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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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25)
아무드 국왕의 이름을 빌려 라미츠에서 제일 가까운 텔레포트 진을 사용하여 이동해온 메스는 자신이 늦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라미츠에 도착했을 때 성문에는 수많은 화물을 실은 마차들이 검문 때문에 길을 막고 있었고 한시가 급한 메스는 틈을 타서 결국 성벽을 뛰어넘었다.
성벽만 십여 미터가 넘었지만 초인인 메스에게 있어서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벽을 넘어서 라미츠에 들어온 메스는 아직 드래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분위기상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이 나타났다면 이렇게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 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지금 바로 왕성으로 가야겠군."
메스는 자신이 더 빨리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며 왕성을 향해 곧바로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상황이 돌변했다.
[크아아아아!!]
"컥!"
"뭐,뭐야?!"
"저,저건 뭐지?!"
하나의 괴성이 울려 퍼지면서 쓰러지거나 괴로워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커다란 괴생명체를 보고 손으로 가리키는 이들도 있었다. 메스는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드래곤..."
상당히 멀리 있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인간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래곤의 크기는 수십 미터를 육박했다. 그리고 좀 전의 괴성으로 인해서 메스는 손에 땀이 흐르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좀 전의 괴성이 드래곤 피어라는 건가? 이렇게 멀리 있는데도 목소리만으로 긴장하게 만들다니."
메스는 혼잣말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갑자기 일어난 일에 패닉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좀 괜찮아 보이는 이들이 쓰러진 이들을 부축하며 도와주는 것이 보였지만 극히 드문 광경이었다. 메스는 그런 광경을 보고 드래곤을 빨리 처리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빠르게 목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지붕 위를 날아다니면서 드래곤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던 메스는 또다시 상황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푸화아악!!
"저건 설마 브레스?"
드래곤의 입에서 독 브레스가 뿜어져 나오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녹여서 없애버렸다. 메스는 독 브레스 때문에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움직이던 몸을 멈췄다.
"이 정도의 독이라면 접근하기도 전에 중독될 거야. 설마 듀로크가 저기 중심에 있는 건가?"
브레스가 이렇게 계속 유지된다면 메스는 자신이 접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브레스가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듀로크가 이 상황을 타개해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듯이 한 인물이 브레스를 뚫고 나와서 드래곤의 턱을 찍어내었고 이내 브레스가 멈추었다. 그 순간 메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드래곤을 향해 다가갔다. 메스가 드래곤에게 접근하는 동안 드래곤은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마법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등 다양한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메스가 드래곤에게 거의 접근했을 때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는 것이 보였고 드래곤의 움직임을 계속 예의주시 하고 있던 메스는 드래곤이 날아오르려고 하는 것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부웅!
거대한 드래곤이 상공으로 올라갔고 그와 동시에 메스가 바닥을 걷어차며 위로 올라갔다. 아직 가속도가 붙지 않는 드래곤의 속도보다 메스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랐고 메스는 드래곤보다 더 위에 위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스는 그대로 드래곤에게 얘기하며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서 드래곤의 날개를 찍었다.
"미안하지만 다시 내려가라."
【뭣?! 크아아아악!!】
오러에 둘러싸인 바스타드 소드가 아름다워 보이는 흑색 빛깔의 날개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드래곤의 몸이 힘을 잃고 빠른 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감히 나의 날개를!】
카르티네는 자신의 한쪽 날개가 처참히 찢긴 것을 보고 새로 나타난 인물을 향해 공격했다. 무영창으로 만든 헬파이어 3개가 인물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인물, 메스는 그것을 보고 자세를 잡으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흐읍!"
메스의 바스타드 소드에 엄청난 마나가 압축되면서 오러를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메스가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9서클 마법인 헬파이어가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터졌다.
【말,말도 안 돼! 헬파이어를 그렇게 쉽게?!】
"훗. 처음 듀로크를 만났을 때 무식하게 달려들어서 내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모를 것이다."
