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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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8)
"나온다!"
새하얀 안색을 하고 있던 렌치는 안쪽 방에서 나오는 기색을 알아차리고 벽에 걸려있는 검 한 자루를 잡았다. 그가 그런 안색을 한 이유는 방금 전까지 마치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대기가 진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렌치는 언제든지 마검에 지배당한 모습이 보이면 검을 휘두를 수 있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렌치는 검을 꽉 잡았고 카르티네의 손에 마검이 들려있는 것을 보고 바짝 긴장하며 카르네에게 물어봤다.
"너는...왜 이 대장간에 왔지?"
마검에 지배되어 있으면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카르티네가 대답하는 말에 렌치는 한숨을 쉬며 긴장을 늦추었다.
"검을 수리하러 왔다."
"휴...진짜 마검을 지배한 거야?! 진짜로?!"
"당연하지."
"놀,놀라워. 진짜로 마검을 지배하다니...반신반의 했지만 정말로 해내다니..."
"내가 그랬잖아요! 르티테 누나는 충분히 해낸다고요!"
"그래. 네 말이 맞았다. 내가 너무 사람을 믿지 못했군....푸하하핫!"
렌치는 주저앉으면서 폭소하였다. 지금까지 응어리가 맺은 가슴이 뻥 터지는 것처럼 통쾌한 웃음이었다.
"그럼 이 마검은 말했던 대로 내가 갖겠다."
"가져가! 오히려 가져가줘서 고맙다."
"그리고 검집이 있나?"
"만들 때 같이 만들어 두었지. 보자...여기 있다."
렌치는 방안을 막 뒤진 후에 검집을 찾아서 카르티네에게 건네주었다.
"이 마검이 너를 칭찬하더군. 상당한 장인이라고."
"마검이?! 푸하하핫!! 최근에 들은 말 중 제일 기분 좋은 말이군. 당연하지! 누가 만들었는데?"
카르티네는 렌치가 건네준 검집에 마검을 집어넣었다. 딱 들어맞는 검집은 마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던 검은 기운을 가려주었고 그렇게 검집에 들어가 있자 마검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럼 부러진 검도 수리를 부탁하지."
"알겠어. 며칠은 걸릴 거야. 그동안 로이트나 구경하고 다녀."
"...그래야겠군. 따로 할 일은 없으니까."
"아. 로이트에는 특별한 전통행사가 있어. 그거나 참가하든지."
"전통행사?"
"로이트는 대장장이의 도시잖아? 그래서 자기가 만든 검을 뽐내기 위해서 서로의 검을 부러질 때까지 부딪히는 행사가 있어. 그리고 대결을 통해서 끝까지 올라간 검은 명성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거지. 그와 동시에 그 검을 만든 대장장이도 마찬가지고."
"호오? 재밌군. 그런데 내가 나가도 되나?"
"응?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네 마검이라면 곧바로 우승할 텐데."
"...푸하하핫! 그렇군! 왜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오늘은 참으로 통쾌한 나날이구만. 네 맘대로 해라. 나는 상관없다."
"알겠다. 어차피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그렇지 않나? 오블리?"
우웅.
마검이 떨리면서 대답했다. 카르티네에게는 오블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렌치와 맥은 그저 검이 떨리면서 소리를 냈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그럼 갔다 오도록 하겠다."
"저도 같이 가요!"
"그 행사는 광장 중심으로 가면 진행 중일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고치겠다. 즐기고 와라."
카르티네와 맥이 대장간 밖으로 나갔고 렌치는 부러진 검을 잡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렌치의 대장간에서 힘찬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카르티네와 맥은 렌치가 가르쳐준 광장 중심으로 갔고 그가 말한 대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단상에는 해설자로 보이는 한 명의 인물과 함께 엄청난 덩치를 가진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양손에는 각기 다른 검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대장장이 브이가 만든 검과 재네리가 만든 검을 부딪쳐보겠습니다."
"브이가 이기겠지?"
"아마 그렇겠지. 10위권에 드는 대장장이잖아?"
"재네리가 누군지는 몰라도 검이 불쌍하구만."
해설자의 말에 구경하던 관중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덩치의 남자 양 옆에는 검을 만든 대장장이로 보이는 이들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여유로워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뭔가 불안해하는 기색을 풍기고 있었다.
"그럼 준비하시고."
해설자의 말에 덩치는 양손에 들고 있는 두 검을 양쪽으로 벌렸다. 그와 동시에 덩치의 근육이 팽창하면서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왔다.
"시작!"
깡!!
덩치는 양쪽에 있던 두 검을 교차하면서 있는 힘껏 부딪히게 하였다. 그와 동시에 쇳소리가 광장에 크게 울려 퍼졌고 거한은 쉬지 않으며 두 검을 계속 부딪쳤다.
