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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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22)
카르티네가 검을 뽑자 마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을 느낀 암살자들은 본능적으로 몸이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디서 많이 느껴본 친숙한 감정도 받았다. 그때 한 명의 인물이 2층에서 내려오며 얘기했다.
"대체 그 검으로 몇 명을 벤 거지? 나조차도 경의를 느껴질 정도로 죽음의 기운이 넘쳐흐르는군."
"너는 살면서 빵을 몇 개 먹었는지 아나?"
"명답이군."
한 명의 인물은 바로 암살단의 단장 쉐이드였다. 쉐이드는 2층에 누워있었는데 엄청난 기운을 느끼고 이내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아까 듣기로 듀로크를 만나러 왔다고 들었는데 맞나?"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그럼 보내주지 못하겠군. 우린 듀로크에게 고용되어 있는 몸이거든. 당신이 좋은 의도를 갖고 온 것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쉐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엄지손가락으로 까딱하며 카르티네를 향해 지목했다. 그러자 여관에 있던 수십 명의 암살자들이 동시에 카르티네를 향해 덮쳤다. 수십 명이 한 명을 향해 공격하는데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그들의 연계는 완벽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왕국에서 훈련한 덕분에 더욱 완벽해진 연계였다. 하지만 카르티네의 검은 그들의 연계를 깨버렸다.
까까깡!
"윽!"
"쳇."
카르티네의 검이 한순간에 보이지 않으면서 암살자들의 공격을 튕겨내었다. 그와 동시에 몇 명의 암살자에게 상처까지 입혔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쉬지 않으면서 카르티네를 공략했고 공방이 이루어졌다.
"저 녀석 도대체 뭐야? 또 다른 괴물인가?"
"몰라. 하지만 적어도 나르샤와 비슷한 것 같아."
"젠장. 단검도 부러졌고 표창을 사용해야 하나?"
마검과 부딪히면서 무기가 부러진 암살자들은 뒤로 빠졌고 그 빈자리를 뒤에서 대기하던 암살자들이 채웠다. 동시에 부상을 당한 암살자들도 뒤로 빠졌다.
"야. 괜찮냐?"
"괜찮아. 그런데 상처가 좀 이상해."
"뭐가?"
"봐봐."
검에 팔을 살짝 긁힌 암살자는 동료에게 상처를 보여주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상처에는 검은 기운이 조그맣게 머물고 있었다.
"이건?"
"상처가 곪는 것 같아. 검의 특징일 수도 있고. 단장에게 주의를 줘야...으윽!"
"응? 왜 그래?"
갑자기 상처를 보여주던 암살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본 동료 암살자가 물어봤다.
"머,머리가! 목,목소리가 들려...아악!"
"야! 정신 차려!"
"으윽! 머,머릿속에서!"
"대,대체 누구야!"
한 명뿐만 아니라 상처를 입은 이들이 모두 동시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붉은 눈을 띄며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갑자기?!"
"미친 거냐?!"
쉐이드는 그런 광경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곧바로 눈치챘다.
"검에 상처를 입지 마라! 상처를 입은 자는 조종당한다! 조종당한 암살자들은 기절시키도록!"
쉐이드의 명령에 조종당하던 암살자들이 빠르게 제압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처를 입었지만 아직 제정신이 남아있는 암살자들은 직접 무기로 뒷더미를 치거나 동료에게 부탁하면서 기절을 하였다.
"놀랍군. 이렇게 빠른 대처를 하다니."
『맞아. 암살자들의 소통과 연계도 좋지만 명령하는 저 녀석이 문제야.』
카르티네는 마검의 효과를 곧바로 알아채고 최적의 명령을 전하는 쉐이드를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점점 암살자들이 효율적으로 전투에 대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S급! 빈틈을 만들어라!"
"A급! S급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해라!"
"B급과 C급은 멀리서 무기를 투척하여 견제해라!"
