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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76화 (176/360)

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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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17)

마레스를 떠난지 며칠이 지나고 카르티네와 맥은 다음 도시인 로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현상금 사냥꾼들을 자주 만났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그렇게 무료하지 않게 온 덕분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고 느껴지는 카르티네였다.

또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서 안으로 들어간 로이트는 확실히 다른 도시와 광경이 달랐다. 도시 내에는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느 곳에서도 울려 퍼졌고 상대적으로 우락부락한 이들이 많았으며 대장간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와아~ 대장간이 엄청 많아요!"

"한 도시 자체가 대장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

"맞아요. 이번 전쟁 때 투입한 병력의 무기와 장비들의 대부분이 여기 로이트에서 공급해왔다고 하거든요."

전쟁에 있어서 보급이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였다. 병사들도 무기들과 장비가 있어야 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로이트는 나이트에 있어서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었다.

"먼저 정보가 필요하겠군. 여관으로 가도록 하지."

"옙!"

맥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로이트에서 제일 큰 여관이 어디냐고 물어본 끝에 그 둘은 가르쳐준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끼익..

"어서 오십쇼. 숙박입니까? 아니면 식사입니까?"

"둘 다 아니다."

"그렇다면?"

"정보가 필요한데. 빠삭한가?"

카르티네는 금화 한 개를 꺼내주면서 얘기했고 여관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친근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이죠.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대장장이는 누구지?"

"유명한 대장장이요? 인간 중에서 최고봉은 아이브란 친구고 드워프 중에서는 훌딘이란 이가 제일입니다."

"하하. 주인 양반. 렌치는 얘기하지 않나?"

"뗏끼! 어디서 그런 말을 하는가?!"

옆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한 남자의 말에 주인장은 조금 성을 내었고 남자는 키득거리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렌치라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녀석은 인간과 드워프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말이 많습니다."

"혼혈?"

"예. 거기다 그 녀석은 마검을 만들어내는 소문이 있습니다."

"마검?"

마검. 검 중에는 아주 드물게 의지를 갖고 있는 검들이 있다. 그런 검을 에고 검이라고 하는데 그중에 사악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검들을 마검이라고 한다. 검을 잡은 주인을 조종하는 마검이 있는가 하면 대가를 받는 대신 엄청난 힘을 부여해주는 마검도 있다.

에고 검이 창고에 몇 개 가지고 있지만 마검은 드래곤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던 그녀도 거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예.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 소문 때문에 그 녀석에게 찾아가는 손님은 없습니다. 실력이 좋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모를 일이죠."

"재밌군. 그 녀석은 어딨지?"

"예? 렌치 말입니까?"

"그래."

"...실망하셔도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알겠으니 빨리 얘기해라."

카르티네와 맥은 주인장에게 렌치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고 이내 여관을 나와서 가르쳐준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여긴가?"

"대장간은 큰데 왠지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맥의 말대로 눈앞의 대장간은 다른 대장간보다 커 보였다. 하지만 먼지가 쌓여있고 손님을 받을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요?"

"들어간다."

카르티네는 거미줄과 먼지로 쌓여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문에 걸려 있는 방울이 울리면서 소리를 내보냈고 어두컴컴한 내부는 빛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범인과 차원이 다른 맥과 카르티네는 내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와아~ 이렇게 많은 검이 있는 건 처음 봐요!"

"그렇군. 그리고 이만한 검들을 찾긴 힘들지."

대장간에는 수많은 검들이 걸려 있었고 카르티네는 이 검들이 하나하나 다 장인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마법 창고에 있는 검들도 드워프들의 장인이 만든 것이었는데 여기 있는 검도 그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입구에 있는 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검이 어떨지 기대되는군.'

"뭐야...손님인가?"

카르티네와 맥이 검을 보는 사이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술냄새와 함께 한 명의 인물이 나왔고 그는 커튼을 열어서 내부를 밝혀주었다.

"당신이 렌치인가?"

"응. 그런데?"

렌치는 약 1.5미터의 키에 드워프들의 상징인 수염이 나 있었고 대장장이의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드워프와 인간 사이에 생긴 혼혈이라고 했는데 맞나?"

"맞아. 이 키를 보면 알잖아?"