깡! 깡! 깡!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관중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약 10번 정도 부딪혔다고 생각됐을 무렵에 한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러진 검 조각이 분산되면서 밑으로 떨어졌고 관중들은 함성을 질렀다.
"아앗! 결과가 나왔습니다. 브이의 검은 흠집 하나 생기지 않은 반면에 재네리의 검은 박살이 났군요. 브이의 승리입니다!"
브이는 당연한 것을 보는 것처럼 여유롭게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고 재네리는 자신의 검이 박살 난 것을 보고 좌절했다.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검이군. 어떻게 될지 흥미로운데?"
『흥. 저까짓 검을 나와 비교하다니. 실례다.』
"그럼 이길 수 있나?"
『당연하지! 몇백 자루의 검이 덤비든 결과는 똑같다!』
"그 말을 믿도록 하지."
"다음 참가자 없습니까?"
해설자는 행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 관중들을 향해 물어봤고 그때 카르티네가 입을 열었다.
"내가 하지."
카르티네는 시선을 집중 받는 가운데 단상으로 올라갔고 해설자는 새로운 참가자를 향해 물어봤다.
"성함과 검의 소개 좀 부탁하겠습니다."
"내 이름은 르티네. 이 검은 렌치가 만든 오블리라고 한다."
"아. 그럼 렌치의 검이군요...렌치?"
해설자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에 의아해했고 카르티네의 말을 들은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렌치라고?"
"그 마검을 만든?!"
"마검과 상관없이 실력 하나는 좋다고 들었는데. 진짜인가?"
"둘 다 10위권 안에 드는 이들이잖아. 재밌겠는데?"
관중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갔고 해설자는 그들을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다들 진정하십쇼. 행사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르티네님. 검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카르티네는 해설자의 말에 오블리를 검집에서 뽑아내었고 그와 동시에 마검의 모습이 관중들의 눈에 들어왔다.
"저,저건! 마,마검!"
"그 유명한 마검?! 저,저 녀석은 잡고 있는데 괜찮은 거야?!"
"그 마검은 소유자를 지배하는 걸로 아는데?!"
"뭐,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검신에서 검은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마검인지 모르고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악한 기운을 내보냈다.
"마,마검이 맞습니까?"
"그렇다. 안 되는 이유가 있나?"
"하,하지만 그 마검은 소유자를 지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그러니 이렇게 하면 되지 않나?"
카르티네는 옆에 있는 검거치대를 가져와서 마검을 장착했다. 그러자 마검의 검신이 비스듬하게 걸려서 때리기 좋게 세팅이 되었다.
"이대로 둘 테니 위에서 그 검으로 때려라."
"그,그렇다면 당신이 불리합니다."
"상관없어. 이 정도 핸디캡은 감안하는게 좋으니까. 그렇지?"
『당연하지.』
우웅!
"검이 울었어!"
"의지를 갖고 있는 검이라고 하더니 사실일 줄이야!"
"대단하군. 에고 검이라니."
카르티네의 말에 반응하는 검을 보고 관중들이 놀라워했다.
"아. 그리고 검신과 부딪히면서 정신적 공격은 하지 마라."
『알겠다.』
카르티네는 그 말을 끝으로 브이란 대장장이와 정반대 방향에 섰다.
"준비 끝났다. 진행하도록."
"불리하게 진행해도 후회하지 않습니까?"
"불리? 불리란 대등한 조건이였을 때 성립하는 조건이지. 저런 검 따위에 부러질 마검이 아니다."
"저,저 따위 검,검?!"
브이는 카르티네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분개했다. 해설자는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빠르게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럼 이어서 대장장이 브이의 검과 렌치의 마검의 대결을 펼치겠습니다."
해설자는 거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브이의 검을 양손으로 잡은 후에 거치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거한은 한숨을 한번 쉰 다음에 검을 있는 힘껏 위로 올렸고 그와 동시에 그의 근육이 팽창했다.
거한이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르려고 하는 것을 충분히 볼 수 있는 가운데 브이의 검이 마검을 향해 내리찍혔다. 관중들이 과연 누가 이길지 기대하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려와서 모두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서걱.
"어?"
"말,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럴 수가!"
모두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져서 경악했다. 브이의 검이 마치 검에 찢겨지는 종잇장처럼 한번을 버티지 못하고 마검에 잘린 것이었다. 또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서 그만큼 마검과 브이의 검이 차원이 달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결과에 카르티네와 보고 있던 맥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놀라워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내 검,검이..."