쉐이드가 카르티네의 움직임이 바뀔 때마다 명령하여 제일 효율적인 진영을 유지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부상당하는 암살자의 숫자가 현저히 줄기 시작했고 조금씩 카르티네의 몸에도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이 녀석들 점점 움직임이 좋아지는군."
『마법으로 신체를 강화해서 싸워. 빨리 이 녀석들을 베어버리고 싶다고.』
"알겠다."
카르티네는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고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쩡!
실드를 사용했지만 실드가 부서지면서 공격을 다 방어하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실드를 뚫은 단검이 카르티네의 심장을 향해 곧바로 돌진했다.
푸욱!
"이 자식이!"
"젠장."
쉐이드는 자신의 단검이 카르티네의 심장을 향해 찔렀지만 피부를 조금 뚫고 들어갔을 뿐이라는 것을 손에 느껴지는 느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르티네의 검이 움직이는 것을 본 쉐이드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뒤로 빠졌다.
그와 동시에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암살자들도 동시에 뒤로 빠졌다.
"피부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마치 나미래라고 한 여자의 피부와 같군."
쉐이드는 마치 아프다는 듯이 단검을 쥔 손을 흔들었고 카르티네는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보고 얘기했다.
"또 내게 상처를 주다니. 요즘 인간들은 강하군."
"요즘 인간?"
"이제 놀이는 끝났다."
흠칫.
그 순간 거기에 있는 암살자들은 물론이고 쉐이드의 몸까지 움찔거렸다. 왜냐하면 카르티네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대기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이 파충류의 눈으로 변했고 지금까지 검은 기운을 뿜어내기만 하던 마검에 오러가 실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카르티네의 머리 위에 파이어볼이 수십 개가 생성되면서 주위를 밝혀주었다.
"마,마검사?!"
"이,이건 나르샤. 아,아니 그 이상이야."
"젠장! 왜 이렇게 괴물들만 있는 거야?!"
암살자들은 눈앞에서 뿜어내는 기운에 본능적으로 몸이 떨렸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이들이 아니였다. 쉐이드도 물론 그녀가 뿜어내는 기운에 놀라워했지만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듀로크와 비슷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쉐이드는 처음 만났을 때 나르샤와 벨리온에게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뒤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듀로크의 막대한 힘도 동시에 기억해냈다. 그런 듀로크와 비슷하니 암살자들이 모두 놀라워할 만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 놀라움이 담겨있긴 해도 절망이 서린 표정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
그것을 눈치챈 모양인지 카르티네도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어서 S급 암살자들이 품속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내었고 쉐이드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본 후에 그들은 일제히 두루마리를 찢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암살자들의 오른팔 어깨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빛은 주먹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두루마리가 찢기면서 나온 기운이 암살자들의 오른팔로 나뉘어서 들어갔다.
"이건...마법진?"
"눈썰미가 좋군. 네 말대로 너 같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몸에 박은 마법진이다."
카르티네는 두루마리의 마법진을 구성하던 마나가 암살자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나가 드래곤인 그녀조차 감탄할 정도로 막대했고 마법진을 몸에 새기는 것 자체가 극히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놀라워하면서 동시에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마법진을 누가 만든 거지?"
"누구긴? 네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
"듀로크?"
쉐이드가 카르티네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듀로크가 이 마법진을 만들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만든 듀로크를 더욱 더 만나고 싶다는 감정을 가지게 하였다.
"재밌군. 재밌어. 하지만 네가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착각?"
카르티네의 머리 위에 있던 수십 개의 화이볼이 그녀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카르티네는 검을 들어 올렸다.
"10이 50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1000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수십 개의 파이어볼이 암살자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와 동시에 암살자들도 움직였다. 마법진에 강화되었는데도 파이어볼에 맞은 암살자들 중 약한 B급, C급 암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A급 이상의 암살자들은 파이어볼을 효율적으로 막거나 양단하는 등 좋은 대처를 하였다.