메스의 말대로 처음 듀로크와 조우했을 때 헬파이어에 무식하게 달려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메스는 다시 헬파이어가 날아올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였고 결국 사용하기 싫은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어서 날아오는 헬파이어 2개도 똑같은 자세를 취해서 바스타드 소드로 잘라버렸다. 카르티네는 자신의 헬파이어를 두 동강 내는 메스를 바라보다가 그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어디서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를 한 번에 눈치채지 못하다가 이내 카르티네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자세는 설마 레이트의?!】
"그래. 네가 스승님의 '일섬'을 따라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말이야."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서 카르티네의 남은 날개를 잘라버렸다.
【크아아악!!】
"스승님의 제자는 바로 나란 말이다. 너 같은게 하루 이틀 따라한다고 만들어질게 아니지."
【이 하찮은 것이!】
카르티네는 발톱을 휘둘러서 메스를 짓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메스는 점프를 하는 것으로 발톱을 피했고 이어서 카르티네가 꼬리로 메스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들을 잊지 말아야지. 도마뱀 자식아!"
"아까의 복수다!"
나르샤와 벨리온이 메스를 공격하려고 하던 꼬리를 향해 검으로 내리찍었다. 그러면서 검이 꼬리를 뚫은 채로 바닥까지 관통하였고 카르티네는 마치 실험실에 비치된 도마뱀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그때부터 일방적인 공격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보고만 있던 암살자들도 카르티네를 향해 공격했고 카르티네가 간간이 반격을 했지만 메스와 중간중간 방해마법을 사용하는 듀로크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무리 고룡인 카르티네라고 해도 초인 4명과 9서클 마법사인 듀로크를 상대로는 벅찼다. 더구나 듀로크는 9서클 마법사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고 용언 마법을 사용한 반동도 있어서 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카르티네의 몸은 수많은 상처로 뒤덮였고 거기서 나온 피가 주변 수십 미터의 땅을 축축하게 적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받은 카르티네는 이내 숨을 헐떡이며 쓰러졌고 마법을 사용할 힘도 일어날 힘도 없었다.
【후...후...】
거친 숨소리와 고통의 신음소리만 내보내었고 듀로크는 손을 드는 것으로 공격을 멈추게 하였다. 듀로크도 여전히 용언 마법을 받은 충격에 벗어나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버티고 있었다.
"남길 말은 있나?"
【후...베아트리스는...어떻게...된 거지?】
죽기 전이여서 그런지 이성을 되찾은 듯한 모습에 듀로크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는 우연히 베아트리스의 레어를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베아트리스의 몸과 함께 글이 적혀져 있었지. 천수를 다했으니 자신의 힘을 남기고 간다고. 그의 힘을 내가 우연히 이어서 받게 된 것이지 내가 죽인게 아니다."
【...그런가?】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가 통했으면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 녀석은 우리 얘들을 죽였고 상급자인 나의 입장에서 너를 보내줄 수는 없거든."
【...알고 있다...하지만...한가지가...아쉽군.】
"아쉽다?"
【...인간에...대해서...더욱...알고...싶었다.】
그 순간 카르티네의 머릿 속에서 많은 이들이 지나갔다. 투기장에서 만났었던 인간들, 괴물 같았던 두 노인, 자기희생을 하는 엘라임, 마검 오블리, 그런 마검을 만든 렌치, 계속 싸우길 원했던 크리드. 그런 수많은 인물들이 한순간에 눈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2명의 존재가 보였다. 자신과 제일 많은 시간을 지낸 베아트리스. 그리고 맥. 그들과 지냈던 시간이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광경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카르티네는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막힌 사고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즐거워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엄청 소중했다는 것을...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꽉 막혀있던 것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충격이 카르티네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후후후...그렇군...그런...뜻이...었나?】
"뭐?"
듀로크는 카르티네가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카르티네의 독백은 계속 이어졌다.
【엘라임이...말한게...이제...이해가...되는군...이미..많이..늦었지만...참...아쉽군.】
"뭐라는 거야?"
【아무것도...아니다...그래도...깨닫고...갈...수...있어서...다행이군.】
카르티네의 말에 뭔가 아쉬움과 슬픔이 담겨있는 것을 느껴졌다. 그것은 듀로크뿐만 아니라 거기있는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듀로크는 멈출 수 없었다.