그 중에서 제일 놀라워하는 것은 당연히 브이였다. 지금까지 숱한 상대를 만나도 흠집하나 나지 않던 검이 저렇게 한 번에, 그것도 부딪히는 소리조차 나지 않고 잘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놀,놀랍습니다! 이것 보십쇼! 브이의 검을 마치 종잇장처럼 깔끔하게 잘랐습니다!"
해설자는 브이의 검을 들어서 잘린 단면적을 보여주었다. 완벽하게 깨끗하게 잘린 단면적은 얼마나 마검이 날카로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카르티네는 그런 관중을 향해 거치대에 걸려있던 오블리를 들고 얘기했다.
"나는 이 도시에 며칠 동안 묵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이 마검을 이 거치대에 놓아둘 것이다."
"예?"
『뭐라고?』
해설자와 오블리가 카르티네의 말에 되물었다.
"이 거치대에 둘테니 이 마검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나 와서 도전해라."
"그,그러면 마검을 가져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야야. 설마 아니겠지?』
"이 마검을? 가져가고 싶어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이 마검은 소문대로 소유자의 정신을 지배하는 마검이니까."
"당신은 괜찮지 않습니까?"
"나는 이 마검보다 강하니까 괜찮다. 내 말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있는 사람은 잡아도 상관없다. 죽는 것을 원한다면."
카르티네의 말에 관중들이 침을 삼키며 마검을 바라보았고 카르티네는 마검을 거치대에 두려고 했다.
『장난이지? 그렇지? 나를 방치하고 가지는 않을 거지?』
"며칠 뒤에 오도록 하지."
『야! 난 검을 베는 취미는 없단 말이야! 사람을 베고 싶다고!』
"어떤 멍청이는 욕심에 눈이 멀어서 너를 붙잡으러 오겠지. 그때 즐겨라."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놔두고 가는 건 아니잖아! 야! 어디가!』
우웅! 우웅!!
카르티네는 시끄러운 오블리를 거치대에 두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관중들은 무의식적으로 카르티네에게 길을 열어주었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맥이 카르티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남아있는 관중들과 해설자들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상,상황이 이상하게 흘려가게 되었지만 그,그녀의 말대로 마검에게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도전하십쇼. 그리고 마검을 부러트리면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해설자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했고 그때 좌절하고 있던 브이가 소리치며 일어났다.
"이,이럴 수는 없어! 내가 반드시 더 좋은 검을 만들어서 저 마검을 잘라주마!"
브이는 분개하며 자신의 대장장이를 향해 달려갔고 관중들은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떠나거나 또 다른 대장장이가 도전하려 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런 와중에도 마검의 검신은 계속 떨리면서 아무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었다.
"하앗!"
서걱.
"젠장!"
"다음 분 입장하십쇼."
"이번에는 안고르인가?"
"브이와 같은 10위권의 대장장이군. 과연 어떨까?"
서걱.
"역시나."
"지금까지 몇 자루나 잘렸지?"
"모르겠어. 한 50자루는 될 것 같은데?"
"다음 분 입장하십쇼."
지금 광장에는 수많은 관중들과 대장장이들이 몰려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마검을 자르기 위해서였다. 마검이 브이의 검을 한 번에 잘랐다는 소문이 도시에 막 퍼졌고 그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온 이들도 있고 마검에 도전하러 온 대장장이도 있었다.
또 그런 광경을 눈에 놓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면서 광장에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다. 마검이 검을 자르면 자를수록 마검의 명성이 높아가는 것은 당연했고 그 마검을 자르는 검이 나온다면 그 검이 그 명성을 모두 먹을 것은 뻔했다.
그렇기에 가면 갈수록 도전자는 늘어만 갔고 어느새 마검 옆에는 반쪽으로 된 검이 50자루가 넘게 쌓여있었다.
우웅! 우웅!!
"저 마검은 대체 뭐라고 하기에 저렇게 울고 있는 거지?"
"잡아보지 않는 이상 모르지. 겨우 이까짓 검으로 나한테 덤비냐!..이러지 않을까?"
"오오. 꽤 그럴싸한데?"
"그렇지? 희대의 마검이니까 그 정도는 해야지."
관중들은 울고 있는 마검에 제각각 뭐라고 할지 상상하며 이미지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상과 다르게 마검 오블리가 하는 말은 이러했다.
『야! 그만해! 그런 검으로 휘둘러봤자 귀찮아질 뿐이라고! 아야!』
『이번 거는 조금 아팠는데? 어이, 조금 쉴 시간은 줘야 하는거 아냐? 뭐가 이렇게 많어?』
『음...이번 거는 왜 이렇게 약해? 이러면 아무런 감각도 없잖아. 더 강한 검을 가지고 오라고!』
『오옷! 거기야! 조금 더 강하게 때려!』
수십 번을 맞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M속성에 눈을 뜨고 있는 마검 오블리였다. 하지만 마검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점점 잘린 검이 늘어만 가고 있을 때 드디어 대장장이의 본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드워프다!"