A급과 S급의 암살자들은 강화된 몸으로 아까보다 더 수월하게 카르티네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검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카르티네는 계속 파이어볼을 응용하면서 비교적 실력이 낮은 암살자들을 줄이고 있었고 이내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쉐이드는 갑자기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카르티네를 보고 이상하게 여기다가 이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피해라!!"
쉐이드의 말에 암살자들이 빠르게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 빠른 검기가 날아왔다.
"일섬."
서걱!
"커억!"
"으아아악!!"
카르티네의 일섬에 반응이 늦은 암살자 십여 명이 이등분이 되면서 즉사했다. 쉐이드는 말도 안 되는 스피드와 파괴력을 가진 검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마법진까지 응용했는데도 피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면 상대가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S급! 연계해라!"
""예!""
쉐이드는 직접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술인 쉐도우 워크를 사용했다. 시간이 느려지면서 자신만이 가속되었다고 느껴지게 하는 기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티네는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리티컬 히트!"
단검의 끝 부분에 힘을 모아서 카르티네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마검과 부딪히는 순간 단검이 산산조각 났고 마검이 쉐이드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S급 암살자들 4명이 카르티네를 공격했다.
"하앗!"
까까깡!
"젠장!"
"검이 뭐가 이래?!"
S급들이 한순간에 달려들었는데도 마검에 4명의 무기가 한순간에 잘리면서 공격이 무효화 되었다. 이어서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4명은 빠르게 뒤로 후퇴했지만 마검이 1명의 팔을 훑고 지나가게 되었다.
"윽!"
"이츠!"
이츠는 팔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당했다고 생각하면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정신을 압박했다.
"으윽..."
"이츠! 괜찮냐?!"
"괜,괜찮아. 버,버틸만 해."
역시 S급답게 조종당하지는 않았지만 이츠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고 핏줄도 튀어나와 있는 것이 그가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쉐이드는 상황이 좋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계속 생성되는 수십 개의 파이어볼은 B급과 C급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마검에 당한 이들이 조종당하거나 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종종 날리는 일섬이라는 검기에 벌써 수십 명의 사망자가 생길 정도였다.
"즐겁군. 안 그런가? 오블리."
『푸하하핫! 그래! 허접한 녀석들보다 이런 녀석들을 베야 제맛이지!』
이대로 가면 전멸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쉐이드는 방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비켜라."
크지도 않고 평범한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카르티네를 상대하던 암살자들이 일제히 뒤로 빠졌다. 카르티네는 갑자기 변한 상황에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고 있다가 이내 다가오는 마법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퍼억!
"크윽!"
카르티네는 로브로 가렸음에도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충격에 뒤로 밀렸다. 그리고 7서클까지 막아주는 로브가 까맣게 타버린 것을 본 카르티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나도 그 멀리서 왔다고."
"시끄러. 이런 일을 대비해서 너희들이 있는 거잖아."
카르티네에게 마법을 날린 인물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기절해있던 암살자들과 부상당했던 이들에게 빛이 떨어지면서 한순간에 치료가 되었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마검의 상처마저 완벽하게 치료되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
"미안. 이 녀석들을 부르는데 오래 걸렸어."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다른 영지에 있었다고."
"나는 샤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쳐들어와서 그렇잖아!"
"알겠어. 하여튼 최대한 빨리 온 거야. 하지만 이렇게 사망자가 나온 것은...그냥 넘어가기 힘들겠네."
카르티네는 자신을 향해 쳐다보는 눈앞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무표정의 가면을 쓰고 지팡이와 로브를 소유한 인물. 가면의 틈 사이로 한없이 깊어 보이는 눈에 분노가 서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가 누군지 알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하도록 하지."
"뭐지?"
"난 누가 내 것을 허락도 없이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해. 그리고 지금 죽어있는 녀석들은 내 것들이고."
"그런가?"
"그러니 각오하라고."
인물, 듀로크의 몸에서 막대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면서 카르티네를 압박했다.
"쉽게 보낼 생각 없으니까."
듀로크와 카르티네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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