1.5미터의 키는 인간 남성 중에서는 작은 편이지만 드워프에서는 최장신이라고 할 수 있는 크기였다.

"아빠가 드워프죠?"

"왜. 엄마가 드워프면 상상이 힘드냐?"

"헤헤."

맥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렌치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걱정 마라. 네 예상대로 아빠가 드워프니까. 그런데 내 대장간에 무슨 일이지?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형편이 좋지 않거든."

"맥. 검을."

"예!"

카르티네는 맥에게 검을 꺼내라고 얘기했고 맥은 배낭에서 힘겹게 검을 꺼내서 카르티네에게 넘겨주었다.

"여기요."

"이걸 고칠 수 있겠나?"

렌치는 다짜고짜 검을 들이미는 카르티네를 보고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대장장이의 피가 흘러서 그런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검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카르티네의 검을 본 렌치는 솔직하게 놀라운 심정을 표현했다.

"놀랍군. 이 검을 누가 만든 거지?"

"이름은 모르지만 드워프가 만들었다."

"과연. 상당히 잘 만든 검이야. 이 정도면 로이트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겠어."

"너도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

카르티네의 말에 렌치는 솔직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검을 누가 자른 거야? 이런 명검을 깔끔하게 자를 정도면 무시무시하겠는걸?"

"당연하죠! 검신한테 잘린 거니까요!"

"검신? 설마 레이트님?"

"맞다."

"그러면...용납되네."

렌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충분히 이해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수리할 수 있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가능해. 하지만 재료와 그만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건 걱정 마라."

"좋아. 그러면 준비되는 대로 돈과 재료를 주면 곧바로 수리를..."

짤랑!

"...하도록 하지."

"재료와 돈은 모두 준비됐다."

카르티네는 커다란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얘기했고 주머니를 열어서 내용물을 본 렌치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이건...너무 많은데?"

"솔직하군. 요새 손님이 없어서 자금이 딸리지 않나?"

"굶더라도 양심은 파는 성격이 아니여서 말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수리 비용을 제외하고 다른 검도 필요해서 넣었다."

"아. 새로운 검이 필요해? 내가 만든 걸작은 안쪽에 있으니까 들어와."

"내가 듣기로 마검이 있다고 들었다."

안쪽 문을 열던 렌치는 카르티네의 말에 행동이 멈추었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카르티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 얘기는 하지 말자. 다른 검을 선택해. 그것은 파는 것이 아니니까."

"다른 검에는 관심 없다."

"그럼 수리 비용만 빼고 돌려주마."

"필요 없다. 마검을 보여줘라."

"왜 좋은 말할 때 못 알아들어!"

집요하게 얘기하는 카르티네에 렌치는 분노하며 얘기했다.

"내가 왜 맨날 술만 처먹고 오늘도 어떻게 굶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는 줄 알아?! 바로 마검을 만들었다는 소문 때문이야! 그 마검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그럼 그 마검을 버리지 왜 갖고 있지?"

"나도 버릴 수 있다면 한참 전에 버렸어! 하지만 그 마검은 잡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희대의 마검이라고! 내가 왜 그런 욕심을 부려서 만든 건지!"

"욕심?"

렌치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한탄했다. 그리고 조금은 이성을 되찾았는지 후회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마침 나에게는 신비로운 힘을 풍기는 원석이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운을 계속 풍겼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을 뿜어내는 원석은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지. 그런 원석을 바탕으로 만든 검은 명검이 되기에 나는 욕심을 부렸다."

카르티네는 렌치가 말하는 것을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다.

"대장장이로서 인생의 역작을 만들자는 생각에 나는 그 원석을 사용하여 검을 만들었다. 하지만 검이 완성되는 순간 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내 정신을 지배하려고 하더군.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싸늘한 시체들로 변한 조수들이 있었다."

"호오?"

"다행히 그게 마검의 소행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져 나는 풀려났지만 소문 때문에 나의 대장간은 아무도 오지 않게 되었고 경비대는 마검을 가져가지도 않았다. 마검을 두려워해서인지 아니면 가져갈 방법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마검은 날이 갈수록 강한 힘을 뿜어내고 있어서 이제는 그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마검을 당신이 가지겠다는 거냐?"

"그래."

