 듯한 느낌이야. 운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도 늘었으니까."

"맞아! 급료도 좋지, 대우도 좋지, 무력도 강해지지. 모든 게 좋아서 그만둘 수 없다니까? 죽을 정도로 힘든 것만 빼면 딱 맞을 텐데. 이게 다 그 늑대인간 르 단장 탓이야."

"뭐,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르 단장과 제이슨 부기사단장의 가르침을 흘려서 들을 수도 없잖아."

"맞아, 맞아. 내가 지금 막힌 부분을 딱 눈치채고 얘기하니까. 이래저래 끌려다니는 느낌이야."

그레이와 스티아는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지금까지 쌓여있던 이야기를 했고 뤼나티크와 피터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면서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내 그 둘은 너무 자기들의 얘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했다.

"미안. 너무 우리 얘기만 했네."

"아니야. 나는 너희들 얘기 재밌는걸?"

"그러는 피터. 너는 어떻게 지낸 거야?"

"나? 나는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지. 많은 이들과 한 주제를 갖고 계속 토론을 한 후에 결론이 결정되면 듀로크님에게 가서 확인을 받아. 그리고 그게 수락이 떨어지면 또 그걸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토론을 하고 그러고 있어. 정말 하루하루가 재밌어서 미칠 것 같아."

"...나는 오히려 그런 곳에 있으면 진짜로 미칠 거야. 오히려 이렇게 몸으로 움직이는게 낫지. 안 그래?"

"그레이의 말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건 나도 그럴 것 같아."

"오히려 나는 피터와 비슷할 것 같네."

"그러는 영감은 어떻게 지내는 거요?"

"나는 나르샤 단장님을 중심으로 마나의 조율에 대해서 배우고 있네. 그녀가 얘기하기를 우리 마법사들이 마나를 너무 비효율적으로 다룬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마나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운용하는 것을 다시 배우고 있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조율을 받고 서클의 벽을 깨트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네."

"역시 다 평범하지 않다니까? 그런데 영감은?"

"나도 조금 마나의 양이 늘어난 것이 느껴졌네. 하지만 알다시피 높은 서클일수록 벽을 깨트리는 것은 더욱 어렵지. 그녀의 말로는 조바심을 갖지 말고 여유롭게 수련을 하고 기다리면 어느새 뛰어넘게 된다고 하더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

"헌데 뤼나티크님. 제가 듀로크님에게 올리는 문서를 작성하면서 본 것이 있습니다."

"문서? 무엇인가?"

"바로 마법진의 응용이였습니다. 마나를 한 사람에게 전이시켜주는 것으로 더욱 높은 고차원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진. 바로 뤼나티크님의 것이 아닙니까?"

"허허. 눈치챘는가? 실은 내 마법진을 왕국에서 정식으로 사용하게 되었네. 아마 그것 때문에 그쪽으로 문서가 간 모양이군."

"그러고 보면 그 듀로크님도 참 별나단 말이야. 영감의 마법진처럼 능력과 효율만 보고 즉각 활용하니까."

"확실히. 그런데 요새 그 듀로크님의 소문이 들리더군."

"드래곤을 쓰러트렸다는?"

"응."

그레이와 스티아의 말에 뤼나티크가 술을 한번 들이켠 다음에 얘기했다.

"그 소식을 들은 마법사들은 모두 경악했을 것이네. 나도 물론이고. 왜냐하면 드래곤은 마법사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일세. 듀로크님이 9서클 마법사이지만 드래곤과 세월이 다르네. 똑같은 9서클이라고 해도 한쪽은 길어야 수십 년, 한쪽은 수천 년이라면 누가 더 강하겠는가?"

"당연히 후자쪽이 강하겠지."

"바로 그것이네. 그런데 듀로크님이 드래곤을 쓰러트렸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전설로 남기에 충분한 이야기네."

"검은 드래곤을 봤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 아마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해."

"그런데 소문이 그것만이 아니던데?"

"또 다른 소문이 있어?"

스티아의 말에 피터가 되물었다.

"어. 듀로크님의 얼굴을 봤다는 이들이 있더라고. 그런데 그들의 말로는 듀로크님의 얼굴이 인간이 아니였대."

"인간이 아니라고?"

"에이~ 설마."

"....."

피터는 놀라워했고 그레이는 믿지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며 뤼나티크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뤼나티크가 입을 열어서 얘기했다.

"갑자기 궁금한게 있네."

"뭔데? 영감."

"듀로크님이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자네는 실망할 건가?"

뤼나티크는 그레이를 향해 바라보며 얘기했다.

"으음...실망...하려나? 잘 모르겠어. 별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

"스티아 양은?"

"저는 조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것 같습니다. 용병 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아닌 것들과 전투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가지기 힘들거든요."

"피터. 자네는?"

"전...인간이 아니더라도 지금과 똑같을 것 같습니다. 듀로크님이 저번에 얘기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거든요."

"이야기?"

"예. 오크와 인간이 싸워서 서로 간에 사상자를 발생시켰을 때 누구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지요. 모든 이들이 오크가 잘못했다고 얘기했지만 듀로크님은 그게 바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종족의 차이로 인해서 생긴 고정관념의 눈으로 보는게 아니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듀로크님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까지 왕국을 위해서 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흐음...잘 들었네."

"참고로 영감은 어떻게 생각해?"

"나도 피터 군과 비슷하네. 그가 어떤 종족이고 어떻게 생겼든 나는 관심 없네. 그리고 나이를 들면서 알게 되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는 악과 선이 존재하네.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이지. 듀로크님의 말대로 선한 오크도 분명히 있겠지."

"그럴까? 한번 나중에 오크를 만나면 대화라도 해봐야겠네."

"그러고 보니까 듀로크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이번에 왕국에서 공지가 뜰 거야."

"공지?"

"응. 전하와 듀로크님께서 전할 말이 있다고 해. 아주 중요한 얘기니까 왕국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게 마법사들을 파견까지 보낸다고 하더라고."

"그래? 난 왜 못 들었지?"

"아직 우리 두뇌파에서 어떻게 일을 세세하게 진행할지 토론 중이고 마법병단에서도 누구를 보내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 그래서 아직 전달되지 않았을 거야."

"참고로 왕국에서는 내가 한다네."

"호오? 출세했네. 영감."

"이래 봬도 나르샤 단장의 옆을 보좌하는 이일세."

"그런데 중요한 얘기라는게 무엇일까?"

"글쎄...듀로크님이 중요한 얘기라고 하는 것을 보면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뭐, 그게 지금은 뭐가 중요하겠어? 오늘은 이렇게 만나는 날이잖아? 안 그래?!"

"그렇지."

"그래서 말하는 건데 피터...너 여자친구 있냐?"

"푸훗! 없,없어!"

"후후후...말이 떨리는데?"

"그러는 그레이 넌! 스티아와 잘 돼가?"

"뭐,뭐?! 누가 이런 고릴라 년과!"

"누가 고릴라냐."

스티아가 주먹으로 그레이의 옆 얼굴을 가격했고 그레이는 단발마를 지르며 쓰러졌다. 그것을 본 피터와 뤼나티크는 웃음을 지어냈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즐거운 술자리를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공지가 떴고 이내 라이언 왕국 전체에 통보되면서 많은 이들이 그 공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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