"그럼...잘 가라."
듀로크는 최소한의 성의로 깔끔하게 끝내주기 위해서 메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스는 듀로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자세를 잡았다. 한 번에 목을 치기 위해서 바스타드 소드에 최대한 마나를 압축시켰고 이내 검을 뽑았다. 완벽한 오러로 둘러싸인 검이 카르티네의 목을 향해 나아갔고 검이 카르티네의 목을 양단하면서 이제 끝났다고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안돼요!!"
깡!!
"뭐야?!"
"저 꼬맹이는...누구지?"
"내 검을 튕겨냈어?"
한 명의 꼬맹이가 갑자기 난입해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꼬맹이는 한 개의 검을 들고 있었고 그 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듀로크는 그 검은 기운이 벨리온이 뿜어내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벨리온에게 얘기했다.
"벨리온. 혹시 저거?"
"맞아. 마기야. 그것도 나보다 강한."
갑자기 난입한 꼬맹이에 제일 놀란 인물은 바로 메스였다. 메스는 카르티네의 목을 자르려다가 한 명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을 보고 힘을 뺏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그런데 자신의 검이 뭔가에 부딪히면서 팅겨나간 것이었다. 아무리 힘을 뺏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힘이 남아있던 자신의 검이 팅겨나간 것에 메스는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너는 누구지?"
듀로크가 대표로 꼬맹이에게 물어봤다. 꼬맹이는 수십 명의 인물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당당하게 얘기했다.
"전 맥이라고 해요. 르티네 누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맥은 카르티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러 갈 때 가만히 음식을 먹으며 카르티네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이내 수십 명이 카르티네를 중심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맥은 그 즉시 카르티네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음식점에서 멀리 몸을 뺐다. 눈은 누구보다 좋기 때문에 범인이라면 누군지 확인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거리까지 멀어진 후에야 카르티네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카르티네는 역시 백여 명을 훨씬 넘는 인물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있었고 맥은 역시 르티네 누나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그때 몇 명의 인물이 더 등장했고 이내 전투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카르티네는 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맥은 눈만 좋았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해하던 맥은 갑자기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목소리를 높였다. 카르티네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했고 빛이 사라진 후에 수십 미터가 넘는 흑색의 드래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드래곤이 자신과 같이 온 카르티네라는 것을 맥은 눈치챌 수 있었다.
"아름다워..."
빛나는 흑색의 비늘과 수십 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체. 끝없이 깊을 것 같은 심연의 눈동자와 자신보다 커다란 발톱. 지금까지 본 어떤 생명체보다도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르티네 누나가 드래곤이였구나. 어쩐지 그래서 그렇게 강했던 거였어."
맥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카르티네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분노에 가득 찬 눈빛, 누군가를 원망하는듯한 커다란 드래곤의 목소리.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검 오블리가 혼자 떨어져서 검신을 울어대는 것이 보였다.
"뭔가 이상해.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아."
맥은 카르티네가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그 순간 카르티네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거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도망치기 시작했다. 맥은 그런 광경에도 불구하고 카르티네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고 그러면서 도망치려는 사람들과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맥은 조그마한 몸으로 치이고 밀리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서 끝내 카르티네가 싸우는 곳을 향해 도착할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고 땅은 검게 변한 상태에서 극한의 한기가 느껴지는 눈보라까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아름다워 보이던 드래곤이 어느새 많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서 싸우고 있었다. 맥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던 마음이 싹 사라지면서 용감하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한가지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웅!!
"이 소리는 마검?"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마검이 자신을 중심으로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놀랍게도 마검이 검은 연기로 둘러싼 땅은 얼지도 않고 검게 변해있지도 않았다. 맥은 극한의 추위에 점점 몸이 얼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힘겹게 마검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맥은 기분 나빠 보이는 검은 연기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서 마검이 있는 곳까지 겨우 도착할 수 있었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마검을 뽑아내었다.
"마검씨! 힘을 빌려줘요!"