"당신이 그 마검을 처리해준다면 오히려 돈을 줄 정도로 나는 그 마검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마검을 잡고 나처럼 지배당하지 않을 확신이 있나?"

"당연하지. 내가 그까짓 마검에 지배당할 거라고 생각하나?"

한치의 주저도 없이 말하는 카르티네에 렌치는 말을 잃었다.

"...마검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단 말이다."

"믿지 못한다면 내가 마검에 지배되는 순간 돈을 들고 튀면 되지 않나? 그 돈이면 대장간을 새로 차리고도 남을 것이다."

"그럴 수 있으면...벌써 그랬지."

카르티네는 마검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안쪽 방을 향해 걸어가며 렌치에게 얘기했다.

"힘으로 무작정 갖고 갈 수 있는데도 네가 그 검을 고칠 수 있으니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이다. 네 능력에 고마워하도록."

"...진짜 후회하지 않는 것이겠지?"

렌치는 거침없이 들어가는 카르티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후회? 후회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후회를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카르티네는 마검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으로 들어갔고 남은 렌치는 멍하니 그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맥은 그런 렌치에게 위로하는 어투로 얘기했다.

"걱정 마세요. 르티네 누나는 엄청 강하니까요."

"...그래. 이젠 기도하는 수밖에 없겠군."

렌치는 진심으로 카르티네가 그 마검을 가져가 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이 검이군."

카르티네는 안쪽 방에 들어가자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마검을 볼 수 있었다. 마검의 중심에는 렌치가 말한 원석이 박혀있었고 그 원석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신은 순수한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얇고 긴 장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기운을 뿜어내는 마검은 처음 보는군. 그 녀석이 두려워할 만해."

카르티네가 마검을 향해 좀 더 다가가자 마검은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검은 기운을 더욱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선명해진 기운을 통해서 카르티네는 이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설마? 이건?"

카르티네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검의 손잡이를 잡았고 이내 차원이 다른 기운이 터져 나오면서 카르티네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종자군. 기다리고 있었다.』

목소리에서부터 사악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카르티네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마족인가?"

『놀랍군. 한 번에 알아차리다니. 이번 녀석은 몸을 빼앗을 가치가 있겠어.』

그 순간 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검은 기운이 카르티네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카르티네는 검은 기운이 자신의 정신과 몸을 갉아먹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물건이군. 고맙게 쓰겠다.』

마검은 종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를 통해서 굉장히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카르티네는 마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존재였다.

"마족도 그냥 마족이 아니군. 이 정도면 상급 마족인가?"

『뭐,뭣?! 왜 지배가 되지 않지?!』

자신의 기운으로 몸을 둘러쌌는데도 지배되지 않고 말하는 카르티네를 보고 마검은 경악했다.

"마검이 되지 않고 원래의 몸이였다면 재밌는 싸움이 됐을 텐데 아쉽군. 하지만 본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 나를 이길 수 없다."

그 말을 하고 카르티네의 몸에서 무한한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기운이 마나에 밀려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키야아악!!』

검은 기운이 마치 자신의 몸처럼 느끼는 모양인지 마검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그에 반항하듯이 마검에서 검은 기운이 더욱 뿜어져 나왔고 카르티네도 그에 맞혀서 마나를 해방하였다.

쿠쿠쿠쿠!

마검과 카르티네의 힘 싸움이 시작되면서 땅과 대기가 흔들렸고 둘의 공방은 치열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카르티네의 말대로 검은 기운이 카르티네의 마나에 밀리고 있었다.

상급 마족. 그들은 드래곤 중에서 고룡들을 상대로 싸울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었다. 마왕이 강림했을 때 마족들과 드래곤들도 엄청난 격전을 치렀는데 그때 상급 마족에게 죽은 드래곤들만 해도 엄청난 숫자에 육박했다.

카르티네도 그때 상급 마족과 싸워서 그들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카르티네가 고룡 중에서도 강한 측에 속하는 것도 있었지만 마검에 들어간 상급 마족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마검이 뿜어내는 기운은 카르티네의 마나에 밀려서 이제는 마검의 본체까지 먹힐 상황까지 몰렸다.