"그것도 훌딘이야!"
"아이브도 있어!"
로이트에 있는 인간 대장장이 중 제일 가는 아이브와 드워프 대장장이 중 1위인 훌딘이 나타났다. 대장장이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나타난 덕분에 관중들의 관심이 급격히 쏠리기 시작하였다.
과연 마검이 이길지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검이 이길지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저부터 하겠습니다."
아이브는 두 드워프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다음에 검을 꺼내서 거한에게 넘겨주었다. 아이브가 건네준 검은 외형도 화려하고 장인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었지만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검신이였다.
새하얗고 아주 얇은 검신으로 마치 아름답고 청순한 여인을 보는 것처럼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자연적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누구의 검이 이길지 집중되는 가운데 거한이 아이브의 검을 잡고 마검을 향해 내리찍었다.
깡!!
"잘리지 않았어!"
"역시 아이브야!"
지금까지 보여줬던 광경과 다르게 처음으로 들리는 쇳소리에 관중들은 흥분하며 두 검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거한은 검이 잘리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마검을 향해 또 내리찍으려고 했지만 그때 아이브가 거한을 만류했다.
"잠시만요!"
거한은 아이브가 제지하는 말을 하자 이내 내리찍던 행동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제가 졌습니다."
"왜 포기하신 겁니까? 처음으로 마검과 대결을 할 수 있는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해설자는 갑자기 포기한 아이브에게 물어봤다.
"이 검신을 자세히 보십쇼."
"이,이건?!"
아이브는 자신의 검을 들고 해설자에게 다가가서 보여줬고 해설자는 눈앞에 보이는 검신의 모습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금이 가 있습니다."
"예. 그것도 약간이 아닙니다. 아마 한 번 더 휘둘렀다면 이 검은 부러졌을 겁니다. 그에 반면에 저 마검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죠."
검신의 중앙을 넘어설 정도로 금이 간 검은 아이브의 말대로 한번 더 부딪히면 부러질 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정말 놀랍군요. 그 순간에 눈치채시다니."
"눈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들었죠. 이 검의 비명을."
"과연! 장인들은 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사실이였군요."
"예. 그리고 저 마검은 정말 놀랍습니다. 렌치님이 혼혈이 아니고 인간이였다면 1위의 자리는 렌치님이 됐을 정도로 저 검은 완성된 검입니다."
"렌치에 대한 평가가 많이 변하겠군요. 하여튼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다음 분 올라오십쇼."
아이브는 관중들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에 천천히 물러갔고 그런 아이브를 향해 관중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한 명의 드워프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이게 그 소문의 마검인가? 흐흠. 외형도 나쁘지 않고...호오? 강도도 대단하군."
훌딘은 단상에 올라와서 망치로 마검을 한번 두드려보거나 주위를 멤돌면서 관찰하는 등 마검을 재밌는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의 눈빛처럼 바라보았다.
"저기...훌딘님?"
"아. 미안하군. 그만 검에 집중하고 말았구려. 크하하하!"
해설자의 말에 훌딘이 웃으며 얘기했고 이내 등에 메고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검이 아냐?"
"저건 도끼인데?"
훌딘이 가져온 무기는 검이 아닌 도끼였다. 기사 중에 도끼를 사용하는 자는 드물었기에 드워프들도 도끼보다는 검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그중 검을 제일 잘 만드는 훌딘이 도끼를 가져왔으니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왜 검이 아니고 도끼입니까?"
"많은 이들이 도끼보다 검을 잘 만들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우리 드워프는 검보다 도끼를 더 많이 사용하는 종족. 그렇기에 도끼를 검보다 더 잘 만들지. 이 마검의 소문을 듣고 내 최고의 작품으로 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도끼를 들고 온 것이다."
"그렇군요."
"아. 혹시 아이템을 사용해도 되나?"
"예? 상대가 괜찮다고 한다면 상관없는데 과연 르티네님이 보고 있을지는..."
"상관없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난 카르티네가 말했고 그에 맞혀서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아. 자네가 그 검의 소유자인가?"
"그래. 만든 것은 내가 아니지만."
"렌치란 녀석이지? 혼혈이라더니 두 종족의 장점을 모두 가졌나 보군. 이런 마검을 만들다니 말이야. 그리고 이 검의 소유자인 자네도 범상치는 않겠지."
"아이템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길 수 없을 테니."
"푸하하핫! 확실히 저 마검은 훌륭하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아니겠는가?"
훌딘는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관중들은 과연 훌딘이 어떤 아이템을 꺼내는지 집중하기 시작했고 상황은 재밌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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