『꼬맹이 녀석. 용감한 것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내가 마검인 것은 알고 얘기하는 거겠지?』
"알고 있어요! 소유자의 정신을 뺏는다고 하잖아요! 그럼 제 정신을 뺏어요! 그 대신 르티네 누나를 구해주세요!"
『...너?』
마검 오블리는 맥의 말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말하는 맥의 말에 감탄한 것일까? 오블리는 이내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좋아.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내가 인심 한번 써주지.』
"감사합니다. 마검씨!"
『내 이름은 마검씨가 아니고 오블리다.』
"예! 오블리씨!"
『어차피 나도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저 드래곤 녀석이 진다면 여기에 있는 나도 다시 봉인될 수 있는 처지니까.』
"제 몸을 빌려서 도망치면 되지 않나요?"
『시끄러 꼬맹아. 좋게 넘어가 주려고 해도 눈치가 없군.』
"죄,죄송해요! 그,그래서 제가 해야할 것은 무엇이죠?"
『지금부터 네 몸에 내 기운을 주입할 것이다. 조금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그러면 너와 나의 의식은 하나가 되서 네 몸에 두 개의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으음...쉽게 말해줄 수 없나요?"
『한마디로 네 몸을 너와 내가 둘이서 컨트롤 한다는 거야. 네가 검에서 손을 놓는 순간 주도권은 너한테로 넘어가지만 검을 잡고 있으면 주도권은 서로 갖게 될 것이다.』
"알겠어요. 그럼 시작하세요."
『부작용도 존재한다. 너는 이제 인간도 아니고 마족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로 될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나?』
"상관없어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대답하는 맥의 목소리를 듣고 오블리는 더 이상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한다』
검은 연기가 그 순간 맥의 열 개의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혈관을 경유하여 검은 연기가 주입되면서 고통이 엄청났지만 놀랍게도 맥은 이를 꽉 깨물면서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있었다.
오블리는 분명히 상당한 고통이 느껴질 텐데도 웬만한 어른보다 훨씬 인내심이 좋은 맥을 보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검은 연기는 이내 심장까지 도달했고 심장의 펌프로 인해 검은 연기가 혈액을 타고 모든 몸을 향해 전달해나갔다. 그렇게 검은 연기가 맥의 몸속을 몇 바퀴 순환하자 맥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몸에 검은 줄무늬가 생겨났고 얼굴에도 마치 흉터처럼 6개의 검은 줄무늬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갈색 빛깔을 띠고 있던 오른쪽 눈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내 머리카락도 절반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으로 변해서 검은색과 갈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색깔을 띠게 되었다.
『끝났다.』
"후...하..."
맥은 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손을 움직여보고 무릎을 굽혀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몸이 너무 가벼운데요?"
『당연하지. 인간과 마족 중간의 어중간한 생명체가 되었으니까. 반마족이라고 하는게 좋겠군.』
맥은 전과 차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몸에 감탄하다가 이내 카르티네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카르티네의 몸에는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고 힘겹게 숨을 들이켜고 있었다. 이어서 한 명의 인물이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서 카르티네의 목을 치려고 했고 맥은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꼬맹이! 가자!』
"예!"
맥은 마검을 들고 빠르게 땅을 박차며 날아갔다. 엄청나게 빠른 자신의 속도에 맥은 깜짝 놀라워하며 몸을 컨트롤하기 힘들었지만 이내 오블리가 도와주는 것을 느끼면서 빠르게 카르티네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바스타드 소드가 내리찍히기 시작했고 맥은 소리를 지르며 마검을 들이대었다.
"안 돼요!!"
깡!!
카르티네의 앞에 도착한 순간 자신의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맥은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오블리가 조종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만히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마검이 바스타드 소드와 부딪히면서 뒤로 튕겨졌고 맥은 성공적으로 카르티네를 보호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이내 한 명의 인물이 얘기를 했다.
"대체 너는 누구지?"
그가 바로 듀로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맥은 마검을 들고 당당하게 그들을 향해 얘기했다.
"전 맥이라고 해요. 르티네 누나를 괴롭히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두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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