『그,그만!! 내가 졌다!』

마검이 항복을 하면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카르티네도 마나의 해방을 멈추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던 땅도 조용해졌다.

"본 힘이 아니여도 이 정도라니. 안타깝겠군."

『네,네녀석! 정체가 뭐냐? 아무리 내가 검에 있다고 해도 인간에게 이렇게 쉽게 밀릴 리가 없다!』

"내 이름은 카르티네. 블랙 드래곤이지."

『드래곤?!』

드래곤이라는 말에 마검에서 다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카르티네가 마검의 검신으로 바닥을 강타하자 검은 기운이 다시 검 안으로 들어갔다.

"내 말을 잘 듣는게 좋을 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하 깊숙이 박아버려서 영원히 살게 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다. 드래곤이라는 말에 흥분했군.』

마검은 카르티네가 진심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카르티네는 먼저 제일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기로 하였다.

"상급 마족이 왜 마검이 된 거지?"

『너도 알다시피 2천년 전에 마왕님이 대륙에 강림했었다. 그리고 나도 그 전투에 참가했었다.』

"2천년 전에는 참 재밌었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이 전투로 가득 찼으니까."

『동감이다. 나는 수많은 인간과 드래곤들을 죽였다. 하지만 나의 위용에 모두 두려워했는지 도마뱀 몇 마리가 모여서 나를 이 원석에 봉인하였다.』

"네 이름이 뭐지?"

『오블리라고 한다.』

"오블리. 네가 어떤 드래곤들을 죽였든지 나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도마뱀이라고 다시 한번 얘기하면 네 검신을 반쪽으로 만들어주지."

『...명심하지.』

"이어서."

『...나는 원석에 봉인되어 잠자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어느새 검으로 변해있더군. 내가 아무리 자고 있다고 하더라도 검으로 만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 검을 만든 대장장이는 상당한 실력자다.』

"알고 있다. 부러진 검의 수리를 맡기기 위해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으니까."

『또 궁금한게 있나?』

"네 마검의 능력은 뭐지?"

『크게는 3가지. 내 마력으로 감싸진 검신은 어떤 검보다 단단하다. 드래곤인 네가 무수한 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검들 중에 나보다 단단한 것은 없을 거다.』

오블리라고 하는 마검은 성심성의껏 얘기해주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필요 없다고 카르티네가 느끼는 순간 어떻게 될지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나에게 받은 상처는 일반 상처와 다르게 치료가 힘들다. 내 마력이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방해하니까.』

"또?"

『마지막으로는 나와 부딪힌 상대에게 정신적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상대의 무기든, 방패든, 몸이든 간에 내 검신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상대의 정신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니까. 웬만한 녀석들은 정신지배를 할 수 있다.』

"좋군."

희대의 마검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단 한마디로 압축시키는 카르티네를 보고 오블리는 어이가 없었다.

"네 녀석을 내 검으로 삼아주지. 고마워해라."

『...넌 내가 싫지 않나?』

"왜 싫지?"

『나는 드래곤들이 싫다. 나를 이런 원석에 봉인시킨 녀석들이니까. 솔직히 드래곤인 네가 나보다 약했으면 벌써 몸을 차지하고 갈가리 찢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약하지."

『그래. 세상은 약육강식이니까. 헌데 나도 나보다 약한 드래곤들을 죽였다. 그러면 네 입장에서 나는 동료의 원수 아닌가?』

"미안하지만 나는 드래곤들이 죽든 살든 관심이 없다. 한 드래곤만 빼고."

『그래? 너도 참 독특하군.』

카르티네는 마검을 들고 방에서 나오며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말하지 않은게 있었군."

『뭐지?』

"마족들은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좋아하지. 거기다 나는 특히. 마검으로 변한 이후로 살을 찢고 내장을 보고 싶은 욕구를 더욱 버티기 힘들다고.』

"그것은 걱정하지 마라. 나도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니까."

『...푸하하핫!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네.』

"나를 주인으로 섬기면 더욱 재밌는 일을 느끼게 해주마."

『좋아!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그러니 한번 재밌게 놀아보자고!』

"그럴 것이다. 마검 오블리."

마검 오블리와 블랙 드래곤 카르티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비정상적인 이들끼리 만나면 왜 안 되는지 그들은 똑똑히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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